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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은 우리나라에서 발생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대표적인 암이다. 2022년 기준 갑상선 암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여, 현재도 1년에 3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대장암의 원인은 식습관과 같은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육류 위주의 식단, 섬유소 부족, 과음과 흡연, 비만 등이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육류 섭취량이 많은 국가에서 대장암 발생률이 높다는 통계가 뒷받침한다. 다만, 이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 관련성을 보여주는 통계적 결론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대장암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복통, 혈변, 빈혈, 변의 굵기 변화,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으나 이런 증상들은 다른 질환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비특이적 증상이다. 항문에서 출혈이 있는 경우, 출혈의 양상을 들어보고 간단한 직장경 검사를 통해 치질인지 직장암인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혼자 고민하거나 인터넷 검색하기보다는 가까운 대장항문외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대장암은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으며, 대장암이 상당히 진행되어 혹이 커져야 그에 따른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오른쪽 대장에서 생긴 암은 종양이 커지면서 종양 표면에서 출혈이 조금씩 발생하여 빈혈이 발생할 수 있고, 왼쪽 대장은 오른쪽 대장보다 직경이 작아 종양이 커지면서 장을 서서히 막게 된다. 그래서 증상도 변이 가늘어지고 자주 화장실을 찾게 되며, 간헐적인 복통이나 복부 팽만감이 나타난다. 대장암에 의해 이런 증상들이 나타날 때는, 혹이 상당히 커진 상태로 대부분 이미 초기 단계를 지났다.50대 직장인 A씨는 몇 달 전부터 변이 가늘어지고 잔변감 증상이 나타났지만 바쁜 업무 탓에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생각하고 지내다 간헐적으로 복통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 대장내시경 검사결과 대장과 직장이 만나는 곳에 종양이 있었고, 조직검사상 암으로 진단되었다. CT검사상 간이나 폐 등 다른 장기 전이가 없어 바로 수술을 받고 대장암 3기로 진단받았다.A씨처럼 50대 중년의 절반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지 않고 있다. 미국암학회 및 대한대장항문학회에서는 45세부터 검사받기를 권고하고 있으며, 대장직장암의 가족력이 있다면 10년 일찍부터 검사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대장암의 치료는 병기에 따라 달라진다. 내시경적 절제가 가능한 초기암은 올가미를 이용한 절제나 내시경 칼을 이용한 점막하박리술(ESD)로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내시경적 절제 후 조직검사상 추가적 장 절제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으므로 내시경적 절제술은 경험 많은 의사의 판단이 중요하다.내시경적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주위 림프절을 포함한 대장 절제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 전 검사상 진행성 직장암인 경우 선행 항암·방사선 치료 후 수술을 하게 되며, 대장암인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는 대부분 필요 없다. 수술 후 조직검사상 3기이거나 재발 위험성이 높은 2기인 경우 FOLFOX나 CAPOX와 같은 보조 항암치료를 받게 된다.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하게 되면 완치율이 90% 이상에 이를 정도로 예후가 좋은 암이다. 그러나 초기 대장암의 대부분은 증상이 없으므로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대장암을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과거에는 50세부터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기를 권고했으나 3년 전부터 미국이나 한국 모두 45세부터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암으로 진행할 만한 용종을 내시경으로 찾아서 미리 제거하면 대장암 예방이 가능하고, 초기에 발견하여 용종을 제거하면 장을 절제하는 수술도 피할 수도 있다. 특히 대장암의 가족력이 있다면 권고 나이보다 10년 일찍 검사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대장암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갑상선암 다음으로 흔한 암이 되었지만 충분히 예방 및 완치 가능한 암이다. 내시경 권고 나이가 아니더라도 원인 모를 체중 감소, 빈혈, 복통이나 복부 팽만감, 대변에 피가 섞이거나 배변습관의 변화가 지속된다면 전문의 상담 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이 칼럼은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정춘식 진료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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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에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온갖 과일이 나오지만, 그래도 겨울이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과일 하면 역시 귤이다. 따뜻한 방 안에서 까먹는 귤의 향긋한 냄새는 계절의 정취를 완성한다. 그런데 이 평범한 귤껍질이 바로 한의학에서 오랫동안 귀하게 써온 약재 ‘진피(陳皮)’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진피’란 말 그대로 ‘묵을 陳’ 자를 써서 ‘오래된 껍질’이라는 뜻이다. 갓 벗긴 귤껍질은 수분이 많고 성질이 강하지만, 말려서 오래 두면 맛이 순해지고 향이 깊어진다. 이렇게 숙성된 진피는 ‘비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순조롭게 하며 담(痰)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 하여 예로부터 소화불량, 기체(氣滯), 기침, 가래 등에 두루 사용되었다.진피는 약으로 사용된 역사가 엄청나게 오래되었는데, 신농본초경에 처음 수록된 이후 탕액본초, 본초강목 등 대표적인 한약재 서적에는 반드시 진피가 수록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성질이 따뜻하며 맛은 쓰고 매우며 가슴에 기가 뭉친 것을 치료한다. 음식 맛이 나게 하고 소화를 잘 시킨다. 이질을 멈추며 담연(痰涎)을 삭히고 위로 치미는 것과 기침하는 것을 낫게 하고 구역을 멎게 하며 대소변을 잘 통하게 한다.”고 하여 소화기계와 호흡기계 모두에 유익한 약재로 꼽았다.이처럼 기혈의 순환을 도우며 인체에 쌓인 노폐물(痰)을 없애는 대표적인 한약재로 쓰였으니, 한의학에서 소화기계 질환과 호흡기 질환의 가장 기본 바탕이 되는 처방 중 하나인 이진탕과 평위산에 모두 진피가 주요 성분으로 들어가는 것만 봐도 그 효능을 알 수 있다.이에 역사 속에서도 진피는 널리 쓰였는데 특히 처방은 기본이요, 왕실에서는 차로도 많이 사용되었다. 장수의 상징인 영조의 경우 생강이나 인삼, 향부자, 소엽 등과 배합하여 평생 음용했다고 전해진다.약리연구에 따르면 진피의 풍부한 정유성분은 천식에 효과가 좋고, 기침 억제, 알레르기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어 기침, 천식, 기관지염에 많이 사용될 뿐 아니라 최근에는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항산화, 항비만 작용을 나타낸다는 결과도 발표되어 대사증후군에서도 치료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도 나타나 더욱 주목받고 있다.앞서 진피의 ‘진’이 묵을 진이라고 얘기했는데,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그 이름처럼 오래 묵을수록 약효가 좋다는 점이다. 한의학에서는 육진양약(六陳良藥)이라고 하여 오래 묵을수록 약효가 좋은 6가지 약재를 꼽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름에서부터 묵을 진(陳)이 들어가는 진피다.겨울에는 위장이 차고 에너지 순환이 정체되기 쉽다. 이럴 때는 따뜻한 아랫목에서 시원한 귤의 과육만 즐길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진피를 달여 차로 마시면 아주 좋다. 다만 집에서 먹고 난 귤껍질을 그대로 말려 차로 사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한약재로 사용하는 귤껍질은 처음부터 의약품용 목적으로 귤껍질을 얻기 위해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의약품용으로 유통되기 전 다양한 검사를 받아 유통되지만, 과육을 얻기 위한 일반적인 귤에는 껍질에 농약 등이 뭍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가정에서 차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식품용 귤껍질을 별도로 구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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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시력교정술을 계획하는 환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겨울은 자외선과 습도가 낮아 수술 후 회복 환경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겨울 스마일라식 시즌’으로 불릴 만큼 시력교정에 적합한 시기다. 특히 최근에는 회복이 빠르고 통증이 적은 ‘실크 스마일라식(SILK LASIK)’이 기존 스마일라식을 대체하는 차세대 시력교정술로 주목받고 있다.실크 스마일라식은 존슨앤존슨 비전이 개발한 ‘ELITA(엘리타)’ 펨토초 레이저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이 장비는 기존 스마일라식의 핵심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절삭 정밀도, 시축 교정력, 광학적 품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ELITA는 각막 내부에 형성되는 렌티큘(lenticule)을 바이콘벡스(biconvex, 이중볼록) 구조로 구현할 수 있다. 이 구조는 중심부와 주변부에서 굴절률을 균일하게 만들어 야간이나 어두운 환경에서도 빛 번짐과 눈부심을 최소화한다. 또한 절삭면이 매우 매끄럽고 균일해 수술 중 조직 저항이 거의 없으며, 수술 직후부터 선명한 시력 회복과 빠른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겨울은 땀과 습기가 적고 자외선이 약해 수술 후 감염이나 염증 위험이 낮은 계절이다. 