세계에서 SNS서비스를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 전 국민 스마트폰 시대, 확실히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IT강국에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의료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진료실에선 필름이 없어졌다. 의사들은 환자의 엑스레이나 CT사진을 팍스 시스템이라는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들여다 본다. 마우스로 필요한 부분을 확대해 보기도 하고 저장하기도 한다. 차트에 손으로 적고 중요한 부분은 별표를 그려가며 설명하던 모습은,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리며 전자차트에 입력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이렇다 보니 환자가 진료실로 들어오더라도 진료의사는 오로지 컴퓨터 화면 만을 통해 환자의 피검사 결과, 엑스레이 결과, 환자의 과거 투약기록 등을 들여다보고 파악하느라 바쁘다. 정말, 환자 얼굴 한번 쳐다볼 겨를이 없다. IT 강국 한국 진료실의 요즘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결코 진료에 있어 바람직하지 못하다. 특히, 발기부전 환자의 경우에는 엑스레이검사나 피검사보다는 환자와의 자세한 상담을 통해서 얻는 정보가 훨씬 유용하다. 예를 들면, 당뇨나 고혈압과 같이 발기부전의 원인이 되는 동반질환을 앓고 있어 치료제를 같이 복용하고 있는지, 부인이나 성파트너와의 관계에 별다른 문제는 없는지, 성욕구를 떨어뜨리는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과거에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해본 경험은 있는지, 성생활의 빈도는 얼마나 되는지 등이 컴퓨터 모니터에 떠있는 디지털화된 수치보다 더 많은 것을 의사에게 알려준다.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라도 처방하는 의사의 상담 태도와 올바른 복약지도에 따라 효과를 보지 못하던 환자도 치료효과가 나타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발기부전 환자들은 진료실에서 자신의 은밀한 사적인 부분에 대해 100% 공개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의료진도 제한된 시간 내에 한 환자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자세히 진료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발기부전은 단지 주사 한 대, 약 몇 알로 감기가 떨어지듯 깨끗하게 해결되는 질환이 아니기에 더더욱 의사 환자 모두 서로 간에 소통을 통한 진료가 요구되는 것이다.
/박현준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