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원하는 환자들의 주 증상이 바뀐 것을 보니 찬 바람이 부는 계절이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피부의 건조함과 가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의미다. 피부는 그만큼 민감하게 대기의 온도와 습도에 반응하는 것 같다.
가을철 피부 건조의 원인은 일단 날씨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수분 증발이 적지만 요즘과 같은 환절기 때는 습도가 낮아져 쉽게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얼굴이 눈에 띄게 건조해지고 팔, 다리에는 하얀 각질이 생긴다. 이렇게 각질이 올라오는 것을 시작으로 가려움증이 생기고 심해지기 일쑤다. 몸 이곳 저곳을 긁다 보면 피부가 빨갛게 변한다. 피부건조증은 주로 40대 이후에 나타난다.
건조의 근본적 원인은 피부 노화지만 생활 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차고 건조한 날씨에 보습이 유지되도록 좋은 습관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여름의 세안과 샤워 습관을 이어간다면 피부가 가려운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계절에 맞는 세안, 샤워 습관과 보습이 뒷받침되어야 가을철에도 촉촉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 춥다고 뜨거운 물로 몸을 씻기 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가벼운 거품 샤워를 하는 것이 좋으며, 보습 인자가 함유되어 있는 샤워제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려움증이 심하면 목욕은 주 1~2회가 적당하다. 매일 하는 샤워도 10분내로 하고 지저분한 환경에 노출된 것이 아니라면 비누질을 매번 할 필요는 없다.
팔, 다리에서 하얗게 일어나는 각질은 뜯어내거나 때수건으로 밀어 벗겨내려고 하지 말자. 각질은 외부와 피부 사이의 장벽 역할을 해줄 뿐만 아니라 피부가 일정한 수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기 때문에 무리해서 벗겨내면 피부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가렵다면 각질 제거제 조차 사용하지 않는게 필요하다. 허연 각질위로 그대로 보습제를 일주일 정도 충분히 바르면 서서히 줄어드는 각질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샤워 후에는 보습제를 발라 피부 수분을 유지해야 한다. 처음에는 보습 로션이나 이멀젼을 사용하지만 2주 이상 사용했는데도 지속되는 가려움과 각질이 있다면 크림 제형으로 제품을 바꾸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 끈적거리는 사용감을 불편해하는 경우도 있으나 증상의 악화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므로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에 노출되었을 때 피부는 더욱 건조해지므로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 건조로 인해 가려움이 심할 땐 긁지 말고 가려운 부위에 얼음 찜질을 하거나 간단한 목욕 후 보습제를 넉넉하게 바른다. 그래도 가라앉지 않는다면 피부과 전문의의 처방을 받은 것이 필요하다.
이 밖에 실내에서는 습도 50~60%로 유지시켜 주는 것이 좋다. 여성들의 경우 나일론 스타킹이나 스판 바지처럼 착 달라붙는 합성 섬유 소재의 옷은 입지 않고 살에 닿는 섬유는 면 소재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