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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45세 중견 직장인이다. 신장 174㎝, 체중 79㎏인 A씨는 몇 개월 전부터 계단을 내려오려고 하면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평소 운동부족이 원인이라 생각하여 큰 결심 끝에 매일 동네 뒷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1개월 산행 끝에 체중도 1㎏ 정도 줄고 체력도 좋아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으나 무릎은 점점 더 아파지고 붓기까지 했다. 산행을 쉬었더니 통증이 줄어 들고 부기가 빠져, 본인에게는 운동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건강식품이나 약물을 찾아 보기로 했다.
인간의 몸은 대체로 35세를 전후로 기능이 약화돼 퇴행성 변화가 시작된다. 그러나 우리 몸이 그러한 변화를 느끼게 되는 것은 그보다 10년 정도 후인 45세쯤 된다. 즉 신체의 변화와 그것을 감지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차가 있는 것이다.
관절도 예외가 아니다. 관절의 퇴행성 변화는 일찍 시작하지만 증세를 본격적으로 느끼는 시기는 45세를 넘어서면서 부터이다. 퇴행성 관절염이 시작할 때는 통증이 있고 부으며 관절 부위를 누르면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엑스레이 사진에는 정상으로 나타난다. 그 이유는 퇴행성 변화가 40~50%는 진행돼야 엑스레이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체중을 받는 부위와 많이 쓰는 부위인 무릎과 허리척추, 발목 그리고 손가락 등에 주로 생긴다. 퇴행성 관절염은 류머티스 관절염과는 전혀 다른 질병인데, 류머티스는 대체로 젊은 연령에서 시작하고, 관절염 외에도 여러 다른 증상을 동반한다. 두 질환은 또 발병 부위, 증상의 양상 등이 서로 달라 어렵지 않게 구별된다. 40세 이후에 시작하고 위의 관절에 주로 증세가 있는 것은 거의 퇴행성 관절염이라고 보면 된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흔히 오인되는 것이 골다공증이다. 골다공증은 관절이 아닌 뼈가 약해지는 병이다. 골다공증은 통증이 없고, 쉽게 뼈가 부러지는 것이 주 증세이다. 폐경기가 되면 대개 두 질환이 같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통증의 원인은 주로 골다공증이 아니라 퇴행성 관절염이다.
퇴행성 관절염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원인은 비만과 운동부족이다. 체중이 정상보다 올라가면 갈수록 관절이 받는 압력은 심해진다. 운동 없이 일을 위해 서 있고 걷는 시간이 많은 사람도 관절염이 잘 생긴다. 신발과 구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바닥이 딱딱한 신발과 여성들의 하이힐도 관절염을 악화시킨다. 관절이 아프다고 약물, 건강기능식품, 주사 등을 흔히 사용하나 이러한 치료는 통증과 염증만을 줄여 준다. 단기적으로는 아픈 것을 좋게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관절의 마모를 지속시키기 때문에 관절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퇴행성 관절염의 가장 좋은 치료는 체중조절과 체중을 싣지 않는 운동이다. 체중은 1~2㎏만 빼도 그 효과를 느낄 수 있지만 앞으로 올 퇴행성 변화를 줄이기 위해서도 정상 체중까지 꾸준히 감량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상체중은 남자는 자기 키 제곱(㎡)값에 22를 곱한 값 전후, 여자는 21을 곱한 값이다.
이미 관절에 통증을 느끼거나, 체중이 비만인 사람은 반드시 체중을 싣지 않는 운동을 전체 운동량의 절반 이상으로 해야 한다. 체중을 싣지 않는 운동의 대표적인 것은 좋은 순서대로 수영장 운동(수영 포함), 진짜 자전거타기, 고착된 헬스자전거 타기 순이다. 수영을 하지 못하는 분들은 물속 걷기, 물속 제자리 뛰기, 개 헤엄치기 등을 하는 것이 수영을 배우는 것보다 훨씬 낫다. 수영같이 머리를 적시거나 귓병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처음에는 사우나의 냉탕에서 시작해도 좋다. 얕은 물에서 시작해서 점차로 가슴까지 차는 물에서 20~30분 걸으면 숨이 차고 몸이 후끈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A씨도 수영장 운동과 평지 걷기를 교대로 매일 한지 3개월 만에 4㎏의 체중 감량과 함께 무릎에 대한 자신감도 되찾았다. 이제는 산행도 거뜬히 하고 계단을 뛰어 오르내려도 전혀 문제가 없다.
(유태우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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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시대"에는 마시는 물도 ‘격(格)’을 따져야 하는 것일까? 땀 흘린 뒤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벌컥벌컥 수돗물을 마시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보기 어려워졌다. 요즘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값비싼 생수를 사 마시거나, 고가의 정수기로 정수한 물을 마신다.
해양심층수, 남극빙하수, 화산암반수 등 기름보다 비싼 ‘귀하신 물’도 불티나듯 팔려 나간다. 일부 부유층 사이에 인기 있는 해양심층수는 2ℓ에 1만5000원 정도로, 휘발유보다 5배 이상 비싸다. 이렇게 비싼 물에는 활력을 증진시키고 병을 낫게 하는 신비의 힘이라도 있는 것일까? 마시기 좋고 건강에도 좋은 물은 도대체 어떤 물일까?
■물에도 맛이 있다
자연상태의 물에는 탄산이 가장 많이 함유돼 있고, 빗물 등이 지층(地層)을 통과해 여과되는 과정에서 칼슘·마그네슘·나트륨·칼륨·염소·황산염 등의 무기물질이 녹아들게 된다. 무기물이 많이 녹아 있는 물을 경수(硬水·센물), 적게 녹아 있는 물을 연수(軟水·단물)라 부르는데, 일반적으로 경수는 맛이 무겁고, 연수는 조금 싱겁게 느껴진다.
