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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 앉은 환자들 가운데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이런 질문을 꺼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원장님, 약을 먹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바르는 게 나을까요?” 단순한 호기심으로 던지는 질문 같지만, 그 속에는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탈모는 단순히 머리카락 몇 가닥의 문제가 아니라, 거울 앞에 서는 기분과 사람을 만나는 자신감,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흔들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입니다.최근 들어 환자들이 더 많이 관심을 보이는 쪽은 경구 미녹시딜입니다. 원래는 고혈압 환자들에게 쓰이던 약물이었는데, 저용량에서는 모발 성장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 JAMA 피부과학(JAMA Dermatology)에 발표된 무작위 대조시험은 이런 관심을 더욱 키워주었습니다. 연구진은 남성형 탈모 환자에게 하루 5mg의 경구 미녹시딜을 투여한 군과 하루 두 차례 5% 국소 미녹시딜을 바르게 한 군을 24주 동안 비교했습니다. 결론은 단순했습니다. 경구 제형이 확실히 더 낫다고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정수리 부위의 사진 평가에서는 경구 제형이 조금 더 좋은 성적을 보여주었습니다.같은 해 미용피부과학저널(Journal of Cosmetic Dermatology) 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하루 1mg 경구 미녹시딜과 국소 5% 제형을 비교했습니다. 두 군 모두에서 모발 굵기와 밀도의 향상이 있었고, 효과 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25년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루 2.5mg 경구 미녹시딜을 복용한 환자들이 국소 제형을 사용한 환자들보다 모발의 굵기, 개수, 밀도에서 모두 더 뚜렷한 호전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연구마다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전하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든 연구가 경구 제형이 항상 더 낫다고 단정하지는 않지만, 어떤 환자에게는 확실히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효과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부작용입니다. 경구 미녹시딜에서 가장 흔한 부작용은 다모증, 즉 얼굴이나 몸의 털이 늘어나는 현상입니다. JAMA 피부과학 임상시험에서는 절반 가까운 환자에게서 이런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경미했고, 치료를 중단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부종이나 두통, 어지럼증이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국소 제형은 두피 자극, 가려움, 비듬 악화가 흔하게 나타납니다. 결국 환자가 어느 쪽을 더 불편하게 느끼느냐가 선택의 기준이 됩니다.실제 진료에서는 생활 패턴과 순응도가 큰 영향을 미칩니다. 매일 약을 바르고 말리는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지는 환자들은 경구 제형을 선호합니다. 반대로 얼굴 털이 늘어나는 것을 특히 신경 쓰는 환자들은 국소 제형을 선택합니다. 하루 한 알로 간단히 끝낼 수 있는 편리함과, 도포하면서 생기는 번거로움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는 것이지요. 저의 경험으로도 바쁜 직장인 환자들은 대체로 경구 제형을, 피부가 민감한 환자들은 국소 제형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그렇다면 의사가 내릴 수 있는 정답은 무엇일까요. 탈모 치료에는 단 하나의 답이 없습니다. 환자의 두피 상태, 생활 습관, 복용 중인 약물, 동반 질환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국제 합의문은 저용량 경구 미녹시딜이 장기간 사용에도 대체로 안전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혈압이나 부정맥 병력이 있는 환자, 임신 가능성이 있거나 임신·수유 중인 여성에게는 금기입니다. 또한 스페인 탈모 연구 그룹은 남성형 탈모 환자에서 경구 두타스테리드를 1차 치료로 권고하면서, 저용량 경구 미녹시딜 역시 국소 제형보다 효과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결국 탈모 치료는 환자에게 맞는 옷을 입히는 것과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경구 제형이 편리하고 효과적인 옷이 될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국소 제형이 더 잘 맞는 옷이 될 수 있습니다.탈모 치료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꾸준함입니다. 먹는 약이든 바르는 약이든,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아 장기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머리카락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습니다. 작은 변화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그 변화를 지켜내는 시간이 결국 눈에 보이는 차이를 만듭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들에게 늘 이렇게 말씀드립니다.“약을 어떻게 쓰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이어가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이 말 속에 탈모 치료의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이 칼럼은 뉴헤어성형외과 김진오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김진오 뉴헤어성형외과 원장(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수석탈모분과위원장)2025/11/1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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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운동선수라는 경력을 가지고 있는 서장훈씨는 그동안 많은 명언을 남겼는데, 가장 대표적인 말이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흔히 재능이 있는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하는데, 본인은 이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최고의 선수가 되듯, 자신의 영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즐기기만 하는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의미일 것이다.아마 이 말을 어떤 회사의 CEO나 교수가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현실의 어려움을 모르는 꼰대의 말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서장훈씨의 말이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스스로의 삶이 그 말을 증명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본인에게는 너무나도 많은 징크스가 있다고 고백했던 그는 강박증으로 보일 만큼 그런 징크스에 집착했다. 그것이 멘탈의 나약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자신의 모든 것을 승리에 맞췄던 그의 처절함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 결과, 40세의 나이까지 프로선수로써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말이 쉽지, 40세에 운동선수로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것은 상상이상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했을 것이다.서론이 길어졌는데, 오늘 하고 싶은 말은 그래서 정말 ‘즐기는 사람은 성공할 수 없는지’에 관한 것이다. 정말 그럴까? 기본적으로 무엇인가를 즐기는 것은 학습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학습에 관한 인간 행동과 마음을 다루는 심리학의 영역을 학습 심리학이라고 하는데, 학습 심리학에서 중요한 개념이 보상(reward)이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특정 행동에 따른 보상이 있을 때 그 행동을 재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보상이라고 하면 상금, 칭찬 등 타인으로부터 주어지는 외적 보상을 주로 생각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보상은 내적 보상이다. 내적 보상은 나의 마음에서부터 만들어지는 보상의 형태로, 스스로 느끼는 심리적 가치가 보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때 언급되는 대표적인 심리적 가치가 그 행동에 대한 즐거움이다.내적 보상은 외적 보상에 비해 특정 행동을 지속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면, 공부를 한 시간 할 때마다 용돈을 주는 외적 보상과 그냥 스스로 즐거움에 취해서, 즉 내적 보상으로 인해 공부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자. 외적 보상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그 보상에 적응이 된다. 즉 처음에는 한 시간 공부할 때마다 천원을 받아서 매우 기뻤지만, 매번 천원을 받게 되면 천원이라는 보상은 심리적으로는 적은 양의 보상이 되면서 외적 보상의 효과가 약해진다. 더 나아가 외적 보상이 사라지기라도 하면, 공부에 대한 동기가 급격하게 사라지는데, 이를 과잉 정당화 효과라 한다. 이래서 내적 보상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뇌과학적으로 고려해 봐도 즐거움이 학습에 유리하다. 즐거움이라고 하면 흔히들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떠 올릴 것이다. 그런데 도파민의 역할은 단순히 기분을 좋게 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도파민은 행동의 결과를 평가하고 무엇을 반복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신경 신호로 뇌가 보상을 학습으로 전환하게 만드는, 학습에 중요한 핵심 물질 중 하나이다. 따라서 즐거운 마음으로 학습을 하면, 실제로도 뇌에서 도파민 관련 회로의 활성도가 더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학습의 효과가 좋아진다.반대로 억지로 학습하게 되면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기억력이나 통제력에서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낮은 수준의 학습 효과를 보이게 된다. 이처럼 다수의 심리학 및 뇌과학 연구에서도 즐기면서 흥미를 가지고 학습했을 때 학습 효과가 더 좋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즐거운 마음으로 학습하면 좋지 않겠는가?그런데 문제는 즐겁게 학습하는 것이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가능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사람이 기타 연주에 관심이 생겼다고 치자. 처음에는 학습의 즐거움이 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것을 익히고, 생각만 하던 기타 소리를 스스로 만들어 낸다는 사실은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이 즐거움에 손가락에 생기는 고통 따위는 견뎌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실력이 정체되고, 타인에게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면 여전히 즐거울까? 멋있는 음악을 연주하고 싶은데, 매일 기초 연습만 하라고 한다면 여전히 즐거움이 있을까?스스로 강력한 의지가 있다면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특별한 강화 없이 내적 동기나 즐거움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 어떤 일의 동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작더라도 꾸준히 가시적인 성공 경험을 하라고 조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느 정도 외적이든 내적이든 성공 경험을 해야 즐거움도 생기는 법이다.또한 초보자가 전문가로 발전하면서 학습 시스템에도 조금은 변화가 발생한다. 일단 도파민 보상 회로는 반복적인 보상에 적응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상금으로 항상 천원만 받는다면, 그 보상에 대한 기쁨이 예전과 같지 않은 것처럼, 내면에서 발생하는 즐거움도 마찬가지다. 한 시간을 제 자리에 앉아서 공부를 해서, 또는 기타 연습을 한 시간동안 열심히 해서 얻는 즐거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예전과 같지 않게 된다.또한 스포츠와 같은 분야에서 어느 수준 이상의 전문가가 되려면 어려운 동작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정교하게 몸을 통제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 제한된 용량을 가진 인간의 뇌는 효율적인 운영을 해야 한다. 