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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학칼럼] 허리 아픈데 휴가 떠날 수 있을까? 빠른 치료법은…

    [의학칼럼] 허리 아픈데 휴가 떠날 수 있을까? 빠른 치료법은…

    본격적인 무더운 날씨가 찾아오면서 가족, 친구, 연인과 여름휴가를 계획하는 사람이 많다. 기분 좋게 휴가를 다녀오고 싶은데, 평소 허리 통증이 있다면 여행 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고민이 된다. 지금도 아픈데 과연 잘 다녀올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실제 무릎과 허리 통증은 휴가지에서 이동에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문제다. 척추 환자들은 휴가지에서 차로 이동하는 것도 부담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담을 위해 진료실을 찾게 된다. 척추 질환은 대부분 보존적 치료를 통해 증상이 개선된다. 심각한 마비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면 급하게 수술적 치료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평소 허리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정도라면 허리 신전자세 유지와 운동도 중요하지만 충분한 검사 및 정확한 진단이 필수다. 진단 후 자가 치료가 가능한 정도라면 이후 꾸준한 운동과 자세 교정이 주요 치료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 정도면 휴가는 언제든 떠날 수 있다. 자가 관리로 개선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척추질환과 그로 인한 통증은 우선 비수술 치료를 받게 된다. 운동을 해도 아픈 경우, 밤에 통증으로 자주 깨는 경우, 허리 숙이는 것이 부담되어 세면 동작도 불편한 경우가 그렇다. 휴가 계획이 있다면 되도록이면 빨리 병원을 방문하여 진단을 받고 자가 관리가 가능한 정도로 통증 개선을 해놓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비수술 치료가 신경차단술과 같은 주사치료와 신경성형술 같은 시술이다. 이러한 비수술 치료는 보통 1달 이내로 치료가 완료되고 이후에는 자가 관리가 가능할 정도로 치료 기간이 짧다. 절개 부위가 없으니 소독을 할 필요가 없고 입원치료도 필요하지 않다. 경과가 좋다면 1달 이후에는 휴가 계획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적어도 3개월은 휴가 계획을 미루는 것이 좋다. 수술 종류에 따라, 휴가지나 휴가 기간에 따라 다르겠지만 3개월 후에는 대부분의 경우 통원치료까지 완료된다. 수술적 치료 중 양방향 내시경 치료는 회복 기간이 짧은 치료에 속한다. 입원 기간이 짧고 직장 복귀도 빨라 수술 중 최단 시간에 치료 전과 같은 정도의 운동과 일이 가능하다. 양방향 내시경 수술 후 1달이 지났다면 보조기 착용 기간도 지나므로 보조기에 의존하거나 휠체어를 탈 일은 없다. 자유롭게 여행 계획을 잡아도 무난하다.환자마다 진단과 치료가 다르듯 예후도 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공통적인 소견은 빨리 진단받고 치료할수록 경과가 좋다는 점이다. 휴가를 위해서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척추 건강은 빠른 치료와 자가 관리가 예후에 가장 크게 작용하고 후유증과 합병증이 적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이 칼럼은 새움병원 이한일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새움병원 이한일 원장(신경외과 전문의)2024/06/21 13:15
  • 0칼로리 식혜라니… 제로 음료의 신세계

    0칼로리 식혜라니… 제로 음료의 신세계

    얼마전 드디어 ‘제로’ 식혜를 손에 넣었다. 출시 뉴스를 듣자마자 편의점과 마트를 연신 들락거리며 냉장고를 들여다 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0칼로리 식혜라니 맛이 너무 궁금했다. 설탕의 대체 감미료들은 무열량인 대신 두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설탕에 비해 단맛이 너무 강하며 찝찝한 뒷맛이 남는다. 설탕이 그만큼 훌륭한 감미료라는 의미이다.그래서 제로 식혜의 맛이 너무 궁금했다. 식혜는 엿기름, 즉 싹 틔운 보리를 말려 가루를 낸 것에 밥을 더해 삭혀서 만든다. 물론 설탕으로 단맛을 더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전통적으로는 은은한 단맛이 매력인 음료이다. 과연 이런 단맛을 설탕보다 이삼백배까지 더 단 대체 감미료로 재현 혹은 모사할 수 있을까?한편 대체 감미료의 두 번째 약점인 찝찝한 뒷맛은 과연 어떻게 극복했을까? 제로 음료수들을 출시되는 족족 마셔보면 개중 맛이 더 나은 제품들이 구분된다. 대부분이 그렇기는 하지만 탄산음료이며 오렌지나 포도, 사과, 심지어는 바닐라 같은 과일이나 향신료의 맛과 향을 적극적으로 썼다. 대체 감미료의 불쾌한 뒷맛을 가리는 것이다.원체 콜라처럼 아주 단맛이 강하지도, 또 탄산음료도 아닌 식혜가 과연 제로 음료로 어떻게 거듭났을까? 어렵사리 구해 마셔본 결과는 일단 합격이었다. 대체 감미료의 한계가 안 느껴진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은은한 단맛은 잘 구현했고 불쾌한 쓴맛은 최대한 가렸다. 에리스리톨과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효소처리스테비아가 총출동해 단맛을 냈고 생강추출액이 뒷맛을 책임졌다.엄밀히 말하자면 제로 식혜는 0칼로리는 아니다. 부산물인 밥풀 때문에 1.5리터들이 병이 20칼로리이다. 자체 공정을 통해 섬유질만 남겼다고 하는데, 식혜와 같이 넘어가거나 씹힐 때 질감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말하자면 이정도면 아주 완성도가 높은 제품이며 실적이 뒷받침해주고 있다. 5월 말 기준으로 출시 50일만에 300만개, 목표량의 네 배가 팔렸다고 한다.대체 감미료를 활용한 무열량 음료는 그야말로 신세계를 열었다. 사카린을 필두로 한 대체 감미료의 역사는 187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65년에는 미국의 화학자 제임스 M. 슐레터에 의해 설탕보다 200배 단 아스파탐이 발견되어 1974년 미국 식약청의 승인을 받았다. 덕분에 1982년 다이어트코크가 출시되었다. 1886년 코카콜라가 상표 등록을 한 뒤 거의 백 년 만에 낸 신제품이었다.그런데 대체 감미료는 건강에 해롭지 않을까? 사카린이 1977년 발암 가능성을 이유로 사용 제한이 되긴 했지만 1993년과 1995년 각각 미국과 유럽에서 무해함이 입증되었다. 설탕과 달리 대체 감미료는 혈당을 올리지 않는다. 요즘 누구나 구매 가능한 연속혈당측정기로 자가 실험을 한 영상들이 유튜브에 널렸다. 한편 대체 감미료를 장기 섭취한 이후의 영향은 아직 판단하기 이른 시점이다. 당분간 제로 음료는 승승장구할 것이며 그만큼 세계도 계속 확장될 것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마켓링크에 의하면 2022년 국내 제로 탄산 음료 시장 규모는 3683억원으로 2022년 924억원에서 4배 가량 증가했다. 편의점 GS25에 의하면 제로 음료의 매출 비율이 전체 탄산음료의 절반을 넘겼다고 한다. 서양 음료 뿐만 아니라 식혜까지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출했으니 추세가 자못 흥미롭다.
    칼럼이용재 음식평론가2024/06/21 07:15
  • [의학칼럼] 광범위한 회전근개 파열, 동종진피 이식술로 대체 가능

    [의학칼럼] 광범위한 회전근개 파열, 동종진피 이식술로 대체 가능

    회전근개는 어깨 관절 주변의 4개의 힘줄로 이뤄져 있으며 평소 움직임이 많아 파열 빈도가 높은 부위다. 회전근개 힘줄이 파열되면 혈류 공급이 제한되어 자가 재생이 불가능해지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힘줄이 지방 조직으로 변성되거나 소실될 가능성이 크다.회전근개가 부분 파열되었을 때는 약간의 불편이나 통증이 있을 수 있으나 일반적인 운동 범위에서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파열이 점차 커지면서 통증이 심해지고 팔에 힘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러한 증상을 단순 염증이나 근육통으로 착각하여 치료를 미루곤 한다. 병원을 방문하더라도 환자의 증상이나 기간에 따라 견관절의 상태를 파악하고 다양한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문제는 광범위한 파열로 진행되거나 이미 회전근개파열 수술 후 재파열 된 경우이다. 이때는 극심한 통증과 함께 견관절의 운동 제한과 관절염이 동반되어 병원을 찾게 된다. 회전근개가 광범위 파열로 진행되었거나 재파열 된 경우 남은 힘줄이 매우 적어 봉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인공관절 수술을 진행한다. 그러나 노년층 환자는 수술이나 마취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우 인공관절 수술을 하기 전 동종진피를 이용한 상부 관절낭 재건술을 시도하여 인공관절에 대한 수술 부담을 줄이고 자신의 관절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다. 동종진피는 인체의 피부에서 얻은 콜라겐 성분으로 만든 조직으로 변성되거나 소실된 힘줄 크기에 맞게 이식 후 봉합술을 시행한다. 동종진피를 이용한 상부 관절낭 재건술은 환자의 어깨 관절을 보존하고 기능을 살려줄 수 있는 수술로 매우 고난도 수술이다. 관절경을 통해 좁은 시야를 이용해 굉장히 넓은 부위를 재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용하는 봉합사를 서로 얽히지 않게 작업하기 위해 매우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동종진피를 이용한 상부 관절낭 재건술은 통증 후 관절염 진행을 늦출 수 있고 어깨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수술이다. 최근 젊은 환자들에게도 발생하는 회전근개 파열이 어깨 관절염의 가속화를 유발하고 어깨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조기에 병원에 내원해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이 칼럼은 새움병원 박준식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새움병원 박준식 원장2024/06/20 10:53
  • [의학칼럼] 노안과 백내장, 퓨어씨 렌즈로 한 번에 해결하는 방법

