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생존율 높인 일등공신은 내시경, 제대로 하려면…"

입력 2023.02.06 07:00   수정 2023.02.21 13:39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내시경 명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박재명 교수

  우리나라는 전 세계 위암, 대장암 발병 1위 국이다. 그러나 그 지형이 변하고 있다. 위암 발생자 수가 꾸준히 줄어들어 우리나라 내에서도 암 발생 순위 1위였던 위암이 폐암에 순위를 넘겼다. 대장암도 마찬가지로 감소 전철을 밟고 있다. 동시에 생존율은 증가해 2016~2020년 5년 생존율이 위암은 78%, 대장암은 74.3%에 달한다. 갑상선 암 제외 모든 암의 평균 5년 생존율은 67.3%다. 이런 변화의 일등공신은 바로 조기 검진을 가능하게 한 ‘내시경’이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박재명 교수를 앞으로 내시경 시술이 얼마나 발전할지 물어봤다.

가톨릭대 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박재명 교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박재명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내시경 정기 검진이 꼭 필요한 대상은?
고위험군은 꼭 받는 게 좋은데, 한국이 전 세계에서 위암 발생률이 제일 높으므로 한국인 전부가 고위험군이다. 그래서 한국 정부에서는 보건 정책으로 40세 이상은 남녀 불문하고 2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 검진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특히 직계 가족 중 위암 경력이 있다면 더욱 신경써서 꼭 받아야 한다. 대장 내시경은 나라별로 정기 검진 권장 대상 규정이 조금씩 다르다. 한국에선 대장암도 전체 암 중 발생률 2위로 높은 편이라, 학계에선 50세 이상은 5년에 한 번씩 대장 내시경을 받는 게 좋겠다고 권고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보건 정책은 아니다. 직계 가족 중 대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더욱 정기 검진받는 걸 추천한다.

-많은 사람이 수면 내시경을 받는다. 그러나 무의식적인 행동이 나올까 봐 두려워하는데, 이런 행동을 줄일 방법이 있는가?
먼저 흔히 말하는 수면 내시경은 엄밀히 말하자면 진정 내시경이다. 수면제를 투여하는 게 아니라 환자를 진정시키기 위한 진정제를 투여한다. 수면제를 복용하면 오랜 시간 실제 수면에 빠지게 되는데, 내시경 검사를 할 땐 약 5~10분 동안만 진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수면 유도가 되기도 한다. 보통 진정제로 미다졸람이라는 약을 많이 사용하는데, 알코올과 똑같이 가바(GABA)라고 하는 신경계를 차단하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마치 술 마신 다음 날 술 마셨을 때 상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수면 내시경을 받으면 당시 상황이 흐릿하게 느껴진다. 나타나는 행동도 보통 술에 취했을 때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술이 센 사람은 진정 효과가 떨어지기도 한다. 진정제를 투여했을 때 보이는 행동을 예방하는 방법은 없다. 약제를 변경하면 방지할 수 있긴 하다. 대표적인 대체 가능 약으로 프로포폴이 있는데, 미다졸람과 다른 방법으로 진정 효과를 내기 때문에 그런 행동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프로포폴을 투여한 후 내시경 검사를 하려면 병원 규정에 따라 소화기 내과 의사뿐만 아니라 마취과 의사를 동반해야 하는 곳도 있다.

-고령자는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버거울 수 있다. 검진은 몇 살까지 받으면 되는가?
아직 정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고, 연구 중이다. 국립 암센터 연구에서 75세까지는 위내시경을 하면 위암 사망률이 떨어졌지만 75세 이상부터는 사망률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결과가 보고된 적은 있다. 그러나 해당 연구 목적이 위 내시경 유효 나이를 보기 위한 게 아니었어서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정도로 참고 해야한다. 실제로 요즘 75세 노인 중 정말 건강한 사람이 많아, 일반적으로 건강한 노인에겐 검사하라고 권하고 있다.

