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암, 혈관질환, 심장질환 등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은 일찍 발견해서 일찍 치료하는 것이다. 크기가 1㎝ 정도인 1기 위암이나 1기 유방암의 완치율(5년 생존율)은 90% 이상이며 치료성적이 가장 나쁘다는 폐암도 1기는 70% 정도 완치된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처럼 흔한 병도 일찍 발견해서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질환의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사람이 종합검진을 ‘정답’으로 알고 있지만, 건강한 사람에겐 매년 받는 종합검진이 비효율적일 수 있으며 반대로 어떤 사람에겐 종합검진으로도 안심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의사들은 건강검진도 자신의 생활습관, 병력(病歷), 가족력(家族歷)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똑똑하게’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종합검진은 건강 보증수표가 아니다
종합검진에는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등이 기본으로 포함돼 있으며 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위내시경(또는 위조영술), 복부초음파, 유방촬영, 자궁세포진검사, 흉부 X선 검사 등이 포함돼 있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위암, 간암, 췌장암, 신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폐암 등은 종합검진으로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증가하고 있는 대장암이나 전립선암 검사는 대부분의 종합검진에서 빠져 있다. 대장암 검진을 위해선 대장 내시경 검사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종합검진에서 시행하는 흉부 X선 검사로는 조기 폐암을 놓칠 가능성이 있으며, 유방촬영의 경우 젊은 여성에 대한 오진율(誤診率)이 높다. 때문에 유방 초음파 등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경우에 따라선 위내시경이나 복부초음파 검사에서 조기 위암이나 간암·췌장암 등을 놓칠 수도 있다.
고기가 있는 곳에 그물을 내려야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을 검사하는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는 1년에 1~2회 ‘빼먹지 말고’ 받아야 하지만 그밖의 정밀 검사는 반드시 매년 받을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5대 암은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 등이 정한 ‘5대암 검진 프로그램’<표>에 따르면 된다. 최근 증가하는 전립선암의 경우도 60~65세가 지나서 매년 피를 뽑아 종양지표검사를 받고 의심되는 경우 직장 초음파 검사를 받으면 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어떤 검사를 더 선별적으로 받아야 할까?
첫째, 가족 중 암 환자가 있는 경우엔 그 암에 대한 검진을 좀더 일찍, 좀더 자주 시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직계 가족이 40세를 전후해 대장암으로 사망했다면 장벽에 무수히 많은 폴립이 생기는 ‘가족성 용종증’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20대에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또 BRCA1과 BRCA2라는 유전자의 이상으로 가족 중 유방암이 생긴 경우엔 다른 가족에게도 유전성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때는 유방촬영뿐 아니라 유방 초음파 검사까지 함께 받는 게 좋다. 그러나 갑상선암의 경우 촉진(觸診)으로 암을 발견해도 충분하므로 가족 중 환자가 있다고 해서 구태여 초음파 검사 같은 정밀 검진을 받을 필요는 없다.
전립선암도 노년에 발병해서 서서히 자라므로 예를 들어 부친이 전립선암 환자라고 해서 미리부터 직장 초음파 검사 등을 받을 필요는 없다.
둘째, 가족 중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 생활습관병(성인병) 환자가 있는 사람이다. 이 질환들은 유전적 성향이 작용하는 데다, 가족끼리는 동일한 발병 원인(음식, 생활환경 등)을 공유하므로 가족 중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검사를 최소한 1년에 2회 정도 받아서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이 발병하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일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발병한 이후엔 적극적인 약물·식이·운동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또 이들은 동맥경화가 매우 빨리 진행되므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심장혈관질환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운동 중 심장 기능을 검사하는 ‘운동부하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으며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엔 뇌로 가는 혈관(경동맥)의 딱딱함 정도를 측정하는 경동맥 초음파 검사가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혈관에 석회질이 침착된 정도를 측정함으로써 동맥경화의 정도를 알아보는 ‘EBT(하트스캔)’ 같은 검사도 시행되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엔 눈, 신장, 발 등에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키므로 의사 지시에 따라 주기적으로 망막검사, 신경검사, 신장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셋째, 흡연이나 비만 등 건강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담배를 20년 이상 피운 사람은 폐암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밀한 폐 CT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20년 이상된 모든 흡연자에게 고가의 폐 CT를 권고할지에 대해선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 또 흡연자나 체질량지수 25가 넘는 뚱뚱한 사람도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환자처럼 동맥경화가 촉진되므로 필요에 따라 운동부하검사나 경동맥초음파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최근 도입된 각종 질환 최신 진단법들
최근 도입된 검사법 중 가장 각광을 받는 것이 PET-CT다. 1회 검사에 100만원 정도가 들지만 “암의 씨앗까지 찾는다”고 소문이 나면서 크게 확산되고 있다. PET-CT는 글자 그대로 PET와 CT를 결합시킨 것이다. 양전자단층촬영이라 부르는 PET는 인체의 대사 원리를 이용한 진단법이다.
암은 인체의 정상 세포보다 대사가 활발하므로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따라서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의약품과 포도당을 결합시켜 정맥에 주사한 뒤, 양전자를 촬영해 포도당이 소비되는 정도를 관찰하면 인체 어떤 부위의 에너지 소비가 급격하게 일어나는지를 알 수 있다. 비정상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많다면 그곳에 암이 있다고 판단한다.
CT나 MRI가 암 덩어리의 모양을 찾아내는 것이라면 PET는 암 세포의 기능(에너지 대사)을 찾아내는 것이다. CT나 MRI가 암이 일정 크기 이상 자라야 진단이 가능한 데 비해 암의 식성(食性)을 추적하는 PET는 암이 채 자라기 이전에도 진단해 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PET는 해상도가 낮아 암이 있는 것은 알지만 그 위치가 정확하게 어디인지 찾기 어려운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PET와 CT를 결합시킨 게 PET-CT다. 암 발병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나 암 치료를 끝낸 환자의 재발 여부를 검사할 때 주로 사용되지만 이 검사로도 5㎜ 이하의 암은 찾아낼 수 없다.
한편 최근엔 혈액 검사로 암을 찾아낸다고 주장하는 곳이 많지만 전립선암을 제외한 다른 암을 혈액검사로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암이 생기려면 인체 내에서 여러가지 생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며 그 같은 변화를 나타내는 물질(종양표지자)을 추적하면 암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게 혈액 검사의 원리다.
그러나 암이 아닌 다른 원인, 예를 들어 염증 등에 의해서도 종양표지자가 올라갈 수 있으므로 오진율이 매우 높다. 따라서 현재로선 암 수술 뒤 예후를 관찰하거나 암의 재발 여부를 평가하는 등 보조 수단으로만 종양표지자 검사가 시행되고 있다.
강희철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의료건강팀 기자 hjlim@chosun.com )
가정의학과의료건강팀2004/07/16 09:46
▲ 임호준 기자의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관련 핫이슈명의들의 명강의
조선일보 의료건강팀 임호준 기자의 신간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한국최고명의 30명의 진단과 처방’의 내용을 30일간 연재중입니다. 이 책은 신체 부위 30곳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법을 그 분야 최고 명의 30명에게 취재해서 일반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많은 도움되시길 바랍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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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에너지가 공기 입자를 타고 진동하며 퍼진다. 마치 수면에 돌을 던졌을 때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소리 에너지도 공기 중에 비슷한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간다. 사람이 그같은 파동을 감지해서,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그 때문에 기뻐하고 분노하고 슬퍼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인체 여러 기관의 기능 어느 하나 신기하지 않고 오묘하지 않은 게 없지만, 물리적 파동을 의미로 변환시켜 이해하는 귀의 기능이야 말로 그 중 가장 오묘하고 경이로운 것 같다.
