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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살률’ 세계 최고 한국…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힘들까요?

    ‘자살률’ 세계 최고 한국…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힘들까요?

    한국은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반면 출생률은 가장 낮은 나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힘든 나라라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는 제공되는 일자리 수와 사회적 기회에 비해 사람이 많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인들은 그간 교육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면서 한정된 사회적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해왔어요. 그러나 어느 순간 한계가 찾아왔고, 부모들은 아이를 적게 낳기 시작했죠. 이젠 아예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태어난 아이들은 경쟁에 지치다 보니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보려 합니다.‘과잉 경쟁’이라는 사회문화적 특성 속에서 자살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경제적 문제와 정신건강 문제 두 가지가 겹쳐 있습니다. 미국 심리학자 조이너는 자살에 이르는 사람의 심리를 사회적 측면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조이너의 대인관계심리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자신이 남에게 짐이 된다고 느끼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됐다고 느끼는 경우입니다. 한국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아진 데에도 이 두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가 ‘자살대국’이 된 것은 지난 1997년 IMF 경제 위기 때부터입니다. 이때 많은 노인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면서 자살률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그 전까지 우리나라 노인들은 대부분 가정 내에서 존중받고 부양과 보호를 받았어요. 하지만 IMF 이후 경제력이 없는 노인들은 스스로가 자녀에게 짐이 된다고 느꼈고, 가정의 보호에서 벗어나 혼자 살게 되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됐습니다. 자연스럽게 노인 자살률이 급증하고, 그때부터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다행히 최근 국내 노인 자살률은 2018년 소폭 증가했던 것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노인들을 돕기 위해 마련한 여러 지원 정책 덕분에 이들의 경제적 환경이 조금 개선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노인 자살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노인 자살률이 감소하는 동안, 젊은층의 자살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젊은 세대는 장년층에 비해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적 고통을 더 많이 겪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학교 휴교령이 청소년 정신 건강을 악화시켰고, 격리 조치로 인해 일상과 경제 활동에 제한이 생기면서 젊은이들이 더 큰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봅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우울감과 자살 생각을 하는 젊은이들이 계속 증가했습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려는 사람도 크게 늘었죠. 청년 실업 문제와 학업, 직장 내 경쟁이 심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나라 사회는 학교부터 직장까지 과잉경쟁이 일상화돼있습니다. 학생들은 높은 성적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직장인들은 과도한 업무와 성과 압박에 시달립니다. 이런 환경은 개인에게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압박을 가해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청소년과 청년층에서 이런 압박감은 자살 충동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지난 6월 우리나라 정부는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고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검진을 확대하고 직장 내 정신건강 지원을 강화하고 전국민에게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정신응급상황에 대응하는 체계를 강화하는 등 많은 국민이 더 쉽게 정신질환을 치료받게 하는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목표는 우리나라 자살률을 절반으로 낮춰,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정책 방향은 대체적으로 옳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자살의 원인 가운데 정신과적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 27.7%에서 2022년 39.4%로 크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자살률을 줄이려면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근본 원인인 ‘과잉 경쟁’을 해결하지 않으면 자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과잉 경쟁 열기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형성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남들과 비교하는 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가치를 인정받고, 경제력이나 성취에 상관없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교육 시스템도 성적 경쟁보다는 협력과 상호 존중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직장에서는 업무 성과보다 직원들의 정신건강과 행복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합니다. 지역사회나 학교, 직장 등에서는 정기적으로 정신건강 교육과 전문적인 치료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마지막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직접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주변 사람에게 따뜻한 관심을 더 자주 표현하는 것입니다. 친구, 가족, 동료에게 가볍게 안부를 묻고,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작은 관심과 배려도 상대방에게 사회적 지지감을 주고, 고립감을 줄여줍니다. 만약 주변에서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듣거나 정신적으로 힘들어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따뜻하게 다가가 그들이 정신과 진료를 받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합니다.[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칼럼안유석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2024/09/22 22:00
  • 일교차 커지는 초가을, 노인 낙상 주의해야 하는 시기

    일교차 커지는 초가을, 노인 낙상 주의해야 하는 시기

    긴 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명절 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명절 기간 온 식구들이 함께 있다가 홀로 남게 된 시니어들이 우울감이나 식욕부진을 호소하는 '노인 명절증후군' 사례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추석 이후 본격적인 가을철에 돌입하면서 홀로 남은 시니어들의 낙상 사고 리스크 또한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초가을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지면서, 혈관 수축에 따른 근육과 인대의 경직이 급작스레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시니어들은 노화로 근력과 골밀도가 낮아질 뿐 아니라 균형감각도 떨어져 근육 경직에 따른 낙상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다. 실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추락과 낙상 등을 겪고 응급실을 찾은 환자(20만3285명) 가운데, 60세 이상 연령층의 손상 환자 비율이 28.3%에 달했다. 이는 10년 전 대비 14% 늘어난 수치다.시니어들은 낙상 시 손목, 발목, 허리 등에 부상을 입기 쉽다. 여기에 젖은 화장실 바닥, 가구의 돌출부 등의 요인으로 부상을 크게 입을 경우 타박상은 물론, 몸 전체에 충격이 전해져 염좌나 추간판(디스크) 질환으로 번질 수 있다. 무엇보다 시니어들은 낙상 사고에 따른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유발에 주의해야 한다. 허리는 신체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에, 척추 건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허리디스크는 척추 사이에 있는 디스크가 돌출돼 주변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으로, 허리 통증과 더불어 엉덩이 등 하반신의 저림 증상까지 동반된다.여기에 ‘척추압박골절’ 부상도 주의해야 한다. 척추압박골절은 외부 충격으로 인해 척추가 납작하게 주저앉는 질환을 말한다. 통증은 경증 또는 매우 중증일 수 있는데, 케이스에 따라 통증이 일정하고 무딜 수 있어 단순 근육통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척추압박골절을 방치하면 허리가 굽는 척추후만증이 나타나거나 척추신경의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허리 통증이 일주일 이상 가라앉지 않는다면 전문적인 치료를 권한다. 하지 마비나 대소변 장애 등 극심한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허리 질환은 수술 없이도 치료 가능하다. 대표적인 비수술 치료법으로는 추나요법과 침∙약침, 한약 처방 등을 병행하는 한의통합치료가 꼽힌다.만약 허리 통증이 심화돼 움직일 수 조차 없다면 응급침법인 '동작침법'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동작침법은 주요 혈자리에 침을 놓은 뒤 환자의 능동·수동적 움직임을 유도한다. 이는 척추와 주변 근육의 경직을 풀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즉각적인 통증 감소 효과를 보인다. 실제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국제학술지 ‘통증(PAIN)’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치료 시행 30분 후 동작침법 그룹에서 요통이 46% 감소한 반면, 진통제 그룹은 8.7%만 통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작침법 1회 시술만으로 통증이 절반 가량 감소할 뿐만 아니라 진통주사제 대비 5배 이상 빠른 효과를 보인 것이다.노인들은 몸에 이상이 생겨도 자녀들에게 걱정을 끼칠까 증상을 참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질환 치료 기회를 점점 놓치고 관련 증상을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낳는다. 가을철 시니어들의 근육 경직 가능성이 크고 집 안의 위험 요소들이 산재한 만큼, 바쁜 일상 복귀 후에도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주기적으로 안부 연락을 넣어보는 것은 어떨까
    칼럼안산자생한방병원 박종훈 병원장2024/09/20 10:03
  • 이 방법대로 물 마시면 살 빠진다? 의사가 찾은 연구에 따르면…

