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소울푸드] 수산시장에서 만난 '복'… 그에겐 인생의 보물이었다

입력 2020.02.07 09:10

[8] 정현 조각가

정현 조각가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복. 똠방한 이 생선은 맛나긴 해도 겁난다. 속으로 맹독을 품었다. 탈날까 봐 비쌀까 봐, 사람들은 집에서 복 요리하길 꺼린다. 그러나 별 탈 없고, 그리 비싸지도 않다는 걸 아는 조각가 정현(64· 홍익대 교수)은 겨울이면 1주에 한 번, 맑게 끓여낸 복국으로 일요일 저녁의 성찬을 준비한다. 노량진수산시장 단골 사장님에게 손질까지 부탁해 가져오는 양은 6~7㎏. 1㎏ 기준 1만2000원 정도다(밀복). 4~5마리쯤 되려나. 구순(九旬)의 장인·장모를 모시는 자리다. 처남 부부까지 6인의 만찬이다.

입맛을 잃는 건 서러운 일이다. 10년쯤 전 장인과 장모는 입맛을 잃었다. 뭘 해드려야 좋을까. 오래 고민했다. 시장을 돌았고, 복어를 샀고, 국을 끓였다. 맑은 복국 앞에서 어른들은 생기를 얻었다. 비린내 없는 생선의 깨끗하고 담백한 맛. 다시마 우린 물에 콩나물과 미나리·무를 추가한다. 1~2월의 배추는 달다. 저장 중에 수분을 날린 덕이다. 그럼, 배추도 몇 잎.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정 교수는 조각만큼 시장을 사랑한다. 인천 살던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숭의시장, 송림시장을 순회했다. 나이 들어서도 순례는 계속됐다. 파리 유학시절엔 외곽의 헝지스 시장이 안식처였다. 돼지고기·닭고기 알레르기는 그를, 시장 중에서도 수산시장으로 이끌었다.

삶을 배웠다. 은빛 스펙트럼으로 좌판을 메운 생선들은 제각각일 뿐 귀천으로부터 자유롭다. 밴댕이가 때론 도미보다 낫다. 어느 생선이든 자신의 가치를 정점으로 높이는 순간을 갖는다. 하찮은 생선은 없고, 사람도 마찬가지다.

작품도 마찬가지다. 그는 수명을 다한 침목과 아스콘(아스팔트 콘크리트)을 재료로 쓴다. 버려진 것들, 무용한 것들이 미(美)를 향해 곧추선다. 그는 골수로부터 시장 사람인 셈이고, 노부모와 함께하는 일요일의 복은 그곳에서 찾아낸 이번 생의 보물이다. 이번 주말에도 정 교수는 노량진수산시장에 간다. 복을 산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맹독에도 중독되지 않고 느릿하게 바다를 유영하는 복어. 난소와 간에 포진한 독 성분 테트로도톡신의 '테트로도'는 복어목의 학명에서 따왔으니, 그야말로 복어 독이다. 독과 싸우며 긴장했을까. 복의 쫄깃한 육질은 단백질과 콜라겐의 합작이다. "맛이 달다"고들 한다. 글루탐산과 함께 감칠맛의 주요 촉발제인 이노신산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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