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에 인간의 일생 담겨… 출산·폐경 등 기록 남는다

입력 2020.03.28 07:30
치아 조직 모형 사진)​
출산, 폐경 등 생리적 사건을 겪으면 치아 조직에 기록이 남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출산, 폐경 등의 기록이 치아 조직에 남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대 연구팀은 25~69세 성인의 치아 47개를 현미경으로 확대해 관찰했다. 연구팀은 치아의 뿌리를 덮고 있는 조직인 '백악질(cementum)'에 집중했다. 백악질은 치아를 턱뼈에 고정하며, 외부로부터의 충격을 골고루 치조골에 분산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 결과, 연구팀은 백악질 관찰을 통해 모든 여성의 출산과 폐경 사실과 대략적인 발생 시기를 유추할 수 있었다. 백악질 표면에서 인간이 생리적 사건을 겪을 때마다 기록을 남기면서 성장하는 조직층인 '치아 고리(tooth rings)'를 발견한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치아는 지속적으로 전신의 생리적 과정에 적응하고 반응한다. 출산, 폐경뿐 아니라 질병과 급격한 스트레스 등 사건을 백악질에 연대순으로 기록하는 일종의 '아카이브' 역할을 한다. 마치 나무의 나이테와 같은 역할을 하다는 주장이다.

연구를 주도한 파올라 세리토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뼈 조직은 정적인 기관이 아니라 역동적인 기관이라는 것을 발견했다"며 "인간의 삶에 대한 내용이 이 작은 조직에 기록된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