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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절기 건강지킴이 차로 좋은 결명자와 둥굴레

    환절기 건강지킴이 차로 좋은 결명자와 둥굴레

    언제 끝나나 했던 폭염이 끝나자마자 아침과 저녁으로는 이따금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싸늘한 바람이 부는 요즈음이다. 갑자기 큰 폭으로 떨어진 기온과 일교차는 그야말로 면역력에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 몸이 정신을 못 차릴 때에는 따뜻한 차를 자주 마시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필자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생수라는 건 당연히 상상도 할 수 없었고, 수돗물에 보리차나 결명자차, 둥굴레차를 넣어 음용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결명자차나 둥굴레차를 즐기는 것이 마음에는 여유와 추억을 주고, 몸에는 면역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결명자(決明子)는 아시아에서 식품과 의약품 오랜 기간 사용되었던 한약재다. 그 이름의 한자 뜻풀이만 봐도 가장 큰 효능을 알 수 있는데, 이름 그대로 밝게 해주는, 즉 시력 개선의 효과가 가장 대표적이다. 본초강목에서는 ‘오래 복용하면 눈동자에 유익하고 몸이 가벼워진다’고 표현하고 있고, 향약집성방 역시 ‘장복하면 눈의 정광을 더해 준다’고 하며 눈 건강 한약재 중 으뜸가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이 외에도 다양한 작용이 있는데 사하 작용이 있어 변비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최근 연구 결과들에서는 비만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비만 처방에도 조금씩 그 사용례가 늘어나고 있다. 시력을 개선하고, 변비에도 효과가 있으며 비만까지 두루 사용할 수 있으며 독성 평가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한약재로 평가되고 있기에 환절기만 아니라 그야말로 현대인이 곁에 두고 차로 즐겨 마시기에 이만한 것이 없을 정도다.둥굴레차 역시 결명자차와 마찬가지로 사시사철 언제 먹어도 좋지만, 환절기의 떨어진 면역력을 생각해본다면 환절기에 조금 더 특화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둥굴레는 한약재로 황정이라고 하는데 한나라 시대부터 약물로 사용되었으며 진, 금나라 시기에는 곡물의 대용으로 사용되었으며 예로부터 흉년에 구황작물로 쓰였을 만큼 영양성분이 풍부한 고품질 작물이기도 하다.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12세기에 저술된 경제총여라는 의서에서는 젊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표현이 있는 등 미용 목적의 약재로도 쓰였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항산화 및 항노화 작용이 첫손 꼽히며 면역력을 강화하고 항염 작용도 뛰어나다. 즉 환절기 갑자기 떨어진 면역력을 물 대신 음용하며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최근에는 가벼운 불면증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으니 더더욱 좋다.결명자와 둥굴레를 차로 음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결명자나 둥글레 20g을 물로 씻어서 5분 정도 찬물에 담구었다가 물 1리터에 넣고 끓이면 된다. 두 개를 함께 넣고 끓이려면 각각 10g씩 넣고 끓인다. 참고로, 결명자는 씨앗 내부의 기름을 제거하면 더 고소해지므로 세척 전에 5분 정도 프라이팬에서 약한 불로 볶은 후 사용하면 좋고 둥굴레는 물에 넣고 같이 끓이기 보다는 물을 끓으면 불을 끄고 둥굴레를 넣어 침출해서 마시는 것이 좋다.
    칼럼최윤용 한의사(으뜸생약 대표)2024/10/25 07:15
  • 차갑게 먹으면 혈당이 덜 오른다고?

    차갑게 먹으면 혈당이 덜 오른다고?

    2020년을 기준으로 4년 전과 비교하여 20대 당뇨환자는 47%, 30대 당뇨 환자는 25.5%가 늘어났습니다. 점차 높아지는 2030 당뇨 유병률로 인해 젊은 사람들도 당뇨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며, SNS를 통해 다양한 당뇨 예방법 및 혈당 관리법을 공유하고 있는데요.최근에는 식사 전후로 애사비(애플-사이다-비니거)를 마시거나, 식단탄(식이섬유 -> 단백질 -> 탄수화물) 순서로 식사를 하는 것이 식후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SNS를 통해 퍼져, 많은 사람들이 애사비나 식이섬유 파우더를 식전에 물에 섞어 드시기도 했습니다.오늘은 온라인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손쉬운 식후 혈당 개선 방법을 한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오늘의 퀴즈: 차갑게 먹으면 혈당이 덜 오른다?정답은 △입니다.같은 음식을 먹을 때 차갑게 먹으면 대체로 식후에 혈당이 덜 오르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음식의 온도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근거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핵심 근거1. 아래는 당뇨 환자(이하 당뇨인)와 당뇨가 없는 사람(이하 비당뇨인)을 대상으로 실험한 연구입니다. 이 연구의 참여자들은 포도당(75g)을 물(300ml)에 타서 마셨으며, 각 그룹 사이에 물의 온도를 다르게 하였습니다. 이후 그룹 별로 식후 혈당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확인하였습니다.1)    그룹1: 비당뇨인이 뜨거운 포도당 용액을 마심 (물 온도 : 50°C)2)    그룹2: 비당뇨인이 차가운 포도당 용액을 마심 (물 온도 : 8°C)3)    그룹3: 당뇨인이 뜨거운 포도당 용액을 마심 (물 온도 : 50°C)4)    그룹4: 당뇨인이 차가운 포도당 용액을 마심 (물 온도 : 8°C)아래는 실험 참가자의 식후 혈당을 측정한 결과입니다.
    칼럼김연휘 의사·유튜브 ‘근알의’ (근거를 알려주는 의사) 운영2024/10/21 07:15
  • "왜 우울한지, 왜 불안한지 모르겠어요"… '과거 상자'에 다가가보세요

    "왜 우울한지, 왜 불안한지 모르겠어요"… '과거 상자'에 다가가보세요

    "제 우울증의 원인이 뭔가요?" 진료시간에 자주 듣는 질문이지만 항상 대답이 어렵습니다. 우리 심리 상태의 이유를 딱 한마디로 정리해 말하기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과 진단과 치료에서도 원인을 밝히기보다는 증상 관리와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회복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자신이 왜 우울한지, 왜 불안한지 모르겠다, 왜 죽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지 알 수 없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종종 저도 함께 길을 잃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물론 이 길을 찾아 나가는 것은 정신과 의사의 중요한 역할입니다.자기 감정의 특별한 이유를 현재에서 찾지 못한다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봅니다. 대부분의 트라우마는 스스로 '자연회복' 되기 마련이지만 일부는 아주 오래 전 과거의 일이라도 그것이 '트라우마'이기 때문에 십 수년, 혹은 더 긴 세월동안 풍화되지 않고 그 여파가 현재에 도달하기 충분합니다.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것이라는 위로의 말도, 그동안 스트레스를 해소해줬던 활동들도 트라우마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트라우마는 일반적인 스트레스 기억과는 생성 메커니즘, 저장 방식이 다르다고 알려졌습니다. 때문에 다루는 방식 또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당사자도 꽤 시간이 지난 탓에 '그 일' 때문이라고 말하기에 스스로가 비겁하게 느껴진다 하기도 합니다. 이제 '그 일' 탓은 그만해도 되지 않느냐고 스스로에게 되뇌는 정도에 이르기도 하지요. 결국 '나는 오래 전부터 이런 사람이었지'라고 생각하며 오래 함께한 어려움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여 지내기도 합니다. 그러면 지금의 우울감, 불안감, 두려움, 죽고 싶은 마음은 과거의 '그 일'과 더 이상 연결시키기 어려워져 버립니다.  어째서 오래 전 트라우마가 지금 현재를 사는 나를 '살고 싶지 않게' 하는 걸까요? 정신의학적으로 트라우마 사건이란 죽음 또는 심각한 부상을 겪거나 위협을 당한 경우, 그리고 모든 종류의 성폭력에 의한 사건이 해당됩니다. 이러한 것들은 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큰 심리적 충격을 주는데, 감히 그 충격 정도를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트라우마 경험을 한 뇌와 몸은 그저 깜짝 놀라는 정도가 아닌 생존에 기반한 반응으로 대응하며, 그 에너지는 몸속에 갇힙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트라우마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마치 시간이 지나면서 옅어지기 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안정적으로, 일정하게 방사선을 뿜는 방사성동위원소와 유사합니다.  트라우마를 겪은 후 대부분의 사람들이 흔히 경험하는 반응 중 하나는 '인지가 예전과 다르게 변화하는 것'입니다. 하나는 '세상은 위험하다'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생각입니다. 한 사건을 겪은 생존자는 세상을, 그리고 스스로를 대하는 인지 체계가 완전히 바뀌어 있습니다. 세상은 그 동안 내가 살아오던 그 세상 그대로인데 사건을 겪은 생존자는 이전과 달리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하거나 해보지 않은 것에 도전하기 어렵게 됩니다. 만약 주변 사람이 도와주고, 위로해주고,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주고, 상황이 잘 풀려 정말 좋은 일들이 종종 생긴다면 다행히 트라우마의 자연회복은 촉진됩니다. 하지만 일부는 그럼에도 변해버린 인지 방식이 오랜 굳어지고, 이제는 '무엇 때문에 힘든가'라는 질문에 쉽사리 오래 전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기가 어렵게 됩니다.     트라우마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굳게 닫아놓은 '판도라의 상자'에 다가가는 것과 같습니다. 꼭 상자를 열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저 그것이 그렇게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당사자에게도, 치료자에게도 몹시 힘든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시도하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힘든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나를 괴롭히는 과거의 고통 상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지금의 괴로움이 사실은 지금의 어려움이 아니라 과거의 '그 일'에서 비롯된, '상자 안에서의 무엇' 때문에 발생하는 흔한 '반응'을 겪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실마리를 찾는 것은 '치료 시작점'을 찾는 것과도 같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상자를 다루려 하고 있다면 이미 엄청난 용기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트라우마 기억에 다가가는 것은 그 일에 대해 오랜 시간 가져왔던 죄책감이 사실은 그럴만 한 일이 아니었음을 깨닫게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금방 그렇게 되지 못하더라도 그 마음을 오랫동안 끌어안고 버텨온 당신을 적극 지지하고 격려합니다. 또 그 일로부터 꽤 오랜 세월이 흘렀을 수 있습니다. 당신은 그때보다 조금은 성장했을 것입니다. 그 일이 있었던 시기가 어린시절이었다면 지금은 당신은 분명한 성인이 돼있을 겁니다. 성인이 됐다는 것은 이전과 다르게 최소한의 힘과 권한을 가지게 된 상태임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 힘은 이전과는 다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충분한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잘 지냈던 못 지냈던 상관없이, 여전히 버텨오고 견디어 지금 여기에 '사라지지 않고 존재(being)'한 당신에게 한 번 더 무한한 칭찬을 드립니다. [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칼럼윤지애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24/10/20 22:00
  • [의학칼럼] '세 가지' 경우에 해당한다면…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 적극 고려해야

