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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과 김치를 주식으로 하는 전통적인 한국 식사가 비만과 심장병 등 각종 만성질환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4개월간 국내 의학자와 영양학자 등이 공동으로 참여한 ‘한국인의 식이와 건강’ 연구 프로젝트에서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만성질환 예방과 관련, 한국 식이의 우수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시행된 것으로,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결과 발표회를 가졌다. 이를 발췌해 소개한다.
▲ 전문가들은 밥·된장·김치 등 한국 전통식단은 저칼로리 균형식으로, 비만·당뇨병·심장질환 등을 관리하고 예방하는 데 좋다고 말한다. 조선일보 DB사진◆비만과 심장병 예방하는 한국 식이
비만 인구의 증가가 심각한 상황인데, 이는 고기류 위주의 서양식과 외식의 증가로 섭취 칼로리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밥 중심의 한국 식이는 상대적으로 저(低)칼로리인 데다, 충분한 식이섬유 섭취를 보장하기 때문에 비만 억제효과가 있다. 여기에 혈당지수가 낮은 현미와 잡곡 사용을 늘리면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혈당지수는 식사 후 혈당이 올라가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지수가 낮을수록 좋다.
또한 전통적인 한국 식사는 된장 등 콩으로 만든 식품과 김치 등 양념류를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어 영양면에서도 고품질의 균형식이다.
한국인의 심장병의 발생률은 미국 등 서양인에 비해 현저히 낮지만 최근 증가 추세에 있다. 주된 이유는 동물성 지방 즉 포화지방산 섭취의 증대 때문이다. 하지만 쌀밥과 된장·김치 중심의 한국 식이는 불포화지방산과 콩·채소 섭취를 자연스레 조장하여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가진다.
◆암 발생 줄이는 한국 식이
한국인의 암발생에서 식이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유방암은 미국의 8분의 1, 일본의 2분의 1~3분의 1 수준이다. 대장암은 미국·일본의 3분의 1 정도이며, 전립선암은 일본의 3분의 1, 미국의 20분의 1 정도로 발생한다. 이 같은 암 발생 차이에는 쌀과 생선, 채소를 주식으로 하는 한국 식이의 영향이 30%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또한 한국 식이는 비타민과 무기질을 골고루 포함하고, 칼로리나 지방질의 과다 섭취를 초래하지 않아 체내 면역기능을 유지하는 데도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치에 포함되는 배추·고춧가루·마늘 등은 면역기능의 강화에 효과가 있고, 녹차와 참기름·콩기름·들기름 등도 면역강화 기능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연구팀은 한국 식이에 대한 권장 사항으로 염분 및 염장식품, 알코올, 태운 음식, 뜨거운 음료 등의 섭취를 줄이는 반면 칼슘 및 철분 섭취는 늘릴 것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아침식사 꼭 하기 ▲외식 시 서양식과 중국식 줄이기 ▲나온 음식 다 먹지 않기 ▲우유 및 요구르트 더 마시기 ▲현미 및 잡곡밥 늘리기 등을 제안했다.
( 의학전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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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나영(가명·17)양 사례
김양은 어려서부터 키가 크고 약간 통통한 편이었다. 현재 키는 172㎝, 몸무게는 54㎏. 초등학교 때부터 음식 만들기를 좋아해 방과 후 집에서 김치볶음밥 등을 만들어 먹다보니 체중이 불어 덩치가 커 보였고, 친구들이 놀리기 시작했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김양은 “내 몸매가 원래 얼마나 예쁜지 보여주겠다”며 중2 때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중3 때는 48㎏으로 체중이 줄었다.
그러나 이 때쯤부터 먹고 싶은 욕구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아 2~3일에 한 번씩 배가 터질 정도로 음식을 먹었고, 먹은 뒤엔 살이 찔까봐 두려워 구토를 하게 됐다. 주 2~3회 폭식과 구토가 계속되면서 김양은 대인관계가 단절됐고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휴학했다.
(사례 제공=마음과 마음 클리닉)
■ 진단 기준은 무엇인가?
▲1주일에 2회 이상 폭식이 3개월 이상 지속(폭식 뒤엔 대개 구토 등의 행위가 뒤따르지만 예외적으로 없을 수도 있음)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 ▲마르고 뚱뚱하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 생물학적 원인은?
대뇌에서 분비되는 세르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의 이상과 연관 있는 것으로 추정.
■ 어떤 사람이 잘 걸리나?