특히 칼슘이 많으면 물맛이 좋게 느껴지고, 마그네슘이 많으면 쓴맛이 난다. 또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충분히 녹아 있으면 물맛도 상쾌하게 느껴진다. 경희대 한방병원 재활의학과 송미연 교수는 “물을 끓이면 물맛을 좋게 하는 탄산가스 등이 날아가므로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이라면 끓이지 않고 차게 마시는 게 맛이 좋다”고 말한다.
■물 속의 무기 영양소는
물 속에 녹아 있는 칼슘·나트륨·마그네슘·칼륨·망간·요오드·셀레늄·아연 같은 무기질은 극히 미량이지만 반드시 인체 내에 존재해야 한다. 부족하면 결핍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요오드가 부족하면 갑상선 질환이, 칼륨이 부족하면 근육마비가, 나트륨이 부족하면 혈압저하나 근육경련 등이 생길 수 있다.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이종호 교수는 “예를 들어 미국 특정 지역에선 요오드가 부족해 갑상선 질환이 많이 발병하는 등 지역에 따라 특정 무기질 결핍증이 나타날 수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무기질 결핍증이 문제가 되지 않으며, 따라서 특정 무기 영양소가 강화된 물을 마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돗물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좋은 물은 병을 예방하나?
해양심층수를 수입판매하는 한 업체는 “2000년 동안 대기 중 공기와 접촉하지 않은 해양심층수에는 미지(未知)의 ‘유용 미량 원소’가 많이 포함돼 있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관절염, 아토피 피부염 등을 예방·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화산암반수 수입 판매업체는 “인체에 필요한 각종 무기질이 최적의 상태로 녹아들어 있어 면역력을 증강시키고, 암이나 심장병과 세포 노화를 예방한다”고 선전한다.
울산의대 생리학교실 임채헌 교수는 그러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라며 “특정 성분이 너무 많아 병이 생기는 경우는 있지만 특정 성분이 모자라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칼슘이나 마그네슘 등 무기질이 너무 많은 물을 오래 마셔서 신장결석 등 병이 생길 수는 있지만, 반대로 무기질이 적은 물을 마셔서 병이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물을 바꿔 마신 뒤 병이 나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물 속의 특정 성분이 병을 낫게 한 게 아니라, 예전에 병을 일으켰던 나쁜 물 대신 깨끗한 물을 마셨기 때문에 저절로 병이 나은 것”이라며 “해양심층수 등은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이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좋은 물과 나쁜 물
무기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고, 탄산가스가 많아 마실 때 상쾌한 느낌이 드는 물이 좋은 물이다. 그러나 물은 물일 뿐이며, 약이 아니다. 강희철 교수는 “물이 건강을 증진시키지는 않지만 반대로 건강을 해칠 수는 있다”며 “따라서 몸에 유용한 성분이 얼마나 많이 들었는가보다 몸에 해로운 성분이 얼마나 적게 들었는가 하는 점이 ‘좋은 물’을 결정하는 더 중요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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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40대 초반 주부이다. 진료실에 들어와서는 매우 불안한 표정으로 유방이 아프다고 했다. 평소에도 생리를 전후해서 아팠는데 요즈음 더 아픈 것 같다고도 했다. B씨는 40대 중반의 남자 직장인이다. 위가 간헐적으로 아파왔는데, 최근에 악화된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친한 친구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것을 알게 됐고, B씨는 친척이 위암 진단을 받아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 다 자신이 암에 걸렸을까봐 매우 두려워했다.
육안이건 현미경이건 병소를 확인해야 확진을 하는 현대의학에서 크게 간과되고 있는 것이 바로 기능적 질환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병들은 암·심장병 등 기질적 질환 즉 신체 이상 질환이다. 이런 질환들은 장기, 조직, 세포 및 체액 등에서의 변화를 각종 검사를 통해서 볼 수 있다.
반면 기능적 질환은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고 정신·심리 상태에 따라 발생하는 병을 말한다. 기질적 질환의 상대개념이 기능적 질환인 셈이다. 물론 이 두 가지 분류에 정신과적인 질병은 별개이며, 기질적·기능적 질환을 합쳐서 신체 질환이라고 한다면, 신체 질환의 상대개념은 정신 질환이 될 것이다.
흔히 기능적 질환을 ‘신경성’ 질환이라 부르는데, 이는 잘못된 용어이다. 기능적 질환은 정신적 원인이 신체의 기능에 영향을 미쳐 눈으로 보이는 변화는 없지만 심한 신체 증상을 일으키는 엄연한 ‘신체 질환’이다. 놀라운 것은 이 기능적 질환이 기질적 질환과 정신적 질환을 합친 것보다 우리에게 훨씬 흔하다는 사실이다〈그래픽 참조〉.
기능적 질환과 기질적 질환을 비교해 보면(표), 가장 큰 차이는 환자가 느끼는 증상과 치료 경과이다. 일반인과 의사들의 통상적인 인식과는 달리 별로 심각하지 않을 것 같은 기능적 질환이 훨씬 심한 증상 및 고통을 겪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증상의 심한 정도에 비해 기질적 병변을 발견하지 못한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쉽고, 이 때문에 환자는 더욱 불안해지고 이 불안은 다시 증세를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겪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환자들은 당연히 자신의 고통과 불안감을 고쳐 달라고 여러 병원을 전전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한 예로 위 내시경상에서 흔히 관찰되는 위염은 거의 증세가 없는 반면, 아무 이상이 보이지 않는 ‘기능성 위장장애’는 거의 100% 심한 증세를 보인다.
치료경과를 보면 암 등 기질적 질환은 질병의 심한 정도에 따라 깨끗하게 낫거나, 아니면 그것으로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능적 질환은 그 자체로는 신체 장애나 사망으로 가게 되는 일이 없다.