따라서 초기 학습단계에서 보이는 도파민 시스템의 개입이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동작의 자동화를 위한 감각운동 루프의 비중이 커진다. 자동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여 매우 통제적인 동작이나 처리를 할 수가 있게 된다.결국 전문가의 수준에서는 보상보다는 통제가 더 중요한 이슈가 되며, 이를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게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즐김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지루함을 견디는 능력이다. 즉, 현재를 즐기는 능력이 아니라, 즐길 수 없을 때도 버티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 셈이다.아마도 이 점이 정상을 밟아본 사람들이 즐기는 것보다는 버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나도 꼰대여서인지는 모르지만,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학생들과 면담에서 할 때가 많다. 어떤 일을 목표로 해서 정진하면, 어느 순간은 내가 즐거워할 수 없는 것들을 만날 때가 있고, 그것을 버텨내야 내가 원하는 것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도 심리학 공부를 하는 것이 즐거웠지만, 이를 위해 문과생으로 코딩과 통계를 공부하고, 영어 단어 외우며, 화창한 날씨에 지하 실험실에서 머리가 아파오는 논문을 읽는 것은 결.코 즐겁지 않았지만, 그 과정을 견뎌낸 결과,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면서 즐거운 교수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국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한다. 아무리 전문가가 되어도, 그리고 그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견디는 삶을 살아도, 그 자체를 즐기는 힘이 있는 사람이 진정한 승리자이다. 즐기는 사람이 승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서장훈씨도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서는 즐거움이 있었을 것이다. 단지 그 즐거움에 서장훈 선수는 다른 이름을 붙인 것 같다. 최고의 농구 선수라는 스스로의 모습에 대한 자부심, 어떤 일이 있어도 스스로의 가치를 깍으려 하지 않았던 자존감, 최고의 선수로 선수 생활을 마감하려는 자존심 같은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은퇴식에서 흘린 눈물, 은퇴하고 예능 프로그램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농구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진지한 표정을 짓는 그에게서 아직까지 농구의 즐거움이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은 아닐 듯 싶다.
칼럼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 2025/11/1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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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는 인체에서 가장 가동범위가 넓은 관절로, 그만큼 부상 위험에도 쉽게 노출되어 있다. 스포츠 활동은 물론, 단순한 일상생활 속 동작에서도 어깨 통증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그중에서도 SLAP 병변은 비교적 생소한 질환으로, 증상을 알고도 가볍게 넘기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SLAP 병변(Superior Labrum Anterior to Posterior lesion)은 어깨 관절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상부 관절와순(superior glenoid labrum)이 앞쪽(anterior)에서 뒤쪽(posterior)으로 이어지는 부위에서 박리되거나 파열된 상태를 말한다. 이 부위는 이두근 장두건(long head of the biceps tendon)이 부착되는 부위로, 손상이 발생하면 어깨의 회전 안정성과 이두근 기능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SLAP 병변이 생기면 상부 관절와순의 파열로 인해 통증, 기능 저하, 그리고 관절 불안정이 동반되며, 특히 이두근힘줄 부착부의 손상은 어깨의 안정성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SLAP 병변의 대표적인 증상은 팔을 들어 올리거나 뒤로 젖힐 때 어깨 깊은 부위에서 반복적으로 통증이 발생하며, 관절이 불안정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또한 어깨에서 ‘뚝’ 하는 소리나 걸리는 느낌이 나타날 수 있고, 팔의 힘이 약해지거나 야간 통증으로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면 상부 관절와순 파열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전문의의 임상 평가와 영상검사가 필요하다.SLAP 병변은 외상, 과사용, 반복 동작, 퇴행성 변화 등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야구, 배드민턴, 테니스처럼 팔을 머리 위로 들어 던지거나 회전시키는 오버헤드 동작이 반복될 때 관절와순에 견인력이 가해져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크로스핏처럼 갑작스럽게 큰 힘이 가해지는 운동, 넘어지며 손을 짚는 사고, 팔이 잡아당겨지는 외상 등에서도 쉽게 생긴다. 중년 이후에는 조직의 퇴행성 변화로 인해 작은 충격에도 파열이 생길 수 있다.SLAP 병변은 초기이거나 파열 범위가 크지 않은 경우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 시행한다. 약물치료와 주사치료로 염증과 통증을 조절하고, 회전근개 및 견갑골 주변 근육 강화 재활치료를 병행해 어깨 안정성을 회복한다. 오버헤드 동작 제한 및 어깨 사용 습관 교정이 중요하며, 보통 6~12주간의 보존적 치료 후 경과를 평가한다.보존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거나 파열 범위가 넓은 경우, 특히 운동선수처럼 어깨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환자에게는 수술적 치료가 고려된다. 대표적인 수술법은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관절와순 봉합술(SLAP repair)로, 파열된 부위를 원래 위치에 고정해 관절의 안정성을 회복시키는 방식이다. 절개 범위가 작아 회복이 빠른 편이지만, 회복 속도는 개인의 상태와 파열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수술 후 재활은 약 3~6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되며, 재활 과정의 완성도가 어깨 기능 회복과 재손상 방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SLAP 병변을 방치할 경우 만성 통증, 근력 저하, 어깨 불안정, 운동 능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반면,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행한다면 충분히 회복 가능성이 높은 질환이다. 4주 이상 어깨 통증이 지속되거나 특정 자세에서 반복적인 통증이 나타난다면, 지체하지 말고 정형외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이 칼럼은 신세계서울병원 관절센터 왕배위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신세계서울병원 관절센터 왕배위 원장2025/11/1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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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제 ‘삭센다’, ‘위고비’, ‘마운자로’ 등의 GLP-1 유사체 주사는 기존 비만 치료제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좋고 정신과적 부작용이나 심혈관계 부작용이 적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다. 이 약들은 위장에서 포만감을 늘리고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해 식욕이 억제되는 효과가 우수하고 음식에 대한 갈망감도 줄여준다.최근에는 이 같은 GLP-1 유사체 비만 치료제의 다른 효과도 밝혀지고 있다. 식사량뿐 아니라 음주량을 줄여주는 효과다. 실제 비만 치료제를 투약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음주와 야식 섭취가 줄어들어 체중이 감소했다는 경험담이 퍼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음식을 안 먹는 것을 넘어서 술 생각 자체가 줄어들고 술을 먹어도 훨씬 적게 먹더라’라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린다.사람들 사이에서 퍼지는 경험담이 실제 효과가 있는 것인지 팩트 체크를 하기 위해 미국·캐나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교수들이 2022년 9월부터 2024년 2월까지 미국의 대형병원에서 체계적인 임상실험을 실시했다. 평균 40세 정도인 남녀 참가자들에게 9주 동안 저용량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1~2단계를 투여하고 알코올 섭취량 변화를 측정하는 방식이었다.임상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가 알코올중독 치료제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음주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유의미하게 있었다. 위고비를 투여하면 술을 먹는 날의 하루 총 음주량이 줄어들고, 과음(여성 4잔 이상, 남성 5잔 이상)하는 일수 자체도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가 느끼는 술에 대한 갈망감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술 소비가 줄어든 만큼 혈중 알코올 농도나 호흡기에서 나오는 알코올 농도도 감소했다.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승인하고 시중에 유통 중인 알코올중독 치료제는 ‘날트렉손’과 ‘아캄프로세이트’ 두 가지 약물밖에 없다. 이 중 날트렉손은 매일 먹어야 하는 데다, 초기 알코올중독이 아닌 어느 정도 진행된 단계에서 쓰는 약이라는 한계점이 있다. 아캄프로세이트 또한 급성 금단증상에는 효과가 없고 장기적인 금단증상에 효과가 있다는 약효의 한계점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고비는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고 알코올중독 초기 단계나 중독자가 아니더라도 술을 줄이고 싶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약으로 각광받을 수 있다. 매일 복용할 필요 없이 일주일에 한 번 본인 배에 스스로 주사해, 일주일 동안 술에 대한 갈망이 줄어들고 실제 음주량도 감소하기 때문이다.실제 이 같은 이점으로 인해 알코올중독 클리닉을 운영하는 미국 신경정신과병원과 전문의들 사이에서 위고비의 효과를 주목하기 시작했으며, 알코올중독 치료제 선택사항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 물론 알코올중독 치료는 식약처 정식 승인 약물인 날트렉손과 아캄프로세이트를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위고비는 차선책일 뿐이다. 그러나 정형외과 진통제 등으로 많이 쓰는 ‘트라마돌’ 같은 마약류 수용체에 작용하는 통증 약의 진통효과를 날트렉손이 막기 때문에 날트렉손을 쓸 수 없는 환자의 경우 차선책이 매우 유용할 수 있다. 아캄프로세이트 또한 금주 효과 자체가 약한 약이라서 차선책의 유용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참고로 위고비는 고용량을 주사 할 필요 없이 최저 용량인 1단계(0.25mg)나 2단계(0.5mg)만으로도 음주 억제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경미할 수 있다. 구역·구토 같은 위장 부작용이나, 설사·복부팽만 등의 부작용이 용량에 비례해 증가하기 때문에 저용량 위고비에서는 부작용이 매우 경미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위고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췌장염이나 망막손상 등의 부작용 역시 투여 용량에 비례해서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데. 저용량에서는 거의 걱정이 없다.다만, 위고비는 본래 비만 치료 주사제이기 때문에 금주 목적으로 저용량 위고비를 투여하는 사람은 평균 5kg 정도의 체중감소가 나타날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과체중인 애주가에겐 이득이 될 수 있지만, 마른 애주가에게는 투약할 수 없는 약이 되겠다.
