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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학칼럼] 3대 실명질환 황반변성, 시력 저하 막으려면 ‘조기 진단’ 필수

    [의학칼럼] 3대 실명질환 황반변성, 시력 저하 막으려면 ‘조기 진단’ 필수

    나이가 들수록 시야가 흐릿하거나 글씨가 찌그러져 보이는 증상이 심해진다면 단순 노안이 아닌 ‘황반변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황반변성은 눈 안쪽 망막 중심부인 황반이 손상되며 시력 저하나 실명을 초래할 수 있는 대표적인 퇴행성 안질환이다. 특히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부위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에 독서나 운전, 일상생활 전반에 큰 불편을 준다.황반변성은 진행 양상에 따라 건성과 습성으로 나뉜다. 건성은 노폐물인 드루젠이 쌓여 산소와 영양분의 정상적인 공급이 어려워지는데 황반변성 환자 중 80%에게서 나타난다. 습성은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자라나면서 출혈과 부종을 일으켜 시력이 급격히 저하된다. 이 중 습성 황반변성은 진행 속도가 빠르고 실명 위험이 높아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건성 황반변성의 경우 항산화제 복용, 루테인·아연·비타민C·E 등 영양소 보충을 통해 진행을 늦추는 것이 도움이 된다. 습성 황반변성의 대표적인 치료방법은 항혈관내피성장인자(anti-VEGF) 주사치료다. 질환의 진행을 억제하고 시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치료는 눈 속 유리체강에 약물을 주입해 비정상 혈관의 성장을 막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술은 국소마취 하에 짧은 시간 동안 이루어지며, 큰 통증이 없이 진행된다. 일부 환자에게는 이물감이나 불편감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나, 대부분 빠르게 회복된다.황반변성 주사치료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질환의 활성도를 지속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일정 간격의 반복 치료가 필요하며, 치료 간격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설정된다.또한 시력 검사를 비롯해 빛간섭단층촬영(OCT) 등 정밀 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해 질환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체 주사치료를 꾸준히 진행한다면 시력 저하를 늦추고 일상생활에 불편함 없는 시야를 유지할 수 있다.황반변성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려운 질환인 만큼 예방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자외선 차단, 항산화 식단 유지,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 조절 등 생활습관 관리와 함께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황반 건강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이 칼럼은 하늘안과의원 유형곤 센터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유형곤 하늘안과의원 센터장2025/10/17 13:58
  • 손등에서 보이는 '노화의 흔적'… 어떤 화장품을 발라야 할까?

    손등에서 보이는 '노화의 흔적'… 어떤 화장품을 발라야 할까?

    피부에 생기는 노화의 신호 중 가장 신경쓰이는 부위는 어딜까?많은 사람들이 얼굴의 검버섯이나, 눈가의 주름, 팔자주름 등의 피부 노화를 떠오르겠지만 피부 진료를 볼 때 의외로 스트레스 받는 부위로 꼽히는 부분은 손등이다.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하거나 물건을 건네 주고받는 등 상호작용하는 사람들에게 손은 눈에 띄게 보이는 부분으로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일 뿐만 아니라 손등의 노화는 하루 종일, 매 순간 스스로의 눈으로 확인이 되는 부위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훨씬 신경쓰이는 부분이다.손등은 나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부위 중 하나다. 얼굴은 끊임없이 관리하면서도 손은 무심히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손등의 피부는 얇고 피지선이 적어 외부 자극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지저분한 먼지, 생활의 때를 가장 먼저 접촉하게 되고 비누나 세제 등 자극적인 물질에 매일 노출되기 때문에 얼굴보다 노화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게다가 얼굴은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미백, 주름에 도움을 주는 성분뿐만 아니라 보습을 충분히 해주면서 가꾸어주는 반면 손은 이러한 관리를 받지 못한 채 노화가 진행된다. 손등 노화의 원인은 일반 피부의 노화와 다르지 않다. 내인성 노화와 외인성 노화로 나눌 수 있는데 내인성 노화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으로, 콜라겐과 엘라스틴의 감소, 피부의 수분 보유력의 감소, 혈류 감소 등에 의해 나타난다. 반면 외인성 노화는 자외선에 의한 광노화와 미세먼지, 세제 등의 지속적인 외부 자극에 의한 손상으로 발생한다. 손등은 자외선노출에 큰 영향을 받으며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진피의 콜라겐, 엘라스틴, 글리코사미노글리칸이 변하여 피부가 얇아지고 주글거리게 된다. 표피가 얇아지고 피하 지방이 위축되면 노화된 피부에서 정맥, 그 아래의 힘줄, 뼈 구조가 더 눈에 띄게 된다. 또 손 피부는 거칠어지고, 거뭇거뭇한 반점이 생기며, 흑자, 지루성각화증을 보이며 자글거리는 주름뿐 아니라 손가락 마디마디 굵은 주름이 나타난다. 노화된 손을 젊어지게 하는 전통적인 치료법으로는 레이저, IPL, 화학 필링, 필러 주입 등을 하기도 하지만 평상시 꾸준한 손관리가 필요하다. 얼굴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며 보호하는 경우가 많지만, 손은 자외선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기 일쑤다. 운전할 때도, 야외 활동을 할 때도 손은 햇빛을 고스란히 받게 되며, 그 결과 잔주름, 검버섯 등이 생기게 된다. 또한 손을 자주 씻거나 세제를 사용하는 습관도 손등 피부를 거칠게 만들고, 수분과 유분의 균형을 깨뜨려 노화를 촉진한다. 최근 들어 손 위생이 강조되면서 손 세정제와 손 씻기의 빈도가 증가했는데, 적절한 보습제를 꾸준히 사용하지 않는 경우 이러한 습관이 오히려 손 피부의 건조함을 가중시키고 보호막을 약화시켜 노화를 앞당길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자외선에 노출된 손 피부의 노화의 특징에 관한 보고로 20대에서 60대까지의 한국 여성 100명의 손에서 노화 증상을 측정하였는데 손 피부의 노화의 심한 정도를 색소발생의 정도, 지방 감소, 그리고 손 주름의 정도 등 3가지로 나누어 각 항목을 측정하여 손의 노화 측정을 객관화시켰다. 손 피부의 노화는 40대부터 빠르게 진행되었고 손 피부 색조의 불균일성과 피부의 지방소실은 60대에서 급격히 악화된 것을 보고하였다. 또 다른 보고에서는 20세 이상 대만인 105명을 대상으로 초음파를 이용하여 손등의 두께를 측정했는데 손등 지방층의 두께는 연령에 따라 감소하였고, 30세 이상부터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노화의 변화를 보였다. 이러한 보고를 살펴보면 3~40대와 60대에서 손등의 급작스런 노화 진행을 느낄 수 있으므로 그 전에 손의 노화 예방을 신경써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손등 노화를 완화하고 예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손등도 얼굴 피부처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도움되는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화된 손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전문적 크림은 거의 없지만, 자외선 손상과 기본적인 피부의 노화 징후는 얼굴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얼굴 노화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손에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먼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단계는 자외선 차단이다. 외출 전 얼굴에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아니라 손등에도 꼭 함께 발라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SPF30 이상, PA++ 이상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물에 자주 닿는 손 특성상 덧바름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끈적이지 않고 흡수가 빠른 손 전용 자외선 차단제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특히 등산, 골프 등의 야외운동이나 운전할 때 손등에 자외선차단제 바르는 것을 챙겨주는 것이 좋다.두 번째로 보습은 손등 노화 방지의 핵심이다. 손은 하루에도 수도 없이 외부 자극을 받기 때문에 수분을 빠르게 잃는다. 이에 따라 손 씻을 때 마다 보습제를 발라주는 것이 좋다. 세안이나 손 씻은 후 즉시 핸드크림을 바르면 수분 증발을 막고 피부 장벽을 보호할 수 있다. 세라마이드, 히알루론산, 쉐어버터 등이 함유된 핸드크림이 보습에 효과적이다.가족 중에 손등 노화가 이른 나이부터 보였다면 기능성 화장품을 손등에 바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즉 미백 효과가 있는 나이아신아마이드, 알부틴, 비타민C 유도체가 함유된 제품은 색소 침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며, 레티놀, 펩타이드, 아데노신 등의 성분은 주름 개선에 효과를 줄 수 있다. 특히 밤 시간에는 집중 케어를 위해 미백 및 주름 개선 기능을 가진 핸드 마스크나 슬리핑 핸드크림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손등 관리의 핵심은 '지속성'이다. 매일매일 작은 습관들이 손의 젊음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외출 전 손등까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습관, 손을 씻은 후 바로 핸드크림을 바르는 습관, 계절에 맞는 보습제와 기능성 제품을 사용하는 습관 등이 모여 노화를 늦출 수 있다.또한, 손은 우리의 활동을 그대로 반영하는 부위다. 자주 사용하는 만큼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하는 것이 손이다. 얼굴보다 더 빨리 늙는 부위이지만, 동시에 쉽게 관리할 수 있는 부위이기도 하다. 거창한 뷰티 루틴이 아니더라도 매일 몇 분의 시간과 작은 노력이면 충분하다.손등은 나이를 말해주는 또 하나의 얼굴이다. 얼굴에 수십 가지의 화장품을 바르면서도 손에는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다면, 관리의 균형이 무너진 셈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손을 위해, 이제는 손등에도 제대로 된 스킨케어가 필요하다. 오늘부터라도 손등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작지만 꾸준한 관리를 시작해보자. 손이 나이를 대신 말해주지 않도록.
    칼럼서동혜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피부과 전문의)​2025/10/17 09:51
  • [의학칼럼] 반복되는 ‘삐끗거림’, 발목 외측 불안정성 때문일 수도