먼저 사람이 말을 알아듣는 과정을 살펴보자. 귓바퀴는 외부의 소리를 집중시키며, 이렇게 모아진 소리는 귀 안으로 들어가 고막을 진동하게 된다. 고막은 탄력이 뛰어난 아주 얇은 막으로 공기 입자의 미세한 진동까지 감지할 수 있다. 사람이 말을 알아듣는 것도 따지고 보면 소리 에너지가 고막을 진동시키는 방법에 좌우된다.
고막 안쪽, 중이(中耳)에 있는 이소골(아주 작은 세개의 뼈로 구성)은 오디오의 앰프와 같아서, 소리를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증폭된 소리는 다시 내이(內耳)에 있는 달팽이관으로 전달되며, 이 속에 있는 수만개의 미세한 ‘유모세포(hair cell)’는 음파라는 물리적 에너지를 전기 신호로 변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세포가 노화 등의 이유로 감소하거나 손상되면 소리가 들려도 그것을 감지하고 이해할 수 없게 된다.
한편 달팽이관에서 변환된 전기 신호는 다시 청(聽)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며, 뇌에선 그같은 전기 신호를 해석해서 소리의 의미를 알아낸다. 예를 들어 “엄마”라고 말할때 발생하는 음파가 달팽이관에서 ‘1234’란 전기신호로 바껴 뇌에 전달되면, 뇌는 ‘1234’를 ‘엄마’란 의미로 이해하게 된다. 따라서 아기가 말을 배우는 것은 1234란 신호는 엄마, 2345란 신호는 아빠, 1122란 신호는 할아버지란 식으로 특정 전기신호를 암기하는 과정이다.
소리를 이해하는 이같이 복잡한 과정 중 어느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소리를 못듣거나, 말을 못 알아듣게 되는데 이를 난청이라 한다. 청력을 측정하는 단위(dB·데시벨)가 60dB 이상인 경우 보청기 없이 대화하기가 힘들게 되는데, 데시벨은 사람이 감지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 0dB을 기준으로 측정되며, 데시벨 수치가 높을 수록 청력이 낮다는 것을 가리킨다.
▲ 이비인후과 이광선 교수팀이 인공와우이식술을 하고있다./ 조선일보DB
정상인의 청력은 20~25dB 정도며, 아주 낮은 목소리의 대화는 40dB, 보통의 대화는 50~60dB, 지하철의 소음은 80dB 정도다. 따라서 청력이 60dB 이상인 사람은 보통의 대화도 불가능하며, 예를 들어 청력이 45dB라면 아주 낮은 목소리로 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청력이 40dB 이상으로 나빠지면 보청기를 사용하며, 60~70dB까지도 보청기를 이용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청력이 90dB를 넘어가면 보청기를 써도 소리를 듣지 못하므로 인공 달팽이관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
난청은 크게 전음성 난청과 감각신경성 난청 두가지로 구분된다. 전음성 난청은 소리가 달팽이관까지 잘 전달되지 않아 생기는 난청으로 대부분 중이에 생긴 병이 원인이다. 중이염이 심해져 중이에 물이 고여 있거나, 고막이 뚫려 있는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임상적으로 아주 흔하지만 비교적 쉽게 치료가 되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드물게 중이의 선천적·후천적 기형 때문에 전음성 난청이 생기기도 하지만 성형수술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문제는 감각신경성 난청이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대부분 달팽이관 내부의 유모세포나 청신경의 이상으로 음파를 전기신호로 변환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유모세포 등이 파괴되면 현대의학으로도 되살릴 수 없다. 달팽이관은 너무 예민해서 수리는 커녕 근처에 손도 댈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천적으로 달팽이관에 문제가 있거나, 후천적으로 달팽이관이 손상된 경우엔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 외엔 현대의학으로도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난청의 발생 연령에 따라 선천성 난청, 소음성 난청, 노인성 난청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선천성 난청은 신생아에게 생기는 가장 흔한 선천성 질환 중의 하나로 1000명 당 1~3명 꼴로 발생하며, 우리나라에선 매년 1000명 이상 태어난다. 유전적 원인이 가장 많으며, 임신부의 풍진·홍역 등 바이러스 감염, 임신부의 약물 부작용, 분만시 뇌 손상 등도 원인이 된다. 이들의 약 60% 정도는 난청 때문에 말을 못하게 된다. 소리나 말을 들어야 그것을 따라 하는 법인데, 듣지를 못하니 말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영유아기의 세균성 뇌막염, 홍역 등과 같은 감염질환에 의해 영유아기에 난청이 발생할 수 있다. 선천성 난청은 아니지만 선천성 난청과 비슷한 시기에 발견되므로 선천성 난청과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겐 가능한 빨리 인공 달팽이관 이식 수술을 해서 가급적 빨리 소리를 듣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생후 10년 가까이 소리를 듣지 못하다 갑자기 인공 달팽이관을 이식하면 무엇보다 처음 접하는 소리에 적응하기가 힘들며, 그 소리의 의미를 학습하기 위해 갓난 아기가 말을 배우는 것과 같은 과정을 새로 거쳐야 하며, 또 이미 수화나 다른 형태의 소리 등을 통해 터득하고 있는 의미와 새로 들리는 소리의 의미가 서로 달라 혼란을 겪게 된다.
말을 배울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새로 말을 배우는 것도 매우 어렵다. 그러나 정상 아기들이 소리를 듣고 말을 배우는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인공 달팽이관을 이식한다면 인공 달팽이관을 통해 듣는 소리를 원래의 소리로 이해하게 되므로 말을 듣고 하는 데 큰 문제가 없게 된다. 인공 달팽이관 이식 수술은 빠르면 빠를 수록 효과가 좋으며, 국내에선 생후 8개월된 아기에게 이식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갓난 아기가 난청인지 여부를 부모가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가족이나 친척 중 선천성 난청이 있는 경우, 머리나 얼굴의 기형이 있는 경우, 출생시 체중이 1.5kg 이하인 저체중아, 출생 전후 감염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투여한 경우, 출생시 심한 호흡장애가 있은 경우, 엄마가 임신 중 풍진 등을 앓은 경우엔 난청의 조기 진단을 위해 정확한 청력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그 밖에 생후 10개월이 지나도 옹아리를 하지 않는 경우, 주변의 큰 소리에 놀라거나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도 난청 가능성이 있으므로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기나 청장년기엔 특히 소음성 난청을 조심해야 한다. 전철을 타면 헤드폰이나 이어폰으로 시끄러운 음악을 듣는 청소년들이 많다. 쿵쾅거리는 음악소리가 옆 사람에게까지 들릴 정도니 직접 헤드폰을 낀 당사자에겐 그 소리가 도대체 얼마나 크게 들릴까? 귀가 먹먹할 정도로 볼륨을 높힌 음악소리는 내이 달팽이관의 유모세포를 손상시켜 소음성 난청을 유발할 수 있다. 귀가 먹먹할 정도는 아니라도 헤드폰을 끼고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며 공부를 하거나, 시끄러운 작업환경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하는 경우에도 소음성 난청이 생길 수 있다. 군 사격장에서 근무하는 조교나 허구한 날 포를 쏘는 포병은 말할 것도 없다.
일반적으로 소리의 크기가 85dB 이상인 경우 소음성 난청이 유발될 수 있다. 시디플레이어나 엠피3의 볼륨을 최대한 높히면 100dB이 넘고, 록 컨서트나 디스코 클럽의 음악소리는 120dB 정도다. 그 밖에 지하철역 소음은 80dB, 잔디 깎는 기계 90dB, 체인톱 100dB, 제트기 지나가는 소리 130dB, 총 소리 140dB 정도다.
미국에서 지원자들에게 3시간 동안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려준 결과, 절반 정도가 일시적인 청력 감퇴가 생겼다. 물론 24시간 이내에 모두 청력이 회복됐지만, 이같은 일시적 청력감퇴가 반복되면 영구적인 난청으로 이어진다.