이 때문에 안과업계에서는 “겨울 스마일라식이 회복 효율이 가장 높은 시기”로 꼽힌다. 실크 스마일라식은 약 1.8mm 내외의 미세 절개로 진행되어 각막 신경 손상이 적고 안구건조증 발생률이 낮은 수술법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 시간이 짧고 통증이 거의 없어 직장인, 수험생, 장시간 모니터를 사용하는 직군에게 적합하다.기존 스마일라식은 절개가 작아 안전하지만, 미세 절삭 정밀도의 한계로 ‘고위수차(High-order aberration)’가 발생해 야간 시야 흐림이나 눈부심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다. ELITA 시스템은 정확한 시축 정렬 기능과 정밀한 절삭 품질을 바탕으로 이러한 광학적 왜곡을 최소화한다. 그 결과, 야간 시력, 색 대비감, 초점 안정성이 크게 향상되어 시력의 ‘양적 교정’을 넘어 ‘질적 개선’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다.실크 스마일라식은 단순히 절개를 줄이는 기술이 아니다. 빛의 흐름과 시축을 정밀하게 보정해 수술 직후부터 선명한 시야를 제공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회복 환경이 좋아 수술 만족도가 매우 높다.스마일라식 장비의 종류가 다양해진 만큼,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방식이 적합한 것은 아니다. 각막 두께, 시력 상태, 직업 특성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장비와 수술법을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실크 스마일뿐 아니라 스마일프로, 투데이라섹, 렌즈삽입술 등 다양한 교정 옵션을 보유하고 맞춤형 진단 시스템을 갖춘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력교정술은 단순히 ‘잘 보이게 하는 것’을 넘어 빛의 질과 시야의 안정성까지 교정하는 정밀 수술이다. 충분한 임상 경험과 최신 장비를 보유한 의료진을 통해 본인에게 최적화된 시력교정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이 칼럼은 예일안과 심형석 대표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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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장년층 사이에서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걷다 보면 종아리가 저리고 당기면서 아픈데, 앉아서 쉬면 괜찮아진다"는 호소가 많다. 이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인 척추관협착증의 신호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척추관협착증은 척추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주된 원인은 노화다. 60세 이상이라면 거의 대부분 척추관이 좁아져 있는 상태이며, 나이에 따라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압박되면서 요통과 하지 방사통(다리 저림)이 동반된다. 특히 걸을 때 다리 통증이 심해지고, 앉거나 허리를 구부리면 증상이 완화되는 '신경성 파행'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장을 보거나 산책할 때 자꾸 쉬어야 하는 경우가 전형적이다.초기에는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로 호전이 가능하지만, 신경 압박이 심해지면 근력 저하나 보행 장애로 진행할 수 있다. 특히 근육이 위축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척추관협착증 진단에는 X-ray, MRI, CT 등이 활용된다. 과거에는 척수조영술을 사용했지만, 합병증 부담이 커서 현재는 MRI가 가장 정확한 진단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X-ray 검사를 기반으로 척추 구조 이상을 확인하고, MRI나 CT를 통해 신경 압박 여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요추척추관협착증은 증상이 심하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진통소염제, 근육이완제, 혈관확장제 등의 약물치료, 온찜질·초음파·전기자극 등의 물리치료, 신경관 주변에 소염제·마취제를 주입하는 주사치료를 병행하면 상당수의 환자가 증상 완화를 경험한다.협착된 신경관 자체가 다시 넓어지기는 어렵지만, 통증 조절과 일상생활 복귀를 목표로 한 치료가 핵심이다. 다만 적극적인 보존적 치료에도 반응이 없거나 근력 저하가 진행되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최근에는 근육 손상을 최소화한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과거에는 4~5cm 정도 절개 후 근육을 박리해야 했지만, 내시경을 이용하면 절개 범위를 1cm 내외로 작게 하고 근육 손상을 줄일 수 있다. 회복이 빠르고 출혈도 적어 고령 환자나 만성질환자도 부담이 적은 수술법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지만, 신경 압박 자체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적절한 시기에 최소침습 수술을 시행하면 신경 손상 진행을 막고 보행 기능 회복이 가능하다.우리나라에서 척추관협착증 유병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좌식생활 문화다. 양반다리나 무릎 꿇고 앉는 자세는 허리에 큰 부담을 준다. 가능하면 의자 생활로 바꾸는 것이 좋다. 또한 허리를 과도하게 구부리는 스트레칭은 오히려 척추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자세를 자주 바꾸는 것이 좋고, 50분 앉았다면 10분은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척추관협착증은 누구에게나 노화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수술 없이도 통증 조절과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 (*이 칼럼은 새움병원 홍순우 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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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AI가 맞춤형 뉴스를 보여주고, 점심엔 챗봇(chatbot)이 회의록을 정리한다. 이제 챗봇은 단순한 도우미가 아니라, 우리의 일과 대화의 한 축이 되었다. 우리는 이미 AI와 소통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끝내지만, 정작 나 자신 그리고 주변 사람과의 진정한 대화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AI는 나를 ‘분석’하지만, 정작 나는 내 마음을 점점 알지 못하게 된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힘은 무엇인가?” 바로 그 질문이 지금 우리에게 정신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를 일깨운다.인간은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는다. 그러나 AI는 그 ‘모름’을 자각하지 못한다. 가진 정보를 끝없이 돌려보다가 답이 없을 때야 비로소 ‘모른다’고 말한다. 바로 이 차이, 모름을 자각하는 통찰력이 인간을 AI보다 우위에 서게 하는 힘이다. 인간은 지식적 겸손을 통해 사고의 지평을 넓힌다. “내가 모른다”는 인정은 배움의 출발점이며, AI 시대에 더욱 필요한 인간의 비판적 사고력이다. 지식적 겸손은 아는 자의 오만을 경계하고, 기술이 닿을 수 없는 인간의 사유 깊이를 지켜주는 힘이다.그러나 지식적 겸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간에게 더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정신적 겸손이다. 지식적 겸손이 머리의 문제라면, 정신적 겸손은 존재 전체의 문제다. 많은 사람이 “모를 수 있다”는 건 쉽게 받아들이지만, “나는 정신적으로 불완전함을 지닌 존재다”라는 사실은 좀처럼 인정하지 못한다. 그것은 자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인간의 성숙은 완벽함이 아니라 불완전함의 수용에서 시작된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순간, 인간은 자유로워진다. 그때 우리는 타인에게 따뜻해질 수 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은 마음을 병들게 하지만, 불완전함의 수용은 나와 관계를 치유한다. 정신적 겸손은 자존감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자존심의 감옥을 깨뜨리는 해방의 힘이 된다.지식적 겸손이 사고를 열고, 정신적 겸손이 마음을 성찰하게 한다면, 그다음에 오는 것은 공감의 회복이다. AI는 데이터를 학습해 답을 내놓을 수 있지만,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공감하는 능력은 인간에게만 있다. 심리학자 장 피아제는 아동기에는 ‘자아 중심성’이 뚜렷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아이는 엄마의 생일에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선물하며 사랑을 표현한다. 그러나 성인이 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자아중심성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갈등 속에서는 늘 내가 피해자라고만 믿지만, 나 역시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한다.결국 필요한 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 곧 상대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태도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은 여전히 ‘마음의 언어’를 잃지 말아야 한다. AI 시대의 진짜 위기는 기술이 인간을 능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성을 잊어버리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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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반복되는 한 문장“선생님, 저는 원래 이런 사람이에요.”지난주 진료실에서 만난 30대 초반 여성 환자가 한 말입니다. 우울증으로 6개월째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분이었죠. 증상은 많이 호전됐지만, 직장 복귀를 앞두고 극심한 불안을 호소했습니다.“저는 원래 일을 못하는 사람이에요. 대학 때도 그랬고, 첫 직장에서도 그랬어요. 이번에도 또 실패할 게 뻔해요.”정신과 의사로 14년째 일하며, 이런 말을 참 많이 듣습니다. “저는 원래 불안한 사람이에요” “저는 원래 사람들을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저는 원래 의지가 약한 사람이에요”흥미롭게도, 이런 말들은 문제 증상보다 더 오래 지속되고, 때로는 회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되곤 합니다. 