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이식, 5년 생존율 95% 넘어...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희망”

입력 2019.05.28 07:3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신장이식 명의' 경희대병원 이식혈관외과 안형준 교수

안형준 경희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
안형준 경희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우리 몸에 노폐물을 배출하는 혈관 덩어리 ‘신장’. 신장은 당뇨병·고혈압 같은 혈관 질환이 있으면 손상돼 기능이 점점 떨어진다. 당뇨병·고혈압 인구가 늘면서 만성 신장질환자도 늘고 있다. 만성 신장질환은 5단계로 구분이 되는 데, 마지막 단계인 5단계 말기신부전에 이르러서야 증상이 나타나고, 이 때는 신장 기능이 크게 떨어져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신장이식, 투석 같은 신대체 요법이 필요하다. 이 중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은 ‘신장이식’이다. 신장이식 명의 경희의료원 이식혈관외과 안형준 교수를 만나 신장이식의 모든 것에 대해 들었다.

안형준 경희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
안형준 경희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신장은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우리 몸에 필요 없는 노폐물을 배출시킨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우리 몸의 대사 산물인 요소, 크레아틴, 요산과 같은 노폐물이 우리 몸에 쌓여 심한 경우 ‘요독증’을 일으킨다. 또한 우리 몸의 수분, 전해질, 산·염기를 적절한 농도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은 50~60% 가 수분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수분 조절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수분과 나트륨이 배설이 되지 않으면 몸이 붓거나 혈압이 올라갈 수 있다. 우리 몸의 산이 배출되지 않으면 근육과 신경계에 장애가 발생한다. 과일과 채소에 풍부한 칼륨이 배설되지 않으면 심장에 부담을 주어 부정맥이 발생하고 심하면 심정지 같은 응급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신장에서는 조혈모 호르몬이 생성되어 적혈구 생성을 담당하고, 기능 저하 시 빈혈이 생기게 된다. 신장에서는 비타민D를 활성화시켜 뼈 생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장 기능이 거의 없는 말기 신부전 환자는 얼마나 많나?

말기 신부전 상태가 되면 신장 기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생명 유지를 위해서는 신대체 요법을 받아야 한다. 신대체 요법을 받는 인구를 통해 말기 신부전 환자 수를 추정할 수 있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혈액투석 환자 수는 7만 3059명, 신장이식 환자 수 1만 9212명, 복막투석 환자 수 6475명이다. 약 10만 명의 말기 신부전 환자가 있다고 추정된다.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무엇이고 장단점은?

혈액투석은 동정맥루, 인조혈관 등 혈관 통로를 통해 혈액 속 요독과 과도한 수분을 제거한 뒤 깨끗한 혈액을 다시 공급하는, 신장 기능을 대신하는 방법이다. 보통 1주일에 3회 병원에 가서 4시간씩 투석치료를 받아야 한다. 며칠 동안 쌓였던 수분과 노폐물을 단시간 내에 제거하므로 혈압 저하, 피로 및 허약감을 느낄 수 있다.

복막투석은 복강 내 복막투석을 위한 영구적인 도관을 삽입해 투석을 한다. 환자의 집에서 스스로 할 수 있으며, 하루에 4회 복막액을 주입하고 6시간 동안 복강 체류 후 배액하면 된다. 자는 동안 투석이 이뤄지기 때문에 병원 방문 횟수가 적어 사회생활을 하는 바쁜 사람에게 추천한다. 복막투석은 지속적인 투석으로 인해 식사가 비교적 자유롭고 혈압 조절도 잘 되지만, 배에 관을 꼽고 생활해야 해서 복막염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신장이식이 가장 이상적인 치료인가?

그렇다. 신장이식을 했을 때가 혈액투석을 했을 때보다 생존율이 훨씬 높다. 미국 데이터에 따르면 신장이식을 했을 때 5년 생존율은 약 95%지만 혈액 투석을 했을 때 5년 생존율은 75%로 20%p나 차이가 난다. 신장기증자만 있다면 이식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이다.

-신장이식은 어떻게 받을 수 있나?

신장이식은 건강한 사람의 신장을 받는 생체이식과 뇌사 상태인 사람의 신장을 받는 뇌사자이식이 있다. 생체이식은 기증을 원하는 사람과 환자의 사전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사전 정밀검사에는 기증자와 환자의 적합성, 혈액형, 조직형, 세포독성항체 검사 등을 한다. 적합하다고 판정되면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승인을 통해 수술을 진행한다. 만약 적합한 신장 기증자가 없어 뇌사자의 신장을 이식받고자 한다면 우선 장기이식센터를 통해 상담 후,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신장이식 수혜 대기자 등록을 해야 한다. 이후, 뇌사자가 발생하면 정해진 규정에 따라 대상자가 결정된다. 2016년 기준으로 장기 이식 대기자는 총 3만 286명이며, 이식은 4684건 시행됐다. 대기자의 15% 정도만 이식을 받았다. 평균 대기 기간은 5~6년이다.

