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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45세된 직장인이다. 약 10년 전부터의 건강기록을 가지고 필자의 진료실을 방문한 것이 1년 전이었다. 35세까지 A씨는 체중·혈압·혈당·콜레스테롤 등이 모두 정상이었다. 하지만 이후 서서히 체중이 늘면서 배가 나온다 싶더니 2~3년 간격으로 고혈압, 고(高)콜레스테롤혈증, 당뇨병까지 생겼다. 혈중의 요산치도 높아졌다. 이 때문에 하루 복용하는 약이 총 12알에 이르렀다.
복부비만,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은 하나가 생기면 다른 것도 생기는 식으로 한 사람에게 동시다발로 나타난다. 이전에는 따로따로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됐던 이 만성질환들은 사실 같은 원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풍을 일으키는 고요산증이나, 동맥경화, 50대 이후의 남성에서 나타나는 전립선비대증도 이제는 같은 부류로 밝혀져, 이들 질환들과 병발한다. 결국에는 이것들이 심장병과 뇌졸중을 일으킨다.
이 같은 현상의 공통적인 원인은 바로 ‘인슐린 저항성’이다. 인슐린은 췌장 내의 베타세포라는 곳에서 분비되어, 혈중의 포도당을 간이나 근육 등 각 조직에서 사용하게 하거나 저장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역할은 인슐린 분비가 클수록 더 세게 일어나는데,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많이 있는데도 포도당이 적절히 사용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즉 인슐린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쓰이지 않는 것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는 근본 단초는 운동부족과 체중증가이다. 유전, 태아 시의 영양결핍, 약물, 노화 등도 원인이 될 수 있으나, 주된 원인은 운동량이 적어서 생기는 비만이다. 그중에서도 복부비만과의 관련성이 제일 높다.
복부비만은 허리둘레를 잼으로써 쉽게 진단할 수 있는데, 남자 35인치(90㎝), 여자 31인치(80㎝) 이상을 말한다. 복부CT를 하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인슐린 저항성’은 혈액 중의 인슐린을 측정하거나, 혈당, 혈중의 지방산 등을 측정해서 계산할 수 있는 지표들로 진단이 가능하다.
‘인슐린 저항성’과 체중 증가는 서양인보다는 동양인에게 더 문제가 된다. 한국인에게서 체중증가와 함께 당뇨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 그 증거이다.
따라서 ‘인슐린 저항성’의 치료야말로 만성질환의 근본치료가 된다. 체중을 단순하게 5~10% 감량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체중으로 만들고 운동량 또는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인슐린의 효율성을 높이는 약물요법을 조기에 시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운동과 체중조절이 더 효과적이다.
A씨는 약물요법과 운동, 식이요법을 통해 1년에 걸쳐 무려 15㎏의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식사량이 이전의 거의 절반 수준인데도 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다. 운동은 매일 하는데, 주 3일은 등산, 다른 3일에는 수영 또는 자전거 타기를 교대로 한다. 현재는 신장 174㎝, 체중 68㎏을 유지하고 있으며, 복용하고 있는 약도 당뇨약 하루 1알에 불과하다. 이전보다 몸이 훨씬 가볍게 느껴짐은 물론 활력도 되살아났다.
(유태우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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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맛"을 상실해 생명을 포기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아이들과 동반 자살하는 가족 참사까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우울증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울증이 2020년에 인류를 괴롭힐 세계 2위의 질병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우리 나라 역시 전 국민의 8%인 약 320만명이 매년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우울증은 ‘현대인의 역병’인 것이다.
여성은 특히 우울증에 취약하다. 우울증 발병률이 남성은 5∼12%, 여성은 10∼25%이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여러 가지 사회적, 문화적 요인이 가중되어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남성보다 1.5~2.5배 높다.
우울증의 남녀 차이는 여성의 가임 기간인 20∼50세에 그 격차가 두드러진다. 전체 여성 인구의 5∼9%(남자는 2∼3%)가 우울증 환자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 시기에는 산후우울증, 폐경기우울증, 빈둥지증후군, 고부 갈등으로 인한 우울증 등 우울증 유병률이 급속히 높아진다. 모두 임신과 출산, 육아, 부부문제, 고부갈등 등과 연관이 있다.
임신우울증, 출산 후까지 이어질수도
최근 프로바둑기사 유창혁씨의 부인인 아나운서 김태희씨가 산후우울증을 앓던 와중에 목숨을 잃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산후우울증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산모의 50~80%가 앓는 흔한 질환이다. 육아 스트레스와 어머니가 됐다는 부담, ‘왜 나만 이 고생을 해야 하는가’ 하는 비관 등으로 인해 출산 후 울적해지는 여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대개 출산 3~4일 후부터 우울증 상태로 빠져든다. 처음에는 뚜렷한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거나 눈물이 흐른다. 그러다 대개 저절로 낫는다. 하지만 이 중 10%는 산후 우울증이 1년 내내 지속되는 심각한 증세로 악화된다. 심지어 자살이나 아기를 해치고픈 충동이 이는 경우도 있다.