칼럼엄준철 약사 (성균관대학교 약대 겸임교수)2025/11/1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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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저는 삶의 많은 부분을 스트레스와 염려에 사로잡혀 살아왔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마음 챙김을 경험하고 뇌과학에 대한 이해가 늘어나며 이전보다 근심과 걱정, 잡념들이 줄어들긴 하였지만, 여전히 생각으로 인하여 고통받고 있습니다. 오늘 이 글을 통해 제 삶의 괴로움을 조금이나마 줄어들게 한, 저의 마음에 대한 이해와 요령을 전달 드리고 싶습니다.저게는 마음의 특성을 알게 해준 명료한 경험들이 몇 개 있습니다. 그중 일부를 소개하겠습니다.먼저 의학과 2학년 때의 일입니다. 그 시기에는 보통 임상의학을 배우는데 학습해야 할 내용이 많다 보니, 거의 1~2주에 한 번씩은 토요일 오전에 시험을 봤습니다. 당시의 반복적이고 주기적인 시험은 저에게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시험을 보기 전 세상과 시험을 마치고 나온 후 세상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시험을 보러 가는 날 아침의 세상은 어둡고 불안했으나, 시험을 보고 나온 이후의 세상은 아름답고 평온했습니다. 이 극적이고 상반된 경험은 저의 생각과 감정이 세상을 다른 곳으로 경험하게 하며, 세상은 나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이라는 걸 막연히 알게 해 주었습니다. 이번에는 2021년에 마음 챙김 중재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중 경험한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요가 명상을 하던 중입니다. 양팔을 위로 올리고 있어야 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죠. 같은 자세로 오랜 시간을 있으니 양어깨가 아프고, 팔도 살짝 떨리고 괴로웠습니다. ‘언제까지 이 자세를 취하여야 하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죠. 세상은 괴로운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도 선생님이 팔을 내리라고 하여 내리는 순간 괴로운 생각들과 통증이 없었던 일처럼 사라졌습니다. 그 순간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괴로움과 통증은 단지 팔을 위로 올리고 있느라 근육들이 보낸 일종의 신호들이었고 그 자극을 뇌가 통증과 괴로움으로 해석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신호가 뇌로 전달될 때 세상은 괴로운 것이었고, 그 신호가 없어지니 거짓말처럼 저의 세상은 평안해졌습니다. 괴로움은 단지 우리 뇌가 일으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일을 겪는 동안 사실 제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아무런 괴로움도 고통도 없었습니다.그러면, 위의 사례를 바탕으로 괴로움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보죠. 사람은 누구나 뜻밖의 일이나 상실과 같은 강한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면 순간적으로 깊은 불행감, 우울, 분노 등을 겪습니다. 마치 그러한 감정이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느끼기도 하고 그 정도가 격해질 경우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먼저, 내가 살면서 극도로 괴로운 감정을 느꼈을 때를 떠올려 보세요. 그때 그 격심한 감정의 지속시간이 얼마나 되던가요? 임상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극심하고 원초적인 공포 반응 중 하나인 공황발작도 30분을 넘기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다가오는 격정적 감정은 그 정도가 무척 고통스러울 지라도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뇌신경계라는 자연물의 물리적 특성입니다. 다음으로, 나에게 강한 스트레스를 준 그 일은 얼마나 지속된 일이었나요? 비록 괴롭고 불만족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을지라도 계속 고통스러운 자극이 발생하는 일은 없습니다. 어떤 사건이 멈춤 없이 일어날 수는 없죠. 대부분의 일은 짦은 시간에 사건이 발생하고 사라집니다. 그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지라도 그 사건은 그 순간에만 존재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건에 대해 생각한다면 괴로운 감정은 지속되며, 고통스러운 사건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적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바로 내 머릿속에서요.우리는 인생의 많은 시간을 과거에 일어난 일들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떠올리며, 괴로운 생각과 감정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서 숨 쉬고 있는 이 순간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사실 우리 삶에서 우리를 직접적으로 괴롭게 하는 일들은 삶의 짧은 순간에 일어납니다. 마음속의 그 괴로운 일들은 과거의 순간에 존재하고 사라졌거나 아직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생생한 생각과 감정에 사로잡혀 그것이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그렇다면, 우리가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은 먼저 자신이 어떠한 감정과 생각에 사로잡혔다는 것을 먼저 인지하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주의를 지금, 여기 이 순간의 평온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마음 챙김입니다. 마음 챙김은 ‘현재 순간의 경험을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의식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하여 현재의 이 순간의 평온함을 경험하는 것이지요. 마음 챙김 상태를 만들기 위해선 먼저 호흡, 촉각, 후각, 청각과 같은 감각에 집중하여야 합니다. 감각은 생각이나 감정과 달리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 뇌는 특성상 동시에 여러 사고를 할 수 없으므로 감각에 주의를 돌리면 생각에 사로잡힌 상태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중 특히 천천히 호흡하며 호흡 감각을 느끼는 것은 이완을 시키는 효과도 있으므로, 마음 챙김의 상태에 들어가기 위해 흔히 사용합니다. 이를 호흡 명상이라고 부르죠. 감각 느끼기를 통해 생각에서 벗어나 안정이 되면 나를 괴롭히던 생각이나 감정을 다시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이때엔 생각에 사로잡힌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그 생각과 감정을 3인칭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요. 이때, 그것이 이미 지나간 것이고,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판단된다면 내려놓아야 합니다. 내려놓는 것은 체념이나 포기와는 다른 것입니다. 내려놓음은 그것을 떠올리고, 사로잡히는 것이 무의미하고 무익한 일임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거기에 두는 것입니다. 힘든 일은 삶에서 계속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마음 챙김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되면 마음의 속성에 대한 통찰이 생기고, 익숙해져 자연스럽게 마음 챙김 상태로 들어가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조금 덜 괴로워지지요. 저는 마음 챙김이 생물이면 다 갖추고 있는 기본 의식 상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동물들은 우리보다 이 의식 상태로 쉽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그들은 참 평온해 보이지 않습니까. 마음 챙김은 책이나 유튜브,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경험해 보시면 바람 잘 날 없는 삶을 견디는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칼럼염찬우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2025/11/09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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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교정술을 고려하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회복 속도이다. 직장인이나 학생처럼 수술 후 일상생활로 곧바로 복귀해야 하는 경우, 일반적인 라섹 수술의 회복 기간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회복 부담을 줄인 시력교정술인 ‘투데이라섹’이 관심을 받고 있다.투데이라섹은 기본적으로 라섹과 동일하게 레이저로 각막을 교정하지만, 수술 후 각막 상피의 회복을 촉진하는 전용 시스템을 적용하여 통증과 흐릿한 시야가 나타나는 기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수술 다음 날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우가 많으며, 휴학이나 장기간 휴직이 어렵거나 일정 조율이 어려운 이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수술 과정에서 각막을 절삭하지 않기 때문에 각막 조직이 얇거나 눈이 건조한 사람도 적용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수술 후 초기에는 어두운 환경에서 빛이 퍼져 보이거나 눈부심이 심하게 느껴지는 ‘빛번짐’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각막 상피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대부분 시간 경과에 따라 점차 완화된다. 다만 회복 속도와 증상의 정도는 개인 차이가 크기 때문에 수술 전에 충분한 설명과 상담이 필요하다.투데이라섹을 안전하게 시행하기 위해서는 수술 전 정밀검사가 필수적이다. 각막 두께, 상피 상태, 안구 표면 습도, 동공 크기 등을 세밀하게 분석해 수술 가능 여부와 예상 회복 경과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수술 후에는 처방된 약물 사용과 자외선 차단, 눈 비비는 행동을 피하는 등 관리 지침을 꾸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투데이라섹은 회복이 빠르고 일상 복귀가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수술은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눈의 구조적 특성, 시력 교정량, 생활 패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개인에게 맞는 수술 여부와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시력교정술을 계획하고 있다면 수술 방식의 장단점뿐만 아니라, 자신의 눈 상태에 적합한지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투데이라섹은 분명 많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정확한 진단과 체계적인 사후 관리가 병행될 때 안정적인 시력 회복이 가능하다.(*이 칼럼은 더원서울안과 김태준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더원서울안과 김태준 원장2025/11/0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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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은 우리나라에서 발생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대표적인 암이다. 2022년 기준 갑상선 암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여, 현재도 1년에 3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대장암의 원인은 식습관과 같은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육류 위주의 식단, 섬유소 부족, 과음과 흡연, 비만 등이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육류 섭취량이 많은 국가에서 대장암 발생률이 높다는 통계가 뒷받침한다. 다만, 이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 관련성을 보여주는 통계적 결론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대장암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복통, 혈변, 빈혈, 변의 굵기 변화,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으나 이런 증상들은 다른 질환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비특이적 증상이다. 항문에서 출혈이 있는 경우, 출혈의 양상을 들어보고 간단한 직장경 검사를 통해 치질인지 직장암인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혼자 고민하거나 인터넷 검색하기보다는 가까운 대장항문외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대장암은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으며, 대장암이 상당히 진행되어 혹이 커져야 그에 따른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오른쪽 대장에서 생긴 암은 종양이 커지면서 종양 표면에서 출혈이 조금씩 발생하여 빈혈이 발생할 수 있고, 왼쪽 대장은 오른쪽 대장보다 직경이 작아 종양이 커지면서 장을 서서히 막게 된다. 그래서 증상도 변이 가늘어지고 자주 화장실을 찾게 되며, 간헐적인 복통이나 복부 팽만감이 나타난다. 대장암에 의해 이런 증상들이 나타날 때는, 혹이 상당히 커진 상태로 대부분 이미 초기 단계를 지났다.50대 직장인 A씨는 몇 달 전부터 변이 가늘어지고 잔변감 증상이 나타났지만 바쁜 업무 탓에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생각하고 지내다 간헐적으로 복통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 대장내시경 검사결과 대장과 직장이 만나는 곳에 종양이 있었고, 조직검사상 암으로 진단되었다. CT검사상 간이나 폐 등 다른 장기 전이가 없어 바로 수술을 받고 대장암 3기로 진단받았다.A씨처럼 50대 중년의 절반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지 않고 있다. 