    [의학칼럼] 반복되는 ‘삐끗거림’, 발목 외측 불안정성 때문일 수도

    꼭 운동 중이 아니더라도 평지를 걷다 갑자기 발목을 접질러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대부분 단순한 염좌로 생각하고 휴식이나 찜질 정도로 넘기지만, 이런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 염좌가 아닌 ‘발목 외측 불안정성’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과거 발목을 다친 이후 붓기나 통증이 자주 재발한다면 인대 손상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발목 외측 불안정성은 주로 발목을 지탱하는 바깥쪽 인대가 늘어나거나 부분적으로 파열돼 관절이 불안정해지는 질환이다. 외부 충격이나 착지 실수 등으로 인대가 손상되면 정상적인 지지력이 떨어져, 발목이 자주 ‘꺾이는’ 현상이 반복된다. 이러한 상태가 장기화되면 연골 손상이나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초기에는 통증이 심하지 않아 방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 발목이 무겁게 느껴지거나 체중을 실을 때 불안정한 느낌이 동반된다. 또한 발목 주변이 자주 붓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 힘이 빠지는 듯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면 단순 인대 손상이 아니라 만성 불안정성으로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예방을 위해서는 발목 주위 근육을 강화하고, 평소 스트레칭을 통해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운동 전에는 충분한 준비운동을 하고, 울퉁불퉁한 지면에서는 착지 자세에 주의해야 한다. 발목을 접질린 경험이 있다면 재활운동을 꾸준히 이어가야 재손상을 막을 수 있다. 또한 하이힐이나 발이 과도하게 꺾이는 신발 착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치료는 손상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가벼운 경우에는 안정 및 보조기 착용, 근력 강화 운동, 물리치료 등을 통해 회복을 돕는다. 하지만 인대가 심하게 늘어나거나 파열된 경우에는 관절경을 이용한 인대 봉합술이나 재건술이 필요할 수 있다. 수술 후에도 재활치료를 통해 발목 근력을 회복하고 균형 감각을 되찾는 과정이 병행돼야 한다.발목 외측 불안정성은 단순히 반복적인 염좌로 오해하기 쉽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만성 손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 통증이 가볍더라도 자주 삐끗거리는 경우라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 발목 안정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이 칼럼은 일산포인트병원 조용수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조용수 일산포인트병원 원장2025/10/16 15:58
  • [의학칼럼] 목·허리 통증 있다면… 완벽한 ‘치료 가이드’ 따라야

    [의학칼럼] 목·허리 통증 있다면… 완벽한 ‘치료 가이드’ 따라야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목이나 허리 통증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심한 경우 팔이나 다리로 방사통을 느끼기도 한다. 요즘은 각종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수술 없이 척추를 고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넘쳐나지만, 그중엔 맞는 말도 있고 잘못된 정보도 많다. 중요한 것은 척추 질환의 단계마다 치료 방법이 다르다는 점이다.큰 사고가 아닌 일상생활 중 생긴 목·허리 통증은 대부분 생활습관 교정과 가벼운 운동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 초기에는 진통제나 소염제 복용, 간단한 물리치료, 그리고 자세 교정 운동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팔굽혀펴기나 플랭크 자세, 발뒤꿈치·엉덩이·어깨를 벽에 붙이고 허리에 힘을 준 채 10분간 서 있기 등이 좋다.단,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걷기나 달리기 운동은 절대 금물이다. 통증은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이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2주 이상 통증이 지속되거나 팔·다리로 뻗치는 방사통이 생기면 반드시 정형외과나 신경외과를 방문해야 한다. X선 검사에서 척추 변형이 보이거나 통증이 심하다면, 신경차단술이나 적극적인 물리치료가 필요하다. 척추 질환은 초기에 치료할수록 회복이 빠르고 합병증이 적다. 반대로 방치하면 신경과 디스크가 유착되어 수술이 어려워지고 후유증 위험이 커진다.주사치료나 물리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남는다면,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MRI 검사가 필수다. MRI에서 큰 이상이 없다면 해당 부위를 확인 후 다시 신경차단술을 시행할 수 있다. 만약 전문의가 수술을 권한다면, 2~3곳 정도에서 진료를 받아 수술 방법을 비교하는 것이 좋다.다만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다면 지체 없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발바닥 감각이 둔해지거나 모래나 비닐을 밟는 느낌이 들 경우다. 둘째, 항문이나 성기 주변의 감각 저하 또는 배변 시 힘이 빠지는 응급 상황인 경우다. 셋째는 통증은 사라졌는데 팔·다리에 저림이나 힘 빠짐이 지속되는 경우다. 이는 신경 손상의 신호로,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불가능해진다.수술은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늦으면 수술 난이도와 합병증이 증가하여 의사와 환자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어렵다. 재활치료는 수술 이후에 해야 효과가 있으며, 수술 전 재활은 대부분 시간과 비용 낭비에 불과하다. 평소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일주일에 2~3회 꾸준한 운동으로 목 허리 건강을 지키자.(*이 칼럼은 일산21세기병원 임형태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2025/10/15 14:09
  • “불같이 화내고 돌아서면 후회” 순간의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불같이 화내고 돌아서면 후회” 순간의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누구나 마음의 병을 겪을 수 있지만 쉽게 털어놓기 힘들고 때론 스스로 인정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다. 헬스조선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준 교수의 칼럼을 연재해 ‘읽으면서 치유되는 마음의 의학’을 독자와 나누려 한다. 정신건강 문제를 풀어내고 치유와 회복의 길을 제시한다.(편집자주)“아주 사소한 일이었어요.” 진료실에 들어선 30대 주부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아이들을 혼내고 있었는데, 아무리 얘기를 해도 계속 말대꾸를 하는 거예요. 원래는 그렇게 심하게 야단치지 않으려고 했는데 순간적으로 화가 나니 자제가 되지 않았어요. 결국 소리 지르고 물건까지 던지고 말았어요. 나중엔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가 밀려오더라고요. 이런 제가 너무 싫고 두렵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일이다. 순간의 감정은 그렇게 사람을 지배해 버린다. 사소한 일로 시작되었던 일이 커져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그렇게까지 화를 내지 않아도 될 일이었는데’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생긴다.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숨어 있다가 어느 순간 튀어나와 가차 없이 상대를 할퀴고 자신 역시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화가 날까? 표면적으로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쌓이고 쌓인 불만과 불안이 작은 자극에도 폭발한다. 이전엔 그냥 넘겼을 일들이 어느 순간 내 마음을 찌르는 비수처럼 다가와 나를 무너뜨린다. 그러나 화를 내는 순간에는 뒷일을 생각하지 못한다. ‘감히 나를 무시해?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자존감이 손상되었다는 생각에 분노의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해버린다.   화내는 사람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겉으로는 상대방에게 화내는 듯 하지만 정작 스스로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신분석학적 측면에서 보면, 타인에게 쏟아낸 분노는 결국 내 안의 불안과 죄책감의 그림자다. 예를 들어, 여든이 넘은 아버지가 작은 실수를 했을 때 자식이 그것도 제대로 못한다고 화를 내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겉으로는 아버지에게 화를 낸 것 같지만 사실 그 순간의 분노는 “나는 왜 아버지를 더 잘 돌보지 못했을까?”하는 자기 비난이 화로 위장해 드러난 것이다. 아버지는 내 상처를 비추는 거울이었던 것이다. 비슷한 예는 일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평소 돈 계산에 서툰 사람이 다른 사람의 계산 실수를 두고 화를 내거나 남들 앞에서 실수할까 늘 두려움이 많았던 엄마가 학교에서 발표하다 실수한 딸에게 “왜 준비를 제대로 못해서 창피를 당하니?”라며 크게 꾸짖는 경우가 그렇다. 이때의 분노는 아이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상처와 불안을 자식의 모습 속에서 다시 본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생물학적으로는 충동을 억제하고 판단하는 전전두엽이 제 기능을 못하거나 분노, 공포의 감정을 일으키는 편도체가 예민해지면 쉽게 화가 난다. 이럴 때는 생각과 감정을 점검하고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 항진된 교감신경을 진정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추고 신경전달물질 균형을 회복시켜야 한다. 노력해도 잘 낫지 않으면 약물 치료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다.  갈수록 삶에 대한 여유가 없어지는 탓에 최근 들어 감정 조절의 어려움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화는 생리적 반응, 성격적 특성, 사회적 맥락이 얽혀 나타나는 복합적인 심리 현상이다. 특히 충동적이고 완벽주의적이며 통제 욕구가 강한 사람이 화를 더 많이 내게 된다. 지금 터져 나오는 화가 정말 상대 때문인지, 내 안의 불안에서 비롯된 것인지 먼저 자신에게 물어보자. 순간의 감정을 무작정 분출하기보다 호흡으로 잠시 멈추고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보자. 불안과 짜증, 죄책감을 잘 조율하면 건강하게 화를 다스릴 수 있다. 분노 안에 숨어 있는 감정과 상처를 해석하고 진정시킬 때 화는 나를 지배하는 감정이 아니라 내 마음을 이해하게 해주는 내면의 신호가 된다.
    칼럼기고자=이강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인지중재치료학회·한국정신신체의학회 이사장)2025/10/15 07:30
  • [의학칼럼] 디스크로 오인되는 ‘척추 외 통증’, 정확한 진단이 중요