    [의학칼럼] 노안과 백내장, 퓨어씨 렌즈로 한 번에 해결하는 방법

    스마트폰과 노트북 같은 전자기기들은 우리 일상에 즐거움과 편리함을 더해주지만, 눈 건강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자기기를 사용할 때 우리는 화면에 집중하게 돼 눈 깜빡임 횟수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눈이 건조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시력이 저하될 위험이 있다.시력이 한 번 저하되면 자연적으로 회복되기 어려우며, 노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또한, 눈의 노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다양한 안구 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 눈 건강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노안이 발생하면 가까운 거리의 책이나 신문 같은 작은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멀리 떨어뜨려야 사물의 형태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 노안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으로는 백내장이 있다. 백내장은 노안과 달리 수정체에 혼탁이 오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거나 흰 막이 낀 것처럼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을 노안으로 오인하고 방치하기 쉽지만, 백내장은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녹내장 등 합병증을 유발하고, 심지어 시력을 잃을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노안과 백내장이 동시에 발생한 경우, 이를 동시에 교정할 수 있는 맞춤형 인공수정체 수술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인공수정체는 크게 단초점 인공수정체와 다초점 인공수정체로 구분되며, 환자의 생활 패턴, 나이 등 눈 상태에 맞는 맞춤형 인공수정체를 선택하여 삽입한다.단초점 인공수정체는 근거리나 원거리 중 하나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한쪽 시력만 우수해진다. 반면,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근거리부터 원거리까지 모든 거리에서 선명한 시력을 제공한다. 단초점 인공수정체는 수술 후 빛 번짐이 적고 적응이 빠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그러나 근거리나 원거리 중 한 곳에만 초점이 맞춰지므로 시력 보완을 위해 돋보기나 안경이 필요할 수 있다. 근거리 작업이 많지 않다면 단초점 인공수정체가 적합하다.다초점 인공수정체는 원거리는 물론 중간거리, 근거리 시력까지 제공이 가능하지만 단초점 인공수정체와 비교했을 때 달무리 현상과 빛 번짐 현상으로 인해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최근에는 이러한 단점을 개선한 퓨어씨 렌즈를 이용한 수술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회절링 없이 설계된 투명한 렌즈로, 먼 거리 시력부터 향상된 생활형 근거리 시력까지 연속적인 시야 범위를 제공하여 빛 번짐 없이 편안한 시력을 유지한다. 또한, 자외선을 비롯한 유해한 빛을 차단하고 비구면 광학기술을 적용하여 어두운 곳에서도 시야가 침침해지지 않고, 낮과 밤 구분 없이 선명한 시야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더불어 퓨어씨 렌즈는 단초점에 준한 적은 빛 번짐과 선명한 시력을 제공하지만 다초점 렌즈의 장점인 근거리 시력도 확보할 수 있어 다른 종류의 다초점 렌즈와는 기전이나 도수 계산법이 상이한 특성이 있다. 백내장 치료에 사용되는 인공수정체는 각 제조사마다 장단점이 다르므로, 라이프스타일, 평소 활동량, 시력 및 노화 상태 등을 고려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수술을 진행하기보다는 노안과 백내장 수술 분야에서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가진 의료진과 함께 꼼꼼한 검사와 진료를 통해 최적의 렌즈를 선택하고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이 칼럼은 밝은성모안과 박창현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밝은성모안과 박창현 원장2024/06/18 09:54
  • 가상 인물이 너무 실재 같아도 불쾌… 버추얼 아이돌이 2D캐릭터인 이유

    가상 인물이 너무 실재 같아도 불쾌… 버추얼 아이돌이 2D캐릭터인 이유

    2024년 3월 9일,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MBC 음악중심>에서 플레이브의 ‘Way 4 Luv(웨이 포 러브)’라는 곡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아니, 매주 1위가 배출되는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 한 것이 무슨 큰일이냐고? 물론이다. 큰일이고, 조금은 감격(?)스러운 사건이다. 플레이브는 버추얼 아이돌이기 때문이다.버추얼 아이돌. 가상현실 속 인물들로 구성된 아이돌팀을 말한다. 최근 버추얼 아이돌의 활동이 눈에 띈다. 고퀄리티 뮤직비디오나 공연 영상을 인터넷에 업로드하는 것은 기본, 팬들과의 소통에도 열심이어서, 챌린지 영상도 올리고, 심지어 팝업스토어까지 연다. 그 결과 지난 3월 플레이브의 미니 2집은 초동 판매량이 50만장을 돌파할 정도였다.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플레이브의 모습이 2D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기술 발달로 사람인지 가상인간인지 구분되지 않는 3D 캐릭터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왜 굳이 플레이브 멤버들을 2D 형태로 표현했는지 고개가 갸웃해진다. 역시 인기를 얻고 있는 또 다른 버추얼 아이돌인 ‘이세계아이돌’도 비슷하다.물론 모든 버추얼 아이돌이 그런 것은 아니다. 걸그룹 에스파의 조력자로 등장한 ‘나이비스’나 4인조 걸그룹 ‘메이브’ 등은 인간의 모습과 매우 흡사한 풀 3D 캐릭터의 외형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가장 성공한 버추얼 아이돌들이 2D 캐릭터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은 독특하다. 이즈음에서 생각나는 개념이 있다.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불쾌한 골짜기는 로봇 공학 분야에서 개발된 개념인데, 인간이 아닌 사물이 인간의 모습을 갖춰가면 해당 사물에 대한 호감이 상승하다가, 지나치게 인간의 모습을 닮아가면 불쾌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로봇 청소기가 지금처럼 원판 모양을 하고 있을 때보다 머리, 몸통, 다리 형태를 갖는 서빙 로봇의 모양을 하고 있으면 호감도가 더 상승하는데, 더 나아가 사이보그 같은 형태로까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 호감도가 급락한다는 것이다.불쾌한 골짜기는 ‘폴라 익스프레스’라는 영화와 더불어 유명세를 탔다. 폴라 익스프레스는 3D 애니메이션으로 당시 최첨단 기술을 동원해 실제 인간과 구분이 안 될 수준의(실제로는 좀 차이가 나긴 한다) 캐릭터를 구축했는데, 흥행에는 큰 실패를 맛봤다. 이 흥행 실패의 가장 큰 이유로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주목했는데, 너무 사람처럼 보이는 캐릭터들이 불쾌감을 줬다는 것이다. 그 외에 ‘캣츠’, ‘명탐정 포켓몬’ 등의 영화들도 모두 불쾌한 골짜기의 제물로 평가된다.불쾌한 골짜기의 발생 원인에 대한 여러 이론들이 있다. 어떤 이론은 인간이 어떤 대상을 볼 때 특정 범주로 쉽게 할당하지 못하면 불쾌감이 발생하며, 이 감정이 불쾌한 골짜기 현상의 원인이라고 봤다. 사람인지 로봇(혹은 기타 인공물)인지 쉽게 구분하기 힘든 외형을 갖고 있을 때 불쾌한 골짜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른 이론은 사람의 형태에 사람으로 보기 힘든 요소들이 있으면, 이 모순이 불쾌감을 발생시킨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포토샵으로 얼굴을 보정할 때 지나치게 눈을 키우면 이상하게 보이는데, 이런 현상도 분명 얼굴 형태는 사람인데 사람이 갖기엔 너무나도 큰 눈을 갖고 있어서 발생하는 일종의 불쾌한 골짜기 현상이라는 것이다.반면에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부정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예외적인 몇몇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지, 일관되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의 발전으로 불쾌한 골짜기는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AI로 만들어 내는 가상인간의 경우 이제 실제 사람인지 가상인간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에, 적어도 가상현실에서는 불쾌한 골짜기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이 같은 맥락에서 2D형 캐릭터 기반인 플레이브나 이세계아이돌의 흥행은 여러 의미로 흥미롭다. 흥행 원인에 대해 다양한 가설이 있겠으나, 지각 심리학자로서 나의 미흡한 의견을 더해보자면, 나는 2D형 캐릭터가 갖는 표현의 자유로움에 주목하고 싶다.만일 정말 왕방울만한 눈을 표현하고 싶다면, 2D형 캐릭터에서는 얼굴 면적의 절반 크기로 눈을 그려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만화에서는 그런 표현이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3D형 캐릭터에 이런 왕방울만한 눈을 그려 넣는다면 불쾌한 골짜기의 제물이 될 것이다.가상현실에서 실재 인물과 구분되지 않는 가상인간을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큰 발전이고 매우 의미 있는 일이지만, 실물과 동일하게 만든다는 것은 물리적·생물학적 한계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일 수 있다. 실재와 똑같은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도 멋진 꿈의 구현이지만, 어떤 어김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2D 캐릭터를 만드는 것 역시 멋진 꿈의 구현이지 않을까?
    칼럼한림대 심리학과 최훈 교수2024/06/17 23:00
  • 흡연자가 ‘이것’ 먹으면 암 걸린다? 조심해야 할 고함량 ‘비타민’

    흡연자가 ‘이것’ 먹으면 암 걸린다? 조심해야 할 고함량 ‘비타민’

    건강을 위해 먹는 영양제지만, 베타카로틴은 흡연자에게 폐암을 유발할 수 있고 반대로 루테인은 흡연자의 폐암 발생과는 무관하다는 최신 연구를 지난 칼럼에서 보여 드렸었는데요. 오늘은 나머지 주의해야 할 비타민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오늘의 퀴즈: 흡연자가 일일 권장량 수준의 비타민A, 비타민B 섭취 시 폐암 발생 가능성이 오를까?정답은 X입니다. 하지만 일일 권장량 대비 과다한 용량으로 섭취 시에는 폐암 위험률이 증가하므로 섭취 용량에 주의가 필요합니다.먼저 비타민B를 설명드리겠습니다. 비타민B군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지만, 흡연자의 경우 특히 비타민B6과 비타민B12 섭취 용량에 주의해야 합니다. 핵심 근거1. 엽산, 비타민B6, 비타민B12는 DNA 대사 과정에 관여하는데, 과다 섭취 시 DNA 조절에 문제가 생겨 암 발병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혹이 있었습니다. 이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미국에서 코호트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특정 시점부터 사람들이 어떤 비타민을 얼마나 섭취했는지를 기록하고 이후 해당자들에게 폐암이 얼마나 생겼는지를 관찰해서, 폐암에 걸린 사람이 어떤 비타민을 많이 먹었는지 알아냈습니다.지금 보여드리는 연구에서는 흡연자 7만 7000명을 대상으로 평균 10년을 관찰하면서 폐암 환우분들의 데이터를 따로 추려 분석한 코호트 연구 데이터입니다. 비타민B6 영양제를 전혀 섭취하지 않은 흡연자 대비, 이를 섭취한 흡연자는 얼마나 암 유병률이 높은지를 분석했는데요. 남성 흡연자는 비타민B6을 하루에 20mg 이하(권장량의 13배 이하)로 섭취하는 것까지는 폐암 위험률이 유의미하게 변하지 않았으나, 반면 비타민B6를 20mg를 넘게(권장량의 13배 초과) 섭취한 남성 흡연자는 폐암 위험률이 1.82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칼럼김연휘 의사·유튜브 ‘근알의’ (근거를 알려주는 의사) 운영2024/06/14 09:48
  • [의학칼럼] 탈장의 '표준 치료법'은 뭘까?