충동적이고 불안정한 성격의 사람, 성취지향적인 사람, 외모를 중시하는 사람, 어머니로부터 독립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 학력이 비교적 높은 사람.
■ 환자의 행동 특징은?
기분이 좋지 않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자신의 체중·체형에 대해 갑자기 불만족스런 느낌이 들 때 폭식을 시작한다. 주로 아이스크림이나 케이크처럼 열량이 많은 음식을 배가 터질 때까지 먹고 고통스러워하며 구토를 하거나, 설사약이나 이뇨제를 복용해 먹은 음식을 배설해낸다.
폭식을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하며, 남에게 들키지 않고 숨어서 먹으려 한다. 충동조절력이 약해 화를 잘 내며, 무엇인가를 잘 훔치며, 성적으로도 문란해지기 쉽다. 대학생 시기에 많이 발병하며 실연 등과 같은 특정한 사건에 의해 촉발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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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은 끔찍했죠. 크리스마스 이브에 머리 감고 다음해 1월 6일에 세수를 했으니까요. 하하하, 물론 집 밖에도 안 나갑니다. 잠만 잤죠…. 극도로 지저분…. 긴장도 풀리고 맘은 편한데 그 많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먹고 토하고 잠자는 것밖에 없더군요.”
식이장애 전문 클리닉 마음과 마음 홈페이지에 올린 한 폭식증 환자의 글이다. 또 다른 식이장애 환자는 “사춘기부터 시작된 이 무시무시한 병을 고치고 싶어요. 지금도 너무 괴롭고 삶의 의욕도 없고 죽고 싶은 맘뿐입니다”라고 썼다.
식이장애 클리닉 인터넷 홈페이지나 식이장애 인터넷 카페 등의 게시판을 클릭하면 언제라도 볼 수 있는 글들이다.
몸매와 다이어트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지나친 압박감 때문일까? 폭식증과 거식증 등 식이장애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서울의 한 식이장애 전문 클리닉은 하루 20여명씩 연간 400여명의 식이장애 환자를 진료하고 있으며, 또 다른 전문 클리닉도 예약을 하고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최근 환자가 늘어났다. 식이장애 환자 모임인 인터넷 카페도 급증해 다음카페 ‘Beauty People’엔 3800여명, ‘FREE美-LOVEME’엔 1200여명이 현재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이민수 교수는 “환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환자임을 극구 부인하므로 병원에 와서 진찰을 받는 환자는 전체의 1%도 안 된다”며 “20대 여성의 4~5% 정도가 식이장애 환자인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 거식증과 폭식증을 다룬 영화 ‘301-302’. 방은진(왼쪽)씨는 폭식증 환자를, 황신혜씨는 거식증 환자를 연기했다. 조선일보 DB 사진마음과 마음 클리닉 이정현 원장은 “식이장애는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주로 발병하며 여자가 남자보다 10배 정도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요즘엔 미혼 남성이나 아줌마 환자, 심지어 초등학생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며 “최근의 ‘몸짱 열풍’은 신체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부채질 해 병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면 식이장애에 걸린다고 알고 있지만 거식증이나 폭식증은 심하면 생명까지 앗아가는 심각한 정신질환이라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거식증은 극심한 영양 결핍, 탈수증, 무월경증(남자의 경우는 성욕감퇴), 골다공증, 신장·심장 기능저하, 난소·자궁 위축 등이 초래되며 심하면 대뇌도 쪼그라든다.
폭식증의 경우 잦은 폭식과 구토 때문에 위와 식도가 손상되며, 체내 전해질 균형에 이상이 오며, 위산이 넘어와 치아의 에나멜도 쉽게 부식된다. 심한 경우 식도가 찢어지는 경우도 있다.
백상 식이장애클리닉 강희찬 원장은 “거식증이나 폭식증은 그 밖에도 심한 우울증이나 불안·강박장애로 이어지며 때로는 자살이나 살인 등의 돌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정신과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수 교수는 “일반적으로 폭식증 환자가 거식증 환자보다 5배 정도 많으며, 폭식증보다 거식증의 치료가 훨씬 어렵다”며 “거식증은 치료를 해도 재발이 잘되며, 심각한 경우 사망률이 5~18%에 이르는 것으로 외국 학계에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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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울화가 치민다” 또는 “울화통이 터진다”라는 말을 곧잘 하곤 한다. 여기서 울(鬱)은 발산되지 못한 억울한 감정을 뜻하고, 화(火)는 마음의 열(熱)을 가리킨다. 즉 억울한 감정이 열로 치솟아 오름을 뜻한다. 울은 그 원인이요, 화는 증세인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울화증’ 또는 ‘화병’이라고 부른다. 화병은 중국 명대(明代)의 명의 장개빈(張介賓)이 ‘경악전서’에서 ‘화증(火證)’이라는 말을 처음 쓰면서 유래된 용어다.