-신장이식 성공에 중요한 요인은?

장기이식의 성패는 기증자에서 떼어 낸 신장의 허혈 시간에 달렸다. 기장자의 장기를 뗄 때는 찬물 등을 투여해 혈액 공급을 차단한 후 환자에게 이식하는데, 이 허혈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치료 성적을 좌우한다. 생체이식의 경우에는 수술 방에서 동시에 진행이 되기 때문에 허혈 시간이 15~20분으로 짧지만, 뇌사자이식의 경우는 장기를 운송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그래서 생체이식을 했을 때 성공률이 높다.

-생체이식을 받으려면?

우선 혈액형이 같고 유전자형이 비슷하며 이식받을 신장에 대한 항체가 없어야 한다. 이런 면역학적 기준까지 맞을 때 이식이 가능하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절반은 유전자가 같기 때문에 잘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식의 신장을 받기를 꺼려하는 부모들이 많아, 최근에는 부부 간 기증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핵가족화 되고 있고 이미 생체기증율이 전세계 3위로 매우 높기 때문에 생체이식 건수를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뇌사자 이식은 국민 정서나 법 등의 장애물이 있기 때문에 아직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뇌사자 기증은 전세계 33위이다. 뇌사자 기증의 요구도가 증가하고 있다.

-생체 기증자의 건강 상태가 중요할 것 같다

그렇다. 기증자의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장 기증을 한 뒤 향후에 신장질환이 생길 가능성 등에 대해 철저히 평가를 한다. 신장 질환의 주요 원인인 당뇨병·고혈압 전단계라고 해도 대상이 안된다.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100명이 원해도 검사를 하면 20명만 합격점을 받는다.

-신장이식 성공률은 얼마나 되나?

수술 후 이식받은 신장이 기능을 유지할 확률은 수술 1년 후 약 94%, 5년 후에는 약 80% 이상으로, 의학의 발달에 따라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편이다.

-혈액형이 달라도 신장이식을 받을 수 있나?

과거에는 수혜자와 기증자의 혈액형이 다르면 이식이 불가능했지만, 현재는 리툭시맙과 혈장교환술 등의 전처리를 통해서 혈액형이 달라도 신장이식을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부부간 생체 신장이식이 늘면서 혈액형 부적합 이식이 전체 신장이식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많아졌으며, 5년 생존율도 90% 이상으로 혈액형 일치 신장이식과 비교해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 또 항체를 걸러내는 혈장교환술을 통해 혈장에 있는 항체를 걸러 내 항체 역가를 떨어뜨린 다음 이식을 할 수 있어, 항체가 많은 사람도 이식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뇌사자 기증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신체를 훼손하면 저승을 못간다는 등의 전통적인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당뇨병·고혈압 인구가 증가하면 신장질환자가 더욱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뇌사자 기증이 크게 늘어야 한다. 뇌사자 기증 의미에 대한 국민 교육이 절실하다. 또 현실적으로 뇌사자 기증 과정이 복잡하게 돼 있다. 생전에 장기기증 서약을 해도 사후 보호자가 싫다고 하면 장기 기증을 할 수 없다. 국민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생명나눔이 왜 필요한지 의대뿐만 아니라 중고교 교과 과정에도 필요성이 알려졌으면 좋을 것 같다. 뇌사 기증자는 2000년 52명에서 2016년 573명으로 피크를 찍은 뒤에 2017년 515명으로 주춤하고 있다.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는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나

신장이식 후에는 거부반응을 막기 위한 면역억제제를 매일 복용해야 한다. 이식 후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면역억제제의 용량은 줄일 수 있지만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면 거부반응이 나타나 이식받은 손상도 망가질 수 있다. 신장을 손상시키는 당뇨병·고혈압 관리, 체중 관리는 기본이다.

안형준 경희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
안형준 경희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안형준 교수는
경희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경희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이다. 고난도 신장이식 전문가로 2005년부터 1000건 가까이 신장이식술에 참여했다. 이식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기증자 신장의 허혈 시간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관심이 많다. 허혈 상태에 있던 신장이 이식 후 다시 혈액이 통하면 손상되는 문제가 있었는데, ‘허혈 재관류 손상’을 예방하는 약물 개발을 하고 있다. 또 혈관 재생 줄기세포 연구도 하고 있다. 신장이식술은 응급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개인의 삶을 희생 해야 할 때가 많지만, 신장이식을 한 환자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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