    [의학칼럼] '세 가지' 경우에 해당한다면…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 적극 고려해야

    고관절은 몸에서 가장 큰 관절로 골반과 다리가 만나는 부분에서 움직임을 돕는 역할을 한다. 걷거나 움직일 때 다리의 뿌리가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활동을 하거나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고관절이 여러 질병이나 외상에 의해 관절의 기능을 못할 때 고관절을 인공 소재의 관절로 바꿔주는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무릎 인공관절보다는 흔치 않지만, 고관절에서 인공관절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대표적인 케이스로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고관절 골절 등 외상이 있는 경우다. 몸의 다른 부분은 골절이 됐을 때 뼈의 모양을 잘 맞춰주고, 플레이트나 철심이라고 하는 내고정 또는 외고정 장치를 통해 고정을 해주면 잘 낫는 편이다. 하지만 고관절은 다른 관절들과 비교했을 때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다른 뼈와 다르게 동글동글한 대퇴골 부분이나 혈관이 손상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아무리 모양을 잘 맞춰 고정을 잘한다고 해도 뼈가 제대로 붙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서는 혈관으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한 뼈가 괴사하는 경우도 생겨 인공관절로 대체를 하게 되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잦기 때문에 고관절 부위에 골절이 생기면 인공 고관절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을 먼저 고려하는 두 번째 케이스는 고관절에서 생긴 관절염이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퇴행성 고관절염이나 류마티스성 고관절염이 있는 경우, 고관절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통증만 계속 유발할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기능 회복과 통증의 경감을 위해서 인공관절로 바꿔주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마지막으로는 고관절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라는 질병도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을 하는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고관절 머리에 해당하는 동글동글한 '대퇴골' 부분에 혈류가 차단되어 뼈가 괴사되는 질환으로, 영양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뼈가 썩는 질환이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직업적인 요인이나 스테로이드 과남용, 과도한 음주, 고관절 외상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괴사 진행 속도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 어떤 경우에는 더디게 진행되어 인공관절을 안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시기의 문제일 뿐 시간이 지날수록 대퇴골두가 제 기능을 못하는 쪽으로 진행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인공 고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을 한다. 다행히 과거 10~15년 정도 썼던 인공 고관절의 수명은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20~30년 정도로 크게 사용기간이 늘었다. 과거에는 통증이 있어도 참다가 안되면 인공 고관절 치환술을 받았지만, 요즘은 문제가 있으면 인공 고관절 수술을 받는 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인공관절 수술 중에서도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은 수술 자체의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인공관절 수술 경험이 많고, 대부분 내과적 질환을 동반한 환자가 많기 때문에 여러 진료과의 협진으로 고관절 외적인 요소까지 전신적인 케어가 가능한 곳을 찾는다면 고관절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칼럼은 가자연세병원 최윤석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가자연세병원 최윤석 원장2024/10/18 10:59
  • ‘파크골프’라고 과소평가하다 허리다친다

    ‘파크골프’라고 과소평가하다 허리다친다

    가을철을 맞아 파크골프에 대한 시니어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지차체들이 앞다퉈 시니어 대상 파크골프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이어, 한 지역의 파크골프장 사전예약이 오픈 1분 만에 매진되는 등 그야말로 '구장 예약 전쟁'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요즘이다. 파크골프는 ‘공원(Park)’과 ‘골프(Golf)’의 합성어로, 일반 골프와 달리 공원과 같은 작은 부지에서 운동이 가능하다. 아울러 공을 채로 굴려 멀리 보내는 방식이라 일반 골프 대비 힘이 덜 가해져 시니어층으로부터 인기가 높다.그러나 파크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부상에도 주의가 필요한 시기다. 특히 시니어의 경우 근골격이 약화되고 근력과 골밀도 역시 상대적으로 낮아져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스윙을 할 때 허리에 가장 많은 충격이 가해져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가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 파크골프 역시 일반 골프와 마찬가지로 한 쪽 방향으로만 몸을 회전하는 편측운동으로 허리 부상이 잦을 수 있다. 몸의 한 쪽 근육만 비대칭적으로 발달할 경우 신체 균형이 깨지게 되며 이는 골반과 허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또한 채를 힘차게 휘두르면 척추 뼈와 뼈 사이의 디스크가 비틀려 손상되기 쉽다. 디스크는 척추 뼈끼리의 충돌을 막아주고 척추에 가해지는 충격을 분산시켜 준다. 하지만 외부 충격이나 잘못된 자세 습관 등으로 인한 손상 시 제자리를 이탈해 주변 신경을 압박한다. 이는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극심한 허리 통증과 함께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하지방사통까지 이어질 수 있다.파크골프 라운딩 후 허리 통증이 일주일 이상 가라앉지 않는다면 전문적인 치료를 권한다. 하지 마비나 대소변 장애 등 극심한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허리 질환은 수술 없이도 치료가 가능하다. 대표적인 비수술 치료법으로는 추나요법과 침∙약침, 한약 처방 등을 병행하는 한의통합치료가 꼽힌다.그중 한약재의 유효 성분을 추출·정제해 주입하는 약침 치료는 염증을 가라앉히고 손상된 신경과 조직의 재생을 돕는데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실제 SCI(E)급 국제학술지 ‘신경학 최신연구(Frontiers in Neurology)’에 게재된 자생한방병원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한약재인 두충, 방풍 등의 유효 성분을 혼합한 신바로메틴 성분의 약침은 허리디스크로 인한 염증을 가라앉히고 디스크의 퇴행 속도를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염증을 유발하는 산화 스트레스 관련 물질(TNF-α, IL-1β)이 최대 80% 가량 줄었고, 연골을 파괴해 디스크 퇴행에 관여하는 ADAMTS-5 효소도 감소했다.파크골프는 일반 골프 대비 힘을 덜 들이기에 해당 종목을 처음 접하는 시니어들은 부상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 쪽 근육과 관절을 활용하는 운동이므로 부상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운동 전 준비운동과 주기적인 치료로 안전하게 파크골프를 즐기는 것은 어떨까.(*이 칼럼은 안산자생한방병원 박종훈 병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안산자생한방병원 박종훈 병원장2024/10/18 10:00
  • 우울증-불면증 악순환의 고리 끊으려면?

    우울증-불면증 악순환의 고리 끊으려면?