    [의학칼럼] 디스크로 오인되는 ‘척추 외 통증’, 정확한 진단이 중요

    허리나 목이 아프면 대부분 디스크를 먼저 떠올린다. 실제로 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은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통증이 생긴 부위와 실제 원인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감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진단이 늦어지거나 엉뚱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척추 신경은 목부터 허리, 골반까지 전신과 연결돼 있다. 목에 문제가 있어도 어깨나 견갑부에 통증이 생길 수 있고, 허리 윗부분이 아픈데 엉치가 아프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반대로 신장이나 자궁, 췌장 같은 장기 문제로 허리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통증이 어디에 생겼는지만 보고 원인을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엉치나 골반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 중에는 고관절이나 천장관절(SI 관절)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타구니가 아프거나 양반다리가 불편하면 고관절 문제일 가능성이 높고, 앉았다 일어날 때 엉치가 찌릿하다면 천장관절 이상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허리 MRI만으로는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골반 MRI나 초음파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혈관 문제도 디스크와 비슷한 통증을 만든다. 말초동맥질환이 대표적이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고 멈추면 곧바로 좋아진다. 척추 협착증은 허리를 굽히거나 내리막길을 걸을 때 통증이 줄어드는 점이 다르다. 발등 맥박이 약하거나 차갑게 느껴지면 혈관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말초신경 질환도 감별이 필요하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발끝부터 저림이 시작되고, 감각이 무뎌지거나 화끈거릴 수 있다. 척추 MRI에서 이상이 없는데도 다리가 저리거나 걷기가 불편하다면 신경계 검사가 필요하다. 요로결석이나 자궁내막증 같은 내부 장기 질환도 허리나 골반 통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젊은 남성에게 많은 강직성 척추염도 중요한 감별 대상이다. 아침에 허리와 엉치가 뻣뻣하고 움직일수록 통증이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 천장관절 MRI와 염증 검사, 유전자 검사를 통해 조기 진단이 가능하며 약물치료로 관리할 수 있다. 반대로 고열을 동반한 심한 허리통증은 감염성 척추염이나 디스크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이처럼 허리나 목 통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진단을 위해서는 먼저 문진이 필요하다. 통증이 언제 시작됐는지, 어떤 자세에서 심해지는지, 생활 습관은 어떤지 등을 꼼꼼히 확인한다. 이어서 하지 직거상 검사나 Patrick(FABER) 검사, 보행 검사, 동맥 촉진 등을 진행하고, 필요에 따라 X선, MRI, 혈액·혈관검사, 근전도 등을 시행한다. 상황에 따라 정형외과, 신경과, 류마티스내과, 혈관외과 등과 협진 하기도 한다.치료는 대부분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호전된다. 약물, 물리치료, 주사치료, 자세 교정 등으로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감염이나 종양, 신경 손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재발을 막기 위해 걷기나 스트레칭 같은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허리를 과도하게 굽히는 동작은 피해야 한다.다음 다섯 가지 경우에는 빠른 진료가 필요하다. ▲열이 동반된 요통이 있거나 ▲다리 힘이 빠지거나 보행 장애가 있는 경우 ▲소변·대변 조절이 어려운 경우 ▲밤에도 통증이 계속되거나 체중이 갑자기 줄어드는 경우 ▲옆구리에서 사타구니로 이어지는 통증이나 혈뇨가 있는 경우다.허리와 목 통증은 흔하지만 원인은 다양하다. 단순히 ‘디스크일 거야’라고 생각하고 시간을 보내면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통증은 몸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다. 원인을 정확히 찾아 치료하는 것이 필수다.(*이 칼럼은 최고 참포도나무병원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최고 참포도나무병원 원장2025/10/14 16:27
  • [의학칼럼] 노화로 인한 시력 저하, 백내장 수술로 회복 가능해

    [의학칼럼] 노화로 인한 시력 저하, 백내장 수술로 회복 가능해

    나이가 들면 시력이 점차 흐려지거나 눈이 피로해지는 증상이 흔하게 나타난다. 특히 50대 이후 중장년층에서는 안개가 낀 듯 흐릿해지는 시야나 빛 번짐 현상으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상은 단순 노안으로 오해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대표적인 노인성 안질환인 '백내장'일 가능성이 높다.백내장은 눈 안의 수정체가 혼탁해져 빛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면서 시야가 뿌옇게 변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밝은 곳에서 눈이 부시거나, 야간 운전 시 불빛이 퍼져 보이는 등의 증상으로 시작되며 점차 시력이 감소하게 된다. 방치할 경우 실명에 이를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백내장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인공 수정체(IOL)를 삽입하는 수술이다. 최근에는 기술 발전으로 수술 방식이 정교해지고 회복 속도도 빨라졌으며,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통해 노안 교정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백내장 수술은 단순히 시력을 되찾는 것을 넘어 보다 질 높은 삶을 위한 선택지로 인식되고 있다.다만 수술 전에는 개인의 눈 상태와 생활 패턴에 맞춘 정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특히 과거에 다른 안질환 병력이 있거나 당뇨, 고혈압 등 전신 질환을 가진 경우에는 수술 전 충분한 상담과 검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백내장 수술이 일반적으로 안전한 수술이긴 하지만, 환자의 눈 상태에 따라 수술 방법과 인공 수정체 종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백내장 수술 후에는 일정 기간 동안 안약 점안과 함께 눈을 보호하는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세수나 머리 감기, 운동 등 일상 활동의 재개 시점도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점진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또한 수술 부위에 염증이나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위생 관리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백내장은 자연스러운 노화의 일부로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지만, 적절한 시기에 진단받고 수술을 통해 시력을 회복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시야가 뿌옇거나 빛이 퍼져 보이는 증상이 있다면 단순한 노안으로 넘기지 말고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백내장은 늦추거나 피할 수 없는 변화이지만, 적극적인 대처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백내장 수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환자 개개인의 눈 상태에 맞춘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지고 있는 만큼, 보다 많은 이들이 빠르게 불편함을 해소하고 활력 있는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이 칼럼은 더원서울안과 김석환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김석환 더원서울안과 원장2025/10/14 10:05
  • “머리카락아, 제발 버텨다오”… 두피에 쏘는 빛, 그 효과는?

    “머리카락아, 제발 버텨다오”… 두피에 쏘는 빛, 그 효과는?

    집에서 쓰는 가정용 레이저 헬멧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대기업에서도 이런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고, 병원 진료실에서도 환자들이 자주 언급하는 치료 도구가 됐다. 약을 먹거나 바르는 방식이 탈모 치료의 기본이라면, 빛을 활용하는 방법은 비침습적이고 안전한 보조 치료라는 장점을 무기로 점점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저출력광치료, 흔히 LLLT(low level laser therapy, 저준위 레이저 치료)라고 불리는 방식은 빛을 통해 모낭의 활력을 되살리는 치료다. 피부 속 세포의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가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면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두피 혈류가 개선되며 염증 반응이 줄어든다. 미세한 신호 분자가 활성화되면서 잠자던 모낭 줄기세포가 깨어나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쉽게 말해, 빛이 모낭의 ‘컨디션’을 끌어올려 주는 것이다.빛의 양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낮은 강도로 짧게 쬐었을 때 효과가 있고, 강하게 오래 조사하면 오히려 반대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대부분의 가정용 기기들은 하루 10~20분, 주 3~7회 사용을 권장한다. 최소 12주 이상은 꾸준히 해야 의미 있는 변화를 볼 수 있다. 실제 진료실에서 환자들은 먼저 ‘머리카락이 덜 빠진다’는 변화를 이야기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굵기와 탄력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출력광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피나스테리드나 미녹시딜 같은 약물이 탈모 치료의 기본이며, 여기에 레이저 치료를 병행했을 때 효과가 더 뚜렷해진다. 약이 호르몬을 조절해 탈모의 원인을 줄인다면, 빛은 모낭 세포의 환경을 개선해 서로 다른 층위를 보완하는 셈이다.과학적 근거도 점차 쌓이고 있다. 듀얼 파장 LED 헬멧을 이용한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는 모발 밀도가 평균 28.5개/㎠ 증가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코로나 후유증 탈모 환자에게 적색 LED를 적용했더니 모발 굵기와 밀도가 개선됐다는 연구도 있다. 원형탈모 환자 일부에서 특정 파장의 레이저 치료 후 절반 이상 발모가 회복됐다는 사례 역시 보고됐다. 물론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연구 규모도 아직 제한적이지만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환자들은 종종 “약은 부작용이 걱정되지만, 빛은 비교적 안전해 보인다”는 반응을 보인다. 실제로 저출력광치료는 이런 안전성 덕분에 보조 치료로 주목받고 있다. 보고된 부작용은 두피 가려움이나 약간의 열감 정도에 그친다. 이런 특성 덕분에 매일 약을 복용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도 치료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다.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연구 대부분이 단기·소규모라는 점, 기기마다 파장·세기·조사 시간이 제각각이라는 점은 표준화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개인의 두피 상태와 탈모 원인, 생활 패턴에 맞춘 맞춤형 빛 치료 프로토콜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래야 ‘누구에게나 똑같은 기계’에서 벗어나, 개인별 최적화된 치료로 발전할 수 있다.머리카락에 빛을 쏜다는 말은 더 이상 비유가 아니다. 과학적 근거 위에서 실제 치료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언젠가 약을 대신할 만큼 발전할지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탈모 치료의 한 축이 조용히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집에서, 병원에서, 그리고 환자들의 일상 속에서 빛은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머리카락에 빛을 쏘는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칼럼김진오 뉴헤어성형외과 원장(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수석탈모분과위원장) 2025/10/13 21:42
  • 감기약 구매할 때 ‘이것’ 주의해야