화(火)는 한의학에서 오행(五行) 중의 하나로 각종 질병 과정에 나타나는 병리적인 현상을 일컫는다. 즉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화가 생기고, 이로 인해 신체 여러 부위에 병리 증상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실제적으로 체온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화의 증상은 참으로 다양한데 두통, 가슴 두근거림, 호흡곤란뿐만 아니라 식욕부진, 설사, 집중력 저하, 짜증 등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디 하나 성한 구석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각종 신경증과 유사하다. 우울신경증, 신경쇠약신경증, 불안신경증, 공포신경증, 사고후 신경증, 강박신경증 등이 모두 화병 범주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딱히 우리나라 고유 문화에 따른 ‘화병’을 서양의학에서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용어는 없지만, 굳이 표현한다면 ‘분노 증후군’(anger syndrome)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 울화의 치료는 위로 올라가는 화를 아래로 내려주는 약물과 침구 요법을 이용한다. 서양의학에서는 항불안제나 항우울제 치료를 병행하면서 환자의 민감 반응을 돌려주거나 차단하는 행동요법도 쓴다.
한의학의 ‘울화’건, 서양의학의 ‘신경증’이건 그것을 일으킨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법이 될 것이다.
(박유근/원초당한의원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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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건설회사에 다니는 50세 남자 이모씨가 진료실을 찾아왔다.
“임 선생님, 가끔씩 사타구니(회음부)가 뻐근하고 최근 들어 발기가 잘 안 됩니다. 간혹 발기가 돼도 사정 시간이 빠르고, 사정할 때 느낌도 별로 안 좋습니다.”
“당뇨나 고혈압은 없으신가요?”
“전혀 없습니다. 아직 저는 젊다고 생각하는데 벌써 발기부전이 왔나요? 제 아내는 이제 마흔입니다. 내색은 안 하지만 불만이 있는 것 같아요.”
“만성 전립선염이 의심되니 몇 가지 검사를 해보지요.”
항문을 통해 직장 수지 검사를 한 결과 전립선 크기나 모양 모두 정상이었고 특별한 이상병변은 없었다. 다만 전립선 분비액 검사에서 균은 배양되지 않았으나 염증 세포(백혈구)가 의미있게 증가해 ‘만성 비세균성 전립선염’으로 진단하고 항생제를 우선 투여하였다.
그 외에도 주 2회 이상의 규칙적인 성생활을 통해 전립선액이 배출되도록 권하고 금주 및 온수 좌욕을 생활화하도록 교육시켰다. 환자는 두 달간 항생제 투여 후 전립선 분비액에서 백혈구가 검출되지 않았고 회음부 통증, 발기력, 사정 장애 등의 증상도 호전됐다.
전립선은 정액의 약 6분의 1을 만들어 내는 남성 생식 기관이다. 이 전립선에 세균 감염, 소변 역류, 자가면역질환, 호르몬, 바이러스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 소위 ‘고질병’으로 알려진 만성 전립선염이다.
정확히 말하면 ‘염증성 만성 골반통 증후군’이다. 비염증성인 경우는 아직 그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방광 경부와 전립선 요도의 기능 이상이나 골반긴장성 근육통,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여겨진다.
만성 전립선염은 남성 비뇨 생식기 질환의 약 25%를 차지하며 50세 이하의 남성에서 가장 흔한 질환이다. 치료가 용이하지 않고 재발이 잘 일어나 남성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우울증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특징적인 증상으로는 회음부 통증, 성기 끝의 통증, 고환통, 아랫배 통증, 배뇨통, 사정통이 있고 정상인에 비해 성기능 관련 증상을 더 많이 호소한다. 성욕 감소 53%, 자연발기의 감소 81%, 발기력 감퇴 84%, 사정시 동통 31%의 성기능 장애를 호소하고, 그 외에도 극치감 감소, 조루증, 정액량의 감소 등을 호소한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있는 경우는 바로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고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하며 금주, 피로회복, 온수좌욕, 규칙적인 성생활 등을 통해 재발을 막아 삶의 질을 높이기를 바란다.