    수면장애는 우울증에 흔히 동반되는 증상이다. 우울증 환자의 60~90%가 불면증을 앓는다. 만성 불면증 환자의 20~25%는 주요우울장애를 갖고 있다. 수면장애가 있으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4배 정도 높아진다. 우울증이 호전되면 불면증도 같이 좋아지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많다. 우울증에서는 벗어났는데도 불면증이 후유증처럼 남기도 한다.우울증에 걸리면 평소처럼 자도 피로가 회복되지 않는다. 아침에 기상해도 상쾌한 느낌이 없다. 꿈을 많이 꾸고, 꿈이 실제 경험처럼 생생하게 남는다. 가족이 보기엔 잘 잔 것같아 보여도 우울증 환자는 아침에 일어나서 “한 잠도 못 자고 밤새 사나운 꿈에 시달렸다”며 괴로워한다. 이런 현상은 서파수면은 줄고 렘수면이 늘어나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수면에는 서파수면(slow-wave sleep)과 렘(REM)수면이 있다. 서파수면은 대뇌피질이 활동을 멈추고 꿈을 꾸지 않는 깊은 수면을 일컫는다. 렘수면은 좌우로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는 얕은 수면이다. 이때 꿈을 꾼다. 서파수면이 부족하면 뇌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고 신경세포 손상이 누적된다.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에너지 이용을 줄이고 잠자기 좋은 상태로 만든다. 밤 1~2시에 멜라토닌이 최고조로 분비되고 새벽 6시경에는 농도가 떨어진다. 이 시간 동안 깊은 수면을 취하게 되고, 심신의 피로도 회복된다. 우울증 환자가 한 밤에도 스마트폰 영상을 계속 보면서 깨어 있으면 멜라토닌의 건강한 작용이 방해 받는다. 새벽녘에 잠들면 아무리 길게 자도 푹 잤다는 느낌을 못 얻는다. 야행성 생활 습관은 우울증의 온상이나 마찬가지다.인간의 생체시계는 24시간 주기로 정확히 돌아가지 않는다. 실제로는 이보다 조금 긴 24.18시간이다. 왼쪽, 오른쪽 눈에서 뻣어나온 시신경이 뇌에서 교차하는 지점 바로 위에 위치한 시교차상핵은 태양 빛에 감응해서 매일 아침마다 생체리듬을 24시간으로 재조정한다.아침에 일어나 몸을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고, 제때 밥을 먹고, 날이 어두워지면 쉬다가 잠자리에 드는 일상 루틴은 생체시계 활동과 맞물려있다. 건강한 생활리듬이 유지되지 않으면 생체시계가 오작동한다. 밤에는 깨어 있고, 낮에는 햇빛을 적게 쬐면 생체 리듬이 망가진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피로는 회복되지 않고 활력이 재충전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햇빛이 망막에 들어오면 뇌는 낮 생활에 적합한 상태로 조절된다. 의식은 또렷해지고, 근육은 긴장하고, 감각도 선명해진다. 코티졸이 분비 되기 때문이다. 이 호르몬은 심신의 에너지 원인 포도당을 뇌가 즉각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 밤 동안 낮아졌던 코티졸 농도가 오전 6~8시에 치솟는다. 우울증 환자가 기상 후에도 침대에 누워 있으면 활기를 일으키는 코티졸의 혜택을 누리지 못 하니 무기력을 떨쳐내기가 더 어려워진다. 우울증 환자에게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지키고, 잠에서 깨면 괜한 고민에 빠져 있지 말고 곧바로 할 수 있는 활동을 정해두고 실행하라”고 강조한다. 기상하면 곧장 샤워기 아래로 가거나, 침실 창문을 활짝 열어도 괜찮고, 침대에 누운 채 윗몸 일으키기를 열 번만 해보는 것도 꽤 좋은 하루의 시작이다. 낮에는 햇빛을 충분히 쬐고 저녁 시간에는 심신의 이완을 도와주는 활동을 한다. 산책, 명상, 요가, 반신욕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면 된다. 규칙적인 운동은 불면증의 개선뿐 아니라 우울증 치료에도 확실하게 되움이 된다.  잠이 오지 않는 이유가 우울증에 동반된 불안이나 반추 때문이라면 이런 증상이 조절되어야 불면증도 좋아진다. 불면증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심리적 원인 중 하나는 수면에 대한 불안이다. ‘오늘 밤에 또 못 자면 어쩌나. 밤 동안 시달릴 것 같아.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내일은 또 얼마나 괴로울까!’하고 걱정하면 잠은 더 안 온다. 반대로 수면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갖는 것도 금물이다. ‘나는 무조건 8시간 자야 한다.’라고 수면 시간에 집착하는 것도 안 좋다. ‘다른 사람은 머리만 바닥에 대면 자는데, 나만 못잔다’라는 잘못된 생각에 빠지면 곤란하다. 수면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살다 보면 누구나 불면에 시달릴 수 있다. ‘하루 정도는 못 자도 상관없다’라는 담담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잠들기 전에 자신에게 ‘내 영혼아, 오늘 하루 수고했다. 험난한 세상살이 오늘도 잘 이겨냈어’ 하고 위로를 건네는 것도 좋다.불면증이 심하면 약물 치료를 받는다.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더라도 불면증이 개선되지 않으면 우울증이 잘 낫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면제를 무턱대고 복용하는 건 좋지 않다. 야간에 불안증이 심해져서 잠까지 안 온다면 안정제가 수면제처럼 작용할 수도 있다. 수면 효과가 있는 항우울제를 활용할 수도 있고, 멜라토닌 제재를 병용하는 것도 치료법이다.불면증이 개선되면 수면을 도와주기 위한 약제는 중단해도 되지만 항우울제는 우울증이 완전히 좋아진 다음에도 재발 방지를 위해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가끔 우울증 환자가 자신은 잠만 잘 자면 우울증도 좋아질 수 있다면서 처방한 항우울제는 놔두고 수면제만 복용하거나, 불면증이 좋아지면 항우울제까지 임의로 끊어버리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면 우울증도, 불면증도 완치되지 않는다.
    칼럼김병수정신건강의학과 김병수 원장2024/10/18 07:15
  • 컴백, 레티놀! 피부과 전문의들이 유독 좋아하는 ‘성분’

    컴백, 레티놀! 피부과 전문의들이 유독 좋아하는 ‘성분’

    오프라인 매장에 레티놀 광고가 보였다. “단 2주만에 눈에 보이는 확실한 주름, 모공 개선효과” 라는 문구와 함께. 피부과전문의들이 유독 좋아하는 주름개선 화장품 성분은 단연코 레티놀이다. 왜냐하면 레티놀은 레티노이드 성분에서 만들어진 화장품 원료로 레티노이드의 효과는 피부과 교과서를 통해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유도체인 레티놀에 대한 믿음은 각별하다.1980년대부터 레티노이드는 피부과에서 여드름치료를 위해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꾸준히 사용한 환자들에게서 여드름뿐만 아니라 피부결이 좋아지고, 기미, 잡티 등의 색소 호전, 광노화로 인한 주름의 개선 등 다양한 효과가 관찰되었다. 이후 레티노이드는 피부항노화 성분으로 적극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하였다. 자외선에 노출되면 피부에는 콜라겐분해효소(MMP-1, matrix metalloproteinass-1)가 만들어져 콜라겐이 분해되고, 피부노화가 촉진되는데, 레티노이드를 바르면 이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콜라겐 분해효소 생성이 억제되면 콜라겐 분해가 덜 일어나기 때문에 피부노화의 예방 및 치료로 사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피부암의 예방에까지 사용되기도 한다.하지만, 레티노이드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각질을 탈락시키는 등의 피부 자극이 있어 피부에 바를 때 주의가 필요하다. 건조한 피부의 사람과 지성피부의 사람은 사용량에 따라 피부 자극정도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사용하는 방법은 개개인 맞춤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레티노이드를 처방받으면 사용 방법과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들은 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레티노이드 유도체로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는 성분은 레티놀(retinol), 레티닐 팔미테이트(retinyl palmitate), 레티날데하이드(retinaldehyde) 등이 있다. 레티놀과 레티닐팔미테이트는 주름개선으로 기능성화장품의 고시를 받은 화장품원료이다. 일반적으로 레티놀이 레티노익산과 유사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10배 이상의 용량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1997년 보고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화장품으로 사용되는 0.25% 레티놀이 의약품인 0.025% 레티노익산과 동일한 세포 및 분자 변화를 유도한 것으로 보고 된 후 레티놀과 레티노익산의 효과는 10배 차이가 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레티노익산으로 잘 알려진 스티바크림이 전문의약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부노화개선에 효과적이라는 SNS 입소문을 타고 많이 사용되어지기도 했으나 현재 글로벌 제약회사에는 단종상태이고 동일 성분의 국내 제약회사에서 제조된 제품으로 사용 중이다.레티놀은 빛, 열, 산소에 매우 취약해 노출 시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자외선이 차단되는 불투명 용기를 사용하고 뚜껑을 열었을 때 입구가 작아 공기에 많이 노출되지 않도록 제품 용기에 신경을 써야 하는 성분이다. 그래서 레티놀은 불안정성을 안정화하는 기술력이 중요하고 화장품 제조사들은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안정화의 방식으로 레티놀 분자를 미세 캡슐 형태로 감싸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하는 캡슐화 기술을 적용하거나 비타민 C, E, 페룰릭애씨드와 같은 항산화 성분을 추가하여 레티놀의 산화를 억제하는 혼합 안정화 시스템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 레티놀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오일/워터 에멀젼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하고 나노입자를 활용하여 레티놀을 안정화하는 방식으로, 레티놀의 산화를 방지시키기도 한다.사용자 입장에서는 레티놀은 빛, 열, 산소에 약하므로 사용 후 바로 뚜껑을 닫아주는 것이 필요하고 오랜 기간을 두고 사용하기 보다는 매일매일 꾸준히 발라서 시간 내에 다 사용해주는 것이 그 효과를 최대한 누리는 방법이 될 것이다. 레티놀은 피부에 바른 후 자외선에 노출되면 광과민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아침 세안 후 바르지 않고, 자기 전에 바르는 사용법을 권하고 있다.레티놀 함유 화장품은 자극이 될 수 있으므로 처음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2-3일 간격으로 소량 바르다가 피부자극이 없으면 바르는 주기를 당겨 최종적으로는 하루에 한 번씩 발라주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AHA나 BHA 등 각질탈락을 유도하는 성분과 레티놀을 함께 사용하면 피부의 건조와 자극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함께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비타민 C 화장품이 낮은 산도를 갖고 있어서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할 경우 심한 자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두 성분 이 모두 필요한 경우라면 비타민 C 제품은 아침에, 레티놀 제품은 저녁에 사용하거나 두 제품을 번갈아 격일로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레티놀 제품을 바르면서 피부염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레티노이드 피부염이라고 하며 처음 사용할 때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다. 제품을 반복 사용하면서 피부가 건조해지고 각질과 함께 벌겋게 홍반과  화끈거림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경우 레티놀에 의해 자극이 되어 나타나는 접촉피부염으로 사용을 중단하여 1-2주 지난 후 피부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사용해도 괜찮다. 다시 사용할 때는 이전보다 사용 주기, 사용량을 줄여 시작해서 서서히 사용량을 늘려가면 트러블 없이 레티놀의 안티에이징 효과를 볼 수 있다.최근 홈케어 기기가 유행하면서 주름에 좋다는 레티놀을 홈케어 기기로 흡수시키면 더 효과적이지 않겠냐는 질문이 종종 있다. 한 보고에 따르면 초음파로 레티놀을 침투시키면 진피층으로의 흡수를 증가시켜 진피 섬유아세포의 레티놀 수용체와 더 많이 결합하여 레티놀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피부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결과가 있다. 하지만 레티놀 화장품이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레티놀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홈케어기기를 함께 사용하다가 심한 피부염이 생길 수 있어 함께 사용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레티놀의 주름 개선 효과는 40년이 넘는 세월간 사용되면서 주름기능성제품으로는 신뢰할 성분이다. 다만 초기에 너무 많은 양을 사용할 경우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개개인의 피부에 맞는 적정량을 사용하면 항노화 화장품으로 제 몫을 할 것이다.
    칼럼아름다운나라피부과 서동혜 원장(피부과 전문의)2024/10/14 07:15
  • '스스로'에게 친절하기… 왜 그렇게 어려울까요?