산후우울증은 대체로 ▲내성적이고 꼼꼼하거나 정서가 불안하고 사회성이 낮은 여성 ▲어머니 노릇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채 자신감을 잃은 여성 ▲임신·분만 과정에서 장애를 겪은 여성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여성 ▲남편이나 주위 사람의 지지가 적은 여성 ▲부부갈등이 심한 여성 ▲생활 스트레스가 큰 여성 ▲원치 않는 임신, 혹은 아기의 외모나 성별에 불만인 여성 등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다. 월경 전 증후군으로 고생하는 여성도 출산 후 산후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훨씬 높다는 분석이다.
산후우울증의 원인에 대해 가장 설득력 있는 학계의 주장은 분만 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우울증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에스트로겐 감소는 뇌신경 전달물질 체계를 교란시켜 우울증에 걸리기 쉽게 만든다.
임신 중에 나타난 우울증이 출산 후까지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미시간 대학의 세일러 마커스 박사는 ‘여성건강 저널’ 최신호에서 임신 25주 된 여성 34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가 넘는 여성들이 우울증 증세를 토로했으며, 이들의 절반 정도는 산후우울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연구보고를 발표하기도 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오동재 원장은 “우리 나라는 산후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적어 상담치료, 혹은 항우울제 치료를 받는 여성은 극히 드물다”며 “출산 후 우울증세가 있을 때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은 남성과는 달리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확인한다. 즉 타인과의 관계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우울증을 경험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부부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기혼여성이 미혼여성보다 더 우울증 환자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 나라 여성에게는 갱년기 무렵 나타나는 주부우울증이나 고부 간의 갈등으로 빚어진 우울증이 많은 것이 특성이다.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남편과 달리, 부엌데기처럼 전락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시부모와의 갈등, 거기에 다 자란 아이들이 더 이상 엄마를 찾지 않는 데서 오는 상실감 등이 우리 나라 여성 우울증 발생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도 여성은 우울증에 취약하다. 폐경을 전후해 급감하는 여성호르몬으로 인해 우울증이 오기도 하며, 여성이 4~5배 더 잘 걸리는 갑상선기능 저하증이 우울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갑상선 호르몬은 인간 감정에 관여하는 뇌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2∼3년 간 계속 약 먹어야 하기도
같은 여성이라도 전업주부와 직업을 가진 여성 사이에도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전업주부는 신체적 증상에 대한 호소가 많은 반면, 직업을 가진 여성은 대인관계에서 분노와 공격성을 표출하거나 슬프고 괴롭다는 감정적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전업주부의 우울증은 다른 신체 질병으로 오인되기 쉽고, 혼자만의 고통으로 매몰될 확률이 높다.
여성의 우울증은 가족 관계를 파괴하고 사회생활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다음 세대 양육에도 약영향을 미친다. 아이와의 교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성장 발달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또 우울증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했을 경우, 자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미국 존스 홉킨스 의대는 우울증 환자의 자살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41배나 높다고 분석했다.
통계에 따르면 여자의 자살 시도율은 남자보다 4배 정도 많다. 그러나 자살 성공률은 남자가 오히려 여자보다 4배나 높다. 시도는 하지만 자살에까지 감히 이르지 못하는 것이 여자의 숙명이다.
우울증은 잠재된 위험이 많음에도 진단을 받고 치료 받는 비율이 적은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기도 하다. 대한신경정신과학회 등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우울증으로 치료 받는 사람은 전체 환자의 10∼2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난다.
우울증은 치료 효과가 뛰어난 약들이 많이 개발돼 있어 환자의 80~90%는 증상이 호전된다. 하지만 문제는 재발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약을 조기에 끊는 것이 큰 원인이다. 대개 우울증 약은 2~3개월 먹으면 증상이 뚜렷하게 호전된다는 것을 환자 스스로 느낄 수 있다. 그러면 많은 환자들이 약을 끊는다. 이 경우 대부분 6∼12개월 안에 재발한다. 증상은 호전되는 것 같지만 신경계는 불안정한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국정신과협회(APA)는 적어도 우울증 약을 4∼6개월 이상은 복용해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환자에 따라서는 2∼3년 동안 약을 계속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 주간조선 1796호 게재분
▣아내의 우울증 대처법
관심과 사랑이 최고의 특효약
아내의 우울증만큼 남편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것도 없다. 평소 아내의 감정상태를 꾸준히 살피고, 우울 증상이 최소 2주 이상 지속되면 아내와 함께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현명하다.
◎고부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처신한다
고부 갈등은 아내의 우울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시댁 식구에게 잘하라고 요구하고 싶다면, 동시에 아내의 친정 식구들을 세심히 배려하라.