    [의학칼럼] 탈장의 '표준 치료법'은 뭘까?

    서혜부 탈장이란 복강 내에 있어야 할 장기나 일부 조직들이 탈장구멍을 통해서 사타구니라 불리는 서혜부 쪽으로 탈출하는 질병이다. 탈장의 전체 유형 중 80% 이상으로 탈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선천적으로 구멍이 있던 경우도 있지만 복벽이 약화하면서 후천적으로 구멍이 생기기도 하고 여성보단 남성에게 주로 발생한다. 탈장은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질환인데, 꼭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바로 수술 후 재발을 줄이고 일상생활로 복귀가 빨라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탈장 치료의 표준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것이다. 의학 기술과 소재의 발전이 없던 과거에, 구멍을 단순히 봉합하는(무인공막 탈장 수술) 방법으로 치료했지만 재발률이 10~30%로 굉장히 높고 신경 손상의 가능성으로 수술 후 통증이 발생하는 합병증이 많았다. 하지만 'mesh'라 불리는 인공막이 개발돼 재발률을 약 1% 미만으로 급격히 낮추고 수술 후 통증도 줄어 무인공막 수술의 단점들이 상당히 보완됐다. 덕분에 현대의 탈장 수술은 인공막을 사용하는 탈장 교정술로 전 세계 외과의사들에게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인공막 탈장 교정술이 표준치료가 된 것은 과학이 발전하면서 서혜부탈장의 구멍이 4개인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3%의 환자는 두 개 이상의 구멍이 뚫려 있고 97%는 한 개의 구멍을 통해서 증상이 발생한다. 치료할 때 증상 있는 구멍만 막아주는 경우 향후 나머지 구멍이 다시 벌어지는 재발의 위험이 매우 커진다. 따라서 탈장 수술을 할 때 4개의 구멍을 모두 보강해 줘야 하는데 이는 인공막을 사용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외과의 교과서에는 이미 인공막을 사용하는 탈장 수술이 표준치료가 된 것이 수십 년이 넘었다. 인공막 사용을 못 하는 특별한 케이스에서만 단순히 조직을 봉합하는 무인공막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공막을 사용하면서 재발률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수술 후 발생하는 만성 통증 발생을 낮췄다. 또한 소재가 인체 친화적이기 때문에 감염이나 거부반응과 같은 합병증 위험이 거의 없고 신체 조직과 원활하게 합쳐져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단단하고 탄력 있는 조직이 된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환자 회복이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인공막은 교정 부위 전체를 덮으면서 장력을 고르게 분산시키고 조직의 부담을 줄여 수술 후의 통증과 불편함을 최소화해 준다. 덕분에 환자는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굉장히 빨라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무인공막 수술의 경우 특정 상황에서만 사용이 가능한데, 탈장 구멍이 크거나 복벽이 매우 약한 환자에게는 수술이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인공막 수술은 탈장의 크기와 복벽의 강도는 물론 서혜부 탈장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탈장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어 매우 높은 유연성을 보인다. 한편 인공막 탈장 수술의 장점을 더욱 극대화할 방법으로 최소 침습 수술인 복강경 수술이 있다. 복강경은 고화질 카메라를 통해 집도의가 직접 눈으로 보는 것보다 4배 이상 확대된 고해상도로 볼 수 있어 탈장 구멍 주변의 혈관과 신경들을 피하고 인공막을 정확하고 단단하게 위치시키는 정교한 봉합이 가능하다.결론적으로 서혜부 탈장의 표준 치료법인 인공막 탈장 교정술은 단순한 수술 이상의 이점들을 환자에게 제공한다. 재발을 감소시키고, 회복도 향상시키며 최소 침습적 수술 등 매우 탁월한 방법으로 돋보인다. 탈장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이미 인공막과 무인공막 등에 관해 많은 정보를 찾아봤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치료에는 표준 치료법이 있다. 원활한 복귀와 안전한 회복을 향한 첫 단추는 이러한 표준을 지키는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이 칼럼은 담소유병원 이성렬 대표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담소유병원 이성렬 대표원장2024/06/13 10:40
  • [의학칼럼] 여름휴가 앞두고 스마일라식? 시력교정술 언제부터 준비해야 할까

    [의학칼럼] 여름휴가 앞두고 스마일라식? 시력교정술 언제부터 준비해야 할까

    날씨가 더워지면서 본격적인 여름휴가 기간이 다가오고 있다. 여름 휴가철엔 해외 여행은 물론, 여름철에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수중 액티비티를 계획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때문에 휴가 전 미리 시력교정술을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시력교정술을 받은 후 안경 없이 편안하게 휴가를 즐기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시력교정술 방법 중 어떤 방법으로 수술을 하는지에 따라서 회복 기간이 달라질 수 있어 이를 고려해 휴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일반적으로 스마일라식은 다른 시력교정술과 비교했을 때 회복 속도가 빠르다. 따라서 휴가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스마일라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스마일라식은 절개 범위가 2mm 이내로 작고 수술에 걸리는 시간도 10분 이내로 짧아 수술 다음 날부터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을 정도다. 스마일수술 약 1주일 후부터는 비행기 탑승이 가능하고, 수술 1달 후부터는 물놀이 등 액티비티 활동이 가능해 7월에 여름 휴가를 계획하고 있다면 지금이 수술 적기다.만약 휴가 일정이 촉박한 상황이라면 스마일프로를 고려해볼 수 있다. 최근 출시된 스마일프로는 스마일라식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레이저 조사 속도가 10초 내외로 단축돼 더 빠른 회복이 가능하며, 자동 보정 기능을 신규 탑재해 더 높은 시력의 질을 기대할 수 있다.다만 누구나 스마일라식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시력교정술 방법을 결정하기 전 반드시 정밀검사를 통해 각막 두께, 동공 크기, 눈물 층 등을 확인해야 한다. 또 평소 생활 습관과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야 한다. 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장비의 종류나 의료진의 선호도에 따라서 추천하는 시력교정술 방법이 달라질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술을 진행하는 병원이 현존하는 시력교정술을 모두 진행 중인지, 정밀 검사 결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AI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는지 등을 따져보는 것이 좋다.조건 상 스마일라식이 가능하더라도 취미나 직업적인 이유로 인해 외부 충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면 충격에 강한 라섹 수술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 평소 안구건조증이 있는 경우에도 라섹을 추천한다. 다만 라섹 수술의 경우 수술 후 약 1주일 이상 회복이 필요하고, 본격적인 물놀이나 액티비티를 즐기려면 2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휴가 전에 미리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칼럼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김보이 원장​2024/06/13 10:38
  • 가뜩이나 힘든 직장에서 '인간관계 스트레스' 줄이려면?

    가뜩이나 힘든 직장에서 '인간관계 스트레스' 줄이려면?