마치 20년 전 찍은 증명사진을 평생 바꾸지 않고 쓰는 것처럼, 과거 어느 순간의 ‘나’를 현재의 ‘나’로, 미래의 ‘나’로 고정시켜버립니다.촛불 같은 나, 계속 변화하는 나외래 진료 중 가끔 이런 질문을 합니다.“지금 눈앞에 촛불이 하나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불꽃이 일렁이고 있죠. 10초 전의 불꽃과 지금의 불꽃, 같은 촛불인가요?”환자들은 대개 잠시 멈칫하다가 “같은 촛불이죠”라고 답합니다. 그럼 저는 다시 묻습니다.“정말 같은 불꽃일까요? 불꽃은 매 순간 다른 형태로 타오르는데, 우리는 왜 그걸 ‘같은’ 촛불이라고 여길까요? 조금 전 타올랐던 불꽃은 이미 사라졌는데 말이에요.”이 질문에는 역설이 담겨 있습니다. 촛불은 매 순간 변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같은’ 촛불로 경험합니다. 사실 ‘나’라는 존재도 마찬가지입니다.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같은 몸이라는 느낌을 경험한다.” 바깥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나’라는 경험은 마치 변하지 않는 중심처럼 느껴진다는 거죠. 이것을 ‘자기 변화 맹목(self-change blindness)’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변화를 잘 보지 못합니다.하지만 조금만 멈춰서 생각해보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정말 똑같은 사람일까요? 10년 전 스무 살 때의 나와 지금 서른 살의 나는요? 같은 사람인 동시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기도 합니다.‘나(Selfing)’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수용전념치료(ACT)를 공부하며, 이 현상을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ACT에서는 ‘자기(self)’를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자기화(Selfing)’라는, ‘내가 되는 과정’으로 봅니다.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보는 거죠.“사람은 자신의 행동과 관련해 행동할 뿐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언어적’으로 행동한다”(Hayes, 1993)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경험할 뿐만 아니라, 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설명하고, 평가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다시 우리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진료실에서 다음과 같은 변화를 목격합니다. 네 가지 차원에서의 변화죠.첫째, ‘다양한 나’를 발견하는 순간입니다.“선생님, 지난 주에는 많이 불안했어요.” 그럼 제가 묻습니다. “그 불안을, 지금은 어떻게 느끼시나요?”, “지금은 그나마 나아요.”, “그럼 우리가 이야기 나누고 있는 지금은요?”이렇게 묻고 경험을 따라가다 보면, 환자들은 자신의 감정이 고정된 게 아니라 계속 변화한다는 걸 알아차립니다. ‘불안한 사람’이 아니라 ‘지금 불안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요.둘째, ‘관점으로서의 나’를 발견합니다.어떤 사람은 한 평생 ‘나는 수학을 못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중학교 때 수학 시험에서 받은 낮은 점수가 그를 정의해버린 거죠. 그런데 40대가 돼 취미로 프로그래밍을 배우면서, 자신이 논리적 사고를 잘한다는 걸 발견했습니다.“중학생 때 수학 시험을 못 봤던 경험을 한 ‘당신’이 있었죠. 그리고 지금 프로그래밍을 즐기는 ‘당신’도 있어요. 이 모든 경험을 지켜보고 있고 관찰하고 있는 ‘당신’은 누구인가요?"여기 안정적인 관점, 관찰자로서의 자기가 있습니다. 경험은 계속 변해도, 그 경험을 알아차리는 ‘나’는 여전히 존재합니다.셋째, ‘그릇으로서의 나’를 경험합니다.40대 남성 환자분은 “나는 화를 참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자책했습니다. 그런데 치료 과정에서 이런 대화를 나눴습니다.“당신 안에 가족에 대한 ‘화’가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화’만 그곳에 있나요?”, “아니요... 사랑하는 마음도 있고, 기쁠 때도 있고...” “맞습니다. 화도, 미움도, 기쁨도, 연민도, 사랑도 모두 당신의 일부예요. 당신은 그 모든 것을 담고도 남을 만큼의 큰 그릇이네요.”날씨가 아무리 변한다 해도 기상변화를 모두 담고 있는 하늘은 그대로이듯, 감정과 생각과 기억이 변한다 해도 그것을 담고 있는 ‘나’는 여전히 넓고 안정적입니다.넷째, ‘유연한 나’로 살아가기 시작합니다.가장 중요한 변화는 여기서 일어납니다. 과거의 이야기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현재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는 순간이죠.어떤 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과거에 그런 선택을 한 건 이해가 돼요.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의 저는... 다르게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아요.”연구에 따르면, 이런 유연한 자기감(flexible sense of self)이 높을수록 우울, 불안, 스트레스 수준이 낮고, 삶의 질이 높으며, 심리적 웰빙이 증진됩니다. 반대로 경직된 자기 개념에 매여 있을수록,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어렵고, 작은 실패에도 쉽게 무너진다고 해요.오늘, 어떤 ‘나’를 선택하실 건가요?처음의 30대 여성 환자와의 마지막 대화로 돌아가겠습니다. 진료를 마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과거에 일을 못했던 경험을 한 ‘당신’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게 당신의 전부는 아니죠. 6개월 동안 꾸준히 치료받으며 변화를 만든 ‘당신’도 있고, 지금 이 순간 불안을 느끼면서도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당신’도 있어요. 당신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면, 심장에서 느껴지는 그 두근거림은 불안이기도 하지만 ‘도전에 대한 설렘’이기도 하겠네요. 용기 있는 도전에는 항상 불안이 함께 하는 법이니까요.”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제가 물었습니다.“조금 전의 당신과 지금의 당신은, 같은 사람인가요?”그분이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습니다. “같으면서... 다른 것 같아요.”“맞아요. 촛불처럼요. 매 순간 변하지만, 여전히 ‘당신’이죠. 그럼 내일 출근할 ‘당신’은 어떤 모습일까요? 과거의 이야기 속 ‘당신’일까요, 아니면 지금 이 순간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는 ‘당신’일까요?”오늘 하루 실수를 했나요? 괜찮습니다. 당신은 ‘실수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늘 실수라는 경험을 한 사람입니다. 내일은 또 다른 경험을 할 거예요.지금 외롭다고 느껴지나요? 그것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외로운 사람’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입니다.‘나, 자기(Self)’는 고정된 무언가가 아닙니다. 매 순간 경험하고,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되고(Selfing)’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는 또 다른 ‘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나는 원래 ○○한 사람’이라는 문장이 당신을 가두는 감옥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당신은 고정된 명사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사니까요.촛불의 불꽃처럼, 당신은 매 순간 다르게 타오릅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을 담는 넓은 공간으로서의 ‘당신’은 여전히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당신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당신은 지금, 어떤 ‘나’를 경험하고 있나요? 그리고 다음 순간에는, 어떤 ‘나’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매순간 선택이 주어진다는 것, 그점이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자유이자 희망입니다.[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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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는 타인을 변화시키는 힘이다1964년 하버드대 심리학과의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 박사는 한 초등학교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돌발 학습 능력 예측 테스트’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지능검사를 시행한 뒤, 일부 학생들을 ‘잠재력이 매우 높은 아이들’이라고 교사에게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 명단은 무작위로 만든 가짜였다. 몇 달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름이 올랐던 아이들이 실제로 다른 학생들보다 성적이 훨씬 올랐던 것이다.로젠탈은 이를 통해 ‘교사의 기대가 학생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기대를 품을 때, 그 기대는 상대를 실제로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이것이 바로 ‘로젠탈 효과(Rosenthal Effect)’다.우리는 서로의 거울 속에서 자란다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타인의 시선, 말, 태도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끊임없이 조정한다. 상사의 신뢰, 친구의 격려, 선배의 인정, 혹은 가족의 기대는 모두 우리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넌 할 수 있어’, ‘이번엔 잘 될 거야’, ‘나는 너를 믿어.’이 짧은 문장들은 단순한 응원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속에 ‘나는 믿음받는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을 심어준다. 그렇게 생긴 자신감이 행동을 바꾸고, 행동이 결과를 바꾼다.우리는 누구나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 앞에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반대로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라도 “넌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말을 반복해서 들으면 점점 위축되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의심하게 된다. 