◎아내를 부엌데기로 여기지 말라
전업주부라면 가정 내 기여도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사회적 지위에 대한 좌절감, 실망감 등이 우울증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직장 다니는 아내에게 가사부담을 가중시키지 말라
아내의 헌신을 원한다면, 당신도 집안 일에 기여하라. 아내를 과도한 일과 책임감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하지 말라.
◎아내와 레저활동을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눠라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신체에서 나온다. 1주일에 한 번은 아내와 등산이나 산책을 하며 둘만의 대화시간을 갖는다.
◎아내의 취미생활을 적극 장려하라
자녀들이 커가면서 상실감을 느낄 우려가 크다. 이럴 때 아내에게 취미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
◎가벼운 애정표현을 아끼지 말라
아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관심과 애정이다. 아내의 고통을 나눌 준비가 되어 있음을 느끼게 하라.
( 의학전문 기자 doctor@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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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에 이물질이 걸린 듯해 침을 뱉지만 나오지 않고 삼켜도 내려가지 않아 갑갑하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증상은 목에 항상 가래가 낀 듯해 마른기침을 하게 되고, 침을 삼키면 무엇인가 걸린다는 느낌이다.
이 경우 일단 신체적인 이상을 의심해 보는 것이 우선 순서다. 인두나 후두 또는 편도에 염증이 생겼거나, 위산의 역류로 인해 발생되는 위·식도 역류 질환 등이 원인일 수 있다. 역류된 강한 위산이 식도를 비롯하여 후두의 후방부를 자극, 점막을 붓게 하기 때문이다. 암 때문에 목에 이물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신체적 이상이 없는데도 이물감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질환을 ‘인두 신경증’ 또는 ‘히스테리성 인두’라고 한다. 그 원인은 불확실하다. 환자의 상당수가 폐경기 이후의 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여성호르몬 감소에 의해 인후점막 상피세포의 변화가 중요한 원인으로 추정되지만, 정신과적으로는 우울증이 있는 경우에도 흔히 생길 수 있다.
한방에서는 ‘인두신경증’을 ‘매핵기(梅核氣)’라 일컫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매핵기를 “인후 사이를 장애하여 뱉어도 나오지 않고 삼켜도 넘어가지 않는 마치 매핵 같은 것이 걸려 있는 증이다”라고 했다.
한방에서는 인간의 기본 감정인 기쁨(喜), 성냄(怒), 근심(憂), 생각(思), 슬픔(悲), 놀람(驚), 두려움(恐) 등이 갑자기 치밀어 간기능이 원활하지 못해 간이 울체되고 비장에 영향을 미쳐 비장이나 위가 제 기능을 잃었을 때, 또는 화병에서 비롯된 억울함을 오랫동안 풀지 못한 때에 ‘매핵기’가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한다. 이렇듯 ‘인두신경증’이나 ‘매핵기’는 정신적 요소가 그 주원인으로 작용한다.
한방에서는 이 경우 담음을 없애고 기를 풀어주는 반하, 후박 등이 함유된 한약과 침구 요법을 처방한다. 양방에서는 가짜약을 이용해 신경증을 해소하거나, 정신과 상담을 통해 치료한다.
(박유근 원초당한의원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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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크기와 상관없이 얼굴 살이 처져 이중턱이 되면 나이가 들어 보이고 생기도 없어 보인다. 날씬한 사람도 이중턱이 있으면 뚱뚱하게 보일 수 있다.
이중턱은 나이가 들면서 피부가 늘어지고 탄력을 잃어 생기는 경우가 가장 많다. 그 외 운동부족이나 평소 굳은 얼굴 표정 등도 얼굴 선을 늘어뜨려 이중턱을 만든다. 한방적으로 몸이 냉해서 전신적인 순환이 되지 않으면, 귀 뒷부분에 림프관이 막혀 얼굴에 노폐물이 쌓이고, 그 때문에 혈색은 나빠지고 피부색이 칙칙해지면서 전체적으로 탄력을 잃게 된다. 이 경우엔 반신욕이나 좌훈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면 도움이 된다.
이중턱은 지압과 마사지를 꾸준히 하면 개선을 할 수 있는데 지압법은 눈썹머리, 눈 아래쪽, 콧방울 옆, 입술 끝, 입술 아래, 볼의 움푹 들어간 부분, 광대뼈 아래 움푹 들어간 부분, 귀 옆의 움푹 들어간 부분〈그림〉을 양쪽 가운뎃손가락 끝으로 꾹꾹 눌러주는 것이다. 이 지압은 아침저녁으로 거울을 보면서 한 번에 10~20회를 한다.
마사지 방법으로는 턱과 목의 경계 부분을 양쪽 엄지손가락으로 약간 자극하듯이 지그시 눌러준 후 손바닥을 턱선에서 귀밑까지 쓸어 넘기기를 10~20회 반복한다.
