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절에 알레르기 물질 직접 주사… 3개월 만에 증상 개선

입력 2017.09.20 08:30

[헬스 특진실] 가천대 길병원 폐센터 천식 및 알레르기 클리닉
기존 면역치료, 3~5년 걸려 한계… 한국, 세계 다섯 번째로 치료 시행

직장인 김모(38)씨의 가장 큰 즐거움은 퇴근 후 집에서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김씨에게 이런 시간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김씨는 5년 전부터 고양이를 키웠는데, 3년 전부터는 면역력이 떨어진 탓인지 고양이와 가까이만 있으면 콧물과 재채기 증상이 나타났다.

증상은 점점 심해져 눈이 붉게 출혈되거나 피부가 심하게 가려워 일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회사에서는 '산만하다' '일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결국 병원을 찾은 김씨는 '고양이 털에 의한 알레르기 비염'을 진단받았다. 하지만 매일 병원을 방문해 4~5년 가까이 치료를 받아야 완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치료를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김씨는 가천대 길병원에서 3개월 정도 치료를 받으면 알레르기 증상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3개월간 매달 한 번씩 림프절(면역세포가 밀집한 면역기관의 일종)에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직접 투여하는 면역치료를 받았고, 치료 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알레르기 증상 없이 생활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폐센터에서는 림프절에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투입해
가천대 길병원 폐센터에서는 림프절에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투입해 기존보다 짧은 기간 내에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림프절 면역치료를 임상 시험으로 실시하고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알레르기 질환, 면역치료로 증상 개선

알레르기 질환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호흡기 등을 통해 체내로 들어온 집먼지 진드기나 반려동물의 털 등에 과민하게 반응해 기침이나 콧물, 재채기 등이 생기는 질환이다. 국내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6명이 알레르기 질환으로 연 1회 이상 진료를 받는다.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경우 1차적으로 권장되는 것은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 등을 이용한 약물 치료다. 그러나 이러한 약물로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면역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면역치료는 일반적으로 피부나 혀 아래쪽에 환자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을 소량, 주기적으로 주사해 면역계가 해당 물질에 더 이상 과민반응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가천대 길병원 호흡기내과 이상민 교수는 "면역치료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3~5년 정도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환자들이 장기 치료를 유지하지 못하고 증상이 조금만 나아져도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세계 5번째로 림프절 면역치료 시행

최근에는 알레르기 면역치료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림프절에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주입하는 '림프절 면역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전 세계적으로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다섯번째로 림프절 면역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가천대 길병원 폐센터 이상민·이상표 교수 연구팀이 두 가지 이상 실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동시에 치료하는 림프절 면역치료를 개발해 '알레르기 천식 면역 연구지'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은 집먼지 진드기, 고양이, 개 알레르기가 동시에 있는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림프절 면역치료를 시행한 후 1년 뒤 개선 효과를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치료 전과 비교했을 때 치료 1년 후 비염 증상과 비염으로 인한 삶의 질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알레르기 비염 약물을 덜 쓸 수 있었다.

이상민 교수는 "면역치료는 많은 면역세포에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자주 접촉시켜 면역세포가 해당 물질에 익숙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림프절에는 피부나 혀 아래쪽과 비교했을 때 1000배 많은 양의 면역세포가 존재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적은 치료 횟수로도 동일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길병원은 현재 집먼지 진드기·고양이·개 알레르기 환자를 대상으로 림프절 면역치료를 임상시험으로 진행하고 있다.

◇피부과·이비인후과 협진으로 복합 치료

알레르기 질환 환자는 두 가지 이상의 알레르기 질환을 동시에 겪는 경우가 많아 복합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내과학 교과서에 따르면,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40%에서 천식이 발생하며, 천식 환자의 80%는 알레르기 비염을 겪는다. 가천대 길병원 폐센터의 천식 및 알레르기 클리닉에서는 알레르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알레르기 피부단자 시험을 통해 환자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을 파악한다. 이후 환자의 상태에 따라 피부과, 이비인후과 등과 협진해 환자가 겪는 알레르기 질환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치료 중간에는 의료진이 1대1 상담을 통해 일상 중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의 접촉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생활 관리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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