    '스스로'에게 친절하기… 왜 그렇게 어려울까요?

    "이 목록에서 'OO님' 자기 자신은 빠져 있네요. 알아차리실 수 있나요?"심리치료를 시작할 때, 자기에게 중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적어 보기를 환자에게 권하곤 합니다.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나 대상을 떠올리고 발견하는 작업이 곧 치료가 나아갈 방향, 그리고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자 하는 방향을 알려주기 때문이죠.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의 대답은 저마다 다양하지만, 꽤 많은 사람이 그 목록에 자기 자신을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그 사실을 짚고 나면 진료실에는 짧은 정적이 감돕니다. 회한 섞인 표정이 스쳐 가기도 하고, 눈물을 글썽이시기도 하고, "그렇게 적는 사람이 실제로 있느냐"고 반문하기도합니다. 네, 가끔 목록에 자기 자신을 곧잘 올리는 분들도 있지만, 이들도 이어지는 질문에서는 멈칫하곤 합니다. "매일 자기 자신에게 다가가는 삶을 살고 계신가요?". 고개를 가로젓는 모습에 저는 이렇게 답하곤 하지요. "다행이네요, 저만 그런 게 아니군요" 서로에게서 가볍게 새어 나온 웃음이 사라지고 나면 의문 한 가지가 남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자신에게 친절해지기 어려운 걸까?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로는 자신에게 친절한 것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뿌리 깊은 통념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친절해지면 이기적인 사람이 될 뿐 아니라, 나태하게 살다가 무엇도 이뤄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우리 대부분에게 단단히 심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연구 결과로 이 통념은 뒤집힌 지 오랩니다.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이 타인에게도 친절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기꺼이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고 더 많이 도전합니다. 게다가 실제로 더 많은 성취를 해내기도 하지요. 이 연구 결과는 자신을 채찍질하며 치열하게 살다가 번아웃이 온 환자들에게 '입에는 쓰지만 마음엔 좋은 약'으로 쓰일 때가 있습니다. 이제는 그 채찍을 내려놓아도 괜찮다는 의미이니까요.두 번째 이유는 자신을 친절하게 대하고 싶어도 그 방법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건강하고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자신을 사랑할 방법을 알려줄 사람도, 배울 곳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요. 반대로 우리 자신의 부족한 면을 부각시키고, 무엇이 '문제'인지 지적하고 깎아내리는 순간들은 넘쳐나기에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차곡차곡 쌓여만 갑니다. 게다가 우리 뇌는 생존을 위해 부정적인 것들을 훨씬 더 잘 담아두기에, 누군가 우리의 좋은 점을 이야기할 때도 내면에서는 또 다른 단점거리들을 늘어놓으며 반박하지요. "결국 나를 초 치는 건 나 자신"이라고 털어놓던 한 청소년의 말이 문득 떠오르네요. 그렇다면 우리가 힘들고 괴로울 때는 자신에게 조금이나마 친절해질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내면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 거세어입니다. 그 순간 괴롭고 힘든 것은 분명 나 자신인데도, 우리는 나를 힘들게 한 그 누구의 탓보다 '내 탓'을 하느라 더 괴로워집니다. 힘들어 하는 이유가 자신이 무능하거나 나약한 탓이라며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 수많은 정신건강 문제의 표면 아래에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와 믿음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닙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러한 자기비난의 악순환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우리 자신에게 친절해질 수 있을까요?현대 정신의학에서는 자기비난의 해독제로 '자기자비(연민)'를 제안합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자기자비란 힘겨운 그 순간 우리 자신이 괴롭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모양새는 각기 다를지라도 그 괴로움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겪어내고 있는 것임을 인식하며, 친절함을 담아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주고자 하는 실천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대척점에 있는 상태, 즉 자신의 괴로움을 부정하고 억누르거나 자신의 전부인 양 여기는 태도, 다른 이들과 연결되지 않고 고립된 생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대신 자신을 비난하거나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모습들을 떠올려 보면 자기자비가 무엇인지 더 잘 와닿을 겁니다. 필요한 순간에 부드럽고 따뜻하게 자신을 위로하고 돌보는 것도, 동기를 부여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두렵지만 용기를 내는 것도 모두 자기자비라 할 수 있지요. 열심히 살아가다 넘어졌을 때 아픈 무릎을 어루만지며 잠시 쉬는 여유도, 눈물 콧물 쓱 닦아내고 훌쩍이면서도 다시 걸어가게 하는 배짱도 자기자비로부터 비롯합니다. 나의 '쓸모'를 애써 보여주지 않아도 언제든 내 곁에 있어줄 존재를 우리는 늘 바라왔기에, 치료 작업에서 자기자비를 만나는 순간은 참 특별합니다. 자기비난이라는 엄청나게 크고 시끄러운 목소리 때문에 듣지 못했던 내면의 진실하고 자비로운 목소리에 처음 귀 기울일 때, 낯설어 하면서도 반짝이던 눈빛들과 깊은 안도감에 흘리던 눈물들을 기억합니다. 때로는 자기비난의 목소리가 다시 귀를 따갑게 하기도 하지만, 자기자비를 만난 이후에는 적어도 그 날이 선 목소리에 휘둘리는 일이 줄어든다고 입을 모아 전해주시기도 했지요. 다행스럽게도 국내에도 자기자비를 다룬 서적과 프로그램들이 하나 둘 소개되고 있어, 앞으로는 더 많은 이들이 자기자비라는 내면의 좋은 친구를 만나볼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만약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고 있거나 염두에 두고 계신다면, 특히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비난하며 애써 끌고가는 하루에 지쳐 있다면 치료자와 함께 자기자비를 만나는 시간을 계획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나이 지긋한 환자들께서 자기자비를 어릴 적에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아쉬워하시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하지만 관점을 살짝 바꾸어 본다면, 우리는 남은 인생 중 제일 어린 순간에 자기자비를 만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느 때 속상하고 힘든 순간이 찾아오거든 내가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이해해 주고, 지금 이 순간 나와 함께 어디선가 고군분투하고 있을 모든 존재와 잠시 마음으로 연결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런 다음 진정으로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천천히 발견해 보세요. 온전히 나를 위한 시원한 물 한 모금, 긴 심호흡 한 번에서부터 내면의 친절하고 자비로운 목소리를 만날 가능성은 하나 둘 열릴 것입니다.[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칼럼나의현 대한명상의학회 국제이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2024/10/13 22:00
  • 넷플릭스 화제 예능 ‘흑백요리사’ 로고로 본 심리학

    넷플릭스 화제 예능 ‘흑백요리사’ 로고로 본 심리학

    최근 장안의 화제인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맛집 탐방이 취미인 필자도 놓칠 수 없었다. 유명 요리사들을 ‘백수저’, (사실 이미 충분히 유명하고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상대적으로)인지도가 낮은 요리사들을 ‘흑수저’로 구분해서 경쟁을 펼치는 요리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다. 화려한 요리쇼에 개성 있고 냉철한 심사위원들의 심사평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프로그램을 정주행하고 있는데, 뭔가 익숙한 형태가 눈에 띄었다. 흑백요리사의 로고였다.
    칼럼한림대 심리학과 최훈 교수​ 2024/10/11 07:45
  • [의학칼럼] 매일 아픈 내 허리… '허리 디스크'일까?

    [의학칼럼] 매일 아픈 내 허리… '허리 디스크'일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매일 허리 통증을 겪으며 살아간다. 보통 허리 통증이 발생하면 디스크를 의심하지만, 척추관협착증도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두 질환 모두 허리 통증과 하지 방사통을 유발하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구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허리디스크는 잘못된 자세나 외상으로 인해 디스크가 변형되거나 찢어져 수핵이 탈출하면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내 신경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발생한다. 척추 주변 관절과 인대가 두꺼워지는 등 퇴행성 변화가 주원인이며, 50대 이상에서 많이 발견되지만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은 경우도 있다.두 질환을 구분하는 방법 중 하나는 통증 양상이다. 허리를 숙였을 때 통증이 심해지면 허리디스크 문제, 통증이 완화되면 척추관협착증일 가능성이 높다. 주로 걸을 때 다리가 저리거나 당기는 '신경인성 파행' 증상은 척추관협착증의 대표적인 특징이기도 하며 가만히 앉아있거나 쉴 때는 통증이 없어지기도 한다. 엉덩이나 허벅지 부근에 불편함이 지속되고 종아리의 저림으로 인해 5분 이상 걷기 힘들면 척추관 협착증 치료가 필요하다.먼저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다. CT, X-ray와 같은 영상의학적 검사로 척추의 불안정성, 척추 변형, 관절염 등이 있는지 알아본다. 증상이 심한 환자는 신경이 눌리는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MRI검사를 추가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어떤 검사가 필요한지 척추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도움을 받고, 원인 파악과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두 질환 모두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약물, 물리치료나 도수치료 등 보존적 치료법을 먼저 고려한다. 이외에 신경성형술이나 풍선확장술, 추간공확장술 같은 비수술적 치료법을 통해 염증을 완화시켜 증상을 호전시켜 볼 수 있다. 보존적 치료에 차도가 보이지 않고 심한 통증이 지속되면 수술을 고려한다. 절개 부위가 크지 않아 회복이 빠르고 안전한 양방향 척추내시경술도 시도해볼 수 있다. 척추질환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비수술적 치료와 운동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하고 빠른 진단이 중요하다. 또 적절한 치료 후에는 재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생활 습관을 교정하고 적절한 운동을 통해 척추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이 칼럼은 새움병원 이한일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새움병원 이한일 원장(신경외과 전문의)2024/10/10 13:36
  • [의학칼럼] 노인 골절 3명 중 1명, 1년 내 사망… 뼈 건강 지키려면?

    [의학칼럼] 노인 골절 3명 중 1명, 1년 내 사망… 뼈 건강 지키려면?