얼굴 훈증법이나 찜질법도 도움이 된다. 얼굴의 혈액순환이 활발해져 노폐물 배출이 원활해지면 이중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방법은 냄비에 적당량의 물을 붓고 애엽(쑥), 박하, 향부자, 의의인(율무) 중 한 가지 약재를 넣어 끓인 후 대야에 옮겨 그 김을 얼굴에 쐬거나, 수건을 담가 짠 후에 턱선을 중심으로 수건을 올려주면 된다. 일주일에 2~3회 정도가 적당하며, 너무 뜨거우면 얼굴에 화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식힌 후에 한다. 항상 밝은 표정으로 웃어 얼굴 표정근육을 단련시키는 것도 좋은 생활요법이다.
(아미케어 김소형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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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산부인과 전문의 정 원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필빈아, 비임균성 요도염에 대해 알고 싶어. 이 병과 관련된 황당한 환자를 봤거든.”
정 원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환자에 관해 이야기했다. 환자는 40대 김진숙(가명)씨로 남편은 얼마 전에 비임균성 요도염에 걸려 비뇨기과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김씨에게도 산부인과에 가서 진료를 받으라고 권했다 한다. 정 원장은 비임균성 요도염의 가장 흔한 원인균인 클라미디아 검사를 위해 면봉으로 자궁경부의 점액을 채취하는 검사를 실시했다.
정 원장은 다음날 김씨의 전화를 받았다. “원장님, 남편이 자신은 소변검사로 진단을 받았는데 왜 저는 소변검사는 하지 않고 쓸데없는 자궁검사만 받고 왔냐며 난리를 쳤어요.”
“비임균성 요도염은 성병이에요. 남편이야 한 구멍(요도)에서 소변도 나오고 정액도 나오니까 소변으로 검사가 되지만, 여자는 달라요.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어디서 성병에 걸려와 부인에게 옮기고서 오히려 큰소리를 치시네. 남편보고 저한테 직접 전화하라고 하세요.”
비임균성 요도염은 임균성 요도염(임질)의 2.5배이고 30~50%는 클라미디아에 의해, 20~50%는 유레아플라즈마에 의해 발생한다. 젊은 연령층,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계층에서 많이 발생하며, 성파트너에 대한 적절한 검사와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아 최근 발병률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잠복기는 1~5주 정도며 배뇨통과 적은 양의 투명한 요도 분비물, 요도 가려움증이 주 증상이지만 무증상인 경우가 훨씬 많다. 클라미디아가 가장 흔한 원인이므로 원인균 검사없이 바로 비임균성 요도염에 맞는 항생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클라미디아는 여성에게 가장 위험한 성병 중 하나지만, 감염자 중 약 75%에서는 증상이 없다. 또한 자궁 경부염과 성관계시 자궁 경부에서 접촉 출혈을 일으키기도 한다. 치료되지 않는 경우, 40%에서는 골반 내 감염을 일으키고 불임, 자궁외 임신 등의 후유증을 유발한다. 감염된 산모는 미숙아, 안질환, 폐렴 등을 가진 신생아를 출산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성생활을 하는 여성들은 정기검진을 통해 질병을 조기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비뇨기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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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미영이는 유치원때부터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초등학교 내내 왕따를 당해 중학교에 가면 어찌 될까 걱정이 많다. 지금도 여자애들 여럿이 뭐라고 따지고 들면 아무 말도 못하고 참다가 열받아 울곤 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어떤 애가 자기 장식품이 없어졌다며 미영이를 도둑으로 몰기도 했고, 미영이의 수저까지 빼앗아 숨긴 뒤 자백할 때까지 안주겠다며 협박을 했다. 그러나 자기 편이 없어서 안그랬다고 항변할 수도 없고, 마음속으로만 아이들을 패주고 싶었다고 한다.
4학년 때는 한 아이가 미영이의 얼굴을 향해 기침을 해댔다. 싫다고 하는데도 계속 그러고, 지나가면서도 툭 치면서 시비를 걸었지만 말대꾸도 못하고 얌전한 아이처럼 행동했다.
