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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혈액학회 성인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연구회 도영록 위원장​​/사진=계명대 동산의료원 제공

2년 전, 30대 젊은 부부가 진료실을 찾았다. 다른 급성 백혈병 환자들처럼 갑자기 나타난 이상 고열로 대학병원으로 온 경우였다. 얼음주머니를 네 개나 달고 진료실에 들어온 환자는 백혈구 수치가 무려 34만㎣에 달했다. 최종 진단명은 백혈병 최고위험군인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었다.

급성 백혈병은 갑자기 발생해 빠르게 진행되는 병이다. 2~3주 동안 백혈구 수치가 몇 배로 치솟는다. 환자는 바로 항암치료를 시작했고, 반응이 좋아 완치까지 바라볼 수 있는 조혈모세포 이식 가능 단계까지 나아졌다. 백혈병 수치가 5% 미만으로 떨어진 ‘관해’ 상태가 1년 이상 유지돼 완치의 희망을 키우며 부부는 1달에 2번, 단 한 번의 지각도 없이 부지런히 통원치료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혈병은 ‘‘재발(再發)’​했다.

환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재발이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재발률은 50%에 달한다. 주로 20~30대에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들은 50년이 넘는 세월을 재발 공포와 두려움 속에 보내야한다. 이는 투병만큼 힘든 고통이다.

재발 치료를 시작한 환자는 표적항암제 치료를 받았지만, 암세포 수치가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환자에게는 블리나투모맙이라는 신약만이 관해를 기대해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지만, 안타깝게도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환자들에게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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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이 넘는 세월을 공포와 두려움 속에 보낼 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치료 환경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블리나투모맙은 재관해가 어려운 재발 환자에서도 우수한 효과가 있고, 특히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과 같이 최고위험환자에서도 높은 반응을 나타내 국제 치료지침에서 권장되고 있다. 안전성도 수년간 의료진들에게 인정받을 만큼 부작용이 적다. 재발 환자들은 이전에 독성 높은 항암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필라델피아 염색체 변이와 상관없이 안전한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

의료진 입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들이 ‘희귀질환자’라는 것이다. 의사로서 완치에 다시 도전하게 하고 싶은데, 급여가 제한돼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부부는 희귀질환 신약을 사용할 만큼의 경제적 여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로 복귀하고, 부모가 되며, 자신의 삶의 누릴 자격이 있다. 2주기의 투약으로 환자의 완전한 회복과 여생을 담보할 수 있다면, 가치가 인정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 누구도 자신이 어떤 병에 걸릴지 선택할 수 없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의료진으로서 환자가 원하는 최선의 치료법만이라도 선택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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