    '따르릉' 스마트폰에서 경쾌한 알람이 울려 잠에서 깼다다. 상쾌한 아침을 맞이해야 하는 게 옳지만, 나는 커다란 한숨을 '푹' 하고 쉬었다. 오늘도 직장에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이 많아서? 일이 너무 하기 싫어서? 아니다. 오늘도 출근하면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사건건 내게 시비인지 트집인지 잡는 동료 녀석과 온종일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생각을 하니 절로 또 한숨이 나왔다. '그놈 오늘 어디 아파서 결근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과 함께.내가 출근을 하기 싫은 이유는 바로…작년 한 설문기관에서 '대한민국 직장인 삶의 만족도'라는 주제로 전국 직장인 1000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직장 생활의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연봉 수준(3위, 19.7%), 근무 환경(2위, 22.6%)을 제치고 대망의 1위는 직장 내 인간관계(27.8%)가 차지했다. 연봉이 높아도, 근무 환경의 워라밸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 직장을 계속 잘 다닐 수 있느냐는 동료들과의 관계가 어떠한가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 "결국에 일할 때 가장 힘든 순간은 사람 때문이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직장 생활에서 가장 힘든 순간은 업무에 치여 늦게 퇴근한 날이 아니라 불편한 동료와 갈등이 쌓여가는 날들이다.이전 연재에서 이미 한번 언급한 적 있지만, 오랜 옛날 인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종의 우위를 선점할 수 있었던 것은 무리생활을 한 이후다. 여러 세대를 거치며 생존을 위해 우리의 뇌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적응해 왔고, 인류는 집단에서 사람들과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에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끼도록 바뀌어왔다.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관계가 틀어지면 예민해지고, 집단에서 나를 배척하는 느낌이 들면 괴로운 감정을 느끼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직장에서 누군가가 나를 싫어한다는 느낌이 들면 온종일 불쾌한 감정에 휩싸이고, 동료가 내 험담을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는 반응은 실은 인류가 보편적으로 가진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이다.고마운 것은 쉽게 잊고 서운한 것은 오래 기억한다진료실에서 만난 30대 내담자의 실제 이야기다. 요즘 옆 부서 동료 때문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날이 서 있고,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해서 가뜩이나 신경이 쓰이던 중, 어제는 내담자가 업무에서 실수를 했더니 개인적으로 말해줘도 될 것을 회사 그룹 채팅방에서 "업무 틀리셨는데요?"하고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몇 주째 그 동료 때문에 화가 나 있고 불면에 시달리고 있기에, 부서를 옮겨주지 않으면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물어봤다."팀원은 총 몇 명이지요?" / "12명이에요""다른 팀원들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 "다른 사람들이랑은 잘 지내요. 친한 동갑 친구도 있고요. 유독 그 사람만 그렇다니까요""그럼, 본인과 그 사람 제외하고 10명이랑은 사이가 좋은 거네요?" / "네 맞아요!""1명과 사이가 나쁘고 10명과 사이가 좋으면, 괜찮은 직장 같은데요" / "그런가요…?"내담자는 10명의 동료와는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어째서 한 명의 동료와 삐걱대는 관계에만 집착하는 것일까? 우리가 길을 가다가 만원을 주워서 무척 신이 났다. 그런데 집에 와 보니 주머니에 있어야 할 돈이 주머니에서 빠졌는지 없는 거다. 이때 우리는 만원을 얻고, 만원을 잃었으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감정을 느낄까? 그렇지 않다. 주웠던 만원에 대한 기쁨은 없고, 잃어버린 만원에 대한 속상함만 남는다. 이를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 bias)'이라고 하는데, 부정적인 경험을 긍정적인 경험보다 더 강하게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인 경험이 긍정적인 경험보다 2~2.5배 더 강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이는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관계 심리학자 존 가트맨(John Gottman)에 따르면 인간관계에서 부정적인 상호작용 한 번을 상쇄시키려면 긍정적 상호작용이 다섯 번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즉,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좋은 기억들이 여러 번 있더라도 기분 상하는 일 한번이 이를 다 파괴해 버릴 만큼 강력하다는 뜻이다.여러 사람이 모이면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게 정상이다집단에서 10명이 있을 때 일반적으로 2명은 나를 좋게 보고 2명은 나를 안 좋게 여기며 나머지 6명은 내게 별로 관심이 없다. 나는 이를 '2·6·​2 법칙'이라고 부른다. 별 노력을 하지 않아도 말이 잘 통하고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특별한 일이 없었음에도 사사건건 부딪치는 왠지 기분 나쁜 사람도 꼭 있다. 우리가 실수하는 것은 후자의 두 명에게만 너무 신경을 쓴다는 점이다. 이들과 갈등이 있을 때 다투느라 에너지를 쓰거나, 혹은 어떻게든 좋은 관계를 만들어보려 지나치게 애를 쓰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과는 뭘 해도 원하는 대로 잘 안되는 게 보통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 썩 가깝지 않더라도 '저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야'하고 좋은 이미지를 가지기도 하고, 반면에 잘 모르는 관계인데도 마음에 안 들고 괜히 싫은 사람도 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처럼 누군가도 나를 보고 좋게도 혹은 나쁘게도 본다. 정말 별 이유가 없어도 말이다.집중해야 할 것은 불편한 두 명이 아니라, 내가 아끼고 또 나를 아끼는 두 사람이다. 그리고 여력이 된다면 적당히 지내는 6명과도 기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다. 나를 좋게 보거나 나쁘지 않게 여기는 여덟 명을 두고, 어려운 두 명에게 많은 에너지를 투자하는 낭비를 할 필요는 굳이 없다. 혹시나 직장에서 인간관계에 힘들어하시는 분들이라면 오늘도 나와 식사도 하고 인사를 나눈 이들을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 우리 삶에서의 행복은 결국 기분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로 쌓아 나가는 것임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칼럼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한승민 대표원장​2024/06/10 08:00
  • [의학칼럼] 여름철 신발, 족저근막염·무지외반증 등 족부 질환 위험 높여

    [의학칼럼] 여름철 신발, 족저근막염·무지외반증 등 족부 질환 위험 높여

    날씨가 더워지면서 시원하게 착용할 수 있는 슬리퍼나 샌들 등 여름 신발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또 다가오는 장마철을 대비해 인기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는 레인부츠(장화)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며 여름철 올바른 발 건강관리에도 함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신발은 패션뿐 아니라 보행 시 충격을 흡수하고 분산하여 발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잘못된 신발 선택은 발 건강에 해로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여름철에는 얇고 딱딱한 샌들이나 슬리퍼, 그리고 뒷굽이 높고 무거운 재질의 레인부츠를 많이 착용하게 되는데, 이는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고 발에 무리를 주어 족저근막염, 무지외반증과 같은 여러 족부 질환을 유발한다. 족저근막염은 발바닥 부위의 두꺼운 섬유 띠인 '족저근막'이 손상되면서 염증이 생기고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슬리퍼나 샌들, 구두 등 밑창이 얇고 딱딱한 신발을 자주 착용하고 오래 걷거나 등산, 달리기와 같이 무리한 활동을 할 때 발에 과도한 충격이 가해져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평발, 요족, 아킬레스건이 짧거나 발목관절이 위로 젖히는 운동 범위가 제한된 경우에도 발병 위험이 높다.증상은 주로 발꿈치 안쪽에서 통증이 발생하며, 발뒤꿈치뼈 전내측 종골 결절 부위를 누르면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 처음 몇 발짝을 디딜 때 발뒤꿈치 부위에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다가 활동하면서 점차 통증이 줄어드는 것이 특징이다.족저근막염은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수술 없이 충분한 휴식과 물리치료, 약물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로 대부분 회복할 수 있다. 초기에는 보조기 착용, 스트레칭, 소염진통제를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으며, 통증이 심하거나 지속된다면 족저 부위에 스테로이드 주사, 체외충격파 치료를 시행하여 통증을 줄이고 손상 부위를 회복시킬 수 있다.그리고 가장 흔한 발 변형 질환 중 하나인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 쪽으로 심하게 휘어지고, 엄지발가락 관절이 내측으로 돌출되는 변형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돌출된 엄지발가락 관절 부위가 계속해서 신발에 자극을 받아 두꺼워지고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게 되며, 다른 발가락의 발바닥 부위에 굳은살이 생기고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심한 경우,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과 위나 아래로 엇갈려 겹치거나 관절이 탈구되어 보행에 큰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관절염이나 발목, 무릎, 허리 등 이차적인 질환을 유발하고 심한 통증과 기능 제한이 나타날 수 있어 조기에 치료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원인은 크게 원위 중족 관절면 각이 과다한 경우, 평발, 과도하게 유연한 발, 가족력과 같은 선천적인 요인과 딱딱하고 앞이 좁고 뒷굽이 높은 구두, 하이힐, 장화 등의 잦은 착용, 반복적인 외상 등의 후천적인 요인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그래서 구두나 하이힐을 자주 신는 여성들의 발병률이 높다. 최근 남성들도 패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구두나 장화와 같이 뒷굽이 높고 앞이 좁은 신발을 착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며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무지외반증의 진단은 X선 검사로 엄지발가락이 15도 이상 휘어진 경우 무지외반증으로 진단하며, 필요에 따라 동반 질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MRI 정밀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볼이 넓고 편안한 신발을 착용하고 약물치료와 교정기를 사용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그러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심한 통증과 엄지발가락의 휘어진 정도가 30도 이상의 변형을 보이는 경우,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기존의 무지외반증 수술은 절개 부위가 크고 뼈를 깎는 절골술이 불가피해 통증이 크고 회복 기간이 길었지만, 최근에는 미카 수술(minimally invasive chevron akin)을 통해 큰 절개 없이 주변에 미세한 절개 후 세밀하게 절골하거나 변형된 뼈를 정렬하여 특수 나사로 고정하여 손상을 최소화하고 빠른 회복을 가져올 수 있다. 이 수술은 정확하고 세밀한 조작이 필요한 고난도의 수술로, 족부 수술 경험이 풍부하고 숙련된 족부 전문 의료진에게 받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족부 질환은 초기에 증상이 심하지 않아 방치하여 치료 시기가 늦어지기 쉽다. 따라서 건강한 여름을 나기 위해서는 조기 발견과 치료를 통해 통증이 만성화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신발을 잘 선택해야 한다. 특히 바닥이 딱딱하고 앞코가 좁은 신발이나 뒷굽이 높은 신발은 피하고, 편안하고 볼이 넓고 쿠션이 좋은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충분한 휴식과 족욕 등 평소 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생활 환경 및 습관을 형성해야 한다.(*이 칼럼은 동탄시티병원 이상진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동탄시티병원 이상진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2024/06/07 10:58
  • 예쁘기로 유명한 꽃 ‘작약’, 생리통·생리불순에 명약

