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암학회

▲ 임호준 사회부기자

한 달쯤 전 대한암학회는 폐암과 전립선암을 포함한 7대 암 조기 검진 가이드라인을 새로 제정했다며 보도자료를 보냈다.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이었으나 자료 검토 결과 보충 취재가 필요해서 보도를 미루고 있었더니 며칠 뒤 대한암학회서 다시 연락이 왔다. 몇몇 언론을 통해 이미 학회의 암 검진 가이드라인이 대중에게 알려진 뒤였다. 학회의 한 최고위 관계자는 “복잡한 문제가 생겼다”며 전화로 보도 자제를 부탁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자초지종은 이렇다. 위·간·대장·유방·자궁경부암에 대해서만 조기 검진 가이드라인이 있다는 점에 착안한 학회는 폐암과 전립선암 가이드라인을 추가했으며, 내친 김에 기존 것과 합쳐 ‘7대 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러자 이견이 존재하는 민감한 사안을 충분한 검토와 의견 수렴 없이 학회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제정·발표했다고 학회 내부에서 비난이 빗발쳤다. ‘20년 이상 장기흡연자 등에게 매년 저선량(低線量) 폐 CT를 권장한다’는 폐암 가이드라인과 관련해선 소비자단체까지 나서 “비용·효과면에서 문제가 있는 값비싼 검사를 가이드라인에 포함시킨 이유를 밝혀라”라고 공개질의하기에 이르렀다.

암 조기 검진 가이드라인은 가장 이상적이고 가장 좋은 것을 권고하는 게 아니다. 100만원이 넘는 효과 좋은 검사도 있지만 이를 모두에게 권고할 수는 없다. 외국에선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등에 관해 수십년간의 임상 자료를 바탕으로 심사숙고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한다. 폐암의 경우, 아직도 가슴 X선 촬영만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암학회도 자신들의 ‘실수’를 깨달은 것 같다. 그러나 학회는 이미 공포된 가이드라인이 아직도 유효한지 아니면 철회해야 하는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그 사이 학회 집행부가 바뀌어, 전임 집행부의 실수를 구태여 들춰내고 싶지 않은 신임 집행부의 입장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대한암학회의 공신력을 위해 이 문제는 분명하게 답해야 할 것 같다.

( 사회부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