그럼에도 기능적 질환은 오래 앓는 경우가 흔한데, 그 이유는 병 자체가 만성이라기보다는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 요인을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증세만 고치려 하기 때문이다. 치료방법도 심리 및 행동진단, 스트레스 관리, 행동치료 등이 주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각종 검사, 약물, 처치 등으로 해결하려 든다.
앞서 두 환자는 물론 암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통증은 어디에서 왔을까? A씨의 유방통은 여성의 월경주기와 관련된 생리적 통증이 불안감에 의해 가중된 것이었고, B씨의 위장장애도 스트레스에 따른 기능성 장애였다.
암은 대표적인 기질적 질환이고,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병이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암들은 많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전혀 증세가 없다. 따라서 아프면 암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 이 말은 암은 증세가 없을 때 미리 조기 진단해야 한다는 점도 의미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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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철 교수는 만성 통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선 먼저 그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고 말한다./최순호기자흔히 분만의 통증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은 기분 좋은 고통이다. 오래 지속되지 않을 뿐 아니라 분명한 목적과 대가가 있는 아픔이기 때문이다. 정작 분만의 통증보다 몇 십배 고통스런 것은 만성화된 편두통이나 신경통 같은 극히 흔한 통증들이다. 예를 들어 편두통이 심하면 우울증, 불면증, 불안증 같은 정신과적 문제가 흔히 나타난다. 경우에 따라선 사람의 성격과 인생관까지 변하게 된다. 또 ‘대상포진’이란 피부질환에 걸린 후 나타나는 신경통은 산통(産痛) 못지않게 극심하다. 안면을 난자하는 듯한 삼차신경통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극심한 두통이나 신경통 때문에 개두(開頭) 수술을 받는 환자도 드물지 않고, 통증이 너무 심해 차라리 다리 등 통증 부위를 잘라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도 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근근막통증증후군이나 섬유근육통, 복합부위통증증후군 같은 병을 앓는 환자의 고통도 과히 ‘지옥’에 비견될 만하다.
잘못된 자세나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돼 발병하는 근근막통증증후군은 발병 초기에는 목이나 어깨 등의 뻐근한 통증만 문제가 되지만 병이 악화되면 근육이 약화돼 운동능력이 떨어지며, 관절이 굳어져 운동범위가 축소되고, 우울증과 수면장애도 초래된다. 감각장애, 눈물, 땀, 현기증, 이명 등과 같은 자율신경 이상 증상도 나타난다.
아무런 이유없이 온 몸 구석구석이 돌아가면서 아프고 불면증, 어지럼증, 약간의 마비 또는 감각 이상, 불안감, 우울증, 소화장애, 기억·집중력 장애, 피부 가려움증까지 동반되는 섬유근육통은 어떤 방법으로 치료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치 풍선의 어느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볼록하게 튀어 나오듯, 통증이 있는 어느 한 곳을 치료하면 다른 곳으로 통증이 이동한다.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의사들 스스로 “아프지만 안 아프다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현재로선 가장 효과적인 치료”라고 말할 정도다.
주로 교통사고나 외상 이후에 나타나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경우 피부에 깃털이 스치거나 바람만 닿아도 찌르는 듯한 이질통이나 불에 타는 것 같은 작열통이 나타난다. 진통제, 항경련제,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으로 치료하지만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심한 경우엔 척수(등골)에 전기자극을 가해 통증을 못 느끼게 하는 척수자극기를 이식받아야 한다.
이와 같은 만성 통증은 어떤 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거나, 일시적인 효과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현재로선 예방이 최선의 대책인데,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통증이 처음 생겼을 때 만성으로 발전하지 않게 적극적으로 치료·관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가 신경을 침범해 생기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경우,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피부과 치료와 신경을 차단하는 통증클리닉 치료를 함께 받으면 대부분 신경통이 남지 않는다. 그러나 부적절하게 치료하거나 치료시기를 놓치면 난치성 만성 신경통으로 발전하게 된다. 근육의 비정상적 수축 때문에 생기는 근근막통증증후군의 경우도 초기에 치료하면 비교적 손쉽게 치료되지만, 치료시기를 놓치면 통증 때문에 근육이 더 수축되고, 이 때문에 다른 부위로까지 통증이 확산되는 악순환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통증이 주 증상인 병이 생기면 그 병을 치료하는 주치의의 진찰과 통증 전문의의 진찰을 함께 받아 볼 필요가 있다.