    이 방법대로 물 마시면 살 빠진다? 의사가 찾은 연구에 따르면…

    바쁜 일상 속에서 다이어트 식단을 준비하고, 챙겨 먹는 것이 참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다이어트! 오늘은 특별한 준비 없이, 물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다이어트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오늘의 퀴즈: 물을 먹어서 살을 뺄 수 있다?정답은 O입니다.특히 식사 직전에 물을 마셔야 더 효과적인데요. 왜 그런 것인지 이유와 근거를 살펴보겠습니다.핵심 근거1. 아래는 건강한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실험한 연구입니다. 이 연구의 참여자들은 밤새(약 10시간) 금식을 하고, 다음날 아침에 동일한 음식을 포만감이 생길 때까지 먹었는데요. 이때 식전에 물을 마신 그룹과 마시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어 음식의 섭취량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확인했습니다.1)    그룹1: 식전에 물을 마심 (물의 양 : 568ml)2)    그룹2: 식전에 물을 마시지 않음아래의 표는 각 그룹의 식사량을 측정한 결과입니다.
    칼럼김연휘 의사·유튜브 ‘근알의’ (근거를 알려주는 의사) 운영2024/09/20 07:15
  • 아이와 함께하는 눈부신 삶이지만… 엄마의 마음도 돌봄이 필요합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눈부신 삶이지만… 엄마의 마음도 돌봄이 필요합니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할까요?여성이 엄마가 되면 그 전엔 상상하지 못한 세계가 펼쳐집니다. 세상의 중심이 통째로 다른 사람에게 옮겨가는 것이지요. 원해서 아이를 낳든 원치 않게 아이가 생겼든 말입니다.타인에게 삶의 통제권이 있다는 느낌은 절대 유쾌하지 않습니다. 한참 단잠을 자고 있을 때 날카로운 갓난 아기의 울음에 이끌려 이불 밖으로 끄집어내지는 느낌은 출근하기 위한 알람을 듣는 것보다 짜증 나는 일입니다. 모처럼의 외식 자리에서도 어린아이를 먹이고 달래느라 분위기를 즐길 틈 없고, 그마저도 주변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음식을 입으로 쑤셔 넣으며 끝나기 일쑤지요. 화장실에 가면 엄마를 찾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쫓기듯 뒤처리해야 해야 합니다. 친한 친구를 만나는 것, 전화 통화를 하는 것조차 아이의 낮잠 시간과 활동 시간을 피하다 보면 남는 건 랜선 친구뿐입니다.갓 엄마가 된 이에게 가장 힘든 것은 수면 부족입니다. 갓난아기는 3~4시간마다 수유를 해야 하는데 수유라는 게 그냥 우유만 먹이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수유를 준비하고 수유하고 트림할 때까지 안아서 토닥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에서 한 시간 혹은 그 이상입니다. 아기가 어릴수록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수유를 마치고 다시 눕는다고 바로 잠에 들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게다가 이상하게 아기의 울음소리는 엄마의 귀에만 잘 들리는 듯 배우자가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엄마는 아이의 기척을 알아차립니다. 그럴 때는 잘 자줘서 고맙지만 어딘지 얄밉기도 합니다.잠이 부족해지면 우리 마음은 마치 3도 화상을 입은 사람의 피부처럼 극도로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집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을 일상적인 소음, 말투, 눈빛에도 예민해지고 누가 뭐라고 하면 둑이 넘치듯 눈물이 터져 나옵니다. 스스로 부족한 엄마라고 자책하고 아이를 왜 낳았나 괴로운 마음이 듭니다. 용기를 내서 이런 이야기를 해 보아도 ‘집에서 쉬면서 뭐가 그리 힘드냐?’는 주변의 말에 억장이 무너집니다. 엄마의 마음 건강에 노란불이 켜지는 첫 번째 순간입니다. 분만한 산모의 50~70%는 가벼운 우울감을 경험합니다. 이를 산후 우울감(postpartum blues)이라고 합니다. ‘2021 산후조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산인 경우, 산모가 24세 이하인 경우, 교육 수준이 높은 산모의 경우 더 많이 우울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출산으로 인해 삶이 완전히 뒤바뀌는 경험은 아무리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해도 항상 상상을 뛰어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산후는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거치는 시기로 전에 겪지 못한 몸과 마음의 변화를 겪게 됩니다. 이에 더해 쌓여가는 육아용품과 끊임없는 아기의 욕구 속에서 엄마의 욕구와 필요는 점점 뒷전이 돼갑니다. 주변 사람들은 커리어를 향해 한참 저 앞을 달려가는데 자신은 출산 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아 매우 초라해 보이지요. 남들은 별로 힘들지 않게 잘만 키우는 것 같은데 이토록 무능한 자신이 품에 안긴 작은 생명을 건사해낼 수 있을지 두렵고 무기력해집니다.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터지는, 가장 부서지기 쉬운 이 시기에 ‘너는 뭐가 모자라서 대체 왜 이러는 거니’하는 시선까지 느껴지면 엄마에게 세상은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외로운 곳이고 출산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엄마의 마음 건강에 노란불이 켜지는 두 번째 순간입니다.다행히 산후 우울감은 주변에서 정서적으로 잘 다독여주기만 해도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집니다. 하지만 산모의 약 10~15%에서 우울감이 점점 심해지면서 과도한 죄책감에 휩싸이고 자신이 죽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집니다. 이것이 산후 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입니다. 이제는 노란불이 아니라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산후 우울증은 자신뿐 아니라 주변에 매우 위험할 수 있고,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만성적인 우울증 혹은 기분 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서 정신의학적 개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아이가 조금 크면 다시 삶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간절히 바라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아무리 아이가 사랑스러워도 어른처럼, 친한 친구처럼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와 온종일 단둘이 지내는 것은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엄마는 하루 종일 배우자가 퇴근하는 시간만을 기다리지요. 하지만 종일 일하느라 지친 배우자의 표정을 보고 나면 하고 싶었던 말을 영영 가슴 속에 묻어 버립니다. ‘차라리 내가 나가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해도 경력 단절로 인해 예전 그곳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어딘가 공허하지만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몰라 묻어두고 잊으며 지내려고 노력해봅니다.엄마의 마음 건강에 노란불이 계속 깜빡입니다. 종일 아이들과 남편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가족이 모두 잠든 후 SNS에서 한참 커리어를 쌓아올리는 친구들의 피드를 보며 부러워하고, 헛헛하고 공허한 마음을 맥주 한 캔으로 달래고 잠에 들면 다시 어제와 같은 오늘이 시작됩니다. 이런 생각은 엄마를 괴롭히고 자존감과 자기 가치감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정신 건강의 이상으로 나타나, 결국 빨간불이 켜집니다.엄마의 삶은 어디로 갔을까요? 엄마 역시 한때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고, 커리어를 꿈꾸며 일에 매진하는 직업인이었으며 자신을 예쁘게 가꾸고 돌보고 싶은 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출산과 육아는 그녀의 삶을 ‘엄마’라는 이름 아래 모두 묶어버렸습니다. 엄마의 이름은 ‘누구누구 엄마’로 바뀌었고 엄마의 커리어는 ‘과거 그런 일을 했던 사람’으로 묻혀버렸습니다. 결혼 전 서로 아끼고 가까이 지내던 친구들의 자리는 이제 아이 친구 엄마들로 채워집니다. 엄마는 아이의 성장과 성취로 존재 가치를 인정받게 됩니다.아이와 함께하는 삶은 눈부시며 아이 덕분에 삶에서 느끼는 감정은 풍부해졌을지언정 엄마가 아닌 ‘나’는 점점 소멸하고 ‘나의 삶’은 단조롭고 피폐해집니다. 전업 엄마들이 뭘 해보려 하면 “집에서 애나 볼 것이지”라는 말부터 나오고 “역시 애들한테는 엄마가 있어야지”와 같은 말은 일하는 엄마에게나 일하지 않는 엄마에게나 엄청난 압박이 됩니다. 부족한 게 없어 보이는 그 엄마가 우울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보고, 공황장애로 약을 먹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여자라서 약한 것도 아니고 엄마여서 강한 것도 아닙니다. 아이를 잉태하고 출산하는 것은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엄마만 해야 하는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성 역할과 부모 역할은 구태의연하며 압도적으로 많은 가정에서 육아와 가사 대부분을 엄마 혼자서 감당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먹먹해지는 것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저 역시 이 답답한 현실을 물 한 잔 마시지 않은 채 고구마 100개를 먹은 것처럼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지만, 단박에 해결해 낼 묘책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아이를 낳고 기르면서도 ‘엄마이자 한 개인의 삶’이 지속될 수 있도록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제도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합니다. 다행히도 우리 사회가 그런 방향으로 서서히 움직이고는 있지만 시스템의 변화만을 기다리기엔 너무 오래 걸릴 듯합니다. 과도기를 살아내는 이 시대 엄마의 마음을 엄마 스스로가 먼저 헤아리고 너그러이 받아주기를, 주변에서 받아주기를, 티끌만이라도 이해해 주기를, 그리고 변하는 시대 속에서 살아남아 10년, 20년 후 ‘참 잘 해냈다’고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그런 우리 모두에게 <엄마의 마음 지킴을 위한 안내문>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엄마의 마음 지킴을 위한 안내문>(여기에서 ‘엄마’는 주 양육자를 가리킵니다. 가정에 따라 주 양육자가 아빠, 조부모님이실 수도 있습니다. 각 가정의 상황에 맞게 적용해주세요)- 엄마의 자유를 위해 쓸 용돈을 반드시 따로 마련하자. 경제적 독립은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 친정, 시댁, 남편, 도우미, 이모님 등 어떤 찬스를 쓰더라도 엄마가 혼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자.- 엄마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일 하나는 꼭 하자. 예를 들어 규칙적으로 정해진 운동을 하거나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배우는 것, 봉사하는 것 등 아이와 상관없는 자존감과 자기 가치감을 높일 수 있는 일을 한다. 직장을 갖거나 유지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주로 아이를 재우는 부모가 1주일에 하루쯤은 아이에게 수면을 방해받지 않고 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아이를 어릴 때 기관에 보내는 것에 너무 죄책감을 느끼지 말자. 하루에 단 한 시간이라도 엄마가 숨을 돌릴 수 있고 그로 인해 아이에게 너그럽게 할 수 있다면 육아와 엄마의 삶의 질이 훨씬 높아진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자.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용기 있는 일이다. 도움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그것은 당신이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고, 당장 여기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면 당신 마음에는 이미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빨리 전문가와 상의하자.[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칼럼백수현 계요병원 진료과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2024/09/15 22:03
  • 렉라자 탄생까지… 폐암 치료제는 어떻게 발전했나

    렉라자 탄생까지… 폐암 치료제는 어떻게 발전했나

    폐암은 2021년 한국인 암 발생 3위, 사망률 1위를 차지했으며 발생률과 사망률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암이다. 과거에는 폐암 환자의 과반수가 흡연자였으나 최근에는 비흡연자의 폐암이 늘어나고 있다.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를 기준으로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나뉘는데, 대부분은 비소세포폐암이다. 비소세포폐암은 세포독성항암제,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 수술방사선 치료 등이 가능하다. 소세포폐암은 비소세포폐암에 비해 적게 발생하나 진행이 빠르며 보통 수술로 치료하기 어렵기 때문에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한다.폐암을 최초로 진단받는 환자의 절반 정도가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 상태이다. 4기에서는 항암제를 사용한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과거에는 세포독성 항암제로 치료하였지만, 20여년 전부터 표적항암제가, 10여년 전부터 면역항암제가 개발되었다. 세포독성항암제는 빠르고 무분별하게 분화하는 세포를 공격한다. 그 과정에서 암세포가 아닌 빠르게 분화하는 모근세포 등 정상세포도 공격하기 때문에 탈모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 나타나는 특정 단백질이나 유전자 변이에 작용해 암이 자라는 과정을 차단한다. 세포독성항암제와 달리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활성화 되어있는 것에만 작용해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특정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 환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제한이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내성이 발생해 치료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 면역항암제는 암 자체를 공격하는 기존의 항암제와 달리,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자극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세포독성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부작용을 개선하였으나 피부염, 간염 등 면역관련 부작용이 있고 매우 고가이며 사용이 제한적이다.최근 폐암 세포의 분자유전학적 연구가 진행되면서 어떤 유전자 변이가 폐암 발생과 관련이 있는지 점차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유전자 변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표적항암제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이 항암제들은 기존 세포독성항암제보다 반응률과 생존률 모두 높다. 아시아 폐암 환자들은 서양 폐암 환자들보다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유전자 변이가 흔하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으며, 국내 비소세포폐암환자의30-40%에 해당한다. 이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는 먹는 형태로 많이 시판되고 있으며 이 외에ALK, KRAS 등 다양한 유전자 변이들에 대한 치료제 개발이 진행되는 중이다.유한양행의 렉라자가 언론에서 대서특필되고 있다. EGFR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로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유럽과 미국에서1차 치료제로 쓰이는 상황에서 국산 신약인 ‘렉라자’ 가 ‘리브리반트’와 함께 사용하는 요법으로 미국FDA 승인을 받은 것이다. 리브리반트는 MET 유전자의 변이가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약으로, 표적항암제인 렉라자에 암세포가 내성을 가지지 않도록 막아준다. 표적항암제를 어느 정도 사용하다보면 내성이 발생할 수 있는데, 중간엽상피전이인자(MET)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나며 내성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렉라자는 2021년 초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EGFR T790M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2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그 후 2023년 여름, 엑손19 결손 또는 엑손21(L858R) 치환 변이에 1차 치료제로 허가받은 지 얼마안된 시기의 희소식이다. 특히 L858R 치환 변이는 예후가 좋지 않다고 알려져있는데, 렉라자를 사용했을 때 기존 표적항암제를 사용했을 때보다 폐암이 진행되지 않은 기간이 길어졌다.얼마전 열린 2024년 세계폐암학회에서 지난해에 발표된 렉라자 관련 연구의 후속 결과가 공개되었다. 해당 연구에서 타그리소 단독요법, 렉라자 단독요법,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나누어 진행하였다. 참가자 중 치료 반응을 보인 비율은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사용한 경우와 렉라자 단독요법을 사용한 경우에 큰 차이가 없었으며, 안전성도 비슷했다.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사용한 경우에 비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를 병용했을 때 전체 생존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렉라자는 뇌혈관장벽을 보다 잘 통과하며 뇌 전이를 더 오래 막아주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부작용 양상에선 다소 차이가 있었다. 타그리소를 투여한 환자들에게는 설사, 혈소판 감소증 등의 이상반응이 더 많이 나타났고, 렉라자를 투여한 환자들에게는 발진이나 감각 이상이 더 많이 나타났다.렉라자는 식사와 상관없이 매일 일정한 시간에 하루 3알씩 복용한다.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의료진의 판단 하에 복용량을 2알로 줄이거나, 추후에 3알로 늘리는 식으로 용량 조절이 어렵지 않다. 또한 리브리반트의 투여방법이 정맥주사에서 피하주사로 개선되며 투약시간도 4시간 이상에서 5분으로 줄어들어 환자의 투여 편의성이 더욱 좋아졌다. FDA승인에 국내 급여 적용까지 이어진다면 폐암 치료 선택지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칼럼울산대병원 약제팀 정희진 약사2024/09/13 07:15
  • [의학칼럼] 추석 명절 부모님 등 굽어졌다면… 노인성 척추 후만증 의심