결국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가는 거울의 과정이다.당신의 믿음이 나를 움직인다직장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해보자.“이번 프로젝트는 당신이 맡는 게 가장 적합할 것 같아요. 당신이라면 잘 해낼 거예요.”이 한마디는 단순한 칭찬이 아니라, ‘나는 신뢰받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그 확신은 책임감으로, 책임감은 몰입으로 이어진다. 친구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넌 늘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이야.”라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은 다음에도 진심으로 들어주려 노력한다. 인간은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며 관계 속에서 자신을 정의해 간다.결국 좋은 관계란 서로에게 좋은 기대를 건네는 관계다. 누군가를 바꾸려 애쓰기보다, 그 사람이 이미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다.비판보다 믿음이 먼저다우리는 흔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쉽게 비판한다. “왜 그렇게밖에 못 해?” “또 실수했잖아.”하지만 이런 말들은 상대를 성장시키지 않는다. 사람은 비판보다 기대 속에서 더 크게 자란다.“이번엔 좀 다르게 해보자, 당신이라면 잘할 수 있을 거야.”이런 말이야말로 관계를 단단하게 하고, 스스로를 다시 일으키게 만든다.기대는 단순히 낙관적인 말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방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선택이다. 그 믿음을 받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그 믿음에 어울리는 나’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하루를 바꾸는 말 한마디의 온도로젠탈 효과는 특별한 실험실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매일 아침 인사를 건네는 동료에게,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혹은 오늘 처음 마주하는 낯선 사람에게도 우리는 그 효과를 전할 수 있다.“당신이라면 잘 해낼 거예요.”이 짧은 문장은 타인의 하루를 바꾸고, 때로는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좋은 인간관계란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가능성의 거울’이 되어주는 것이다.우리가 조금 더 따뜻하게 믿어주고, 조금 더 긍정적으로 기대할 때 세상은 그만큼 부드러워지고, 사람은 그만큼 성장한다.“나는 당신을 믿어요.”이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오늘을 버틸 힘이 될지도 모른다.그렇다면, 오늘 당신은 누구에게 이 말을 건네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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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식이나 라섹과 같은 레이저 시력교정술이 보편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시력 개선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각막 절삭으로 인한 부담, 얇은 각막이나 고도근시 등으로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각막을 보존하면서 시력을 교정할 수 있는 ‘ICL 렌즈삽입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ICL(Implantable Collamer Lens)은 콜라머(Collamer)라는 생체친화적 소재로 제작된 특수 렌즈를 눈 속 수정체 앞에 삽입해 근시와 난시를 교정하는 수술이다. 각막을 깎지 않기 때문에 구조적 손상이 없고, 외부에서 보이지 않아 심미적인 부담도 없다. 또한 필요시 렌즈를 제거할 수 있어 ‘가역적(Reversible)’ 수술로 분류된다.ICL의 핵심은 단순히 시력을 높이는 데 있지 않다. 각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눈의 구조를 보존하는 것이 수술의 본질이며,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해부학적 검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실제로 ICL은 기존의 라식, 라섹과 달리 각막을 절삭하지 않아 신경 손상으로 인한 안구건조증이나 빛 번짐과 같은 시술 후 불편감이 적다. 특히 고도근시 환자나 각막이 얇은 환자처럼 레이저 교정술이 어려운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의 폭이 넓다.또한 ICL 렌즈는 자외선 차단 기능을 갖추고 있어 장기적으로 안구 건강을 보호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삽입된 렌즈는 눈 속에서 안정적으로 고정되며, 필요할 경우 제거 혹은 교체가 가능해 이후 백내장 수술 등 다른 시술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수술의 목표는 ‘보이는 시력’보다 ‘지속 가능한 시력’에 있다. ICL 렌즈삽입술은 각막을 보존하면서도 안정적인 시력 회복을 돕는 방식으로, 환자 개개인의 해부학적 조건에 맞는 맞춤형 수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ICL 시술은 국소마취하에 짧은 시간 내 진행되며, 수술 전 안압, 각막내피세포 수, 전방 깊이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정밀 진단 과정을 통해 수술 적합 여부와 렌즈 규격이 결정되며, 이는 장기적인 시력 안정성과 직결된다.고도근시, 얇은 각막, 야간 빛 번짐 등으로 시력교정술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ICL 렌즈삽입술은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모든 의료 행위가 그러하듯 눈의 구조와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 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밀검진과 숙련된 의료진의 경험이 수반될 때, ICL 시력교정술은 더욱 높은 만족도로 이어질 수 있다.(*이 칼럼은 닥터아이씨엘(ICL)안과 이동훈 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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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파서 진통제를 먹었는데, 요즘은 약을 안 먹으면 더 아픈 것 같아요.”신경과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두통이 심해 약을 복용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약을 먹지 않으면 머리가 더 아파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생긴다. 이를 ‘약물유발두통’이라고 한다.약물유발두통은 두통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한 약 자체가 오히려 새로운 두통의 원인이 되는 질환이다. 진통제나 편두통 치료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뇌가 통증 조절 기능을 잃게 되고, 약의 효과가 떨어지면서 약이 없을 때 오히려 두통이 심해진다. 즉, ‘약이 두통을 만드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이 두통은 일반적인 편두통이나 긴장성 두통과 달리 ‘하루 대부분 머리가 무겁고 조이는 듯한 통증’이 특징이다. 특히 아침에 두통이 심하거나,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통증이 반복되기도 한다. 약을 먹으면 잠시 가라앉지만, 몇 시간 후 다시 통증이 나타나는 양상이 반복된다면 약물유발두통을 의심해 볼 수 있다.원인이 되는 약물은 다양하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 진통제(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등)뿐 아니라, 편두통 치료제(트립탄 계열), 카페인 복합제, 심지어 감기약 속 진통 성분까지도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한 달에 10~15일 이상 진통제를 복용하는 경우, 약물유발두통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문제는 이런 약들이 일상적으로 사용되기 쉬워, 환자 본인이 두통의 원인을 약물로 인식하지 못한 채 복용을 이어간다는 점이다.치료의 핵심은 ‘약을 끊는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중단하면 일시적으로 두통이 심해지는 ‘반동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신경과 전문의의 관리 아래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안전하다.필요에 따라 예방약을 함께 처방해 뇌의 통증 민감도를 낮추는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식사, 카페인 절제, 스트레스 관리가 회복을 돕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두통약을 남용하지 않는 습관’이다. 진통제를 일시적인 통증 완화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괜찮지만, 두통이 한 달에 10회 이상 반복된다면 단순 약 복용으로 해결하기보다 원인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꾸준히 약을 먹어야 버틸 정도로 두통이 잦다면, 그것이 바로 치료가 필요한 신호다.두통은 대부분 조기에 관리하면 충분히 조절 가능한 질환이다. 그러나 잘못된 약물 사용으로 만성 두통으로 진행되면 치료가 훨씬 어려워진다. 약에 의존하기보다는 두통의 근본 원인을 정확히 진단받고, 뇌가 스스로 통증을 조절할 수 있는 건강한 리듬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이 칼럼은 안양윌스기념병원 구경모 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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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병변 부위를 보기 위해 피부를 크게 절개하고 근육을 넓게 벌려 신경을 직접 확인하는 개방형 수술이 일반적이었다. 이제는 피부 절개를 최소화해 근육 손상을 줄이는 최소침습 척추수술(Minimally Invasive Spine Surgery, MIS)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병변에만 정밀하게 접근하기 때문에 통증과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흉터도 작다.대표적인 척추질환으로는 허리디스크(요추 추간판 탈출증), 척추관협착증, 척추전방전위증 등이 있다. 이들 질환은 신경 압박으로 허리 통증, 다리 저림과 방사통을 유발한다. 