이미 통증이 만성화된 경우엔 통증을 이겨내겠다는 적극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통증의 고통은 매우 주관적이다. 예를 들어 똑같은 크기의 외부적 자극이 주어지더라도 통증을 느끼는 양상은 사람마다 다르다. 통증을 참아낼 수 있는 심리적 한계가 다르기 때문인데, 이를 ‘통증의 문턱(threshold)’이라고 한다. 문턱이 높을수록 통증을 참아내는 힘이 강하며, 낮을수록 작은 자극에도 많이 고통스러워한다. 적극적인 마음가짐은 문턱의 높이를 높히는 결정적인 변수이므로 “그까짓것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당당히 맞서면 통증의 강도가 훨씬 약해진다. 섬유근육통 같은 난치성 통증의 치료에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치료를 시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이상철 교수는…
‘내시경 신경성형술’ 등 최신 치료법 도입
이상철 교수는 서울대병원서 가장 바쁜 의사 중 한 사람이다. 연평균 6000여명의 외래환자를 진료하며, 중증환자 1500여명에게 다양한 통증 시술을 한다. 과의 특성상 통증클리닉은 이곳 저곳 아픈 얘기를 다 들어줘야 하고, 무엇보다 아픈 이유를 환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줘야 한다. 또 직접 환자를 만져도 보고 주사도 놓아야 한다. 그 바람에 진료가 있는 날이면 그는 꼭두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꼬박 병원에서 지낸다. “나를 찾는 환자는 대부분 여러 병원을 전전한 난치성 통증환자다”며 “한(恨)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은 사람들이라 중간에 말을 끊을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1953년생인 이 교수는 1978년 서울의대를 졸업했으며, 서울대병원서 인턴과 마취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1988~90년 미국 UCLA 의대에서 최신 통증의학을 배우고 돌아온 뒤 서울대병원에 ‘통증치료실’을 개설했으며, 최신 통증치료법들을 도입함으로써 국내 통증치료 수준 향상에 결정적인 이바지를 했다.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근이나 신경절에 바늘을 찔러 넣고 특수 파장의 주파수를 쏘아 파괴하는 ‘방사주파 열응고술’, 등골을 싸고 있는 바깥막(경막)의 신경을 내시경으로 성형하는 ‘경막외강 내시경 신경성형술’, 난치성 신경병증성 통증치료를 위해 피부를 통해 척수에 전기 자극을 주는 치료 등이 그가 도입한 치료법들이다. 방사선 영상을 보면서 신경 등을 치료하는 중재적 통증치료의 활성화를 위해 대한척추통증연구회를 창설했으며, 대한통증학회 차기 회장에 내정돼 있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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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종영된 인기 드라마 대장금에서 중종은 이상한 병을 앓고 있었다. 그는 상한(감기)의 증상을 반복하면서 입안이 자주 헐고, 멍울이 있는 붉은 반점이 생기며, 사타구니 옆 서혜부 쪽이 이상하고, 심해지면 장이 뚫리고, 시력이 감퇴되는 등의 증상을 보였다. 이는 한의학에서 말하는 ‘호혹병(孤惑病)’을 염두하고 설정한 것이다.
‘호혹병’은 눈이 충혈되고 눈 주위가 검어지며 구강, 인후 및 음부, 항문 등이 궤양 등으로 짓무르는 것이 특징인 질환이다. 한방에서는 그 원인을 체질 허약 등으로 몸이 온전치 못한 가운데 ‘습열독사(濕熱毒邪)’가 경락을 침범하였거나 열병(熱病) 후기(後期)에 열을 확실히 치료하지 못했거나, 비장(脾腸) 기운이 약해서 체내의 면역과 내분비 이상을 초래해 생긴다고 보고 있다. 한의학 서적 ‘금궤요략’에서는 그 증상을 ‘목 안이 짓무르는 것이 혹(惑)이고 음부가 짓무르는 것이 호(孤)이다’라고 했다.
양방에서는 이와 유사한 질환으로 ‘베체트병’이 있다. 1937년 터키의 베체트라는 이름을 가진 피부과 의사가 구강궤양(입안이 허는 증상), 외음부 궤양, 안(眼) 질환 및 피부 병변을 주증상으로 하는 증후군을 독특한 하나의 질환으로 정의했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고 있다. 주로 20·30대 젊은 층에서 발생하는 이 질환은 병리학적으로 전신성 혈관염인 만큼 피부 점막과 눈, 근골격계, 신경계, 소화기계 등 혈관이 흐르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발병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질환의 구체적인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베체트병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환자에게 따라 그 경과가 매우 다양하다. 만약 조금 호전되는 것을 보고 치료를 중단하거나 오진으로 치료 방향을 잘못 잡으면 병이 더욱 악화돼 실명이나 중풍을 야기하기도 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한편 1년에 3회 이상 구강궤양이 발생하면 ‘베체트병’이 아닌지 정밀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박유근 원초당한의원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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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상 앞에서도 "꾸벅", 책 읽다가도 "꾸벅".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충분한 영양 섭취가 춘곤증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3월 개학과 함께 날씨가 따뜻해지자 아이들과 함께 병원을 찾은 엄마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요즘 우리 애가 왜 이렇게 힘이 없는지 모르겠어요. 밖에만 나갔다 오면 피곤해서 축 늘어져 있거나 꼭 낮잠을 자네요.” 예은이, 예준이라고 다르지 않다. 봄을 타는지 따뜻한 오후가 되면 졸린 눈을 비비면서 잠투정을 하고 어느 땐 꼬박꼬박 졸기도 하는데, 그 모습이 참 귀엽다.
한의학에서 사람의 일생은 목(木) ·화(火)·토(土)·금(金)·수(水)의 오행(五行)으로 볼 수 있다. 목은 생명이 탄생하고 자라는 유아기에 해당되고, 화는 열정의 청년기, 금은 안정되는 중년기, 수는 기운을 갈무리하는 노년기에 해당한다. 단, 토는 목·화·금·수의 기운을 중화시켜주는 태극으로 전 인생에 골고루 영향을 미치므로 따로 시기가 배속되지 않는다. 이 구분에 따르면 아이들은 쑥쑥 자라나는 목(木)기가 충만한 것이 특징이다.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봄 역시 목(木) 기운이 충만한 계절이다. 그런데 목(木)은 토(土)를 억제하고, 이 토 기운이 바로 몸 전체의 기(氣)를 주관하는 비위(脾胃)를 담당하기 때문에 봄이 되면 졸리면서 기운이 없어지고 입맛도 떨어지고 소화도 안 되는 춘곤증이 생긴다. 특히 아이들은 어른보다 목 기운이 더 강하기 때문에 춘곤증이 더 잘 발생한다.
춘곤증을 예방하려면 규칙적인 생활과 함께 뇌의 활동을 돕는 단백질·비타민·무기질 등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제철 나물인 냉이, 달래, 미나리, 씀바귀 등 비타민 B·C가 많이 든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생활과 영양식으로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 피로에는 한약이 도움이 된다. 봄에 기운을 돕는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인삼·백출 등이 들어 있는 사군자탕이나 보중익기탕이 있다.
