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에 내 진료실을 찾아 온 A씨는 57세 남자다. 수개월 전부터 매미소리 같은 이명이 있어서 이비인후과 검사를 받았으나 특별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비인후과 치료, 한방 치료 등을 했으나 효과가 없었고, 최근 고혈압이 발견되어 내 진료실을 찾아 왔다.
A씨는 3-4년 전에 음주와 흡연은 모두 중단했고, 최근 2-3년 동안 건강 검진에서 고지혈증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별다른 치료없이 지내는 중이었다. A씨를 검사한 결과 혈압이 140/95mmHg 높았고, 총콜레스테롤 267 mg/dL, LDL 195 mg/dL, 중성지방 378 mg/dL로 높았고, HDL 33 mg/dL로 낮았다. 혈액순환 검사에서 발목과 팔에서 잰 혈압의 비율이 0.95로 낮아서 말초혈류 장애가 의심되었다. 또 경동맥 초음파 검사에서 혈관 내벽의 두께가 0.12 cm로 두꺼워져 있어서 중증도의 동맥경화증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명은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가 없는 상태에서 느끼는 소리이다. 이명의 원인은 다양하다. 귀 안에 염증, 구조적인 이상 등 귀 내부에 문제가 있는 경우, 아스피린이나, 항생제, 이뇨제 등을 사용했을 때, 심한 소음에 장시간 노출되는 경우 등이 흔히 알려진 원인이다. 대부분의 환자에서는 뚜렷한 원인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이명을 완치하기도 어렵다.
미국 통계에 의하면 건강검진을 받은 55세-65세 사람의 약 20 %에서 이명이 있다고 한다. 이명은 귀 속에서 쉬지 않고 매미소리, 혹은 “삐---“ 하는 기계음 등 소리가 계속 들리는 증상이다. 이명은 그 자체로 삶의 질을 감소시키고, 불면증 등 2차 증상을 유발한다. 중년 이후의 이명은 대부분 청각 장애를 동반한다. 청각 장애는 주위 사람들과 소통을 방해하는 원인이 되는 중요한 장애이다.
중년 이후에 발생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이명은 뇌에서 귀로 이어지는 청각 기관에 혈액순환 장애가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때는 인지 기능 장애와 청력상실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원인미상의 이명 치료에 흔히 혈전방지제를 사용하는 것도 혈액순환을 개선해서 증상의 호전과 악화 방지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A씨는 고지혈증과 고혈압 그리고 동맥경화증에 의한 혈류장애 등이 이명의 원인일 것으로 생각되었다. 고지혈증 치료제, 혈전방지제를 복용하도록 처방하였고, 혈액 내 노폐물을 제거하고 말초혈류 개선 효과가 있는 킬레이션 치료를 시작하였다. 치료 시작 후 2주 정도 후부터 혈압약을 상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혈압은 130/80 mmHg로 유지되고, 이명이 많이 줄어 들었다.
이명은 중년 이후에 꽤 흔한 질환이다. 이비인후과적인 문제가 없는 이명은 혈액순환장애가 원인인 경우가 많으므로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증 등 내과적인 검사와 치료도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남들과 잘 어울려야 젊어진다. 어울리기 위해서 “귀는 열고 입은 닫으라”는데, 이명이 있고 청력에 문제가 있다면 아무리 귀를 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내 귓 속에 들어 있는 매미 한 마리가 꼭 필요한 모든 소리를 차단하기 전에 미리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다.
/기고자 : 더맑은 클리닉 박민선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