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방 이야기] 호혹병과 베체트병

입력 2004.04.06 11:28

입안 헐고 사타구니·항문 주위 짓물러
1년에 3번 이상 발병 땐 정밀진단 필요

얼마 전 종영된 인기 드라마 대장금에서 중종은 이상한 병을 앓고 있었다. 그는 상한(감기)의 증상을 반복하면서 입안이 자주 헐고, 멍울이 있는 붉은 반점이 생기며, 사타구니 옆 서혜부 쪽이 이상하고, 심해지면 장이 뚫리고, 시력이 감퇴되는 등의 증상을 보였다. 이는 한의학에서 말하는 ‘호혹병(孤惑病)’을 염두하고 설정한 것이다.

‘호혹병’은 눈이 충혈되고 눈 주위가 검어지며 구강, 인후 및 음부, 항문 등이 궤양 등으로 짓무르는 것이 특징인 질환이다. 한방에서는 그 원인을 체질 허약 등으로 몸이 온전치 못한 가운데 ‘습열독사(濕熱毒邪)’가 경락을 침범하였거나 열병(熱病) 후기(後期)에 열을 확실히 치료하지 못했거나, 비장(脾腸) 기운이 약해서 체내의 면역과 내분비 이상을 초래해 생긴다고 보고 있다. 한의학 서적 ‘금궤요략’에서는 그 증상을 ‘목 안이 짓무르는 것이 혹(惑)이고 음부가 짓무르는 것이 호(孤)이다’라고 했다.

양방에서는 이와 유사한 질환으로 ‘베체트병’이 있다. 1937년 터키의 베체트라는 이름을 가진 피부과 의사가 구강궤양(입안이 허는 증상), 외음부 궤양, 안(眼) 질환 및 피부 병변을 주증상으로 하는 증후군을 독특한 하나의 질환으로 정의했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고 있다. 주로 20·30대 젊은 층에서 발생하는 이 질환은 병리학적으로 전신성 혈관염인 만큼 피부 점막과 눈, 근골격계, 신경계, 소화기계 등 혈관이 흐르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발병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질환의 구체적인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베체트병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환자에게 따라 그 경과가 매우 다양하다. 만약 조금 호전되는 것을 보고 치료를 중단하거나 오진으로 치료 방향을 잘못 잡으면 병이 더욱 악화돼 실명이나 중풍을 야기하기도 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한편 1년에 3회 이상 구강궤양이 발생하면 ‘베체트병’이 아닌지 정밀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박유근 원초당한의원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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