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시작되었다. 여름휴가에는 하얀 피부인 것이 스트레스인 것 같다. 해안가에서 강렬한 태양 빛 아래 돋보이고 싶은 젊은 남녀들이 태닝을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피부과의사로서 태닝이란 “피부를 빨리 늙게 하기 위한 최고의 발악?” 인 것처럼 느껴진다.
수영장 벤치에서 책을 읽으며 누워서 피부를 태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일으켜 세우고 싶은 생각이 든다. 자외선 A와 B 모두 피부 표피 내의 DNA 손상을 일으키고 피부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외선에 직접 노출을 시키는 태닝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외선 B는 직접적으로 DNA 손상을 유도하여 싸이클로뷰테인 피리미딘 이합체(cyclobutane pyrimidine dimmers)라는 것을 만드는데 이들이 응집하면서 세포 복제(replication)와 전사(transcription) 과정을 방해하여 DNA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을 유발한다. 자외선 A도 반응성 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을 만들어 암 유발을 일으킨다.
그렇다면 기계 태닝을 이용하여 태닝하는 것은 어떨까? 이것 역시 자외선에 직접 노출되는 것에 비해 크게 안전하지 않다. 기계 태닝에 의한 태닝이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35세 전에 시작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위험이 더 높다. 물론 이 연구의 결과는 백인이 연구의 대상이었고, 동양인은 피부암의 위험이 훨씬 낮지만, 기계 태닝에 의한 태닝 역시 피부 화상이나 조기 피부노화, 백내장 등을 일으킬 수 있고 그 위험성이 계속 부각되고 있으므로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릿빛 피부로 해변가를 걷고 싶다면? 최근 기계 태닝에 대한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페이크 태닝’의 인기가 급부상 중이다. 페이크 태닝은 태닝 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제품을 발라서 피부에 일시적으로 색소를 입히는 것인데 하이드록시아세톤(Dihydroxyacetone-이하 DHA)성분이 피부 각질층의 케라틴과 결합해 염색시키는 원리이다.
기전은 메일라드(Maillard) 반응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단백질의 아미노기와 당의 글리코시드 히드록실기(glycosidic hydroxyl group)가 반응하여 갈색 물질인 ‘멜라노이딘(melanoidin)'을 생성하는 갈변 반응이다. 빵 구울 때 겉 표면이 갈색으로 변화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셀프태닝 제품을 바르고 나면 대개 4∼6시간 이내에 색깔이 나타나며 각질이 떨어질 때까지 2∼4일간 지속된다. DHA에 의한 반응의 정도는 각질층의 두께, 조밀성, 습윤도에 의해 결정된다. 단점은 잘못 바르면 피부 색이 얼룩덜룩할 수 있다. 각질층이 두꺼운 손, 발의 경우에는 비교적 색이 오래 지속되지만 불규칙하게 나타나며, 얼굴은 상대적으로 지속시간이 짧지만 균일하게 나타난다. 셀프태닝 제품은 바를 때에는 한번에 듬뿍 바르는 것보다 얇게 여러 번 바르는 것이 좋다. 그래야 각질층의 두께에 따라 균일하게 염색이 될 수 있다.
다 바른 후에는 DHA 성분이 손바닥에 남아 색깔을 갈색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므로 즉시 손을 씻도록 한다. 하지만 아무리 간편한 셀프 태닝일 지라도 제품에 따라서는 접촉성피부염을 발생시킬 수 있고, 눈이나 점막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을 권하고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피부에 이상 반응이 나타날 경우 제품을 물로 깨끗이 씻어 내거나 닦아내고, 심할 경우에는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한다. 구릿빛 피부로 건강미를 뽐내고 싶다면 태닝이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피부 건강을 생각한다면 폭염 속의 강한 자외선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헬스조선 편집팀
기고자= 아름다운나라 피부과 성형외과 서동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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