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지하철로 출근하는 30대 직장인 김씨는 출근 시간만 되면 배가아파 화장실로 달려가 발을 동동 구른다. 조금만 신경을 써도 아랫배가 아파 온다. 회식이라도 있어 술을 마시면 다음날 아침은 화장실가기 바쁘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러 가면 화장실 위치부터 확인하게 되고, 장시간의 이동은 화장실 없인 생각할 수도 없다. 김씨의 병명은 ‘과민성대장증후군’.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0% 이상이 가지고 있는 흔한 증상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현대인에게 많은 증상으로 정신적인 요인이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 그리고 생활습관에 의해 악화되기 쉽다. 질환이 아닌 증상이기 때문에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목숨이 위태로울 만큼 심각한 질환은 아니지만 증상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은 매우 크다. 실제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직장인 결근사유 2위에 올랐을 정도다.
한 10대 여학생은 아침 등교시간에 가끔 배만 아픈 정도였다가, 시험기간이나 체육시간 등 긴장을 하면 증상이 심해졌다. 또 다른 사례로 학교에서 발표 수업만 하면 배가 아파오는 20대 중반의 남학생은 배가 꼬이는 듯이 아프고 가스가 찬 느낌이 반복되면서 설사가 찾아오거나, 배는 아픈데 변이 나오지 않는 배변장애에 시달렸다. 이 학생은 변비보다는 설사를 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특히 설사를 하기 전에는 배가 너무 아파 급하게 화장실을 찾기 때문에 이제는 화장실이 주변에 없으면 불안해한다.
시험기간만 되면 배가 아픈 10대 여학생은 잦은 다이어트로 인해 규칙적인 식사와는 거리가 멀었고, 먹는 음식의 종류도 정상적인 식단보다는 가볍게 먹는 인스턴트 음식이 많았다. 가끔은 변비로 고생하기도 했으며, 증상이 있으면 소화제나, 변비약을 복용 했다. 이 학생의 증상은 예민한 성격, 생활습관 때문에 증상이 악화 된 것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스트레스,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생활습관이나 식습관이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식생활과 스트레스가 대장질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일반인들도 거의 상식처럼 알고 있는 얘기다. 불안, 스트레스, 육류, 인스턴트식품, 술, 담배는 비단 과민성대장증후군 뿐 아니라 다른 대장 질환도 유발할 수 있다. 하루 세끼의 규칙적인 식사조차 하지 않고, 제대로 된 식사보다 한 끼 때우는 인스턴트 음식만을 선호하는 현대인들에게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대장이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 증상일지도 모른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는 올바른 식사습관이다. 식물성 섬유소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큰 효과가 있는데 야채는 날로 먹어도 좋지만, 국이나 찌개 등 삶아진 야채를 먹는 것이 먹기도 편하고 많이 먹을 수 있다. 또한 인스턴트 음식과 찬 음식은 피해야 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무의식적으로 찬 음료를 많이 마시게 되는데 일반인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지만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는 증상이 악화되거나 먹자마자 화장실로 직행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찬 음식은 대장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어서 증상의 악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생활습관 개선 및 운동이다. 규칙적인 생활습관, 즉 규칙적인 배변습관(아침 식사 후)과 수면을 하도록 한다. 또한 산보, 체조 등의 적당한 운동과 복식호흡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세 번째는 심리적 안정이다. 스트레스를 해소 시키거나, 긴장된 생활보다는 이완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마음먹는 것만으로 부족하면 전문가와의 상담도 도움이 된다. 심리적 안정이 도움이 되며, 증상 완화를 위한 약물 치료도 시행할 수 있다.
/기고자 : 서울 양병원 양형규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