    감기약 구매할 때 ‘이것’ 주의해야

    우리가 흔히 구입하는 감기약은 몸살약, 콧물약, 코막힘약, 기침약, 가래약 등이 있다. 필요에 맞게 몸살, 목감기약만 따로 구매하는가 하면, 코감기약만 사거나 기침·가래약만 구입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두 가지 이상을 함께 복용하거나 종합감기약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본인의 감기 증상에 맞게 필요한 약을 사서 먹으면 되는데, 이때 약품 설명서에 적혀있는 주의사항을 간과해선 안 된다. 감기약을 먹을 때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약품 설명서에는 경고 사항이 적혀있다. 감기약의 경우 몸살이나 목감기 증상을 경감시켜줄 목적으로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이 흔히 들어가 있는데, ‘술을 먹고 복용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표시돼 있다. 매일 세잔 이상 정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은 간 손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열진통제 성분을 과도하게 먹을 경우에도 간 손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아세트아미노펜 일일 최대 용량(4000mg)을 초과 복용하는 경우다. 통상적으로 몸살약이나 감기약 두 가지 이상을 동시에 먹는 경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그 외에 중증 피부발진 알레르기 부작용도 아주 드물게 나타날 수 있다. 평소에 종합감기약을 먹어봤던 사람들은 발생 확률이 거의 없지만, 처음 먹는 사람은 몸살약인 아세트아미노펜과 코막힘약인 ‘슈도에페드린’에 약물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가 간혹 있다. 혹시 처음 약을 먹은 후 심한 피부발진이 나타난다면 더 이상 그 약을 먹지 말아야 한다. 몸살약이나 감기약으로 알레르기 반응이 와서 천식이 악화되는 사람도 있다. 피부발진뿐 아니라 정상적인 기침과는 약간 다른 천식성 기침이 심해지는가를 관찰할 필요도 있다.감기약은 혈압을 올릴 수도 있다. 현재 혈압이 너무 높은 경우에는 감기약을 먹지 말아야 한다. 만약 혈압이 160mmHg이 넘는 상태에서 감기약을 먹으면 180mmHg까지 혈압이 상승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다만 평소에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더라도 현재 혈압이 120mmHg 정도로 유지가 잘 되는 사람이라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감기약으로 혈압이 일시적으로 5~20mmHg정도 상승하더라도 위험한 정도는 아니고 감기 증상 완화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대부분 감기약은 뇌를 억제해서 졸음, 피로, 어지러움이나 인지능력 감소를 일으킬 수 있다. 감기약을 먹은 뒤 졸린 이유는 콧물이나 재채기에 효과가 있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가 들어가 있기 때문인데, 운전해야 하거나 직장 등에서 위험한 기계를 조작하거나 집중이 필요한 공부·업무 등을 할 경우엔 감기약이 방해될 수 있다. 감기약을 먹으면 약효가 있는 4~5시간 정도 뇌 기능이 방해돼 멍하고 졸리게 된다.감기약에 들어가 있는 ‘클로르페니라민’, ‘트리프롤리딘’ 같은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항콜린 부작용도 있는데, 구강건조, 시야 흐림, 배변장애(소변), 변비 등이 그 부작용이다. 전립선비대증이 있어서 소변을 보는 데 불편함이 있는 경우 감기약으로 인해 배변 활동이 더욱 불편해질 수 있다. 혹시 소변이 너무 안 나오거나 뚝뚝 끊기거나 잔뇨감이 심해지면 감기약 때문일 수 있으니, 감기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다른 감기약으로 변경해야 한다.시야가 흐리게 보일 때도 감기약 때문일 수 있는데, 특히 녹내장이 있는 경우에는 질환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물론 모든 녹내장 환자가 감기약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개방각 녹내장의 경우 감기약으로 안압이 올라가지 않아 걱정할 필요가 없고, 폐쇄각 녹내장 환자들만 주의하면 된다. 녹내장으로 진단받은 적이 있다면 본인이 개방각 녹내장인지 폐쇄각 녹내장인지 알아두고, 폐쇄각 녹내장의 경우에는 병원 진료 후 녹내장에 안 좋은 성분을 뺀 감기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감기약을 구매하는 경우에도 폐쇄각 녹내장이 있다는 것을 약사에게 알려줘야 한다.변비약을 먹고 있는 사람들도 감기약을 먹으면 변비가 더 악화된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감기약의 1세대 항히스타민제 성분이 장운동을 더욱 느리게 해 변비를 심하게 만드는데, 감기약을 먹고 약효가 나타나는 4~5시간 정도만 그러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변비가 심해질 때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가 없는 감기약으로 바꾸거나, 변비약 용량을 늘리거나, 변비약을 추가로 먹을 필요가 있다.1세대 항히스타민제 성분은 침 분비를 막아서 입안을 건조하게 만든다. 감기약을 먹으면 이로 인해 구강건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콧물이 줄줄 흐를 때 콧물이 흐르지 않게 막는 약이 침 분비도 막는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구강건조가 심한 경우에는 자일리톨 껌을 씹거나 목캔디 같은 사탕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감기약은 불면증, 불안, 초조, 심장 두근거림, 부정맥 같은 흥분성 부작용을 일시적으로 일으킬 수도 있다. 코막힘 성분인 슈도에페드린 성분과 기침약인 메틸에페드린 성분이 그 원인이다. 비충혈제거제인 슈도에페드린은 코점막의 혈관 수축과 혈류 감소를 유도해 코막힘을 개선해 주는 약인데,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뇌나 심장 쪽에 흥분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기침약인 메틸에페드린은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기관지를 확장해 기침을 가라앉히는 성분인데, 뇌나 심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감기약을 먹고 정신이 초조해지거나 심장이 두근거리는 부작용이 느껴지면 감기약 때문일 수 있으니, 감기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다른 약으로 변경해볼 필요가 있다.이처럼 감기약을 먹을 때는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는지 관찰하면서 약을 복용해야 한다. 혹시 불편한 점이 느껴지면 일단 복용을 멈추고 해당 부작용이 없는 다른 약으로 바꿔보는 것을 권한다. 다른 약으로 변경하면 부작용이 잘 안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또한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는 관련 성분을 빼고 처방 조제가 가능하므로, 병원에 가서 부작용 경험을 이야기하고 부작용이 안 날만한 약으로 변경·처방받아 복용하도록 한다.
    칼럼엄준철 약사 (성균관대학교 약대 겸임교수)2025/10/13 21:21
  • 대한민국, 이제는 ‘마약 공화국’… 지금 못 막으면 늦는다

    대한민국, 이제는 ‘마약 공화국’… 지금 못 막으면 늦는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세관이 적발한 마약은 총 787kg, 866억 원 규모였다. 2025년에는 불과 7개월 만에 2736kg, 1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 연간 추세로 환산하면 전년 대비 물량은 약 6배, 금액은 21배나 폭증한 셈이다.이 수치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전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대한민국이 급속히 ‘마약 공화국’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더욱이 올해 마약 밀수의 폭증은 중남미 지역의 코카인 생산 증가와, 미국·유럽의 국경 단속 강화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국제 마약 조직이 동아시아를 새로운 판로로 삼고 있다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우리나라 항만을 통한 밀반입 사례가 급증하면서 세관의 적발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마약청정국(Drug-free country)’이라는 표현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인정하는 공식 개념은 아니다. 다만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이 20명을 넘으면 확산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이미 그 기준을 훌쩍 넘어섰다. 대검찰청의 ‘2024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은 2만 3022명으로 1985년(1190명)에 비해 약 20배 늘었다. 또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검거되지 않은 마약사범의 비율, 이른바 ‘암수율(暗數率)’을 28배로 추산한다. 이 수치를 적용하면 국내 마약류 사용자는 지난해 기준 약 64만4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우리나라는 이미 2015년 인구 10만 명당 23.1명에서 2024년에는 44.7명으로, ‘청정국’ 기준선을 두 배 가까이 넘어섰다. 이제 ‘마약청정국’이라는 표현은 우리 사회의 현실과 동떨어진 말이 됐다.최근 5년간 검거된 마약사범 중 10대와 20대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전체의 38.74%를 차지했다. 청소년의 뇌는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자극에 매우 취약하다. 연구에 따르면, 마약에 노출될 경우 성인보다 최대 7배 더 심각한 뇌 손상을 입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처럼 청소년기의 마약 노출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뇌의 구조와 기능을 바꾸는 심각한 병리적 과정이다. 마약 자극이 반복될수록 보상의 회로는 왜곡되고, 뇌는 그 경험을 의존의 기억으로 저장한다. 결국 이는 평생 벗어나기 어려운 의존의 길로 이어진다.물론 한 번 형성된 의존의 회로는 세대를 막론하고 회복이 어렵다. 그렇기에 예방과 치료는 특정 세대의 과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공동 책임이다.마약은 약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취약한 사회의 문제다. 청소년과 청년 세대의 불안, 경쟁의 피로, 그리고 관계의 단절이 깊어질수록 마약은 그 틈을 파고든다. 마약은 불행의 원인이아니라, 이미 불행해진 사회의 결과다.마약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다. 사회 전체의 회복력을 무너뜨리는, 보이지 않는 파국적 재난이다. 따라서 단속과 예방, 그리고 치료는 하나의 축으로 함께 가야 한다.마약 밀반입이 급증한 지금, 국가의 대응은 강력하고 치밀한 ‘응급 대응’ 수준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마약 단속에는 단 한 점의 공백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 공백은 곧 국민의 생명선이 끊어지는 시간이다. 지금 막지 못하면 늦는다. 그 첫걸음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온 대응 역량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칼럼사공정규 동국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2025/10/13 21:04
  • ‘동공 지진’ 일어나도 ‘눈 맞춤’이 필요한 이유​