미영이의 성격을 검사해보니 마음 속에 화가 많이 있으면서도 자존감은 낮았다. 자신에 대한 비하감, 우울감은 물론 부정적인 대인관계를 경험하는 과정속에서 열등감이 더 강해지면서 피해의식과 적대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성규는 말이 어눌한데다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친구들과 놀지를 못한다. 일곱 살 때부터 맞았으며, 초등학교 때도 아이들한테 당하고만 살았다. 중학교에 오니 더 심해졌다.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일주일에 세번꼴로 성규를 괴롭히는데 성규네 가게에서 억지로 먹을 것을 가져오라고 명령도 하고, 담배를 가져오라고 시키며, 어떤 때는 아파트 주차장으로 끌고 가서 때리기도 하는 등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성규의 성격 검사 결과 전반적으로 무력하고, ‘내가 바보가 아닌가’ 생각할 만큼 자기비하가 팽배하며, 상당한 정도의 우울·불안으로 사회적 위축상태에 있었다. 친구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이나 왕따를 당하는 경험이 얼마나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성격발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것은 친구를 괴롭히거나 왕따를 시키는 가해자들과 마찬가지로 왕따를 당하는 아이 역시 성장 과정에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영이는 어릴 때 엄마가 시댁 문제로 힘이 들어 우울한 상태였다. 그래서 네 살까지 밖에도 안나가고 또래경험 없이 집에서만 컸으며, 엄마는 미영이를 심하게 혼내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는 것이다. 성규 역시 여섯 살 때부터 부모가 가게를 하느라 누나와 밤 늦게까지 있어야 했고,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면 우선 아이에게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이 자신감은 부모자녀관계에서부터 시작된다. 부모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이 확실하게 있어야 한다. 부모에게 세게 혼난 뒤 방치된 상채로 주눅이 들면 기가 약해지고, 자기를 괴롭히는 아이들이 세게 나오는 것에 대응을 못해 왕따의 희생양이 된다. 또 친구 사귀는 기술과 요령이 있어야 한다. 이는 아이들과 많이 놀아본 경험에서만 나온다. 우선은 부모와 담임교사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이의 기를 살려주는 방향으로 부모자녀관계를 개선하고 또래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원광아동상담센터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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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50대 초반의 주부이다. 몇 년 전부터 건망증이 있었는데, 요즘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산 물건을 두고 와서 다시 찾으러 간 적도 여러 번이고, 만남 약속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아파트 6층에 사는데 문을 잠그고 나왔는데도 잠근 기억이 없어 1층에서 다시 올라간 적도 많았다. 그는 나이가 먹어가니 뇌의 노화가 진행돼서 그런 건지 혹은 치매는 아닌지 알고 싶어했고, 기억력을 증강시키는 약이나 건강식품의 처방을 원했다.
치매와 건망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치매는 자신이 잊어버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이고, 건망증은 그것을 안다는 것이다. 따라서 치매가 있는 사람은 자신이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가 드물고 가족이나 주위 사람이 문제를 먼저 인식하게 되는 반면, 건망증 환자는 스스로 먼저 깨닫거나 주위 사람들은 별 문제가 안 된다고 하는데 자신은 심각하게 느끼는 경우가 더 흔하다. 물론 건망증도 본인과 주위 사람 모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할 때에는 치매의 시작일 수도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경우도 더러 있다.
기억은 인간의 인지기능 중 하나로 컴퓨터같이 입력·저장 및 출력의 과정을 거친다. 또한 이를 제어하는 중앙처리장치 같은 기능이 있어 이 과정을 통제한다. 치매나 다른 기질적인 원인이 있는 기억력 상실은 흔히 이 세 과정에 다 이상이 생겨 기억이 아예 저장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건망증은 주로 일시적인 입력과 출력의 문제로 새로운 것을 입력하지 못하거나, 저장되어 있는 것을 바로 꺼내 오지 못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억력 창고는 충분한데도 들어가고 나오는 문이 너무 바빠 이 과정이 원활하지 못한 데서 건망증은 온다.
건망증은 중앙처리장치인 마음이 스트레스·불안·걱정·우울 등으로 바빠지면 더 심해진다. 처음에는 뚜렷한 스트레스 때문에 건망증이 생긴 것 같았는데, 나중에는 별 이유가 없는데도 건망증은 지속되는데, 그 이유는 건망증이 다시 건망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한두 가지 잊어버려 실수를 하면, 이후부터는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더욱 안간힘을 쓰게 되고 이것이 다시 우리의 마음을 바쁘게 하여 건망증을 일으키는 악순환을 낳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기억하려면 잊어버려야 한다.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면 첫째로 기억하려는 노력으로 점령당했던 기억의 문이 점차 열리기 시작하여 새로운 사실을 입력하기가 쉬워진다. 둘째는 그 저장된 기억을 끄집어내는 데도 이 문들을 통과해야 되기 때문에 저장된 단어나 기억들이 생각이 안 나서 애쓰는 경우가 줄어들게 된다.
잊어버리는 것의 첫 단계는 내가 건망증이 심하다는 사실부터 잊어버리라는 것이다. 자꾸 잊어버리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실수를 해도 그대로 넘어가라. 누가 핀잔을 주면 “응, 나 전에는 더 심했는데, 요즘 나아진 게 이래” 하고 웃어 넘겨라. “치매일지도 몰라” 하고 겁을 주면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아니래”라고 응수하면 된다.