/임필빈·비뇨기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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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세 A씨는 회사 중역이다. 약 6개월 전에 회사 업무관계로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잠을 설치게 됐다. 3개월 전부터는 회사 일이 안정되어 더 이상 스트레스도 없고 마음도 편한 것 같은데 불면증은 지속됐다. 졸리다가 눕기만 하면 말똥말똥해지고, 가까스로 잠이 들어도 하룻밤에 2~3번 깨거나, 꿈이 많아 자도 잔 것 같지가 않았다. 낮에 좀 자보려고 해도 평생 낮잠을 자본 적이 없는지라 그것도 여의치가 않았다. 밤이 되면 또 잠이 안 올까 두려워지고 낮에는 극도의 피로감에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사람은 일생의 3분의 1을 잠으로 보낸다. 수면은 신체 노폐물을 제거하고 뇌를 재충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하루 7~8시간보다 적게 자거나, 그보다 많이 자는 사람은 각종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성이 높아진다. 또한 각종 건강지표를 보더라도 하룻밤 7~8시간 자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도 더 건강한 것으로 조사된다.
따라서 수면은 생활하다 남는 시간에 하는 식이어서는 안 되며, 다른 중요한 일과 마찬가지로 계획에 따라 하루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충분하더라도 수면을 제대로 취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그 주된 원인은 스트레스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든지, 시험에 대한 걱정이나, 직장에서 어려움을 당했을 때, 또는 결혼이나 이혼 등 인생의 큰 변화가 생겼을 때 등, 잠을 이루기 어려운 것은 거의 누구나 경험하게 된다.
이런 일시적인 원인에 의한 불면증은 그 문제가 해결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호전되나 현대인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스트레스가 반복되면서 자신의 몸이 예민해져 수면장애가 온다는 것이다. 즉 몸과 마음이 조건화되어 잠잘 시간이나 잠자는 장소에 가기만 하면 불안감이 생기고, 몸이 이완되기는커녕 더욱 긴장된다. 이 때문에 특별한 이유 없이 밤늦게까지 잠을 이루기 어렵고, 잠이 들어도 쉽게 깨며, 긴 시간을 자고나도 몸이 개운치 않게 된다.
어떤 이들은 수면효과를 기대하여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음주를 하면 잠이 들기가 쉬운 것은 사실이나 오히려 숙면을 방해, 새벽에 깨게 되는 역효과가 있고, 만성 불면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조건화된 몸을 가장 확실하게 바꾸는, 즉 탈조건화하는 방법은 역설적으로 잠을 자지 말라는 것이다. 잠을 자려고 노력하지 말고 안 자려고 노력해야 된다. 우리의 수면중추는 원래 스스로 작동하는 무의식적인 자율 기능인데, 잠을 자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의식적인 노력이 오히려 그 기능을 방해하는 것이다. 숫자를 거꾸로 센다든가 잠이 드는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노력 등도 오히려 역효과다.
하지만 잠을 안 자려고 노력하면 우리의 의식이 수면중추에 가하던 간섭을 줄이게 되어, 그 기능이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필자가 권하는 ‘잠 안 자기’는 단지 48시간 동안이다. 밤에 잠이 안 오면 절대 잠자리로 가지 말고, 졸려서 누웠더라도 5분 내에 잠이 안 오면 곧 바로 일어나서 아무 것이나 해라. 가까스로 잠이 들어 1~2시간 자고 깨면 그날 밤은 다 잔 것이고, 다시 잠을 청하지 말고 아무리 한밤중이라도 그날 일을 시작한다.