    우리 사회는 급속히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주민등록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약 97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9%를 차지한다. 고령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사고 역시 급증하고 있으며 골다공증 환자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골다공증을 단순히 퇴행성 질환의 하나로 인식했지만, 그 잠재적 위험성은 매우 크다.특히 노년층은 신체 활동량과 근력이 감소하여 골다공증과 같은 질환에 취약하다. 이로 인해 가벼운 낙상에도 심각한 골절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골다공증성 골절의 주요 부위는 손목, 척추, 고관절로 구분되며, 특히 고관절 골절은 전체 골절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고관절 골절은 합병증 발생률이 높고, 심한 경우 사망률까지 상승시키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고관절 골절은 급성 외상으로 발생하며, 심한 통증과 함께 다친 다리가 외회전되거나 짧아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 골절은 폐렴, 순환기 질환, 욕창 등의 2차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어 환자의 건강 상태가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특히, 노년층은 수술 후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고관절 골절 발생 후 재골절 위험이 3배 이상 증가한다. 더불어 고관절 골절을 겪은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2년 이내 사망률이 약 3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노인성 골절은 X-ray 촬영만으로 진단이 가능하지만 고관절 변형이 적은 불완전 골절일 경우엔 CT나 MRI 검사를 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치료는 골절의 위치와 형태, 나이, 부상 전 활동 정도, 골다공증 유무 등을 고려해 결정되며, 심하지 않은 골절은 부러진 부위를 맞추고 고정하는 내고정술을 시행한다. 하지만 골절 부위의 치유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고관절 인공관절치환술을 시행하면 수술 다음날부터 어느 정도 보행이 가능하다.고관절 골절의 수술 후에는 재활치료와 관리로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 수술 후 빠르게 보행을 시작하면 식욕 부진이나 2차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으며, 빠른 회복을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 후에도 원래 상태로 회복될 확률은 50~70%에 불과하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다.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려면 적절한 칼슘과 비타민D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 금연과 절주, 낙상 예방,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 약물치료, 건강한 생활습관 유지가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다. 골다공증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서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년마다 국가 무료 건강검진 골밀도 등 시행하고 있는 검사를 받으며 골다공증 관리하는 것을 권장한다.골다공증성 골절은 노년층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일상생활에서의 예방 노력을 통해 건강한 노년을 준비할 수 있도록 주의가 필요하다.(*이 칼럼은 새움병원 박형근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새움병원 박형근 원장​(정형외과 전문의)2024/10/08 10:55
  • 파리 올림픽 달구었던 여성의 Y염색체… 운동 수행 능력에 얼마나 영향 미치나

    파리 올림픽 달구었던 여성의 Y염색체… 운동 수행 능력에 얼마나 영향 미치나

    2024 파리 올림픽을 달구었던 Y염색체는 근육량과 운동 수행 능력에 영향을 어느 정도 미칠까?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남성호르몬의 운동 능력 향상 효과를 배제하기 위해 2004년부터 트랜스젠더 여성과 성분화 이상 여성을 올림픽 참여 전 1년간 혈중 테스토스테론이 10nmol/L 미만이면 참여가 가능하게 했다. 남성의 정상 테스토스테론은 10~30nmol/L, 여성은 남성의 10분의 1 정도인 1~3nmol/L이다. 성염색체가 XY인 안드로겐 무감응증 증후군 중 완전형은 자신의 몸에서 만들어지는 테스토스테론이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태이기에 외모와 외성기가 완벽한 여성이고 테스토스테론이 높아도 근육 형성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부분형은 외모상 남성의 면모가 있는데 그만큼 남성호르몬이 근력이나 골격에 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트랜스 여성, 성분화 이상 여성에 대한 스포츠 의학 연구가 거의 2010년 즈음에야 활발해졌고 2004년에는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했기에, 이제는 테스토스테론 10nmol/L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스포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적지 않다.그렇다면, 과연 성분화 이상 여성, 트랜스 여성의 테스토스테론을 IOC 기준으로 저하시켜 남성호르몬으로 인한 운동 수행능력의 이점을 상쇄시킬 수 있을까?2019년, 남성호르몬 박탈요법을 시행한 전립선암 환자(0.1nmol/L 이하 상태)를 대상으로 하는 일곱 개 문헌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운동을 하는 환자가 운동을 하지 않는 환자에 비해 근육량의 증가는 없었지만, 근력은 프레스 운동으로 3.2~27.4kg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혈중 테스토스테론이 1nmol/L 이하라도 이미 형성돼 있는 근육에 대해서는 훈련으로 근력의 유지나 심지어 향상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2021년, 훈련을 안 하는 트랜스 여성에서 테스토스테론을 억제한 후 일어나는 신체 변화에 대한 24개 연구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평균 테스토스테론은 8.8nmol/L(일반 여성보다 3~4배 높은 상태)로서, 근육량은 2년까지 평균 5% 감소했지만, 3년간 남성호르몬 억제 치료를 지속하더라도 일반 여성의 근육량이나 근력보다 여전히 높게 유지된다고 했다. 특히, 훈련을 계속 한다면 3년이 지나더라도 일반 여성보다 상당한 근력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을 제시했다.2019년, 샤프 교수는 트랜스젠더 남녀 527명의 악력을 조사하였는데, 트랜스 여성은 테스토스테론을 평균 18.1에서 0.6nmol/L로 감소시킨 1년 뒤, 근력 약화로 악력이 1.8kg(4.3%) 감소했다. 반면, 트랜스 남성은 평균 테스토스테론이 1.1에서 21.3nmol/L로 상승하였으며 그 영향으로 근육량 증가 및 6.1kg(18%)의 악력 증가를 보였다. 그래도 절대적 근력은 트랜스 여성이 트랜스 남성과 비교해도 우위에 있었다고 보고했다.이러한 연구의 의미는 이미 사춘기를 지나 남성호르몬에 의한 2차 성징으로 근육량과 근력의 신체적인 차이가 난 후에는 남성호르몬을 박탈한다 하더라도 남성으로서 획득한 기존의 근력을 유지, 혹은 최소한의 손실만 일어난다는 사실을 말한다. 그래서 2022년에 국제수영연맹은 12세 이전에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 여성만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하였고, 세계육상연맹, 국제사이클연맹 등도 2023년에 과학적 근거를 이유로 유사한 규칙을 도입했다.IOC는 문제가 된 여자 복싱 선수에 대해 “XY 염색체 때문에 남성호르몬이 조금 높았다”고 언급했는데, 이 사실은 남성호르몬이 그 선수 몸 안에서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이 말 대로 따르면, 그 선수는 안드로겐 무감응증 증후군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특히 그 선수 몸에 고환이 아직 남아 있다고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안드로겐 무감응증 증후군 환자의 고환은 잠복고환 상태이기 때문에, 진단 후 고환암의 예방과 여성성의 유지를 위해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전문 의료인의 입장에서 그 선수가 암의 발생 위험을 무릅쓰고 남성호르몬을 생산하는 고환을 남긴 이유가 무엇인 지 사뭇 궁금하다.2024 파리에서 논란이 된 권투 경기를 보면서 관련 논문의 저자 힐튼 교수의 글이 기억났다.“스포츠에서 운동선수의 안전은 공정과 포용이라는 이슈보다 더 중요하다.”
    칼럼민권식 부산백병원 비뇨의학과 교수2024/10/07 07:15
  • 찬바람 부는 가을, 심해지는 ‘퇴행성 무릎 관절염’

    찬바람 부는 가을, 심해지는 ‘퇴행성 무릎 관절염’

    본격적인 가을철에 접어들면서 행락객들이 늘고 있다. 선선한 바람과 청명한 날씨, 그리고 색색이 물든 단풍이 야외활동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그러나 해당 시기가 그리 달갑지 않은 이들이 있다. 바로 무릎 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시니어들이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시니어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료받은 환자수는 지난해 430만명을 넘어섰는데, 이 중 65세 이상 고령 환자가 238만명에 달했다.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을 웃돌았고, 우리나라 노인(1000만명) 4명 중 1명이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셈이다.더욱이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불면서 무릎 관절에 통증이 커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찬 바람이 불면 관절 부위 혈관과 근육, 인대가 수축되면서 관절이 뻣뻣하게 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는 날엔 근육과 혈관의 수축 및 이완이 반복되면서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고, 이로 인해 퇴행성 관절염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퇴행성 관절염의 주요 증상으로는 무릎 관절의 연골이 변형되거나 닳아 없어지면서 염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통증이 발생한다.이에 온도가 낮은 시기엔 무릎을 최대한 따듯하게 해주는 것이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온찜질을 주기적으로 진행해 무릎 주변 근육과 조직의 긴장을 풀어주면, 혈관이 확장되면서 원활한 혈액 순환을 통한 통증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따듯한 물로 반신욕을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다만 평소 관리에도 통증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전문가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히다. 한방에서는 추나요법을 비롯해 약침, 침, 한약 처방 등 한방통합치료를 통해 관절 통증을 호전시킨다. 특히 무릎 질환에 대한 침 치료 효과는 연구논문을 통해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의학최신연구(Frontiers in Medicine)'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침 치료를 받은 무릎 질환자군의 수술률은 침치료를 받지 않은 대조군보다 약 3.5배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의통합치료 후 모든 평가 지표에서 긍정적인 변화도 관찰됐다. 환자들의 평균 통증숫자평가척도(NRS; 0~10)는 치료 전 중등도 통증 수준의 6.1에서 경미한 통증인 3.6으로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골관절염지수(WOMAC; 0~100)는 치료 전 53.67에서 치료 후 38.97로 개선됐다. 통증과 장애의 정도가 개선되면서 삶의 질 척도(EQ-5D; 0~1) 역시 0.55에서 0.61로 높아졌다.퇴행성 무릎 관절염은 ‘날씨병’이라고 불릴 만큼 기후 변화에 민감해 온도가 낮아질수록 통증이 심해질 수 있어 적절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관절염 증상이 없더라도 평소 관절 부위 보온에 신경을 쓰고, 통증이 지속된다면 전문적인 치료를 통해 관절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칼럼광화문자생한방병원 박원상 병원장2024/10/04 11:02
  • 단백질 지상주의를 우려한다