오후만 되면 졸려서 기운을 못 차리는 아이들에겐 냉이감자수제비를 만들어 먹이면 효과적이다. 멸치국물로 수제비를 끓이다가 감자, 냉이, 호박 등을 같이 넣어서 만들면 된다. 냉이는 향긋하면서도 단백질과 칼슘, 철분, 비타민A가 풍부하고 한의학적으로도 간기능을 보강해주고 위를 튼튼히 해주는 효능이 있다.
외기욕과 일광욕도 봄철 아이들 면역을 길러주는 데 좋다. 좋은 공기는 피부와 허파뿐 아니라 전신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여 노폐물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 햇빛에는 생명력을 활성화시키는 독특한 치유 에너지가 들어 있다. 최근에는 적외선·자외선뿐 아니라 가시광선도 치료 목적으로 의학의 영역에 도입되고 있다.
또 생애 처음으로 일광욕을 하는 아기는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반사광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조금씩 익숙해지면 날씨가 따뜻하고 바람이 적은 날을 택해서 외기욕과 일광욕을 함께 하면 된다. 일광욕을 할 때는 항상 무릎 아랫부분부터 시작해서 허벅지, 배꼽, 가슴의 순서로 올라오면서 노출시키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5~10분이면 충분하다. 매일 조금씩 시간을 늘리다가 2주 정도 지나면 하루 30분씩 일광욕을 시키면 된다.
일광욕을 할 때는 반드시 모자를 씌우고 머리와 얼굴이 햇볕에 직접 노출되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갑작스럽게 기온이 변하는 날이나 황사바람이 부는 날, 그리고 설사 기운이 있을 때는 외출시키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일광욕을 끝낸 뒤에는 보리차나 과즙 등으로 수분을 보충해야 하며, 1시간쯤 잠을 재우는 것도 좋다.
한의학 원전인 황제내경에는 봄철 양생법을 ‘봄에는 밤을 새지 말고, 남을 벌하지 말고, 베풀고 칭찬하며, 만사를 여유롭게 하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봄에는 항상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춘곤증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제 예은이, 예준이도 제법 잘 걷는다. 이번 주말엔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가까운 공원으로 함께 산책을 나가야겠다.
(목동함소아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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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열풍을 타고 야채와 과일이 ‘건강 먹을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는 분위기에 색이 선명하고 화려할수록 건강에 더욱 이롭다는 야채·과일 ‘색깔론’이 등장했다.
미국 미주리대 마릴린 내니 박사팀은 최근 이른바 ‘헬스 파워 하우스’로 명명한 야채들을 소개해 화제가 됐는데, 그 선택 기준은 바로 색(色)이었다. 색이 선명하고 짙은 야채와 과일일수록 암이나 심장병 등 성인병을 예방하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왜 색깔론인가
미국 암연구소(ACR)는 야채와 과일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하루 534g 이상 먹으면 암 발생을 최소 20%까지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ACR은 하루 5번 이상 야채와 과일 섭취를 권한다.
야채와 과일에는 항암(抗癌) 효소를 자극하는 ‘황화물’, 암 세포 전이를 막아주는 항(抗)산화제 ‘카로티노이드’와 ‘플라보노이드’, 발암물질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페놀’과 억제시키는 ‘타닌’ 성분 등이 풍부하다.
이런 성분들을 식물성 화학물질, 즉 ‘피토케미컬(phytochemical)’이라 부른다. 그런데 야채·과일의 ‘피토케미컬’은 화려하고 짙은 색소 성분에 많이 들어 있다.
색깔론은 여기서 비롯됐다. 자외선 등으로부터 식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피토케미컬’이 우리 몸을 보호하는 데도 한몫 하는 것이다. 따라서 야채와 과일을 고를 때는 가급적 화려하고 짙은 색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입맛은 좀 떨어지더라도 껍질까지 먹는 것이 좋다.
현재까지 효능이 알려져 있는 ‘피토케미컬’ 다량 함유 식품은 대개 적색이나 주황색·노란색·보라색·진녹색 등을 띠는 과일·야채류에 많으며, 백색을 띠는 버섯류·마늘류, 검은색을 띠는 콩류·곡물류 등에 많다.
■빨간색
토마토의 붉은 색소 ‘라이코펜’과 비타민C·E, 셀레늄 등은 항암효과를 낸다. 하버드의대 연구에 따르면 토마토 요리를 주 10회 이상 먹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전립선암에 걸릴 확률이 45%나 낮았다.
‘라이코펜’은 암 유발물질이 형성되기 전에 위험인자를 배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마토 하루 2개는 1일 비타민C 권장량도 채운다.
사과 붉은색 껍질 속에 든 ‘캠페롤’과 ‘케르세틴’도 유방암 등에 항암효과가 있다. 이들 성분은 암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의 단백질 성분을 차단, 항암효과를 돕는다.
■보라색
포도 껍질에 함유된 색소 ‘플라보노이드’는 혈액의 피딱지(혈전) 생성을 억제, 심장병과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에 따르면 포도주스와 포도주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에 특히 그런 효과가 높았다. 하루 포도주스 1잔으로 충분하나 포도를 그냥 먹어도 괜찮다. 보라색 가지 색소인 ‘나스닌’(자주색)과 ‘히아신’(적갈색) 물질은 지방질을 잘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 상승을 억제한다. 항암작용을 하는 ‘폴리페놀’ 성분도 가지에 풍부하다.
▲ 한 여성이 짙은 녹황색 야채를 믹서에 갈아 생식하고 있다. 야채과 과일은 색깔이 짙고 화려할수록 건강에 이로운 성분이 많다. / 조선일보DB사진
■초록색
올리브유의 초록빛은 풍부한 ‘올레인산’ 때문이다. ‘올레인산’은 몸에 좋은 고(高)밀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주는 반면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저(低)밀도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춰준다.