    [의학칼럼] 추석 명절 부모님 등 굽어졌다면… 노인성 척추 후만증 의심

    풍요의 계절 가을과 함께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바쁜 일상 속에서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면, 이번 추석에는 부모님의 건강을 더욱 세심히 챙겨 보길 바란다. 오랜만에 명절을 맞아 뵙는 부모님의 얼굴에 늘어난 주름살과 어느새 작아진 부모님의 체구를 보면 세월의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특히 부모님의 등이 맨눈으로 쉽게 확인될 정도로 굽어 있고, 키가 줄어 보인다면 노인성 척추 후만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정상적인 척추는 측면에서 보면 S자 곡선을 이루며, 경추와 요추는 앞으로 휘어있고(전만곡)과, 흉추와 천추부는 뒤로 휘어진(후만곡)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척추 후만증 환자는 흉추부의 후만이 정상보다 증가하거나 경추와 요추 부위에서 전만이 감소하여, 등이 굽고 튀어나와 보인다. 노인성 척추 후만증은 나이가 들면서 척추의 퇴행성 변화로 후만곡이 증가하고, 골다공증으로 인한 척추의 압박골절, 추간판의 퇴행 등의 원인으로 인해 노년층에게 주로 발생한다. 골밀도와 근육량이 감소하고 척추뼈 사이 간격이 줄어들며, 등이 점차 앞으로 굽어지고 큰 압력이 가해져 심각한 척추의 변형과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골다공증으로 인한 척추압박골절이나 척추관 협착증이 동반된 경우 증상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흔히 ‘꼬부랑 허리’로 불리는 척추 후만증은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외관상 등이 굽어 보이고 통증을 동반할 수 있으며, 질환이 진행될수록 등이 점점 더 굽어 앞을 보기 어려워지고 정상적인 보행이나 계단 오르기와 같은 일상적인 활동이 어려워지는 보행장애가 나타난다. 이에 따라 누워 지내는 시간 길어지며 욕창, 폐렴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게다가 굽어진 등으로 인해 몸의 균형을 잡기 어려워 팔꿈치를 기대며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지며, 부모님의 팔꿈치에 전에 없던 굳은살이 생겨 있을 수 있다. 걸을 때도 지팡이와 같이 보행 보조 없이는 걷기 힘들며, 낙상의 위험도 증가해 가벼운 충격에도 척추뼈가 쉽게 골절될 수 있다. 척추 압박 골절이 여러 번 발생한 경우 변형된 척추가 척추 신경을 압박해 신경학적 이상 증상도 나타날 수 있어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질환의 진행을 막기 위해 약물치료를 통해 통증을 완화하고, 물리치료, 도수치료, 보조기 치료 등을 통해 교정 및 운동치료를 시행한다. 또한 골다공증 환자의 경우 이에 대한 치료도 병행한다. 이러한 보존 치료로 효과가 없거나, 증상이 심각하여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노인성 척추후만증 환자들은 대부분 고령에다가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 전문의와의 충분히 상담과 검사를 통해 수술이 가능한 상태인지를 확인한 후, 환자의 척추 상태에 따라 후방 고정술 및 유합술 등을 시행하여 휘어진 척추를 바르게 교정한다. 가장 중요한 노인성 척추후만증 예방법은 바로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운동을 통해 코어 근육을 통해 강화하는 것이다. 또한 좌식 생활을 피하고 의자나 침대를 이용하는 등 입식 생활을 하는 것도 도움 된다. 그리고 뼈 건강을 위해 비타민D와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고, 정기적으로 골밀도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번 추석에 찾아뵌 부모님의 등이 평소보다 굽어 보이거나,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진료받기를 미루고 있다면 더욱 악화되기 전에 부모님의 건강을 잘 살펴 초기에 적극 도움을 드리는 것을 권장한다. (*이 칼럼은 동탄시티병원 김기택 명예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동탄시티병원 김기택 명예원장​2024/09/12 10:56
  • 추석 명절에 울화가 쌓일 것 같다고? 이 때 좋은 약재 ‘시호’ ‘연자육’

    추석 명절에 울화가 쌓일 것 같다고? 이 때 좋은 약재 ‘시호’ ‘연자육’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런 명절이 되면 더욱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해도 어찌 되었든 추석 같은 명절이 되면 주부들은 몸과 마음이 고생이다. 그뿐이랴. ‘취업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니’, ‘만나는 사람은 있니’, ‘이제 곧 수능인데 어느 대학에 지원할 거니’ 등 몸은 힘들지 않아도 마음이 힘든 경우도 많다.9월 달력만 봐도 한숨이 나오고, 이번 추석은 어떻게 넘겨야 하나 걱정인 사람들. 자연스레 울화가 쌓이게 마련이고, 이런 것이 병이 될 때 주로 사용하는 한약재로 시호와 연자육이 있다. 시호는 산형과에 속한 다년생 풀로 뿌리를 약으로 쓰는데, 한국과 중국 각지에서 자란다. 한약재로는 2000년 이상 사용된, 아주 유서 깊은 한약재라고 할 수 있다.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중국에서는 1940년대부터 시호 주사제를 해열 목적으로 사용했을 정도다.그 외에 우울증이나 화병과 같은 정신과 치료에서 그 효과를 주목받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처방이 ‘시호소간산’이다. 메타분석에 따르면 항우울제 단독 치료에 비해 시호소간산과 항우울제를 병행했을 경우 우울 증상은 유의미하게 개선하고 부작용은 감소시켰다. 시호소간산을 단독 투여했을 경우에도 그 효과가 항우울제와 비슷하게 보고되었을 정도다.이처럼 해열과 우울 등에 효과가 있다 보니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열감을 호소하는 여성 갱년기 장애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처방이 가미소요산이다. 시호가 우울, 불안 등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과 관련해 급성에 사용하는 한약재라면 연자육은 보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이나 가슴두근거림과 답답함, 불안과 불면과 같은 증상에 사용하는 한약재라고 할 수 있다. 연자육은 흔히 연밥으로도 불리는데 누구나 다 아는 연꽃의 잘 익은 씨앗의 껍질과 심을 제거한 속살을 말한다. WHO가 추천하는 필수아미노산 비율을 가질 정도로 높은 질의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데, 연자육에 다량 함유된 필수아미노산, 메티오닌은 체내에서 알코올 분해를 돕는 글루타치온(glutathione)의 생성을 도와서 숙취 해소와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이 되며 혈관 속 혈전을 녹이고 노폐물을 배출해 해독에도 도움이 된다. 한의학에서는 열을 내리는 효과가 강한데 특히 울화(鬱火)나 심화(心火)로 표현하는 스트레스로 인한 화를 다스리는데 큰 효능을 가진다. 이로 인해 조선시대 극한직업이라고 불리는 왕들도 연자육을 자주 복용했는데, 조선시대 영조와 인조, 효종, 성종 등 많은 왕이 청심연자음이라는 처방을 복용하거나 연자육을 죽이나 차로 꾸준히 섭취하며 건강을 관리했다.청심연자음은 지금도 만성 스트레스로 인해 입이 마르거나 구내염에 자주 걸리고, 불안, 초조, 불면 등의 증상을 보일 때 가장 많이 처방하는 한약이며 당뇨에도 효과가 좋다.연자육을 가지고 가정에서는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 연자육은 약식동원(藥食同源,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뜻)에 가장 잘 어울리는 한약재라고 할 정도로 음식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가장 손쉬운 복용법으로는 물 2L에 연자육 10개를 넣고 1시간 정도 끓인 후 하루 1~2회 200cc정도씩 차로 마시는 방법이다. 연자육을 살짝 볶아서 밀폐 용기에 보관하면서 우유 200mL에 연자육 10개를 넣고 갈아 마시는 것도 좋다.연자육에는 ‘착한 탄수화물’이라 불리는 아밀로오스(amylose)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위, 소장이 아닌 대장에서 장내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면서 장내 유익균의 증가를 도와 변비 해소에도 도움을 주므로 하루 10개 정도씩 넣어서 밥을 지어 먹는 것도 좋은 식생활이라 할 수 있다.
    칼럼최윤용 한의사(으뜸생약 대표)2024/09/09 07:15
  • 우리는 왜 자살을 막으려 할까요?

    우리는 왜 자살을 막으려 할까요?