초저녁에 TV를 보다가 소파에서 잠드는 것도 금물이다. 이렇게 48시간만 해보면 그 다음부터는 기가 막힌 잠을 자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잠이 올 뿐만이 아니라, 적은 시간을 자도 푹 잔 느낌이 든다. 물론 48시간 동안은 ‘생고생’이다. 수면이 부족한 관계로 피로도 더 쌓이고 일의 능률도 안 오른다. 정 힘들면 일이 없는 주말에 실행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잠을 안 자면 몸에 큰일이 날 것이라는 걱정을 깰수록 수면은 빨리 정상으로 돌아온다. 현재 A씨는 수면제 한 알 먹지 않고도 이전의 건강한 수면으로 돌아갔다. 그는 자신의 몸에 놀라고 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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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민규는 컴퓨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엄마에게 불만이 많다. 엄마가 하루 1시간밖에 허락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은 일요일에 실컷 해보라고 내버려두니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민규가 상담을 받는 동안 지나치게 많은 과외활동을 끊어 보라고 권했다. 그러자 아이에게 여유가 생기면서 컴퓨터에 몰두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엄마의 표현에 따르면 전에는 아이가 컴퓨터에 잡아먹힌 것 같았는데 지금은 스스로 끄기도 하고, 엄마가 끄라고 하면 “알았어” 하고 순순히 컴퓨터 전원을 내린다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 정식이는 상담센터에 와서도 늘 게임만을 선택한다. 상담자에게 지면 늘 자기가 이기는 게임을 가져와서 상담자를 이기고 나서야 기분이 풀린다.
정식이도 컴퓨터 때문에 엄마와 승강이가 많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하루 정한 시간만큼을 하고는 하루종일 컴퓨터를 더 하고 싶어서 안달이다.
컴퓨터에 지나치게 빠진 아이들에게는 나이와 관계없이 공통된 특성이 있다. 첫째, 현재 부모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탓에 인정받고, 칭찬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둘째, 잘하고 싶은 욕심은 많지만 힘들고 어려운 것을 견뎌내는 힘이 부족하다. 셋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공부는 하기 싫고 또, 공부를 안 하니 성적이 원하는 만큼 안 나와 내심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수학 100점을 받기는 어렵지만 게임으로는 쉽게 잘하는 느낌을 얻을 수 있기에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헤어나기 어렵다. 컴퓨터 게임을 못하게 하기보다 왜 그토록 게임에 열중하는지, 거기서 얻어지는 게 무엇이기에 그토록 매달리는지 헤아려야 해결책이 나온다.
민규의 부모는 모두 명문대를 나왔지만 본인들이 원하는 만큼 잘 풀리지 못했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민규에게는 부모가 못 이룬 꿈을 이루게 하고자 하는 열망에 사립학교를 보내고 과외 활동을 많이 시켰다. 그러다 보니 늘 시간에 쫓겨 공부를 스스로 하는 자발성과 인내력을 키우지 못했는데, 학원을 정리해 여유가 생기니 컴퓨터 게임에도 덜 빠지게 된 것이다.
컴퓨터에 지나치게 빠진 경우에는 부모 자녀 관계가 이미 망가진 경우가 많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부모 자녀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혼내지 말고 칭찬을 많이 해줘야 한다. 공부 이외의 활동에서 잘한다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아이들은 로봇 조립을 완성한 것이나 수학을 백점 받은 것에서 똑같은 성취감을 얻는다. 또 과도한 과외활동을 줄여 아이의 생활을 여유롭게 하고 친구들과 놀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어야 한다.
운동을 시키는 것도 좋다. 부모와 함께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 배드민턴 등을 함께하는 것도 좋고, 윷놀이·카드놀이 등 컴퓨터 게임이 아닌 놀이로 즐겁고 화목한 시간을 늘려야 한다. 아이들의 생활이 건강해지고, 부모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는다는 믿음이 생기면 자연 컴퓨터게임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신철희 원광아동상담센터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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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에 진료실로 50대 초반의 박 여사(가명)가 찾아왔다.
“요도 주변이 계속 아파서 거울로 보니 요도 입구가 부었어요. 기침할 때 오줌도 찔끔찔금 새고요. 질에서 물도 안 나와 남편이 (섹스를) 하자고 할 때마다 아주 귀찮아 죽겠어요.”
박 여사는 1년쯤 전 폐경이 되면서 비뇨 생식기의 여러가지 불편한 증상들을 호소했다. 진찰을 해보니 요도 주변이 위축성 요도염으로 빨갛게 부어 있었고, 질 벽도 위축된 상태였다.
“폐경 후 질과 요도가 위축되면서 요도 통증과 요실금, 질 건조증, 성교통 같은 증상이 생긴 것입니다.”
“그럼 호르몬을 먹어야 하나요? 요즘 신문에서 보니 호르몬 치료하면 유방암이니, 심장질환이니 하는 병들이 잘 생긴다는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겠수다.”
필자는 자기장 의자 치료를 통해 요실금을 치료했고, 요도와 질에 바르는 호르몬 크림을 처방했으며, 성 관계시 수용성 윤활 젤을 사용하도록 권했다.