미국암학회 및 대한대장항문학회에서는 45세부터 검사받기를 권고하고 있으며, 대장직장암의 가족력이 있다면 10년 일찍부터 검사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대장암의 치료는 병기에 따라 달라진다. 내시경적 절제가 가능한 초기암은 올가미를 이용한 절제나 내시경 칼을 이용한 점막하박리술(ESD)로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내시경적 절제 후 조직검사상 추가적 장 절제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으므로 내시경적 절제술은 경험 많은 의사의 판단이 중요하다.내시경적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주위 림프절을 포함한 대장 절제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 전 검사상 진행성 직장암인 경우 선행 항암·방사선 치료 후 수술을 하게 되며, 대장암인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는 대부분 필요 없다. 수술 후 조직검사상 3기이거나 재발 위험성이 높은 2기인 경우 FOLFOX나 CAPOX와 같은 보조 항암치료를 받게 된다.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하게 되면 완치율이 90% 이상에 이를 정도로 예후가 좋은 암이다. 그러나 초기 대장암의 대부분은 증상이 없으므로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대장암을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과거에는 50세부터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기를 권고했으나 3년 전부터 미국이나 한국 모두 45세부터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암으로 진행할 만한 용종을 내시경으로 찾아서 미리 제거하면 대장암 예방이 가능하고, 초기에 발견하여 용종을 제거하면 장을 절제하는 수술도 피할 수도 있다. 특히 대장암의 가족력이 있다면 권고 나이보다 10년 일찍 검사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대장암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갑상선암 다음으로 흔한 암이 되었지만 충분히 예방 및 완치 가능한 암이다. 내시경 권고 나이가 아니더라도 원인 모를 체중 감소, 빈혈, 복통이나 복부 팽만감, 대변에 피가 섞이거나 배변습관의 변화가 지속된다면 전문의 상담 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이 칼럼은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정춘식 진료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정춘식 진료원장2025/11/0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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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에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온갖 과일이 나오지만, 그래도 겨울이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과일 하면 역시 귤이다. 따뜻한 방 안에서 까먹는 귤의 향긋한 냄새는 계절의 정취를 완성한다. 그런데 이 평범한 귤껍질이 바로 한의학에서 오랫동안 귀하게 써온 약재 ‘진피(陳皮)’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진피’란 말 그대로 ‘묵을 陳’ 자를 써서 ‘오래된 껍질’이라는 뜻이다. 갓 벗긴 귤껍질은 수분이 많고 성질이 강하지만, 말려서 오래 두면 맛이 순해지고 향이 깊어진다. 이렇게 숙성된 진피는 ‘비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순조롭게 하며 담(痰)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 하여 예로부터 소화불량, 기체(氣滯), 기침, 가래 등에 두루 사용되었다.진피는 약으로 사용된 역사가 엄청나게 오래되었는데, 신농본초경에 처음 수록된 이후 탕액본초, 본초강목 등 대표적인 한약재 서적에는 반드시 진피가 수록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성질이 따뜻하며 맛은 쓰고 매우며 가슴에 기가 뭉친 것을 치료한다. 음식 맛이 나게 하고 소화를 잘 시킨다. 이질을 멈추며 담연(痰涎)을 삭히고 위로 치미는 것과 기침하는 것을 낫게 하고 구역을 멎게 하며 대소변을 잘 통하게 한다.”고 하여 소화기계와 호흡기계 모두에 유익한 약재로 꼽았다.이처럼 기혈의 순환을 도우며 인체에 쌓인 노폐물(痰)을 없애는 대표적인 한약재로 쓰였으니, 한의학에서 소화기계 질환과 호흡기 질환의 가장 기본 바탕이 되는 처방 중 하나인 이진탕과 평위산에 모두 진피가 주요 성분으로 들어가는 것만 봐도 그 효능을 알 수 있다.이에 역사 속에서도 진피는 널리 쓰였는데 특히 처방은 기본이요, 왕실에서는 차로도 많이 사용되었다. 장수의 상징인 영조의 경우 생강이나 인삼, 향부자, 소엽 등과 배합하여 평생 음용했다고 전해진다.약리연구에 따르면 진피의 풍부한 정유성분은 천식에 효과가 좋고, 기침 억제, 알레르기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어 기침, 천식, 기관지염에 많이 사용될 뿐 아니라 최근에는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항산화, 항비만 작용을 나타낸다는 결과도 발표되어 대사증후군에서도 치료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도 나타나 더욱 주목받고 있다.앞서 진피의 ‘진’이 묵을 진이라고 얘기했는데,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그 이름처럼 오래 묵을수록 약효가 좋다는 점이다. 한의학에서는 육진양약(六陳良藥)이라고 하여 오래 묵을수록 약효가 좋은 6가지 약재를 꼽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름에서부터 묵을 진(陳)이 들어가는 진피다.겨울에는 위장이 차고 에너지 순환이 정체되기 쉽다. 이럴 때는 따뜻한 아랫목에서 시원한 귤의 과육만 즐길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진피를 달여 차로 마시면 아주 좋다. 다만 집에서 먹고 난 귤껍질을 그대로 말려 차로 사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한약재로 사용하는 귤껍질은 처음부터 의약품용 목적으로 귤껍질을 얻기 위해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의약품용으로 유통되기 전 다양한 검사를 받아 유통되지만, 과육을 얻기 위한 일반적인 귤에는 껍질에 농약 등이 뭍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가정에서 차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식품용 귤껍질을 별도로 구하는 것이 좋다.
칼럼최윤용 한의사(으뜸생약 대표)2025/11/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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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시력교정술을 계획하는 환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겨울은 자외선과 습도가 낮아 수술 후 회복 환경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겨울 스마일라식 시즌’으로 불릴 만큼 시력교정에 적합한 시기다. 특히 최근에는 회복이 빠르고 통증이 적은 ‘실크 스마일라식(SILK LASIK)’이 기존 스마일라식을 대체하는 차세대 시력교정술로 주목받고 있다.실크 스마일라식은 존슨앤존슨 비전이 개발한 ‘ELITA(엘리타)’ 펨토초 레이저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이 장비는 기존 스마일라식의 핵심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절삭 정밀도, 시축 교정력, 광학적 품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ELITA는 각막 내부에 형성되는 렌티큘(lenticule)을 바이콘벡스(biconvex, 이중볼록) 구조로 구현할 수 있다. 이 구조는 중심부와 주변부에서 굴절률을 균일하게 만들어 야간이나 어두운 환경에서도 빛 번짐과 눈부심을 최소화한다. 또한 절삭면이 매우 매끄럽고 균일해 수술 중 조직 저항이 거의 없으며, 수술 직후부터 선명한 시력 회복과 빠른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겨울은 땀과 습기가 적고 자외선이 약해 수술 후 감염이나 염증 위험이 낮은 계절이다. 이 때문에 안과업계에서는 “겨울 스마일라식이 회복 효율이 가장 높은 시기”로 꼽힌다. 실크 스마일라식은 약 1.8mm 내외의 미세 절개로 진행되어 각막 신경 손상이 적고 안구건조증 발생률이 낮은 수술법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 시간이 짧고 통증이 거의 없어 직장인, 수험생, 장시간 모니터를 사용하는 직군에게 적합하다.기존 스마일라식은 절개가 작아 안전하지만, 미세 절삭 정밀도의 한계로 ‘고위수차(High-order aberration)’가 발생해 야간 시야 흐림이나 눈부심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다. ELITA 시스템은 정확한 시축 정렬 기능과 정밀한 절삭 품질을 바탕으로 이러한 광학적 왜곡을 최소화한다. 그 결과, 야간 시력, 색 대비감, 초점 안정성이 크게 향상되어 시력의 ‘양적 교정’을 넘어 ‘질적 개선’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다.실크 스마일라식은 단순히 절개를 줄이는 기술이 아니다. 빛의 흐름과 시축을 정밀하게 보정해 수술 직후부터 선명한 시야를 제공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회복 환경이 좋아 수술 만족도가 매우 높다.스마일라식 장비의 종류가 다양해진 만큼,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방식이 적합한 것은 아니다. 각막 두께, 시력 상태, 직업 특성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장비와 수술법을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실크 스마일뿐 아니라 스마일프로, 투데이라섹, 렌즈삽입술 등 다양한 교정 옵션을 보유하고 맞춤형 진단 시스템을 갖춘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력교정술은 단순히 ‘잘 보이게 하는 것’을 넘어 빛의 질과 시야의 안정성까지 교정하는 정밀 수술이다. 충분한 임상 경험과 최신 장비를 보유한 의료진을 통해 본인에게 최적화된 시력교정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이 칼럼은 예일안과 심형석 대표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예일안과 심형석 대표원장2025/11/0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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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장년층 사이에서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걷다 보면 종아리가 저리고 당기면서 아픈데, 앉아서 쉬면 괜찮아진다"는 호소가 많다. 이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인 척추관협착증의 신호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척추관협착증은 척추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주된 원인은 노화다. 60세 이상이라면 거의 대부분 척추관이 좁아져 있는 상태이며, 나이에 따라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압박되면서 요통과 하지 방사통(다리 저림)이 동반된다. 특히 걸을 때 다리 통증이 심해지고, 앉거나 허리를 구부리면 증상이 완화되는 '신경성 파행'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장을 보거나 산책할 때 자꾸 쉬어야 하는 경우가 전형적이다.초기에는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로 호전이 가능하지만, 신경 압박이 심해지면 근력 저하나 보행 장애로 진행할 수 있다. 특히 근육이 위축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척추관협착증 진단에는 X-ray, MRI, CT 등이 활용된다. 과거에는 척수조영술을 사용했지만, 합병증 부담이 커서 현재는 MRI가 가장 정확한 진단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X-ray 검사를 기반으로 척추 구조 이상을 확인하고, MRI나 CT를 통해 신경 압박 여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요추척추관협착증은 증상이 심하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진통소염제, 근육이완제, 혈관확장제 등의 약물치료, 온찜질·초음파·전기자극 등의 물리치료, 신경관 주변에 소염제·마취제를 주입하는 주사치료를 병행하면 상당수의 환자가 증상 완화를 경험한다.협착된 신경관 자체가 다시 넓어지기는 어렵지만, 통증 조절과 일상생활 복귀를 목표로 한 치료가 핵심이다. 다만 적극적인 보존적 치료에도 반응이 없거나 근력 저하가 진행되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최근에는 근육 손상을 최소화한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과거에는 4~5cm 정도 절개 후 근육을 박리해야 했지만, 내시경을 이용하면 절개 범위를 1cm 내외로 작게 하고 근육 손상을 줄일 수 있다. 회복이 빠르고 출혈도 적어 고령 환자나 만성질환자도 부담이 적은 수술법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지만, 신경 압박 자체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적절한 시기에 최소침습 수술을 시행하면 신경 손상 진행을 막고 보행 기능 회복이 가능하다.