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으로 골반울혈이 있는지는 정맥조영술, 초음파 혹은 CT, MRI와 같은 영상검사를 통해 골반 내 정맥이 늘어나고 역류하는 것을 확인하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골반통이 없는 여성에서 촬영된 CT에서도 골반 내 정맥이 늘어나 있는 경우는 비교적 흔하기 때문에, 이런 영상검사를 통해 늘어난 골반 정맥을 확인한 것만으로는 골반울혈 증후군에 대해 확정적인 진단을 내릴 수 없다.
지난 5월 22일 하지정맥류 기고를 통해 ‘증후군’에 대해서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다. ‘증후군’이라 불리는 병들은 도저히 증상의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원인 미상의 특징적인 증상 몇 개가 함께 나타나거나, 다양한 원인에서 오는 증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의사 입장에서는 무언가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질환이 바로 이 ‘증후군’이다. 이것은 명쾌한 해답이 나오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때로는 한 번 내려졌던 진단이 바뀌기도 한다.
이렇듯 골반울혈 ‘증후군’은 명쾌하게 진단 내릴 수 있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유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한 진단 및 치료가 먼저 시행된다. 골반 내 증상이 있다면 자궁내막증이나 자궁선근증, 자궁근종 등 자궁의 이상, 난소의 이상이나 그 외 골반 장기에 이상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이에 대해 치료를 해보는 것이 좋다. 부인과 검사에서 골반통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원인들이 발견되지 않거나, 혹은 발견된 원인에 대한 치료를 했음에도 효과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 골반울혈 증후군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골반울혈 증후군에 대해서는 우선 약물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골반 내의 혈류량이나 혈류 정체를 줄이는 목적으로 부인과에서 호르몬제를 처방받아 복용해 볼 수 있다. 이에 반응이 없다면 인터벤션 영상의학과에서 시술적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는데, 이 역시도 정계정맥류 시술처럼 늘어난 골반 정맥을 막아주는 색전술을 시행한다. 사타구니쪽 피부 가까운 곳의 정맥을 통해 긴 관을 넣어 백금 코일이나 주사약을 이용해 늘어난 난소정맥과 내장골정맥을 찾아 막아준다. 이 시술 역시 엑스레이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진행하게 되며, 조영제가 사용되기 때문에 콩팥기능이 좋지 않은 환자에게는 치료가 제한될 수 있다.
골반울혈 증후군의 색전술 치료에 대해 보고한 여러 논문에서는 치료 후에 50~80% 정도의 환자에서 만성 골반 통증이 호전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정계정맥류에 비해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이유는 보다 복합적인 원인과 증상을 가진 이 질병의 특성 때문으로 생각된다.
모쪼록 지난 두 회차에 걸친 ‘골반 정맥 부전’ 기고가 남성과 여성에서 각각 음낭이나 골반에 불편감이 있을 때, 적절한 진료과에 방문하여 적절한 치료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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