소음성 난청은 아주 살며시 다가온다.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두통, 불안, 긴장, 빈맥, 숨가쁨 등과 같은 신경증상이 나타나면서 동시에 유모세포가 파괴되기 시작한다. 고음역의 소리부터 난청이 시작되므로 처음엔 본인도 잘 못 느끼나, 차츰 시끄러운 음식점이나 지하철 등에서 대화하는데 불편함을 느끼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아차 싶어 청력검사를 받고 난청임을 알았을 땐 이미 늦었다. 어떤 방법으로도 한번 나빠진 청력을 되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음성 난청에 대한 최선의 대책은 예방이다. 일반적으로 90dB의 소리에 하루 8시간, 100dB의 소리에 하루 2시간 정도 노출되면 청력장애가 유발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시끄러운 장소를 피해야 한다. 직업상 시끄러운 기계를 작동하는 사람이나 대장간에서 망치질을 하는 사람, 소음이 심한 곳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사람 등은 귀마개를 해서 소음을 차단해야 한다. 군에 가서 사격을 할 때도 솜 등으로 귀를 막는 게 좋으며, 헤드폰을 끼고 볼륨을 높혀 음악을 듣는 일은 지금 당장 그만 둬야 한다.
노인에게 생기는 노인성 난청은 자연스런 노화의 결과다. 일반적으로 40세가 지나면 청력이 점점 약해지며, 60세 이상은 약 30%에게, 75세 이상은 40~50%에게 난청이 초래된다.
노인성 난청의 발병은 개인의 살아온 환경이나 유전적 요인 등에 의해 좌우된다. 젊어서부터 시끄러운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사람은, 비록 젊어서 소음성 난청이 생기지 않았다 해도, 훨씬 일찍 노인성 난청이 생기게 된다. 유전적으로 소음에 민감한 사람은 유모세포가 훨씬 쉽게 파괴되므로 생활 환경이 비슷한 다른 사람보다 더 쉽게 노인성 난청이 생긴다. 그 밖에 항생제 등 약물의 과다 사용, 심장병이나 고혈압 같은 순환기계 질환, 바이러스 또는 박테리아 감염이 노인성 난청의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노인성 난청도 고음역의 날카로운 소리부터 들리지 않게 되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일상적인 대화와 같은 저음역의 소리까지 알아듣기 힘들게 된다. 따라서 처음엔 음정이 높은 여자나 어린 아이의 말을 특히 못 알아 들으며, 예를 들어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는 들으면서도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는 알아채지 못하게 된다. 또 말의 받침인 자음 소리가 특히 잘 안들려, 말하는 사람이 말을 웅얼거리거나 얼버무리는 것처럼 들리며, 그래서 언어의 이해능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노인들이 말을 전혀 엉뚱하게 알아듣고 부적절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은데, 말의 받침이 잘 안들리거나 엉뚱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노인성 난청을 어쩔 수 없는 숙명처럼 받아들이지만 노인성 난청은 생각보다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성능좋은 보청기가 많이 개발돼 있기 때문이다. “보청기를 껴도 효과가 없다”며 값비싼 보청기를 책상 서랍에 처박아 두는 노인들이 많은데, 이는 자신의 청력 상태에 맞지 않는 보청기를 구입했거나, 보청기 적응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경우엔 보청기를 껴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거나, 쓸데없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려 오히려 더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비인후과를 찾아 청력이 떨어진 주파수 영역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 주파수의 소리를 증폭시켜주는 보청기를 착용한 뒤, 일정기간 보청기에 적응하는 훈련을 하면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시골에 있는 부모님께 보청기를 사서 선물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청기는 그렇게 선물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근시 환자가 안경을 맞출 때 시력검사를 해야 하듯, 보청기도 정확한 청력검사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보청기 소리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한편 노인성 난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이명(耳鳴)이다. 노인성 난청이 있는 경우 대부분 한쪽 귀 또는 양쪽 귀에서 우르릉거리거나 쉿쉿거리는 것 같은 이명이 생긴다. 난청 때문에 이명까지 생긴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인들은 점진적인 청력감퇴에 익숙해져 있으므로 청력감퇴로 인한 불편함보다 이명으로 인한 불편함을 먼저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노인이 이명을 호소하는 경우엔 우선적으로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 봐야 한다.
간단하게 이명을 설명하면 이명이란 몸 밖이 아닌 몸 안에서 들리는 소리다. 중이의 이소골에 있는 작은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거나, 중이와 내이에 있는 혈관이 뛰는 소리 등이 마치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크게 들리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내이의 혈관이 뛰는 소리는 노인이라고 해서 더 클 이유가 없다. 그러나 청력이 좋을 때는 외부의 작은 소리까지 다 들리므로 그 소리에 묻혀 몸 안에서 나는 작은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 청력이 떨어져 외부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몸 안에서 나는 아주 작은 소리가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크게 들리는데, 그 소리가 바로 이명이다.
이명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그 밖에도 많다. 아스피린이나 항생제의 남용, 귀지나 이물 등으로 인한 외이의 폐색, 중이와 내이의 염증, 두부 외상, 청신경 종양, 메니에르씨병 등이 이명을 일으킬 수 있다.
자기의 귀나 머리 속에서 바람 부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휘파람 소리, 벌레우는 소리, 기계 소리 등이 뒤섞여 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고통스럽다. 이 소리 때문에 정신질환을 일으키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때는 즉시 이비인후과로 달려가야 한다. 비록 이명을 다스리는 획기적인 방법은 아직 없지만 몸 속의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외부에서 소음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차폐장치를 활용하거나, 청력을 개선시키는 보청기를 착용함으로써 어느정도 이명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이명이 들려도 과민반응하지 않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이명 재훈련 치료’도 도입돼 환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편 이명 환자는 식사를 가능한 싱겁게 하고, 커피-콜라-담배 등 신경자극물질의 섭취도 줄여야 한다. 너무 큰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조용한 장소에 있으면 이명에 자꾸 신경을 쓰므로 너무 조용한 장소도 피해야 한다. 고혈압이나 스트레스는 이명을 악화시키므로 혈압을 잘 조절하고, 규칙적인 운동이나 취미활동 등을 통해 스트레스 상황을 회피해야 한다.
귀가 담당하는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내이에 있는 전정기관은 머리의 위치, 몸의 자세나 운동 속도 같은 움직임을 감지해서 평형을 유지한다. 따라서 전정기관에 이상이 생기면 평형 상태를 유지할 수 없어 심하게 어지럽고, 몸의 중심을 못 잡게 된다. 건강한 사람에겐 똑바로 서 있거나 길을 따라 걷는게 누워서 떡 먹기만큼 쉽지만, 전정기관이 손상을 받으면 이것이 그렇게 힘들 수가 없다. 심한 경우 자기 몸과 세상 천지가 빙글빙글 도는 것 처럼 느껴져 눈을 뜰 수 조차 없게 된다.
평형감각에 손상을 입혀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병으로는 양성 돌발성 체위성 어지럼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씨병 등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 편두통이나 노화도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다.
가장 흔한 양성 돌발성 체위성 어지럼증은 전정기관에 모여 있는 아주 작은 돌가루(이석)가 자세에 따라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병이다. 전정기관의 세반고리관에는 원래 림프액이 차 있는데, 이곳에 돌가루가 들어간 것이 원인이다. 과거엔 수술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엔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 세반고리관 속의 돌가루를 빼내는 위치교정술이 많이 시행되며, 비교적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전정신경염은 갑작스레 한쪽 귀 전정신경의 일부 또는 전부가 없어져 균형 감각이 상실되고 어지럼증을 느끼는 것이다.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으로 추정되며, 대개 심한 감기를 앓고 난 뒤 갑작스레 발병한다.
