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약·가족의 응원… 유방암은 종합적 관리가 필수"

입력 2021.08.23 08: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유방암 명의’ 경희대병원 후마니타스암병원 유방외과 민선영 교수

민선영 교수 사진
민선영 교수./경희대병원 제공

‘유방암’ 하면 떠오르는 게 ‘여성성 상실’이다. 암 치료를 위해 유방 절제를 하다 보니 많은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여성성을 상실한 것 같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래서 유방에 이상 증세가 생겨도 자신이 유방암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진료를 미루고 미루다 병을 키우는 게 부지기수다. 경희대병원 후마니타스암병원 유방외과 민선영 교수는 “유방암은 치료 기회가 많은 암”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의료진과 힘을 합쳐 최선의 방법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민선영 교수를 만나 유방암 치료에 대해 얘기 나눠봤다.

-유방암은 병기가 중요한가?
유방암은 병기가 낮다고 해서 수술만 해도 되고, 병기가 높다 해서 치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암의 성격에 따라 수술과 함께 여러 보조 치료를 같이 해야 하는 암이다. 예전에는 암 크기가 크고 전이가 됐으면 무조건 유방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했지만, 요즘은 항암치료를 먼저 해서 암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하기도 하는 등 절대적인 기준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환자마다 세밀하게 접근해야 하는 암이다.

-수술이 까다롭나?
다른 장기들에 비해 크게 까다롭지 않다. 큰 합병증이 생길 만큼 위험도가 높은 구조물이 있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림프절까지 암이 전이됐을 땐 림프절을 떼어내면 후유증이 비교적 심하기 때문에, 상황을 잘 고려해 수술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림프절 전이가 됐더라도 경우에 따라 수술로 림프절을 제거하지 않고 방사선으로 치료하기도 하는 등 림프절 전체 제거는 가급적 피하고 있다. 림프절을 떼어냈을 때 생기는 후유증은 림프부종이 제일 흔하다.

-림프부종도 그렇고, 유방 변형도 그렇고 수술 후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이는데?
그렇다. 수술 후 종합적인 관리가 아주 중요한 암이다. 그래서 협진이 필수적이다. 유방암은 암 중 가장 여러 과가 함께 진료해야 하는 병에 속한다.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는 필수적인 치료 영역이다. 재건을 위해 성형외과, 림프부종 등 수술 후 회복을 위해 재활의학과 의료진이 투입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호르몬 치료도 필요하다. 불면, 우울증도 빈발하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도움을 받기도 한다. 정신 관리가 안 되면 약 순응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는 우울도 굉장히 많아서 가족들의 지지가 중요하다.

-가족들의 지지가 왜 중요한가?
유방암 환자는 대부분 40~50대 여성으로, 가정을 돌보는 역할을 하는 주부들이 많다. 가족을 돌보면서도 자기 자신에게는 소홀한 경우가 대다수다. 암 진단과 치료 시기에는 가족들이 관심을 갖고 잘 보살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 혼자 고통을 감당하는 케이스가 많다. 치료 과정이 길게는 8~9개월 걸리는데 치료가 끝나면 그쯤부터 가족들은 마음을 놓기 시작한다. 약만 먹으면 되는 시기부터 갑작스럽게 심한 우울감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암 치료 후 우울감은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가족들이 끝까지 환자의 정신 건강을 잘 보살피고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

-경희대병원의 유방암 치료 강점을 꼽는다면?
의료진과 환자 간 거리가 가깝다. 긴 시간 동안 상담을 충분히 해서 환자에게 줄 수 있는 대부분의 치료 옵션을 다 주고 있다. 최근 시행하는 거의 모든 수술을 다 시행한다. 수술 후 관리 프로그램도 오랫동안 시행해 왔기 때문에 암 경험자로 사는 데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잘 갖추고 있다. 특히, 유방암 환우회 밴드를 통해 나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 사소한 궁금증을 해소해주려 노력한다. 특정 음식을 먹어도 되는지, 약을 먹고 이상 반응이 생겼는데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하는 지 등 여러 궁금증을 올리면 며칠 안에 풀어주려 애쓰고 있다. 환자들에게 의학적 도움도 드리겠지만, 심리적인 지원도 하고 있다 생각한다.

