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편집하여 브로셔에 담을 멋진 이미지를 만든다고 할 때,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좋은 사양의 컴퓨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포토샵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잘 쓸 줄 알아야 한다. 이 두 가지만 있으면 멋진 이미지를 만들 수 있을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는 관점’, ‘감각’이다. 컴퓨터와 포토샵은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단일 뿐이다. 핵심은 ‘관점’, ‘감각’이다.
이를 다시 살펴보면 ‘멋진 이미지’는 일종의 산출물이다. ‘컴퓨터’는 하드웨어(Hardware), ‘포토샵’은 소프트웨어(Software)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중요하다고 언급한 ‘관점’ 혹은 ‘감각’은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무형의 근원적인 경쟁요소로 마음, 재능, 관점, 역량, 문화 등으로 발현되는 그 무엇’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이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단어는 아직 없는 듯하다. 다만, 최근 들어 많이 언급되고 있는 휴먼웨어(humanware), 컬처웨어(cultureware), 마인드웨어(mindware) 등이 이러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역량 관점에서는 주로 휴먼웨어, 조직문화 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컬처웨어, 인간내면의 변화 등을 중요시 하는 관점에서는 마인드웨어라고 쓰고 있으며, leadership, followship 등의 관점에서 ship-ware라는 새로운 조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사람의 마음을 얻고 움직이게 하는 관점에서 광의의 개념으로 마인드웨어를 사용할 것이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마인드웨어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하드웨어는 토지, 건물, 의료장비 등으로 “보유한다”, “투자한다”라는 말로 표현된다. 자본 즉 돈이 핵심요소로서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위에 더 크고 멋진 건물이 들어서거나 더 좋은 성능의 장비가 도입되면 경쟁력을 상실하는 것처럼 경쟁력의 지속기간은 길지 않다. 하드웨어는 일을 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든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경쟁력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이 계속해서 투자를 해야만 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소프트웨어는 제도나 프로세스 등으로 “만든다”, “개선한다”, “혁신한다”라는 말로 표현된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핵심요소는 지식, 창의적 사고 등으로 안정적인 운영에는 비교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는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든다는 의미가 있지만 경쟁력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상황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는 잘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잘 만들게 되면 남들이 쉽게 따라하지 못한다. 즉, 알고 있지만 따라갈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마인드웨어는 리더십이나 조직문화 등으로 “강화한다”, “활성화한다”라는 말로 표현된다. 마인드웨어는 일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측면에서 소프트웨어와 다르다. 또한 개인의 특성과 empathy, communication등이 마인드웨어의 핵심요소로 하나하나를 키우기도 어렵고 이것을 하나로 묶어내기도 쉽지 않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처럼 있는지 없는지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체화시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인드웨어는 조직의 본질적인 경쟁력이긴 하지만 궁극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기 까지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에 더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얼마나 병원을 크게 짓고 세련되게 보이느냐?’, ‘얼마나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느냐?’, ‘얼마나 진료를 잘하는 의사를 보유하고 있느냐?’등 지나치게 하드웨어측면이 강조된다. 현재 많은 병원들이 이 단계에 머물러 있다.
최근 들어 환자중심의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병원도 생기고, 인사혁신이나 성과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병원도 생겨났다. 즉,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경쟁력으로 만드는 병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근무시간 이후에도 매일같이 직원들이 스스로 남아서 병원의 문제를 해결하는 개원가의 조그만 병원도 있다. 그렇지만 예외적인 경우이고 아직 조직문화 등 마인드웨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병원은 없는 듯 하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마인드웨어 이 세 가지는 다 중요하다. 병원 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 무엇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그리고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정리해 보길 권한다. 혹시 가장 큰 마인드웨어는 보지 않고 있는가?
/기고자 : 삼정 KPMG 안근용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