양쪽 귀의 평형감각이 균형을 이뤄야 몸의 자세가 똑바로 유지되는데, 그같은 균형이 깨어져 앉거나 일어서면 몸이 자꾸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넘어지게 된다. 대개 넘어지려고 하는 쪽 귀에 전정신경염이 생긴 것이다. 이미 없어진 전정신경을 되살릴 수는 없으므로, 이 때는 균형이 깨어진 상태에 적응하는 수 밖에 없다. 한쪽의 전정기능이 상실되면 우리 몸은 그같은 불균형을 극복하려는 보상작용이 일어나는데, 보상작용을 더욱 촉진시키려면 힘들더라도 가급적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게 좋다.
메니에르씨병은 발작적으로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세반고리관의 림프액이 증가한 것이 원인이다. 메스꺼움, 구토, 이명, 청력감퇴, 귀가 먹먹한 느낌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아무런 예고없이 발작적으로 어지럼증이 생기므로 환자가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다. 일반적으로 림프액을 감소시키기 위해 이뇨제 등의 약물 치료를 하며 반드시 저염식을 해야 한다. 저염식과 약물치료만으로 80~90%는 증상이 좋아져 큰 불편없이 생활할 수 있지만 청력은 점점 감퇴되며, 청력이 완전히 사라지면 어지럼증도 감퇴된다.
■이광선 교수는
사람이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 중 가장 편안한 소리가 40~50데시빌(dB). 약간 차분하고 낮은 듯한 이광성 교수의 목소리도 45~50dB다. 조용하게 말하는 데도 워낙 또렷하고 분명하게 발음하므로 듣는 데 큰 지장이 없다.
▲ 이광선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환자들은 그래서 그의 말을 들으면 안정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귀 전문의는 말 할 때도 듣는 사람의 귀를 배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1950년생인 이 교수는 1977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서 인턴과 이비인후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고려대병원을 거쳐 1993년부터 서울아산병원서 근무하고 있고, 현재는 임상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1988년부터 2년간 귀 질환 분야서 세계 최고 명성을 자랑하는 미국 하바드의대 안이(眼耳)병원서 수련했다.
난청과 어지럼증의 진단과 치료에 국내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특히 난청과 어지럼즘, 이명이 동시에 나타나는 메니에르씨병의 원인이 내이의 혈액 흐름이 문제라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지난 2000년 이후엔 정교한 수술 테크닉이 필요한 인공달팽이관 이식 수술에 주력하고 있다. 2004년 3월 현재 250여명의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수술을 끝마쳐, 최단 기간 최다 수술 기록을 수립했다. 그는 “선천성 또는 후천성 난청환자에게 소리를 선사할 수 있다는 건 현대의학이 만들어낸 가장 큰 기적 중 하나”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한결같은 사람이다. 음식점도 10년 넘게 한 집만 간다. 메뉴가 식상할 만도 하지만 만나자고 하면 항상 “그집 어때”라고 말한다. 술집도 마찬가지여서 10년 가까이 피아노가 있는 그 까페만 찾는다. 아침에 만나건 외래와 수술로 녹초가 된 저녁에 만나건 그의 표정은 언제나 한결같다. 이유를 물었더니 “피곤한 모습, 짜증난 모습, 흥분된 모습을 환자에게 보이면 환자가 얼마나 불안해 할까”라고 그가 되물었다.
■보청기
보청기를 껴도 웅웅거리는 기계음 때문에 오히려 더 시끄럽고, 사람 말도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다고 불평하는 노인들이 많다. 하루 이틀 보청기를 써 보다 책상 서랍에 처박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보청기는 사서 끼는 즉시 잘 보이는 돋보기와 다르다. 충분한 기간동안 보청기로 듣는 훈련을 해야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보청기를 처음 구입하면 조용한 곳에서 사람의 말을 듣는 훈련부터 해야 한다. 처음엔 보청기 끼는 시간이 하루 서너 시간을 넘지 않는 게 좋다. 잘 들리지 않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소리를 감별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사람 목소리에 익숙해지면 개 짖는 소리, 그릇 부딪히는 소리 등 잡음을 듣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 지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하는 말을 듣도록 훈련해야 하며, 그 다음엔 극장이나 교회 등 공공장소에 나가 듣기를 연습해야 한다. 이때까지 보통 1~2개월 걸린다.
그러나 아무리 연습하더라도 라디오와 TV 등 ‘전자 소리’는 제대로 듣기 힘들므로 TV 등을 볼 땐 소리 자체를 들으려 하는 것보다 전체적인 줄거리를 이해하는 수준에서 만족해야 한다. 휴대전화의 전파는 보청기의 전파를 방해하므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청기를 구입할 때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청력이 떨어진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음역의 소리를 못 듣는지, 청신경 종양 등 다른 병은 없는지 등을 검사하고 처방을 받아 구입하는 게 좋다. 종류는 아날로그형, 디지털형, 아날로그-디지털 혼합형 등이 있다. 디지털형은 잘 안들리는 음역의 소리만 증폭하고, 불필요한 소리는 줄이는 기능이 있지만 가격이 비싼 게 단점이다. 그러나 난청의 원인과 정도에 따라 아날로그형을 써도 충분한 경우가 있으므로, 무턱대고 비싼 것을 살 필요는 없다.
보청기는 정말 잘 관리해야 한다. 습기는 보청기 회로를 손상시키므로 항상 습기 없는 손으로 만지고, 귓속 땀도 틈나는 대로 말려야 한다. 화장품이나 헤어 스프레이 입자는 보청기를 손상시키므로 보청기를 낀 상태서 화장을 하거나 스프레이를 뿌리면 안된다. 또 보청기에 귀지 등이 끼지 않게 귀를 항상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 보청기는 충격과 열에 매우 약하다. 조심스럽게 다루고 태양의 직사광선을 받는 차 안이나 열기가 있는 곳에 두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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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책/문화임호준2004/07/15 09:04
아이가 건강하게 이 세상에 태어난 기쁨을 즐기는 건 아주 잠깐이다. 그날부터 엄마는 밤낮이 뒤바뀌면서 아이 건강을 챙기느라 24시간이 빠듯해진다. 일하는 엄마, 송희라 씨는 바쁜 이 시간들을 어떻게 넘겼을까? 아이 건강을 챙기는 몇 가지 방법들을 배워보자.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기쁨을 누리고 있는 엄마라면 누구나 육아 공부를 해야 한다. 엄마의 자칫 잘못된 지식과 행동이 아이에게 평생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를 안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들의 성장발달에 대한 지식과 질병에 대한 지식은 필수적으로 알아야 한다. 아이에 대한 모든 성장발육에 대한 것을 소아과 선생님에게만 전문적으로 의지해서도 안 된다. 겨우 일 년 넘는 짧은 육아 경험이지만 ‘육아는 지문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지문이 제각각이듯 아이들도 천차만별 제각각이란 것이다. 옆집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우리 아이는 싫어하거나 다른 집 아이가 기어다닐 때 우리 아이는 누워 뒤집기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월령에 따른 일반적인 발육 원칙들은 전 세계적인 통계적 수치가 있기 때문에, 평균적인 아이들의 발육 원칙을 알고 우리 아이들의 성장을 비교해보면 좋다. 꼭 그 시기에 그래야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우리 준화도 또래 아이들이 유치를 4개나 가질 동안 이가 하나도 나지 않아서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유치가 늦게 난다고 해서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은 8개의 치아가 솟아나서 또래와 같은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 건강 지키는 사소한 육아 공부
▲ 육아일기 쓰기
출산 후 산욕기를 보내고 곧바로 나는 우리 아들 준화의 육아일기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소아과를 찾을 때마다 들고 가기까지 한다. 이젠 습관처럼 의사 선생님은 매번 진료 전 육아일기를 먼전 쭉 훑어보시고 오히려 엄마인 내게 준화에 대해 질문을 하실 때가 많다. 엄마가 무심코 기록한 내용이 때론 바람직하지 않아서 아니면 좋은 아이디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마가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의사 선생님과의 의견 교환을 통해 아이의 세심한 부분까지 체크할 수 있었다. 물론 외출시 대신 육아를 담당해주신 분이 먹인 이유식의 양이나 우유 양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아이의 하루 생활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어 유용하다.
