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의 진료실을 찾은 17살 김모양은 한참 웃음이 많을 나이인데도 얼굴에는 근심과 걱정이 가득했다. 날씨가 건조해지면서 팔과 허벅지에 올록볼록 무언가 올라온 피부 때문이었다. 김양은 소위 말하는 ‘닭살’ 피부가 콤플렉스라고 했다.
기온이 낮아지면서 날씨로 인한 피부질환이 하나 둘씩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대부분 한 번 발생하면 꾸준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해 여간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그 중에서도 닭살로 불리는 모공각화증은, 마치 털을 뽑은 후의 닭 피부 같다고 해서 닭살 피부로 불린다. 원인은 유전으로 알려져 있지만, 후천적으로는 과도하게 생긴 각질이 털구멍을 막아 생기기도 한다. 염증이나 통증 등 일상에 방해되는 심각한 질환은 아니지만, 외모에 민감한 10대 학생이나 20~30대 젊은 여성에게 자주 나타나 미용상 문제가 된다. 주로 팔뚝이나 허벅지에 오톨토돌 나타나는데 얼굴이나 둔부, 어깨 주변, 몸통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며 이는 시각적으로 피부가 거칠게 보이고 심할 경우 해당 부위가 까맣게 변하는 등 색소침착이 일어나기도 한다.
닭살 피부 예방 및 완화에 가장 좋은 방법은 보습이다. 건조해지는 계절에 더 심하게 느껴지는 것은 보습이 충분치 않아서일 수 있다. 먼저 가을, 겨울철 잦은 샤워는 금물이다. 잦은 샤워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세정제 횟수를 줄이고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해야 피부 건조함과 자극을 줄일 수 있다. 뜨거운 물은 수분을 빼앗아 피부를 더욱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에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한다. 적절한 세안제란 피부장벽기능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자극이나 염증반응으로 손상된 피부장벽의 빠른 회복을 도울 수 있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피부장벽기능이 손상되면 피부 표면의 pH가 정상범위(4.5~5.5)를 벗어나 증가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정상적인 피부장벽 형성에 중요한 효소들의 작용이 감소하고 피부장벽을 악화시키는 효소들의 작용은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닭살 피부에는 피부보호막을 유지시킬 수 있는 약산성의 세안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약산성 세안제는 공통적으로 액상 제형을 갖는 것들이 많다. 다만 액상을 선택할 때 세정력이 높은 제품을 선택하면 오히려 더욱 피부장벽을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물기 제거 직후에는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보습제를 발라준다. 어려울 경우 수증기가 있는 욕실이나 샤워 부스 안에서 크림이나 밤 타임의 보습제를 바르면 피부의 수분 증발을 늦출 수 있다. 보습제의 선택은 함습과 밀폐의 기능을 갖춘 제품이 좋다. 피부 장벽 기능만을 고집한다면 크림이나 오인트 타입의 제형이 좋지만 발랐을 때 끈적이지 않는 등의 순응도를 고려하면 크림이나 로션을 선택하는 것도 무방하다. 수시로 바를 수 있는 제형으로 본인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으로 선택하고, 건조한 겨울철에는 하루 2~3회 이상 바르는 것이 필요하다.
닭살이 심한 경우라면 과도한 필링, 때밀기 등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피부가 자극을 받아 민감해지면 이로 인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손톱으로 억지로 뜯거나 긁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피부가 벗겨져 2차 피부 질환의 위험도 높아지고, 해당 부위가 갈색이나 검게 색소침착 될 수 있다. 이럴 땐 혼자 해결하기 보다는 병원에 내원해 피부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안전하게 치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