    "선생님, 제가 왜 죽으면 안 되나요?" 진료실에서 이 질문은 언제나 가슴을 철렁하게 합니다. 그건 지금 내 앞에 있는 누군가가 치명적인 '존재론적 고민'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어떻게 답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입니다.스스로 삶을 중단해선 안 된다는 말은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하지만,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195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이자 철학자 알베르 카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참으로 중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자살이다" 위대한 철학자조차 고심하게 만든 질문 앞에서 정신과 의사들은 너무나 초라해집니다. 그저 어떤 대답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을지 필사적으로 고민할 뿐이지요. 이럴 땐 신이 주신 목숨을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다고 근엄하게 꾸짖을 수 있던 몇 백년 전 사제들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파편화된 세상에서 자살 역시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는 주장에 맞서는 것은 역시 한낱 개인일 뿐인 의사들에게도 힘에 부치는 일입니다.만약 자살이 단순한 '선택'이라 한다면 의사가 감히 그것을 막아도 되는 자격이 있을까요? 우리 사회는 자살을 막기 위해 관련 보도 내용을 규제하거나 자살 위험성이 높은 개인을 입원시키는 등의 다양한 일을 합니다. 이런 조치들은 어느 정도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당화하기 위해 적절한 근거가 필요합니다. 심지어 의사조력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이 해외 몇몇 국가에서 이미 시행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습니다. 의사조력자살은 회복의 여지가 없는 말기 환자들이 치사량의 약물 투여 등 의료진 도움을 통해 자살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의사가 자살을 도와주게 되는 셈입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자살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윤리학자들은 먼저 생명 존중의 의무에 대해 말합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생명을 가진 것들이 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누군가를 해치면 안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도와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려는 사람을 발견한다면 신고하는 것이 도덕적 의무입니다. 정신과 의사들에게는 이런 의무가 좀 더 강하게 적용됩니다. 심지어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비밀 보장의 의무조차 잠시 예외가 될 수 있지요. 미국 정신의학회를 포함한 다양한 단체의 윤리 규정에서는 자살 위험성이 매우 높은 경우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보호자에게 경고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자살을 개인의 선택으로서 존중하려면 그 선택이 온전한 판단력을 갖춘 상태에서 이뤄지는 게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자살이 평소의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습니다. 만취한 상태에서 하는 결정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과 비슷하지요. 그런데 대부분의 자살 시도가 정신질환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은 누군가 자살을 결정할 때 그것이 정말로 자율적인 결정이 아닐 수 있다는 뜻입니다.자살 사망자들의 삶을 체계적으로 분석해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이유를 밝혀내는 작업을 '심리부검'이라 합니다. 심리부검에서는 사망자의 행적 추적, 주변인 면담, 의무기록 및 수사기록 검토 등 다각도 분석을 통해 죽음에 의도성이 있는지, 어떤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는지를 추정하게 됩니다. 1950년대 미국의 특정 지역에서 한 해 동안 발생한 모든 자살 사망자를 대상으로 최초의 심리부검 연구가 수행됐습니다. 이 연구에서 134명의 자살자 중 약 90%가 자살 시점에 우울증이나 알코올 사용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을 겪고 있던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유사한 다른 연구들에서도 이 비율은 공통적으로 매우 높게 나타납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자살은 정신질환과 연관돼 있습니다. 정신질환은 생각이나 감정, 행동에 직접적인 변화를 일으킵니다. 이런 왜곡은 특히 조현병이나 양극성장애 같은 중증 정신질환에서 극단적으로 나타납니다. 급성기 환자들은 갑자기 대통령이 되겠다며 선거에 출마하거나 사악한 비밀 조직의 미행을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우울증과 같이 좀 더 흔한 질환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우울증의 핵심 요소는 부정적 인지왜곡으로, 자신이나 주변 환경, 미래에 대해 별다른 근거 없이 실제보다 더 나쁘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의 늪에서 사람들은 종종 스스로의 고통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고 느끼는데 치료를 통해 나아지면 사실은 그렇게 생각할 이유가 별로 없었다는 것을 발견할 때가 많습니다. 우울증으로 인한 생각의 왜곡이 바로잡히면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따라서 우울증 상태에서 내리는 결정은 환자 스스로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이 먼저 정신질환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합니다. 누구에게나 온전한 상태에서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죽겠다는 마음의 반대편에는 종종 다른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 종종 죽음 그 자체를 좇는다기보다는 지금의 고통을 끝내고 싶어서, 가까운 누군가가 나의 고통을 알아주었으면 해서, 현실적인 문제가 막막하게 느껴져서 등 숨은 이유가 많습니다. 물론 이것이 그저 '자살하는 척' '쇼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가 의식하는 것만이 마음의 전부가 아니고, 때로는 주의를 기울여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기에는 마음이 너무 지쳐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과 의사들은 누군가의 죽겠다는 마음을 바로 수긍하기에 앞서 도움을 청하는 다른 목소리가 있는지를 주의 깊게 듣고자 합니다. 물론 독심술사가 아닌 이상 죽음을 바라는 누군가에게 정신질환이나 다른 의도가 있는지 여부를 100%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자살하려는 누군가가 완전히 이성적이고 자율적인 결정을 한 것이라면, 막으려 드는 것은 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니라면? 죽음은 돌이킬 수 없는 무서운 것입니다. 사람이 회복돼 죽음을 대신할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영원히 사라져 버립니다. 어느 쪽도 확신을 갖고 택할 수 없지만, 자살의 결과는 절대 돌이킬 수 없다는 점, 자살 시도자에서 정신질환 유병률이 높다는 점, 망자의 주변인들이 받을 추가적인 고통 등을 고려하면, 자살 시도에 대해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개입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결론입니다.정리하면, 정신과 의사들은 누군가가 자살이라는 결론에 이르러도 그의 자율성과 의도가 진정으로 반영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자살 시도를 멈추도록 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가 죽음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지금의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은 의사들뿐 아니라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모두에게 있다고 믿습니다. 다만 우리는 정신의학 전문가로서 정신질환으로 인한 고통이 때로 영원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적절한 도움이 있다면 빠져나오는 게 가능하다는 점을 추가로 알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마음을 동정이나 연민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아래 시인의 말처럼 사랑이라고 하는 것이 더 좋겠습니다. <사랑의 발명 - 이영광>살다가 살아보다가 더는 못 살 것 같으면아무도 없는 산비탈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누워 곡기를 끊겠다고 너는 말했지나라도 곁에 없으면당장 일어나 산으로 떠날 것처럼두 손에 심장을 꺼내 쥔 사람처럼 취해 말했지나는 너무 놀라 번개같이,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네  그래서 우리는 수많은 진료실에서 반복해 결심합니다. 당신이 산비탈로 떠나지 않도록 곁에 있겠다고, 필요할 때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하고 또 재발명해 낼 것이라고. 이런 사랑의 마음을 담아 대한정신건강재단과 함께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9월 '자살 예방의 달'을 맞아 자살 예방을 위한 칼럼을 한 주에 한 건씩 연재할 예정입니다.[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칼럼박성현 당신의숲정신건강의학과 부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2024/09/08 22:00
  • 가을 초입·추석 연휴 앞두고 시니어 '통풍 주의보'

    가을 초입·추석 연휴 앞두고 시니어 '통풍 주의보'

    무더위가 가시지 않았지만, 9월에 들어서자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기운이 감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운이 반갑지 않은 이들이 있다. 바로 ‘통풍’ 환자들이다. 통풍은 ‘아플 통(痛)’과 ‘바람 풍(風)’을 한자로 쓴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고 해서 붙여진 질환명이다. 한의학에서는 통풍을 ‘백호열정풍(白虎歷節風)’이라 부르기도 한다. ‘흰 호랑이가 관절을 물어뜯는 듯한 통증이 생긴다’는 뜻으로, 예전부터 해당 질환의 고통이 심했음을 가늠해볼 수 있다.나이가 들수록 신장의 요산 해독 능력이 떨어지는 시니어들에게는 더욱 조심해야 하는 질환이다. 통풍은 체내 노폐물인 요산이 관절에 결정 형태로 쌓여 염증을 유발, 통증을 키운다. 통풍의 주요 증상으로는 관절 주변이 빨갛게 부어 오르고 열 감과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동반된다. 무엇보다 남성들에게 발병률이 높아 남성 시니어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통풍 환자 수는 2018년 43만953명에서 2022년 50만9699명으로 증가했는데, 2022년 당시 남성 환자(47만2748명)가 전체 통풍 환자의 93%에 육박했다. 의학계에서는 여성호르몬이 요산 배출을 도와 남성에게 관련 발병률이 높다고 보고있다.특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시니어들의 '통풍 주의보'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명절 식탁에는 기름진 음식과 술·음료 등이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고기류는 고단백 식품으로, 단백질을 과잉 섭취하게 되면 이 단백질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요산을 과다 생성하게 된다. 아울러 맥주에도 퓨린이라는 요산 구성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고, 단순당이 첨가된 주스나 청량음료 또한 혈중 요산 농도를 높이는 원인이 된다.이번 추석 명절 전후로 통풍 증상이 이어진다면 전문의를 찾아 초기에 치료받을 것을 권한다. 한방에서는 통풍이 발병했을 때 침과 약침, 한약 등을 병행하는 한방통합치료로 통증을 호전시킨다. 우선 통풍 주변 혈자리에 침을 놓아 통증을 완화한다. 순수 한약재 성분을 정제해 주입하는 약침은 관절 주위에 염증을 해소시킨다. 아울러 한약 처방을 통해 혈액순환을 촉진 후 요산의 원활한 배출을 돕는다. 특히 한약 처방의 경우 소풍활혈탕(疎風活血湯), 황련해독탕(黃連解毒湯) 등이 요산 수치를 낮춰 관절 붓기와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다. 최근 발간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 따르면 한약치료결과 체내 요산 농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통풍은 인구 고령화와 식습관 변화로 발생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시니어들은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본인의 혈중 요산 수치를 파악하고 평소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현명하다. 육류 섭취량을 줄이고 요산 배출을 돕는 채소, 일반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칼럼광주자생한방병원 염승철 병원장2024/09/06 10:00
  •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 왜 의사마다 진단이 다른 거죠?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 왜 의사마다 진단이 다른 거죠?

    내가 진료했지만 지금은 다른 정신과 의사에게 치료받고 있는 환자가 분명 있을 것이다. 반대로 다른 의사가 보던 환자를 지금은 내가 진료하기도 한다. 그 의사도 그랬겠지만 나도 환자에게 묻는다. “다른 정신과 선생님은 뭐라고 진단하시던가요?”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우울증, 공황장애, 양극성장애 등의 진단명이 나오기도 하고 “의사가 진단에 대해서 뭐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지 않던데요”라는 답이 돌아올 때도 있다. 복수의 정신과 의사에게 진료받았는데 진단이 의사마다 달랐다고 말하는 환자도 있다. 같은 환자를 두고 의사마다 진단이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공존 질환 때문이다. 우울증에는 공황장애, 식이장애, 알콜 및 약물 남용, 주의집중력장애, 성격 장애처럼 다양한 문제가 겹친다. 우울 증상이 주된 호소라면 우울증이라고 진단하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알코올 문제가 두드러질 수 있다. 그러면 알코올 의존증이 주진단이 된다. 우울증을 앓고 있던 환자가 차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공황발작이 생겨서 응급실에 갔다면 공황장애라는 진단이 추가된다. 우울증 때문에 잠을 못 자는 것인데도 ‘내 진단명은 불면증’이라고 알고 있는 환자도 있다. 우울증은 잘 치료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대인관계에서 계속 갈등이 생긴다면 성격장애가 내재돼 있을 수도 있다.우울증 진단이 혼란에 빠지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우울증이 단극성 우울증이 아니라 양극성 우울증 (양극성장애에서 우울증이 발생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양극성장애 (조울증) 환자의 처음 증상이 조증인 경우보다 우울증인 경우가 훨씬 많다. 여성 양극성장애 환자 중에서 처음 나타나는 증상은 조증이 아니라 우울증인 경우가 거의 80%에 이른다. 이 경우 우울 증상이 발생해서 정신과를 찾아갔을 때는 우울증으로 진단받았다가 나중에 조증이 발생하면 진단이 양극성장애로 바뀐다.  중증 우울증에 망상이나 환청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조현병과 감별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조현병이라고 진단했는데 우울 증상이 사라지면서 망상과 환청도 말끔하게 없어지고 환자의 사회, 직업, 대인관계 기능도 정상으로 회복됐다면 조현병적 증상이 동반된 주요우울장애라고 진단하는 게 맞다. 그런데 조현병과 주요우울장애, 그리고 이 두 질환의 특징을 모두 나타내는 조현정동장애와의 감별 진단이 쉽지 않은 사례가 많다. 우울증도 심한데다 조현병적인 증상까지 겹쳐 있는 상태에서는 그 환자의 진단이 우울장애인지 아니면 조현병인지 확진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에도 진단이 의사마다 다를 수 있다.  같은 정신 질환이라도 연령대에 따라 표현되는 양상이 다르므로 진단이 계속 바뀔 수 있다. 아동기에 잠을 잘 안 자고 칭얼대는 게 심했지만 우울증이나 양극성장애 때문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가 청소년기가 되어서야 현저한 우울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학교 적응 문제, 감정 기복, 짜증, 예민성 등이 사춘기에 나타났다가 10대 후반이나 20대 초에 이르러서야 주요우울장애라고 진단 내려지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조증이 발생하면 양극성장애로 진단이 또 바뀐다. 정신과 진단은 의사의 판단에 의해 최종적으로 내려진다. MRI 검사나 조직 검사처럼 객관인 검사 결과로 확진에 이르는 것이 아니다. 심리검사도 진단의 보조 도구일 뿐이다. 의사가 최종 진단을 내리는 데 정보를 제공해줄 수는 있어도 심리검사 결과가 의사의 진단을 대신할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최종 진단은 정신과 전문의의 판단에 의해 내려진다. 그리고 이 판단의 근거는 환자가 보고하는 증상과 환자가 나타내는 징후다. 증상과 징후가 정신질환 진단분류 목록에서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이 환자의 진단이 된다. 여러 가지 증상을 개념화하고 분류하고 체계화해서 만든 것이 진단분류 목록이다. 진단 기준을 구성하는 증상이 다양하고 의사가 포착하는 징후도 다를 수밖에 없고 그것이 어떤 기준에 부합하는지 판단하는 것은 기계 아닌 인간 의사가 하는 일이니 진단에는 어느 정도의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의사를 만날 때마다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증상을 다르게 말할 수도 있고, 의사를 만날 때마다 조금씩 다른 객관적 징후가 나타날 수도 있다. 진단의 근거가 되는 증상과 징후가 상황에 따라 달라지면 진단이 바뀔 수 있다. 정신과 진단이 어려운 근원적인 이유는 정신의학의 한계 때문이다.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뇌과학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물리적인 뇌에 대한 지식이 쌓인다 해도 영혼까지 파악할 수 있는 없다. IT 기술이 발전해서 AI가 정신과 진단을 대신해줄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인간 의사보다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내게 우울증이 생긴다면 나는 AI에게 내 문제를 상담하고 진단받을까?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다소 오류가 있더라도 기계가 아닌 인간 의사를 찾아갈 것이다. 컴퓨터가 내 영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걸 듣고 싶지는 않다. 
    칼럼김병수정신건강의학과 김병수 원장2024/09/06 07:15
  • [의학칼럼] 퇴행성 무릎 관절염, 추석 연휴 특히 주의… "부모님 무릎 건강 살펴야"

