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비너스 화장’ 여성은 물론 외모에 신경 쓰는 남성 ‘그루밍(Grooming)족’ 의 증가로 제모기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제모기기 시장은 올해 무난히 1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글로벌 시장 또한 매년 2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오는 2020년에는 540억달러(약 63조882억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제모 중에서도 음모를 제거하고, 심볼 주위를 가꾸는 것 을 ‘비너스 화장’이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제모 풍속에서 비롯되었다. 루이스의 소설 《아프로디테》에 “여자 노예는 여주인 앞에 무릎을 꿇고 옆으로 다가가 풍성하게 자란 음부 주위의 음모를 깎아주어 남자들이 휘둥그레할 정도로 여주인을 아름다운 나체 조각처럼 꾸며주었다”는 내용이 있다.
아리스토파네스가 쓴 《여자의 평화》라는 작품에는 “어머, 정말 아름답군요. 완전히 잡초를 뽑으시고 청소를 했군요” 같은 대사도 나온다. 당시 여성들은 음모를 제거한 후에 오일을 바르고, 움푹 패인 비너스 계곡을 애인에게 자랑스레 감상시켰다고 한다. 비너스 화장술은 전 세계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랍(Arab) 에서만 환영받았다. 무덥고 건조한 중동지역에서는 습한 여성의 음문이 병균에 쉽게 감염되고 냄새가 나기 때문이 었다. 따라서 아랍의 비너스 화장은 ‘섹시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위생’ 차원이었다.
그리스 동상
풍성한 음모는 ‘섹시미’의 상징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여성의 풍성한 음모는 섹시미의 상징이었다. 음모는 성행위 시 피부 마찰을 완화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 다리나 팔, 그리고 겨드랑이의 털 역시 땀을 흡수 하기 위해 남아 있는 것이다. 더불어 풍요와 다산을 염원한 성기 숭배의 관념에서 여성의 하복부는 제를 모시는 단(亶), 음모는 제사에 바쳐진 약초(藥草), 피부는 약초를 짜는 제단의 바닥, 음문은 향을 피우는 제화(祭火)였다.
따라서 무모증은 곧 제물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런 이유로 무성한 음모를 선호했고, 동양에서는 음모 없는 여성과 성관계를 하면 흉한 일이 생긴다고 믿었다. 성모 (性毛)가 나야 할 시기에 나지 않거나 나도 정상인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무모증(無毛症) 및 빈모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다. 음모의 발모, 성장, 탈모에는 부신피질호르몬이나 여성호 르몬, 갑상선호르몬 등 신체 내 내분비호르몬의 균형뿐만 아니라 인종적·체질적·유전적 요소 등 여러 요소가 관여 한다.
무모증으로 고민하는 우리나라 여성은 대략 4~5%로 파악된다. 무모증인 경우 성생활에 대한 자신감 상실로 성욕 기피 증상을 겪는다. 또한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 대중목 욕탕까지 기피하게 된다. 따라서 적극적인 치료가 요구되는데, 남성호르몬의 투여나 모발 이식으로 뚜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위생과 ‘성감 증진’ 위한 ‘음모 관리’ 유행 없어서 속앓이를 하는 무모증 환자와 달리 무성한 음모를 밀어내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음모 미장원’으로 불리는 ‘왁싱 전문점’을 찾는 여성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 이다. 포르노 배우를 중심으로 시작된 음모관리가 국내에서도 유행하는 것인데, 위생과 성감(性感) 증진에 효과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확산되는 추세라고 한다.
아슬아슬한 비키니 수영복 입을 때 음모가 살짝 노출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하기 때문에 ‘비키니 왁싱’으로 불리는데, 음모를 아예 완벽하게 없애는 ‘브라질리언 왁싱’도 적지 않게 이루 어진다고 한다. 음모를 다듬는 남성도 생겨나고 있다. 음경이 시각적으로 커 보이는 효과가 있고, 성행위 시 남성의 까칠한 음모가 질을 불쾌하게 자극하는 것을 방지해주기 때문에 선호한다.
음경의 뿌리를 덮는 음모를 적당히 손질하면 시각적으로 2cm 정도 커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오럴섹스시 입 안에 털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해주기 때문에 좀더 자극적인 체위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한편 대머리를 정력의 상징으로 여기는 속설이 있는데, 과학적으로는 근거가 미약하다. 탈모가 남성호르몬으로 인해 유발되는 만큼 남성의 정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기지만, 탈모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디하이드로테스토스 테론(DHT)이라는 남성호르몬 안드로겐이 원인이기 때문 이다.
DHT도 남성호르몬의 일종이지만 태아 때 생식기를 만드는 데 관여할 뿐 성인의 성기능과 무관하다. 부부관계시 흥분한 아내가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대머리가 되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조선시대 기방에서는 대머리와 수염이 많은 손님을 싫어했다. 구한말 평양 기생들은 수염이 많거나 대머리인 한량과는 “황금 100냥을 준다 해도 싫다”고 할 정도로 기피했다고 한다.
아마 수염이 많고 꺼칠하면 관계시 흥이 깨지고, 맨머리나 대머리는 도를 닦는 스님이 연상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음모와 머리카락, 가슴이나 팔에 나는 털까지 섹시미와 관 련이 깊어 일부 호색 취향의 남성은 여성의 음모를 수집하기도 한다. 화려한 문장으로 영국의 계관시인으로 평가받는 시인 바이런도 이런 취미가 있었다.
‘음모부적’이 화살을 피하게 해준다는 믿음 벤틀리가 쓴 《잠들지 못한 유골들》이란 책을 보면 바이런의 시집을 출간한 출판사에는 각기 색깔이 고운 곱슬곱슬한 털 뭉치를 담은 봉투가 여러 개 있었으며, 봉투에는 털의 주인(바이런의 애인)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바이런이 관계를 맺은 여성들의 체취를 잊지 않기 위해 한 올 한 올 정성껏 모았으리 추측된다.
이밖에 전쟁에 나가는 병사의 무사귀환을 위해 음모를 비롯한 여성의 털을 모아 부적을 만들어 건네던 풍속도 있었 다. 이 음모부적(陰毛符籍)을 품에 지니면 화살도 총알도 피해간다고 믿었다. 성욕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은 이처럼 다양하다. 털 하나에 도 민감한 것이 이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털이 무성한지 듬성듬성한지가 아니라 성적으로 얼마나 건강한지이다.
즉, 왜소콤플렉스나 조루, 발기력 저하와 같은 성적장애는 물론이고 이상증세가 없는 활달한 상태가 성적 만족도를 증진시키는 바로미터이다. 따라서 꾸준 하고 규칙적인 운동, 바른 식습관, 스트레스 받지 않는 여유로운 생활, 주기적이고 적극적인 성생활을 통해 성적 건 강미를 유지하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다.
김재영 원장
김재영 남성 성기능장애, 발기부전 등 남성수술 분야를 이끌고 있는 강남퍼스트비뇨기과 원장. 주요 일간지 칼럼과 방송 출연 등을 통해 건강한 성(性)에 대한 국민 인식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