    ‘동공 지진’ 일어나도 ‘눈 맞춤’이 필요한 이유​

    매우 난감한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동공 지진났다’, ‘동공이 흔들린다’는 표현을 쓴다. 정말 마음이 난처하고 불안하면 동공이 흔들릴까?우선 동공 지진을 말하기 전에 정확한 정의부터 내리고 가야할 듯 싶다. 동공과 눈동자, 그리고 홍채의 관계에 대해서.일단 눈을 보면 흰자위와 검은자위가 있다. 검은자위의 한 가운데에 있는 검은 구멍이 동공이고, 이를 둘러싼 색 있는 부분이 홍채다. 여기까지는 간략하고 깔끔한데, 눈동자가 끼어들면 복잡해진다. 이유는 원래 눈동자는 동공을 가리키지만 우리가 관습적으로 눈동자라고 하면 동공과 홍채를 아울러 칭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눈동자라는 단어는 표현에 따라 어느 때에는 동공으로, 어느 때에는 동공과 홍채를 아우르는 말로 사용된다.이런 측면에서 말꼬리 잡듯이 깐깐하게 이야기하면 일단 동공 지진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 일단 동공은 실체가 있는 구조물이 아니다. 홍채로 둘러싸인 구멍이기 때문에, 동공은 흔들릴 수 없다. 동공은 비유하자면 카메라의 조리개 역할을 하는 곳으로 빛의 밝기에 따라 그 크기를 확장하거나 축소할 뿐, 위치를 움직일 수 없다.그럼, 동공이 포함된 넓은 의미의 눈동자, 즉 검은자위는 불안하면 심하게 떨리는 것이 맞을까? 사실 맞다고 할 수 있다. 불안하면 시선이 매우 불안정해진다. 즉, 한 곳을 지속적으로 응시하는 대신 시선을 자주 옮기게 되고, 응시를 하고 있어도 불수의적 안구 운동이 더 많아진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안구의 움직임은 흰 자위를 배경삼아 눈 한 복판에 있는 검은자위가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동공 지진은 실제로 발생하는 현상을 잘 관찰해서 기술한 표현인 셈이다.그런데 이때 궁금한 것 한 가지. 동공, 정확히는 안구가 움직인다는 사실은 맞는데, 그 작은 움직임을 우리는 어떻게 알아보고 ‘동공 지진’이라고까지 이름을 붙인 걸까?불안한 경우 동공이 확장되는데, 이런 측면이 안구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다. 동공은 빛의 밝기에 따라 그 크기가 변화하지만, 이와 같은 광학적인 역할 이외에도 다양한 장면에서 그 크기가 달라진다. 대표적인 예로, 호감 가는 대상을 보면 동공이 커진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풍경 사진과 매력적인 이성의 사진을 제시하고 동공의 크기를 측정해봤는데, 매력적인 이성 사진을 볼 때 동공의 크기가 더 확대됐다고 한다.그 외에도 동공 크기 변화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됐고, 긍정 뿐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의 정도가 강할 때, 인지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내용이 많았을 때, 주의 집중을 요할 때 동공이 확장됐다. 따라서 불안한 감정을 느꼈을 때도 동공은 확대되고, 이는 안구의 움직임을 더 도드라지게 보이게 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굳이 동공이 확장되지 않아도, 우리는 타인의 안구 움직임을 쉽게 알아차린다. 인간이 원래 그렇다. 혹시 인간에게만 흰 자위가 있다는 주장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정확하게 말하면 인간에게만 흰 자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처럼 흰 자위가 눈에서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검은자위와 이렇게까지 대비가 강한 동물은 없다. 사실 동물의 세계에서 흰 자위는 그렇게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보통 시선은 뒤따라올 다음 행동을 예측하게 한다. 만일 내가 테이블 위에 있는 커피잔을 봤다면, 대부분의 경우 뒤따라오는 행동은 손을 뻗어 커피잔을 잡는 것이다. 그래서 시선은 ‘의도를 나타내는 정보’라고 간주된다. 흰 자위와 검은자위가 명확하게 잘 구분되고 잘 보인다는 말은 상대의 시선이 쉽게 파악되고 더 나아가 상대의 의도가 쉽게 간파된다는 의미가 된다.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가 자연스러운 자연의 세계에서 포식자든 피식자든 스스로의 의도가 발각된다는 것은 사냥에 실패하거나, 생존에 실패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다. 그래서 동물들은 흰 자위를 잘 보여주지 않는 방식으로 진화해 간 것이다.그렇다면 왜 인간은 굳이 흰 자위를 노출시키도록 진화됐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나의 의도가 발각되는 것이 더 유리한 이유? 인간은 공동체 생활을 하고, 협업을 하는 종족이기 때문이다. 나의 의도를 눈빛만 봐도, 아니 시선만 봐도 알 수 있는 파트너와의 협업이 사냥에 더 유리한 법이다.실제로 우리 인간은 타인의 시선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만화 ‘슬램덩크’를 보면, 유명 농구 선수인 정우성이 시선만으로 수비수를 제치는 방법이 있는데,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들은 타인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스스로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주의를 주게 된다. 그렇게 진화해 온 결과다.눈빛으로 말한다는 표현이 있다. 눈을 통해 많은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눈 맞춤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한 연구에서 정면으로 타인의 시선을 마주했을 때 언어 생성 과정에서 반응이 느려진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정서적인 측면을 넘어서 인지적인 측면에서까지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그래도 우리는 눈을 마주해야 한다. 그 속에서 서로 마음을 읽고 함께 길을 찾는 것이 인생이지 않을까? 동공 지진은 불안의 신호지만, 동시에 우리가 타인의 시선에 반응하며 관계를 맺으려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눈은 연결의 출발점이다.
    칼럼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2025/10/13 15:32
  • [의학칼럼] 전립선비대증 치료, 정답은 없다… 약물·시술·수술 ‘맞춤형 접근’ 필요

    [의학칼럼] 전립선비대증 치료, 정답은 없다… 약물·시술·수술 ‘맞춤형 접근’ 필요

    전립선비대증은 중년 이상 남성에게 발생하는 흔한 질환이다. 소변 줄기가 약해지거나 밤중에 여러 번 깨는 야간뇨, 잔뇨감, 급박뇨 같은 증상을 유발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치료 옵션이 등장하면서 “나에게 가장 맞는 치료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전립선비대증 치료는 단순히 ‘무엇이 좋다’로 나눌 수 없다. ▲환자의 나이 ▲전립선 크기 ▲전립선 요도 형태 ▲기저질환에 따라 접근이 달라져야 한다.약물치료는 출발점이지만 종착점은 아니다알파차단제나 5α-환원효소 억제제 같은 약물은 전립선 평활근을 이완시켜 배뇨를 돕지만 근본적인 전립선 비대 자체를 멈추지는 못한다. 미국비뇨기과학회(AUA) 2021 가이드라인에서도 약물은 경증 또는 초기 환자에게 효과적이지만 장기 복용 시 기립성 저혈압, 어지럼증, 성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약물치료는 일시적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전립선 증식을 막을 수 없고, 결국 평생 복용이라는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절개 없는 시술 치료,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약물치료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최소 침습 시술이 발전했다. 대표적인 두 가지가 유로리프트(UroLift)와 아이틴드(iTind)이다. 유로리프트는 특수 금속실로 전립선 양 옆을 묶어 요도를 넓혀주는 방식으로, 절개·절제·열을 사용하지 않아 출혈과 신경 손상 위험이 적다. 미국 무작위 대조연구(L.I.F.T. study, J Urol 2022)에서는 5년 추적 결과 IPSS(국제 전립선 증상점수)가 평균 36% 개선되고, 성기능 장애나 역행성 사정 같은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다.반면 아이틴드는 금속으로 된 스텐트형 기구를 일시적으로 전립선 내부에 5~7일간 삽입해 방광 출구 폐색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절개가 없어 마취 부담이 적고, 짧은 이식 후 제거를 하기 때문에 고령자나 항응고제 복용 환자에게도 적합하다. 유럽비뇨기과학회(EAU) 2023 발표 자료에 따르면, iTind 시술 후 3년간 재시술률은 6% 이하로 낮았으며, IPSS 점수는 평균 44% 개선됐다(J Endourol, 2022).유로리프트는 즉각적인 효과, 아이틴드는 단기간내 개선과 낮은 부작용이 장점이며 시술 선택은 환자의 해부학적 구조와 의료진의 숙련도에 달려 있다.수술은 여전히 최후의 선택지전립선이 100g 이상 크거나 방광 기능이 심하게 저하된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수술법은 TURP(경요도전립선절제술)과 HoLEP(홀륨레이저절제술)이다.TURP는 오랜 기간 검증된 표준 수술이지만 출혈과 요실금·사정 장애 위험이 있다. HoLEP은 조직 제거 효율이 뛰어나지만 술기가 어려워 실제 경험이 많은 의사는 많지 않다.치료의 핵심은 ‘누가 하느냐?’같은 시술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전립선 결찰술(유로리프트)의 재발률이 높다는 오해는 과거 숙련도가 낮았던 국내 도입 시절의 이야기로, 현재는 임상 경험이 충분한 의료진의 시술에서는 재발률이 현저히 낮다.미국과 유럽 다기관 연구에서도 시술 경험이 50건 이상인 술자의 성공률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Anan et al., Int J Urol, 2024).결국 중요한 건 환자에게 맞춘 치료 계획과 의사의 책임감이며 약물에 머무르지 않고, 시술과 수술의 경험을 균형 있게 갖춘 의료진이 진정한 ‘맞춤형 치료’를 완성할 수 있다.(*이 칼럼은 칸비뇨의학과의원 윤철용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윤철용 칸비뇨의학과의원 원장2025/10/13 14:15
  •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반추… ‘우울 중독’에 빠지는 지름길입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반추… ‘우울 중독’에 빠지는 지름길입니다