약물·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근력 저하·감각 저하 등 마비 증상이 나타난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과거에는 넓은 시야를 위해 큰 절개가 필요했지만, 현미경·내시경 기술의 발전으로 작은 절개만으로도 충분한 시야와 안전한 수술이 가능해졌다.단방향 내시경 수술은 직경 약 4~5 mm의 카메라와 수술 기구가 하나의 통로로 들어가 병변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절개가 1 cm 내외로 작고 연부 조직 손상이 적어 통증과 출혈이 적으며, 수술 당일 보행도 가능한 경우가 많다. 디스크 탈출증이나 국소적 협착처럼 병변이 비교적 국한된 경우 효과적이고, 고령자나 기저질환자에게도 부담이 적다.양방향 내시경 수술은 카메라 통로와 기구 통로를 분리해 두 개의 작은 절개로 진행한다. 물 세척을 통한 깨끗한 수술 시야와 기구 조작의 자유도가 높아 후궁·황색인대·후관절 주변의 정밀한 신경 감압이 가능하다. 단방향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양측 감압이나 다소 넓은 범위의 병변까지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어 기존 단방향의 한계를 보완했다.모든 경우가 ‘신경 감압’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불안정성(척추전방전위증 등), 다분절 퇴행, 재발·불유합, 변형 교정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유합술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유합술도 최소침습화되어 출혈과 근 손상을 크게 줄이고 있다.사측방 요추체간유합술(OLIF)은 측복부의 작은 절개로 복막 앞쪽 통로를 이용해 디스크 공간에 접근한다. 디스크 높이와 전만(lordosis) 회복에 유리하고 케이지로 간접 감압을 유도한다. 후방 근육을 벌리지 않으므로 통증이 비교적 적고 회복이 빠르다.경추간공경유 요추체간유합술(TLIF)은 양방향 내시경을 이용해 한쪽 후궁을 최소한으로 열고 병변을 제거한 뒤 케이지를 삽입하고 나사못 고정으로 감압과 안정화를 동시에 달성한다. 내시경 시야에서 신경 구조물 확인이 용이하고 연부 조직 손상이 적어 회복과 통증 감소 측면의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최소침습 유합술은 개방형 유합술에 준하는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출혈 감소, 감염 위험 저감, 입원 기간 단축의 장점을 기대할 수 있다.최근에는 3D 영상 내비게이션, 실시간 형광 증강 영상, 고해상도 내시경 시스템, 신경 감시장치 등이 보편화되며, 나사못 삽입과 케이지 위치, 감압 범위를 정밀하게 검증할 수 있다. 이는 수술 정확도와 안전성을 높이고, 환자 개개인의 해부학에 맞춘 맞춤형 수술을 가능하게 한다.수술의 목표는 통증을 없애는 것을 넘어 얼마나 빨리·안전하게 일상으로 복귀하는가에 있다. 본원 척추센터는 단·양방향 내시경, OLIF·양방향 내시경 TLIF 등 최신 최소침습 수술 기법을 환자 병변과 증상에 맞춰 개별화해 적용하고, 수술 후에는 통증 관리와 재활치료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회복을 돕는다.마지막으로, 모든 환자에게 수술이 답은 아니다. 적절한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거나 마비·대소변 장애 등 신경학적 악화가 의심되면 지체하지 말고 전문의 진료를 권한다. 척추 구조를 보존하면서 신경을 정밀하게 감압·안정화하는 것이 최소침습 수술의 핵심임을 기억하자.(*이 칼럼은 신세계서울병원 척추내시경센터 김동욱 센터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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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의 병을 겪을 수 있지만 쉽게 털어놓기 힘들고 때론 스스로 인정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다. 헬스조선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준 교수의 칼럼을 연재해 ‘읽으면서 치유되는 마음의 의학’을 독자와 나누려 한다. 정신건강 문제를 풀어내고 치유와 회복의 길을 제시한다.(편집자주)“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이미 180여 년 전에 불안을 이렇게 정의했다. 무한히 많은 가능성 속에서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는 자유, 그 자유는 선물이지만 동시에 낭떠러지 위에 서 있는 듯한 아찔함을 준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하지만 아주 사소한 선택 하나에도 ‘잘못되면 어쩌지?’라는 불안에 괴로워한다. 일상의 과도한 불안도 나를 병들게 한다. 회사에서 사소한 실수를 한 뒤, “이 일로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게 되면 어쩌지?”라는 불안이 머릿속을 맴돈다. 아이가 늦게 들어오면 “사고가 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이런 불안은 미래의 가능성을 이미 일어난 일처럼 느끼게 만든다. 현실보다 상상 속의 불안이 더 큰 문제다. 그러나 수많은 걱정과 불안은 대부분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또 정말로 안 좋은 일이 발생해도 대개 내 탓이 아니다. 아무리 내가 불안해하며 대비해도 내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일들이 있다.메신저 문구와 메일에 가슴 철렁이고 뉴스 속보가 우리의 심박 수를 올린다. 이는 현대인의 구조적이고 환경적인 불안 때문이다. 세상은 점점 편해지고 안전해졌는데 ‘왜 나는 더 불안해할까?’ 과거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맹수를 피해야 했지만 지금 우리는 맹수가 아니라 ‘뒤처질지도 모르는 나’와 싸운다.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불안도 우리를 조여 온다. 10대의 입시 불안, 20대의 취업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대표적이며, 30~40대는 내 길이 맞는지에 대한 불안과 가족에 대한 책임으로, 50대 이후는 지나온 생에 대한 의미와 남은 생에 대한 불안으로 고민한다. 물론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할까?’는 본질적인 불안은 인생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는 ‘나’의 밑바닥에 묵직하게 남아있다. 아마 이 고민은 시대가 흘러도 변치 않는 불안일 것이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잘 이해하면 이 증상을 줄이거나 견딜 수 있다. 정신분석학에선 불안을 ‘내면의 신호’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욕망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스스로에게 요구하는 기준이 과도하게 높을 때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마음이 압박을 받으며 불안을 느낀다.불안은 우리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존을 위한 경보 역할도 한다. 불안 때문에 약속에 지각하지 않고 사고도 예방할 수 있고 일을 완벽하게 잘 할 수 있게 된다. 무작정 불안을 없애는 게 아니라 경보의 볼륨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불안과 함께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 하기 싫은 생각을 억누를수록 오히려 더 자주 떠오르듯, 불안을 없애려 애쓸수록 불안은 더 커진다. 불안은 쫓아내야 할 적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나의 한 부분이다. 심리 실험에 의하면 불안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학습된 경험이며 결국 불안은 외부가 아닌 내부의 통제감 상실에서 비롯된다. 과도한 불안을 적절한 수준으로 낮추고 때때로 가벼운 스트레스나 불안을 즐길 줄도 알아야한다. 불안이 찾아올 때 이렇게 해보자. “아,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 나를 있는 그대로 관찰한 뒤, 지나치게 확대하지도 불안에 휘둘리지도 말자. 불안이 자꾸 깊어지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글로 적어보거나 몸을 움직여보자. 이렇게 불안을 다스리다 보면 과도하게 흥분했던 편도체가 서서히 진정되고 자기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연결과 기능이 강화되는 등 신체적인 변화도 따라온다. 마음이 근육처럼 단련되면 불안이 점차 사라질 것이다. 키에르케고르가 말했듯, 불안은 자유 속에서 우리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증거다. 불안을 없애려 하기보다 함께 걷도록 하자. 불안이 없는 사람은 없다. 또 불안 때문에 완전히 무너지는 사람도 거의 없다. 어쩌면 불안 덕분에 우린 더 발전할 수 있다. 불안을 잘 견디고 조절할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하고 여유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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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거나 직선이 휘어져 보이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시력 저하로 넘기기보다는 안과 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중장년층에서 자주 발견되는 ‘망막전막’은 이러한 증상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다. 정밀 진단과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망막전막은 눈 안쪽의 망막 표면에 섬유성 막이 형성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망막은 시각 정보를 받아 뇌로 전달하는 신경조직으로, 시력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이 조직 위에 얇은 막이 생기면 망막이 당겨지고 구조가 뒤틀리게 되면서 시야에 왜곡이 발생하게 된다. 직선이 휘어 보이거나 글씨가 겹쳐 보이고, 중심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이러한 막은 주로 나이가 들면서 유리체가 망막에서 분리되는 과정에서 미세한 손상이 발생하거나, 염증, 혈관 질환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노화 이외에도 당뇨망막병증, 망막 혈관 폐쇄증, 망막열공, 눈 외상 등과 관련될 수 있어 고위험군에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망막전막은 초기에는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특히 한쪽 눈에만 증상이 발생했을 경우 반대쪽 눈이 이를 보완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로 인해 진단이 늦어지면 시야 변형이 악화되고, 시력 손상이 진행되어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미세하더라도 이상 징후가 느껴진다면 조기에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진단은 안저 검사와 망막 단층촬영(OCT)을 통해 정확히 이루어진다. OCT 검사는 망막의 단면을 고해상도로 촬영해 막의 존재와 두께, 망막의 변형 정도를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어 치료 여부를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치료는 증상의 심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증상이 경미하거나 시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에는 정기적인 경과 관찰로 충분하다. 