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사고로 여자(고객)의 속마음을 읽어내는 초능력을 갖게 된 어느 광고 제작자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하는 광고의 대상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원하는 게 뭔지를 정확히 꿰뚫어 알고 있어 만드는 광고마다 소위 ‘대박’이 난다. 어느새 좀 지난 영화가 되어버린, 멜깁슨 주연의 영화, “What Women Want." 이야기이다. 실제로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객의 속을 몰라 애태우는 사람들에게는 상상만으로도 입이 귀에 걸릴 만큼 기분 좋은 일이다.
<사진 = 멜깁슨의 What Women Want 영화 포스터>
대중을 상대로 하는 소비재 생산업이나 서비스업의 경우, ‘고객의 마음 읽기’는 사업 성장에 거의 절대적인 대전제가 된다. 그러다 보니 일반 사업체는 물론, 공공기관이나 사회 각계에서도 자기 고객들의 마음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가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국가고객만족도조사(NCSI), 민원행정고객만족도조사, 치안고객만족도조사 등 그 종류는 일일이 손꼽기조차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그러나 고객 불만이나 니즈(Needs)를 파악하기 위한 이런 조사들은, 고객이 못마땅하게 여겼던 일들에 대해 말하기를 꺼린다거나 분명한 의사표현을 하지 않아, 고객의 속내를 정확히 알아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경영자의 80%가 자신은 소비자만족을 위해 차별화된 가치를 제안하는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동의하는 소비자는 8%에 불과하다’는 미국의 컨설팅회사인 ‘베인앤캠퍼니(BAIN&COMPANY)’의 조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병원에서도 접점별 만족도조사, 이용행태조사, 칭찬∙불만조사 등 다양한 조사들이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에서 얻어진 ‘만족’이라는 응답을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 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 해당 병원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그냥 다닐만하다는 것인지 등으로 그 뜻이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원을 중단한 고객 중 60~80%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는 ‘만족’이라는 답변을 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면, 만족한 고객이 반드시 충성고객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경영학 잡지인 '하버드비즈니스 리뷰(HBR)' 에도 같은 논지의 연구결과가 실린 바 있다. 1점에서 5점까지의 척도에서 4점에 표시한 고객은 5점에 표시한 고객보다 변심할 가능성이 6배 높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4점과 5점 사이에는 6배의 고객충성도라는 큰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그러니 “‘만족’은 별 의미 있는 반응이 아니며, ‘매우 만족’이라는 응답만을(높은 충성도를 가진) 자발적인 소개가 이루어질 정도의 반응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보다 설득력을 가진다.
그래서 고안된 지표가 순수추천고객지수(NPS : Net Promoter Score)이다. 일명 ‘입소문지수’라고도 불리어지는 이 NPS는 미국의 경영전략가인 베인앤컴퍼니의 프레드 라이켈트(Frederick F. Reichheld)가 개발한 고객 충성도 측정 방법이다. 라이켈트는 고객의 충성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해당 제품을 얼마나 반복적으로 구매하는가와 타인에게 추천할 의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누군가는 추천 의향을 가지고 있는 그 상품에 대해서, 다른 누군가는 추천 하지 않겠다는 반대의사를 가질 수 있기에, NPS는 결국, ‘추천하겠다’는 고객의 비율에서 ‘추천하지 않겠다’는 고객의 비율을 제한 수치가 된다.
NPS를 계산하려면 먼저“추천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고객이 0점(전혀 추천할 의사가 없다)부터 10점(반드시 추천하겠다)까지 답하게 한 뒤, 9~10점으로 응답한 고객을 추천 고객으로, 6이하로 응답한 고객을 비추천 고객으로 분류하여 두 고객간의 비율 차이를 구하면 된다. 이 NPS는 추천비율-비추천 비율로 계산되기 때문에 보통 30%를 넘기기 어렵다. 심지어 마이너스가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미국 기업들의 평균 NPS는 5~1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애플이나 이베이, 코스트코, 사우스웨스트 등 지난 10여 년 간 놀라운 성장률을 보인 기업들의 NPS는 한결같이 50% 안팎, 세계 최고의 충성 고객들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대형 오토바이 제작사, 할리 데이비슨은 무려 80%에 육박하는 NPS를 자랑한다.
병원시장은 입소문이 고객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대표적인 곳 중 하나다. 즉, 병원의 흥망성쇠는 그 병원의 누적 고객 중에 해당 병원을 타인에게 추천할 만큼 높은 충성도를 가진 고객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병원은 찾아온 고객을 상대로 치밀한 만족도조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수치 속에 담긴 의미를 정확히 읽어내야 한다. 결국 NPS는 오늘날 병원들이 꼭 염두에 두어야할 수치이며 앞으로 지향해야 할 경영지표가 된다.
병원은 어떻게 해서든 NPS를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하며 Before-care, In-care, After-care의 핵심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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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병원, 무엇 때문일까?] 美 메사추세츠병원은 고객 만족도가 높은 병원으로 유명하다. 보통, 입원환자의 70% 이상으로부터 ‘또 오고 싶으며 가족에게도 권하고 싶다’는 응답을 얻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의료 서비스의 품질에 대해서는 40% 정도만이‘매우 높다’라고 응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병원이 가진 의료서비스의 품질은 이제 그 병원을 누구에게 소개하고 싶게 할 만큼의 큰 변별력을 갖지 못한다는 얘기가 된다. 결국 입소문은 ‘간호사의 친절’등 일상적인 In-care 항목에서의 서비스 품질 차이에 보다 큰 연관이 있다는 것이 ‘소문난’ 병원, 메사추세츠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이다.
/기고자 : 송재순병원마케팅연구소 송재순 jssong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