    예쁘기로 유명한 꽃 ‘작약’, 생리통·생리불순에 명약

    5월이 지나면서 많은 꽃 축제가 열리고 끝났지만 아직도 꽃들의 향기와 여운은 남아있는 6월이다. 우리 한약재 중에서도 꽃이 예쁘기로 유명한 한약재가 많은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5, 6월을 화려하게 수놓는 작약이다. 얼마나 꽃이 아름답고 다채로운지 중국에서는 love flower라는 이름을 가지며 연인사이에 자주 선물하는 꽃이라고 한다.한약재로서의 작약은 꽃이 아닌 뿌리를 사용하며 꽃이 예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인과 질환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한약재다. 혈액순환을 돕고 어혈을 풀어주며 양혈(養血) 작용을 하기 때문에 생리불순, 월경통, 난임, 월경증후군 등 어지간한 부인과 질환에는 무조건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숙지황, 작약, 당귀, 천궁으로 이루어진, 부인과 처방의 가장 기본 처방인 사물탕에도 당당히 한자리 차지할 만큼 부인과 질환의 명약이다. 그 다채로움만큼이나 부인과 질환 외에 다른 질환에도 많이 사용되는데 근육 이완 및 항경련, 진통, 항염증, 신경보호, 항우울, 진정에도 효능을 가지고 있다.특히 생각보다 근육이완 및 진통 작용이 강력하여 각종 통증, 근육통에도 작약이 한약재 중 첫 손에 꼽힌다. 쌍화탕이 대표적이다. 쌍화탕은 보약 가운데서도 특히 육체노동을 많이 하는 사람의 기력회복에 더욱 효과가 탁월한데 이 쌍화탕의 군약(주요 구성성분)으로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이 작약이다. 이러한 진통, 근육이완작용을 이용하여 교통사고 환자나 운동 선수들을 위한 처방에도 작약이 꼭 들어간다.또한 항우울, 진정 작용도 매우 뛰어나 예로부터 갱년기 여성에게 가장 대표적으로 처방하는 가미소요산이라든지, 스트레스성 질환에 사용되는 사역산에도 작약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작약 자체만으로도 유의미한 항우울, 진정작용을 나타낸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보고되고 있으며 한국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작약의 항우울, 진정 효과는 인정받고 있다. 대만에서 발간된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한약재 2위가 작약이었을 정도다.작약의 다양한 얼굴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자가면역질환 특히, 관절파괴를 예방하는 효과가 밝혀져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 가능성 또한 주목받고 있는데 통증을 덜 느끼게 하고 진통효과를 가진 것으로 보고되며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중이다.이처럼 보기에도 좋고 약으로 먹으면 더 좋은 작약을 가정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우선 생리통이 심한 여성의 경우 작약과 감초를 1대1로 배합하여 차로 마시면 일정 부분 효과를 볼 수 있다. 부인과 질환과 진통 모두 효과를 가지고 있는 작약은 감초를 만나면 더욱 진통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배합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데 생리통이 시작하기 하루 전부터 차처럼 수시로 음용하면 좋다.또한 항우울, 진정 작용 역시 뛰어나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쉽게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작약차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단 작약은 찬 성질에 속하기 때문에 작약만을 장기간 차로 마실 경우 오히려 몸이 찬 여성의 경우 소화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며 작약 자체의 효과도 뛰어나지만 다른 한약재와 배합할 시 더욱 월등한 약리 효과를 내기에 질환을 치료하고 싶은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가인 한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칼럼최윤용 한의사2024/06/07 07:15
  • [의학칼럼] 차세대 시력교정술 '투데이 라섹''스마일라식'… 빠른 회복과 적은 부작용이 장점

    [의학칼럼] 차세대 시력교정술 '투데이 라섹''스마일라식'… 빠른 회복과 적은 부작용이 장점

    많은 사람이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착용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어 시력 교정 수술에 관심을 가진다. 시력교정 수술을 받는 게 안전한지, 주의사항은 없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대표적인 시력 교정 수술로는 라식(LASIK)과 라섹(LASEK) 수술이 있다. 각 수술법에는 장단점이 있어 개인의 눈 상태와 선호도에 따라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라식(LASIK) 수술은 각막 상피를 절개하여 절편을 만든 뒤 엑시머 레이저로 각막 실질 부위를 교정하는 방식으로, 회복 기간이 짧고 통증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각막 절편으로 인해 충격에 대한 안전성이 낮고 안구건조증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라섹(LASEK) 수술은 각막 상피를 알코올과 브러시로 제거한 뒤 레이저로 각막 실질 부위를 교정하는 방식으로, 라식에 비해 안전하지만, 상피 재생 과정에서 통증이 오래 지속되고 회복 기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다.투데이라섹은 기존 라섹 수술의 단점을 보완한 방식으로, 각막 상피를 레이저로 절삭하여 제거한다. 손상되는 각막 상피 면적이 40% 정도 적어 상처 회복 속도가 빠르고 부작용 위험이 낮다. 안구건조증, 빛 번짐, 각막혼탁, 근시퇴행 등의 부작용 발생 빈도가 낮으며 회복 기간이 단축된다. 스마일라식의 경우 기존 수술인 라식과 라섹의 장점을 결합한 수술로 회복 기간이나 통증에 대한 부담이 적어 바쁜 대학생과 직장인, 운동선수 등 다양한 직군에 적합하다.라식과 라섹의 장점을 결합한 스마일라식은 각막 상피를 제거하거나 각막 절편을 생성하지 않고 각막미세 절개로 시력을 교정한다. 때문에 각막 표면의 손상이 적어 통증이 거의 없고 외부 충격에 강하며, 각막 혼탁, 안구건조증, 원추각막 등 부작용 발생률도 낮다.무엇보다 스마일라식은 수술 다음날 대부분의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 속도가 빠르다.한편, 안내렌즈삽입술은 각막 교정 수술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인공 렌즈를 눈 속에 삽입하여 시력을 교정하는 방식으로, 각막 절삭이 필요 없어 안전성이 높고 근시, 난시, 노안 등 다양한 시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시력교정 수술 시 수술 장비와 의료진의 숙련도, 장기간의 시력보존과 사후 처리를 위한 병원의 오랜 역사와 장기 존속성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밀 검사 결과와 각막 상태, 회복 기간을 고려하여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맞춤형 수술을 받아야 한다.(*이 칼럼은 강남 밝은성모안과 박창현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강남 밝은성모안과 박창현 원장 2024/06/04 13:13
  • [의학칼럼] 뻣뻣한 뒷목 통증, 목 디스크 아닐 수도?

    [의학칼럼] 뻣뻣한 뒷목 통증, 목 디스크 아닐 수도?

    뻣뻣한 뒷목, 저릿저릿한 팔과 손의 증상이 지속되면 목 디스크 탈출증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경추부 협착증의 대표 증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목 통증을 비롯해 어깨, 팔까지 방사통이 있다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평소 바르지 못한 자세,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 등 경추에 부담을 주는 행동은 퇴행성 변화를 일으켜 디스크 변성을 야기한다. 경추간판 탈출증, 협착증이란 전혀 다른 별개의 질환이라기보다는 갑작스런 외력으로 목 디스크가 손상이 되는 급성 병변을 목디스크 탈출증, 오랜 시간 디스크의 퇴행성 변화로 척추 사이 간격이 낮아지고, 황색인대 및 후관절의 비후가 진행되어 서서히 신경을 누르는 상태를 협착증으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칼럼생생병원 박준희 원장(신경외과 전문의)2024/06/03 10:52
  • "혼자가 아니다"…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는 가족 도와주는 법

    "혼자가 아니다"…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는 가족 도와주는 법

    우울증은 흔하고 우울감은 누구나 느낀다. 살다 보면 인생의 위기란 우울증 환자에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이 우울증 환자를 열심히 위로했는데도 나아지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너만 우울하냐, 너만 힘든 일이 있는 건 아니다”라는 식의 말이 입밖으로 툭 튀어 나오기도 한다. 가족이 우울증 환자를 바꾸려고 하면 안 된다. ‘어떻게 하면 환자와 편안한 상태로 같이 잘 지낼 수 있는가’ 하는 관점으로 우울증에 접근해야 한다. 조급하게 접근하면 오히려 탈이 난다. “왜 빨리 좋아지지 않느냐!”고 환자를 채근하는 것도 금물이다. 때로는 무관심하게 있는 것도 필요하다. 평소에 너무 과도하게 관심을 기울여서 환자가 부담을 느껴왔거나 잔소리가 심한 가족이었다면 거리를 조금 두는 것이 좋다. 심리적으로 거리를 두었다가 환자가 요구할 때 개입하면 된다.우울증 환자가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하지 않는다면, 약간의 격려와 응원으로 가족이 환자의 동기 부족을 메꿔주면 좋다. 환자가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걸 일깨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잘못으로 우울증에 걸린 것이 아니라는 걸 확신시켜 주는 것도 필요하다. 가족이 응원하고 꾸준히 함께 옆에 있을 거라고 알려줘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환자를 지나치게 몰아세우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거나, 관계가 나빠진다. 우울증 환자를 그냥 내버려 두면 버릇이 없어지거나 나태해질 것 같다고 걱정하는 가족들도 있다. 환자가 나아지려는 동기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가족이 힘을 보태고 나아질 거라고 확신을 갖게 도와야 하지만, 압박을 가하면 치료 의지는 낮아지게 마련이다. 환자의 심리적 부담감이 커지면 더 위축되고 스스로를 고립시켜 버릴 수도 있다.‘우울증에 걸리면 무조건 쉬게 해야 하느냐, 가만히 내버려 두어야 하느냐’ 하고 우울증 환자의 가족은 종종 의사에게 묻는다. 지쳐 있으면 휴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마냥 쉰다고 우울증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신체적 건강을 회복할 때와 마찬가지로 건강한 음식 먹고 제때 자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 몸이 건강해지는 것처럼, 마음도 건강하게 관리해야 치료된다.억지로 하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환자가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서 요양하듯 시간을 보내면 회복이 늦어진다. 환자의 회복 속도에 맞춰 활동량을 점진적으로 늘려갈 수 있도록 가족이 보조를 맞춰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 맛있는 식당에서 외식하기, 가벼운 산책처럼 부담을 느끼지 않을 활동부터 환자가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우울증이 심할 때는 이마저도 어렵다. 그렇더라도 아무런 활동 없이 실내에만 계속 머물면 우울증은 악화된다.가정주부가 우울증에 걸렸을 땐 접근법이 조금 다르다. 그들은 집안일과 육아로 자기 삶을 잃어버렸다고 느낀다. 자신을 위한 시간이 부족하고, 자아 실현에서 멀어졌다고 좌절감을 느낀다. 이럴 때는 육아나 집안일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필요하다. 배우자가 집안일을 대신해 주면 좋다. 남편이 아이를 전담하고, 아내가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우울증에 걸린 주부가 아무것도 안하고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안 된다. 이렇게 하면 환자는 스스로 죄책감에 시달릴 수도 있다.아이와 집안일을 돌보지 않는 엄마가 된 것 같다며 자책한다. 가족은 환자에게 “그렇지 않다. 우선은 건강을 회복하는 게 더 우선이다”라고 안심시켜줘야 한다. 안정을 취하고 나서 이전 생활로 돌아가도 좋고, 의미 있는 다른 일을 해 볼 수도 있으니,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고 해야 한다.우울증 환자의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앞에서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가족도 우울증 환자의 식사 만큼은 꼭 챙겨서 같이 먹는 집안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환자가 자기 방에서 혼자 밥을 먹으려고 하거나 끼니를 거르면 “밥은 가족이 함께 모여서 먹었으면 좋겠다”라고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게 좋다. 식사할 때 대화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말없이 식사해도 되니 얼굴만이라도 마주 보며 밥 먹는 시간 만큼은 가족 모두 함께 있으면 좋겠다고 해야 한다. 가족들이 우울증 환자와 어느 정도 심리적으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적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거다’하고 정답을 꼭 집어 말해줄 수는 없다. 심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환자에게 지나치게 밀착하는 건 좋지 않다. 환자를 돕겠다고 과도하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개입하는 것도 안 좋다. 때로는 적당히 무신경하게 지켜보는 게 도움이 될 때가 많다.가족마다 관심을 기울이는 정도가 다르고, 환자마다 요구하는 관심의 강도도 다르다. 완전한 무관심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친밀하게 끊임없이 대화가 필요할 때도 있다. 이걸 매 사례마다 정확히 결정하기란 무척 어렵다. 약물의 용량을 늘이듯 조금씩 조정해가면서 적절한 수준을 찾아가는 수 밖에 없다. 의사와 상의하면서 조율해도 된다. 그렇다고 의사가 정답을 알려줄 수는 없다. 주치의와 상의하면서 적절한 개입의 수준과 관심의 정도를 조정해 나간다, 라고 크게 생각하면 된다. 가족이 명심해야 할 원칙은 ‘효과적인 것은 반복하고 효과적이지 않은 것은 멈춘다’이다. 가족이 도와준다고 했는데 환자는 오히려 불편해하고 우울증에 부정적인 영향만 끼쳤다면 그런 개입은 중지하는 게 좋다. 우울증 환자의 치료에 효과적인 개입이라면 그걸 반복하면 된다.  우울증에 시달리지 않고 있을 때 환자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을 떠올려 보고 그것을 다시 하면 된다. 환자가 평소에 기분 좋아하거나, 의욕을 냈던 일들을 떠올려 보고 그것을 다시 할 수 있도록 가족이 도와주면 된다. 평소에 환자와 외식하면서 가족 대화가 원할했다면 그걸 다시 시도하면 된다. 환자가 좋아했던 음식을 만들어줘도 좋다. 환자가 산책하기를 좋아한다면 가족이 같이 강변을 걷는다. 환자에게 산책하기 좋은 장소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환자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족이 알고 있고, 그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으려고 할 때 설득하는 것도 가족에게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말해도 완강하게 “나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다. 상담이 무슨 도움이 되냐”라는 식으로 거부하면 가족이 치료에 대해 말을 꺼내기조차 어렵다. 그럴 때는 가족부터 병원에 와서 우울증 환자에 대해 의사와 상의한다. 환자의 상태에 대해 가족이 의사와 먼저 상담하면서 어떤 점을 주의하고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지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이 환자 대신 병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환자에게 알리는 것도 좋다. “어떻게 하면 너를 도울 수 있을지 알아보려고 내가 먼저 병원에 갔다 왔다”라고 하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가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너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솔직히 말하면 된다. 그러고 나서 “너도 병원에 같이 가면 좋겠다”라고 슬쩍 권유해보는 것이다.
    칼럼김병수정신건강의학과 김병수 원장2024/06/03 07:15
  • [의학칼럼] 축구 사랑 위협하는 '십자인대 파열'… 예방법 알아둬야