    [의학칼럼] 퇴행성 무릎 관절염, 추석 연휴 특히 주의… "부모님 무릎 건강 살펴야"

    어느새 추석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긴 연휴 기간 동안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은 음식 장만과 청소뿐 아니라 손님 맞이로 평소보다 많은 노동에 시달리곤 한다. 특히 이 기간에 집중되는 고강도 가사 노동은 무릎 관절에 큰 부담을 가해 무릎 통증을 비롯해 퇴행성 무릎 관절염과 같은 각종 무릎 질환에 노출되기 쉬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무릎은 주변 근육, 인대, 연골 등으로 구성되어 안정성을 유지하며 우리 몸을 지탱하며 걷고 뛰는 등 하체의 운동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 중요해진 요즘과 같은 100세 시대에 노년층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부위다.중년 이상 부모님 연령대에서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무릎 질환인 퇴행성 관절염은 무릎 연골이 점차 마모되어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움직일 때만 나타나는 가벼운 통증으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더욱 심해지고 관절 운동 시 마찰음이 느껴질 수 있다. 또한 무릎이 점점 굳어지는 잠김 현상이 나타나며 걷거나 움직이는 데 많은 어려움을 가져와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각종 합병증과 다리 O자 변형, 우울증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증상 초기에 빠르게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퇴행성 무릎 관절염의 치료는 환자의 나이와 관절 손상 진행 정도에 따라서 다르게 적용하며, 크게 초기, 중기 말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초기에는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관절강 주사 등 보존적 치료가 우선된다. 심한 통증이 나타나고 다리 변형이 관찰되는 중기에는 관절내시경, 교정 절골술, 무릎 골관절염에 대한 골수 흡인 농축물 관절강 내 주사 등의 치료로 본인의 관절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진행하게 된다.  이 중 ‘무릎 골관절염에 대한 골수 흡인 농축물 관절강내 주사’는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치료 방법으로, ICRS 3~4 등급 또는 KL 2~3 등급에 해당하는 무릎 골관절염 환자가 치료 대상이다. 환자의 장골능에서 채취한 자가 골수를 원심 분리하고 농축된 골수 줄기세포를 무릎 관절강내 주사는 치료로, 수술하지 않고 주사치료를 통해 무릎 관절 통증 완화 및 기능 개선을 목적으로 최근 많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통증이 심해 일상생활이 어려운 3기 환자와 연골이 심하게 마모되어 뼈끼리 서로 마찰하는 상태인 관절염 말기인 4기 환자의 경우에는 인공관절 치환 수술이 불가피하다. 이는 손상된 관절을 부분 혹은 전체 제거한 뒤 환자 뼈 모양에 맞춰 특수 제작된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수술로, 말기 관절염 치료에 효과적으로 대부분의 수술 환자가 60~80대 고령층이다. 많은 부모들이 통증이 나타나도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라고 생각하거나, 자녀들에게 부담을 줄까 아파도 참다가 증상을 키워 수술이 불가피한 말기 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초기에 적극적으로 잘 관리하면 퇴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연로하신 부모님이 무릎 통증을 호소하거나 평소 걸음걸이와 많이 다른 경우를 잘 살펴 건강을 챙겨보길 바란다.   (*이 칼럼은 동탄시티병원 진현기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동탄시티병원 진현기 원장2024/09/02 10:01
  • XY염색체 여자 복싱선수 논란… 악플보다 격려 쏟아져야 한다?

    XY염색체 여자 복싱선수 논란… 악플보다 격려 쏟아져야 한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아름다운 남성과 여성의 상징인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의 사이에서 난 아들인데 양성의 성을 뜻한다. 그래서 여성과 남성의 외형적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을 ‘허마프로다이트’라고도 한다. 중세에서는 남녀의 외형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을 완전한 신체라고 해 추앙받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는 아닌 것 같다. 지난 2024 파리 올림픽에서 XY 염색체의 여자 복싱 선수를 두고 뜨거운 설전이 있었다.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비교적 쉬운 이야기다.성별은 생각 밖으로 많은 요소들을 고려해 결정된다. 성별은 의학적으로 네 가지 기준으로 나눌 수 있다. 표현형 성, 유전형 성, 성선형 성, 젠더형 성으로 나눌 수 있다. 표현형 성은 태어났을 때 외성기의 모양으로 남녀를 결정하는 가장 흔하고 일반적인 기준이다. 유전형 성은 외성기가 모호하더라도 성염색체가 XY이면 남성, XX이면 여성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성선형 성은 성염색체나 겉모습과는 별개로 난소나 고환으로 성별을 결정하는 것이다. 의학적으로는 성선형 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데, 남녀의 성적 특성의 유지에 필요한 성호르몬을 생산할 수 있는 성선의 중요성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의료인이 성별을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살다가 보면, 염색체, 외형, 성선 모두 남성이라도 자신이 여성으로 생각되는 젠더 문제가 있을 때, 스스로 자신의 성별을 결정할 수 있다. 이때는 법적으로 해당 성별이 결정된다.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유전병을 이유로 여성이 XY 염색체를 가지는 것도 극히 일부 존재한다”고 했는데 사실이다. 이렇게 염색체와 성선, 외형이 서로 다른 상태를 ‘성분화 이상’이라고 하는데, 유전 질환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남성 및 여성 호르몬을 생산하는 종양이 발생해 후천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유전 질환으로서 가장 특징적인 예는 2만~10만 명당 한 명꼴로 발생하는 안드로겐무감응 증후군(Androgen Insensitivity Syndrome; AIS)이다. 염색체는 46XY고 고환도 있지만 남성호르몬 수용체의 이상으로 테스토스테론을 만들어도 해당 장기에서 남성화가 일어나지 않고, 과도한 남성호르몬이 여성호르몬으로 전환되면서 여성 외성기와 유방을 발육시킨다. 고환이 있는 여성이라는 의미로 고환여성화 증후군으로도 불렸다. 부분형은 남성호르몬 수용체의 감응 정도에 따라 남녀 혼합적 외형을 띈다. 진단에 중요한 조건은 여성 외형에 자궁과 난소가 없고 성숙된 고환이 양측 서혜부에 존재하며 정상적인 남성 테스토스테론 농도, 등이다. 대부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여아로 크다가 사춘기가 지나도 생리가 없어서 내원하기 때문에 대개 10대 중후반에 진단이 된다. 완전형은 46XY라도 외성기와 유방, 얼굴, 골격, 지방 분포, 등 완벽한 여성으로 남성의 특징을 찾아볼 수 없다. 10대까지 여성으로 살아왔기에 여성으로 살도록 결정한다. 치료는 고환암 발생 예방과 남성호르몬 제거를 위해 고환을 적출하고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며 필요하다면 다른 수술적 조치도 한다.염색체는 46XY, 혹은 46XX라도 난소와 고환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외형은 고환과 난소의 기능 정도에 따라 남성 혹은 여성 외형을 보인다. 이미 성년 상태이므로 본인의 의사로 성별을 결정하고 그것에 맞게 약물 치료 및 수술적 치료를 하게 된다. 47XXY, 48XXXY는 X 수가 많아서 여성 외형을 보일 것 같지만 X 수와 관계없이 Y 염색체가 있기 때문에 고환이 작고 여성형 유방이 있긴 해도 완전한 남성 외성기와 외모를 보이게 된다. 남아 500~1000명당 한 명 정도로 가장 흔한 성염색체 이상이며 ‘클라인펠터 증후군’이라 한다. 불임이 문제일 뿐 그 외는 큰 문제가 없다. 심지어는 남성 외모의 46XX도 있다. 난자와 정자의 세포 분열 중에 남성 분화를 주도하는 Y 염색체의 일부 유전자가 X염색체로 이동이 생겨서 발생하는데 2만~3만 남아 출산에 한 명꼴로 발생한다.이렇듯 성분화 이상 환자를 보면 여러 가지로 안타까운 부분이 많아서, 알제리 선수에게 악플보다는 오히려 격려가 쏟아져야 할 텐데, 왜 부정적 논란이 생기는 걸까? 여성의 경쟁 세계에서 XY 염색체로 인해 신체적 공정성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과연 Y 염색체는 근육량과 근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
    칼럼민권식 부산백병원 비뇨의학과 교수2024/09/02 07:45
  • 여름휴가 후 남은 건 칙칙한 피부… 관리 3계명

