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만 많이 먹어도 배 나오는 이유는… 중성지방 때문

    입력 : 2009.05.12 16:06 | 수정 : 2009.05.13 09:20

    심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 탄수화물 섭취 많으면 육류 적게 먹어도 수치 높아

    "10년 뒤 허혈성(虛血性) 심장질환이 암을 제치고 한국인 사망 원인 1위에 오를 것이다." 심장병 전문가들의 아찔한 예상이다.

    허혈성 심장질환이란 심장 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혈액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기는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을 말한다. 관상동맥이 좁아지는 근본 원인은 동맥경화증. 고지혈증은 고혈압, 당뇨병, 비만, 흡연, 스트레스 등과 함께 동맥경화증의 주범 중 한 가지다.

    너무 과소평가된 중성지방의 위험

    고지혈증은 총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상태다. 그런데도 지금까지는 '고지혈증은 고콜레스테롤증'으로 인식돼 콜레스테롤 관리의 중요성만 부각돼왔다. 의사들조차 콜레스테롤만 강조하느라 중성지방의 중요성을 간과해왔다. 하지만 최근 한국인에겐 콜레스테롤만큼 중성지방이 심혈관 질환에 큰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은 혈액 속 2대 지방이다. 같은 지방이지만 중성지방은 콜레스테롤보다 음식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이에 반해 콜레스테롤은 음식을 통해 들어오는 것보다 간에서 70%이상이 만들어진다.

    중성지방은 '지방'을 많이 먹지 않는 한국인이 서양인보다 높다.

    서양인의 중성지방 평균 치는 약 70㎎/dL 인 반면 한국인 평균치는 130~140㎎/dL 으로 보고돼 있다. 한국인의 평균 총 콜레스테롤 수치는 207㎎/dL (2005년)로 미국 등 서구 국가보다 낮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조현재 교수는 "한국인의 총 콜레스테롤 수치는 아직 서구보다 낮지만 최근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원래 서구인에 비해 훨씬 높은 중성지방은 내려가지 않고 있어 조만간 두 가지 지방 모두 높은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과거에는 중성지방이 높아도 총 콜레스테롤이 낮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점점 높아지면서 두 지방이 심혈관 질환 발생에 상승 작용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인은 왜 중성지방이 높은가

    서양인들에 비해 채식 위주 식사를 하는 한국인의 중성지방이 높은 이유는 뭘까?

    첫째, 한국인의 식사 중 탄수화물 섭취 비율은 65.6%로 서양인(40~50%)에 비해 높다. 탄수화물은 몸 안에서 포도당으로 분해돼 뇌 세포 등의 에너지원으로 쓰이며, 남은 것은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으로 저장된다.

    하지만 저장 용량에는 한계가 있어 포도당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포도당이 중성지방으로 변한다. 이 때문에 지방이 많은 육류를 먹지 않아도 중성지방 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다.

    고대구로병원 심장내과 서홍석 교수는 "또한 식생활의 서구화로 지방 섭취량이 증가한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고 말했다. 1970년 한국인의 총 섭취 칼로리 중 지방의 비율은 7.2%였지만 2007년에는 19.5%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육류 속 지방은 소장에서 지방산으로 분해돼 흡수되면 혈액 속에서 3개가 한 개로 뭉쳐 중성지방이 된다. 중성지방을 영어로 '트리글리세라이드(triglyceride)'라고 하는데 지방산 3개가 결합돼 있다는 뜻이다.

    둘째, 한국인에게는 중성지방을 처리하는 유전자(apoA-V)가 서양인보다 많아 같은 양의 식사를 해도 식후 고지혈증이 잘 나타난다.

    요약하면, 한국인의 유전적 배경과 급격한 식생활의 서구화로 '고중성지방혈증'이 많이 나타나는 것이다.

    중성지방이 위험한 이유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성지방(150㎎/dL 이상)이 높으면 혈전(피떡)이 잘 생기며, 좋은(HDL)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반대로 나쁜(LDL) 콜레스테롤은 증가시킨다. 아울러 혈관 내피세포를 손상시켜 염증도 많이 생기게 한다. 이것은 동맥경화증을 부른다.

    중성지방 수치가 150~500㎎/dL 이면 대사증후군 위험도 높아진다. 중성지방이 1000㎎/dL 이상이면 췌장염 위험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중성지방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당뇨병이 있는 여성이 중성지방 수치가 높으면 다른 당뇨병 환자에 비해 관상동맥 질환 사망률이 50%나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여성들은 저밀도(LDL) 콜레스테롤 수치의 높낮이와 상관없이 중성지방만 높아도 관상동맥 질환 발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지나치게 높은 중성지방은 뱃살의 주범이다. 밥만 먹는데도 아랫배가 나오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주영 교수는 "복부 비만이 있으면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을 뿐 아니라 대장암, 유방암 등의 위험도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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