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소울푸드] 히말라야에서 닭백숙에 반했다

입력 2019.12.13 09:19

[1] 황주리 화가

서양화가 황주리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에서 미국 뉴욕의 한복판에서, 서양화가 황주리(62)는 닭백숙을 찾아 헤맸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먼저 안나푸르나.

40대의 중반은 황 작가에게 권태의 시절이었다. 단절이 필요했다. 충격을 위해 파격을 택했다. 히말라야로 향했다.

"북한산 한번 제대로 올라본 적 없었어요. 고소공포증도 있었습니다. 어마어마한 일탈이었죠."

일탈의 대가는 잔혹했다. 하루에 여덟 시간씩 산을 오르다 숙소에 이르면 죽을 것 같았다. 고산병이었을라나. 어지럽고 메스꺼웠다. 해발 3200m 푼힐 고지로 향하는 내내 건강과 생존을 걱정했다.

"숙소에 도착하면 다짜고짜 닭 넣고, 마늘 넣어 삶아 달라고 했습니다. 열흘 내내 닭백숙 먹었습니다. 그렇게 지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황 작가는 '내 영혼의 닭고기 수프'를 몸으로 경험했다. 히말라야 아닌 닭백숙이 몸과 영혼의 치유자였다. 거친 자연에 심신을 털린 황 작가를 살린 한 끼였다.

무모했던 히말라야 산행 이전부터 닭백숙은 그에게 치유의 한 끼다. 1990년대 말 뉴욕 유학 시절의 막바지에 그는 자주 아팠다. 좁은 작업실 창 너머론 몇 년 후 무너질 운명이었던 월드트레이드 센터가 지척이었다. 터가 센 탓일까. 마흔을 갓 넘긴 황 작가는 쇠약했다. 감기몸살과 늘 함께였다.

"이대론 안 돼!" 절치부심할 때 뉴욕 도심을 휘돌며 찾아 헤맸던 음식도 닭백숙이다.

진수성찬의 시대다.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음식들이 서울의 골목을 메운다. 그러나 황 작가는 몸 아플 때마다 다른 음식 다 물린다.

"힘들면 닭백숙이죠. 내 영혼의 닭백숙!"


☞백숙(白熟)은 순결한 음식이다. 뭉근한 불로 우려낸 단백질과 지방·콜라겐이 차고 맑은 물을 농밀하게 데우고 채울 때쯤 수삼 한 뿌리면 보양의 최고봉이다. 안나푸르나에서라면 마늘만으로 감사. 열 받은 마늘은 자신을 항산화물질로 무장하지만, 아린 향 내뿜던 알리신을 잃는다. 그러나 어디 갔겠나. 부드러운 닭고기, 뽀얀 육수가 비릿함 내던진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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