    여름휴가 후 남은 건 칙칙한 피부… 관리 3계명

    올 여름은 폭염이 지속됨에 따라 극심한 더위와 뜨거운 태양이 피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름 휴가를 보내고 나면 흔히 일광화상을 경험하는데 일광화상은 단순히 미용상의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피부를 손상시켜 피부에 문제를 일으키게 되므로 간단히 생각해서는 안 된다. 눈에 띄는 일광 화상이 없더라도 자외선은 단기적으로 피부를 태닝시키고 조기에 피부노화를 일으킬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DNA 세포 수준에 손상을 입히게 되어 피부암을 유발 할 수 있다. 특히 강렬한 자외선은 자외선 화상을 입힐 수 있고 흑색종을 포함한 피부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휴가 때 노출된 피부는 가능한 한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태양 노출에 대한 피부 관리를 적극적으로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휴가를 다녀와서 피부에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첫째, 휴가 후 일광화상으로 약간이라도 불편함이 있다면, 시원한 샤워를 하는 것이 좋다. 일광화상은 증상이 없는 약간의 붉은 정도부터 통증과 붓기를 동반하는 심한 화상까지 다양한데 아주 심하면 수포와 물집이 생길 수 있다. 또 광범위하고 심할 경우 발열, 오한, 두통, 메스꺼움 등의 전신 증상을 동반할 수도 있다. 가벼운 일광화상은 3~5일 이내에 호전되지만 물집이 생긴 정도의 심한 화상은 1~2주에 걸쳐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 휴가지에서 집에 돌아와 등과 어깨가 타서 붉은 상태라면 샤워를 할 때 저온 샤워로 피부를 식히고 염증반응을 줄여주는 것이 좋다. 화끈거리면 때를 밀거나 샤워퍼프나 목욕타월과 같은 클린징 천의 사용을 피하고 저온의 물로 간단히 씻어준다. 피곤을 푼다는 마음에 뜨거운 물로 반신욕을 하는 것은 피하고 샤워 후 부드러운 수건으로 피부를 가볍게 두드려 물기를 제거하고, 문지르지 않아야 한다. 화끈거림이 심하거나 물집이 생겼거나 통증이 있다면 피부과전문의병의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 빠르게 회복시키는 것이 좋다.둘째, 가능한 한 빨리 충분한 보습을 해주어 정상의 피부로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얼굴, 귀, 목은 물론 어깨, 가슴과 등, 팔, 다리, 발등, 손등까지 자외선에 노출된 부위에 꼼꼼히 보습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햇빛을 많이 받으면 피부는 푸석푸석해지고 자글자글한 잔주름이 두드러지는데 충분한 보습은 자외선에 의한 급성 피부변화를 호전시킨다. 자외선 노출이 워낙 심한 경우라면 보습 효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으므로 보습제를 바른 후에도 건조함이 느껴지면 보다 끈적거리는 무거운 제형의 모이스처라이저나 크림 제형을 반복해서 바르는 것이 좋다. 흔히 화끈거림이 있는 경우 알로에 식물의 잎을 잘라 피부에 붙이는 경우도 있는데 알로에는 열대다육식물로서 물이 거의 없는 더운 환경에서 생존 할 수 있으므로 많은 양의 액체를 저장하기 때문에 잎을 차갑게 한 후 가로로 잘라 그 단면을 피부에 직접 대서 진정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피부가 민감하거나 예민한 경우에는 직접 잎을 붙이기 보다는 알로에 성분이 함유된 무향의 모이스처라이저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적절한 보습제란 피부장벽기능을 잘 유지하고 손상된 피부장벽을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어야 한다. 선택이 쉽지 않다면 아토피용 피부에 사용하라는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아토피피부염은 대표적인 피부장벽 손상 질환이기 때문에 아토피 피부를 위하여 만들어진 보습제는 피부장벽 회복을 위한 적절한 성분이 충분할 것으로 생각되며 이런 제품을 사용하면 충분하다. 이런 제품의 특징은 약산성의 pH, 각질세포간 지질성분 함유, 항염작용 등을 갖고 있다. 더불어 피부를 건조하게 하거나 자극할 수 있는 제품은 1-2주 정도 피하는 것이 좋다. 여름철 사용하는 피지조절과 여드름 관련된 제품은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살리실산 및 알파하이드록시산을 포함한 각질제거제들은 피부가 촉촉한 상태로 되돌아 온 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거친 입자가 들어있는 스크럽제나 모공축소 관련제품도 바로 사용하기 보다는 피부에 충분히 보습이 된 후 사용하길 권한다.마지막으로, 휴가 후 며칠 동안은 태양을 완전히 피하는 것이 좋다.햇볕에 탄 후에는 며칠 동안 햇빛을 피하는 것이 좋은데 피부가 휴식을 취하고 회복되도록 가급적 야외 활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실내에 머무는 것이 여의치 않다면 자외선차단제를 듬뿍 바르고 가급적 긴소매 옷으로 가리고 그늘에 머무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경우 자외선차단제의 차단지수인 SPF가 높으면 자주 바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더운 날씨에 땀에 의해 씻겨 없어지기 때문에 2~3시간마다 덧바르고, 땀을 많이 흘린다면 수시로 발라주는 것이 좋다. 스프레이 타입의 제품은 흡입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폐 질환이나 천식이 있는 경우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고, 숨을 참을 수 없는 아이들에게는 스프레이 형태의 자외선차단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외선차단제는 UVA와 UVB 광선을 모두 차단하는 SPF 30이상의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흐린 날에도 자외선의 최대 80%가 구름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비가와도 발라주어야 한다.자외선 노출이 적으면 자외선과 연관되는 비타민 D 수치가 부족할지에 대해 우려를 하는 경우가 있다. 비타민 D는 우리 신체의 여러 기능에서 중요한 영양소로 비타민 D의 부족은 경구 보충제나 근육주사로 보충이 가능하기 때문에 피부암을 유발할 수 있는 자외선 노출로 비타민 D를 보충할 생각을 하기보다는 자외선으로부터 손상되는 피부를 보호해주고 부족한 경우에는 비타민 D를 추가로 보충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칼럼아름다운나라피부과 서동혜 원장(피부과 전문의)2024/08/30 07:45
  • 악의 축으로 인식됐던 ‘게임’… 주의력 높아진다는 연구 나왔다

    악의 축으로 인식됐던 ‘게임’… 주의력 높아진다는 연구 나왔다

    “으앙~” 오늘도 집안에 우렁찬 울음소리가 퍼진다. 보진 않았지만, 무슨 일인지 알고 있다. 보나마나 화장실에 숨어서 게임을 즐기던 막내 녀석이 엄마에게 들켜 핸드폰을 빼앗겼을 테다. 게임이 뭔지, 매일 전쟁이다.요즘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아마도 게임이 아닐까 싶다. 이젠 학교 수업에서도 스마트폰이 필요한 시대. 어쩔 수 없이 사준 스마트폰은 부모의 기대와 달리 아이들의 게임기로 변하기 일쑤다. 게임은 자녀의 대학 진학을 막는 장애물이요, 게임 중독이라도 빠지게 되면 청천벽력이니, 아마 부모들은 스마트폰 없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하지만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도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주구장창 놀았다)게임의 심리적 영향은 심리학에서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주제다. 초창기 연구들은 게임 중독을 포함한 부정적인 효과에 초점을 맞췄다. 기껏 긍정적인 효과를 언급하는 연구들은 학습에서 게임적 속성을 이용하면 학습에 더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정도였다.이렇듯 게임이 악의 축으로 인식되던 어느 날 게임 유저들에게 단비와 같은 연구가 발표됐으니, 2003년 무려 세계 최고 학술 잡지 중 하나인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그린(Green)과 바벨리에(Bavelier)의 논문이다. 그들은 컴퓨터 게임을 하면 주의력이 ‘증진’한다고 주장했다. 세상에, 주의력에 악영향을 안 끼치는 것도 아니고, 주의력이 높아진다고?그들은 컴퓨터 게임을 즐겨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시각 주의력을 비교했는데, 모든 시각 주의력 관련 과제에서 게이머들이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물론 이 결과만을 가지고 컴퓨터 게임이 주의력을 높여준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타고나기를 주의력 높은 사람들이 컴퓨터 게임을 더 즐기는 게이머가 될 확률이 높다는 주장을 기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의력이 높은 사람들은 게임을 시작하는 시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게임을 더 잘할 수 있고, 이는 강화 요인이 돼서 게임을 더 즐겨하는 성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이 같은 비판을 의식했는지 연구자들은 단순히 게이머와 비게이머를 비교하는 연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컴퓨터 게임이 시각 주의력을 증진시키는 지를 직접 검증했다. 평상시에 게임을 즐겨 하지 않는 비게이머들을 실험 참가자로 모집한 후, 2개 집단으로 구분했다. 첫 번째 집단(실험집단)은 하루에 1시간씩 10일 동안 FPS(1인칭 슈팅 게임)를 하도록 했고, 두 번째 집단(통제집단)은 테트리스를 하도록 했다. 둘 모두 컴퓨터 게임이기는 했지만, 아군과 적군을 구분해 빨리 총을 쏴야 하는 FPS 게임은 주의 능력을 요구하는 반면, 테트리스는 시각 주의와 큰 상관이 없는 게임으로 판단했다.연구 결과는 FPS 게임을 10일 동안 한 집단에서 시각 주의 능력이 유의하게 증진된 것으로 나왔다. 설마 했던, 게임을 하면 주의 능력이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와버린 것이다. 게임을 하면 주의력이 나빠진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부모들에게 대꾸할 수 있는 합법적(?)이자 과학적 근거가 만들어진 셈이다.하지만 명심해야할 것은 이 연구의 결과는 시각적 주의 능력이 좋아진다는 것이지, 주의 집중력이 좋아진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 내용을 잘 보면, 주의 능력이 좋아진 결과로 방해 자극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고 한다. 주의 능력이 좋으면 방해 자극을 잘 억제할 것이라는, 즉 주의 능력 좋으면 집중해서 공부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리의 헛된 믿음과는 달리, 주의 능력이 좋으면 주어진 과제를 보다 쉽게 할 수 있고, 남는 주의가 자동적으로 주변에 있는 방해 자극에까지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실 ‘나 게임 많이 해서 주의 집중력이 좋아졌어’라는 게이머들의 항변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어쨌건 이 기념비적 연구 이후로 컴퓨터 게임이 갖고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하는 많은 연구들이 있었다.(물론 게임을 사랑하는 많은 연구자들의 노력과 게임 회사의 지원이 어우러진 측면이 있기는 하다) 심지어 컴퓨터 게임을 하면 사회성이 좋아진다는 연구까지 나타났다. 과거 컴퓨터 게이머라 하면 은둔형 외톨이처럼 살아가는 사람을 떠올린 것과는 정반대 결과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팀 플레이가 많은 게임의 속성을 생각하면, 컴퓨터 게임을 할수록 사회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는 당연한 일이다.사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함께 있다. 컴퓨터 게임만 해도 장·단점이 있음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 마음은 이렇게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나쁜 것, 혹은 좋은 것 두 가지로 구분하는 것이 속 편하다. 그러니 컴퓨터 게임을 ‘악의 축’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녀의 모든 문제에 대한 좋은 변명거리로 삼았던 것은 아닐까?주구장창 게임을 했던 한 학생과 면담을 하는데, 게임이 그렇게 좋으면 그쪽으로 진로를 잡아보라는 나의 말에, 그 학생은 ‘교수님, 저 게임이 좋아서 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뭐 할지 몰라서 하는 거에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문제는 컴퓨터 게임 중독이 아니라, 진로를 찾지 못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의 컴퓨터 게임 몰입은 걱정되지만, 필요한 것은 ‘금지!’가 아닌, 대화와 소통이 아닐까 싶다.
    칼럼한림대 심리학과 최훈 교수​2024/08/26 07:45
  • 황혼육아에 무너지는 어깨… 시니어 회전근개 파열과 한방치료법