두 번째 단계는 실제로 생각해야 하는 가짓수를 줄이라는 것이다. 눈 뜨고 잘 때까지 생각해야 하는 일의 가짓수를 따져본 다음, 그중 1~2개라도 줄여 본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결과가 달라질 수 없는 고민은 과감하게 줄인다. 과거의 후회들을 줄이지 못하겠으면 미래의 계획들로 바꿔 보는 것도 방법이다. 미래에 일어날 일들이 걱정이면 그 일이 닥친 때부터 고민을 시작하기로 하면 그것도 생각을 줄이는 방법이다.
세 번째 단계는 실제로 하루 동안 하는 일의 가짓수를 줄이라는 것이다. 단순하게 또한 벌여 놓지 말고 살라는 것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새로운 것 한 가지를 사고 싶으면 집에 있는 것 두 가지를 처분한 다음에 하는 것이다. 6개월 이상 손길이 가지 않는 책·서류·의류·잡동사니 등은 과감히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버린다.
잊어버리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면 할수록 내 몸의 기억은 빠른 속도로 회복된다. 이 같은 노력을 3개월만 하면 대체로 기억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 살게 된다. A씨도 이제 집을 나왔다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없어졌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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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은 끔찍했죠. 크리스마스 이브에 머리 감고 다음해 1월 6일에 세수를 했으니까요. 하하하, 물론 집 밖에도 안 나갑니다. 잠만 잤죠…. 극도로 지저분…. 긴장도 풀리고 맘은 편한데 그 많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먹고 토하고 잠자는 것밖에 없더군요.”
식이장애 전문 클리닉 마음과 마음 홈페이지에 올린 한 폭식증 환자의 글이다. 또 다른 식이장애 환자는 “사춘기부터 시작된 이 무시무시한 병을 고치고 싶어요. 지금도 너무 괴롭고 삶의 의욕도 없고 죽고 싶은 맘뿐입니다”라고 썼다.
식이장애 클리닉 인터넷 홈페이지나 식이장애 인터넷 카페 등의 게시판을 클릭하면 언제라도 볼 수 있는 글들이다.
몸매와 다이어트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지나친 압박감 때문일까? 폭식증과 거식증 등 식이장애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서울의 한 식이장애 전문 클리닉은 하루 20여명씩 연간 400여명의 식이장애 환자를 진료하고 있으며, 또 다른 전문 클리닉도 예약을 하고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최근 환자가 늘어났다. 식이장애 환자 모임인 인터넷 카페도 급증해 다음카페 ‘Beauty People’엔 3800여명, ‘FREE美-LOVEME’엔 1200여명이 현재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이민수 교수는 “환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환자임을 극구 부인하므로 병원에 와서 진찰을 받는 환자는 전체의 1%도 안 된다”며 “20대 여성의 4~5% 정도가 식이장애 환자인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마음과 마음 클리닉 이정현 원장은 “식이장애는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주로 발병하며 여자가 남자보다 10배 정도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요즘엔 미혼 남성이나 아줌마 환자, 심지어 초등학생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며 “최근의 ‘몸짱 열풍’은 신체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부채질 해 병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면 식이장애에 걸린다고 알고 있지만 거식증이나 폭식증은 심하면 생명까지 앗아가는 심각한 정신질환이라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거식증은 극심한 영양 결핍, 탈수증, 무월경증(남자의 경우는 성욕감퇴), 골다공증, 신장·심장 기능저하, 난소·자궁 위축 등이 초래되며 심하면 대뇌도 쪼그라든다.
폭식증의 경우 잦은 폭식과 구토 때문에 위와 식도가 손상되며, 체내 전해질 균형에 이상이 오며, 위산이 넘어와 치아의 에나멜도 쉽게 부식된다. 심한 경우 식도가 찢어지는 경우도 있다.
백상 식이장애클리닉 강희찬 원장은 “거식증이나 폭식증은 그 밖에도 심한 우울증이나 불안·강박장애로 이어지며 때로는 자살이나 살인 등의 돌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정신과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수 교수는 “일반적으로 폭식증 환자가 거식증 환자보다 5배 정도 많으며, 폭식증보다 거식증의 치료가 훨씬 어렵다”며 “거식증은 치료를 해도 재발이 잘되며, 심각한 경우 사망률이 5~18%에 이르는 것으로 외국 학계에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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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과 김치를 주식으로 하는 전통적인 한국 식사가 비만과 심장병 등 각종 만성질환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4개월간 국내 의학자와 영양학자 등이 공동으로 참여한 ‘한국인의 식이와 건강’ 연구 프로젝트에서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만성질환 예방과 관련, 한국 식이의 우수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시행된 것으로,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결과 발표회를 가졌다. 이를 발췌해 소개한다.
▲ 전문가들은 밥·된장·김치 등 한국 전통식단은 저칼로리 균형식으로, 비만·당뇨병·심장질환 등을 관리하고 예방하는 데 좋다고 말한다. 조선일보 DB사진◆비만과 심장병 예방하는 한국 식이
비만 인구의 증가가 심각한 상황인데, 이는 고기류 위주의 서양식과 외식의 증가로 섭취 칼로리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밥 중심의 한국 식이는 상대적으로 저(低)칼로리인 데다, 충분한 식이섬유 섭취를 보장하기 때문에 비만 억제효과가 있다. 여기에 혈당지수가 낮은 현미와 잡곡 사용을 늘리면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혈당지수는 식사 후 혈당이 올라가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지수가 낮을수록 좋다.