여성이 50대 전후가 되면 난소의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의 일종) 결핍이 생긴다. 호르몬 결핍으로 인해 결국 월경이 불규칙해지고 골다공증과 함께 얼굴이 화끈거리고, 밤에 식은땀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면증, 두통, 불안감, 우울증, 신경과민, 인지기능 장애 등의 증상들이 나타난다. 그 이외에도 질의 피순환이 적어지고 질 상피세포가 위축되면서 윤활액 분비가 감소해 질 건조증과 성교통을 일으킨다. 질과 인접해 있는 요도도 위축성 요도염을 일으키며 이는 요실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질 내 산도가 5이하에서 6~8로 증가해 알칼리화되고, 결국 나쁜 세균들이 번식하게 돼 염증과 가려움증 등 위축성 질염 증세를 일으킨다.
얼굴 화끈거림이나 비뇨생식기 위축 증상 같은 폐경기 증상 치료에는 수년 전까지 호르몬 치료가 일반적이었으나 장기간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유방암, 심장 질환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생긴다고 2년 전 미국에서 보고돼 환자들이 호르몬 치료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저용량 호르몬 요법의 안전성과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고, 식물성 호르몬의 대체요법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여성이면 누구나 폐경기를 맞는다. 여성은 정기 검진을 통해 질병의 조기 발견에 힘쓰고 적절한 운동과 체중 조절, 고른 영양 섭취 등을 해야 하며 불편한 증상이 있으면 그에 맞는 전문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폐경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임필빈 비뇨기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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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45세 회사원이다. 저자의 진료실에 피로가 심하다며 방문했다. 최근까지도 괜찮았는데 갑자기 피로가 심해졌으니 틀림없이 무슨 병이 생겼을 것이라며 진단해 달라는 거였다. 그는 자신에게서 간질환·당뇨병·갑상선질환·암 등이 발견될 것이 확실하다는 눈치였고,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미국식 문화병으로 진단받을 게 분명하다는 투였다. 하지만 모든 검사에서 이런 신체질환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이처럼 신체질환이 피로의 원인이 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가장 흔한 경우는 자신의 체력과 일 사이의 균형에 대한 잘못된 판단에서 기인한다. 인간의 몸은 35세 전후가 되면 그 기능을 서서히 소실하기 시작한다. 몸에는 이러한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지만, 그것을 피로와 같은 증세로 느끼거나 자신이 감지하게 되는 것은 5~10년이 경과한 40대부터다.
물론 일과 스트레스에 의해 체력소모가 크면 클수록 이러한 증세의 발현도 빨라져서 30대에 시작되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신체기능은 저하되고 있는 반면 자신의 마음은 아직도 젊었을 때의 ‘최고조의 체력’에 맞추어져 있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첫 단계로, 우리의 마음은 자신의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 자신의 나태함 때문이라 여기고 더욱더 안간힘을 쓰게 된다. 그러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고 며칠 또는 몇 주는 버티지만 사실 이 기간 동안 체력은 더 소진되어 다음 단계를 예비하게 된다.
다음 단계는 바로 증세의 단계로서 피로와 체력저하는 물론 두통, 전신통, 불면증, 기억력 감퇴 등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런 증세들은 신체가 마음으로 보내는 신호이다. “체력이 소진되었으니 관심을 가져달라”는 거다.
이렇게 저하된 체력이 회복되려면 몇 개월 정도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조급해서 며칠간 쉬어 보고 낫지 않으면 틀림없이 병에 걸렸을 거라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러한 불안 자체가 다시 체력을 악화시키고 증세를 강화시키는 악순환을 일으키게 된다. 흔히들 간이 나빠지면 피로를 느낀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 반대로 자신을 피로하게 만들어서 간이 나빠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피로나 체력저하를 느낄 때 흔히 ‘먹는 게 부실해서’ 또는 ‘보약을 안 먹어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약도 지어 먹어보고, 소위 몸에 좋다는 보양식을 찾기도 한다. 특별한 보약이나 보양식을 잘 찾지 않는 여성들은 늘 먹는 음식을 더 많이, 더 자주 먹음으로써 해결하려 하거나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에 솔깃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다. 처음에는 반짝하는 것 같아도 시간이 갈수록 아무 효과가 없고 오히려 살만 찌게 된다. ‘잘 먹어서 건강하겠다’는 생각은 과거 잘 못 먹었던 시절에나 통했지, 영양과잉에 의한 비만과 활동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체력저하를 회복하려면 신체가 보내는 신호대로 회복과 증진에 힘을 써야 하는데, 이 기간이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걸린다. 이 기간에는 한 마디로 ‘몸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몸이 휴식을 원하면 쉬고, 수면을 원하면 자는 것이다. 더 적극적으로는 잠자리에 들었을 때 10%의 에너지가 남아 있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숨찬 운동(유산소 운동)이 도움이 되나 쉬어야 될 몸이 운동을 하면 오히려 또 하나의 일이 된다. 일을 줄여 운동을 하든가, 충분한 휴식 후 체력이 허용할 때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시간이 바쁜 현대 생활에 이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은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나중에 병원에서 검사도 받고 치료도 받으면서 쓰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태우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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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몸에 기운이 빠지고 피곤하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이런 경우 한의학에서는 ‘기허(氣虛)’라는 진단명을 붙이지만, 양의학에선 특별한 질병이 없어 ‘만성 피로’라고 말한다.