그리스 등 올리브유 소비가 많은 나라는 육류 소비가 많은 다른 서방 국가에 비해 장암(腸癌) 발병률이 3배나 낮은 것으로 조사된다. 짙은 녹색의 양배추는 비타민 B1, B2가 풍부하게 들어있고, 양배추 200g이면 하루 필요한 비타민C 섭취가 가능하다.
대표적인 녹색 야채 브로콜리에는 식물성 화학물질 ‘설포라페인’이 풍부, 항암 효과가 높다. 또 위궤양 등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을 치유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브로콜리는 꽃봉오리보다 줄기에 영양과 식이섬유 함량이 더 높다.
■노란색
노란빛의 카레에는 커민, 터메릭, 코리앤더 등 10여가지의 향신료가 있다. 향신료 성분이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항산화효과를 낸다. 일본 구마모토대 연구에 따르면카레 원료인 인도산 생강과 색소 성분인 ‘쿠르쿠민’은 종양이 자라도록 돕는 단백질을 억제한다. 노란빛의 자몽은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분비를 적절히 조절하는 데 좋다.
■하얀색
흰색의 표고버섯과 느타리버섯도 항암효과를 내며, 암 치료 중의 구토·설사에도 좋다. 다당류 ‘글루칸’ 덕분이다. 강남베스트클리닉 이승남(가정의학과 전문의) 원장은 “매일 표고버섯 2~3장(약 30g)을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며 “충분히 씹어서 삼키면 입 속에서 타액과 섞이면서 유효성분이 더 잘 흡수돼 항암효과를 상승시킨다”고 말했다.
( 의학전문 기자 doctor@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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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말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소세포 폐암 진단을 받은 최모(58ㆍ농업ㆍ대전시 대덕구 대화동)씨는 4년여가 지난 지금 비교적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암덩어리의 크기는 발견 당시와 비슷하지만 초기의 흉통, 기침, 가래, 각혈 등 동반증상이 현저히 줄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 농사 일도 다시 시작했다.
현재 최씨가 암 치료를 받는 곳은 대전대 부속 한방(韓方)병원. 처음 1년 간은 암을 발견한 지방 대학병원에서 항암ㆍ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 이곳에서 한방치료도 함께 받았다. 그러나 한방치료에 더 좋은 반응을 보여 이후 꾸준히 한방 약물치료만 받고 있다.
‘한방은 보약(補藥)이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최근 한의학은 서양의학으로 치료가 쉽지 않은 난치병에서 성과를 거두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암, 관절염, 치매, 루게릭병, 뇌발달장애 등 현대의학이 정복하지 못한 영역에서 한의학적 방법론이 나름대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암에서 양방 치료와 병행해 치료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여기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이 대전대 한의대 조종관 교수. 조 교수가 속한 대전대 부속 한방병원 종양과에는 하루 20~30명의 암환자가 찾아온다. 입원환자도 평균 20~30명 선. 병원 측은 “환자의 절반은 양ㆍ한방 치료를 병행하고 있고, 나머지는 암이 재발ㆍ전이된 경우나 건강상 항암ㆍ방사선 치료를 받지 못하는 중증 환자들”이라고 말한다.
치매환자, 매달 50여명 진료
치료의 핵심은 한방 약물치료.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항암단과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면역단, 그리고 전신적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식이요법 등이 자연치유력을 극대화해 암을 이기게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양방 치료의 부작용을 감소시키며 그 치료효과를 증대시킨다. 또 양방치료가 부적합한 환자나 말기 암환자들에게 증상을 개선시키고 생존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CT상 암세포가 소멸되는 환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 못지 않은 난치병인 치매도 한방으로 효과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경희대 한방병원 황의완 교수는 월 평균 50명씩 연간 600여명의 치매 환자를 진료한다. 한 예로 2000년 초기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진단된 김모(73ㆍ서울 강북구 길음동)씨는 이곳에서 조위승청탕 치료를 받은 지 6개월 만에 인지기능이 전반적으로 향상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 2년 뒤에는 기억장애에 대한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보호자의 설명이다.
비법은 역시 한약. 황 교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사상체질에 입각한 치료법이 적합하다. 각 체질마다 체질에 맞는 약물이 있고 그 약물로 구성된 처방이 있다. 자기 체질에 맞는 한약 치료를 받으면 뇌세포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최소한 뇌세포가 병적으로 죽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중증이 아닌 경우, 치료 후 3~6개월쯤 지나면 상태가 눈에 띄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고 초기 치매일 때는 아주 좋은 치료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는 보통 발병한 지 1~2개월 미만이면 3개월 정도 치료로 좋은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경희대 한방병원은 만성간염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내과 우홍정 교수팀이 양방에서 완전정복하지 못한 만성간염 치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비결은 인진청간탕. 한방에서 급ㆍ만성 간질환에 주로 처방되는 이 한약은 만성B형간염에 대해 바이러스에 의한 세포사멸, 염증, 섬유화 현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 경우 양방에서는 흔히 항(抗)바이러스제제인 라미뷰딘을 처방한다. 이 약은 간염 바이러스를 억제ㆍ소멸하지만 장기 복용하면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 간염이 재발되는 경우가 많아 큰 흠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인진청간탕은 이같은 변종 바이러스 출현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우 교수는 “변종 바이러스는 라미뷰딘 치료 후 6개월쯤 출현하기 시작해 1년이면 약 17%, 2년이면 40%, 3년이면 55%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인진청간탕은 라미뷰딘과 비슷한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바이러스 변이가 없는 것이 중요한 차이점이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만성 간염 정복에 있어서 희망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루게릭병, 침술로 호전 가능성
상지대 한의대 권기록 교수팀은 루게릭병(대뇌ㆍ척수에 분포된 운동신경이 파괴돼 근육이 점점 힘을 잃어가는 퇴행성 질환)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재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앓고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이 질환은 난치를 넘어 불치로 알려져 있다. 이 병을 앓다가 회복된 사례는 전세계적으로 단 1건도 없으며 병의 원인, 예방법, 치료법 등 일체가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 그러나 권 교수는 작년 9월 루마니아에서 열린 세계침구학술대회에서 침술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그는 상지대 부속 한방병원에서 루게릭병 환자 18명을 3~6개월 간 입원치료한 결과, 7명은 입원 전보다 언어장애나 근력ㆍ체력 등이 호전됐고 4명은 현상유지를 했으며 7명은 악화됐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목도 가누기 힘든 한 환자는 4개월 치료를 통해 어느 정도 걷게 되었고 5분도 하기 힘든 자전거 페달 밟기를 20분 간 쉬지 않고 한 사례도 발표됐다.