    옛부터 철학적 사고를 하며 불면과 반추(反芻·어떤 일을 되풀이해 생각하는 것)의 밤을 보내는 일들이 종종 낭만적으로 그려지곤 합니다. 하나의 사건에 끊임없이 몰두하는 자신의 모습이 어떤 순간에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생각을 오래 하면 인생에 대해 더 알게 되고, 그로 인한 깨달음을 얻어 삶의 이치에 통달하고 평범한 사람과는 구별되는 현자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불면과 반추의 밤을 보낸 다음날 아침의 나는, 눈꺼풀을 겨우 뜨고 일어납니다. 그리고 지각하기 일보 직전에 학교나 직장에 도착해서 오전에 졸지 않기 위해 카페인을 섭취하며 그날 밤의 불면을 예약합니다. 아침에 일정하게 가야 할 곳이 없다면, 햇살 가득한 오전 시간 컴컴한 실내에서 자다가 나른함과 약간의 두통과 함께 오후에 일어나 어젯밤에 깨달은 진리를 떠올리고 싶지만 잘 기억나지 않지요. ‘기술 정신병리학’ 입문 책 ‘마음의 증상과 징후’에는 반추란 주로 유사 철학적(pseudo-philosophy) 내용이 많고, 아무짝에도 쓸데없으며, 반복적이고, 어떠한 결론에도 도달하지 못하다고 기술돼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반추를 강박 사고와 연결하여 설명합니다. 17세기 영국 시인이 종루의 종을 바라보면서 종이 흔들리다 떨어질 가능성을 여러 각도로 상상하면서 두려워지는 마음으로 묘사합니다.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은 ▲재평가 ▲문제 해결 ▲주의 분산과 같은 효과적이고 긍정적인 전략을 포함한 다양한 감정 조절 전략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인지 전략은 반추입니다. 반추는 부정적인 감정과 사건, 그리고 그 원인, 의미, 결과에 대해 반복적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반추는 어려움과 감정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로 사용되지만, 다른 일반적인 감정 조절 전략과 비교했을 때, 부적응적인 전략으로 간주되며, 정신병리와 가장 큰 관련성을 보입니다.특히 ‘우울 관련 반추(depressive rumination)’는 우울한 기분과 고통의 증상, 원인, 상황, 의미, 함의, 결과 등에 대해 반복적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는 1991년에 발표된 ‘반응 양식 이론(Response Styles Theory)’에서 설명된 바 있습니다. 반응 양식 이론이란 사람들이 우울한 기분을 경험할 때 보이는 반응 양식이 그 우울감의 지속 여부와 심각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즉 우울할 때 왜 이런 기분인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 계속 그 감정에 머무르고 원인을 분석하는 반추적 반응을 보이면 우울이 지속되기 쉬운 반면 우울할 때 운동하거나 친구를 만나며 기분전환을 하는 등 주의 전환 반응을 하면 우울 회복 가능성이 올라간다는 이론입니다. 2020년 Watkins와 Roberts란 학자는 반추사고를 설명하기 위해 ‘H-EX-A-GO-N’ 모델이라는 통합이론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H(습관, Habit development): 반복된 생각이 쌓여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습관이 됩니다. 둘째, EX(실행 통제 약화, EXecutive control): 집중력과 억제력이 약하면 부정적 생각을 멈추기 어렵습니다. 셋째, A(추상적 사고, Abstract processing):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처럼 원인과 의미를 따지는 추상적 사고가 반추를 키웁니다. 넷째, GO(목표 불일치, GOal discrepancies): 현재 나와 이상적인 모습의 차이가 커질수록 마음은 계속 그 간격에 매달립니다. 다섯째, N(부정적 편향, Negative bias): 사람은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다섯 요인이 서로 맞물리면서 생각의 고리가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것이죠.따라서, 내가 반추를 하고 있다고 알아차린다면, 좋은 해결책이 떠오르거나 그 과정에서 나의 기분이 좋아졌는지 살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반추에 대한 탐닉을 멈추고 빠져나와야 합니다. 반추와 우울, 불안은 쉽게 중독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중독되기 전에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만약 반추를 멈추고 싶지 않다면, 자신의 사고가 유연하지 못하고 경직되어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합니다. 반추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유연하지 않은 인지 양식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반추를 해야 한다면, 일정한 시간을 정해서 해가 떠있는 시간 동안에 앉거나 서있는 자세에서만 반추를 하도록 자신과의 약속을 해야 합니다.또한, 집중력·억제력 같은 실행 기능을 강화하는 훈련(명상, 주의 전환 연습 등)이 도움이 됩니다. 추상적으로 “왜?”라고 묻는 대신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법에 집중하도록 유도합니다. 예를 들어, “왜 이런 일이?” 대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지는?”을 떠올리는 겁니다. 그리고, 목표와 현실의 차이를 줄이려면 달성 가능한 단계적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부정적 편향을 줄이기 위해선 긍정적인 경험이나 성취에 주의를 더 기울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인지행동치료(CBT)나 반추사고 중심 치료법 같은 전문적 심리치료도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탓하기보다 생각 습관을 건강하게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것이 시작입니다. 그러려면 생각의 습관을 점검하고, 현재에 집중하며, 달성 가능한 목표로 조율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잠자리에서 ‘내가 이런 일을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와 같은 후회를 세 번 이상 했다면, 불면으로 흐르는 반추를 알아차리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한 가지에 집중해보는 게 어떨까요?시원하게 기지개를 펴며 몸에서 느껴지는 평온함을 만끽하며 편안하게 잠든 뒤 상쾌한 아침을 맞이해 봅시다.[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칼럼최하연 중앙보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부장2025/10/12 21:00
  • 자외선 차단제의 미백 효과 극대화하는 비결, 의사가 알려드립니다

    자외선 차단제의 미백 효과 극대화하는 비결, 의사가 알려드립니다

    자외선이 멜라닌 색소의 합성을 자극해 피부를 어둡게 만든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자외선 차단제는 피부 미백에 있어 필수적인 성분인데요. 많은 분들이 자외선 차단 지수(SPF)가 높은 제품을 선택하면 미백 효과도 클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자외선을 막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태양광에는 자외선 외에도 우리 피부를 어둡게 만드는 또 다른 주범이 숨어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자외선 차단제의 미백 효과를 극대화하는 과학적 근거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오늘의 퀴즈: 자외선 차단제, SPF 지수가 같다면 미백 효과도 같을까?정답은 X입니다.핵심 근거 1.태양광은 약 5~7%의 자외선과 45%의 가시광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흔히 자외선만 색소 침착의 원인으로 생각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가시광선 역시 기미를 악화시키고 피부를 어둡게 만드는 원인입니다.한 연구에서는 기미 환자 68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8주간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두 그룹 모두 동일한 미백 연고(하이드로퀴논 4%)를 사용하면서, 한 그룹은 일반 자외선 차단제를, 다른 그룹은 산화철을 함유하여 가시광선까지 차단하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게 했습니다. 두 그룹이 사용한 자외선 차단제는 모두 SPF 50 이상이었습니다.
    칼럼김연휘 의사·유튜브 ‘근알의’ (근거를 알려주는 의사) 운영2025/10/05 07:15
  • FBI 역사상 최장기, 최다 비용 수사사건 ‘유나바머’… 뒤늦게 밝혀진 범죄자의 정체

    FBI 역사상 최장기, 최다 비용 수사사건 ‘유나바머’… 뒤늦게 밝혀진 범죄자의 정체

    때는 1979년. 미국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 대학교에 교수 연구실로 소포 하나가 도착했다. 연구실 대학원생은 지도 교수에게 온 선물이라 생각하며 소포를 뜯었다. “펑!” 그 순간 안에 감춰져 있던 폭탄이 터졌지만, 다행히 폭발이 크지 않아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같은 해, 이번에는 시카고에서 워싱턴으로 향하던 아메리칸 항공 여객기 수화물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배달 중이던 소포에서 불이 난 채 비행기는 인근 공항에 긴급 착륙했고, 조사 결과 기압계를 이용한 폭탄이 발견됐다. 다행히 불발이라 화재로만 그쳤지만 제대로 폭발했다면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건이었다.다음 해 유나이티드 항공 본사로 온 소포가 폭발했다. 수취인이었던 사장은 큰 화상을 입었다. 그 이후 약 15년에 걸쳐 미국 각지에서는 소포를 통한 폭발물 사건이 지속됐다. 목표 대상이 대학과 항공사였기에 조사를 맡은 FBI는 범인을 ‘University’와 ‘Airline’의 앞 글자를 따 ‘유나바머(Unabomber)’라 불렀다.1978년부터 1995년까지 17년 이라는 긴 시간 동안 총 16건의 폭발물 사고가 있었고 3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다쳤다. 즉, 미국 각지에서 폭발물 테러가 이어졌고 폭발물의 정교함과 위력은 점점 더 커졌다. 범행 장소도 광고업과 임업으로 확장됐다.FBI는 다급해졌다. 범행 수법이 유사했기에 동일인의 범행으로 추정됐지만 FBI는 어떤 단서도 잡지 못했다. 폭발물에서는 그 어떤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재료는 모두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나 폐기물이었고 화약도 불꽃놀이 등에서 재활용한 재료였다. 지문도 없었다. 결국 이 사건은 FBI 역사상 가장 많은 인력과 비용을 사용하면서도 가장 오랜 기간 범인을 잡지 못한 사건으로 기록에 남았다. 결국 FBI는 100만 불에 달하는 현상금을 걸기에 이르렀다.그러던 와중 1995년 미국 주요 언론사에 3만5000단어에 달하는 에세이 한 편과 편지가 도착했다. 내용인즉 스스로를 ‘FC(Freedom Club의 약자)’라고 표현한 단체가 자신들이 유니바머이고, 자신들의 성명문이자 사회학 논문인 ‘산업사회와 그 미래(Industrial society and its future’를 주요 언론사에 게재해 주면 이후 추가적 테러를 멈추겠다고 주장했다.이들이 실어달라고 요구한 에세이는 이렇게 시작한다. “산업 혁명과 그 결과는 인류에게 있어 재앙이었다.”기술사회의 폐해로 인해 인간성은 파괴될 것이며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회질서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러니하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장문의 글을 게재한 언론사는 성인 잡지인 ‘펜트하우스’였다. 여기에 유나바머는 해당 게재로는 한 번의 테러만 유예할 수 있다며 정규 언론사에 게재를 요구했고, FBI는 고심 끝에 워싱턴포스트지에 해당 에세이를 게재하기로 결정한다.테러리스트와 협상을 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혹여 그 글을 보고 누군가 범인의 단서를 제보할 수 있다는 전략이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에세이에서 자기 형의 특징적 문체를 알아챈 동생의 제보로 18년에 걸친 유나바머에 대한 수사는 1996년 범인 체포로 마무리된다.유나바머의 정체는 테오도르 카잔스키(Theodore Kaczynski)로 체포 당시 54세였다. 몬테나주 링컨 외곽 아주 시골 오두막에 살고 있었다. 세상과는 거의 담을 쌓고 지낼 정도로 사회적으로 철저하게 고립된 오두막 안에는 수학과 과학 등 어려워 보이는 책들과 폭탄 제조에 사용되었을 여러 재료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산업사회와 그 미래’ 에세이 원본 원고가 발견됐다.유나바머가 평균 이하의 지능을 가진 노동자 계급일 것이라 추정했던 FBI는 테오도르의 정체를 확인하고 화들짝 놀란다. 그는 IQ 136 이상의 천재로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를 월반하며 16살에 장학생으로 하버드대 수학과에 입학한 수재였다. 이후엔 미시간대학교 석박사를 받고 UC버클리에서 대학 역사상 최연소 교수까지 한 인물이었다. 1967년 25살의 나이로 교수가 된 테오도르는 2년 뒤 돌연 대학을 사직하고 몬테나 시골로 가 전기도 수도시설도 없이 은둔생활을 하며 유나바머로서 범행을 저지르고 있었다.무엇이 천재 수학자를 폭탄 테러범으로 만들었을까?첫번째 요인은 ‘조기 영재교육의 부작용’이다. 테오도르는 폴란드계 노동자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기까지 또래들과 다를 바 없는 아이였다. 차이점이라면 뛰어난 두뇌를 가졌다는 점이었다. 단순측정 지능지수에서 167로 나왔고 6학년을 월반했는데 이후 또래 관계가 어려워졌다. 갑자기 같은 학년이 된 형들이 그를 따돌리고 괴롭혔다. 조기졸업과 영재교육으로 최연소 교수가 되며 지식면에서는 충분한 성장 발달을 했을 지 모르지만 사회적 측면과 정서적 측면에서는 정체되고 은둔형 외톨이까지 퇴행해 버렸다.두번째 요인은 ‘지나치게 가혹한 사회적 압박’이다. 어린 시절부터 높은 성취도에 대한 기대 압박을 받았던 그는 하버드대 재학 시절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당시 하버드대 심리학과에서 재학생을 대상으로 시행됐던 연구가 있었는데, 테오도르도 그 연구 참여자 중 한 명이었다. 그 심리 연구 자체가 지금으로써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한 내용이었다. 내용인즉, 연구 참여자인 재학생이 작성한 에세이를 훈련된 학생집단이 그저 맥락 없이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걸 반복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심리적 세뇌가 가능한지에 대한 연구였는데, 테오도르는 이 가혹한 실험의 결과 사회에 대한 불신과 타인에 대한 의심을 마음 깊이 품게 됐다.세번째 요인은 ‘극단적인 고립’이다. 사회적으로 그나마 적응을 하며 살아가던 테오도르였지만, 대학 교수를 그만두면서 그는 극단적인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게 된다. 대학 교수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그는 여러 우수한 논문을 쓰며 학자로서 뛰어난 업적을 이루었지만, 교육에는 능력이 없었는지 교육 평가는 형편 없었다고 한다. 이런 사회적 부적응은 그를 더욱 위축시켰고 모든 걸 포기하고 외딴 지역에서 사회와 격리된 채 생활하게 만들었다. 인간의 판단은 극단적인 고립상황에서 더 왜곡되는 법인데, 결과적으로 테오도르는 사회에 대한 분신이 분노로 바뀌어 가고, 기술 문명에 대한 자신의 범행이 오히려 사회적 혁명이라는 과대망상에까지 이르게 된다.유나바머의 범죄를 천재 정신병자의 사이코패스적 광기로 볼 것인지, 사회의 과도한 압박에 상처 받은 천재의 반항으로 볼 것인지 해석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이 지금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세지는 지금도 유효하다. 우리 사회가 자녀를 키우면서 성과지향적으로만 바라보며 사회성이나 정서적 측면은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과도한 사회적 압박으로 몰아세우며 마음의 상처와 사회적 불신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바라볼 필요가 있다.그리고 스스로 선택했든, 상처로 내몰렸든 간에 지금 홀로 외로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채 어떻게 이 환경을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고 있을 이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공동체 안으로 손을 내밀지에 대한 것 역시 우리 사회가 여전히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칼럼이광민 마인드랩공간정신과 원장2025/10/03 22:15
  • “인간관계, 왜 나만 어렵지?”… 이유 모르겠다면 ‘5가지’ 확인해 보세요

