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8월, 미국 카트리나에 불어 닥친 태풍으로 루이비통 등의 명품업계에 비상이 걸린 적이 있다. 세계에 공급되는 악어 가죽 85% 가량을 담당하는 루지애나주 양식 악어 15만 마리 대부분이 죽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루이비통 가죽 재킷은 생산이 중단됐고 페라가모 악어 구두 가격도 2배 이상 폭등해 큰 피해를 입었다.
이렇듯 날씨는 일상 생활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눈부신 과학의 발전에도 날씨만은 인간의 통제가 불가능한 탓이다. 우리의 신체 역시 날씨의 변화에 따라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급격히 추워지거나 건조한 날씨, 30도가 넘는 고온의 날씨 등 변화무쌍한 날씨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오기 마련이다. 특히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한 눈의 다른 신체 기관에 비해 날씨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
30도를 웃돌던 무더위가 가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가을이 되면 대기는 급격히 건조해진다. 이로 인해 우리 눈에 찾아오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안구건조 현상이다. 안구건조증은 눈 표면이 마르면서 충혈과 따가움, 자극감을 동반하고 눈을 만지거나 비비면 세균 감염과 각막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보통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 겨울이 되면 찾아오는 두통은 흔히 감기 때문이라 인식하지만 눈 뒤쪽이 당기듯 아프거나 눈이 뻑뻑하면서 머리가 아프다면 안구건조증으로 인한 두통일 수 있다. 평소 안구건조증이 있는 사람이 장시간 지속적으로 찬바람에 노출되면 증상이 악화돼 각막궤양 등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안구건조증이 있는 사람들은 인공 눈물을 통한 자가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공눈물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인체 내 눈물 생성 능력을 떨어뜨려 질환을 만성화, 장기화 시킬 가능성이 있다. 또한 방부제가 들어간 인공눈물은 각막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각막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방부제가 포함되지 않은 제품으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점안 횟수는 하루 4~6회가 적당하다. 물을 자주 마시고 실내 습도를 40~60%로 유지하는 등의 방법도 안구건조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비 역시 눈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비가 많이 오고 평소에 비해 습도가 높아지면 세균 번식으로 인한 각종 전염성 안질환에 감염되기 쉽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유행성 각결막염을 들 수 있는데, 눈곱이 많이 끼고 눈이 충혈되며 밝은 빛을 볼 때 눈이 쑤시는 증상이 지속되면 의심해 봐야 한다. 일주일 정도 잠복기를 거친 후 눈에 이물감을 느끼게 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심해지는 만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전염력이 매우 높은 또 다른 안질환으로는 급성출혈성 결막염을 꼽을 수 있다. 감염 후에는 가려움을 느끼고 눈물을 많이 흘리며 눈이 빨갛게 충혈되는 증상을 보인다. 두 질환 모두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자연치유가 가능하기도 하지만, 2차 감염의 우려가 있으므로 증상이 보이면 곧바로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예방을 위해서는 외출 후 집에 돌아오면 반드시 비누를 사용해 흐르는 물로 손을 씻는 것이 좋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 물건을 만지거나 손잡이를 잡은 손으로 눈을 만지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흐린 날은 어떨까. 흐린 날은 습도가 높은 반면 기온은 떨어지고 몸이 축 늘어지는 증상을 느낄 수 있다. 흔히 나이가 드신 분들은 날씨가 궂은 날이면 온몸이 쑤시는 증상을 호소하곤 하는데, 이는 기온과 습도 변화로 인해 우리 몸도 함께 변화를 느끼기 때문이다. 눈의 경우에도 침침함과 함께 쿡쿡 쑤시거나 따가움을 느낄 수 있다. 단순히 피로에 의한 증상이라고 넘기기 보다 이럴 때는 눈의 휴식을 취해주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통해 눈의 긴장을 풀어주는 게 중요하다. 또한 신체 전반적으로 피로를 느낄 수 있는 만큼 이런 날은 숙면을 취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밖에 뜨거운 가을볕도 주의가 필요하다. 대체로 여름에는 햇빛을 가리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지만 가을에는 선글라스나 자외선 차단에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온이 떨어져 햇빛도 강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실제로 가을볕 역시 여름 햇빛만큼이나 신경써야 한다. 자외선은 사계절 모두 존재하며 특히 건조한 가을에는 안구건조증과 함께 눈이 민감하게 반응해 자외선 차단에도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강한 자외선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각막이 손상되어 염증을 일으키는 광각막염을 유발할 수 있고 가벼운 충혈부터 알레르기결막염까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외출을 할 때는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주고 선글라스나 모자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우리 신체는 사소한 생활습관부터 날씨 변화까지 다양하게 영향을 받고 그에 따라 변화를 거듭한다. 그만큼 미리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이 큰 병을 키우지 않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고자 :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김진국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