    [의학칼럼] 축구 사랑 위협하는 '십자인대 파열'… 예방법 알아둬야

    유명 축구 선수의 십자인대 파열 뉴스를 종종 접해본 적 있을 것이다. 축구는 격한 몸싸움과 빠른 방향 전환 등 거친 플레이가 많아 부상이 잦은 종목이다. 그중에서 십자인대 파열은 점프 후 착지 과정이나 빠른 속도로 드리블하는 과정에서 흔히 발생한다. 흔한 부상이라 해서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운동 능력 회복이 어렵고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해 관련 운동을 못하거나 치료를 하더라도 재파열 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십자인대는 경골(정강이 뼈)과 대퇴골(허벅지 뼈)을 연결해 주는 X자 모양의 인대로 전방(무릎의 앞), 후방(무릎의 뒤) 두 개의 인대로 구성되어 있다. 무릎이 앞뒤로 흔들리지 않게 고정시켜주기 때문에 회전력에 저항하여 무릎 관절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십자인대가 파열되어 기능을 상실하고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을 십자인대 파열이라고 하며, 튼튼한 구조물이지만 비틀림에는 취약하여 무릎 관절이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꺾어지거나 다리가 크게 비틀어지는 상황에서 쉽게 파열되는 편이다.십자인대 파열 시에는 무릎에서 '뚝' 또는 '퍽' 하는 파열음이 들리면서 무릎에 통증이 느껴지고, 무릎이 부어 열감이 느껴지거나 흔들거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십자인대의 부분 파열일 경우, 통증이나 출혈이 크지 않아서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점차 완화되는 경우가 있어 단순한 타박상이나 무릎의 염증으로 오인하고 질환을 방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십자인대 파열은 시간이 지난다고 자연 회복이 되지 않고 완전 파열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무릎 안의 인대가 파열되면서 무릎 관절안에 피가 고이는 혈관절증이 나타나 무릎이 붓고, 무릎 관절이 어긋나거나 덜렁거리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심한 경우 연골 손상 및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져 쪼그려 앉는 동작은 물론 딛거나, 일어서거나, 걷는 일상조차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약한 통증이더라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게 바람직하다.십자인대의 파열을 확진하기 위해서는 MRI촬영과 같은 정밀검사가 필요한데, MRI촬영에 앞서 이학적 검사를 실시한다. 이학적 검사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환자의 정강이를 당기거나 돌려보면서 무릎 관절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인데, 이때 환자의 무릎이 덜컹거리거나 밀리는 등의 십자인대 파열 증상이 나타난다면 MRI촬영을 진행할 수 있다.십자인대 조직의 일부분에만 손상이 발생한 환자는 보조기를 착용하거나 물리치료, 약물치료, 주사 요법 등의 비수술적 치료를 진행하여 호전을 기대한다. 하지만 파열된 범위가 넓거나 조직이 완전히 끊어진 환자라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십자인대가 완전히 파열된 경우 기존의 인대를 제거하고, 환자에 상태에 따라 자가건이나 타가건을 이용한 치료로 관절내시경 수술이 시행된다. 십자인대 재건술 후에는 체계적인 재활 과정을 거쳐 무릎 관절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치료만큼 충분한 재활도 중요하다. 십자인대가 손상된 후 다리를 쭉 펴 허벅지를 들어 올려 버티는 '등척성 운동'등의 재활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수술할 때까지 장기간 방치하면 근육이 빠져 회복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수술 후에는 등척성 운동, 자전거, 수영 등 하체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재활운동으로 근육을 강화한 후에는 얼음팩 또는 얇은 수건으로 얼음을 감싸 20분 정도 냉찜질을 하면 통증을 완화시키고 무릎의 부종과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된다.스포츠 운동 중 십자인대 부상을 막으려면 운동 전 스트레칭으로 경직된 관절과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할 땐 무리한 점프와 방향 전환을 삼가고 운동 후에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며 충분히 쉬는 것이 도움이 된다. 평소 허벅지 근육을 강화시켜 주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칼럼새움병원 박형근 원장 (정형외과 전문의)2024/05/31 10:00
  • 쏘팔메토, 전립선비대증 약이랑 같이 먹어도 될까요?

    쏘팔메토, 전립선비대증 약이랑 같이 먹어도 될까요?

    “교수님, 아들이 좋다고 사주는데 이 약도 같이 먹어도 될까요?” 전립선 비대증으로 6개월 정도 약제를 복용해 많이 개선되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약병을 보여주며 물었다.사실 요즘 TV를 포함하는 대중 매체에는 쏘팔메토(Saw Palmetto)를 주성분으로 하는 전립선, 배뇨, 남성 건강에 대한 건기식(건강기능식품) 광고가 넘쳐난다. 쏘팔메토 추출물은 항남성호르몬, 여성호르몬, 항염증 성분, 등으로 전립선 관련 증상에 치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여 개발되었다. 그렇지만 처방약도 불만족스러울 수 있는데 과연 건기식으로 개선이 될지 호기심이 인다.쏘팔메토 추출물은 위약과 비교하면 야간뇨의 개선,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 개선, 등 일부 임상시험에서 개선되는 효과를 보이기도 했지만, 대부분 임상시험에서 위약과 차이가 없었다.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제들과 직접 비교했을 때도 효과가 없거나 많이 부족했다. 또 전립선 크기를 30% 이상 줄이는 5알파환원효소억제제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전립선 크기를 줄이지 못했다. 그나마 이런 효과를 보인 것은 유럽에서 의약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으로 시행한 임상 결과다. 국내에는 이런 수준의 의약품은 한 가지뿐이고 나머지는 건기식 제품으로 유효 성분의 함량이 낮아 처방 없이 구입한 제품은 이론은 그럴 듯해도 실제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국내 비뇨의학과 전문의 중 0.8%만 쏘팔메토 성분의 의약품을 처방하는데 이때에도 반드시 알파차단제와 같은 전통적인 치료제를 함께 처방한다. 결국 쏘팔메토 추출물 단독 투여로는 일부 개선된다는 주관적인 느낌은 줄지 모르지만, 약보다는 그냥 경과 관찰, 혹은 습관 교정만 해도 되는 경증 환자가 아니라면 유의한 개선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방증한다. 처방 약제 수준으로 정말 효과가 있다면 모든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처방 않을 이유가 없다.식약처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쏘팔메토 추출물 평가에서도 ‘7편의 체계적 문헌고찰 논문을 검토한 결과, 쏘팔메토 추출물은 전립선비대증 개선 효과를 뒷받침할만한 근거는 없다’고 결론에 기술하고 있다. 미국 NIH 산하 단체에서 2조 이상을 대체의학 효과 검증 연구에 지출하였는데, ‘어떠한 허브도 치료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의약품은 어느 회사에서 생산되더라도 인정받은 유효 성분 함유량과 동일한 임상적 효과를 보이도록 국가가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건기식은 유효 성분이 일정하지 않다. 동일한 쏘팔메토라도 구입한 재료 원산지, 추출 방식(유럽의약품청은 검증된 헥산추출 방식만 권장), 등에 따라 유효 성분의 함유량이 회사 제품마다 달라서 임상적 효과가 일정하지 않다. 결국 회사마다 추출물의 양은 동일해도 그 속의 유효 성분의 양이 다르고, 또 그 유효 성분이 의약품만큼 효과적인 용량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검증 연구에서 부정적인 결론이 도출되는 이유이고, 의료인들이 건기식을 치료제로 인정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안전성은 어떨까? 쏘팔메토 부작용에 대한 40개 논문의 메타 분석을 보면, 거의 대부분 위약과 차이가 없고, 있더라도 경한 부작용으로 안정성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건기식의 장점이 효과가 없더라도 부작용이 적다는 것인데, 꼭 그렇지만은 않아서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의 제약사 건기식은 충분히 정도관리가 되고 있는데 반해, 수입했거나 근거가 없는 제품은 다르다. 일본 고바야시 제약의 붉은 누룩 제품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은 건기식에 대해 매우 관리를 잘하고 있는데도, 매출 1 조원 이상의 의약외품 전문업체의 건기식을 먹고 200명 이상이 입원, 심지어 5명이 사망한 사건이 2024년에 벌어졌다. 붉은 누룩은 이미 수십 개 회사에서 제품화해 왔기 때문에 원료 자체의 문제는 아니고 제품 생산 중에 독성 물질이 혼입된 것으로 본다. 의약품과 같이 불순물의 혼입에 대해 꼼꼼한 관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다른 사람에게도 늘 말했듯이 질문한 환자에게 대답했다. “라벨을 보니 의약품은 아니고 국내 건강식품이라 큰 부작용 없을 테니 드셔도 됩니다. 그래도, 누가 선물로 주면 드시고 어르신 돈으로 사드시지는 마십시오.”
    칼럼민권식 부산백병원 비뇨의학과 교수2024/05/27 07:15
  • 천식약, 사용해도 효과 없을 땐 ‘이렇게’

