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고추·생강에 강한 '한국형 유산균'이 腸에 잘 정착한다

입력 2020.01.08 07:00

유산균은 '고농도 미생물'… 안전성 중요
식품 섭취 후 잘 정착하면 100배 정도 증가
유해균 없애고 장 환경 개선에 6개월 걸려

쎌바이오텍, 한국 음식·물·토양 등 분석
된장·김치부터 갓난아이 大便까지 연구해
국가별 임상시험도… 세계 50國에 수출

마늘·고추·생강에 강한 '한국형 유산균'이 腸에 잘 정착한다
클립아트코리아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장(腸)이 길다는 설이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찌 됐든 장이 길면 장내 유익한 역할을 하는 유산균이 장까지 도달할 확률이 낮아진다. 게다가 한국인은 고춧가루, 마늘 등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먹는다. 자극적인 음식 역시 유산균이 살아서 장까지 가는 데 장애가 되는 요소이다. 한국인의 식습관을 고려해 만든 '한국형 유산균'이 주목을 받고 있다. 내산성(耐酸性· 산에 잘 견디는 성질)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산(酸)에 강한 '한국형 유산균'

미생물학회지에 발표된 삼육대 연구팀 연구에 따르면 국산 유산균 제품 11개와 수입 유산균 제품 6개에 든 유산균을 생강·파·마늘·홍고추·양파 등 항균 효과를 지닌 향신료 용액에 떨어뜨렸다. 그 결과 국산 제품 유산균의 생존율이 수입 제품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유산균 제조기업 쎌바이오텍 정명준 대표는 "유산균이 장까지 들어가고, 장에서 정착하려면 개개인이 먹는 음식이나 물, 토양 등 환경이 잘 맞아야 한다"며 "한국인은 청양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등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데, 수입 유산균은 한국인이 흔히 먹는 이런 음식들에 노출된 적이 없어 저항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실제 정명준 대표는 1995년 창업 후 한국형 유산균을 찾기 위해 강원도 오지와 이름 모를 섬에 들어가 모유만 먹는 갓난아기의 똥기저귀를 수집했다.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장내 미생물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 또 한국인의 전통 발효 식품인 된장, 김치 속 유산균을 샅샅이 뒤져 한국인에게 적합한 유산균을 찾았다. 그렇게 해서 발견한 것이 락토바실러스, 비피도박테리움을 포함한 23여 종의 유산균이다.

발효 탱크에서 유산균을 배양하는 모습.
발효 탱크에서 유산균을 배양하는 모습.
유산균 단백질의 항암 활성을 형광 현미경으로 분석하는 모습
유산균 단백질의 항암 활성을 형광 현미경으로 분석하는 모습
◇유산균, 腸 정착·증식에 6개월

장내 미생물의 숫자는 100조~1000조개나 된다. 아무리 효능이 좋은 유산균이라고 해도 외부에서 100억~1000억개의 유산균을 섭취하는 것은 '호수에 조약돌 하나 던지는 것'에 불과하다. 다행히 외부에서 섭취한 유산균은 장에 들어가서 일종의 '방아쇠'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는 유산균이 장내 잘 정착하고, 잘 증식했을 때의 얘기다. 쎌바이오텍 발효생산본부 김진응 박사는 "장내 유산균이 잘 정착하면 100배 정도 증가한다"며 "소장에서는 락토바실러스균이, 대장에서는 비피더스균이 잘 자란다"고 말했다. 유산균이 정착해 어느 정도 숫자를 늘리면 균에서 유기산, 항생물질을 뿜어 장의 산도(PH)를 떨어뜨린다. 산도가 낮아지면 유해균이 죽으면서 장내 미생물 환경이 건강해진다. 쎌바이오텍 파마바이오틱스 연구소&임상 임상현 박사는 "이 기간이 6개월 정도"라며 "유산균 정착과 증식에 가장 좋은 식품이 미숫가루 같이 식이섬유가 많이 든 곡물"이라고 말했다. 이 기간에는 미숫가루를 잘 챙겨 먹고, 된장, 김치 같은 발효식품은 가급적 생으로 먹고, 과일 중에는 포도를 추천한다. 반면 차(茶) 종류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항산화 효과가 커 장내 미생물이 사멸할 수 있다고 정 대표는 설명했다.

◇안전성 잘 따져봐야

유산균 섭취는 살아있는 고농도의 미생물을 인체에 투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잘 따져봐야 한다. 동물실험은 물론, 한국인 대상 임상시험을 거친 유산균 제품이 좋다. 정명준 대표는 "유럽이나 동남아시아만 해도 유산균 제품을 수출하려면 3개국 이상에서 이 제품을 판매했다는 증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타국에서의 판매가 안전성 지표인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쎌바이오텍의 유산균은 전 세계 약 50개국에 수출을 하고 있는데, 터키와 폴란드의 경우는 다시 임상시험을 하기도 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산균의 안전성을 따지는 이유는 유산균이 누구에게나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농도의 미생물을 인체에 투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을 절제한 사람이나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한 사람, 류마티스 질환으로 면역억제제 등을 복용하는 사람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스웨덴, 노르웨이 같은 나라에서는 유산균을 약국에서만 판매한다. 약사가 개개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유산균을 추천한다.

쎌바이오텍 정명준 대표(가운데 남색 옷)와 연구원들
쎌바이오텍 정명준 대표(가운데 남색 옷)와 연구원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20년 넘게 유산균 연구… 대장암 치료제 개발 중”

정명준 쎌바이오텍 대표 인터뷰


“유산균만 20년 넘게 연구한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쎌바이오텍 정명준 대표의 말이다. 1995년에 설립된 쎌바이오텍은 유산균만 연구하는 R&D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석박사급 인력만 30여 명이 있으며 현재까지 19개의 특허 균주를 보유하고 있다. 정명준 대표는 “우리만의 균주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연구가 가능하다”며 “연구를 통해 각 유산균의 생리적 기능, 효소 작용, 발효 패턴 등을 밝히고 균의 유전자까지 다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산균 한우물만 파다보니 아토피 피부염 개선, 혈당 조절 등의 효능을 가진 유산균을 발견했으며, 현재 시판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장암 치료제 개발까지 시도하고 있다.

유전자 기술이 발달하면서 각 유산균의 모든 유전체 분석(full genome sequencing)이 가능해졌다. 유전체 분석을 통해 동물실험 등이 없이도 균의 생리적 기능 예측이 가능해졌다. 정명준 대표는 “유산균주 하나에 2억원 정도 들여 2년간 모든 유전체를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16개 균주 유전자 분석을 했으며 논문도 5편을 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치 유산균 안에 항암 단백질(P8)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단백질은 대장암 세포에 붙어서 암세포가 분열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암세포가 군집이 안 되고 증식을 못하면 힘이 없어지는데, 이러한 기전을 바탕으로 대장암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정명준 대표는 “유산균 한 분야에만 몰두하다보니 치료 약제 개발까지 시도하고 있다”며 “개별 유산균의 대사 활성, 항균 활성, 면역 조절 기능을 바탕으로 항알레르기, 항비만, 항당뇨병 등의 치료제 개발 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쎌바이오텍은 유산균만 생산, 연구하는 기업으로 세계 5대 유산균 전문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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