먼 훗날 우리 아들이 장가갈 때 며느리에게 우리 아들의 육아일지를 건네줄 생각도 하고 있다. 컴퓨터가 아닌 노트에 내가 직접 써내려 가는 육아일지에는 지금껏 접종한 예방주사 접종 연월일, 몸무게 변화, 첫 이??날의 기억, 먹을거리 내용, 여행담 등등 에피소드가 꽤 된다.
▲ 예방접종 챙기기
반드시 잊지 말고 제 날짜에 맞춰 접종하자. 물론 아이의 컨디션이 안 좋거나 아플 때 꼭 정해진 제 날짜에 가야만 하는 건 아니다. 융통성 있게 하루 이틀은 여유를 둘 수 있다. 매번 접종 후 다음 접종 날짜를 의사 선생님과 다시 한번 확인해 적어두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1년 접종일을 모두 적어두고 미리미리 달력에 표시해뒀던 것도 좋았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한 학급 50명 중 두세 명은 소아마비 친구들이 있었다. 요즘은 소아마비를 앓는 어린 학생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 예방주사로 얼마든지 미연에 예방 가능한 질병이기에 그 만큼 엄마들이 접종에 신경 쓴 결과이기도 하다.
▲ 응급상황 체크하기
아이를 키우면서 갑작스런 상황이 생기게 마련이다. 따라서 아이에게 가장 일어나기 쉬운 상황에 대한 응급처치법은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열이 날 때>>
열이 나면 엄마들이 겁을 내는데 빨리 병원을 가든지 늦은 밤이라면 기저귀(팬티)까지 다 벗기고 30℃ 정도의 미지근한 물에 적신 수건을 물을 너무 꽉 짜지 말고 물기가 똑똑 흐를 정도로 하여 아이의 온몸 구석구석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을 40분 내외로 쉬지 않고 닦아줘야 한다. 열을 내린다고 찬물로 하면 안 된다. 그리고 운다고 엄마가 안고 닦아주면 오히려 엄마 몸과 아이 몸이 맞닿아 보온이 돼버리니 주의하자.
또한 아이가 오한을 느끼며 떤다면 중단해야 한다. 열을 내리는 해열제 사용은 돌 이전에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서 사용하는 게 중요한데 병원 끝난 이후 시간이라면 가까운 지인 중 의사가 있다면 그분께 조언을 구하거나 그도 여의치 않다면 적어도 인터넷에 ‘급질’로 의사에게 문의하여 의견을 묻고 사용할 수도 있다. 그래도 열이 심하면 응급실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아이는 뭐든지 무슨 상황에서든지 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점, 꼭 명심하자. 해열제는 생후 6개월 이전에는 타이레놀을, 나이보다는 몸무게를 기준으로 사용하는데 6개월 이후 아이에게는 부루펜도 투약 가능하다.
아이가 높은 곳에서 떨어졌을 때>>>
되도록 아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잘 돌보는 게 좋겠지만 우리 준화도 아빠가 지켜보는 앞에서 잠깐 TV 채널을 돌리려 리모컨을 잡는 순간 ‘퍽’ 하는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 떨어진 적이 있다. 아무리 아이를 잘 돌봐도 순식간에 일어나는 사고들이 꽤 많다. 그래서 “아이 볼래? 땡볕아래 밭에서 김맬래?” 물으면 밭 매고 말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겠는가. 그만큼 아이 돌보는 일은 잠시도 신경을 늦출 수 없다는 얘기일 것이다.
아이가 바닥에 떨어지면 아이들은 놀램과 아픔으로 엄청나게 운다. 부모들은 우는 모습에 놀라 애가 어떻게 된 건 아닌지 싶어 두려움에 휩싸인다. X-ray 찍어야 되는 문제가 아닌지 걱정이 대단하다. 일단 아이가 떨어지면 아이를 얼른 꼭 껴안아 심리적 안정을 시키면서 눈에 띄는 외상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본다. 그리고 나서 아래 열거한 사항을 관찰한 후 병원에 갈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주의 깊게 살펴볼 점은 아이가 떨어지면서 기절은 하지 않았는지, 아이가 토하거나 귀에서 피가 나오지는 않았는지, 아이의 눈동자가 흐려져 눈에 초점이 없거나 거품을 물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 먹을거리 신경쓰기
한국도 이젠 아토피가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1993년 아토피는 63만 건이었는데 2003년 191만 건 정도로 보고되었다. 아토피도 알레르기 일종으로 공기의 오염과 집안 환경도 문제지만 특히 아이들이 먹는 음식의 인공첨가물이 주원인 중 하나로 알려지고 있다. 과자에 들어간 방부제, 형형색색의 인공색소가 문제인데 심하면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아질산나트륨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시지 등의 발색제로 사용되고 있다. 어묵의 보존제도 물에 먼저 데쳐 먹지 않으면 그대로 소르빈산칼륨을 먹게 된다.
어른보다 아이들은 화학첨가물에 더욱 민감하다. 그래서 인스턴트 음식보다는 엄마가 좀더 부지런해져 집에서 유기농 채소로 식단을 바꾸어 먹을거리에 신경을 기울인다면 아이의 아토피는 물론 가족 건강도 좋아진다. 우리 아들도 이유식 시작을 한 달 늦게 잡았던 이유가 배부분에 아토피 증상을 발견하고 내린 소아과 선생님의 진단 때문이었다. 아프지 않은 게 최선의 길이지만 병이 났다면 모든 병은 초반에 진압(?)하는 게 최고라는 생각을 늘 나는 해왔다. 그래서 아들의 아토피 증세가 더 심해지기 전에 이유식부터 단단히 준비를 했다.
우선 식자재를 100% 유기농법 친환경 식품으로 구입했다. 유기농 청과와 야채, 유기농법 재배 쌀과 잡곡으로 집에서 이유식을 정성껏 준비했더니 우리 아들의 아토피가 말끔하게 고쳐지는 게 아닌가. 엄마의 사랑과 정성으로 만든 이유식(먹을거리)이 보람을 안겨주었다. 어린 아들이 아토피 완쾌라는 건강으로 부모에게 큰 선물을 주었다. 현재 우리 아들은 생후 1년이 지났건만 아직까지 과자 부스러기 하나 입에 대본 적이 없다. 엄마가 먹여준 적이 없으니 또래 아이들이 손에 쥐고 맛나게 먹어도 물끄러미 쳐다만 볼 뿐 금세 관심이 딴 데로 향한다. 대신에 나는 집에서 기름기와 소금을 전혀 안 한 김을 바싹 구워 6등분 크기로 잘라준다. 우리 아들 수준에서는 먹는 것에 검정색이 귀하다보니 아들은 검정색 김 빛깔을 유심히 쳐다보며 신기해한다. 두 손으로 잡고 잘 뜯어먹는다. 걱정과 달리 용케도 입천장에 달라 붙이지 않고 잘도 바싹대는 소리까지 즐기며 자연의 맛을 음미한다. 그 밖에는 고구마나 감자 등 우리 것을 이용해 간식거리를 만들어준다. 지금 한창 제철인 옥수수를 사다 찜통에 단맛 내는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옥수수 자체로 쪄서 반쪽씩 끊어주면 몇 개 안 되는 앞니로 혼자서 아주 잘 뜯어먹는다. 먹는 놀이를 통해 옥수수의 촉감과 노란 색상, 입으로 씹으며 전달되는 맛이 하나의 공부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송희라 씨는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파리 12대학에서 현대학을 전공하고 뉴욕 파슨스 스쿨에서 의상디자인을 공부했으며, 코르동 블루에서 프랑스 요리와 제과제빵, 와인 과정을 최우수 수료하였다. 결혼 전 음식평론가와 칼럼니스트로 왕성하게 활동중 뒤늦은 결혼과 첫 출산을 통해 지금은 육아 공부에 푹 빠져 있는 왕초보 엄마이기도 하다. 현재 세계미식 문화연구원 원장으로 있다.