    단백질 지상주의를 우려한다

    한때 나도 소위 ‘갓생’을 살았다. 6시면 ‘칼퇴’를 해 체육관으로 향했다. 실내 트랙에서 5킬로미터를 달리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뒤 수영으로 마무리를 했다. 두 시간에 이르는 운동의 마무리는 단백질 드링크였다. 가루를 물에 타 쭉 들이키면 온 몸의 근육에 빠르게 흡수되는 듯 쾌감을 느꼈다. 근 이십 년 전의 일이다. 닭가슴살도 열심히 먹었다. 좋은 레시피를 찾아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웬만해서는 닭가슴살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야들야들하게 삶아 먹었다. 핵심은 ‘수비드(Sous Vide)’라 불리는 저온조리의 응용이었다. 끓는 물이 아닌, 뜨거운 섭씨 80도의 물에 닭가슴살을 담가 내부 온도가 71도가 될 때까지 둔다. 뻣뻣하거나 목이 메지 않도록 익힐 수 있다. 이건 대략 십 년 전의 일이다. 요즘은 둘 다 열심히 찾아 먹지 않는다. 비상식량처럼 단백질 가루 한 봉지를 두고 가끔 닭가슴살을 썰어 채소와 볶아 먹기는 한다. 하지만 끼니 대신 먹지도, 간식으로 삼지도 않는다. 잡곡밥이나 통밀빵에 채소의 비중이 높은, 평범한 끼니를 차려 먹는다. 끼니 사이 간식으로는 아몬드를 한 줌 정도 찬찬히 씹어 먹는다. 단백질 위주의 식생활을 일찍 경험해 본 건, 이삽십대에 미국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곳에선 진작부터 모든 식품이 개별 영양소를 강조해 홍보했다. ‘당은 빼고 단백질과 섬유질은 듬뿍 더했어요!’ 포장의 숫자며 느낌표를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활력이 솟았다. 이런 음식만 골라 먹으면 근육질의, 튼튼하고 멋진 사람이 될 것 같았다.하지만 50대를 눈앞에 둔 요즘은 그런 식품을 피한다. 일단 하루 세 끼 먹는 식사에 최대한 자연스러운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구가 크다. 흰자의 가장자리를 바삭하게 지져낸 계란 프라이에 올리브기름을 살짝 찍은 곡물빵, 기름기 없는 돼지 등심과 양파 볶음에 콩나물 무침, 콩을 많이 더해 지은 잡곡밥처럼 자연 식재료의 울타리 안에서 단백질과 섬유질이 보강된 음식이 좋다. 한편 특정 영양소가 강화된 식품이 궁극적으로는 초가공식품이라는 점 또한 이제 더 이상 먹지 않게 된 이유이다. 15년 전 미국에서 흔히 보았던 단백질 강화 드링크류 등이 국내에서도 자리를 잡았다. ‘당류 0그램, 단백질은 20그램’ 같은 식으로 수치를 내세워 홍보한다. 맛이 있을리도 없지만 궁극적으로 몸에 안 좋은 초가공식품과 뿌리가 같다. 이런 단백질 지상주의의 선봉에 유업회사가 있다. 단백질의 주공급원이 치즈를 만들고 남은 액체인 유청인데다가, 우유의 수요가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 중이다. 기업의 시각에서는 참으로 명민한 행보이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우려되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 음식은 단순히 그것을 이루는 성분 혹은 영양소의 총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잡식동물의 딜레마’ 등으로 한때 음식과 건강 관련 화두를 맹렬히 던졌던 마이클 폴란의 개념 영양주의(nutritionalism)의 핵심이다. 사실 영양소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건강식품으로 위장한 초가공식품은 먹는 즐거움이며 음식의 사회적 기능 등을 원천봉쇄하고 식사를 영양소 섭취 행위로 전락시킨다. 통풍 등 과잉섭취의 부작용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단백질 지상주의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칼럼이용재 음식평론가2024/10/04 09:25
  • [전문가 기고] 커피만 마시는 아침? 비타민C 풍부한 키위 추천

    [전문가 기고] 커피만 마시는 아침? 비타민C 풍부한 키위 추천

    편한 음식을 비롯한 가당 음료와 커피가 현대인의 식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인의 건강에 경고등이 켜졌다. 중장년층뿐 아니라 젊은층의 지혜로운 식단 관리가 필요하다.이러한 현실은 최근 뉴질랜드 키위 브랜드 제스프리가 진행한 '키위로 활력 위로!' 캠페인에서도 볼 수 있다. 캠페인에 따르면 커피는 20~40대가 가장 많이 섭취하는 음식 상위 3위 안에 들었다. 반면 중장년층은 과일, 샐러드 등 신선식품 위주의 건강한 식단을 보였다. 이는 단순히 세대 차이가 아니라, 우리의 식문화가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심각하게 변질됐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가공식품에는 수많은 식품첨가물이 들어있다. 이는 우리 몸에 다양한 형태의 손상을 입힌다. 비타민C 섭취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비타민C는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통해 가공식품 속 유해물질이 끼치는 손상을 중화시킨다. 면역세포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우리 몸의 방어체계도 강화한다. 여기에 활력 증진, 피로 해소, 노화 방지 등 인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문칼럼우창윤 내분비내과 전문의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 크리에이터).2024/10/02 09:51
  • [의학칼럼] 서혜부 탈장, 방치하면 장폐색 위험 ↑… 빠른 치료 중요

    [의학칼럼] 서혜부 탈장, 방치하면 장폐색 위험 ↑… 빠른 치료 중요

    서혜부 탈장은 복부 벽의 약한 부분을 통해 장이나 지방 조직이 서혜부(사타구니) 쪽으로 밀려 나오는 상태를 말한다. 주로 남성에게 흔하며, 특히 50대 이상에서 많이 발생한다. 탈장은 자연적으로 치유되지 않으며, 치료하지 않으면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서혜부 탈장은 선천적 또는 후천적인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데 선천적인 경우, 태아 발달 중 서혜관(고환이 복강에서 음낭으로 내려오는 통로)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탈장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주로 어린 남아에게서 발견되며, ‘간접 탈장’이라고도 불린다. 후천적인 탈장은 복벽이 나이가 들면서 약해지거나 과도한 신체 활동, 비만, 반복적인 기침,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등의 이유로 발생한다. 이는 주로 성인에게 나타나며, ‘직접 탈장’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여성에서는 드물지만 대퇴부 탈장도 발생할 수 있다. 탈장의 가장 흔한 증상은 서혜부 또는 하복부에 나타나는 부종과 불편감이다. 특히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기침을 할 때, 부위가 돌출되며 통증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혜부에 통증이 거의 없을 수도 있지만, 배에 압력이 가해지면 탈장이 더 두드러지게 보일 수 있다. 장기간 방치할 경우, 장의 일부가 탈장된 상태로 꼬이거나 갇혀 장폐색을 일으키는 '감돈 탈장'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이 경우 긴급 수술이 필요하다.단일통로 복강경 수술과 메쉬의 역할탈장은 자연적으로 치유되지 않기 때문에 수술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다. 과거에는 개복수술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이 서혜부 탈장의 주된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단일통로 복강경 수술은 서혜부 탈장 치료에 있어 효과적이고 덜 침습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성인의 서혜부 탈장 수술에서는 재발률을 줄이기 위해 세계적으로 메쉬를 쓰라고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이렇게 탈장 수술에 정해진 '가이드라인'은 미국, 유럽, 한국 모두 동일하다. 하지만 아직도 유독 우리나라에만 메쉬에 대한 근거 없는 낭설이 많은 이유는 수술 수가의 한계 때문에 최신의 연구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의료기술에 대한 발전이 부족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최신의 4세대 메쉬는 고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만성통증을 유발하지 않고 합병증을 줄이면서 재발률도 동시에 줄인다.성공적인 사례: 단일통로 복강경 수술의 장점단일공 복강경을 이용한 서혜부 탈장 수술은 약 1.5cm의 작은 구멍을 통해 수술하기 때문에 흉터를 최소화해 상처 부위가 보이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에게서 만족도가 매우 높다. 또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빨라 하루 이내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수술 기구가 복강 내로 들어가지 않는 복막 외 접근법으로 근육 아래에 근막을 보강하기 때문에 재발률도 적다.지난 여름 호주에 사는 77세 남자분이 우측 서혜부 탈장을 수술을 받기 위해 내원했다. 2주 후에 호주로 다시 복귀해야 하는 일정 때문에 회복이 빠르고 재발이 없는 방식을 원했는데, 내가 집필한 논문과 여러 발표 자료들을 찾아보고 단일통로 복강경 복막외 접근법(TEP) 수술을 받으러 온 것이다. TEP 수술은 복강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복막 외에서 수술이 이루어 지기 때문에 장의 손상 등의 합병증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요새 환자들은 지식이 많아져서 전문적인 내용까지 자세히 알고 오시는 경우가 많아 놀랍다. 미니로봇 수술도 고민했지만 한국의 의료보험이 없어 결국 단일통로 복강경 TEP 수술로 양쪽의 탈장을 수술 받고 호주로 만족스럽게 복귀했다.생활습관 개선의 중요성서혜부 탈장은 방치할 경우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데, 단일통로 복강경 수술을 통한 치료법이 수술 후 회복을 빠르게 돕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한 메쉬는 안전성과 내구성이 입증된 고정할 필요가 없는 최신의 메쉬를 사용하는 것이 통증과 재발 측면에서 유리하다. 특히 복강경 수술시 99% 이상 개복수술로의 전환 없이 단일통로 복강경 수술로 마무리하는 숙련도 높은 의료진이 협진하는 곳에서 치료받을 것을 권장한다. 또한 탈장은 재발률이 높은 질환이지만 재발을 줄이기 위해 로봇을 활용하는 등의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수술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미니로봇 기구를 이용한 로봇 수술은 의료보험이 적용이 되기 때문에 기존의 로봇 수술에 비해 수술 비용이 경제적이면서 기존 로봇의 장점을 갖고 있다.탈장의 발생을 완전히 막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생활습관을 개선함으로써 그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복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 적절한 체중 유지,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올바른 자세 유지, 그리고 만성 기침이나 변비와 같은 복부에 압력을 가하는 상태를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이 칼럼은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철승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한솔병원 이철승 원장​(대장항문외과 전문의)2024/09/30 17:36
  • '삶 vs 죽음' 경계의 응급실에서… 자살 시도 환자와의 첫 만남