그러나 시야 왜곡이 심하거나 시력이 현저히 저하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수술은 유리체절제술로, 혼탁한 유리체와 함께 망막 표면의 막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수술 후 시력 회복 속도는 개인차가 있으나, 시야 왜곡이나 겹침 현상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망막전막은 시력을 위협하는 질환이지만, 비교적 진단과 치료가 명확한 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증상을 자각했을 때 빠르게 안과를 찾고 정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다. 단순한 노안이나 안경 도수의 변화로 착각해 방치할 경우, 회복 가능한 시기를 놓칠 수 있다.정확한 원인 파악과 적절한 치료 시점 결정은 환자의 시력을 지키는 핵심이다. 시야에 일그러짐이나 뿌연 흐림이 느껴질 경우 단순한 변화로 넘기지 말고, 전문적인 진료를 통해 망막 건강을 확인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이 칼럼은 더원서울안과 허장원 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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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감아도 금세 떡져요.”진료실에서 환자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탈모는 남성이나 여성, 젊은 층이나 중년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문제다. 그중에서도 두피가 기름지는 사람에게서 탈모가 더 흔하고 심하게 진행된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에서 확인됐다.연구에서는 지성 두피를 가진 사람과 건강한 두피를 가진 사람을 비교했다. 지성 두피 그룹은 피지 분비량이 확연히 높았고, 모발 밀도는 낮았다. 하루에 빠지는 머리카락 수도 뚜렷하게 많았다. 결국 두피가 기름질수록 탈모가 더 빠르게, 더 심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두피에서 검출된 수백 종의 기름 성분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세라마이드였다. 세라마이드는 피부 장벽을 지키는 중요한 성분이지만, 양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세포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스스로 죽는 과정을 촉진한다. 본래는 보호막 역할을 하지만, 균형이 무너지면 오히려 두피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된다.두피 속 미생물의 균형도 크게 달라졌다. 건강한 두피에서는 여드름균이 일정한 균형을 유지해 주지만, 지성 두피에서는 이 균이 줄어드는 대신 염증을 유발하는 녹농균이 늘었다. 실제로 녹농균은 피부 질환의 중증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흥미롭게도 꿀벌의 장 속에서 발견되는 특이한 세균이 지성 두피에서만 검출되었는데, 아직 그 역할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두피 염증 환경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지성 두피는 단순히 체질 탓만이 아니다. 불규칙한 수면, 스트레스, 기름진 식습관, 잦은 야식 등이 피지 분비를 과도하게 만들고 두피 환경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스마트폰을 오래 보고 늦게 자는 습관 역시 피지 분비와 염증 반응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생활 패턴과 탈모가 무관하지 않은 이유다.실제로 진료실을 찾는 환자 중에는 머리를 감아도 반나절만 지나면 축 처진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검사해 보면 모발 밀도는 또래보다 확연히 낮고, 피지 분비량은 정상 범위를 크게 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샴푸 횟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생활 패턴 교정과 두피 관리가 동시에 필요하다. 특히 ‘머리를 하루에 두 번 감으면 괜찮아지지 않겠냐’고 묻는 경우가 많지만, 지나친 세정은 두피 장벽을 더 약하게 만들어 오히려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횟수가 아니라 자신의 두피 상태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가정과 세대 전체로 문제를 확장해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늦게 자고 불규칙한 생활을 하면 자녀 역시 같은 습관을 물려받는다. 두피 건강뿐 아니라 전반적인 생활 리듬이 무너지며, 이는 자녀의 성장과 부모의 탈모·만성질환 위험으로 이어진다. 탈모는 유전적 요인도 크지만, 생활 습관이 더해지면 그 진행 속도와 심각도가 달라질 수 있다.탈모 치료는 모발만 바라보는 단순한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두피의 기름 성분 균형을 회복하고, 건강한 미생물이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관리하는 방식이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장내 미생물이 건강에 큰 영향을 주는 것처럼, 두피 미생물도 머리카락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특정 프로바이오틱스 성분이 피부 염증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되어, 향후 탈모 관리에도 적용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생활 속 작은 변화가 탈모 예방의 시작이다. 머리는 하루 한 번, 자신의 두피에 맞는 샴푸로 감고, 왁스·스프레이 등 화학적 자극은 줄이며,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를 지키는 것이 기본이다. 평소 두피가 지나치게 기름지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양이 늘어난다면, 단순히 체질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탈모는 유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생활을 하고 두피 속 보이지 않는 균형을 어떻게 지켜내느냐가 머리카락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이 칼럼은 뉴헤어성형외과 김진오 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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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만든 물체 중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한 것은 무엇일까요? 지금도 우주를 누비고 있는 ‘보이저 탐사선’입니다.이 탐사선과 관련된 아주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야기는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려던 시기에 시작됩니다. 천체물리학자이자 <코스모스>의 저자로 잘 알려진 칼 세이건은 NASA에 한가지 건의를 합니다. 우주를 향하고 있던 보이저호의 카메라를 정반대로 뒤집어 지구를 찍어보자고 말이지요. 반대의견도 있었지만 1990년 2월 14일 보이저호는 지구가 보이는 사진을 찍게 됩니다. 그 거리에서 지구는 하나의 픽셀 보다도 작은 점으로 보입니다. 세이건은 그의 저서 <창백한 푸른 점>에서 다음과 같이 그 인상을 기록했습니다.“이 빛나는 점을 보라. 그것은 바로 여기, 우리 집, 우리 자신인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아는 사람, 소문으로 들었던 사람, 그 모든 사람이 그 위에 있거나 또는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기쁨과 슬픔, (…) 서로 사랑하는 남녀, 어머니와 아버지, 앞날이 촉망되는 아이들, (…) 수퍼스타, 초인적 지도자, 성자와 죄인 등 인류의 역사에서 그 모든 것의 총합이 여기에, 이 햇빛 속을 떠도는 먼지와 같은 작은 천체에 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광대한 우주의 무대 속에서 하나의 극히 작은 무대에 지나지 않는다. (…) 우리 행성은 우주의 어둠에 크게 둘러싸인 외로운 티끌 하나에 불과하다.”이 말은 굉장히 큰 감동을 우리에게 전해주며, 우리를 겸허하게 만듭니다.그러나 그 감동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우리 모두는 사람이기에 내일 또 다시 기뻐하고 슬퍼할 것입니다. 어쩌면 그 보다 심한 우울과, 불안, 초조감을 느끼고 고통스럽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고통이 이어지다 보면 마음은 우리에게 무어라고 말을 걸어오기도 합니다. 간혹 힘내라는 응원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썩 기분 좋지 않은 말도 많습니다. 당신은 실패자라거나, 그래서 너는 안 된다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때론 지금 당장 여기에서 도망가지 않으면 큰 일이 벌어질 것이라 위협하기도 하고, 자신의 말에 따라서 행동해야 한다고 명령하기도 합니다. 이 말에 휘둘리다 보면 어느 순간 어떤 것이 정말 내가 경험한 감정이고 어떤 것이 내 마음이 말하는 것인지 혼란 속에 빠지게 됩니다. 오히려 실제의 고통보다도 그 마음의 말에 더 짓눌리고 무기력해지기도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있다 보면 현실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기조차 합니다. 문제는 마음이 너무 가까이에서 말을 걸어오면 시야가 좁아진다는 것입니다. 지금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세요. 여러분의 눈에 들어오는 거의 대부분은 모두 ‘지구’일 것입니다. 이번에는 함께 상상해 봅시다. 달에서 지구를 바라본다면 지구는 어떻게 보일까요? 지구의 푸른 색채와 둥근 형태가 보이지 않을까요? 조금 더 멀리에서 바라봅시다. 보이저 1호가 사진을 찍었던 그 곳에서 지구를 바라본다면, 아마 정말로 작은 점 하나만이 보일 것입니다. 다시 주변을 바라봅시다. 지금 우리 주변을 완전히 채우고 있는 지구가 보입니다. 이 지구는 아무리 거리가 멀어진다 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정말로 작게 보이겠지요. 