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에 따르면 중국 당나라 시절, '삼백(三白)'이라 하여 피부, 치아, 손이 흰 사람을 미인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손이 하얗고 예쁜 여자는 남성의 로망 중 하나지만, 손은 의외로 관리가 허술한 부위기도 하다. 얼굴 관리는 단계별로 기초 케어를 하고, 좋은 성분의 기능성 화장품을 바르는 등 신경을 많이 쓰는 반면, 손은 핸드크림 정도만 바르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손은 각종 자극이 많은 부위고 물에 자주 닿는 만큼 수분 손실이 크다. 쉴 틈 없이 하는 일도 많아 각종 균에도 쉽게 노출되어 있다. 특히 요즘 같은 환절기는 건조한 날씨, 황사와 미세먼지 등 섬섬옥수(纖纖玉手)를 해치는 요인들이 가득하다. 문제는 단순히 손이 푸석거리고 건조한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손가락 끝에 각질이 생기거나 손가락 마디에 물집이 잡히는 등 질환이 잘 생긴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손 질환이 접촉피부염과 한포진이다. 접촉피부염은 자극으로 인해 피부를 보호해주는 얇은 지질막이 떨어져 나가면서 건조해지고 가려운 질환이다. 이로 인해 각질이 생기고 심하면 붓거나 피가 나기도 한다. 한포진은 손바닥에 자잘한 물집이 생기는 피부병으로, 가렵고 허물이 벗겨지기도 한다. 주부 습진으로 오인해 방치했다가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물집이 터져 껍질이 벗겨지거나 고름이 차는 경우도 있다.
손 피부 질환은 무엇보다 전문의의 진단을 통한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하고 많이 벗겨지는 경우에는 손이 아플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도 크다. 몇 년 전 대한피부과학회에서 손 피부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은 일상생활과 직업 활동 시 대인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했으며, 67%는 손 피부병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과 불이익을 겪는다고 답했다.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손 피부 역시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고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 손이 유난히 거칠다면 질환 뿐 아니라 손 노화도 빨리 온다. 각질이 일어났다는 것은 수분 부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증거므로, 밀어내기보다는 보습제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손 보습제를 고를 때 가장 고려할 것은 흡수율이다. 상대적으로 피부가 두꺼워 흡수가 더디고, 다른 일을 하거나 물건을 만지면 금방 사라지거나, 씻겨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값비싼 성분이 들어간 제품보다 손의 보호막을 만들어주고 흡수를 도울 수 있는 유레아, 페트롤라툼 등이 함유된 제품이 효과적이다. 유난히 손이 거친 날이나 특별 관리를 하고 싶은 날에는 집에 하나씩 구비하고 있는 바셀린을 듬뿍 바르고 스팀타월로 5~10여 분간 감싸고 있는 것이 도움된다. 보습제를 바를 때 간단하게 손 마사지를 하면 흡수가 잘 되고 근육 긴장도 피로를 풀 수 있다. 핸드크림을 손가락 사이까지 꼼꼼하게 바른 후 마디와 손바닥 곳곳을 지긋이 눌러주면 된다. 한 손으로 다른 손을 감싸거나 손을 비벼 약간 열을 내면 흡수율을 조금 더 높일 수 있다.
비누 사용 습관도 중요하다. 시중에 판매되는 항균 비누는 PCMX(ParaChlorometraxylenol)라고 불리는 페놀 계통의 소독 성분이 함유돼 있다. 세균의 효소와 세포벽의 변화를 일으켜 불활성화시키므로 그람음성구균을 파괴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 알코올 성분이 함유된 손세정제 들도 그람양성균 및 음성균의 소독에는 효과가 있다. 요즘처럼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할 때 이러한 소독 성분이 함유된 비누를 사용하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하게 사용할 경우 손의 피부 보호막인 각질층이 과도하게 없어져 손 습진이 생길 수 있으므로 피부 상태나 손의 오염도, 유행성 질환에 따라 손 비누 세정제와 씻는 횟수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손을 씻을 때 뜨거운 물을 사용하면 수분을 더 빼앗길 수 있으므로 미지근한 물을 이용하고 씻고 난 후 3분 안에 보습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서동혜 원장(피부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