    “인간관계, 왜 나만 어렵지?”… 이유 모르겠다면 ‘5가지’ 확인해 보세요

    인간관계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과제다. 우리는 종종 ‘저 사람은 원래 성격이 좋아서 인간관계를 잘 맺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관계의 능력은 타고난 성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관계는 충분히 배우고 훈련할 수 있는 삶의 기술이다.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들은 늘 관계에서 오해를 사고, 가까워지기도 전에 거리를 두게 될까? 혹시 나도 모르게 반복하는 습관이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은 인간관계를 힘들게 만드는 다섯 가지 습관을 짚어보려 한다. 읽다 보면 ‘이건 내 얘기 아닌가?’ 하고 고개가 끄덕여질지도 모른다.첫 번째, 상대의 마음보다 내 생각이 항상 먼저인 당신관계가 서툰 사람들의 첫 번째 특징은 대화에서 늘 ‘내 생각’을 앞세운다는 점이다. 상대의 말을 듣기보다는 곧바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고,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기보다는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예를 들어 직장에서 동료와 의견이 부딪쳤을 때, 어떤 사람은 상대의 설명을 끝까지 듣기도 전에 반박부터 시작한다. 본인은 논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상대는 ‘존중받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는다. 결국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감정의 골만 깊어진다.관계에서 ‘옳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존중받았다’는 감정이다. 논리적으로 맞는 말도, 상대의 마음을 먼저 돌보지 않으면 상처로 남는다.두 번째, 과한 친절과 무심함 사이에서 갈피 못 잡는 당신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습관은 ‘균형을 잃은 태도’다. 어떤 사람은 지나치게 잘해줘 상대를 부담스럽게 만들고, 또 다른 사람은 너무 무심해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예컨대 새로운 친구를 사귄 뒤 하루에도 여러 번 연락을 보내고, 작은 일에도 선물을 건네는 사람이 있다. 본인은 정성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오히려 ‘왜 이렇게까지 하지?’라는 부담을 느낀다. 반대로 아무 표현도 하지 않는 무심함은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구나’라는 서운함을 남긴다.관계는 화려한 이벤트가 아니라 적당한 온도의 꾸준함에서 자란다. 과한 친절도, 과한 무관심도 결국 상대를 멀어지게 만든다.세 번째, 말과 표정이 따로 노는 당신인간관계에서 언어보다 더 큰 힘을 가진 것은 비언어적 신호다. 말로는 “괜찮아”라고 하면서도 얼굴은 굳어 있고, 태도에서는 피곤함이 묻어난다면 상대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관계가 서툰 사람일수록 말과 표정, 몸짓이 따로 노는 경우가 잦다.예를 들어 친구가 무엇인가를 부탁을 했을 때 “아니야 괜찮아, 내가 해줄게”라고 대답하면서도 표정은 어두워지고, 말투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면 상대는 마음이 편치 않다. 말로는 허락했지만 진심은 그렇지 않다는 신호가 전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안하지만 지금은 도와주기 어려워”라고 솔직히 말했을 때보다 더 큰 불편함을 남기게 된다.우리는 종종 “나는 그렇게 의도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하지만, 상대가 느낀 감정이 곧 현실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전하려는 말과 보여주는 태도 사이의 일치다.네 번째, 불안을 상대에게 떠넘기기 일쑤인 당신관계가 서툰 사람들은 자신의 불안을 상대에게 투사하는 경우가 많다. ‘저 사람이 날 싫어하는 건 아닐까?’, ‘혹시 나를 무시하는 건 아닐까?’라는 의심이 마음에 자리 잡으면, 그 불안이 곧 행동으로 드러난다.괜히 상대의 반응을 확대해석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확인하려 들고, 때로는 먼저 거리를 두어 버린다. 하지만 많은 경우 상대는 아무런 의도가 없었다. 문제는 내 불안이 관계를 왜곡한다는 점이다. 불안은 관계를 지키려는 방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관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시작점이 된다.불안을 줄이는 방법은 상대를 끝없이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불안을 솔직히 인정하고 표현하는 것이다. “사실 내가 이런 부분이 신경 쓰여서 불안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관계는 더 건강해진다.다섯 번째, ‘미안하다’와 ‘고맙다’는 말이 참으로 인색한 당신관계를 힘들게 만드는 마지막 습관은 ‘사과와 감사의 부재’다. 잘못했음에도 사과하지 않고, 도움을 받아도 감사 인사를 건네지 않는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 두 표현의 부재는 관계를 크게 흔든다.실제로 많은 부부 상담에서 드러나는 문제 중 하나가 ‘​서로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오가는 작은 행동들 속에서 “고마워” 한마디가 생략되면, 상대는 자신이 당연히 여겨진다고 느낀다. 반대로 같은 말이 자주 오갈 때 관계는 훨씬 따뜻해진다.인간관계에서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진심 어린 “미안해”와 “고마워”라는 짧은 말이 관계를 지탱하는 기둥이 된다.관계는 완성이 아닌 ‘​여정’​지금까지 인간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다섯 가지 습관을 살펴봤다. 아마 누구나 한두 가지쯤은 자신도 해당된다고 느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며 단정 짓는 것이 아니다. 관계는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충분히 훈련하고 배울 수 있는 삶의 기술이다.내 말투와 태도를 조금 점검하고, 불안을 솔직히 표현하며, 사과와 감사를 더 자주 나눈다면 관계는 분명 달라진다. 인간관계는 잘하는 소수의 특권이 아니다. 누구나 서툴지만, 누구나 성장할 수 있다. 오늘 다룬 다섯 가지 중 하나라도 고쳐 나간다면, 당신의 인간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단단해질 것이다.
    칼럼한승민 선릉숲 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2025/10/03 21:05
  • [의학칼럼] 전립선비대증, 전립선 크기 줄여주는 ‘리줌’으로 치료 가능