우리나라에서 척추관협착증 유병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좌식생활 문화다. 양반다리나 무릎 꿇고 앉는 자세는 허리에 큰 부담을 준다. 가능하면 의자 생활로 바꾸는 것이 좋다. 또한 허리를 과도하게 구부리는 스트레칭은 오히려 척추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자세를 자주 바꾸는 것이 좋고, 50분 앉았다면 10분은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척추관협착증은 누구에게나 노화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수술 없이도 통증 조절과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 (*이 칼럼은 새움병원 홍순우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새움병원 홍순우 원장2025/11/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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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AI가 맞춤형 뉴스를 보여주고, 점심엔 챗봇(chatbot)이 회의록을 정리한다. 이제 챗봇은 단순한 도우미가 아니라, 우리의 일과 대화의 한 축이 되었다. 우리는 이미 AI와 소통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끝내지만, 정작 나 자신 그리고 주변 사람과의 진정한 대화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AI는 나를 ‘분석’하지만, 정작 나는 내 마음을 점점 알지 못하게 된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힘은 무엇인가?” 바로 그 질문이 지금 우리에게 정신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를 일깨운다.인간은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는다. 그러나 AI는 그 ‘모름’을 자각하지 못한다. 가진 정보를 끝없이 돌려보다가 답이 없을 때야 비로소 ‘모른다’고 말한다. 바로 이 차이, 모름을 자각하는 통찰력이 인간을 AI보다 우위에 서게 하는 힘이다. 인간은 지식적 겸손을 통해 사고의 지평을 넓힌다. “내가 모른다”는 인정은 배움의 출발점이며, AI 시대에 더욱 필요한 인간의 비판적 사고력이다. 지식적 겸손은 아는 자의 오만을 경계하고, 기술이 닿을 수 없는 인간의 사유 깊이를 지켜주는 힘이다.그러나 지식적 겸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간에게 더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정신적 겸손이다. 지식적 겸손이 머리의 문제라면, 정신적 겸손은 존재 전체의 문제다. 많은 사람이 “모를 수 있다”는 건 쉽게 받아들이지만, “나는 정신적으로 불완전함을 지닌 존재다”라는 사실은 좀처럼 인정하지 못한다. 그것은 자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인간의 성숙은 완벽함이 아니라 불완전함의 수용에서 시작된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순간, 인간은 자유로워진다. 그때 우리는 타인에게 따뜻해질 수 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은 마음을 병들게 하지만, 불완전함의 수용은 나와 관계를 치유한다. 정신적 겸손은 자존감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자존심의 감옥을 깨뜨리는 해방의 힘이 된다.지식적 겸손이 사고를 열고, 정신적 겸손이 마음을 성찰하게 한다면, 그다음에 오는 것은 공감의 회복이다. AI는 데이터를 학습해 답을 내놓을 수 있지만,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공감하는 능력은 인간에게만 있다. 심리학자 장 피아제는 아동기에는 ‘자아 중심성’이 뚜렷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아이는 엄마의 생일에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선물하며 사랑을 표현한다. 그러나 성인이 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자아중심성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갈등 속에서는 늘 내가 피해자라고만 믿지만, 나 역시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한다.결국 필요한 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 곧 상대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태도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은 여전히 ‘마음의 언어’를 잃지 말아야 한다. AI 시대의 진짜 위기는 기술이 인간을 능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성을 잊어버리는 데 있다.
칼럼사공정규 동국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2025/11/03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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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반복되는 한 문장“선생님, 저는 원래 이런 사람이에요.”지난주 진료실에서 만난 30대 초반 여성 환자가 한 말입니다. 우울증으로 6개월째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분이었죠. 증상은 많이 호전됐지만, 직장 복귀를 앞두고 극심한 불안을 호소했습니다.“저는 원래 일을 못하는 사람이에요. 대학 때도 그랬고, 첫 직장에서도 그랬어요. 이번에도 또 실패할 게 뻔해요.”정신과 의사로 14년째 일하며, 이런 말을 참 많이 듣습니다. “저는 원래 불안한 사람이에요” “저는 원래 사람들을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저는 원래 의지가 약한 사람이에요”흥미롭게도, 이런 말들은 문제 증상보다 더 오래 지속되고, 때로는 회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되곤 합니다. 마치 20년 전 찍은 증명사진을 평생 바꾸지 않고 쓰는 것처럼, 과거 어느 순간의 ‘나’를 현재의 ‘나’로, 미래의 ‘나’로 고정시켜버립니다.촛불 같은 나, 계속 변화하는 나외래 진료 중 가끔 이런 질문을 합니다.“지금 눈앞에 촛불이 하나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불꽃이 일렁이고 있죠. 10초 전의 불꽃과 지금의 불꽃, 같은 촛불인가요?”환자들은 대개 잠시 멈칫하다가 “같은 촛불이죠”라고 답합니다. 그럼 저는 다시 묻습니다.“정말 같은 불꽃일까요? 불꽃은 매 순간 다른 형태로 타오르는데, 우리는 왜 그걸 ‘같은’ 촛불이라고 여길까요? 조금 전 타올랐던 불꽃은 이미 사라졌는데 말이에요.”이 질문에는 역설이 담겨 있습니다. 촛불은 매 순간 변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같은’ 촛불로 경험합니다. 사실 ‘나’라는 존재도 마찬가지입니다.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같은 몸이라는 느낌을 경험한다.” 바깥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나’라는 경험은 마치 변하지 않는 중심처럼 느껴진다는 거죠. 이것을 ‘자기 변화 맹목(self-change blindness)’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변화를 잘 보지 못합니다.하지만 조금만 멈춰서 생각해보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정말 똑같은 사람일까요? 10년 전 스무 살 때의 나와 지금 서른 살의 나는요? 같은 사람인 동시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기도 합니다.‘나(Selfing)’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수용전념치료(ACT)를 공부하며, 이 현상을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ACT에서는 ‘자기(self)’를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자기화(Selfing)’라는, ‘내가 되는 과정’으로 봅니다.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보는 거죠.“사람은 자신의 행동과 관련해 행동할 뿐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언어적’으로 행동한다”(Hayes, 1993)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경험할 뿐만 아니라, 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설명하고, 평가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다시 우리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진료실에서 다음과 같은 변화를 목격합니다. 네 가지 차원에서의 변화죠.첫째, ‘다양한 나’를 발견하는 순간입니다.“선생님, 지난 주에는 많이 불안했어요.” 그럼 제가 묻습니다. “그 불안을, 지금은 어떻게 느끼시나요?”, “지금은 그나마 나아요.”, “그럼 우리가 이야기 나누고 있는 지금은요?”이렇게 묻고 경험을 따라가다 보면, 환자들은 자신의 감정이 고정된 게 아니라 계속 변화한다는 걸 알아차립니다. ‘불안한 사람’이 아니라 ‘지금 불안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요.둘째, ‘관점으로서의 나’를 발견합니다.어떤 사람은 한 평생 ‘나는 수학을 못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중학교 때 수학 시험에서 받은 낮은 점수가 그를 정의해버린 거죠. 그런데 40대가 돼 취미로 프로그래밍을 배우면서, 자신이 논리적 사고를 잘한다는 걸 발견했습니다.“중학생 때 수학 시험을 못 봤던 경험을 한 ‘당신’이 있었죠. 그리고 지금 프로그래밍을 즐기는 ‘당신’도 있어요. 이 모든 경험을 지켜보고 있고 관찰하고 있는 ‘당신’은 누구인가요?"여기 안정적인 관점, 관찰자로서의 자기가 있습니다. 경험은 계속 변해도, 그 경험을 알아차리는 ‘나’는 여전히 존재합니다.셋째, ‘그릇으로서의 나’를 경험합니다.40대 남성 환자분은 “나는 화를 참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자책했습니다. 그런데 치료 과정에서 이런 대화를 나눴습니다.“당신 안에 가족에 대한 ‘화’가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화’만 그곳에 있나요?”, “아니요... 사랑하는 마음도 있고, 기쁠 때도 있고...” “맞습니다. 화도, 미움도, 기쁨도, 연민도, 사랑도 모두 당신의 일부예요. 당신은 그 모든 것을 담고도 남을 만큼의 큰 그릇이네요.”날씨가 아무리 변한다 해도 기상변화를 모두 담고 있는 하늘은 그대로이듯, 감정과 생각과 기억이 변한다 해도 그것을 담고 있는 ‘나’는 여전히 넓고 안정적입니다.넷째, ‘유연한 나’로 살아가기 시작합니다.가장 중요한 변화는 여기서 일어납니다. 과거의 이야기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현재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는 순간이죠.어떤 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과거에 그런 선택을 한 건 이해가 돼요.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의 저는... 다르게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아요.”연구에 따르면, 이런 유연한 자기감(flexible sense of self)이 높을수록 우울, 불안, 스트레스 수준이 낮고, 삶의 질이 높으며, 심리적 웰빙이 증진됩니다. 반대로 경직된 자기 개념에 매여 있을수록,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어렵고, 작은 실패에도 쉽게 무너진다고 해요.오늘, 어떤 ‘나’를 선택하실 건가요?처음의 30대 여성 환자와의 마지막 대화로 돌아가겠습니다. 진료를 마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과거에 일을 못했던 경험을 한 ‘당신’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게 당신의 전부는 아니죠. 6개월 동안 꾸준히 치료받으며 변화를 만든 ‘당신’도 있고, 지금 이 순간 불안을 느끼면서도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당신’도 있어요. 당신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면, 심장에서 느껴지는 그 두근거림은 불안이기도 하지만 ‘도전에 대한 설렘’이기도 하겠네요. 용기 있는 도전에는 항상 불안이 함께 하는 법이니까요.”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제가 물었습니다.“조금 전의 당신과 지금의 당신은, 같은 사람인가요?”그분이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습니다. “같으면서... 다른 것 같아요.”“맞아요. 촛불처럼요. 매 순간 변하지만, 여전히 ‘당신’이죠. 그럼 내일 출근할 ‘당신’은 어떤 모습일까요? 과거의 이야기 속 ‘당신’일까요, 아니면 지금 이 순간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는 ‘당신’일까요?”오늘 하루 실수를 했나요? 괜찮습니다. 당신은 ‘실수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늘 실수라는 경험을 한 사람입니다. 내일은 또 다른 경험을 할 거예요.지금 외롭다고 느껴지나요? 그것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외로운 사람’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입니다.‘나, 자기(Self)’는 고정된 무언가가 아닙니다. 매 순간 경험하고,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되고(Selfing)’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는 또 다른 ‘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나는 원래 ○○한 사람’이라는 문장이 당신을 가두는 감옥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당신은 고정된 명사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사니까요.