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잦은 만성림프구성백혈병, 3차 치료제 도입 됐지만… ”치료 비용 부담”

입력 2019.10.11 14:26

A씨(68세)는 5년 전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을 받았다. 다른 백혈병에 비해, 진행이 느리다고는 했지만 재발이 잦아 안심할 수 없었다. 진단 후 얼마 안되어 치료를 시작했지만, 최근 두 번째 재발해 치료 중이다. 아직은 두 번째 치료를 받으며 희망을 가져보지만 재발이 잦은 병의 특성 탓에 벌써부터 다음 치료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A씨가 두번째 치료를 시작할 때만해도 다음 치료 옵션이 없는 마지막 치료라 ‘이게 안되면 죽는 것인가’ 하던 조마조마하던 상황이 최근 국내에 3차 치료 옵션이 도입되면서 다시 한번 치료 기회가 생겼다. 매번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것 같은 환자에게 치료 기회가 한번 더 있다는 것은 다시 삶을 얻은 것 같은 희망이지만, 또 다른 걱정은 치료비다. 1,2차와 다르게 3차 치료 신약은 아직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노후에 큰 부담이 될 것 같다.

진행 느리지만 재발 잦은 만성림프구성백혈병

만성림프구성백혈병(CLL, Chronic Lymphocytic Leukemia)은 재발이 잦은 백혈병이다. 국내에서는 가장 희귀한 혈액암 중 하나로 꼽힐 정도의 희귀질환이기 때문인데, 연평균 신규 환자 수가 150~200여명 정도로 매우 적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특징으로 꼽히는 것은 고령환자와 느린 진행이다. 주로 65세 이상에서 발병, 평균 발병연령이 72세 정도로 고령 백혈병이고, 다른 백혈병과 비교해 진행이 느리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실제 환자 대부분이, 항암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경과만 관찰 하는 시기를 갖거나 진단 이후에도 치료를 상당 기간 지연하기도 한다.

그러나 재발 환자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재발이 매우 흔해, 보통 1차 치료 이후 5년 이내에 환자의 절반 가량이 재발한다. 이러한 환자들은 전체 생존기간이 10~19개월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빠른 후속 치료가 필요한 이유이다.

재발에도 사용 가능한 3차 치료제 나와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재발 시 다음 치료 기회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 환경이 빠르게 개선됐다. 지난해, 2차 치료 옵션이 급여화 되어 1차 치료(화학면역요법)에 불응하거나 재발한 환자에서도 2차 치료(B세포 수용체 경로 저해제)가 가능해지며, 치료 기회가 확대 됐다.

올해 5월에는 3차 치료제가 도입되됐다. 2차 치료에도 불응하거나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치료 기회가 마련됐다. 3차 치료제는 잦은 재발과 반복적인 치료로 전신상태가 양호하지 못한 고령의 재발환자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환자가 신약의 치료 비용을 전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정철원 교수는 “국내에 3차 치료 옵션이 없던 상황에서 2차 치료에도 불응하거나 재발한 환자들이 나타나 의사로서 매우 안타까웠는데, 다행히 국내에도 효과를 입증한 3차 치료제 벤클렉스타가 도입되어,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들에게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며 “다만, 아직 보험급여가 이루어지지 않아 단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환자 수가 매우 적은 희귀질환이고 3차 치료는 환자 수가 더욱 적어 정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 지원을 기대한다”고 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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