(여성조선 진행 및 정리 이수진 사진 이성우(F1 Studio) 촬영협찬 윤호병원)
육아2004/07/14 15:59
뷰티이현진2004/07/14 14:58
▲ 임호준 기자의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관련 핫이슈명의들의 명강의
조선일보 의료건강팀 임호준 기자가 최근 낸 단행본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한국최고명의 30명의 진단과 처방’의 내용을 앞으로 30일간 chosun.com을 통해 연재합니다. 총 30편으로 된 이 책은 신체 부위 30곳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법을 그 분야 최고 명의 30명에게 취재해서 일반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많은 도움되시길 바랍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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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소설속의 정신질환은 하나같이 광적이고 위험하고 기괴하다. 영화 ‘양들의 침묵’에 등장하는 한니발 렉터 박사는 사람의 귀를 씹어먹고, 통조림 따듯 두개골을 따서 골을 후라이팬에 지져먹는 등 잔혹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거장(巨匠)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나 에드워드 노튼이 열연(熱演)한 ‘프라이멀 피어’ 등 다중인격을 소재로 한 수 많은 영화에선 자기도 모르는 또 다른 자기가 원래 자기를 위해 살인 등 악행을 일삼곤 한다. ‘엑소시스트’와 같은 심령-공포 영화에선 아예 정신질환자를 귀신 들린 사람과 동일시한다. 정신질환이라고 할 때 살인, 환각, 악마, 초자아(超自我) 등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도 이같은 영화적 충격 영상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와는 무관한, 영화 같은 현실속에서나 존재하는 병으로 정신질환을 인식한다.
정신질환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다. 사람들은 정신질환의 대명사격인 정신분열병만을 정신질환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손거울을 보며 노래를 부르거나, 혼자 히죽히죽 웃다가 버럭 고함을 내지르거나, 산발한채 끊임없이 혼자 중얼 거리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정신분열증은 감출래야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자살의 중요한 원인인 우울증 환자는 전 인구의 약 10%나 되지만, 환자나 가족들은 “기분이 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 그것을 병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아내 또는 남편의 부정을 의심하거나,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폭음이나 도박을 하거나, 주위 사람들이 나만 ‘왕따’시킨다고 생각하거나, 가스렌지 불 끈 것을 여러번 확인하는 사람은 주위에 또 얼마나 많은가. 이들 중 상당수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다. 그러나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성격적으로 조금 별날 뿐 그럴 수 있는 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특히 습관성 음주에 대해선 사회적으로도 어느정도 이해하고 용인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병은 점점 더 깊어가고,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나락에서 헤어날 수 없게 된다.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을 땐 이미 때를 놓쳤기가 십상이다.
▲ 우울증은 환청,환각 등 중증 정신병으로 악화되거나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조선일보DB인류는 지금도 정신질환을 형이상학적인 정신의 병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성장과정에서 잘못된 가치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거나, 사회적 관계에서 소외돼 외톨이로 지내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충격-스트레스를 받거나, 아니면 귀신이 들려서 정신이 나가는 것, 즉 미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정신과 치료는 상담-심리치료가 중심이었고, 때로는 무당이나 성직자가 치료를 맡았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정신의 병이 아니라 뇌의 병이라는 것이다.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 세르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이 지나치게 많거나 적게 분비돼 초래된다는 설명이다. 즉, 인체의 병이 어떤 장기에 이상이 있어 생기는 것처럼, 정신질환은 뇌라는 장기에 이상이 있어 생긴다. 예를 들어 정신질환자들의 뇌기능을 조사해 보면, 뇌를 구성하는 수 많은 신경세포들 사이에서 정보전달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들의 균형이 깨져 있다. 따라서 그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보충 또는 차단함으로써 얼마든지 증상의 조절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무당이나 교회, 절을 찾기 앞서 흰 가운 입은 의사를 먼저 찾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인이 가장 경계해야 할 질환은 우울증이다. 분자화되고 기계화된 산업사회는 사람의 사람다운 따뜻함이 사라진 사회다.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게 오히려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울증과 우울한 기분은 구분돼야 한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하려는 일이 좌절됐을 때, 또는 도무지 현실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을 때는 누구나 심하게 우울해 질 수 있다. 당연히 이것은 병이 아니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없이 기분이 우울해 지고, 만사가 귀찮아 진다면, 이것은 기분을 조절하는 뇌 신경전달물질(세르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활성도가 떨어져서 생기는 병으로 인식해야 한다. 전 국민의 5% 정도가 현재 치료를 받아야 할 우울증 환자며, 20% 정도는 살아가면서 한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만 우울한 게 아니다. 식욕, 수면욕, 성욕, 의욕 등 네가지 욕심이 없어지고, 이 때문에 불면증, 소화불량, 변비, 기력저하, 기억력 감퇴 등의 신체증상이 나타난다. 심해지면 피해망상, 환청, 환각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발병 이유가 뚜렷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공포증, 알콜중독, 약물의존 등 여러 정신질환이 원인이 돼 초래될 수도 있다. 또 뇌 질환(뇌종양·뇌졸중·치매), 소화기질환(간경화·과민성대장증후군), 심장질환(심근경색·협심증), 내분비계 질환(갑상선 질환) 등 신체 다른 부위의 병도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출산이나 폐경 이후 호르몬 체계가 변하거나 일조량이 적어지는 가을이나 겨울철에도 일시적으로 우울증이 잘 생긴다.
우울증은 흔히 ‘마음의 감기’라 부른다. 여기엔 두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치료받으면 감기처럼 쉽게 낫는다는 뜻이고, 또 하나는 감기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니 숨기거나 주저하지 말고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으라는 것이다. 단순히 우울한 기분은 긍정적인 생각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정신질환으로서의 우울증은 자력으로 이길 수 없다.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명심할 점은 감기도 깊어지면 폐렴을 비롯한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고, 그것이 원인이 돼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둘씩 셋씩 데리고 고층아파트서 뛰어내리는 진짜 이유도 사실은 우울증 때문이다. 아무리 생활고에 시달려도 제 정신이라면 제 아이를 죽이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자살은 우울증 환자가 생각해 낸 가장 손쉬운 해법인지 모른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의 15~20% 정도는 자살을 시도하며, 3% 정도는 자살에 성공하고 있다. 증상이 심한 ‘주요 우울증’ 환자만을 따지면 자살률이 10%에 육박한다. 일반적으로 여자 환자가 자살을 더 많이 시도하지만, 동맥절단 시도 등과 같은 ‘소극적 방법’을 사용하므로 성공률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남자는 투신 등과 같은 보다 ‘적극적 방법’을 사용하므로 자살률은 여자보다 2배 정도 높은 실정이다. 퓰리처상과 아메리칸 북 어워드상을 수상한 미국의 소설가 윌리엄 스타이런은 자신의 우울증 투병기 ‘보이는 어둠(Visibile Darkness)’을 통해 우울증을 ‘자살에 이르는 샛길없는 통로’라고 묘사했다. 병이 깊어질 수록 자신의 쓸모없음에 대한 확신도 깊어지고, 자살이 가장 달콤하고 손쉬운 탈출구로 여겨졌다고 그는 고백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해법은 병원 치료 뿐이다. 병원에선 1차적으로 약물(항우울제) 치료를 한다. 현재 사용되는 우울증 약들은 부작용이나 습관성이 없고, 약효도 뛰어나 80~90%의 환자에게서 증상이 호전된다. 이같은 효과는 대개 약 복용 2~4주 이후부터 나타나는데, 환자들은 증상이 좋아진 뒤에도 최소 6개월간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 의사의 지시 없이 증상이 좋아졌다고 약을 끊으면 대부분 재발하기 때문이다. 그 밖에 정신적 충격이 원인이 된 경우엔 적절한 상담 치료를, 망상 등이 동반되는 심한 우울증엔 전기충격요법을 쓰기도 한다. 또 뇌종양 등의 병 때문에 우울증이 유발된 경우엔 ‘원인질환’에 대한 치료도 받아야 한다.