촛불의 불꽃처럼, 당신은 매 순간 다르게 타오릅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을 담는 넓은 공간으로서의 ‘당신’은 여전히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당신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당신은 지금, 어떤 ‘나’를 경험하고 있나요? 그리고 다음 순간에는, 어떤 ‘나’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매순간 선택이 주어진다는 것, 그점이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자유이자 희망입니다.[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칼럼전봉희 창원 마음과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2025/11/0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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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는 타인을 변화시키는 힘이다1964년 하버드대 심리학과의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 박사는 한 초등학교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돌발 학습 능력 예측 테스트’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지능검사를 시행한 뒤, 일부 학생들을 ‘잠재력이 매우 높은 아이들’이라고 교사에게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 명단은 무작위로 만든 가짜였다. 몇 달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름이 올랐던 아이들이 실제로 다른 학생들보다 성적이 훨씬 올랐던 것이다.로젠탈은 이를 통해 ‘교사의 기대가 학생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기대를 품을 때, 그 기대는 상대를 실제로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이것이 바로 ‘로젠탈 효과(Rosenthal Effect)’다.우리는 서로의 거울 속에서 자란다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타인의 시선, 말, 태도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끊임없이 조정한다. 상사의 신뢰, 친구의 격려, 선배의 인정, 혹은 가족의 기대는 모두 우리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넌 할 수 있어’, ‘이번엔 잘 될 거야’, ‘나는 너를 믿어.’이 짧은 문장들은 단순한 응원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속에 ‘나는 믿음받는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을 심어준다. 그렇게 생긴 자신감이 행동을 바꾸고, 행동이 결과를 바꾼다.우리는 누구나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 앞에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반대로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라도 “넌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말을 반복해서 들으면 점점 위축되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의심하게 된다. 결국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가는 거울의 과정이다.당신의 믿음이 나를 움직인다직장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해보자.“이번 프로젝트는 당신이 맡는 게 가장 적합할 것 같아요. 당신이라면 잘 해낼 거예요.”이 한마디는 단순한 칭찬이 아니라, ‘나는 신뢰받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그 확신은 책임감으로, 책임감은 몰입으로 이어진다. 친구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넌 늘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이야.”라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은 다음에도 진심으로 들어주려 노력한다. 인간은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며 관계 속에서 자신을 정의해 간다.결국 좋은 관계란 서로에게 좋은 기대를 건네는 관계다. 누군가를 바꾸려 애쓰기보다, 그 사람이 이미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다.비판보다 믿음이 먼저다우리는 흔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쉽게 비판한다. “왜 그렇게밖에 못 해?” “또 실수했잖아.”하지만 이런 말들은 상대를 성장시키지 않는다. 사람은 비판보다 기대 속에서 더 크게 자란다.“이번엔 좀 다르게 해보자, 당신이라면 잘할 수 있을 거야.”이런 말이야말로 관계를 단단하게 하고, 스스로를 다시 일으키게 만든다.기대는 단순히 낙관적인 말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방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선택이다. 그 믿음을 받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그 믿음에 어울리는 나’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하루를 바꾸는 말 한마디의 온도로젠탈 효과는 특별한 실험실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매일 아침 인사를 건네는 동료에게,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혹은 오늘 처음 마주하는 낯선 사람에게도 우리는 그 효과를 전할 수 있다.“당신이라면 잘 해낼 거예요.”이 짧은 문장은 타인의 하루를 바꾸고, 때로는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좋은 인간관계란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가능성의 거울’이 되어주는 것이다.우리가 조금 더 따뜻하게 믿어주고, 조금 더 긍정적으로 기대할 때 세상은 그만큼 부드러워지고, 사람은 그만큼 성장한다.“나는 당신을 믿어요.”이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오늘을 버틸 힘이 될지도 모른다.그렇다면, 오늘 당신은 누구에게 이 말을 건네고 싶은가?
칼럼한승민 선릉숲 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2025/10/3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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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식이나 라섹과 같은 레이저 시력교정술이 보편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시력 개선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각막 절삭으로 인한 부담, 얇은 각막이나 고도근시 등으로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각막을 보존하면서 시력을 교정할 수 있는 ‘ICL 렌즈삽입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ICL(Implantable Collamer Lens)은 콜라머(Collamer)라는 생체친화적 소재로 제작된 특수 렌즈를 눈 속 수정체 앞에 삽입해 근시와 난시를 교정하는 수술이다. 각막을 깎지 않기 때문에 구조적 손상이 없고, 외부에서 보이지 않아 심미적인 부담도 없다. 또한 필요시 렌즈를 제거할 수 있어 ‘가역적(Reversible)’ 수술로 분류된다.ICL의 핵심은 단순히 시력을 높이는 데 있지 않다. 각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눈의 구조를 보존하는 것이 수술의 본질이며,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해부학적 검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실제로 ICL은 기존의 라식, 라섹과 달리 각막을 절삭하지 않아 신경 손상으로 인한 안구건조증이나 빛 번짐과 같은 시술 후 불편감이 적다. 특히 고도근시 환자나 각막이 얇은 환자처럼 레이저 교정술이 어려운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의 폭이 넓다.또한 ICL 렌즈는 자외선 차단 기능을 갖추고 있어 장기적으로 안구 건강을 보호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삽입된 렌즈는 눈 속에서 안정적으로 고정되며, 필요할 경우 제거 혹은 교체가 가능해 이후 백내장 수술 등 다른 시술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수술의 목표는 ‘보이는 시력’보다 ‘지속 가능한 시력’에 있다. ICL 렌즈삽입술은 각막을 보존하면서도 안정적인 시력 회복을 돕는 방식으로, 환자 개개인의 해부학적 조건에 맞는 맞춤형 수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ICL 시술은 국소마취하에 짧은 시간 내 진행되며, 수술 전 안압, 각막내피세포 수, 전방 깊이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정밀 진단 과정을 통해 수술 적합 여부와 렌즈 규격이 결정되며, 이는 장기적인 시력 안정성과 직결된다.고도근시, 얇은 각막, 야간 빛 번짐 등으로 시력교정술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ICL 렌즈삽입술은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모든 의료 행위가 그러하듯 눈의 구조와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 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밀검진과 숙련된 의료진의 경험이 수반될 때, ICL 시력교정술은 더욱 높은 만족도로 이어질 수 있다.(*이 칼럼은 닥터아이씨엘(ICL)안과 이동훈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이동훈 닥터아이씨엘(ICL)안과 원장2025/10/3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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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파서 진통제를 먹었는데, 요즘은 약을 안 먹으면 더 아픈 것 같아요.”신경과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두통이 심해 약을 복용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약을 먹지 않으면 머리가 더 아파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생긴다. 이를 ‘약물유발두통’이라고 한다.약물유발두통은 두통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한 약 자체가 오히려 새로운 두통의 원인이 되는 질환이다. 진통제나 편두통 치료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뇌가 통증 조절 기능을 잃게 되고, 약의 효과가 떨어지면서 약이 없을 때 오히려 두통이 심해진다. 즉, ‘약이 두통을 만드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이 두통은 일반적인 편두통이나 긴장성 두통과 달리 ‘하루 대부분 머리가 무겁고 조이는 듯한 통증’이 특징이다. 특히 아침에 두통이 심하거나,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통증이 반복되기도 한다. 약을 먹으면 잠시 가라앉지만, 몇 시간 후 다시 통증이 나타나는 양상이 반복된다면 약물유발두통을 의심해 볼 수 있다.원인이 되는 약물은 다양하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 진통제(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등)뿐 아니라, 편두통 치료제(트립탄 계열), 카페인 복합제, 심지어 감기약 속 진통 성분까지도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한 달에 10~15일 이상 진통제를 복용하는 경우, 약물유발두통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문제는 이런 약들이 일상적으로 사용되기 쉬워, 환자 본인이 두통의 원인을 약물로 인식하지 못한 채 복용을 이어간다는 점이다.치료의 핵심은 ‘약을 끊는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중단하면 일시적으로 두통이 심해지는 ‘반동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신경과 전문의의 관리 아래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안전하다.필요에 따라 예방약을 함께 처방해 뇌의 통증 민감도를 낮추는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식사, 카페인 절제, 스트레스 관리가 회복을 돕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두통약을 남용하지 않는 습관’이다. 진통제를 일시적인 통증 완화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괜찮지만, 두통이 한 달에 10회 이상 반복된다면 단순 약 복용으로 해결하기보다 원인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꾸준히 약을 먹어야 버틸 정도로 두통이 잦다면, 그것이 바로 치료가 필요한 신호다.두통은 대부분 조기에 관리하면 충분히 조절 가능한 질환이다. 그러나 잘못된 약물 사용으로 만성 두통으로 진행되면 치료가 훨씬 어려워진다. 