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효능 찾는 '신약 재창출'
의약품 부작용 보고 활발해져야
의약품은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을 위해 사용되는 물질이지만, 의도와는 다른 작용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를 약물 부작용이라고 한다. 부(副)작용은 통념적으로 인체에 해로운 반응을 일컫는 용어이지만, 사전적인 정의는 부(不)작용이 아닌 기대하는 주작용 이외의 부가적인 작용(영어는 side effect)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부작용은 엄밀히 말하면 부작용의 한 종류인 약물 유해반응(adverse drug reaction)에 해당한다.
얼마 전 국내 제약사의 말기 폐암치료제 신약개발 과정에서 중증 피부 부작용 사례가 나타나 개발 과정에 차질이 빚어진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신약 개발 과정에서 나타나는 약물 부작용은 곧 실패로 연결짓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오히려 반대의 상황도 있다. '신약 재창출'이 그것이다.
신약 재창출이란 이미 개발돼 시판중이거나 과거 신약 개발 과정에서 안전성은 검증됐으나, 유효성·편의성 등의 이유로 상업화되지 못한 약물을 대상으로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것이다. 고전적인 신약 개발 과정이 10년 이상의 기간과 1조원 이상의 개발 비용을 소모함에도 불구하고 후보 물질에서 신약으로 허가되어 나올 확률이 매우 적었던 것에 비해, 신약 재창출은 상대적으로 저비용 고효율을 자랑하는, 최근 매우 각광받는 신약 개발 전략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다. 초기엔 고혈압, 협심증 치료제로 연구를 시작했으나, 그 효능이 기존의 약에 비해 우수하지 못해 개발 중단 위기에 처했지만, 연구 중 보고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통해 새 생명을 얻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혈압약이었으나 발모 부작용이 보고된 뒤 현재는 탈모치료제로 더 유명해진 '미녹시딜', 소염진통제이지만 심혈관 질환 예방 목적을 위해 복용하는 항혈전제로 많이 사용되는 '아스피린', 코감기 약(항히스타민제)의 졸림 부작용을 이용해 수면 유도제로 개발된 '디펜히드라민'은 모두 원치 않았던 부작용을 이용해 새 생명을 얻은 신약 재창출 전략의 산물이다.
이러한 신약 재창출 사례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두 가지 있다. 첫째, 의약품 부작용 보고를 좀 더 활발하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약물을 복용하고 예기치 못한 유해 반응이 나타난 경우 이를 지역별로 운영 중인 지역의약품 안전센터(한국 의약품 안전 관리원 홈페이지 또는 전화 1644-6223)를 통해 소비자가 직접 보고하거나, 약사·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의료인이 의약품 부작용을 보고하도록 돼 있다. 원래 목적은 지속적인 약물 감시를 통해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는데 있지만, 위에서 소개한 바처럼 부작용 사례를 통해 신약 재창출의 소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부가적인 이점이 있다.
둘째, 내 맘 같지 않은 현실에 너무 크게 좌절하지 말자. 한동안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말이 유행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진부한 표현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린 알 수 있다. 지금 시련을 겪고 있거나, 이미 끝난 듯 보여 포기해 버리고 싶었던 순간이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기회로 연결 될 수 있다는 것을. 지금 내 앞을 막아선 벽은 벽이 아니라 또 다른 세상을 향한 문일 수도 있다는 것. 신약 재창출 사례를 통해 또 다른 희망을 품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