    천식약, 사용해도 효과 없을 땐 ‘이렇게’

    천식은 기도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겨 기도가 좁아지는 호흡기 질환이다.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등 천식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에 자극받아 기도가 부어 숨이 차고, 기침이 나며, 가슴이 답답해지고, 가슴에서 쌕쌕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래서 천식을 치료하기 위해 이러한 원인 물질을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지만, 현실적으로 완전히 피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다른 치료방법도 사용한다. 무슨 치료든 단기간 내에는 완치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대부분의 천식 약물은 입으로 들이마시는 흡입제 형태로 되어 있다. 주사제나 입으로 먹는 경구제는 온몸으로 약이 퍼지기 때문에, 효과가 나타나야 할 기도에는 약이 적게 가고 괜히 몸의 다른 부분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반면, 흡입제는 입으로 들이마시기 때문에 염증이 있는 기도에 약이 바로 전달된다. 적은 양을 써도 되고 그만큼 주사나 경구제보다 부작용은 적다. 그러나 흡입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약이 제대로 기도에 들어가지 않아, 환자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약 효과가 크게 차이 난다. 흡입제는 정량분무식 흡입기 (Metered dose inhaler, MDI)와 건조분말 흡입기 (Dry powder inhaler, DPI)로 나뉜다. 두 종류 모두 성인이 한 손으로 쥐기 편하도록 작은 크기이고,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으로 된 기계이다. 이름을 보면 그 특징을 알 수 있다. 정량분무식 흡입기는 기계를 누르면 ‘정해진 양’만큼 약 ‘가스가 분무’된다. 건조분말 흡입기 안에는 ‘분말’이 있다. 이에 따라 사용법이 크게 차이 난다.우선, 정량분무식 흡입기에는 약 가스가 들어 있는 알루미늄 통이 있다. 버너에 넣는 부탄가스통을 손가락만하게 줄여놓은 것처럼 생겼다. 부탄가스통을 흔들고 버너에 넣으면 불이 잘 나오는 것처럼, 정량분무식 흡입기도 사용 전에 서너번 흔들어주면 약 가스가 골고루 잘 나온다. 잘 흔들고나면 흡입할 차례이다. 폐 안에 숨이 차 있으면 아무래도 들이마실 수 있는 양이 적기 때문에, 숨을 내뱉어 폐를 비워준다. 이때, 흡입기에 난 구멍 안쪽으로 숨을 내뱉으면 입김이 들어가 흡입기가 망가질 수 있다. 다른 쪽으로 숨을 내뱉고, 흡입기에 난 구멍 안으로는 내뱉지않아야 한다. 이제 약 가스를 마실 차례이다. 흡입기에서 약이 나오는 구멍을 입에 문다. 이가 아닌 입술로 오므려 물어서 빈틈이 없도록 해야 정확한 양의 약 가스를 마실 수 있다. 그러고 나면 흡입기를 누를 차례인데, 흡입기를 누르는 순간 ‘정해진 양’의 약 가스가 넉넉잡아 5초 동안 나온다. 이 과정에서 실수가 자주 일어난다. 흡입기를 누르고 약 가스가 나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후 입에 넣고 흡입하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흡입하기 전 몇 초 동안 약이 공중에 버려지고 있었기 때문에, 막상 환자가 흡입하는 약의 양은 얼마되지 않는다. 흡입기를 누르자마자 흡입하기 시작하더라도, 약 가스가 나오는 시간 내내 흡입하지 않고 중간에 멈춰버리면 나머지 시간 동안 나오는 약은 공중에 버려진다. 흡입기를 누르자마자 숨을 들이마시기 시작해서 약 가스가 나오는 5초 내내 얕고 깊은 들숨을 유지해야 한다. 약 가스가 다 나왔으면 흡입기를 입에서 떼고, 입을 다문 채로 10초 정도 숨을 참고 코로 천천히 숨을 뱉는다. 만약 약을 마시자마자 입으로 숨을 내뱉는다면 흡입한 약이 흡수되지 않고 바로 다시 몸 밖으로 나가버릴 것이다.건조분말 흡입기에는 고운 약 가루가 들어 있다. 흡입기에 몇십회 분량의 가루가 미리 들어 있어서 기계를 돌리거나 누르면 1회 분량의 가루만 장착되는 것도 있고, 가루가 든 캡슐을 흡입기에 넣어 캡슐에 구멍을 내 그 속의 가루를 흡입하는 것도 있다. 정량분무식 흡입기와 달리 흡입기를 조작하자마자 약이 밖으로 나오지 않고 흡입기 안에 한번 마실 분량의 가루가 장착만 된다. 그래서 정량분무식 흡입기와 달리 조작과 동시에 흡입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약 가스를 마셔야 해서 약하고 길게 흡입해야 하는 정량분무식 흡입기와 달리, 가루를 마셔야 하기 때문에 강하고 세게 흡입해야 한다. 그래야 흡입기 안에 고여 있는 가루를 마실 수 있다. 흡입하는 힘이 약하면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정량분무식 흡입기는 조작과 동시에 약 가스가 나오면서 소리도 나고 눈에도 보이는데, 건조분말 흡입기는 흡입기 안에 가루가 장착되는 거라 눈에 보이지 않는다. 흡입할 때 맛도 느낌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약이 안 나왔다고 생각하고 여러 번 흡입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사용법을 지키면 잘 흡입되니 처방받은 횟수 이상으로 여러 번 흡입하지 않아야 한다.정량분무식 흡입기와 건조분말 흡입기 모두 흡입 전에는 숨을 내쉬어 폐를 비우고, 흡입 후에는 10초간 숨을 참은 후 입을 닫고 코로 숨을 내쉬어야 한다. 흡입이 끝나면 입을 댄 부분을 마른 휴지로 닦고 흡입기 안에 물이나 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흡입기 한 개는 보통 한 달 이상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약 가스든 가루든 입 안에 남아 있으면 약의 종류에 따라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흡입 후에 물로 헹구거나 양치를 하는 것이 좋다. 한 번에 여러 회 흡입해야 한다면 연달아 2회 흡입하지 말고, 1회 흡입 후 30초 정도 기다린 후에 1회 더 흡입한다.천식 치료약은 대부분 흡입기 형태로 되어 있고 스스로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약 효과 차이가 매우 크다. 약 처방 후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면 평소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살펴보고 재교육을 하기도 한다. 자주 일어나는 실수는 약을 흡입하기 전에 충분히 숨을 내쉬지 않거나, 흡입한 후에 숨을 충분히 참지 않거나, 흡입기 종류에 맞지 않는 속도나 세기로 흡입하는 것이다. 특히 약 가스가 나오는 정량분무식 흡입기는 구강청결제처럼 입을 벌린 채 흡입기를 눌러 약 가스를 입 안에 뿌려서, 약이 기도 안에 하나도 들어가지 않게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경험했다. 기계를 사용하니 병세가 더 깊게 느껴진다고 거부하며 먹는 약을 달라 하거나, 아무렇게나 사용해도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 이들도 보았다. 하지만 호흡기 질환인 천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호흡기에 바로 들어가도록 약을 흡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흡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효과는 크게 달라진다. 흡입기 사용을 잘 숙지하고, 사용이 어렵다면 여러 보조 기구를 사용할 수도 있으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올바르게 사용하길 바란다. 
    칼럼울산대병원 약제팀 정희진 약사2024/05/24 07:15
  • [의학칼럼] 안내렌즈삽입술, 어떤 환자에게 적합할까?

    [의학칼럼] 안내렌즈삽입술, 어떤 환자에게 적합할까?

