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하다 보면 퇴행성 관절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 중 과체중인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4월, 보건복지부에서 만 29세 이상의 성인 22만 7,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1년 지역건강통계’에 따르면 체질량 지수가 25 이상인 비만인구 비율이 23.3%로 나타났다고 한다.
퇴행성 관절염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생각해 통증이 있어도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퇴행성 관절염은 잘못된 생활 습관이 원인인 경우가 많은데 비만도 관절의 퇴행을 부추기는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뼈는 약해지고 근육은 줄어들지만 체지방은 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최근 통계자료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서 남녀 모두 복부비만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20대 남성이 16.1%이던 것이 70세 이상에서는 30.8%로, 여성은 20대에 9.1%에서 60대에는 49.8%로 늘었다.
나이가 들면서 살이 찌는 이유는 기초대사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초대사량으로 소비하는 에너지는 전체의 60~75%를 차지하는데, 기초대사량이 줄면 소비하는 전체 에너지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살이 찌게 된다. 기초대사량은 인간이 근육량의 감소와 관련성이 있다. 근육량을 늘려주는 성장호르몬은 20대 초반을 최고점으로 서서히 감소하고, 이에 따라 기초대사량도 감소하면서 체중이 늘어나게 된다.
이런 체중 증가는 관절 부담을 증가시키고 부상 및 퇴행을 부르는 원인이 된다. 체중이 약 1kg 늘어날 때마다 무릎에 전해지는 하중은 체중의 2~3배에 달한다. 게다가 이미 관절염이 있는 환자라면 비만에 따른 관절 건강 악화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특히 여성들은 남성보다 근육량이 적기 때문에 퇴행성 관절염이 빨리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한 통계에 따르면,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의 67%가 정상체중을 초과한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라고 한다.
늘어나는 몸무게와의 싸움에서 주춤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물론 체중 감량을 한다고 이미 나빠진 관절을 완전한 상태로 되돌릴 순 없지만 체중의 5% 감량만으로 관절염 증상의 50% 정도는 개선시킬 수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살을 빼겠다고 다이어트에 돌입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무릎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오히려 무릎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다이어트 시 등산이나 달리기, 오래 걷기 등의 운동을 실시하는데, 과체중 또는 비만인 사람의 경우에는 이런 운동들이 무릎의 스포츠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운동을 시작하기 전엔 전문의와 상담한 후 자신에게 맞는 운동법을 택해야 한다.
흔히 시간이 없어 운동을 못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정작 더 나이 들어 시간이 날 땐 무릎이 쑤시고 걷기가 힘들어 제대로 인생을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장 내일부터라도 산책, 자전거타기 등 가벼운 운동부터 시작해 보도록 하자. 내 인생의 건강과 활력, 두 마리 토끼 모두 포기하기엔 너무 이르다.
/기고자 : 웰튼병원 송상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