또한 전통적인 한국 식사는 된장 등 콩으로 만든 식품과 김치 등 양념류를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어 영양면에서도 고품질의 균형식이다.
한국인의 심장병의 발생률은 미국 등 서양인에 비해 현저히 낮지만 최근 증가 추세에 있다. 주된 이유는 동물성 지방 즉 포화지방산 섭취의 증대 때문이다. 하지만 쌀밥과 된장·김치 중심의 한국 식이는 불포화지방산과 콩·채소 섭취를 자연스레 조장하여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가진다.
◆암 발생 줄이는 한국 식이
한국인의 암발생에서 식이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유방암은 미국의 8분의 1, 일본의 2분의 1~3분의 1 수준이다. 대장암은 미국·일본의 3분의 1 정도이며, 전립선암은 일본의 3분의 1, 미국의 20분의 1 정도로 발생한다. 이 같은 암 발생 차이에는 쌀과 생선, 채소를 주식으로 하는 한국 식이의 영향이 30%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또한 한국 식이는 비타민과 무기질을 골고루 포함하고, 칼로리나 지방질의 과다 섭취를 초래하지 않아 체내 면역기능을 유지하는 데도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치에 포함되는 배추·고춧가루·마늘 등은 면역기능의 강화에 효과가 있고, 녹차와 참기름·콩기름·들기름 등도 면역강화 기능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연구팀은 한국 식이에 대한 권장 사항으로 염분 및 염장식품, 알코올, 태운 음식, 뜨거운 음료 등의 섭취를 줄이는 반면 칼슘 및 철분 섭취는 늘릴 것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아침식사 꼭 하기 ▲외식 시 서양식과 중국식 줄이기 ▲나온 음식 다 먹지 않기 ▲우유 및 요구르트 더 마시기 ▲현미 및 잡곡밥 늘리기 등을 제안했다.
( 의학전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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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나영(가명·17)양 사례
김양은 어려서부터 키가 크고 약간 통통한 편이었다. 현재 키는 172㎝, 몸무게는 54㎏. 초등학교 때부터 음식 만들기를 좋아해 방과 후 집에서 김치볶음밥 등을 만들어 먹다보니 체중이 불어 덩치가 커 보였고, 친구들이 놀리기 시작했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김양은 “내 몸매가 원래 얼마나 예쁜지 보여주겠다”며 중2 때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중3 때는 48㎏으로 체중이 줄었다.
그러나 이 때쯤부터 먹고 싶은 욕구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아 2~3일에 한 번씩 배가 터질 정도로 음식을 먹었고, 먹은 뒤엔 살이 찔까봐 두려워 구토를 하게 됐다. 주 2~3회 폭식과 구토가 계속되면서 김양은 대인관계가 단절됐고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휴학했다.
(사례 제공=마음과 마음 클리닉)
■ 진단 기준은 무엇인가?
▲1주일에 2회 이상 폭식이 3개월 이상 지속(폭식 뒤엔 대개 구토 등의 행위가 뒤따르지만 예외적으로 없을 수도 있음)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 ▲마르고 뚱뚱하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 생물학적 원인은?
대뇌에서 분비되는 세르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의 이상과 연관 있는 것으로 추정.
■ 어떤 사람이 잘 걸리나?
충동적이고 불안정한 성격의 사람, 성취지향적인 사람, 외모를 중시하는 사람, 어머니로부터 독립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 학력이 비교적 높은 사람.
■ 환자의 행동 특징은?
기분이 좋지 않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자신의 체중·체형에 대해 갑자기 불만족스런 느낌이 들 때 폭식을 시작한다. 주로 아이스크림이나 케이크처럼 열량이 많은 음식을 배가 터질 때까지 먹고 고통스러워하며 구토를 하거나, 설사약이나 이뇨제를 복용해 먹은 음식을 배설해낸다.
폭식을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하며, 남에게 들키지 않고 숨어서 먹으려 한다. 충동조절력이 약해 화를 잘 내며, 무엇인가를 잘 훔치며, 성적으로도 문란해지기 쉽다. 대학생 시기에 많이 발병하며 실연 등과 같은 특정한 사건에 의해 촉발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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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은 끔찍했죠. 크리스마스 이브에 머리 감고 다음해 1월 6일에 세수를 했으니까요. 하하하, 물론 집 밖에도 안 나갑니다. 잠만 잤죠…. 극도로 지저분…. 긴장도 풀리고 맘은 편한데 그 많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먹고 토하고 잠자는 것밖에 없더군요.”