-고령자도 진정 내시경으로 검사를 진행하는가?
환자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 진정제와 나이는 크게 관련이 없다. 다만 고령자는 대장 내시경을 할 때 장 정결제를 복용하면 탈수 현상이 쉽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물을 병원에서 고지해준 대로 잘 마셔야 한다.

가톨릭대 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박재명 교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박재명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내시경을 받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가?
현재와 과거에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등을 앓은 적이 있다면 내시경 검사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출혈 때문이다. 내시경 검사를 하다 질환을 발견하면 조직 검사를 하기 위해 조직을 떼어내는데, 이때 피가 날 수밖에 없다. 심뇌혈관 질환을 앓았거나 앓고 있다면 아스피린 등 응고 작용을 억제하는 약제를 복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출혈 위험도가 커진다. 간단하게 내시경으로 확인만 하고 나올 거라면 약을 끊지 않아도 되지만, 치료를 하게 되면 피가 많이 나기 때문에 주치의와 상의를 거쳐 내시경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보통 약 복용을 잠시 멈추거나 약한 약으로 바꾸는 등의 방법을 고려한다. 혈우병같이 피가 멈추지 않는 질환을 앓고 있을 때도 출혈 위험이 있으므로 내시경 전 주치의와 상담을 먼저 진행해야 한다. 녹내장, 전립선 비대증, 부정맥 환자도 주의해야 한다. 내시경 전처치 중 장이 움직이는 것을 멈추기 위해 진경제라는 약을 쓰는데, 녹내장, 전립선 비대증, 부정맥 환자에게 진경제 부작용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식,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등을 앓는 등 호흡기계가 안 좋다면 진정 내시경을 주의해야 한다. 약제 부작용으로 가장 흔한 게 호흡기계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덜 아프게 빨리 진행하는 내시경이 잘한 내시경인가?
통증을 줄이려고 빨리 보고 빨리 나오는 건 안 좋다. 일단 통증은 있을 수밖에 없다. 위는 구부러져 있기 때문에 내시경을 아무리 잘 넣어도 압력이 가해져 통증이 생긴다. 장은 평소 구부러져 있기 때문에 펴기 위해서 공기를 넣어 빵빵하게 한 후 내시경 검사를 하므로 또 통증이 당연히 생긴다. 대장 내시경은 적어도 6분 이상 봐야 좋은 내시경이라는 규정이 있다. 위내시경도 직접 연구해보니 짧게 보는 의사보다 길게 보는 의사가 훨씬 관찰력이 좋았다. 의사 중 3분 동안 위내시경을 하는 의사와 그렇지 못한 의사 그룹의 암 확인율을 비교해봤더니 3분 이상 확인한 의사가 확연히 높았다. 이후 우리 병원에선 모두 3분 이상 위내시경을 보고 있다. 3분 이상 보게 했더니 검진센터 진단율이 무려 50%나 올라갔다. 소화기 내시경 학회에서 더 자세한 퀄리티 컨트롤을 명시하고 있다. 대장 내시경은 대장 삽입률 90% 이상 끝까지 볼 수 있거나, 선종 발견율이 20~30% 이상일 때 내시경 실력이 좋은 의사라고 보는 식이다. 잘한 내시경 검사를 위해서는 환자가 도와줘야 하는 것도 있다. 의사가 아무리 훌륭해도 장 정결도가 안 좋은 대장은 내시경으로 볼 수가 없다. 장 정결제를 먹는 게 매우 힘든 걸 안다. 그래도 이번에 하게 되면 5년 동안 편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깔끔하게 비워야 의사도 신중히 열심히 볼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장 정결제 종류가 많은데 어떤 차이가 있는가?
제일 먼저 개발된 건 4리터짜리 약제다. 현재까지 안전하게 사용돼 왔다는 장점이 있다. 양이 많다 보니 농도 차로 유발할 수 있는 합병증이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탈수에 의한 합병증이 걱정되는 콩팥·심혈관질환자 등 여러 가지 기저질환자는 지금도 4리터짜리를 먹게 한다. 적은 용량만 먹어도 되는 약제도 있다.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약제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조금 더 크다. 알약도 있는데, 편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선 60세 이상에선 허가되어 있지 않다. 장정결도는 모두 비슷한 것 같다. 환자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살피고 약을 선택하고 있다.

