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기까지는 의료기관들의 과감한 투자, 깊이 있는 연구, 선택과 집중 등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의료 관련 특허 700여건 보유
세브란스병원 다빈치 트레이닝센터에서 외국 의사에게 다빈치 로봇 수술법을 지도하고 있다. / 세브란스 제공
세브란스는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세계 수준의 병원들과 본격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다. 지난 4월 문을 연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는 아시아 최고의 동물실험 시설로 9.4T MRI(자기공명영상) 같은 첨단 동물영상장비를 비롯해 포유류, 영장류 수술실 등을 갖췄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1000여 건의 로봇수술을 시행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술 케이스다. 다빈치로봇 제조사인 인튜이티브 서지컬과 공동으로 로봇수술 트레이닝 센터를 운영한다. 전세계 24곳의 다빈치 트레이닝 센터 중, 공인 트레이너가 상주하는 동시에 다빈치심포지엄 비용을 지원받는 센터는 세브란스 센터가 유일하다.
세브란스는 모두 700여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5년 출원 건수는 미국 스탠포드대 병원, 일본 도쿄대 병원보다 많다. 지난해에는 특허 박람회를 개최해 국내외 제약사, 바이오 벤처, 전자회사 등에 기술 이전했다.
이철 의료원장은 "세계 최고의 병원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연구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의료산업화를 위한 연구중심의 병원으로 대한민국 의료산업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북아 첫 로봇사이버나이프
건양대병원은 최첨단 방사선 암치료장비인 로봇사이버나이프를 동북아시아 지역 최초로 도입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건양대병원은 지역병원이지만 의료진 영입, 최신 장비 투자, 선진 시스템 구축 등은 서울·수도권의 어지간한 대학병원을 앞선다. 이 병원은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존 시스템을 모두 뜯어 고쳤다. JCI(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 인증도 대전·충남지역 최초로 받았다.
300억 원이 투입된 건양대병원 암센터는 로봇사이버나이프, 래피드아크 등 최신 방사선 장비도 갖췄다. 로봇사이버나이프는 200~300개 방향에서 나오는 방사선빔으로 암 조직을 제거하는 장비로 동북아시아에서는 건양대병원에 최초로 설치됐다. 갑상선암환자들의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병실도 5개실을 갖춰 오래 기다리거나 수도권 병원을 찾아야 하는 불편을 줄였다.
박창일 의료원장은 "지역의 환자들이 수도권의 대형 병원을 찾지 않고도 지역 내에서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중부권 거점병원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찾아오는 갑상선센터
러시아 의료진이 대림성모병원을 방문해 이 병원의 갑상선 검사 과정을 참관하고 있다. / 대림성모병원 제공
대림성모병원은 갑상선질환을 특화시켰다. 전체 의료진의 20%가 갑상선 관련 의료진이다. 고주파 열로 갑상선 결절을 태워 없애는 갑상선결절 고주파절제술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이 치료법은 정상 조직을 최대한 살리기 때문에 치료 후 갑상선기능저하증 등의 부작용이 적다. 지난해 고주파절제술 3600건을 비롯해 갑상선암 수술 4300건 등 약 8000건의 갑상선질환을 치료했다. 갑상선암 수술 후 재발률(0.2%)도 우리나라 평균(2%)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대림성모병원은 특히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의 의료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옛 소련시절 핵실험이 이 지역에서 다수 행해져 갑상선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김광태 이사장은 "우리나라 의료기술의 우월성과 경쟁력을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전세계 100여 개국의 병원이 회원으로 가입한 국제병원연맹 회장에 내일(19일) 취임한다.
◇한방 과학화·세계화 선도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사상체질학과 교수가 3D안면형상을 이용해 사상체질을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제공
강동경희대한방병원은 한의학의 전통은 계승하면서 한의학의 과학화·객관화에 앞장서고 있다. 한방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학술지에 발표한다. 지난해 SCI급 저널에 발표한 논문 수도 30여 편에 이른다. 한의학과 양의학의 장점을 모은 한·양방 협진도 이 병원의 특징이다. 중풍, 류마티스관절염, 척추질환은 협진으로 치료하며 안면마비, 웰니스, 스트레스, 보양 등 한방의 장점을 살린 특수클리닉을 13곳 운영 중이다. 특히 웰니스, 보양 클리닉은 외국인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한방 치료, 특발성 안면신경마비, 오십견 환자 봉독치료, 파킨슨병 등에서 협진 연구결과들이 발표됐다.
박동석 병원장은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장점을 융합하는 것은 강동경희대한방병원만이 할 수 있는 역량"이라며 "한의학이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과학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