민선영 교수 사진
민선영 교수./경희대병원 제공

-환자들은 유방암 의심 소견을 들을 때부터 진단받을 때까지, 그 시간이 괴로울 듯한데?
대형병원에서 진료 받으려고 3개월 이상 기다리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가급적 빨리 진단할 수 있는 곳에서 유방암을 진단받기를 추천한다. 그 후에 수술 방법에 대해 다른 의료진의 의견을 구하고 싶을 때 한 곳 정도 더 방문하는 건 괜찮지만, 이때도 부분절제와 방사선치료를 받는 식이라면 전국의 거의 모든 병원이 비슷하게 치료한다는 걸 염두에 두길 바란다. 전절제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방법이 전절제 밖에 없는 건지 정도의 의견을 구하는 식이라면 무방하다.

-맘모톰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데, 언제 적용할 수 있나?
치료에 있어서 맘모톰(진공보조흡인생검술) 문의를 하는 환자가 많다. 진공보조흡인생검술은 진단 목적 기구로 개발됐지만, 요즘은 양성종양으로 진단된 경우 3mm 정도의 상처만 남기고 조직을 떼어내는 식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걸로 암 치료는 안 된다. 누가 봐도 암이 아닌 경우에 조직검사 겸 종양 제거하는 겸 시행하는 것이다. 암이 의심될 때는 절개해서 수술해야 한다.

-유방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유방암의 경우 현재로는 수술이 주 치료다. 항암이나 방사선치료 등은 보조치료의 영역이다. 수술 없이 항암, 방사선만 하는 경우는 수술의 이득이 없을 때 즉 수술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시행한다. 유방암이고, 수술해야 한다고 하면 일단 수술할 수 있는 상황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봐야 한다. 수술한다고 해서 유방 모양이 다 변형되는 것도 아이다. 흉터를 거의 안 남기는 방향으로 수술하기 때문에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 후 받으면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다.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는지?
어릴 때 폐결핵을 앓아서 한쪽 폐가 거의 없다시피 한 50대 환자였다. 전신마취가 어려웠고, 신경마취하기에도 마취 범위가 넓어서 숨 쉬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수술밖에는 방법이 없던 환자였다. 하고 싶지 않았지만, 유일한 방법뿐인 국소마취로 결국 수술했다. 수술 시간 동안 환자는 깨어 있었고,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면 그 부위를 추가로 마취하는 식으로 정말 어렵게 수술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끝나서 건강해지셨다. 이렇듯 악조건 속에서도 의료진은 방법을 찾아내려 노력한다. 그러니 환자들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방암 환자, 식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유방암은 너무 잘 먹어서 생기는 병이라고 본다. 특정한 재료 보다는 식단의 구성에 신경 쓰라고 권하고 싶다. 특정한 재료가 갖는 힘 보다는 전체 식단의 균형이 갖는 힘이 더 크다. 유방암 환자 연령대의 특성상 가족들은 잘 챙겨주면서 본인은 대충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안 된다. 치료 중 체중도 느는 편인데 유방암은 살이 찌면 안 되므로 식단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 특정 음식을 찾지 말고, 균형 잡힌 식단을 구성하려 노력해야 한다.

-운동은 어떤 걸 추천하나?
몸 대사를 높이는 게 좋다. 그래야 체중이 빨리 빠진다. 중년 여성은 전체적으로 근력이 약하기 때문에 근력 운동을 추천한다. 무리하게 뛰고 걷기보다 코어근육 강화 운동을 권장한다. 정말 움직이기 싫으면 벽에 기대서서 ‘투명의자’ 동작을 하면 된다. 누워서 다리 한쪽씩 들고 버티기도 좋은 운동이다.

-유방암 환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본인이 유방암이라는 걸 알고 싶지 않아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면서도 확진받기 싫어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아프지 않기 때문에 버티는 편이다. 버티다가 키워서 뒤늦게 병원에 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병원을 빨리 찾으면 치료도 편해진다. 가장 세분화해서 접근하기 때문에 치료하고 잘 지낼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암이다. 환자 중에 10년 동안 전이성 유방암을 갖고 잘 지내는 분도 계시다.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으면서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잘 유지하고 있다. 유방암 환자 모두가 포기하기엔 너무 이르다.

민선영 교수는
환자의 표정을 살피는 유방외과 의사다. 유방암 환자의 마음까지 파악하고자 노력한다. 병을 이기는 데 긍정적인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선택이 환자의 예후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늘 잊지 않고 치료한다.

충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대한외과학회와 대한갑상선-내분비 외과학회 정회원, 한국유방암학회 평생회원, 대한임상종양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 외 대한외과학회 연수강좌 술기교육 지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전문 분야는 유방질환, 유방암, 유방로봇수술, 최소절개유방수술, 종양성형술, 유방암경험자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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