권 교수는 “인간은 평생 15% 정도의 뇌세포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기(氣)의 움직임을 원활히 해주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신경 기능도 극대화된다. 루게릭병 환자도 다양한 침술로 신경 기능을 활성화하고 체력을 증강시키면 병 진행을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권 교수에게 치료받은 이시가와(여ㆍ30ㆍ벤처기업 운영)씨 등 일본인 300여명은 작년 2월 도쿄에서 ‘난치병치료지원회’를 결성, 권 교수의 연구를 지원하고 나섰다.
난치병에 대한 도전은 대학병원이 아닌 개원가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인천시 부평1동 청주강세구한의원은 뇌발달장애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의학에서 불치병으로 여겨져 특수교육기관에 맡겨지는 뇌발달장애아들에게 침술로 현저한 증상개선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금까지 이 한의원을 거쳐간 이 같은 장애아가 4년여 동안 5000여명에 이른다.
이 한의원 강세구 원장은 “자폐증, 정신지체, 뇌성마비, 정서장애 등 뇌발달장애아들에게 침술로 뇌신경세포를 자극, 언어 구사능력을 향상시키고 몸놀림ㆍ인지능력 등을 개선시킨다”고 말했다. 물론 완치는 아니지만 증상개선만으로도 장애아와 가족들은 큰 혜택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이 한의원은 특히 언어장애 치료효과가 우수해 미국, 일본 등지에서도 환자들이 찾고 있다.
뇌발달장애, 침술로 증상 개선
강 원장은 “유ㆍ소아에게 침을 통해 강력한 에너지를 가하면 뇌의 신경혈관이 반응, 내분비호르몬ㆍ뇌신경 전달물질 등의 움직임이 활발해져 뇌신경계의 발달을 촉진한다. 아동의 신경세포는 섬세해 외부 감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양방에서는 ‘죽은 뇌신경세포는 재생 불가’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이 같은 치료는 한의학적 원리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해마한의원은 침술보다 한약 위주로 뇌발달장애 아동의 증상을 개선시키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IQ(지능지수)가 현저히 낮은 정신지체아들의 IQ를 높이는 치료효과를 얻고 있다. 한의원 측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려면 IQ가 90은 되어야 한다. 우리 한의원을 찾는 정신지체 아동들은 매달 300여명 꼴인데 IQ 50 전후가 가장 많다”고 말한다.
이 한의원 박재형 원장은 “한약 투여는 뇌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해주는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뇌세포를 생성해 학습ㆍ기억 능력을 향상시킨다”며 “우리 한의원에서 치료받은 환자의 약 70%에서 환자 가족이 만족할 정도의 IQ 향상 등 증상개선이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이 한의원은 작년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정신과학술대회 기간 중 재미 한국인 정신과의사회가 국내서 제출한 논문들을 대상으로 선정한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한방이 양방과 힘을 합쳐 난치병 치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도 한다. 서울 청담동 ‘안아픈세상’은 양ㆍ한방 협진(協診)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현대의학으론 치료가 쉽지 않은 만성 통증과 고질성 난치병에서 의외의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통증의학 전문의 김문호 원장 등 양의사와 윤경탁 원장 등 한의사들이 협진으로 환자의 자연치유력을 극대화해 질병을 치료하는 데 주력한다.
주요 치료법은 벌의 독에서 추출한 생의약인 아피톡신 주사와 상피적(上皮的) 전기자극 요법. 항염 작용, 면역력 증강 효과가 뛰어난 아피톡신은 김 원장이 개발했지만 임상적용은 주로 한방에서 이루어질 만큼 한의학적 원리가 강하다. 작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신약 허가를 받았다.
"이명(耳鳴)" 치료에도 도전
이 치료법은 특히 중증 류머티즘관절염ㆍ루프스 등 악성 자가면역성 질환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 예로 10여년 간 심한 류머티즘을 앓아온 한 여성(57ㆍ서울 강서구 화곡동)은 별의별 치료에도 불구하고 여러 관절이 붓고 통증이 심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러나 안아픈세상에서 치료를 받은 지 두 달 만에 그 동안 복용해 온 독성이 심한 약을 모두 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편 현대의학이 힘들어하는 이명(耳鳴)에도 한방의 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 석관1동 황한의원은 내원(來院) 이명 환자의 약 50%에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한의원 황재옥 원장은 “침 놓는 자리에 미세한 전기자극을 가하는 현대화된 침술(레인보 요법)을 주로 시행한다. 의술의 불모지였던 이 분야에서 가능성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많은 한의사들이 난치병에 도전하고 있다. 양방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한의학적 접근법이 현대의학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좋은 무기가 되고 있다. 이 같은 한의학적 특성이 때로는 과학과 합리성을 무시한 채 상업적 구호만 앞세우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하지만 한방이 현대의학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은 양방에서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 주간조선 1798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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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저녁. 서울 반포의 한 된장·청국장 전문점에 20~60대 남녀 10여명이 모였다. 서로 처음 보는 듯한 이들은 쭈뼛쭈뼛 인사하며 악수를 건네더니 이내 식탁에 마주 앉았다.