식이장애 전문 클리닉 마음과 마음 홈페이지에 올린 한 폭식증 환자의 글이다. 또 다른 식이장애 환자는 “사춘기부터 시작된 이 무시무시한 병을 고치고 싶어요. 지금도 너무 괴롭고 삶의 의욕도 없고 죽고 싶은 맘뿐입니다”라고 썼다.
식이장애 클리닉 인터넷 홈페이지나 식이장애 인터넷 카페 등의 게시판을 클릭하면 언제라도 볼 수 있는 글들이다.
몸매와 다이어트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지나친 압박감 때문일까? 폭식증과 거식증 등 식이장애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서울의 한 식이장애 전문 클리닉은 하루 20여명씩 연간 400여명의 식이장애 환자를 진료하고 있으며, 또 다른 전문 클리닉도 예약을 하고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최근 환자가 늘어났다. 식이장애 환자 모임인 인터넷 카페도 급증해 다음카페 ‘Beauty People’엔 3800여명, ‘FREE美-LOVEME’엔 1200여명이 현재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이민수 교수는 “환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환자임을 극구 부인하므로 병원에 와서 진찰을 받는 환자는 전체의 1%도 안 된다”며 “20대 여성의 4~5% 정도가 식이장애 환자인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 거식증과 폭식증을 다룬 영화 ‘301-302’. 방은진(왼쪽)씨는 폭식증 환자를, 황신혜씨는 거식증 환자를 연기했다. 조선일보 DB 사진마음과 마음 클리닉 이정현 원장은 “식이장애는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주로 발병하며 여자가 남자보다 10배 정도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요즘엔 미혼 남성이나 아줌마 환자, 심지어 초등학생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며 “최근의 ‘몸짱 열풍’은 신체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부채질 해 병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면 식이장애에 걸린다고 알고 있지만 거식증이나 폭식증은 심하면 생명까지 앗아가는 심각한 정신질환이라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거식증은 극심한 영양 결핍, 탈수증, 무월경증(남자의 경우는 성욕감퇴), 골다공증, 신장·심장 기능저하, 난소·자궁 위축 등이 초래되며 심하면 대뇌도 쪼그라든다.
폭식증의 경우 잦은 폭식과 구토 때문에 위와 식도가 손상되며, 체내 전해질 균형에 이상이 오며, 위산이 넘어와 치아의 에나멜도 쉽게 부식된다. 심한 경우 식도가 찢어지는 경우도 있다.
백상 식이장애클리닉 강희찬 원장은 “거식증이나 폭식증은 그 밖에도 심한 우울증이나 불안·강박장애로 이어지며 때로는 자살이나 살인 등의 돌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정신과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수 교수는 “일반적으로 폭식증 환자가 거식증 환자보다 5배 정도 많으며, 폭식증보다 거식증의 치료가 훨씬 어렵다”며 “거식증은 치료를 해도 재발이 잘되며, 심각한 경우 사망률이 5~18%에 이르는 것으로 외국 학계에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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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울화가 치민다” 또는 “울화통이 터진다”라는 말을 곧잘 하곤 한다. 여기서 울(鬱)은 발산되지 못한 억울한 감정을 뜻하고, 화(火)는 마음의 열(熱)을 가리킨다. 즉 억울한 감정이 열로 치솟아 오름을 뜻한다. 울은 그 원인이요, 화는 증세인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울화증’ 또는 ‘화병’이라고 부른다. 화병은 중국 명대(明代)의 명의 장개빈(張介賓)이 ‘경악전서’에서 ‘화증(火證)’이라는 말을 처음 쓰면서 유래된 용어다.
화(火)는 한의학에서 오행(五行) 중의 하나로 각종 질병 과정에 나타나는 병리적인 현상을 일컫는다. 즉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화가 생기고, 이로 인해 신체 여러 부위에 병리 증상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실제적으로 체온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화의 증상은 참으로 다양한데 두통, 가슴 두근거림, 호흡곤란뿐만 아니라 식욕부진, 설사, 집중력 저하, 짜증 등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디 하나 성한 구석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각종 신경증과 유사하다. 우울신경증, 신경쇠약신경증, 불안신경증, 공포신경증, 사고후 신경증, 강박신경증 등이 모두 화병 범주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딱히 우리나라 고유 문화에 따른 ‘화병’을 서양의학에서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용어는 없지만, 굳이 표현한다면 ‘분노 증후군’(anger syndrome)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 울화의 치료는 위로 올라가는 화를 아래로 내려주는 약물과 침구 요법을 이용한다. 서양의학에서는 항불안제나 항우울제 치료를 병행하면서 환자의 민감 반응을 돌려주거나 차단하는 행동요법도 쓴다.
한의학의 ‘울화’건, 서양의학의 ‘신경증’이건 그것을 일으킨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법이 될 것이다.
(박유근/원초당한의원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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