그리고 그 먼 거리에서야 비로소 지구의 중력이 보이지 않는 힘으로 나를 잡아당기고 있었고, 사실은 그 중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주의 경치를 조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마음이 걸어오는 말’이 가진 중력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먼저 마음이 왜 우리에게 그런 말을 하는지 아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비밀은 마음은 결코 우리가 잘못되라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마음이 건네는 조언과 명령, 때론 비난하는 말은 비록 효과가 없더라도 사실 여러분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마음 자기 나름의 최선의 노력과 좌절이었습니다. 그러니 마음이 여러분에게 말을 걸어올 때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살펴보세요. 가슴이 먹먹하거나 목이 아프고 배가 불편할지도 모릅니다. 무언가 꽉 막혀 터질 것만 같은 느낌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것이 마음이 느끼던 괴로움이었습니다. 이를 알아차렸다면 마음을 토닥이고 안아주며 고마움의 말을 건네 봅시다.“그 동안 내가 괴롭지 않게 하려고 너 혼자 정말 고생이 많았구나. 지금 내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만큼이나 너 역시 괴롭고 힘들었겠구나. 애써줘서 고맙다.”그리고 다음을 생각해 봅시다.여러 감정으로 고통스러웠던 것은 누구인가요?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고 때로는 비난하기도 한 것은 누구인가요?그 목소리를 듣고 다독이며 따뜻한 말을 건넨 것은 누구인가요?사실 그 모두는 여러분 자신입니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지구에 서 있는 사람도, 달의 거리와 보이저 호의 거리에서 지구를 바라본 것을 떠올린 사람도 나 자신입니다. 여러분은 단지 마음의 고통이 아니며, 그 고통에 매달려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더욱이 어떤 진단명도 아닙니다. 여러분은 그보다 다채롭고, 그보다 넓고,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존재입니다. 때론 마음이 건네는 말에 휘둘리기도 하지만, 여러분은 그보다 큰 무엇입니다. 그렇기에 여러분은 마음이 하는 일을 위로할 수 있고, 또 마음이 건네는 조언을 듣거나, 듣지 않을 자유가 있습니다.어느새 마음이 나에게 다가와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지금의 연습을 기억하세요. 여러분이 좀 더 멀리에서 마음을 바라볼 수 있다면 전체의 풍경이 좀 더 잘 보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가까이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해와 별도 볼 수 있을 것이며 선택의 자유 역시 주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때론 마음이 나를 너무나도 붙잡아 혼자의 힘으로는 그 중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주변의 전문가와 그 여정을 함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좀 더 자유롭기를 바랍니다.[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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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렌즈삽입술(렌즈삽입술)은 각막을 깎지 않고 눈 속에 특수 렌즈를 삽입해 근시와 난시를 교정하는 시력교정술이다. 빠른 시력 회복과 가역성(수술 전 상태로 복구 가능)이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과거 렌즈삽입술은 주로 고도근시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됐지만, 최근에는 근시가 경미하더라도 각막이 얇거나 각막 후면부 형태가 볼록한 경우, 각막 내구성(각막강성도)이 약한 경우, 혹은 원추각막증 환자의 난시 교정 등에도 적용되고 있다.렌즈삽입술은 레이저 시력교정술과 달리 각막을 보존하면서 특수 렌즈를 삽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수술 가능한 도수 범위가 넓다. 수술 전 설계부터 수술 과정 전반이 별도의 자동 장비보다는 집도의의 정교한 기술과 판단에 의존한다.국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후방렌즈형 ICL(Implantable Collamer Lens)은 렌즈 크기 선택이 시력의 질과 부작용 예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필자는 렌즈가 눈 속에서 자리 잡을 공간인 Vaulting(볼팅, 렌즈와 수정체 사이 거리) 과 CLR(Crystalline Lens Rise, 수정체 높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렌즈 사이즈를 결정한다. 실제 수술 시에는 변수에 대비해 적합한 크기의 렌즈뿐 아니라, 위·아래 한 단계씩 다른 두 가지 사이즈의 렌즈를 추가로 준비한다.ICL 중 토릭 ICL 렌즈(Toric ICL)는 근시와 난시를 동시에 교정할 수 있지만, 안구 내 렌즈 회전을 억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난시는 근시와 달리 방향성이 있어 렌즈가 조금이라도 회전하면 정확한 시력 교정이 어렵기 때문이다.렌즈삽입술은 안구 내에 렌즈를 삽입하기 때문에, 생체적합성과 제품 신뢰성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EVO ICL 렌즈는 미국 FDA 승인 렌즈로, 콜라머(Collamer) 재질로 제작된다. 콜라머는 인체에 친화적인 생체적합 물질로 유연하고 투명하며, 눈 속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신형 ICL 렌즈의 중앙에는 방수홀이 설계되어 있어 렌즈 전후면의 영양 공급과 노폐물 배출을 원활하게 한다. ICL 렌즈는 특별한 질환이 없는 한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최근에는 과거 라식·라섹 후 발생한 퇴행성 근시의 재교정을 위해 렌즈삽입술을 시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경우 단순히 돗수만 고려하기보다, 야간 빛 번짐·눈부심 등 시력의 질에 영향을 주는 ‘고위수차(Higher-order Aberration)’를 정밀 검사해야 한다. 만약 기존 라섹 수술로 인해 각막이 불규칙하다면, 렌즈삽입술만으로는 충분한 만족도를 얻기 어렵다. 이런 경우 커스텀아이즈(CustomEyes) 수술을 통해 각막을 먼저 정상화한 뒤, 2차로 렌즈삽입술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필자를 포함한 본원 의료진은 지난해 ‘ICL 렌즈삽입술 10년 장기 임상결과’를 SCI 논문으로 발표한 바 있다. 연구 결과, 시력은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며, 렌즈삽입술로 인한 백내장·녹내장 등 중대한 합병증은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수술 전 내피세포 밀도가 낮은 환자의 경우에는 보다 신중한 접근과 면밀한 사후 관리가 필요했다.렌즈삽입술의 성공은 철저한 사전 검사를 통해 적합한 후보군을 선별하고, 수술 후 정기검진을 성실히 받는 데 달려 있다. 의료진의 세밀한 설계와 환자의 꾸준한 시력 관리 인식이 함께할 때, 렌즈삽입술은 가장 안전하고 정밀한 시력교정술이 될 수 있다.(*이 칼럼은 아이리움안과 최진영 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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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이 떨어지면 대부분 피로나 노안 때문이라 단정하기 쉽다. 하지만 망막은 신경조직이 집약된 구조로, 미세한 이상만으로도 시각 기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망막 질환은 ‘언제 치료를 시작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하며, 그중에서도 망막박리는 빠른 대응이 필수적인 응급질환이다.망막박리는 유리체의 수축이나 변성, 안구 외상 또는 고도근시 등의 요인에 의해 망막에 작은 열공이 생기면서 시작된다. 이 틈으로 액체가 스며들면 망막이 서서히 들리게 된다. 초기 증상은 광시증이나 비문증 등으로 나타나다가, 진행하면 시야 일부가 가려져 보이는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망막박리가 조기 열공 단계라면, 국소 레이저 치료를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또한 약물치료는 망막 주위 부종을 줄이고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데 보조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보존적 치료는 박리가 진행되기 전 단계에만 가능하며, 이미 박리가 발생한 경우에는 수술이 유일한 해결책이다.망막박리가 확인되면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망막세포의 손상이 진행되어, 수술 후 시력 회복 한계가 높아진다. 대표적인 수술법은 유리체절제술과 공막돌륭술이다.유리체절제술은 변성되거나 견인력을 가지는 유리체를 제거하고, 내부에 투명 가스 또는 실리콘 오일을 삽입하여 망막을 다시 제 위치에 밀착시키는 방식이다. 이때 가스나 기름이 망막을 누르는 압력이 망막을 지지하게 된다. 반면 공막돌륭술은 안구 외부의 공막에 실리콘 밴드를 감아 안쪽으로 압박을 가해, 망막의 열공 부위를 외부에서 눌러 맞대게 만드는 외과적 방법이다. 경우에 따라 두 방식을 병행하여 사용하면 더 높은 유착률을 얻을 수 있다.수술 후에는 망막이 완전히 고정되었는지, 유착 상태는 어떠한지 등을 정기적으로 검진해야 한다. 특히 고도근시, 당뇨망막병증, 과거 망막열공 병력, 외상 이력 등이 있는 환자는 재발 위험이 높기 때문에 수술 후 안저촬영, 망막 OCT(광학단층촬영), 형광안저촬영 등을 주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또한 망막 주변 조직의 미세 혈류 이상이나 유리체 변화도 고려하여, 적절한 간격의 추적 검사가 필수적이다.시야에 이상 증상이 지속된다면, 피로 탓으로 넘기지 말고 즉시 안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조기 진단과 신속한 치료만이 시력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이 칼럼은 영등포원안과 이동원 대표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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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조울증의 비약물적 치료 기법 중 하나로 '사회리듬치료(Social Rhythm Therapy)'가 있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그것이 일상의 생활 리듬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돕는 게 이 치료법의 목표다.건강한 생활 리듬은 (1)아침에 해가 뜨면 기상해서 (2)즐거움과 성취감을 일으키는 활동을 하고 (3)적절한 수준의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4)식사와 (5)규칙적인 운동 (6)건강한 수면 습관을 이어가는 것으로 구성된다. 