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소울푸드] 소고기도 울고 간 어머니표 '알찌개'

입력 2019.12.27 09:20 | 수정 2019.12.27 09:45

[3] 김주원 발레리나

김주원 발레리나

깐깐한 몸매의 국가대표 발레리나에게 어울리는 별명인지 모르겠지만, 김주원(42)은 육주원이다. 소고기·돼지고기 할 때 그 '육(肉)' 맞다. 소고기 킬러다.

"근육을 많이 쓰니까 고기를 먹어야죠. 그냥 구워서 소금 찍어 먹는 걸 아주 좋아해요. 그래서 가까운 사람들이 육주원이라고들 하는데, 이런 거 말해도 되나?"

말 이미 했고 즐기는 부위까지 주르르 나열한다. 등심, 살치, 갈비, 안심, 차돌박이…. 행복한 표정이다. 그러다 소 한 마리를 부위별로 다 훑겠다. 그런데 자타공인의 이 소고기 애호가가 소고기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음식이 알찌개다.

"명란젓, 계란, 파, 양파만 들어가요. 연분홍빛의 맑은 찌개죠."

간단한 레시피라고 만들기 쉬운 건 아니다. 그의 추억 속에서 소고기를 압도하는 알찌개는 어머니의 요리다. 기척도 없이 뚝딱 만들어 어린 4남매의 밥상에 내어주시던 별미. 셋째 딸 주원은 그러나 오랫동안 별미를 그리워만 했다.

"중 2 때 볼쇼이발레학교로 유학 갔어요. 90년대 말에 귀국할 때까지 일 년에 한 번 정도 한국에 왔습니다. 모스크바에선 알찌개 먹을 일 없었고요."

김주원 프로필 사진
사진=여성조선 제공

크렘린의 도시엔 '평양' 이름 들어간 북한식당만 있던 시절이었다. 서울 올 때마다 득달같이 알찌개를 찾았다. 어머니도 셋째 딸 들어올 때면 명란을 준비했다. 요즘도 두어 달에 한 번, 공연에 지쳐 어머니를 찾을 땐 알찌개를 청한다.

"뉴욕 사는 언니, 싱가포르 사는 여동생, 서울 사는 오빠까지 4남매 모두에게 힐링푸드입니다."

그러면서 휴대폰의 가족 채팅방을 슬쩍 보여주는데, '소울푸드'를 묻는 이모에게 어린 조카마저 "알찌개!"를 외치는 중이다. 소고기의 완패다.

☞ 어머니의 알찌개엔 양념이 따로 들어가지 않는다. 명란젓의 고염도를 해소하는 지혜다. 맑은 물에 나트륨 떨궈낸 연분홍 명란엔 단백질과 비타민E가 오롯하다. 비타민E의 항산화 효과일까, 셋째 딸을 향한 지극 모정의 발현일까. 40대 중반으로 가는 발레리나의 미소가 여태 소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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