논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박재명 교수가 위와 십이지장이 겹치는 굴곡진 곳에 병이 있을 때도 내시경으로 치료할 수 있을만큼 내시경 치료술이 발전했다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지호 기자
-내시경으로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암이 되기 전 단계면 침투력이 없고 표면에만 병변이 있기 때문에 내시경으로 살짝 떼어내면 된다. 암은 파고들어 가는 성질이 있어서 떼어낸 조직을 검사했을 때 암 조직으로 진단됐다면 침투 정도에 따라 해당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을 해야 할 수 있다. 위·대장 벽은 다섯 층으로 돼 있는데 3층의 3분의 1까지만 침투했다면 내시경으로 떼어내 완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상 들어갔다면 수술해야 한다. 암은 림프관이나 혈액으로 전이하려는 성질이 강해 내시경으로 완치가 안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4층인 근육층까지 내시경으로 자르게 되면 천공 위험이 상당히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근육층과 장막층을 남겨놓고 위 세 층은 잘라내도 한 달이면 금방 새살이 차 들어간다.

-최근 내시경 치료 분야에서 어떤 연구가 가장 활발한가?
수술 영역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다. 외과 수술로 의뢰했던 것을 내시경으로 자르고 봉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최신 연구에서 많이 소개되고 있다. 근육층까지 자르는 게 위험하지만, 암이 아닌 양성 종양이라면 근육층까지 갔을 때도 내시경으로 자를 수 있다. 또 예측에 대한 내용도 많이 나오고 있다. 조직을 잘라보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이다. AI기 활용되며 발전하고 있다. 환자 위험도를 다시 평가하면서, 점점 배를 열거나 상처를 내지 않고도 내시경으로 심부 쪽 치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식도 이완 불능증이라는 질환이 있는데 예전에는 당연히 흉부외과에서 흉부 복강경을 통해 수술해야 했다. 지금은 표준이 내시경 치료다. 내시경 전문의들이 내시경으로 식도 근육을 잘라낸다. 근육층을 자르니 당연히 천공이 생기는데, 치료법 연구가 잘 돼 있어서 3박 4일 정도 입원만으로 완치할 수 있다. 이렇게 내시경 치료는 점점 깊이, 넓게 진보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내시경 검사와 치료를 앞둔 환자분에게 한마디 하자면?
우리가 원하는 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이다. 그래서 암 걱정을 많이 하는데, 예전 우리나라 통계를 보게 되면 3분의 1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조기 진단과 관리가 현재까지는 완치로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치료법이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놓치지 말고 하길 권고한다. 위는 우리나라 보건 정책으로 2년마다 한 번씩 40세 이상이라면 해야 한다. 내시경 검사를 하면 위암에 대한 사망률을 확실하게 절반으로 줄일 수가 있다고 이미 보고돼 있다. 대장암도 마찬가지다. 대장 내시경 용종 절제술로 대장암으로 가는 걸 차단하면 대장암 발생률도 줄고 사망도 줄기 때문에 검진을 꼭 권유하고 싶다. 내시경 검진,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

가톨릭대 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박재명 교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박재명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박재명 교수는…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취득하고, 현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환자가 더 편리하고 확실한 내시경 검진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하는 의사다. 실제로 인터뷰 중 "한 환자의 질문에 정확한 답을 찾기 위해 진행 중인 연구가 있다"고 말했을 정도. 2021년에는 제30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 수상하기도 했다.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교육 이사,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정보전산 이사,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연구관리이사를 역임하고, 현재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전산정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치료내시경을 배우기 위해 일본소화기학회 단기 연수와 미국 메이요 클리닉 연수를 다녀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