    오는 9월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나는 대학생 윤 씨(25)는 본격적인 출국 준비에 앞서 시력교정 전문안과를 찾았다. 연수 프로그램 중 액티비티 활동으로 수영을 선택했는데, 평소 쓰던 안경이나 콘텍트렌즈가 활동에 제약을 주고 눈 건강에도 나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검사와 상담을 받은 윤 씨는 지난달 안내렌즈삽입술을 받고 안정적으로 회복했다고 말했다.시력교정을 하는 수술방법은 의학기술 발전과 연구개발 노력으로 종류가 다양해졌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라식과 라섹부터 눈 안에 렌즈를 삽입하는 안내렌즈삽입술 등 세대를 거칠수록 기존 수술의 한계를 보완한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라식이나 라섹은 레이저로 각막을 깎는 방법으로, 수술 가능한 대상이 한정적인 편이다. 아무래도 각막을 건들기 때문에 각막이 너무 얇거나 고도근시, 초고도근시, 각막염증이나 혼탁, 원시·노안을 가진 환자들은 레이저 시력교정술을 적용하기 힘들다.반면, 안내렌즈삽입술은 레이저 시력교정술이 어려운 환자에게 적합한 수술로 알려져 있다. 이 수술은 눈 속 작은 공간에 눈에 맞는 렌즈를 넣는 방법으로, 각막을 절삭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수술로 교정이 어려웠던 환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안전할 수 있다. 특히 원추각막 같은 각막질환이 있는 경우는 렌즈삽입술이 거의 유일한 수술 방법이라고 볼 수 있으며, 수술 후 발생 가능한 건조증, 빛 번짐, 근시퇴행 등의 부작용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적다.수술이 지닌 가역성도 장점으로 꼽힌다. 수술 후 합병증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삽입했던 렌즈를 제거할 수 있다. 기존에 손상된 눈 속 조직이 복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렌즈를 빼면 수술 전 시력 등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어 환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수술에 쓰이는 렌즈는 삽입 위치에 따라 홍채를 기준으로 앞에 삽입하는 전방렌즈(알티플렉스)와 후방렌즈(ICL)로 나뉜다. 각 렌즈의 특징이 다르고 환자마다 눈 속 공간과 구조, 난시교정 여부 등도 다르기 때문에 심층 안구검사 후 가장 적합한 렌즈로 개인 맞춤 수술을 받아야 한다. 즉, 렌즈가 들어갈 충분한 공간이 있는지 정확하고 세밀하게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안내렌즈삽입술은 국내 도입된 지 20년이 넘은 시력교정수술이다. 그간 쌓인 임상 데이터와 부작용 확률을 볼 때 안정성과 범용성이 높은 편이다. 삽입된 렌즈는 환자의 눈 속에서 수십 년간 존재하게 된다. 만약 각막의 후면과 수정체의 전면으로부터 거리 등 눈 속 공간과 렌즈 사이즈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수술할 경우 낮은 확률이어도 녹내장과 백내장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환자는 수술 10년, 20년 뒤에 생길 부작용까지 고려해 안전하고 적절한 렌즈를 권할 수 있는 의사를 선택하고, 다양한 종류의 렌즈와 최신 장비를 확보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 칼럼은 BGN 밝은눈안과 롯데타워 송윤중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BGN밝은눈안과 롯데타워 송윤중 원장2024/05/21 14:31
  • [의학칼럼] 팔 들기도 힘들다! 어깨 통증 1등 질환은?

    [의학칼럼] 팔 들기도 힘들다! 어깨 통증 1등 질환은?

    석회성건염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 많은 환자들이 팔을 고정한 채 들어온다. 조금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통증 강도가 높기 때문인데 ‘평생 느껴보지 못했던 통증’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어깨 석회성건염은 어깨 힘줄에 칼슘덩어리인 석회가 쌓여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이 통증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오십견, 회전근개파열과 같은 타 어깨질환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상이 심화된다면 석회성건염은 그야말로 뜬금없이 통증이 나타나 큰 병을 의심하곤 응급실을 찾기도 한다. 조용히 다가오는 석회성건염은 총 3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석회 침착이 시작되는 ▲형성기, 분필처럼 딱딱하게 굳는 ▲휴지기, 치약과 같이 반고체 상태인 ▲흡수기를 거치는데 석회가 체내로 흡수되는 이 흡수기에서 가장 많은 통증을 일으킨다.휴지기의 경우 석회형태가 분명해 초음파 검사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허나 흡수기나 힘줄파열이 동반한 경우는 초음파로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 MRI를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석회성건염은 결국 체내에 흡수되기 때문에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실시한다. 약물치료와 주사치료를 통해 통증이 극심한 시기를 넘길 수 있도록 돕는다. 석회를 잘게 부수는 데 도움이 되는 체외충격파도 효과적이다. 석회가 큰 경우라면 부분마취 후 초음파 유도하에 바늘을 삽입해 작은 구멍을 힘줄에 내어 흡수, 배출될 수 있도록 돕는다. 꾸준한 비수술 치료에도 석회가 배출되지 않거나 그 크기가 너무 큰 경우, 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 지속된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작은 절개 구멍만을 내어 관절내시경을 삽입 후 석회 제거와 함께 손상된 힘줄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1cm 최소절개만으로 수술이 가능한 내시경 수술은 불필요한 근육 손상을 최소화해 통증이 적고 일상 복귀가 빨라 수술 부담이 줄었다.석회성건염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치료가 필요치 않은 질환이나 증상이 있음에도 방치할 경우 오십견과 같은 이차질환이 동반할 수 있어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 | 생생병원 배태용 정형외과 전문의)(*이 칼럼은 생생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배태용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생생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배태용 원장2024/05/20 13:11
  • '범죄도시2' 마동석은 경찰, 손석구는 빌런… 범죄자의 전형적 얼굴은?

    '범죄도시2' 마동석은 경찰, 손석구는 빌런… 범죄자의 전형적 얼굴은?

    영화 <범죄도시 2>를 본 적이 있다. 주인공은 내가 사랑하는 마동석 배우와 손석구 배우. 다수의 독자들이 아는 것처럼 마동석 배우는 경찰이고, 손석구 배우는 빌런이다. 그런데 이때 느끼는 묘한 이질감. 누가 더 빌런처럼 보이는가? (하하 사랑합니다, 마동석 배우님~)‘관상 is science(관상은 과학)’라는 말처럼 우리는 겉모습으로 그 사람의 내면을 판단하려고 하고, 그 판단에 대해 지나친 확신을 갖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뭔가 폭력적이고 범죄를 밥 먹듯 저지르는 범죄자들도 겉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이와 같은 생각을 진지하게 연구한 과학자도 있다.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이라는 사람이다. 골턴은 범죄자의 전형적인 얼굴을 알아보고 싶어 했다. 그가 선택한 방식은 합성. 수배 전단지에 나온 악독한 범죄자의 얼굴들을 모두 합성하면, 아주 포악하게 생긴 범죄자의 전형적인 얼굴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요즘 같은 기술력이 없던 시절, 노력에 노력을 더해 범죄자의 합성 얼굴을 구했다. 그런데 여기서 엄청난 반전이 생긴다. 가장 전형적인 범죄자의 얼굴이 나올 것이라던 골턴이 믿음과는 달리, 너무나도 ‘샤방’한 꽃미남이 나왔던 것이다.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이 결과를 두고, ‘그치, 사기꾼은 보통 잘 생기기 마련이니깐, 몇몇 꽃미남 사기꾼이 평균을 끌어 올렸을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외모가 매우 빼어난 사기꾼이 있기는 했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의 실제 모델이었던 프랭크 애버그네일이나, 폰지 사기의 창시자(?)인 찰스 폰지도 매우 수려한 외모를 자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건 지극히 일부의 사례.(사실 저 두 사기꾼도 내 눈에는 수려한 외모로 보이진 않는다) 실제 사기꾼들의 외모는 평범한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너무 수려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 나에게 너무 좋은 조건을 이야기한다면, 경계부터 하지 않을까?사실 골턴의 작업이 실패로 돌아간 가장 큰 이유는 합성이라는 방식에 있다. 희한하게도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합성한 결과는 대체로 꽃미남, 꽃미녀가 나온다. 길거리에서 섭외한 평균 정도 수준의 외모 매력을 가진 사람들의 얼굴도 대략 30장 이상을 합성하면 연예인 못지않은 얼굴이 된다.그런데 내가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왜 범죄자의 얼굴을 합성했더니 꽃미남이 나오는가’에 관한 것이 아니다. ‘범죄자의 전형적인 얼굴’을 찾고 싶어한 우리의 마음에 관한 것이다.앞에서 언급한 골턴은 사실 악명 높은 연구자다. 진화론을 창시한 찰스 다윈의 사촌으로, 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명성 높은 연구자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골턴은 우생학을 창시해 서구 사회에 큰 상처를 남긴 것으로 더 유명하다. 우생학은 인류를 유전학적으로 개량할 것을 목적으로 여러 조건과 인자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예를 들어 지능이 환경보다는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면, 인류가 더 좋은 지능을 갖기 위해 좋은 지능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을 늘리고, 나쁜 지능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줄이자는 것이다. 이런 우생학은 독일의 나치즘과 만나 큰 사고를 치게 된다.골턴이 범죄자의 얼굴을 찾아내려고 한 것도 범죄를 저지르는 악성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을 구분하고 싶었고, 그 악성 유전자를 얼굴에서 발견하고 싶었던 욕심이었다. 하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을 얼굴로 구분할 수 있다면 우리는 범죄자로부터 미리 대피할 수 있으니, 골턴의 시도가 가치 있다고 느끼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범죄자의 유전자가 있다고 모두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이코패스 뇌 과학자>의 저자인 제임스 팰런은 유명한 뇌 과학자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본인의 뇌 사진을 보고 사이코패스의 특징이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제 그의 족보를 살펴보니, 섬뜩한 독재자나 연쇄 살인마까지 있었다고 한다. 정말 타고난 범죄자 집안의 일원. 하지만 그는 멀쩡한 뇌 과학자로 잘 살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그를 정상적인 시민으로 만들어 준 부모의 노력이 있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범죄자들의 범죄 행위에 대해 환경 탓을 하며 너그럽게 이해해야 함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모두가 엄하게 벌을 받아야 한다. 단지 우리가 얼굴로, 유전자로, 또 어떤 하나의 특징으로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있다는 믿음은 버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하나의 특징으로 평가받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소중한 존재이니 말이다.
    칼럼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2024/05/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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