약에 의존하기보다는 두통의 근본 원인을 정확히 진단받고, 뇌가 스스로 통증을 조절할 수 있는 건강한 리듬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이 칼럼은 안양윌스기념병원 구경모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안양윌스기념병원 뇌신경센터 구경모 원장(신경과 전문의)2025/10/3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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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병변 부위를 보기 위해 피부를 크게 절개하고 근육을 넓게 벌려 신경을 직접 확인하는 개방형 수술이 일반적이었다. 이제는 피부 절개를 최소화해 근육 손상을 줄이는 최소침습 척추수술(Minimally Invasive Spine Surgery, MIS)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병변에만 정밀하게 접근하기 때문에 통증과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흉터도 작다.대표적인 척추질환으로는 허리디스크(요추 추간판 탈출증), 척추관협착증, 척추전방전위증 등이 있다. 이들 질환은 신경 압박으로 허리 통증, 다리 저림과 방사통을 유발한다. 약물·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근력 저하·감각 저하 등 마비 증상이 나타난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과거에는 넓은 시야를 위해 큰 절개가 필요했지만, 현미경·내시경 기술의 발전으로 작은 절개만으로도 충분한 시야와 안전한 수술이 가능해졌다.단방향 내시경 수술은 직경 약 4~5 mm의 카메라와 수술 기구가 하나의 통로로 들어가 병변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절개가 1 cm 내외로 작고 연부 조직 손상이 적어 통증과 출혈이 적으며, 수술 당일 보행도 가능한 경우가 많다. 디스크 탈출증이나 국소적 협착처럼 병변이 비교적 국한된 경우 효과적이고, 고령자나 기저질환자에게도 부담이 적다.양방향 내시경 수술은 카메라 통로와 기구 통로를 분리해 두 개의 작은 절개로 진행한다. 물 세척을 통한 깨끗한 수술 시야와 기구 조작의 자유도가 높아 후궁·황색인대·후관절 주변의 정밀한 신경 감압이 가능하다. 단방향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양측 감압이나 다소 넓은 범위의 병변까지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어 기존 단방향의 한계를 보완했다.모든 경우가 ‘신경 감압’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불안정성(척추전방전위증 등), 다분절 퇴행, 재발·불유합, 변형 교정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유합술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유합술도 최소침습화되어 출혈과 근 손상을 크게 줄이고 있다.사측방 요추체간유합술(OLIF)은 측복부의 작은 절개로 복막 앞쪽 통로를 이용해 디스크 공간에 접근한다. 디스크 높이와 전만(lordosis) 회복에 유리하고 케이지로 간접 감압을 유도한다. 후방 근육을 벌리지 않으므로 통증이 비교적 적고 회복이 빠르다.경추간공경유 요추체간유합술(TLIF)은 양방향 내시경을 이용해 한쪽 후궁을 최소한으로 열고 병변을 제거한 뒤 케이지를 삽입하고 나사못 고정으로 감압과 안정화를 동시에 달성한다. 내시경 시야에서 신경 구조물 확인이 용이하고 연부 조직 손상이 적어 회복과 통증 감소 측면의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최소침습 유합술은 개방형 유합술에 준하는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출혈 감소, 감염 위험 저감, 입원 기간 단축의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최근에는 3D 영상 내비게이션, 실시간 형광 증강 영상, 고해상도 내시경 시스템, 신경 감시장치 등이 보편화되며, 나사못 삽입과 케이지 위치, 감압 범위를 정밀하게 검증할 수 있다. 이는 수술 정확도와 안전성을 높이고, 환자 개개인의 해부학에 맞춘 맞춤형 수술을 가능하게 한다.수술의 목표는 통증을 없애는 것을 넘어 얼마나 빨리·안전하게 일상으로 복귀하는가에 있다. 본원 척추센터는 단·양방향 내시경, OLIF·양방향 내시경 TLIF 등 최신 최소침습 수술 기법을 환자 병변과 증상에 맞춰 개별화해 적용하고, 수술 후에는 통증 관리와 재활치료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회복을 돕는다.마지막으로, 모든 환자에게 수술이 답은 아니다. 적절한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거나 마비·대소변 장애 등 신경학적 악화가 의심되면 지체하지 말고 전문의 진료를 권한다. 척추 구조를 보존하면서 신경을 정밀하게 감압·안정화하는 것이 최소침습 수술의 핵심임을 기억하자.(*이 칼럼은 신세계서울병원 척추내시경센터 김동욱 센터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김동욱 신세계서울병원 척추내시경센터장2025/10/2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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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의 병을 겪을 수 있지만 쉽게 털어놓기 힘들고 때론 스스로 인정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다. 헬스조선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준 교수의 칼럼을 연재해 ‘읽으면서 치유되는 마음의 의학’을 독자와 나누려 한다. 정신건강 문제를 풀어내고 치유와 회복의 길을 제시한다.(편집자주)“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이미 180여 년 전에 불안을 이렇게 정의했다. 무한히 많은 가능성 속에서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는 자유, 그 자유는 선물이지만 동시에 낭떠러지 위에 서 있는 듯한 아찔함을 준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하지만 아주 사소한 선택 하나에도 ‘잘못되면 어쩌지?’라는 불안에 괴로워한다. 일상의 과도한 불안도 나를 병들게 한다. 회사에서 사소한 실수를 한 뒤, “이 일로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게 되면 어쩌지?”라는 불안이 머릿속을 맴돈다. 아이가 늦게 들어오면 “사고가 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이런 불안은 미래의 가능성을 이미 일어난 일처럼 느끼게 만든다. 현실보다 상상 속의 불안이 더 큰 문제다. 그러나 수많은 걱정과 불안은 대부분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또 정말로 안 좋은 일이 발생해도 대개 내 탓이 아니다. 아무리 내가 불안해하며 대비해도 내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일들이 있다.메신저 문구와 메일에 가슴 철렁이고 뉴스 속보가 우리의 심박 수를 올린다. 이는 현대인의 구조적이고 환경적인 불안 때문이다. 세상은 점점 편해지고 안전해졌는데 ‘왜 나는 더 불안해할까?’ 과거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맹수를 피해야 했지만 지금 우리는 맹수가 아니라 ‘뒤처질지도 모르는 나’와 싸운다.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불안도 우리를 조여 온다. 10대의 입시 불안, 20대의 취업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대표적이며, 30~40대는 내 길이 맞는지에 대한 불안과 가족에 대한 책임으로, 50대 이후는 지나온 생에 대한 의미와 남은 생에 대한 불안으로 고민한다. 물론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할까?’는 본질적인 불안은 인생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는 ‘나’의 밑바닥에 묵직하게 남아있다. 아마 이 고민은 시대가 흘러도 변치 않는 불안일 것이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잘 이해하면 이 증상을 줄이거나 견딜 수 있다. 정신분석학에선 불안을 ‘내면의 신호’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욕망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스스로에게 요구하는 기준이 과도하게 높을 때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마음이 압박을 받으며 불안을 느낀다.불안은 우리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존을 위한 경보 역할도 한다. 불안 때문에 약속에 지각하지 않고 사고도 예방할 수 있고 일을 완벽하게 잘 할 수 있게 된다. 무작정 불안을 없애는 게 아니라 경보의 볼륨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불안과 함께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 하기 싫은 생각을 억누를수록 오히려 더 자주 떠오르듯, 불안을 없애려 애쓸수록 불안은 더 커진다. 불안은 쫓아내야 할 적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나의 한 부분이다. 심리 실험에 의하면 불안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학습된 경험이며 결국 불안은 외부가 아닌 내부의 통제감 상실에서 비롯된다. 과도한 불안을 적절한 수준으로 낮추고 때때로 가벼운 스트레스나 불안을 즐길 줄도 알아야한다. 불안이 찾아올 때 이렇게 해보자. “아,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 나를 있는 그대로 관찰한 뒤, 지나치게 확대하지도 불안에 휘둘리지도 말자. 불안이 자꾸 깊어지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글로 적어보거나 몸을 움직여보자. 이렇게 불안을 다스리다 보면 과도하게 흥분했던 편도체가 서서히 진정되고 자기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연결과 기능이 강화되는 등 신체적인 변화도 따라온다. 마음이 근육처럼 단련되면 불안이 점차 사라질 것이다. 키에르케고르가 말했듯, 불안은 자유 속에서 우리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증거다. 불안을 없애려 하기보다 함께 걷도록 하자. 불안이 없는 사람은 없다. 또 불안 때문에 완전히 무너지는 사람도 거의 없다. 어쩌면 불안 덕분에 우린 더 발전할 수 있다. 불안을 잘 견디고 조절할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하고 여유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칼럼기고자=이강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인지중재치료학회·한국정신신체의학회 이사장)2025/10/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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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거나 직선이 휘어져 보이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시력 저하로 넘기기보다는 안과 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중장년층에서 자주 발견되는 ‘망막전막’은 이러한 증상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다. 정밀 진단과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망막전막은 눈 안쪽의 망막 표면에 섬유성 막이 형성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망막은 시각 정보를 받아 뇌로 전달하는 신경조직으로, 시력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이 조직 위에 얇은 막이 생기면 망막이 당겨지고 구조가 뒤틀리게 되면서 시야에 왜곡이 발생하게 된다. 직선이 휘어 보이거나 글씨가 겹쳐 보이고, 중심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이러한 막은 주로 나이가 들면서 유리체가 망막에서 분리되는 과정에서 미세한 손상이 발생하거나, 염증, 혈관 질환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노화 이외에도 당뇨망막병증, 망막 혈관 폐쇄증, 망막열공, 눈 외상 등과 관련될 수 있어 고위험군에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망막전막은 초기에는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특히 한쪽 눈에만 증상이 발생했을 경우 반대쪽 눈이 이를 보완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로 인해 진단이 늦어지면 시야 변형이 악화되고, 시력 손상이 진행되어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미세하더라도 이상 징후가 느껴진다면 조기에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진단은 안저 검사와 망막 단층촬영(OCT)을 통해 정확히 이루어진다. OCT 검사는 망막의 단면을 고해상도로 촬영해 막의 존재와 두께, 망막의 변형 정도를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어 치료 여부를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치료는 증상의 심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증상이 경미하거나 시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에는 정기적인 경과 관찰로 충분하다. 그러나 시야 왜곡이 심하거나 시력이 현저히 저하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수술은 유리체절제술로, 혼탁한 유리체와 함께 망막 표면의 막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수술 후 시력 회복 속도는 개인차가 있으나, 시야 왜곡이나 겹침 현상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망막전막은 시력을 위협하는 질환이지만, 비교적 진단과 치료가 명확한 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증상을 자각했을 때 빠르게 안과를 찾고 정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다. 