    '삶 vs 죽음' 경계의 응급실에서… 자살 시도 환자와의 첫 만남

    “안녕하세요? 저는 정신과 의사 이승우입니다. 실례지만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어젯밤에 응급실에 오셨는데 이 공간이 아무래도 편안할 수 없는 환경이고, 검사하고 치료하면서 지금까지 기다리는 과정이 힘드시죠. 현재 ○○님은 몸과 마음이 좀 어떠신가요?”항상 응급실에서 만나는 환자들과의 첫 시작은 긴장되고 조심스럽습니다. 여느 진료실과는 첫 만남이 사뭇 다르기 때문인데요. 외래 진료실에서는 다소 조용하고 편안한 공간에 앉아서 문 열고 들어오는 환자들에게 인사를 건네지만, 응급실은 쉬지 않는 기계음과 의료진의 다급한 목소리, 옆 환자의 앓는 소리가 귀에 맴돌 수밖에 없는 곳이죠. 삶과 죽음이 오가는 응급실은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곳이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이 가장 냉정한 곳이기도 합니다. 의학적인 중증도에 따라 우선순위가 정해지는 곳. 우리는 당연히 이해해야 하지만 이곳에서 내 마음의 상처는 가려지기 쉽습니다. 잠깐 있어도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이 장소에 누워있게 되면 지치고 예민해지기 마련입니다. 가끔은 스스로가 부끄럽거나 당당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은 마음에, 아니면 아직도 남아있는 주변의 편견에 사로잡혀 정신과 의사까지는 만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제가 있는 응급실에서는 정신과 면담을 원하지 않더라도 자살사고 또는 자살의도가 있는 분이라면 대부분 정신과 의사에게 협진 의뢰를 하게됩니다. 그래서 꽁꽁 얼어붙은 환자 마음의 벽의 틈을 찾아 노크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이 과정은 너무 빨라도, 일방적이어도 안되기에 대화 내용보다도 이들을 조금 기다려주고 진정성과 친절함을 가진 태도를 보이는 게 더 우선이라 믿고 있습니다. 사실 이 역할은 꼭 제가 아니어도 됩니다. 독자 여러분 누구나 그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주변에 도움을 거부하는 분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해결책을 제시해 주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늘 그 자리에서 따뜻함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도움이라고 생각합니다.하지만 저는 정신응급을 담당하는 전문의로서 면담 끝에는 안전 확보와 집중 치료를 위해 입원을 제안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이런 질문이 돌아옵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좋아져요?” “입원하면 뭐가 달라져요?” 이런 질문을 하는 환자나 보호자를 설득하는 덴 긴 시간이 걸릴 때가 있습니다. 물론 정신과적 응급상황에서 자살 위험성이 높고 상황이 매우 급박해 다른 입원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의사가 경찰관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에 응급입원을 의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다른 입원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3일의 입원 기간 만료로 퇴원하게 됩니다. 결국 환자와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은 형태에서 진행하는 입원치료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그런 의미에서 저는 환자와 보호자가 입원에 대해 꺼린다면 입원 절차나 치료방법 등 궁금한 점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면서 충분한 기간의 치료를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마음이 쉽게 바뀌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입원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거나, 반대로 과도한 기대감이 생기면 독이 될까 걱정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 목표를 명확하게 알리고, 원하는 만큼 증상 호전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까지 반드시 설명합니다. 그리고 향후 안전 관리와 위기 대응 계획을 설명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그동안 해왔던 여러 시도와 아픔을 공감해 주는 것입니다. 삶의 괴로움 앞에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는 수동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게 돕는 것입니다. 환자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해왔던 것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을 함으로써 앞으로의 삶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죠. 이런 질문은 결국 최종 입원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과 상관 없이 “당신이 지금 고민하는 이 시간과 선택이 자살 행동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키는 것이고,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어요”라는 의미를 전달합니다. 환자의 심리적 변화를 위한 노력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입니다.물론 입원치료가 중요할 수 있지만, 입원치료뿐 아니라 자살예방을 위한 다른 대처기술도 있다는 것을 함께 설명하는 것이 꽤 도움이 되고 만족도가 높습니다. ‘나는 쓸모 없고, 무기력하고, 사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우니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환자에게 그래도 해볼 수 있는 무언가를 함께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충분한 면담을 통해 자살 사고 및 의도가 감소하거나 보호 요인(삶에 대한 애착, 가족이나 반려동물 등에 대한 책임감, 사회적 지지 또는 치료자 등과의 좋은 유대관계, 자살 및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있다면 입원치료 외에도 연고지와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빠르게 진료를 볼 수 있도록 설명합니다. 또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에서는 자살시도자의 자살 재시도 예방을 위해 사례관리팀이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심리상담 및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응급실 퇴원 후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함께 안내합니다.어쩌면 제가 응급실에서 줄곧 드리는 말씀은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것을 거부하고 자의 퇴원하는 분들을 집으로 돌려보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합니다. 한 번 왔다가 금세 지나가기도 하는 응급실입니다. 이곳에서의 만남은 짧지만, 환자의 삶 가운데 ‘가장 아슬아슬한 순간’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저에게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글을 적다 보니 퇴원 후에도 어디선가 삶을 이어나가길 기도했던 분들이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해지고 그 분들과 조심스러웠던 첫 만남이 스쳐갑니다. 그때도 오늘도, 제가 최선을 다했는지 스스로 반성하게 됩니다.“지금은 안녕하신지요?”[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칼럼이승우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2024/09/29 22:00
  • [의학칼럼] 10·20대 마약 중독, 생각보다 심각… 병폐 끊는 가장 첫 번째 방법은

    [의학칼럼] 10·20대 마약 중독, 생각보다 심각… 병폐 끊는 가장 첫 번째 방법은

    국내 마약 사범이 매년 증가하며 2023년에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3 마약류 범죄백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마약류 사범이 2만7611명으로 2022년 1만8395명 대비 50.1% 증가한 수치다. 역대 최초로 2만 명을 넘어섰다. 현재 우리나라의 마약 문제는 심각한 상태이다.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마약 광고·유통·배급의 패러다임이 오프라인 대면에서 온라인 비대면으로 바뀌고, 마약 종류가 다양해지고 가격이 저렴해졌다. 인터넷과 SNS에 익숙한 10대·20대가 급속도로 마약류에 중독돼 가고 있다.특히 10대 마약사범은 2023년 1477명으로, 2022년 481명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역대 최초로 10대 마약류 사범이 1000명을 넘었다. 20대 마약사범도 2023년 8368명으로, 2022년 5804명 대비 44.2% 늘었다. 전체 마약사범 중 10·20대의 ‘젊은 마약 중독’ 비율은 35.6%로 역대 최고치이다.10대 마약류 사범은 2013년 43명에 비교하면 2023년 1477명으로 약 34배 이상 늘었고, 20대 마약류 사범은 2013년 674명에서 2023년 8368명으로 약 12배 이상 늘어 10대·20대 마약류 사범은 최근 들어 급격히 치솟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필자가 마약류 사범의 저연령화와 10대·20대 마약류 사범의 급속한 증가를 우려하는 이유는 10대·20대에 마약류를 시작하면 중·장년까지 단약과 재발을 반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소년·청년 시기에 마약을 시작할 경우 더 오랫동안 마약을 하게 된다는 점 때문이다. 현재 마약 사범의 연령이 저연령화돼 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마약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특히 청소년의 뇌는 발달 과정에 있다. 즉각적인 쾌감이나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려는 감정적인 뇌 발달의 성장에 비해, 이성적 사고와 판단, 행동과 감정의 조절, 개인적·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전전두엽의 발달은 완전히 발달 되지 않은 상태이다. 전전두엽은 20대 중반이 돼야 발달을 마친다. 청소년의 뇌는 성인의 뇌보다 중독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상태이다. 또한 청소년의 뇌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뇌의 구조와 기능이 변화하는 ‘신경가소성’이 매우 활발한 시기이다. 마약류를 투약한 청소년의 뇌 손상이 성인에 비해 7배에 달한다는 연구가 있을 만큼 청소년의 뇌는 중독되면 그 병폐도 성인보다 훨씬 크다. 그러므로 청소년기에 마약에 중독돼 입는 손상은 이후 삶에 훨씬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10대·20대는 마약류 중 주로 필로폰과 일명 엑스터시로 불리는 MDMA, LSD, 일명 물뽕으로 불리는 GHB를 비롯해 식욕억제제 일명 나비약으로 불리우는 펜터민, 프로포폴 등 향정신성의약품에 손대다 적발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아주 최근에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10대 마약 사범이 드러나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2021년 5월 창원에서 고등학교 학생 등 10대 42명이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불법 처방받아 이를 판매하거나 투약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건은 결코 그 지역만의 문제로 국한해서 생각할 수 없고 펜타닐은 중독성과 부작용이 큰 만큼, 이는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펜타닐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이다. 미국의 경우 펜타닐 중독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5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미국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10만 명 중 80% 이상이 펜타닐 중독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미국 내 18~49세 청장년층 사망 원인 1위가 펜타닐 중독이다.펜타닐, 식욕억제제 펜터민, 프로포폴 등은 병·의원을 통해 처방이 가능하다 보니 비의료용 마약에 비해 ‘합법’이라는 외양을 취할 수 있어 경계심이 덜하고, 접근성이 용이한 것이 큰 문제다. 본래의 치료 목적이 아니라 마약 대체제로 쓰이면서 펜타닐의 치명적인 부작용이 드러났다. 펜타닐의 치사량은 단 2mg이다.앞서 기술한 창원 학생들의 사례에서도 지역 병·의원을 돌면서 통증을 호소하고 막히면 다른 사람을 통해 대리 처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약물 쇼핑'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의료 기관의 각별한 주의와 정부 보건 당국의 강도 높은 관리와 감독이 요망된다.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표한 ‘2023년 마약류 폐해인식 실태조사 결과’에서 마약류 사용의 주된 동기가 성인이나 청소년 모두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는 결과가 나왔다. 현실의 스트레스를 대처하기 어려울수록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는 걸 볼 수 있다.특히 우리나라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꼴찌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자살을 하는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학업·성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쉽게 마약류를 사용한다.마약 극복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약 복용 이후의 대책보다는 ‘예방’에 있다. 마약의 폐해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예방법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스트레스 관리 특히 ‘마음공부’를 통해 “스트레스를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스트레스를 다루고 스스로 어떻게 자신의 생각, 감정, 행동을 다룰 수 있는지”를 배워야 한다. ‘마음공부’는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마약 예방법이다.
    칼럼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2024/09/27 20:00
  • 모차르트 음악 10분 들으면 IQ상승… 그는 정말 나를 똑똑하게 만들어 주는가?

