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안이 타는 듯 화끈화끈 이유 없이 통증만 심해져…

입력 2008.07.08 16:23

40대 여성 15% 구강작열감증후군
우울·불안 등 심리적 이유가 주요 원인
뚜렷한 이상 없고 증상 모호, 진단 어려워
성인 5% 발병… 중년 여성환자 특히 많아

일러스트=김현국 기자 kal9080@chosun.com
서울 신내동에 사는 주부 성동희(50)씨는 요 몇 달 새 입 안에 불덩이를 문 것 같이 화끈거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일부러 자극이 적은 음식만 먹어도 보고, 거울로 입 안을 살펴봐도 뭐가 문제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집 앞 병원에선 "갱년기 증상인 것 같다"며 호르몬 치료를 권유해 한 달 넘게 호르몬제를 복용했지만, 혀가 타는 듯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혹시 혀 암은 아닐까" 불안한 생각이 들어 큰 병원을 찾았더니 이 과 저 과를 거쳐 '구강작열감증후군'이란 병으로 최종 진단 받았다.

'구강작열감증후군'은 뚜렷한 이유 없이 입안에서 각종 감각이상(異常)이나 불편함을 느끼는 병이다. 증상으로는 성씨처럼 혀에서 화끈거리는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런 자극이 없는데도 지속적으로 쓴 맛이나 쇠 맛 등을 느끼는 감각이상이 있거나, 갈증이 심해 음식을 삼키기 곤란하거나 목이 불편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환자들은 다양한 증상을 느끼지만, 막상 입 안을 검진해보면 뚜렷한 문제를 발견할 수 없는 것이 이 병의 가장 큰 특징. 아직 우리나라 통계는 없지만, 영국 통계에 따르면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전체 성인 인구의 약 5%며, 특히 40~49세 여성의 15.7%가 이런 증상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이 병은 심각한 병은 아니지만 정확한 감별 진단이 어려워 대부분의 환자는 자신의 병이 무슨 병인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가장 유사한 병으로는 '구강칸디다증(아구창)'이 있는데, 염증이나 반점이 생기기 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증상이 구강작열감증후군 증상과 비슷하다. 하지만 구강칸디다증은 항진균제 효과가 확실한데 반해, 구강작열감증후군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이런 차이로 구별이 가능하다.

또 구강작열감증후군은 한번 생기면 만성통증으로 이어져, 많은 환자가 구강 암이나 혀 암과 같이 심각한 질병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암 증상과 구강작열감증후군 증상은 차이가 있으며, 암인 경우엔 구강작열감증후군만큼 통증이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경희대 치과병원 구강내과 홍정표 교수는 "구강작열감증후군은 주로 혀의 앞쪽 에서 통증이 나타나지만, 혀 암의 경우에는 혀의 양 옆 가장자리에서 통증이 나타난다"며 "구강작열감증후군은 오전에는 증상이 별로 없다가 오후나 잠자리에 들 때쯤 증상이 심해지는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치과병원 구강내과 고홍섭 교수는 "그러나 이 병은 증상이 매우 모호해 구강내과를 전공하지 않으면 의사들도 감별하기 힘들다"며 "이 때문에 환자들이 정확한 병명도 모른 채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니다 불안감만 더해지고 증상도 심해지는 악순환을 밟게 된다"고 말했다.

구강작열감증후군이 발병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지만 전문의들은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심리적 이유를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추정한다.

전북대 치과병원 구강내과 서봉직 교수는 "실제로 이 병은 우울이나 불안이 있는 사람에게 많이 나타난다"며 "환자들은 굳이 약을 먹지 않더라도, 이 병이 심각한 병이 아니며, 나 혼자만 겪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신도 모르는 구강의 나쁜 습관이 원인일 수도 있다. 아래 앞니 뒤쪽에 치석이 많거나 이 사이가 벌어진 경우 자신도 모르게 치석이나 이의 틈새를 혀로 밀어내는 습관, 무의식적으로 이를 꽉 물어 입안을 음압(陰壓) 상태로 만드는 습관 등은 혀의 모양에 변형을 가져와 감각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경우, 이런 습관을 교정해 주면 통증이 금새 해소된다. 그 외 전신적 원인으로는 염증이 일어나기 쉬운 빈혈이나 신경전달과정의 오류로 이상감각이 생기는 당뇨 등이 있다.

이 증후군은 특별한 습관이나 전신적 원인이 없다면 '대증(對症)치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염증이 있으면 스테로이드제를, 타액이 부족한 경우에는 인공타액을, 통증이 있을 때는 진통제를 처방한다. 서봉직 교수는 "구강작열감증후군은 완치가 쉽지 않은 병이다"며 "심리적 요인 등 여러 유발 요소에 따라 증상이 생겼다가 없어지기를 계속 반복하므로 증상이 있을 때마다 병원을 찾아 지속적으로 관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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