“지금껏 사서 먹다 처음 만들어봤다”며 누군가 집에서 만든 청국장을 꺼내놓자 저마다 실 같은 진이 쩍쩍 늘어지는 청국장을 한 숟가락씩 떠 먹고는 평(評)을 하기 시작했다.
한 50대 아주머니가 “두 달 정도 생청국장을 먹었더니 혈당과 혈압이 떨어져 이젠 약 없이도 살 것 같다”고 말하자, 한 20대 여성은 “청국장을 먹고 체중이 3㎏ 정도 빠졌다”고 거들었다. 인터넷 청국장 동호회 회원들의 오프라인 모임 한 장면이다.
▲ 청국장 먹기 인터넷 동호회 회원들이 서울 한 음식점에서 "청국장 경험담"을 서로 이야기하며 식사를 하고 있다. / 주완중기자1. 생청국장을 먹는 사람들
찌개가 아닌 생으로 청국장을 먹는 사람들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설사와 변비에 특효약일 뿐 아니라 다이어트, 고혈압, 당뇨, 간질환, 뇌졸중, 각종 암, 성기능 장애 등을 예방·치료하는 만병통치약으로 소문이 나면서 생청국장, 분말 청국장, 청국장 제조기 등의 판매량은 몇 십 배씩 폭증했다.
또 청국장 먹기 인터넷 동호회인 ‘청국장 닷컴’(www.chungkook jang.com) 회원은 순식간에 1만여명을 넘어섰다. 인터넷과 전화를 통해 생청국장, 청국장 가루, 청국장 환(丸) 등을 판매하는 가야원의 서상수 사장은 “올해 들어 청국장 판매량이 10배 이상 폭증했다”며 “특히 분말 청국장과 청국장 환은 주문이 밀려 물건을 제대로 못 댈 정도”라고 말했다.
LG 홈쇼핑 한 관계자는 “청국장 제조기는 작년 초부터 판매가 급증했으며, 올 1월에만 15억원어치(약 2만대)가 팔렸다”며 “지난해엔 LG 홈쇼핑서만 60억원어치가 팔렸는데 올해는 200억원을 너끈히 돌파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밥·상추·배추에 싸 냄새 덜나게 생식
만병통치 맹신 금물… 생긴 병 치료 안돼
2. 냄새가 고약한데 어떻게 먹나
생청국장을 먹는 사람들은 찌개로 끓여서 먹으면 청국장 속에 들어 있는 바실러스균 등 여러 가지 유용한 생리활성물질이 파괴된다고 주장한다. 호서대 생물정보학과 김한복 교수는 “청국장을 5분 정도 끓이면 청국장 안의 미생물과 효소·핵산 등이 완전히 파괴되며, 비타민 B군도 50% 정도 파괴된다”며 “하루에 생청국장 한 숟가락 정도를 먹거나, 분말 청국장을 물에 타서 먹으면 좋다”고 말했다.
‘청국장닷컴’에는 냄새 때문에 먹기 힘든 생청국장을 수월하게 먹는 회원들의 아이디어가 많이 올라와 있다. ▲잘 구운 김에 싸서 진간장에 찍어 먹거나 ▲청국장과 신 김치를 넣어 김밥을 만들어 먹거나 ▲청국장 반 숟가락과 김치를 상추에 쌈 싸 먹거나 ▲따끈한 밥 위에 청국장을 비벼서 잘 익은 배추김치로 싸 먹거나 ▲좋아하는 음료에 청국장을 넣고 믹서기로 갈아 마시면 비위가 약한 사람도 대부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3. 도대체 어떤 효과가 있나
경험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효과는 변(便)에 관한 것. 생청국장 한 숟가락(약 15g)에 들어있는 약 15억마리의 바실러스균이 강력한 정장(整腸)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28일 동호회 모임에 참석한 주용환(39)씨는 “변비가 심해 20여년간 3~4일에 한 번꼴로 변을 봤는데, 생청국장을 먹은 뒤 매일 변을 본다”며 “몸이 날아갈 것같이 가볍다”고 말했다.
전주 원광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석채 교수는 “변비가 심한 22세 여성을 대상으로 변비검사(방사선 비투과성 표지자 검사)를 시행한 결과 음식이 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29시간으로 나타났으나 이 여성에게 1주일간 생청국장을 먹게 한 뒤 재차 검사했을 때는 9시간으로 줄었다”며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 변비 증상도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경험자들은 그러나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숙변을 제거하므로 살이 빠지고, 당뇨병이 낫고, 혈압이 떨어지며, 성기능이 개선되며, 심지어 탈모도 예방·치료된다고 주장한다. 청국장닷컴 회원인 유형재(28·대학원생)씨는 “2년전 180/120㎜Hg였던 혈압이 현재 130/90㎜Hg 정도로 유지된다”며 “생청국장 외에는 약도 안 먹었고 운동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역업을 하는 강태운(59)씨는 “내 나이 때는 누구나 성기능 감퇴로 고민하는데 생청국장을 먹은 뒤 몰라보게 좋아졌다”며 “요즘은 모임에 나갈 때마다 청국장 선전을 한다”고 말했다.
4. 좋은 음식이지 약은 아니다
삼성제일병원 비만센터 김상만 교수는 “최근 2주 정도 생청국장을 먹고 2㎏ 정도 빠졌다는 비만 환자가 여럿 찾아 왔지만 자세히 상담해보니 청국장 때문에 살이 빠졌다기보다는 생청국장을 먹으며 식사량을 줄였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그러나 청국장은 섬유소가 풍부해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이 들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음식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청국장 속의 생리활성 물질들이 여러 가지 생활습관병을 예방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미 있는 병을 치료하지는 못한다”며 “만병통치약으로 맹신하고 예를 들어 당뇨나 혈압환자가 약을 끊거나 줄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건강을 지키는 길은 소식·금연·절주·적절한 운동뿐”이라고 말했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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