    모차르트 음악 10분 들으면 IQ상승… 그는 정말 나를 똑똑하게 만들어 주는가?

    몇 해 전 신문에서 ‘똑똑한 자녀를 갖는 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외국의 연구를 소개하는 기사였는데, 결론은 너무 허무하게도 똑똑한 자녀를 갖기 위해서는 똑똑한 배우자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능에 있어서 유전의 역할을 강조한 그런 기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지능. 지능 검사(IQ)에서 최근 인공 지능에 이르기까지 심리학에서는 지속적으로 연구됐던 개념이다. 생각해보면 육체적으로 강하지 못했던 인류가 지구를 정복한 것도 결국 지능 때문이니, 지능에 관한 우리의 관심은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겠다. 그러니 지능을 개발하려는 노력은 언제나 진행 중이다.이런 와중에 1993년 세계적인 과학 잡지 네이처(Nature)에 매우 솔깃한 논문이 발표된다.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지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3개의 집단을 나누고, 한 집단에게는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장조(K 448)>를, 다른 한 집단에게는 안정을 취하라는 말을 10분간 계속 들려줬고, 세 번째 집단에게는 아무런 소리를 들려주지 않은 채 10분의 시간을 보내도록 한 뒤 IQ 검사(스탠포드-비네 검사)의 일부분(공간추리력)을 시행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준 집단에서만 IQ 검사 점수가 상승했다.머리 좋아지게 하겠다고 그렇게 많은 노력을 하는데, 단지 모차르트 음악을 10분간 듣는 것만으로 IQ가 좋아졌다고? 당연히 이 놀랄만한 연구 결과는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연구 결과가 조금 뻥튀기된다.원 연구에서 IQ 점수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IQ 상승 효과는 영속적인 것이 아니었다. 10분에서 15분 정도 짧게 발생하는 일시적인 효과였다. 물론 이와 같은 효과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특별한 인지적 훈련 없이 단순하게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는 것으로 발생하는 효과는 짧게 지속되더라도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문제는 이 시간적 제약이 대중적으로 알려지는 과정에서 관심을 덜 받았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 현상에서도 알 수 있듯, 관심을 받지 못해 주의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정보는 인식되지 않는다. 그 결과, 모차르트 음악은 IQ를 향상시켜주는 전지전능한 일종의 마법으로 인식돼 전 세계적 관심을 받았다. 실제로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스트레스, 우울증, 주의력 결핍, 자폐증 등 정신 건강 문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주장들이 나왔고, 더 나아가 태교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도 나오면서 모차르트 열풍이 불었었다.하지만 모차르트 효과의 신뢰성을 깨뜨리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련의 연구들은 모차르트 효과가 모차르트 음악에 국한돼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 모차르트 음악이 아닌 슈베르트의 음악(피아노와 네 손을 위한 F단조 환상곡)을 들어도 IQ는 높아졌다. 클래식 뿐 아니라 현대 팝 음악을 들려줘도 마찬가지였다. 뉴에이지 뮤지션 야니의 노래를 들려줬을 때도 IQ는 높아졌다.‘모차르트 없는 모차르트 효과’의 최고봉은 음악이 아닌 소설을 들려줬을 때에도 IQ가 상승된다는 연구 결과였다. 연구자들은 당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가 중 한 명인 스티븐 킹의 소설을 들려줬는데도 모차르트 효과와 유사한 정도의 IQ 상승효과를 관찰했다. 단, 모든 참가자에게서 이런 결과가 발생한 것은 아니었고, 평소 스티븐 킹의 소설을 즐겨 읽는 참가자들에게만 일어난 일이었다.결국 최근 심리학에서는 적어도 모차르트 효과가 모차르트 음악을 들어서 생기는 기적의 IQ향상법이라는 미신을 부정하고 있다. 일시적 IQ 상승은 존재하나, 이 역시 모차르트 음악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초점은 ‘모차르트’ 자체보다는 ‘모차르트를 듣는 사람들의 마음’으로 옮겨갔다. 특히 스티븐 킹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스티븐 킹 소설의 모차르트 효과가 관찰됐다는 결과로부터 각성 수준과 정서와 관련된 효과라는 설명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What(모차르트 음악)’보다 ‘How(좋아하는 음악 혹은 소설을 즐기는 마음)’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되겠다.우리는 스스로를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결국 가장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 생각이 든다. 오늘도 독서실에서, 카페에서, 일터에서 스스로를 개발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독자들의 귀에는 어떤 것이 들리고 있을까? 모르긴 해도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리이길 바란다.
    칼럼한림대 심리학과 최훈 교수2024/09/27 07:15
  • 남편과 대화가 안돼서 답답한 모든 아내분들에게

    남편과 대화가 안돼서 답답한 모든 아내분들에게

    많은 아내들이 남편과의 대화에서 깊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남편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마치 소통이 단절된 감옥에 갇힌 듯한 고립감에 휩싸이곤 한다. 아내들은 남편이 자신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마음을 이해해주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때로는 그 작은 소망조차 너무 먼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왜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하고 있는 걸까?◇당신 힘들었겠다.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 어렵나?아내들은 하루 동안 겪는 크고 작은 일들, 일터에서의 스트레스나 친구와의 갈등, 예기치 않은 불쾌한 상황들을 남편과 나누고 싶어 한다. 그런데 아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한 해결책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정말 힘들었겠구나"라는, 자신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감정을 누군가와 나누고, 위로받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 그러나 그 소망이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아내들은 깊은 외로움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문제는, 아내들의 이런 바람이 남편들에게 쉽게 전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남편들은 "그 사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라거나 "네가 좀 더 잘 대처했더라면…" 같은 말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아내들은 "내가 언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했나?"라며 답답함과 좌절감을 느낀다. 이럴 때, 자신이 남편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한다는 상실감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사냥꾼들에게 공감능력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그렇다면 왜 남편들은 아내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까? 남성들은 대부분 문제 해결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인류가 오랜 시간 진화해 오는 동안, 남성들은 사냥을 하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역할을 맡아왔다. 이 과정에서 냉철한 판단력과 빠른 문제 해결 능력이 필수적이었다. 그래서 오늘날의 남편들도 여전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본능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하지만 정서적 공감과 문제 해결은 서로 다른 영역이다. 남편들은 아내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을 일부러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아내들이 남편에게 공감을 갈구하는 만큼, 남편들도 자신의 한계와 부족함을 이해받고 싶어 할 때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더 나은 소통을 할 수 있을까?◇아내에게 공감적인 남편이 되기 위한 세 가지 팁부부 간의 소통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한데 그 중 세 가지를 추려보았다. 첫째, 남편들은 아내가 이야기를 시작할 때 모든 행동을 멈추고, 아내의 눈을 바라보며 경청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행동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내에게는 "내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아내의 말이 훨씬 더 깊이 전달된다.둘째, 아내가 감정적으로 어려운 이야기를 할 때, “정말 그런 일이 있었어? 많이 힘들었겠다.”라고 말해보자. 이 짧은 말이 상투적인 표현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아내의 마음을 달래고 위로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아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신뢰하는 사람에게, 즉 남편에게 털어놓기 때문이다. 이 점을 잊지 않고 먼저 공감하는 말을 건네보자.셋째, 아내에게 감사의 표현을 하루에 최소 세 번은 해보자. 사소한 일이라도 좋다. “아침 준비해줘서 고마워” “아이들 돌봐줘서 고마워” “항상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같은 말들이 모이면 큰 힘이 된다. 익숙해진 것에 대한 감사는 쉽게 잊히기 마련이지만, 바로 그 익숙함 속에서 중요한 것들을 종종 놓치게 된다. 아내의 존재와 노력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부부간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다.◇마법 같은 한 마디, ‘당신 고마워’결국, 부부 사이의 소통 문제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아내들은 남편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해주기를 바라며, 남편들은 자신의 방식이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서로를 향한 작은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 밤, 아내들은 남편에게, 남편들은 아내에게 “고마워”라는 말을 전해보는 것이 어떨까? 그 작은 말 한마디가 쌓인 오해와 침묵의 벽을 허물고, 더 깊은 이해와 사랑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칼럼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한승민 대표원장2024/09/2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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