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소울푸드] 무생채가 없더라도… 그대, 부디 외롭지 마라

입력 2020.02.14 09:10 | 수정 2020.02.14 14:57

[9] 박광수 만화가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하! 만화가 박광수가 오십 줄이다. 20세기 말, 20대의 말에 그는 벼락치듯 데뷔했다. 몇 컷 짜리 '광수생각' 하나 들고, 일간지 문화면을 장악했다. 단기필마였다. 단출한 색과 선, 유쾌하고 도발적인 메시지로 대중의 감성을 휘어잡았다. 주인공 신뽀리는 어리숙하고 단순했으며 서정적이었다. 생뚱한 조합으로 그는 문화계의 외진 곳에서나마 시대의 한 절경(絶境)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2020년, '광수생각'은 끝이다. 최근 출간한 '광수생각-그러니 그대, 부디 외롭지 마라'가 '광수생각'의 마지막 버전이다. 박광수는 어머니에 대한 글을 쓰는 중이고, 이후로도 만화를 그리겠지만 '광수생각'은 아니다. 마지막이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마지막이란 말은 가슴 아프고 설레며 맵고 짜고 달콤하다. 그가 10년 전 마지막 맛본 어머니의 무생채가 그랬다. 그해, 어머니의 정신은 오락가락했다. 치매의 전조였다. 어머니에게 '무짠지'를 부탁했다. 어릴 적 박광수의 집에서 무생채를 부르던 이름이다. 서울식 무생채와 달리 무서울 만큼 빨갰던…. 빨간 짠지를 오랜만에 만드는 어머니의 손놀림은 날래고 가벼웠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치매는 악화됐고, 어머니는 여러 해 째 요양원에만 계시다.

7년 전 박광수는 앞치마를 꺼내 들었다. 무짠지 외에 무엇 때문이었겠나. 채 썬 무를 소금에 절이고, 찹쌀을 불려 풀을 쒔다. 설탕·고추·생강·배를 넣었다. '맛의 기억'으로 맛을 복원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허사였다. 여섯 번을 만들어 두 번은 버렸고, 네 번은 먹고나서 실망했다. 이후론 무생채를 만들지 않는다. 어느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의 무생채를 만날 요행을 바랄 뿐이다. 그땐 펑펑 울어버려야지, 다짐할 뿐이다.

추억 강렬했던 무생채의 실종 탓일까. 언제부터인가 그는 작품에서도 '자극'을 날리려는 듯하다. 웃기지도 않고, 보고 나면 '이게 뭐야?' 말 나오게 하는 그런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도 했다. 어수선한 자극으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왠지 더욱 밍밍해질 것만 같은 박광수의 만화는 또 어떤 식으로 한 시대의 허(虛)를 찌를까. 절경을 만들어낼까.

☞칼이냐, 강판이냐? 무 한 덩이를 앞에 놓고 우리는 고민한다. 상대적으로 무딘 칼을 쓰는 편이 칼륨·칼슘·인 등 미네랄, 아밀라아제 등 효소를 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흘러나온 무즙에 담길 영양소들…. 색감은 식감이다. 초록의 무청을 첨가해 무채의 단조로운 색감·식감을 보완해야 생채 요리의 완성이다. 비타민A와 C가 따라온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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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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