단순한 노안이나 안경 도수의 변화로 착각해 방치할 경우, 회복 가능한 시기를 놓칠 수 있다.정확한 원인 파악과 적절한 치료 시점 결정은 환자의 시력을 지키는 핵심이다. 시야에 일그러짐이나 뿌연 흐림이 느껴질 경우 단순한 변화로 넘기지 말고, 전문적인 진료를 통해 망막 건강을 확인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이 칼럼은 더원서울안과 허장원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허장원 더원서울안과 원장2025/10/2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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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감아도 금세 떡져요.”진료실에서 환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탈모는 남성이나 여성, 젊은 층이나 중년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문제다. 그중에서도 두피가 기름지는 사람에게서 탈모가 더 흔하고 심하게 진행된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에서 확인됐다.연구에서는 지성 두피를 가진 사람과 건강한 두피를 가진 사람을 비교했다. 지성 두피 그룹은 피지 분비량이 확연히 높았고, 모발 밀도는 낮았다. 하루에 빠지는 머리카락 수도 뚜렷하게 많았다. 결국 두피가 기름질수록 탈모가 더 빠르게, 더 심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두피에서 검출된 수백 종의 기름 성분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세라마이드였다. 세라마이드는 피부 장벽을 지키는 중요한 성분이지만, 양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세포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스스로 죽는 과정을 촉진한다. 본래는 보호막 역할을 하지만, 균형이 무너지면 오히려 두피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된다.두피 속 미생물의 균형도 크게 달라졌다. 건강한 두피에서는 여드름균이 일정한 균형을 유지해 주지만, 지성 두피에서는 이 균이 줄어드는 대신 염증을 유발하는 녹농균이 늘었다. 실제로 녹농균은 피부 질환의 중증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흥미롭게도 꿀벌의 장 속에서 발견되는 특이한 세균이 지성 두피에서만 검출되었는데, 아직 그 역할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두피 염증 환경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지성 두피는 단순히 체질 탓만이 아니다. 불규칙한 수면, 스트레스, 기름진 식습관, 잦은 야식 등이 피지 분비를 과도하게 만들고 두피 환경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스마트폰을 오래 보고 늦게 자는 습관 역시 피지 분비와 염증 반응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생활 패턴과 탈모가 무관하지 않은 이유다.실제로 진료실을 찾는 환자 중에는 머리를 감아도 반나절만 지나면 축 처진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검사해 보면 모발 밀도는 또래보다 확연히 낮고, 피지 분비량은 정상 범위를 크게 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샴푸 횟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생활 패턴 교정과 두피 관리가 동시에 필요하다. 특히 ‘머리를 하루에 두 번 감으면 괜찮아지지 않겠냐’고 묻는 경우가 많지만, 지나친 세정은 두피 장벽을 더 약하게 만들어 오히려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횟수가 아니라 자신의 두피 상태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가정과 세대 전체로 문제를 확장해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늦게 자고 불규칙한 생활을 하면 자녀 역시 같은 습관을 물려받는다. 두피 건강뿐 아니라 전반적인 생활 리듬이 무너지며, 이는 자녀의 성장과 부모의 탈모·만성질환 위험으로 이어진다. 탈모는 유전적 요인도 크지만, 생활 습관이 더해지면 그 진행 속도와 심각도가 달라질 수 있다.탈모 치료는 모발만 바라보는 단순한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두피의 기름 성분 균형을 회복하고, 건강한 미생물이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관리하는 방식이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장내 미생물이 건강에 큰 영향을 주는 것처럼, 두피 미생물도 머리카락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특정 프로바이오틱스 성분이 피부 염증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되어, 향후 탈모 관리에도 적용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생활 속 작은 변화가 탈모 예방의 시작이다. 머리는 하루 한 번, 자신의 두피에 맞는 샴푸로 감고, 왁스·스프레이 등 화학적 자극은 줄이며,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를 지키는 것이 기본이다. 평소 두피가 지나치게 기름지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양이 늘어난다면, 단순히 체질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탈모는 유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생활을 하고 두피 속 보이지 않는 균형을 어떻게 지켜내느냐가 머리카락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이 칼럼은 뉴헤어성형외과 김진오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김진오 뉴헤어성형외과 원장(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수석탈모분과위원장)2025/10/2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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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만든 물체 중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한 것은 무엇일까요? 지금도 우주를 누비고 있는 ‘보이저 탐사선’입니다.이 탐사선과 관련된 아주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야기는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려던 시기에 시작됩니다. 천체물리학자이자 <코스모스>의 저자로 잘 알려진 칼 세이건은 NASA에 한가지 건의를 합니다. 우주를 향하고 있던 보이저호의 카메라를 정반대로 뒤집어 지구를 찍어보자고 말이지요. 반대의견도 있었지만 1990년 2월 14일 보이저호는 지구가 보이는 사진을 찍게 됩니다. 그 거리에서 지구는 하나의 픽셀 보다도 작은 점으로 보입니다. 세이건은 그의 저서 <창백한 푸른 점>에서 다음과 같이 그 인상을 기록했습니다.“이 빛나는 점을 보라. 그것은 바로 여기, 우리 집, 우리 자신인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아는 사람, 소문으로 들었던 사람, 그 모든 사람이 그 위에 있거나 또는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기쁨과 슬픔, (…) 서로 사랑하는 남녀, 어머니와 아버지, 앞날이 촉망되는 아이들, (…) 수퍼스타, 초인적 지도자, 성자와 죄인 등 인류의 역사에서 그 모든 것의 총합이 여기에, 이 햇빛 속을 떠도는 먼지와 같은 작은 천체에 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광대한 우주의 무대 속에서 하나의 극히 작은 무대에 지나지 않는다. (…) 우리 행성은 우주의 어둠에 크게 둘러싸인 외로운 티끌 하나에 불과하다.”이 말은 굉장히 큰 감동을 우리에게 전해주며, 우리를 겸허하게 만듭니다.그러나 그 감동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우리 모두는 사람이기에 내일 또 다시 기뻐하고 슬퍼할 것입니다. 어쩌면 그 보다 심한 우울과, 불안, 초조감을 느끼고 고통스럽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고통이 이어지다 보면 마음은 우리에게 무어라고 말을 걸어오기도 합니다. 간혹 힘내라는 응원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썩 기분 좋지 않은 말도 많습니다. 당신은 실패자라거나, 그래서 너는 안 된다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때론 지금 당장 여기에서 도망가지 않으면 큰 일이 벌어질 것이라 위협하기도 하고, 자신의 말에 따라서 행동해야 한다고 명령하기도 합니다. 이 말에 휘둘리다 보면 어느 순간 어떤 것이 정말 내가 경험한 감정이고 어떤 것이 내 마음이 말하는 것인지 혼란 속에 빠지게 됩니다. 오히려 실제의 고통보다도 그 마음의 말에 더 짓눌리고 무기력해지기도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있다 보면 현실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기조차 합니다. 문제는 마음이 너무 가까이에서 말을 걸어오면 시야가 좁아진다는 것입니다. 지금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세요. 여러분의 눈에 들어오는 거의 대부분은 모두 ‘지구’일 것입니다. 이번에는 함께 상상해 봅시다. 달에서 지구를 바라본다면 지구는 어떻게 보일까요? 지구의 푸른 색채와 둥근 형태가 보이지 않을까요? 조금 더 멀리에서 바라봅시다. 보이저 1호가 사진을 찍었던 그 곳에서 지구를 바라본다면, 아마 정말로 작은 점 하나만이 보일 것입니다. 다시 주변을 바라봅시다. 지금 우리 주변을 완전히 채우고 있는 지구가 보입니다. 이 지구는 아무리 거리가 멀어진다 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정말로 작게 보이겠지요. 그리고 그 먼 거리에서야 비로소 지구의 중력이 보이지 않는 힘으로 나를 잡아당기고 있었고, 사실은 그 중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주의 경치를 조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마음이 걸어오는 말’이 가진 중력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먼저 마음이 왜 우리에게 그런 말을 하는지 아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비밀은 마음은 결코 우리가 잘못되라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마음이 건네는 조언과 명령, 때론 비난하는 말은 비록 효과가 없더라도 사실 여러분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마음 자기 나름의 최선의 노력과 좌절이었습니다. 그러니 마음이 여러분에게 말을 걸어올 때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살펴보세요. 가슴이 먹먹하거나 목이 아프고 배가 불편할지도 모릅니다. 무언가 꽉 막혀 터질 것만 같은 느낌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것이 마음이 느끼던 괴로움이었습니다. 이를 알아차렸다면 마음을 토닥이고 안아주며 고마움의 말을 건네 봅시다.“그 동안 내가 괴롭지 않게 하려고 너 혼자 정말 고생이 많았구나. 지금 내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만큼이나 너 역시 괴롭고 힘들었겠구나. 애써줘서 고맙다.”그리고 다음을 생각해 봅시다.여러 감정으로 고통스러웠던 것은 누구인가요?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고 때로는 비난하기도 한 것은 누구인가요?그 목소리를 듣고 다독이며 따뜻한 말을 건넨 것은 누구인가요?사실 그 모두는 여러분 자신입니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지구에 서 있는 사람도, 달의 거리와 보이저 호의 거리에서 지구를 바라본 것을 떠올린 사람도 나 자신입니다. 여러분은 단지 마음의 고통이 아니며, 그 고통에 매달려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더욱이 어떤 진단명도 아닙니다. 여러분은 그보다 다채롭고, 그보다 넓고,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존재입니다. 때론 마음이 건네는 말에 휘둘리기도 하지만, 여러분은 그보다 큰 무엇입니다. 그렇기에 여러분은 마음이 하는 일을 위로할 수 있고, 또 마음이 건네는 조언을 듣거나, 듣지 않을 자유가 있습니다.어느새 마음이 나에게 다가와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지금의 연습을 기억하세요. 여러분이 좀 더 멀리에서 마음을 바라볼 수 있다면 전체의 풍경이 좀 더 잘 보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가까이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해와 별도 볼 수 있을 것이며 선택의 자유 역시 주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때론 마음이 나를 너무나도 붙잡아 혼자의 힘으로는 그 중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주변의 전문가와 그 여정을 함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좀 더 자유롭기를 바랍니다.[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칼럼서민철 의정부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2025/10/26 2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