한편 우울증과 구분해야 할 질환으로 조울증이 있다. 기분이 극단적으로 좋았다 극단적으로 나빴다를 반복하므로 의사들은 ‘양극성 정동(기분)장애’라고 부른다. 조증기엔 너무 기분이 좋고, 자신감이 넘치고, 일이나 사업에 강한 의욕과 집착을 보이게 된다. 주위가 산만해 지며, 수면시간이 크게 줄어들는 것도 특징이다. 이 때는 낭비벽이 심해지거나, 무모한 투자를 하거나, 부동산을 싼 값에 팔아 치우는 등 재산상을 불이익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때로는 자신이 전지전능자가 되는 환상에 빠지거나, 자신을 칭찬하는 환청을 듣는 등 정신분열병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같은 조증은 우울증과 교대로, 또는 동시에 나타나는데, 조울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우울증은 보통의 우울증보다 증상이 훨씬 심한게 특징이다.
조울증은 인구 100명에 1명 꼴로 나타나며, 일반적으로 이혼자, 독신자,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사람에게 더 흔하게 나타난다. 환자들은 병원행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살률이 10% 정도로 높으므르 반드시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 물론 치료를 해도 자살할 사람은 어떡해서든 자살을 한다. 그러나 치료를 하지 않으면 치료를 한 경우보다 자살률이 8배나 높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조증기엔 항정신병약물이나 항경련제를, 우울증기엔 항우울증제를 사용한다. 심하면 전기충격요법을 쓰기도 한다. 비교적 치료효과가 좋지만, 재발도 잦은 편이므로 가족 등 주변 사람의 끊임없는 관찰이 필요하다.
현대인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또 다른 ‘주요 정신질환’은 정신분열병이다. 이 병은 평생유병률(평생 살 동안 한번 이상 병에 걸릴 확률)이 인구 100명 중 1명 꼴인 비교적 흔한 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나와는 거리가 먼, 아주 드문 병으로 인식한다. 주변에서 환자를 찾아보기 어렵고, 일상의 대화에서 화제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자. 누구나 이 병에 걸린 환자의 얼굴 한둘 쯤 떠올릴 수 있다. 학창시절, 필자에게도 그런 친구가 두 명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너무나 빨리 ‘무대’에서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의 정신을 자기가 지배하지 못하는 것처럼 비극적이고 무서운 일이 또 있을까. 그래서 정신분열병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병임에 틀림없다. 더군다나 사람들은 미쳤다고 손가락질하고, 가족들은 부끄러워 병을 자꾸 숨기려 든다. 설상가상으로 이 병은 치료도 쉽지 않다. 환시, 환청, 혼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심한 정신분열병은 약물 치료를 해도 70% 정도만 증상이 완화되며, 나머지에겐 효과가 없다.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에도 다시 재발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결과적으로 전체 환자의 30% 정도만이 완치돼 정상생활이 가능하다. 나머지는 병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든지, 혹은 서서히 인지기능이 나빠져 독립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워지거나, 심하면 자살을 한다. 자살하는 환자는 전체의 15~20%나 된다.
그러나 포기해선 안된다. 이 병의 치료효과가 그토록 낮은 이유는 자꾸 병을 숨기기 때문이다. 이 병도 빨리 발견해 증상을 조절해 나가면 얼마든지 극복 가능하다. 즉 환시, 환청, 혼란 등의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다시 말해 불안이나 우울, 짜증 등과 같은 경미한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면 대부분 정상생활이 가능하다.
정신분열병의 초기엔 세수·머리감기·옷갈아입기 등을 싫어하거나, 철학이나 종교문제에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이거나, 갑자기 말수가 적어지면서 목적없는 행동을 자주하거나, 희노애락을 느끼지 못해 마치 가면을 쓴 것같은 표정을 짓거나, 분노 등을 표출하기 위해 TV 채널을 마구 돌리거나, 음식을 마루에 쏟아버리거나, 자위행위에 몰두하는 등의 행동이 특징적이다. 따라서 이 때는 즉시 정신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고, 약물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또 이 병은 재발 가능성이 높으므로 증상이 좋아져도 2~3년간 약물치료를 계속해야 한다. 재발되기 전엔 첫 발병 초기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므로 그런 증상이 나타나면 다시 재빨리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정신분열병은 남자는 10대와 20대 초반에, 여자는 그보다 10년쯤 뒤에 시작한다. 그리고 30대 후반 이후엔 증상이 안정화 과정을 밟는다. 따라서 주의깊은 관찰과 약물치료로 이 기간을 슬기롭게 견뎌내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깝지만 많은 정신분열병 환자들이 이 기간을 넘기지 못하고 폐인이 되거나, 자살한다.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잭 니콜슨이 열연했던 강박증은 영화속의 멜빌의 행동 그대로다. 걸을 때 보도 블럭의 모서리도 밟지 않고, 식당에선 항상 같은 자리에만 앉고, 프라스틱 포크와 나이프를 갖고 다닌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강박적인 생각이 끊임없이 솟아나 환자는 손씻기, 문 잠그기, 물건 똑 바로 정렬하기 등을 수백번 반복하게 된다. 그런 행동들이 모두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자각하면서도 충동을 억제할 수 없어 괴로워 하는 게 이 병의 특징이다. 영화 속 잭 니콜슨은 사랑의 힘으로 강박증을 극복했지만, 현실에선 그리 쉽지 않다. 환자는 반드시 병원에서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동시에 받아야 하며, 그 경우 80~90% 증상이 호전된다. 그러나 10~20%는 수년씩 약물-행동치료를 계속해도 잘 낫지 않는다. 최근엔 이같은 난치성 강박증 환자를 대상으로 환자의 뇌 신경회로 일부를 끊어주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 병은 100명 중 1~2명에게 나타나며, 주로 사춘기에 발병한다. 유전적 요인과 스트레스가 위험요인으로 평가된다.
