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무기' 많아진 폐암… 4기암 생존 기간 5배

입력 2019.10.15 09:12

[암 극복, 어디까지 왔나] [2] 국내 암 사망률 1위 '폐암'

2003년 표적치료제 '이레사' 도입… 4기 폐암도 3~4년 생존
2차 약제 면역항암제,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주요 치료 대상
국소 폐암 고령 환자는 방사선 치료… 조기 발견 때는 수술

국내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은 5년 생존율이 1993~1995년 11.3%에서 2012~ 2016년 28.2%로 20년 새 약 2.5배로 높아졌다. 생존율이 30%도 안되는 독한 암이지만, 최근 생존율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표적항암제 치료가 폐암 생존율 향상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조병철 센터장은 "폐암은 환자의 절반이 4기에 진단을 받기 때문에 '장기 생존'을 목적으로 하는 항암제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표적항암제 등장 후 4기도 장기 생존

폐암은 무서운 암이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표적항암제가 여럿 개발돼 4기에도 3년 이상 생존하는 환자들이 많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만 많이 발현되는 특정 단백질 등을 표적으로 삼아 암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항암제이다. 빨리 자라는 세포를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세포 독성 항암제와는 달리 부작용은 적고 치료 효과는 높다.

예를 들면 2003년 국내 도입된 '이레사'의 경우 폐암에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 환자가 쓸 수 있다. EGFR 유전자 변이가 있는 폐암은 특정 효소(티로신키나제)에 의해 암이 증식하는데, 이레사는 이 효소의 작용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암 증식을 막는다. 한림대성심병원 폐센터 장승훈 교수는 "이레사 등장 후 폐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과거 세포 독성 항암제의 경우 4기 폐암 진단을 받으면 평균 8개월 남짓 살았지만, 이레사 투여를 하면 평균 3~4년은 생존한다. 조병철 센터장은 "폐암 4기 진단을 받으면 거의 죽는다고 생각했지만, 표적치료제 등장으로 치료를 해볼만한 강력한 무기가 생긴 것이다"고 말했다.

폐암 병기별 환자 비율 그래픽
/게티이미지뱅크
그 후 '타세바' '지오트립' '타그리소' 같은 표적치료제가 개발되고, EGFR 이외에 ALK, ROS1 등 다른 표적을 대상으로 만든 치료제도 나왔다〈〉. 그러나 표적치료제도 10개월 정도 쓰면 내성이 생긴다. 이 때 다른 표적치료제로 바꿔 써야 한다. 조병철 센터장은 "레이저티닙, 레포트렉티닙 등의 폐암 신약 임상시험도 활발히 진행 중이므로 내성 환자는 신약을 적절히 투여하는 치료 전략을 짜야 장기 생존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폐암은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가 높은 편이다. 면역항암제는 인체의 면역 체계를 강화해 암 세포를 없애는 약으로, 폐암의 2차 약제로 사용되고 있다. 폐암 조직에서 PD-L1 단백질이 50% 이상 발현되는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주요 대상이다. 장승훈 교수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4년 생존율이 14%로, 기존 세포 독성 항암제 5%에 비해 효과가 월등하다"고 말했다. 면역항암제의 효과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14~20%의 환자에서 암이 오히려 증식해, 치료군 선별이 숙제로 남아 있다.

◇수술 어려운 고령 환자, '방사선 수술'

폐암은 70대 이상 환자가 51.8%나 된다(대한폐암학회). 고령이라 폐암 수술을 견디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수술 없이 방사선 치료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방사선 수술'이라고 알려진 정위적 방사선 치료(SBRT)가 대표적이다. 정위적 방사선 치료는 암에 고선량의 방사선을 조사해 마치 수술처럼 종양을 빠른 시간 내에 제거한다.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표홍렬 교수는 "한 번에 많은 양의 방사선을 조사하기 때문에 1기 폐암에서 치료율이 9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며 "수술 없이 4회 정도 치료하면 암이 제거되기 때문에 환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다만 암 주변에는 큰 혈관, 기관지, 식도 등의 방사선에 취약한 정상조직이 없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5㎝ 미만의 국소 폐암에 적용할 수 있다. 또한 3기 암의 경우 정밀하게 암만 타격하는 세기조절방사선치료(IMRT)와 항암제를 동시에 써서 치료율을 향상하는 시도가 활발하다. 표 교수는 "COPD(만성폐쇄성폐질환)나 폐섬유화증으로 폐기능이 크게 떨어진 사람은 폐 손상 부작용 때문에 일반적인 방사선 치료나 수술을 못 받는다"며 "양성자 치료도 시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폐암도 '최소침습' 수술로

암의 완치를 위해서는 결국 수술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폐암은 조기 발견이 안 돼 수술 환자가 적다. 일반적으로 3기 초까지는 수술을 시도해볼 수 있다. 이대서울병원 흉부외과 성숙환 교수는 "과거에는 수술 환자가 20%에 불과했지만, 조기발견이 늘면서 최근에는 수술 환자가 30~40%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수술은 '최소침습'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는 겨드랑이 아래쪽을 20~30㎝ 크게 절제해 환자 회복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요즘에는 비디오 흉강경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겨드랑이 아래 0.5~1㎝ 크기의 작은 구멍 2~3개와 수술 후 절제한 조직을 꺼내기 위한 3~5㎝ 크기의 절개창을 만들어 내시경 카메라와 수술용 도구를 넣고 수술을 한다. 성숙환 교수는 "수술 후 통증이 덜하고 회복기간이 단축돼 고령에서도 폐암 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수술 환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조기 발견 환자가 늘어야 한다. 지난 7월부터 국가암검진에 폐암이 포함돼 만 54~ 74세의 30갑년(매일 한 갑씩 30년 피움) 이상 담배를 피운 흡연자들은 저선량 흉부 CT를 찍을 수 있다. 그러나 의료계 일부에서는 과잉진단을 우려하고 있다. 장승훈 교수는 "폐암 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 발견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는 대규모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며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므로 조금 더 정교하게 검진 대상자를 가려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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