    [의학칼럼] 전립선비대증, 전립선 크기 줄여주는 ‘리줌’으로 치료 가능

    전립선비대증(BPH·Benign Prostatic Hyperplasia)은 40대 이후 중장년 남성에서 전립선이 커지면서 방광과 요도를 압박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가장 중요한 발생 원인은 노화와 남성호르몬의 변화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노령인구 비율 증가와 식생활 습관의 서구화로 전립선비대증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주요 증상은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고, 시원하지 않으며, 참기 어려운 요절박이나 야간뇨가 나타나고, 심할 경우 소변이 전혀 나오지 않는 ‘급성 요폐’가 생길 수도 있다.이러한 증상들은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 다른 2차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데, 방광에 남아 있는 소변에서 세균이 성장하여 요로 감염이 생길 수 있으며, 방광 결석이 생기거나 신장 기능이 감소하게 될 수 있다.특히 전립선 크기가 30mL 이상, 전립선 증상점수(IPSS) 20점 이상, 삶의 질 3점 이상, 잔뇨량이 100mL 이상, 1회 배뇨량이 100mL 이하인 경우가 전립선비대증 증상 악화의 위험인자로, 이러한 환자의 경우 더욱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초기에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약물치료나 대기요법으로 관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약물치료의 효과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사정장애, 어지럼증, 졸음 등 약물로 인한 부작용이 있는 경우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수술적 치료 방법으로 과거에는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절제해 좁아진 요도를 넓혀주는 경요도적 전립선 절제술이나 레이저를 이용해 절제하는 침습적 방법들이 주로 사용되었지만, 최 근에는 전립선 조직을 절제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수술법이 많이 등장했다.대표적인 방법으로 수증기를 이용한 전립선 절제술(리줌)이 있는데, 이 방법은 기존의 절제술과 달리 전립선 조직을 직접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내시경을 통해 전립선 조직내에 103℃의 수증기를 주입해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괴사시키는 방법으로 전립선의 크기를 줄여주는 수술법이다. 보통 2~6회의 치료를 통해 괴사된 전립선 조직은 자연스럽게 흡수가 되어, 전립선의 크기는 줄어들게 되고 좁아진 요도는 넓어지게 되어 배뇨 증상이 완화되게 된다.대략적으로 수술 전보다 전립선 크기는 30~40% 정도가 줄고, 최대 요속은 50% 정도 향상되는 결과를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러한 리줌 시술의 장점은 수술 시간이 10분 정도로 짧고, 국소마취로 진행되기 때문에 고령자나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도 큰 부담 없이 받을 수 있고 회복이 빨라 일상 복귀가 용이하고 몸에 이물질이 남지 않아 부작용이 적다는 것이 커다란 장점이다. 그리고 경요도적 전립선 절제술이나 레이져 수술에서 나타날 수 있는 요실금, 발기부전, 사정장애, 약물치료에서 나타날 수 있는 어지럼증이나 사정장애와 같은 부작용이 거의 없어 성기능의 보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장년 남성에게 최선의 수술법이 될 수 있다.또한 전립선 외측엽뿐 아니라 중엽이 비대해진 경우나 구조적으로 비대칭인 경우에도 충분히 시술이 가능하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며, 치료 성적에 있어서 5년 내에 재수술 발생률이 4.4% 정도로 다른 방법과 비교해 뛰어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다만 최선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시술자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도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으므로 숙련된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정확한 시술 위치 선정과 시술 횟수에 따라 시술의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전립선비대증은 나이가 들면서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흔한 질환이지만 단순한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방광기능의 회복이 어려워지고 신장 기능까지 손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질환이다. 조기에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이 칼럼은 서울더남성의원 조현섭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서울더남성의원 조현섭 원장2025/10/02 10:34
  • [의학칼럼] 백내장, 수술 전 안과에서의 정확한 진단과 검사 필수

    [의학칼럼] 백내장, 수술 전 안과에서의 정확한 진단과 검사 필수

    나이가 들면서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고 사물이 겹쳐 보이는 증상을 겪는 경우가 많다. 흔히 노안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가 백내장이다. 백내장은 눈 속의 수정체가 혼탁해져 빛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면서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60대 이상에서 흔히 발생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사용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대에서도 발견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백내장은 초기에는 특별한 통증이 없기 때문에 진행되기 전까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그러나 점차 시력이 저하되면서 독서, 운전, TV 시청과 같은 일상적인 활동에 큰 불편을 초래하게 된다. 특히 야간 운전 시 빛 번짐이나 눈부심이 심해지면 안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근에는 다양한 종류의 인공수정체가 개발돼, 원거리와 근거리 시력을 동시에 개선하거나 난시까지 교정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때문에 수술 전 안과 정밀 검사를 통해 개인의 눈 상태와 생활 패턴에 맞는 렌즈를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수술 결과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눈의 해부학적 구조와 동반 질환 여부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황반변성이나 당뇨망막병증과 같은 망막 질환이 있는 경우엔 시력 회복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또한 각막 난시가 심한 경우에는 난시 교정용 인공수정체를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수술은 단순히 흐린 시야를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의 전반적인 시력 특성을 고려한 맞춤 접근이 필요하다.백내장은 나이가 들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변화이지만, 시야 흐림을 오래 방치하면 일상생활에 불편이 커지고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난다면 조기에 안과 검진을 받아 진행 정도와 수술 필요성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눈은 회복이 쉽지 않은 만큼, 충분한 상담과 검사를 통해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이 칼럼은 창원 예일안과 심형석 대표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창원예일안과 심형석 대표원장2025/10/02 10:31
  • [의학칼럼] 명절 뒤 허리·관절 후유증, MRI 등 정확한 영상 검사로 확인해야

    [의학칼럼] 명절 뒤 허리·관절 후유증, MRI 등 정확한 영상 검사로 확인해야

    추석 연휴가 얼마 안 남았다. 연휴가 지나면 허리나 관절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근육통일 수도 있지만, 허리·목디스크 같은 근골격계 질환 때문일 수 있어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영상장비를 활용한 진단이다.가장 기본적인 검사는 X-Ray다. 뼈의 형태, 변형, 골절 여부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며, 환자의 자세에 따라 서거나 앉거나 누운 상태에서 촬영해 관절 모양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다만 뼈처럼 딱딱한 조직에는 적합하지만, 디스크나 신경, 인대 같은 연부조직의 이상은 확인하기 어렵다.CT는 X-Ray보다 정밀한 검진법이다. 척추와 관절의 내부 구조까지 확인할 수 있다. 미세 골절이나 석회화 병변, 출혈 여부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역시 방사선을 이용하는 검사이므로 영유아나 임산부에게는 주의가 필요하다.연부조직까지 관찰해야 할 때는 MRI가 효과적이다. MRI는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고 자기장을 이용해 신경, 연골, 인대 등까지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어, 디스크 질환이나 신경 압박이 의심되는 경우 적합하다. 다만 석회화 부위 확인에는 한계가 있어, 환자 상태에 따라 X-Ray·CT·MRI를 적절히 조합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이러한 영상검사는 척추·관절 질환뿐 아니라 암, 뇌졸중 등 주요 질환의 조기 진단에도 활용된다. 위암은 40세 이상부터 최소 2년에 한 번 위내시경 검사가 권고되며, 대장암은 5년마다 대장내시경이 필요하다. 폐암은 50세 이상 고위험군의 경우 저선량 CT 검사가 권장되며, 간암은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6개월마다 초음파와 주기적인 CT 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영상의학적 검사는 촬영 장비 자체도 중요하지만, 판독하는 의료진의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검사 후 당일 결과 확인이 가능하고,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판독하는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추석 연휴 이후 나타나는 허리·관절 통증도 정확한 영상검사를 통해 조기에 진단하면 보다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이 칼럼은 동탄시티병원 홍성주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동탄시티병원 홍성주 원장2025/10/01 15:07
  • 우울증인 것 같은데 정상이고, 우울증 아닌 것 같은데 중증인 사람들…

    우울증인 것 같은데 정상이고, 우울증 아닌 것 같은데 중증인 사람들…

    연인과 이별하고, 가족을 저 멀리 떠나보내면 일시적인 우울증에 빠진다. 갑자기 직장에서 해고당하면 죽음과 맞먹는 심적 고통에 시달린다. 이런 상황에서는 증상이 아무리 심각해 보여도 “우울증에 걸렸다”고 속단하면 안 된다. 인간은 정서적 동물이므로 상실과 좌절을 겪은 후 우울해지는 것이 정상이다. 굳이 우울증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상황적 우울증’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때 느끼는 우울감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또한 가끔 아무 이유 없이 우울해지기도 한다. 이런 기분은 대개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없어진다. 기분이 저조해졌어도 기쁨과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그런데 우울증에서 느껴지는 우울감은 정상적인 우울감과 다르다. 우울증에 걸리면 부정적 감정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약해지지 않는다. 기운을 내거나, 기분을 밝게 하려고 발버둥 쳐도 쉬이 벗어나기 어렵다. 그리고 스스로 무가치한 존재라고 여긴다. 주변 사람에게 자신이 폐만 끼친다고 믿는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죄 지은 것처럼 느낀다. 심하면 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정상적인 슬픔이나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은 이 정도의 과도한 자기 비난에 시달리진 않는다.이런 증상들이 상당 기간(진단 기준은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직장, 학교, 대인관계에서 활동이나 기능에 상당한 지장이 생겼을 때 우울증이라고 진단한다. 심한 경우 침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결근을 하거나 친구조차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 환자 자신뿐 아니라 가족도 함께 고통에 빠진다. 아무리 우울한 기분에 휩싸여 있다고 해도 위에 설명한 동반 증상들이 뚜렷하지 않다면, 병적이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또한 우울증 환자는 당연히 침울한 기분에 푹 젖어있을 것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베스트셀러였던 책 제목처럼 기분은 죽고 싶을 만큼 우울한데 떡복이는 먹고 싶을 수 있다. 비정형 우울증(atypical depression)의 흔한 양상이다.비정형 우울증 환자는 멀쩡해보이고 곧잘 웃기도 해서 우울증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다른 이들이 볼 때는 웃기도 하고 표정이 살아있는 것 같은데, 내면은 우울하다. 이런 상태를 두고 의학적으로는 ‘감정 반응이 유지되고 있다’라고 한다. 과거에는 증상이 심해서 입원하는 사례가 전형적이었는데 이러한 경우와 다르기 때문에 ‘비정형’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비정형 우울증이 드물거나 특이해서 명명된 명칭은 아니다.비정형 우울증에서는 식욕의 변화가 없을 수도 있지만 폭식하기도 하고, 과다 수면이 나타난다. 팔다리가 무겁게 느껴지는 ‘납 마비(leaden paralysis)’ 증상도 흔하다. 몸이 물 먹은 스펀지처럼 무겁게 느껴지고, 침대 속으로 푹 꺼져 들어가는 것 같다고 호소한다. 더불어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대인관계에 대한 과민성이다. 누군가의 무심한 태도나 가벼운 거절에도 심각한 상처를 받는다. 작은 무시가 큰 배신처럼 다가오고, 일상적인 거리감조차 버림받았다는 감정으로 확대된다. 이로 인해 관계가 어려워지고, 그 결과로 우울이 더 깊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비정형 우울증은 진단이 쉽지 않다. 겉으로는 사회생활을 유지하고, 때로는 활발해 보이기 때문이다. 환자 스스로도 우울증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지만 내면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와 무기력, 예민함을 겪는다. 주변에서는 게으르다거나 의지가 약하다고 오해하기 쉽다. 비정형 우울증 치료에는 전통적으로 MAOI 계열의 항우울제가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현재는 SSRI와 SNRI 계열 약물이 널리 사용된다. 인지행동치료나 대인관계치료가 관계에서 비롯되는 상처와 예민성을 다루는 데 유용하다. 규칙적인 운동, 수면 관리, 균형 잡힌 식습관이 더해질 때 회복이 한층 빨라진다.
    칼럼김병수 김병수정신건강의학과 원장2025/10/0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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