이것이 고유한 일상의 리듬으로 정착될 때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기분 변동성도 줄어든다.밤새도록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돌려 보는 일상이 반복되면 의욕이 생길리 없다. 운동을 게을리 하고 체력이 약해지면 피로가 쌓이고 새로운 일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도 사라진다.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밤마다 술을 마시고 늦게 잠들면 기분이 나빠지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난다. 나쁜 생활습관은 감정 조절 문제와 기분을 저조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물론 건강한 생활 리듬을 지키려고 해도 업무가 많아져서 야근을 하거나 반대로 은퇴 후 시간 공백이 너무 많이 생겨 일상의 루틴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도 기분과 의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가 마음 건강을 결정한다. 나는 우울증 환자들에게 아침에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만이라도 하라고 한다. 기상 후에 따뜻한 물로 샤워만이라도 하라고 한다. 이것도 못 하겠다는 환자라면 아침에 일어나서 외출해도 부끄럽지 않을 옷으로 갈아입고 있으라고 조언한다.굳이 잘 차려 입고 있을 필요는 없다. 손님이 집에 찾아왔을 때 옷을 갈아입어야 할 정도만 아니면 된다. 햇빛 보고 걸으면 좋지만, 이것도 힘들다고 하면 누워있지 말고 창가에 앉아 햇빛을 쬐라고 한다. 우울하다는 주부들에게는 외출 약속이 없어도 간단한 기초 화장 정도는 꼭하라고 한다. 우울증의 완치가 건물이 완공되는 것이라면 생활습관을 재건하는 것은 ‘기초공사’와 같다. 약물 치료만으로는 우울증을 완치할 수 없다. 당뇨 환자가 탄수화물 섭취를 조절하지 않고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혈당 조절에 실패하는 것처럼 우울증 환자가 생활방식을 관리하지 않으면 항우울제를 제대로 복용해도 잘 낫지 않고 재발한다.건강증진과 질병 치료를 위해 식사, 운동, 음주, 금연, 스트레스 관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라이프 스타일 의학(Lifestyle Medicine)’이라고 한다. 이것은 내과 질환뿐 아니라 우울증 치료에도 매우 중요한 구성 요소다. 우울증은 대개 6~9개월이 지나면 서서히 좋아지지만 완전히 회복하려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잔여 증상이 남기도 하고, 우울증에 걸리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못 하는 사례도 있다. ‘얼른 나아야 해!’ 하며 초조해하기 보다는 지금까지의 생활습관을 되돌아보고 무엇이 우울증에 취약하게 만들었나 확인해 본다. 우울증이라는 위기를 삶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5분만 걸어보자”처럼 아주 작은 행동을 실천하자.‘그까짓 행동이 치료에 무슨 도움이 되겠어?’라고 의심하면 안 된다. 우울증 환자에게는 침대 밖으로 나오고, 샤워를 하고, 꽃에 물을 주고,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것이 지구를 구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세속적인 성취나 타인과 사회의 평가와는 상관 없는, 오직 자신만의 즐거움을 일궈내야 우울증이 좋아진다. 단골 카페에서 차 마시기, 세상 곳곳에 흩어진 진귀한 노래들을 인터넷에서 찾아 듣기, 손글씨 쓰기, 정치가 아닌 미담이 담긴 신문 기사 읽기…. 이런 행동들을 기분이 내킬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일과에 규칙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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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열풍이 거세다. 이유야 어떻든, 국민 건강 차원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필자도 개인적 건강 문제로 6년 전 달리기를 시작했다. 물론 처음 시도해 보는 운동은 아니었다. 달리기에는 다른 운동이 주지 못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몸만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밝아진다. 흔히 엔도르핀이나 세로토닌 같은 익숙한 호르몬 이야기로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그것만으로는 달리기가 주는 ‘환희(歡喜)’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달리기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마저 업그레이드해 주기 때문이다.우리는 왜 불행할까? 사람들은 “감사할 만한 일이 있어야 감사하고, 슬퍼도 슬퍼할 만한 일이 있어서 그렇다”고 여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우리 뇌는 사용 가능한 생물학적 에너지 수준이 높으면 같은 상황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반대로 에너지가 떨어지면 더 방어적으로, 더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정신과 진료를 하다 보면 이런 경우를 자주 본다. 예전 같으면 불안하지 않았을 상황인데도 불안해하고, 화를 참기 힘들어 하며, 이유 없이 낙담하는 환자들을 종종 본다. 때로는 환자 본인조차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워한다. 진료실에서는 보통 인지치료와 약물치료를 통해 이런 정서적 어려움을 관리한다.이런 통상적인 정신과 진료가 증상 조절에는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 관점’이다. 같은 상황을 조금 더 여유롭게 마주하기 위해서는 뇌의 에너지 대사가 뒷받침돼야 한다.뇌는 220V 전원에 꽂혀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받는 컴퓨터와 다르다. 연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자동차와 더 가깝다. 뇌는 몸 곳곳의 센서를 통해 생물학적 에너지 수준을 감지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외부 상황을 어떤 태도를 받아들일지 결정한다.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 활동을 최소화한다. 마치 자동차를 ‘에코 모드’로 두면 가속 페달을 밟아도 차가 잘 나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상태에서는 정서적으로 불안과 우울을 더 쉽게 느낀다. 일과 주변 사람에게서 멀어지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주저한다. 진화론적으로 보면, 아마도 대사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불필요한 소모를 줄이고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을 것이다.생물학적 에너지를 높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답은 세포 속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다. 이 작은 세포내 소기관의 수와 성능이 늘어나야 한다. 흔히 사람들은 보양식을 많이 먹으면 에너지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음식은 말하자면 ‘외화’나 ‘원자재’ 에 가깝다. 외화를 쌓아두기만 해서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 것처럼, 음식만 많이 먹는다고해서 당장 에너지가 되는 건 아니다. 외화를 실제로 쓰는 돈, 즉 ‘원화’로 바꿔주는 것이 바로 미토콘드리아다.미토콘드리아가 부족하거나 성능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외화는 쌓이지만 실제 경제는 돌아가지 않는다. 이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산 능력을 보는 대표 지표가 바로 ‘최대산소섭취량(VO2max)’이다. 폐활량과는 다르다. 최대산소섭취량은 우리가 섭취한 포도당과 지방을 산소와 반응시켜, 세포의 연료인 ATP(아데노신 삼인산)라는 ‘원화’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는지를 반영한다.달리기는 최대산소섭취량을 크게 향상시켜줄 수 있다. 다른 포유류는 이미 선천적으로 높은 최대산소섭취량을 갖고 태어나기도 하지만 그 훈련 효과가 제한적인 반면, 인간은 다르다. 기초 수준은 높다고 할 수 없지만, 꾸준히 훈련하면 최대 두 배 가까이 향상시킬 수 있다. 배기량 1500cc 자동차를 3000cc 자동차로 바꾸는 것, 기존 휴대폰을 배터리 용량이 2배인 스마트폰으로 바꾸는 것과 같다. 얼마나 쾌적한 일인가! 반면 나이가 들면 최대산소섭취량은 서서히 감소한다.달리기를 하면 뇌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 즉 ATP 생산 여력이 늘어난다. 그래서 정서적으로 여유로워지고 인지기능도 최적화된다. 신체의 에너지 활용 수준이 높아지면, 사소한 일에도 감사가 눈에 들어오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인내와 희망을 발견한다.실제 연구에 따르면, 주 150분 이상의 저강도 유산소 운동이나 주 75분 이상의 중강도 운동(달리기 등)을 12주 이상 꾸준히 하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하는 항우울제와 비슷한 치료 효과를 낸다. 또한 최대산소섭취량이 높을수록 치매와 우울증의 발병 위험이 낮다는 상관관계도 보고되고 있다. 효과는 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대산소섭취량이 증가하면 심근경색과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질환뿐 아니라 암과 당뇨와 같은 대사성 질환의 발생과 사망 위험도 뚜렷하게 줄어든다.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삼조’다. 현재까지 출시된 어떤 의약품도 달리기처럼 몸과 마음을 동시에 지켜주지 못한다.실제로 주변에 꾸준히 달리는 사람들은 공통된 이야기를 한다. 화를 잘 내지 않게 되었다는 것. 달리기로 기분이 하루 종일 좋아지는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부정적인 상황을 덤덤하게 견디는 힘이 생긴다는 점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대인관계의 스트레스에도 내성이 커진다. 마치 큰 배를 탄 사람은 같은 파도에도 덜 흔들리듯, 달리기는 마음을 더 단단하게 지탱해 준다.요즘 우리 사회는 여러모로 불확실성 속에 놓여있다. 그럴수록 지혜와 회복력이 필요하다. 달리기가 만능은 아니지만, 개개인이 불확실한 삶 속에서도 긍정성을 잃지 않게 해주는 가장 확실한 기초임은 분명하다. 인류의 조상들은 농경이 시작되기 전 수십만 년 동안, 문명과 기술의 보호 없이 오직 달리며 생존해왔다. 오늘날 우리가 달리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상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달리기를 통해 우리는 희망과 기회를 발견하는 시각을 구성할 수 있다.[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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