    황혼육아에 무너지는 어깨… 시니어 회전근개 파열과 한방치료법

    이달 초중고등학교의 개학 시즌이 도래했지만, 일부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돌봄 기관들은 여름방학을 이어가고 있다. 돌봄 선생님들의 휴식과 차기 교육 프로그램 준비를 위해 한 템포 쉬어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해당 기간 어린 자녀를 둔 일부 맞벌이 부부들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기존대로라면 일과 중 어린 자녀들의 위탁 돌봄이 가능했지만, 이들 기관들의 방학으로 자녀들을 맡길 곳이 사라졌기 때문이다.이럴 때 맞벌이 부부들은 자신들의 부모를 찾기 마련이다. 시니어 세대들도 손주를 봐달라는 자녀들의 요청을 쉽사리 뿌리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문제는 시니어 세대들이 육아를 하는 동안 손주들을 안고 내려놓기를 반복,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진료를 하다보면 이런 사유로 어깨 회전근개에 파열 증상을 보여 내원하는 환자들과 종종 마주하곤 한다.회전근개는 어깨 관절 주위를 덮고 있는 4개 근육으로, 회전운동과 안정성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4개 근육 가운데 하나 또는 그 이상이 손상되면 어깨 통증과 근력 약화, 어깨 결림, 삐걱거리는 소리 등이 동반된다. 회전근개 파열은 특히 50대 이상 시니어들에게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회전근개 파열을 겪은 50~70대 환자는 64만5440명으로 전체 환자(89만24명)의 72.5%에 달했다. 주로 50대부터 시작되는 퇴행성 변화에 따라 자연적으로 파열되는 경우가 주 요인으로 지목되는데, 육아 업무가 가중되면서 관련 증상이 심화되기도 한다.한의학에서는 침 치료와 약침 등이 병행된 한방통합치료로 회전근개 파열 환자의 회복에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내고있다. 먼저 한약재 추출물을 정제한 약침을 주사해 통증을 감소시키고 어깨의 가동범위를 넓힌다. 이어 어깨 주변 견우혈, 견정혈 등에 침 시술을 진행해 근육과 인대의 회복 속도를 높여준다. 실제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연구팀은 지난 2015년 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회전근개 파열 진단을 받은 입원 환자 28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객관적인 치료 효과 분석을 위해 ▲통증숫자평가척도(Numeric Rating Scale, NRS) ▲어깨통증장애지수(Shoulder Pain and Disability Index, SPADI) 등의 지표를 활용했다. NRS(0~10)와 SPADI(0~100)는 숫자가 클수록 통증 및 장애 정도가 심함을 뜻한다. 연구 결과 NRS는 입원 당시 평균 5.8에서 퇴원 시 경증 수준의 3.5로 떨어졌다. SPADI 역시 입원 당시 51.48(중증 수준)에서 퇴원 시 37.76(낮은 수준)으로 호전됐다. 어깨 관절가동범위(Range of Motion, ROM) 검사에서도 굴곡, 신전, 외전, 내전, 외회전, 내회전 등 6가지 검사 모두 유의미한 개선이 있었다. 연구팀의 해당 논문은 SCI(E)급 국제학술지 'EXPLORE'에 게재되기도 했다.눈에 넣어도 안 아플 예쁜 손주들을 만나게 되면 마음이 앞서기 마련이다. 그러나 장시간 들었다 놨다 하는 행동을 가급적 줄이는 등 무리하게 손주를 돌보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가벼운 어깨 스트레칭으로 굳어진 인대와 근육을 틈틈이 풀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칼럼일산자생한방병원 배영현 원장2024/08/23 10:00
  • 밀가루 대신… 오트밀 건강하게 먹는 법

    밀가루 대신… 오트밀 건강하게 먹는 법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본 소위 ‘건강식’ 비디오들에서 눈에 들어오는 경향이 하나 있었다. 오트밀을 갈아 밀가루의 대안으로 쓰는 것이었다. 과연 오트밀이 밀가루의 건강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영어 이름으로 부르기에 대단한 것 같지만 사실 오트밀은 가공한 귀리이다. 알곡이 단단해 익혀 먹기가 쉽지 않아 껍질을 벗겨내고 쪄 납작하게 누르거나 빻아 제품화했다. 가공의 양태에 따라 오트밀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즉석 오트밀이다. 곡물의 형태가 사라질 정도로 빻아 거의 부스러기에 가깝다. 덕분에 물을 부어 바로 먹을 수 있지만 맛도 질감도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사실 우리 인간의 식사보다는 말의 여물 같은 느낌이다. 두 번째는 누른 오트밀이다. 압맥처럼 납작하게 눌러, 즉석 수준은 아니더라도 꽤 금방 익혀 먹을 수 있다. 역시 썩 맛있지는 않다.마지막으로 스틸컷 오트밀이 있다. 귀리 알곡을 철제 칼날로 두세 토막을 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앞의 두 오트밀에 비해서는 조리가 현저히 오래 걸리지만 씹는 맛도 좋고 꽤 고소하다. 아일랜드의 전통 음식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밤새 불려 뒀다가 아침에 끓이는 ‘오버나이트 오트밀’로 조리하면 훨씬 덜 번거롭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이처럼 맛과 질감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조리 시간을 줄여 편하게 먹으려고 귀리를 가공하는 가운데, 세 오트밀에는 공통점이 있다. 껍질을 벗겨낸 나머지 요소들을 전부 가공한다는 점이다. 곡식은 겨와 눈, 배젖으로 구성되어 있다. 알곡의 몸체인 배젖은 눈이 싹을 틔우는데 필요한 영양 공급원이므로 가장 비율이 크고 전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말하자면 배젖이 우리가 알고 있는 탄수화물인데, 여기에 겨와 눈이 가세해 섬유질과 기타 영양소의 균형을 잡아준다. 앞서 살펴본 세 종류의 오트밀 모두 껍질만 벗겨낸 통곡물을 가공한 것이므로 영양소면에서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실제로 미국 식약청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모두 40g 기준 148kcal에 탄수화물 27g, 섬유질 4g, 당 0.5g, 지방 3g 수준이다. 따라서 오트밀을 갈아서 밀가루 대신 쓰더라도 겨와 눈을 도정으로 완전히 갈아내 배젖, 즉 탄수화물만 남긴 흰밀가루보다는 건강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오트밀 가루에는 쫄깃함, 즉 탄성을 책임지는 단백질인 글루텐이 없으므로 제빵에서 밀가루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사실만은 염두에 두자. 비타민 B1과 망간, 마그네슘 등 미네랄의 좋은 공급원으로 오트밀은 슈퍼푸드의 자리를 호시탐탐 넘본다. 이런 오트밀이 미국에서 아침 식사 메뉴로 퍼지면서 흑설탕을 더하는 등 단맛을 불어 넣어 건강에 미치는 좋은 영향이 상당 부분 희석돼 버렸다. 오트밀을 식사에 편입시키고자 한다면 첨가물 등을 배제한 귀리 자체만 사서 소금간을 해 심심한 죽으로 끓여 먹는 게 좋다. 앞서 언급했듯 짧은 조리시간에 반비례해 맛이 없으므로 웬만하면 스틸컷 오트밀을 권한다. 사실 우리에게는 압력밥솥이 있으므로 조리가 훨씬 간편해질 수 있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통귀리를 사서 쌀에 더해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다. 살짝 까끌까끌하지만 구수하다. 너무 많이 더하면 밥이 끈적거릴 수 있다.
    칼럼이용재 음식평론가2024/08/23 07:45
  • [의학칼럼] 손가락 골절, 이제는 절개 없는 수술로 해결

    [의학칼럼] 손가락 골절, 이제는 절개 없는 수술로 해결

    손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관절 중 하나다. 다른 관절에 비해 작고 섬세해 미미한 충격에도 쉽게 다칠 수 있다. 운동하면서 꺾이거나, 넘어지는 등의 사고로 다치면 즉각적인 통증과 부종이 생긴다. 가볍게 넘기지 말고 수부 전문 정형외과를 내원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손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을 가졌거나 스포츠를 비롯한 취미활동을 즐기는 경우, 손가락 부상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만약 통증이 손가락의 여러 부위에서 발생한다면 손의 과도한 사용이 원인일 수 있지만 한 손가락에서만 발생한다면 골절을 비롯한 구조적 손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손가락 골절의 주된 원인은 사고와 스포츠 부상으로, 통증이 지속되거나 부종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가볍게 여기지 말고 즉시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손은 손목의 8개의 수근골, 손바닥의 5개의 중수골, 손가락을 구성하는 14개, 총 27개의 뼈로 이루어진 매우 정교한 관절이다. 손가락 골절은 이 중 하나 이상의 뼈가 부러지는 걸 의미한다. 단순히 뼈만 다치는 게 아니라 주변 인대, 근육, 신경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손가락 골절이 발생하면, 손가락 모양이 변형되거나 어긋나는 느낌이 들 수 있다.간혹 개방성 골절로 골절 부위에 상처가 동반된 경우 세균 감염 등 추가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엑스레이, CT 등의 정밀 검사를 시행해 골절 상태와 연부 조직 손상 정도를 확인한 후, 손상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비수술적 치료 방법으로 깁스를 비롯한 보조기를 착용할 수 있다. 다만 복합 골절이나 불안정한 골절의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수술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으며 특히 손은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는 부위이기 때문에 흉터를 비롯한 미관성 문제로 수술을 결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에는 절개 없이 시행하는 수술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비절개 골절 수술은 ‘C-arm(이동식 엑스레이)’ 장비를 이용해 수술실에서 골절된 뼈를 확인해 원래 위치에 맞게 뼈를 정복한 후, 핀이나 나사 등을 이용해 뼈를 맞추고 고정하는 방법이다. 수술 중 실시간으로 골절 부위의 정복 및 고정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며, 흉터가 남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후 깁스 등의 보조기를 착용해 수술 부위를 보호하고 냉찜질,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을 병행해 약 4~6주간 경과를 관찰하게 된다.손가락 관절은 다른 관절에 비해 조금만 쓰지 않아도 금방 강직이 발생한다. 따라서 비절개 골절 수술 후에는 재활 운동을 가급적 빨리 시작하고 점진적으로 가동 범위를 늘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이 칼럼은 ​새움병원 이승건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새움병원 이승건 원장(정형외과 전문의)2024/08/20 10:16
  • [의학칼럼] 회전근개파열로 이어질 수 있는 만성어깨충돌증후군, 견봉하 감압술로 해결

    [의학칼럼] 회전근개파열로 이어질 수 있는 만성어깨충돌증후군, 견봉하 감압술로 해결

    최근 어깨충돌증후군 환자들을 위한 견봉하 감압술이 효과적인 치료 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어깨충돌증후군은 주로 견봉(어깨 뼈) 아래의 공간이 좁아지면서 회전근개와 견봉이 충돌하여 발생하는 질환으로 회전근개와 그 주변 조직에 염증을 일으켜 통증을 유발한다.이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는 선천적으로 갈고리 모양의 견봉을 가지고 있거나, 외상으로 인해 견봉 아래 공간이 좁아진 경우가 있다. 또 나이가 들면서 어깨 근육과 인대가 약화되거나 퇴행성 변화가 일어날 경우 어깨 충돌 증후군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어깨충돌증후군​의 주요 증상으로는 팔을 들어 올릴 때 어깨 앞쪽에서 느껴지는 통증이다. 특히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릴 때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 이외에도 팔을 들어 올릴 때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거나, 팔 사용 후 어깨가 뻣뻣해지고 움직임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초기에는 경미한 통증으로 시작되지만, 증상이 악화되면 어깨의 움직임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질환의 초기 단계에서는 물리치료, 약물치료, 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가 우선적으로 시행된다. 하지만 3개월 이상의 보존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통증이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이때 견봉하 감압술이 적합한 치료법으로 고려될 수 있다. 이 수술은 팔을 들어 올릴 때 걸리는 느낌이 지속되거나, 선천적으로 갈고리 모양의 견봉을 가진 환자들, 그리고 보존적 치료를 수개월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반복되거나 회전근개 파열이 진행 중인 환자들에게 권장된다.견봉하 감압술은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최소 절개로 시행된다. 수술 과정은 어깨 부위에 작은 절개를 통해 관절내시경을 삽입하고 병변을 확인한 후, 회전근개를 자극하는 뼈를 제거하고 염증이 생긴 조직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견봉과 회전근개의 마찰을 줄여 통증을 완화하고 어깨의 움직임을 개선할 수 있다. 수술 후에는 대개 1주일 내에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으며, 2주 후에는 가벼운 운동이 가능하다. 또한, 3주 후부터는 근력 강화 운동을 병행하여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이 칼럼은 ​새움병원 박준식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새움병원 박준식 원장(​정형외과 전문의)​2024/08/19 14:04
  • 삼계탕 단골손님 ‘황기’… 아이와 남자에게도 좋아

