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의 상당수는 방문 전에 미리 자신의 병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자신의 증상과 병명은 무엇이고 치료법은 무엇인지 진단까지 내려서 온다.
얼마 전에는 “내가 인공관절수술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언제 받는 게 좋겠냐”며 한 70대 노인이 병원을 찾았다. 그래서 다른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했더니 첫 방문이란다. 환자의 기우와 달리 진단 결과는 ‘연골판 파열’로 관절 내시경 수술을 통해 비교적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었다.
대부분의 노년층 환자들은 무릎이 아프면 퇴행성 관절염이라고 지레짐작하고 인공관절수술을 ‘최후의 보루’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작 진단을 해보면 비교적 간단한 관절 내시경 수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년층에게서는 연골이 닳는 퇴행성 관절염이 아니더라도 반월상 연골판이 손상되면서 무릎 통증이 나타나는 예도 있다. ‘반월상 연골’이란 무릎관절 내측과 외측에 각각 위치하는 섬유성 연골로, 관절연골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관절 액을 골고루 분포시켜 뼈와 뼈 사이의 마찰을 줄여주고 체중에 의한 충격을 흡수해주는 역할을 한다. 생긴 모양이 초승달을 닮아 ‘반월상 연골’ 또는 ‘반월상 연골판’이라고 부른다.
‘반월상 연골판’은 과도한 충격이 가해지거나 충격흡수 능력이 떨어질 때 파열로 이어질 수 있는데, 노년층은 퇴행성 변화로 연골판이 약해진 상태에서 외부의 충격 또는 급격한 방향 전환 등에 의해 연골판이 찢어지며 통증이 나타나게 된다. 반월상 연골이 파열될 때 관절 접촉면이 닳아 극심한 통증을 가져오고 무릎을 움직일 때, 무릎을 구부리거나 폈을 때 심한 통증을 느끼며 다른 부위보다 심하게 붓기도 한다.
이런 통증을 단순한 관절염 증상으로 알고 내버려두거나 자가 진단을 통해 치료했다가는 건강만 더욱 악화할 수 있다. 반월상 연골판은 대개 처음에는 손상 정도가 가볍지만 이를 내버려둬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며칠 있다 통증이 사라지기도 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뒤늦게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많은데 반월상 연골판 파열은 한번 손상될 때 자연치유가 어려워 반드시 조기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반월상 연골판 파열은 손상 정도가 약하면 압박붕대나 부목 등을 대거나 소염제를 통해 통증을 완화하는 보존적인 치료를 한다. 그러나 손상이 심한 경우에는 관절 내시경 수술이 필요하다. 무릎 관절 부위에 1cm 미만의 구멍을 내고 카메라가 달린 관절 내시경을 삽입한 후, 관절 상태를 직접 모니터로 보면서 손상된 연골을 치료할 수 있는 수술법으로 비교적 단시간에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다.
이제는 건강도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시대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나친 자가 진단은 오히려 병을 키우기에 십상이다. 골드 시니어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문화, 방송 등 모든 영역에서 노년층의 역할과 지위가 높아지고 있다. 자기 진단을 통해 병을 키우거나 통증을 참기보다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 다양한 영역에서 골드 시니어의 생활을 만끽했으면 한다. 노년의 황금빛 추억을 건강 때문에 포기한다는 것은 너무 아깝지 않은가.
/기고자 : 웰튼병원 송상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