폐쇄된 공간이나 높은 빌딩 위, 거미 등과 같이 특정한 물체나 활동, 상황에 비 정상적인 공포감을 갖는 공포증도 전 인구의 10% 정도에게 나타난다. 공포를 느끼는 대상이 단일한가 복합적인 가에 따라 단일공포증(폐쇄공포증, 고소공포증, 거미공포증 등)과 복합공포증(광장공포증, 사회공포증)으로 구분한다. 공포를 느끼는 상황에 접하면 불안한 느낌, 가슴 두근거림, 어지러움, 땀이 남, 구역질 등의 신체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광장공포증에 걸리면 공공장소에 나가는 것을 무서워하고 사람들과의 만남도 회피하게 되므로 자연히 활동이 제한되며, 그 때문에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단순 공포증은 어린 시절 좁은 공간에 갇혔던 기억 등과 같은 경험이 원인인 경우가 많으나, 광장공포증 등 복합공포증은 원인이 불명확하다. 이같은 공포증은 환자를 인위적으로 공포의 대상이 되는 물체나 상황에 점진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환자가 스스로 그것에 익숙해 지게 만드는 ‘탈감작 행동 치료’로 비교적 손쉽게 극복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단순공포증은 치료를 받지 않아도 나이가 들면서 없어지나 복합공포증은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뚜렷한 이유없이 극심한 불안이 엄습하는 불안장애도 매우 흔한데, 대표적인 게 공황장애다. 불안장애 환자는 이상하게 불안한 예감이 들면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조바심이 나서 견딜 수가 없고, 잠도 잘 못자게 된다. 때로는 두통, 복통, 구토, 땀 흘림, 숨이 참, 어지러움 등의 신체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같은 증상이 한꺼번에 갑자기 나타나는 공황발작을 한두차례 겪게 되면 환자는 사람을 피하게 되는 등 정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이런 사람들은 의사를 찾아 불안장애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인지-행동치료를 받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 우울증 치료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정신질환은 그 밖에도 수도 없이 많다. 비교적 흔한 알콜중독 환자는 불안, 우울, 망상 등의 정신과적 증상을 보이며 자살률도 높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 치료를 받아야 한다. 피해망상이나 질투망상 등 망상장애 환자는 자신의 망상이 망상이란 걸 인정하지 않으며, 자기를 도우려는 사람들을 의심하고 거부하는 게 특징이다. 이 때는 항정신병약물을 써야 한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등 혹독한 경험을 한 뒤 우울-불안해 하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도박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 지는 강박성 도박증, 의사가 병이 없다고 해도 자신이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고 불안해 하는 건강염려증, 거식증, 폭식증, 도벽, 방화벽 등도 모두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들이다.
미국 정신질환자 지지모임에서 제작한 액자를 본 적이 있다. 액자엔 링컨, 베토벤, 도니제티, 고호, 미켈란젤로, 톨스토이, 뉴튼, 헤밍웨이, 처칠 등 20여명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혀있다. 액자엔 그 보다 작은 글씨로 ‘정신질환을 극복하고 우리 인생을 윤택하게 한 사람’이라고 적혀 있으며, 그보다 더 작은 깨알 같은 글씨로 ‘이들은 모두 정신분열증 또는 심한 우울증을 경험했던 환자’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정신질환을 앓는 수 많은 링컨과 베토벤과 미켈란젤로가 ‘미친 놈’으로 손가락질 당하며 폐인이 되고 있다. 정신질환자들은 이제 더 이상 미친 사람이 아니다. 당뇨병 환자나 심장병 환자처럼 치료가 필요한 병자들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세상의 시각은 너무나 닫혀 있어 마음이 무겁다.
■이홍식 교수는
이홍식 교수에게선 정신과 의사 ‘냄새’가 별로 나지 않는다. 그는 여느 정신과 의사처럼 남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듣거나, 사람 눈을 빤히 쳐다보면서 말을 하지 않는다. 그는 말이 많은 편이다.
▲ 이홍식 연세의대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원장약간 건덩건덩하는 말투로 속사포처럼 자기 얘기를 쏟아 놓는다. 기분과 분위기에 따라 얘기하는 주제도 동(東)에서 서(西)로 마구 널뛰기 한다. “아 요즘 스트레스 받아 죽겠다”며 먼저 엄살을 떨기도 하고, 묻지도 않은 자기 아들-딸 얘기도 쏟아내기도 한다. 동네 호프집에서 맞닥뜨린 영낙없는 이웃집 아저씨다. 한 후배 의사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로 환자의 경계심을 풀어놓는 게 이 원장의 특기”라고 말했다.
2001년 3월, 연세의대 광주세브란스정신병원 원장에 취임한 이 교수는 취임과 동시에 병원 이름을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으로 바꾸었다. 낡고 칙칙하고 기괴한 정신병원의 이미지를 정신건강이란 밝고 산뜻한 단어로 포장한 것이다. 동시에 권위적, 폐쇄적인 치료 모델을 개방적, 환자중심적으로 바꿨고, 병원 건물과 주변 환경도 ‘정신건강’이란 단어와 걸맞게 단장시켰다. 또 ‘감성치료’의 개념을 도입했다. 정신질환자는 기본적으로 약물치료가 중심이지만 ‘감성’이 가미돼야 비로서 완벽해 진다는 게 이 원장의 지론이다.
1951년생인 이 교수는 연세의대를 졸업했고, 미국 UCLA병원과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스병원에서 정신분열병을 집중 연구했다. 귀국해선 개원가에서 의뢰된 중증 정신분열병 환자를 주로 진료하고 있다. 그런 그가 요즘 정신분열병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고 했다. 젊은 시절, 이론대로, 원칙대로 진료했을 땐 차라리 치료효과가 좋았는데, 약물 치료에 감성(感性)을 접목시키려다보니 더 어렵다는 것이다. 엄격하고 때로는 모질게 치료해야 하는데, 환자의 아픔과 상처가 가끔씩 그의 감성을 터치해 그것을 가로막는다고 했다. 그는 “나도 이제 나이를 먹은 것 같다”고 했다.
이 교수는 현재 대한정신약물학회 회장, 국제신경정신약리학회 아시아위원장, 세계정신분열병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1995년 발간한 ‘정신분열병, 극복할 수 있다’는 정신분열병 환자와 가족들의 필독서다. ‘완전한 부부’ ‘스트레스 프리웨이’ ‘병주는 스트레스 약되는 스트레스’ 등의 저서가 있다.
계절성 우울증
여름날의 짙푸른 잎새가 찬 바람 맞고 떨어져 스산하게 나 뒹굴면 우울증 환자가 부쩍 늘어난다. 전체 우울증 환자의 10~20%가 가을과 겨울에 우울증이 악화되며, 환자의 5% 정도는 다른 원인 없이 가을과 겨울철에만 우울증에 빠져든다.
이를 ‘계절성 우울증’이라 한다. 스산한 가을 바람 때문에 우울해 지는 게 아니라 줄어든 일조량 때문에 뇌신경 전달 물질 ‘세로토닌’의 분비가 줄어 생기는 현상이다.
계절성 우울증은 일조량에 따라 1년을 주기로 가을에 우울증이 시작돼 겨울을 거치며 악화됐다가 봄이 되면 회복이 된다. 식욕저하나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나는 일반적 우울증과는 달리 단 음식이나 탄수화물을 과식해 체중이 늘어나는 게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남반구보다 북반구에 살수록, 남자보다 여자가 계절성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겨울과 밤이 유난히 긴 북유럽 국가 사람에게 유난히 발생률이 높으며, 미국 시카고 처럼 안개가 많고 햇볕을 보기 힘든
지역에도 계절성 우울증 환자가 많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
계절성 우울증도 증상이 심한 경우엔 약물치료를 하지만, 5000룩스 정도의 밝은 빛을 쬐게 하는 광선치료의 효과도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증상이 가벼운 경우엔 야외에서 가벼운 운동을 하며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크게 도움이 된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우울해 지려 할 때는 가급적 커텐을 걷어 집이나 사무실을 밝게 하고, 자주 창가에 앉아 심호흡을 하며, 주변 사람들과의 좋은 기억을 떠 올리는 것도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 또 우울한 기분이 빈틈을 찾아 헤집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요리나 청소, 운동 등 가급적 몸을 부지런히 움직일 수 있는 일거리를 찾고, 화가 나려 할 때는 음악을 틀어 놓고 춤을 추거나 고함을 질러 버리는 것도 좋다. 우울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술을 마시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마시게 되고, 경우에 따라 알콜 중독의 위험성도 높아지므로 술에 의존하려 해선 안된다. 과일, 야채, 해조류를 많이 먹고 물도 많이 마시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책/문화임호준2004/07/14 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