‘기’에는 유형의 기와 무형의 기, 다시 말해 형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인간의 몸도 유형의 기와 무형의 기로 나누는데, 몸을 지탱하는 여러 조직들은 유형의 기이며, 그 조직들이 활동하며 대사되는 에너지는 무형의 기이다. 우리 몸의 근육을 예로 든다면 근육을 수축하는 단백질은 유형의 기이며, 그 근육 단백질을 수축시키는 에너지는 무형의 기이다.
우리 몸의 구조를 이루는 대표적인 물질이 단백질이며, 이 단백질의 구조가 사람마다 달라서 얼굴도 모양도 다르다. 이 단백질은 소화관 및 혈관, 골격근 등 운동이 필요한 곳에는 어디에도 있고, 면역을 담당하는 항체를 이루는 물질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의학에서 기가 허하다라는 말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몸의 유형의 기인 단백질이 부족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기허의 상태가 되면, 골격근의 수축 단백질이 부족하여 힘을 주려 해도 근육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고 심신이 피로해진다. 다시 말해 골조가 부실해 힘을 잘 받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한 면역 단백질도 적어지므로 면역기능이 떨어져서 감기가 쉽게 잘 걸리며, 면역계의 교란을 초래해 자가면역증상의 일종인 섬유성 근육통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기허가 오는 원인의 첫 번째 이유는 영양 부족이다. 잘 먹지 못하면 우리 몸의 단백질 생성은 저하되고 위와 같은 기허의 여러 증상들이 나타난다.
기허의 다른 이유는 정신적 스트레스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항진되고, 체내의 단백질 분해가 가속화돼 이런 증상들이 나타난다. 이런 기허의 원인은 양의학에서 진단하는 만성피로의 원인과 거의 일치한다. 즉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교감신경계의 항진이 다양한 신체 증상과 피로감을 부른다고 보는 것이다.
(박유근 원초당한의원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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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태기 교수가 인공수정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 교수는 각종 인공수정 시술법을 개발, 1만명의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켰다. /김창종기자2002년 보건사회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아내 연령이 15~39세인 부부 중 13.5%가 불임부부다. 8명 중 1명 꼴로, 약 63만5000쌍이다. 아내 연령을 45세까지 넓히면 불임부부는 140만쌍 정도까지 추계된다.
윤태기 교수는 “늦은 결혼, 문란한 성 생활, 불법적 낙태수술 등으로 불임 부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불임은 남성과 여성이 4대6 정도로 책임이 있다. 여성의 경우, 가장 중요한 원인은 나이다. 여성은 태어날 때 30만~50만개의 난원세포(난자가 되는 세포)를 갖고 태어나며, 생리가 시작되면 이 중 매달 20~30개를 소모한다.
