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속 피떡 혈전, 뇌·심장·폐로 이동하면… 급사(急死)까지

혈관모형을 들고 있는 손
혈전을 방치하면 뇌경색·심근경색·폐색전증의 급사 위험이 있어 평소에 주의해야 한다/사진=헬스조선 DB

혈전은 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진 덩어리로, 나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불시에 생길 수 있다. 혈전은 뇌나 심장, 폐로 이동하면 급사(急死)를 유발해 사실상 암보다 위험한데, 혈전 자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제약회사 바이엘 헬스케어가 2014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응답자의 83%가 혈전 질환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혈전이 혈관을 막으면 혈액순환이 아예 안 된다. 이 경우 사망 위험이 높은 뇌경색(뇌혈관이 막혀 뇌 조직이 괴사하는 질환), 심근경색(심장 혈관이 막혀 심장 근육의 조직·세포가 죽는 질환), 폐색전증(폐혈관이 막힌 상태) 등의 응급질환이 생긴다.

혈전에 의한 질환인 혈전증은 혈전이 생긴 부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심장에서 나온 피를 온몸의 장기와 미세혈관으로 보내는 동맥에 혈전이 생기면 동맥혈전증이다. 온몸을 돌고 난 피를 폐를 거쳐 심장으로 보내는 정맥에 혈전이 생기면 정맥혈전증이다. 동맥혈전증보다는 정맥혈전증이 훨씬 많은데, 동맥혈류가 정맥보다 빨라 잘 멈추지 않아서다.

혈전의 원인도 종류별로 다르다. 동맥혈전증의 주원인은 혈관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다. 동맥경화가 있으면 혈관내피세포가 손상되고, 혈액 속 혈소판·과립구·대식세포·섬유세포 등이 서로 달라붙어 혈전을 만든다. 동맥 어디에나 생길 수 있고, 동맥이 지나는 심장·뇌 등의 장기에도 혈전이 만들어진다. 정맥혈전증은 선천적으로 피가 끈끈하거나, 혈류가 느려지거나, 혈관내피세포가 망가진 경우 발생한다.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혈류가 느려지고, 혈액이 빠르게 돌지 않아 혈전이 잘 생긴다. 대부분 종아리나 허벅지 등에 정맥 혈전이 생긴다.

동맥에 생긴 혈전과 정맥에 생긴 혈전이 유발하는 문제도 서로 다르다. 동맥 혈전은 뇌경색·급성심근경색·급성폐색전증 등 응급질환을 유발한다. 동맥은 산소와 영양분을 온몸의 장기·세포에 전달하는데, 혈전이 동맥을 막으면 뇌·심장·폐 등 동맥과 연결된 장기와 세포가 괴사하기 시작한다. 급사로 이어질 수 있는 응급 질환이기에 즉시 치료해야 하며, 심한 경우 팔다리를 절단해야 한다. 정맥 혈전은 응급질환은 아니지만, 내버려 두면 불시에 급사할 위험이 있는 심부정맥혈전증을 유발한다. 심부정맥혈전증은 하지 정맥이 막혀 발생하는 질환이다. 다리가 붓고 통증이 느껴지며 피부가 파랗게 변하기도 한다. 하지 정맥에 있던 혈전이 떨어져 이동하다가 폐혈관을 막으면 급사 위험이 있는 폐색전증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심부정맥혈전증을 방치하면 환자 중 30%가 폐색전증을 겪는다고 말한다.

동맥혈전증이 생기면 호흡곤란, 마비, 의식불명, 시야장애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한다. 정맥혈전증이 있으면 다리가 붓고 통증과 열감이 느껴진다. 혈관이 튀어나오고 정강이를 손으로 눌렀다 떼어냈을 때 피부가 돌아오지 않고 함몰된 채로 남기도 한다. 오래 걸어서 다리가 붓고 아픈 것과 달리, 아무 이유 없이 통증이 느껴져 제대로 걷기 어렵다면 혈전증을 의심해야 한다. 문제는 정맥혈전증 환자 중 절반은 혈전이 폐색전증을 유발하기 전까진 별 증상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혈전증 가족력이 있거나 ▲비만이거나 ▲암 수술 등을 받았거나 ▲장기 입원자거나 ▲60세 이상 노인이라면 별다른 문제가 없어도 정맥혈전증 관련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응급 질환이 아닌 심부정맥혈전증 등의 정맥혈전증을 치료할 때는 우선 항응고제를 쓴다. 항응고제는 피를 응고시키는 비타민K를 방해해 혈전이 생기지 않게 한다. 먹는 약으로는 와파린과 노악, 주사로는 헤파린이 있다. 항응고제는 이미 생긴 혈전은 해결하지 못하지만, 혈전이 더 생기는 것을 막는다. 만약 폐색전증 위험이 큰 환자라면 가지고 있는 혈전을 녹여야 한다. 이때는 혈전용해제를 쓴다. 정맥에 관을 집어넣어 혈전용해제를 직접 투여한다. 뇌출혈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의료진의 감시가 필요하다.

혈전 예방을 위해서는 혈액 관리가 중요하다. 고등어나 삼치 등 등푸른생선에 들어 있는 오메가3지방산은 혈액 내 지방을 줄여 혈전 형성을 막는다. 피를 맑게 하는 과일과 녹황색 채소도 도움이 된다.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있는 것을 피하고 자주 움직여야 한다. 입원·비행 등 자세를 바꿀 수 없는 경우에는 1~2시간마다 다리 스트레칭을 하거나 조금이라도 걷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