    삼계탕 단골손님 ‘황기’… 아이와 남자에게도 좋아

    올해 유독 긴 무더위에 지쳐있다면 보양식 생각이 간절하다. 보양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 삼계탕이다.삼계탕(蔘鷄湯)은 이름 그대로 인삼과 닭을 넣고 푹 삶아 만든 여름 보양식이다. 고기를 먹는 것이 귀했던 시절, 지치기 쉬운 여름철만큼은 꼭 단백질 보충이 필요했고, 그래도 가장 친숙한 닭에, 몸에 좋은 한약재를 이것저것 넣어 최고의 효과를 발휘하게 만든 요리가 삼계탕이다.사실 삼계탕에서는 닭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삼계탕에 들어가는 한약재다. 괜히 삼계탕에서 닭(鷄)보다 먼저 인삼(蔘)이 나오는 게 아니다. 그만큼 여름철에 제대로 된 보양을 위해서는 사용되는 한약재가 중요하다는 뜻이고, 이 삼계탕에서 인삼만큼 중요하고 빠지면 안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황기다.황기는 아주 오랜 사용의 역사가 있는 한약재인데 약 2000여년 전부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최초의 한약재 서적인 신농본초경에도 황기가 기록되어 있다. 역사가 오래 된 만큼 다양한 질환에 사용되어 왔으며 그만큼 효과도 다양하다. 항산화, 항바이러스, 항염증을 포함하여 면역 조절을 활성화시킬 뿐 아니라 간 보호, 신경 보호도 주된 효능이다. 또한 항-고혈당 활성 작용도 있어 당뇨합병증을 억제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미 중국에서는 당뇨 치료에 황기를 주사 및 경구제로 활용하고 있으며 몇몇 연구에서는 황기가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억제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다고 밝히고 있다.특히 요즘 가장 주목받는 것은 강장제로서의 역할인데 정자운동성을 증가시키고 수컷 동물의 발정을 유발했다는 연구 결과도 보인다. 더불어 성장호르몬 분비, 성장 촉진 활성에도 도움을 주는데 최근 시중에 나와 있는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의 주성분이 황기인 것도 이를 기반으로 한다.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아이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사용해 왔던 황기건중탕, 만성피로의 대표 처방인 보중익기탕 등의 군약(가장 중요한 구성 약재)으로 황기를 사용했으며 여름철 보양식인 삼계탕에도 황기가 들어가는 이유다.게다가, 황기는 인삼만큼 효과가 좋으면서도 인삼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효과도 좋고 구하기도 쉬워 다른 약재들과의 배합을 통한 처방과 연구도 많이 진행되었는데 황기와 지황을 배합하면 당뇨병성 족부궤양에 더욱 큰 효과가 있으며, 황기와 단삼 배합은 만성피로증후군에 효과를, 황기와 당귀를 배합한 당귀보혈탕은 에스트로겐 효과, 조혈작용, 면역 조절 작용과 같은 약리작용을 보인다.더 놀라운 점은 뛰어난 약리효과 대비 부작용도 적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삼계탕을 포함해 여러 음식에 활용되었으리라 본다. 다만, 보다 효과를 더 볼 수 있는 체질이 있는데, 마르고 소화를 못 시키는 유형의 환자나 살집은 있지만 피부가 희고 살이 말랑말랑하고 땀이 많은 유형의 환자에게 황기가 더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경향이 있다.가정에서는 황기와 당귀를 각각 30g씩 4리터의 끓은 물에 넣고 30~40분 정도 끓인 후 식혀서 냉장고에 넣고 하루 2-3회 마시는 것도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 특히 질병이 아님에도 안색이 창백하고 자주 어지러운 여성이 꾸준히 마실 경우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다만 앞서 설명했듯 다른 한약재와 배합했을 경우 보다 다양하고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한의원을 방문하여 내 몸에 맞는지 상담을 받거나,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진단을 통한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
    칼럼최윤용 한의사(으뜸생약 대표) 2024/08/19 07:15
  • 가까운 사람과 갈등 잦아진다면… "화 대신 진심을 전하세요"

    가까운 사람과 갈등 잦아진다면… "화 대신 진심을 전하세요"

    가까운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가끔 이런 말을 주고받을 때가 있다. “왜 갑자기 짜증을 내?” “왜 갑자기 나한테 화를 내는 거야?”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때도, 혹은 반대로 듣게 되는 경우도 흔히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갑작스러운 분노를 느끼게 되는 걸까? 시간이 지나 그 순간을 되돌아보면, 그토록 화를 억제하지 못했던 이유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번 글에서는 우리 내면 깊숙이 숨겨진 감정의 비밀을 탐구하고, 서로에게 진심을 전하는 대화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당신이 저녁 먹고 들어와도 된다고 했잖아!먼저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인 한 남성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는 회사에서 퇴근하려던 찰나에 갑작스럽게 저녁 약속이 생겨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갑자기 저녁 약속이 생겼어. 저녁 먹고 들어갈게” 아내는 기분 좋게 “그래, 밥 잘 먹고 너무 늦지 마”라며 전화를 받았다. 남편은 약속을 마치고 늦지 않게 집에 들어갔지만, 아내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남편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하고 아내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때, 아내가 갑자기 쏘아붙였다. “지난주에도 갑자기 저녁 약속 잡지 않았어?” “이번 주 토요일도 모임 있다고 나간다며?” “당신은 맨날 밖에서 놀기만 하잖아!” 이처럼 날카로운 말들이 점점 더 큰 소리로 이어졌다. 당황한 남편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까는 기분 좋게 전화했잖아. 갑자기 왜 이래?” “네가 싫어했으면 저녁 먹고 오지 않았겠지. 왜 갑자기 태도가 이랬다저랬다야?” “이게 그렇게 화낼 일이야?” 그러자 아내는 울먹이며 소리쳤다. “이 상황에서 내가 화가 안 나겠어?” 이 대화는 결국 두 사람 모두 상처를 입은 채 끝이 나고 말았다. 상황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가까운 관계에서 갑작스러운 감정의 폭발로 다툼이 일어나는 패턴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을 것이다. 갑작스런 화, 그리고 그것이 정말 화낼 일인가를 묻는 상황, 또 상대방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더 화가 나는 순간들 말이다. 그렇다면 아내는 왜 이렇게까지 소리치며 화를 냈을까? 그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더 나은 표현 방법은 없었는지 함께 고민해 보도록 하자.분노에는 각자의 이유가 꼭꼭 숨겨져있다남편에게서 저녁 약속이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아내는 이미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후 첫째 딸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딸, 언제 오니?” 그러자 첫째는 오늘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늦게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니, 왜 미리 이야기를 안 했어?” 아내가 물었지만, 딸은 답답하다는 듯 대답했다. “엄마, 며칠 전에 말했잖아. 끊어 이따 봐.” 딸과의 통화가 끝나자 아내는 기운이 빠져버렸다. 그녀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저녁을 준비하던 중, 마침 둘째 아들이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이 녀석도 이미 친구들과 분식집에서 저녁을 먹고 왔다는 것이 아닌가. 아내는 최근 들어 자신이 가족들에게 점점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런 감정에 내심 힘들어하고 있던 차에, 오늘 저녁 가족들로부터 완전히 외면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며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외로움과 서운함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남편과의 큰 다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아내의 갑작스러운 분노는 단순히 남편의 저녁 약속 때문이 아니라,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느낀 소외감과 외로움이 오랫동안 쌓인 결과였다. 이러한 감정의 폭발은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상황이며, 이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우리는 모두 두 가지 감정을 가진다: 1차 감정과 2차 감정우리의 감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로 1차 감정(Primary Emotion)과 2차 감정(Secondary Emotion)이다. 1차 감정이란 특정 상황에 대한 우리의 본능적이고 즉각적인 감정 반응을 말하며, 이는 우리의 진심 어린 내면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기쁨, 행복, 만족감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나 두려움, 외로움, 상실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1차 감정에 속한다. 이러한 감정들은 우리의 내면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로 나타난다. 반면, 2차 감정은 1차 감정 뒤에 이어지는 감정으로, 있는 그대로의 감정이 아닌 가공된 감정이라 할 수 있다. 주로 부정적인 1차 감정에 대한 방어기제로 인해 발생하며, 이는 화나 분노와 같은 형태로 표현된다. 즉, 2차 감정은 1차 감정을 숨기고 방어하려는 우리의 무의식적인 반응인 셈이다.우리가 1차 감정과 2차 감정을 구분하려는 이유는, 관계를 손상시키는 대화에서 반복되는 문제가 이 두 감정의 차이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진정으로 중요한 1차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대신 2차 감정으로 소통하는 경향이 있다.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진솔한 감정 소통이 이루어지려면, 근본적인 1차 감정을 드러내야 하지만, 2차 감정이 그 과정을 방해한다. 앞서 언급한 아내의 사례를 통해 이 문제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자. 관계를 더욱 가깝게 만드는 표현 방식은 따로 있다아내가 이날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요즘 가족들에게서 느끼는 소외감과 외로움으로 인한 고통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가족들에게 버려졌다는 느낌에 상처받았고, 그로 인해 더욱 힘들어졌다는 감정을 전하고 싶었다. 외로움, 상실감, 그리고 가족과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바로 아내의 1차 감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솔직한 감정들이 남편에게 제대로 전달되었을까? 남편이 느낀 것은 아내의 분노뿐이었다. 그는 아내가 단지 자신이 저녁을 먹고 늦게 들어온 것 때문에 화가 난 것이라고 받아들였고, ‘이 정도로 화를 낼 일인가?’라는 생각만 하게 되었다. 화는 오히려 관계를 멀어지게 만드는 감정일 뿐, 가깝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좋을까? 중요한 것은 바로 앞서 말한 1차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요즘 당신도 그렇고 아이들도 나에게 너무 무관심한 것 같아. 그래서 요즘 굉장히 외롭고, 마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많이 힘들어. 당신이 좀 더 나에게 신경 써주고, 내 옆에 더 있어줬으면 좋겠어. 함께 시간을 더 많이 보내면 행복할 것 같아” 이런 방식으로 대화를 한다면, 남편은 아내가 요즘 얼마나 외로웠는지, 그리고 자신이 무심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앞으로 더 함께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진심이 통한다’는 말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 나온 것이다. 2차 감정은 우리를 멀어지게 만들지만, 1차 감정의 표현은 관계를 더욱 가깝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있다.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방에게 실망하거나 화가 나는 일이 많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바로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기대만큼 상대방이 해주지 못할 때 우리는 실망하고 화가 나지만, 이 화가 우리의 중요한 감정을 가리고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마음속 깊이 숨겨진 기대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더 진솔하게 표현해보자. 감정 표현의 방식을 조금씩 바꿔 나간다면, 소중한 이들과의 다툼이 줄어들고,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칼럼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한승민 대표원장2024/08/1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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