남성의 정자가 70일마다 새로 만들어지는 ‘신제품’인 데 비해, 여성의 난자는 태어날 때 이미 만들어져 있는 ‘재고품’인 셈이다. 문제는 20~30년된 난자와 40년된 난자의 염색체 상태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
윤 교수는 “35세 이후엔 염색체가 변해 불임 확률이 높아지며, 임신이 돼도 기형아 출산 위험이 높아진다”며 “따라서 가급적 일찍 아기를 가져야 건강한 아기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는 무분별한 성 문화다. 여성의 중요한 불임 원인은 난관(난자가 배출되는 통로)이 막혔거나, 수정란이 착상되는 자궁 내막이 매끄럽지 못한 경우다. 난관의 폐쇄 이유는 대부분 성병으로 인한 염증 때문이며, 수정란이 착상되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 낙태수술로 자궁내막에 흠집이 생기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성 개방 풍조에 따라 클라미디어균에 감염된 여성이 많은데, 이 균은 감염돼도 증상이 거의 없지만 난관을 통과하면 대부분 난관이 막힌다”고 설명했다. 흡연은 호르몬 장애를, 비만을 배란장애를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남성의 경우는 정자의 모양이나 운동성이 수정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가장 많으며 선천적으로 정자가 생성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역시 성병 등의 이유로 정자가 배출되는 정관이 막힌 경우도 물론 많다. 축구 등을 하다 고환을 차인 경우 등과 같은 외상(外傷)이 염증을 일으켜 정관 폐쇄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윤 교수는 설명했다.
불임의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배란이 잘 되지 않을 땐 ‘클로미펜’ 등의 배란유도제를 쓰면 80~85% 배란이 유도돼 40% 정도 임신에 성공한다.
자궁경부의 점액 분비가 부족해 정자가 자궁 입구를 쉽게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을 쓰며, 자궁내막에 흠집이 있는 경우엔 복강경 수술로 흠집을 제거한다.
▲ 난자에 바늘로 미성숙 정자를 직접 찔러 넣어 수정란을 만드는 정자 주입술의 한 장면. /조선일보 DB사진
난관이나 정관이 막힌 경우도 복강경 수술 또는 개복 수술로 막힌 통로를 뚫어주면 임신에 성공할 수 있다. 또 정자의 상태가 좋지 않거나 면역학적 요인 등이 있을 경우엔 시험관 아기 시술을 시행한다.
시험관 아기의 경우 20여년간 100만명 이상이 출생했지만 기형률 등에 있어 정상 출생한 아기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게 과학적으로 증명됐다고 윤 교수는 강조했다.
냉동 보관했던 난자나 수정란을 해동시켜 자궁에 착상시켰다고 하면 찜찜해 하는 부부들이 많은데 이 역시 기우(杞憂)라는 것이다.
윤 교수는 “문제가 생기지도 않거니와 설혹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착상이나 임신 과정에서 인체가 저절로 감별해서 착상이나 임신을 방해하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2003년 산부인과학회에 보고된 ‘2000년 한국보조생식술 현황’에 따르면 시험관 아기 시술은 1만5619건 시행돼 임신율 30.1%, 출산율 21.6%를 기록했다.
윤 교수는 “시험관 아기 시술도 부부의 나이가 젊을수록 성공률이 높아진다”며 “임신을 위해 노력하는 데도 1년 이상 불임일 경우엔 즉시 병원에 와서 불임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윤태기 교수는…
최첨단 시술로 시험관아기 1만명 탄생
우리나라는 불임 치료 분야 세계 최강 기술대국 중 하나다. 윤태기 교수는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차광렬 학원장과 함께 이 신화를 창조한 주인공이다.
그는 1986년 복강경을 이용해 나팔관에 정자와 난자를 직접 뿌려주는 시술(나팔관 인공수정)을 국내 최초로 시행해 아기를 출산시켰으며, 같은 해에 민간병원 최초로 시험관 아기 출산에 성공했다.
1987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난소가 없어 임신이 불가능한 여성에게 공여된 난자를 이용해 임신·출산을 하게 했다.
1991년에는 난소 적출술 시행 뒤 폐기되는 난소에서 채취한 미성숙 난자를 체외에서 배양해 아기를 낳게 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해 미국불임학회 대상을 수상했다.
그가 성공시킨 미성숙 난자 체외 수정술은 이후 미성숙 난자를 이용한 불임치료 프로그램의 이론적 기초를 닦은 것으로 세계 학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1998년엔 난관을 묶는 수술을 받았거나 난관이 좁아져 임신할 수 없는 사람의 난관을 복원시키는 ‘복강경 난관 미세 성형 수술법’을 역시 세계 최초로 개발해 다시 한번 미국불임학회 최우수 논문상과 세계불임학회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이와 같이 다양한 방법으로 그의 손을 거쳐 태어난 시험관 아기가 1만명이 넘는다.
1951년생인 윤 교수는 1975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레지던트를 마쳤다. 환자에 대해선 자상하고 속정이 깊지만, 일에 관한 한 철두철미하다. 실수나 잘못이 있을 땐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따끔하게 야단치고 짚고 넘어가는 편이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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