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식'에서 '공존'으로… 2022년의 코로나19는?

입력 2021.12.31 15:31

코로나 지표, 치명률 빼곤 악화… ‘오미크론 이후’ 주목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2020년 1월 20일) 후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바람과 달리 올해 감염병의 위력은 더욱 커졌고, 그 사이 코로나19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종식’이나 ‘정복’이 아닌 ‘공존’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다행히 유례없는 속도로 백신이 개발돼 접종됐으나, 이 역시 접종 방식, 대상, 효능, 안전성 등을 두고 계속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코로나19 1년차인 지난해와 2년차인 올해, 주요 지표들에는 어떤 변화들이 있었을까.

거리
사진=연합뉴스DB

◇연간 확진자·사망자 수 지난해보다 9배·5배 늘어
3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63만838명이다. 총 누적 확진자 수에서 지난해(1월 20일~12월 31일) 확진자 수(6만740명)를 뺀 2021년 연간 누적 확진자 수는 총 57만98명으로, 전년 대비 9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1월 20일부터 347일 간(윤달 포함) 일 평균 확진자 수는 175.04명이었으며, 올해 일 평균 확진자는 1561.91명을 기록했다. 하반기 들어 연일 수천명대 확진자가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사망자 수 또한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2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사망자 발생 후 이날까지 총 5563명이 사망한 가운데, 지난해는 326일 동안 900명, 올해는 총 4663명(5.18배)이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했다.

누적·평균 수치가 발표되지 않은 위중증 환자 수, 병상 가동률은 올해와 같은 날(12월 31일)을 기준으로 비교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의 경우 지난해 12월 31일 344명, 올해 같은 날 1056명으로 3배가량 차이를 보였으며,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현재 66.5%(1502개 중 999개)로 지난해 말(63%, 562병상 중 355병상)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밖에 ▲신규 의심신고 검사 ▲확진자 경과 관찰 중 검사 ▲격리해제 검사 ▲취합검사대상 검사 등을 포함한 총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2020년 484만8362건, 2021년 1억548만2건(12월 31일 미포함), 누적 1억978만9094건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 “델타 변이·급진적 거리두기 완화 원인” 한 목소리
올해 급격한 유행 규모 확대의 원인은 역시나 ‘델타 변이’였다.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발생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올해 4월 22일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후 순식간에 우세종으로 자리 잡았다. 높은 전염력을 가진 델타 변이 앞에서 백신 역시 예상보다 일찍 효과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올해 유행 규모가 확대된 것은 델타 변이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델타 변이가 출현하면서 백신 효과가 떨어졌고, 돌파감염, 면역 감소 등으로 인해 환자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김신우 교수 또한 “델타 변이는 고전적인 바이러스와는 차원이 다른 전파력을 갖고 있다. 중증도, 사망률, 입원률도 모두 높았다”며 “기존에는 비말 전파로 인해 주로 유행이 확산됐다면, 델타 변이가 등장한 이후로는 공기 중 전파도 급격히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급진적인 방역 완화 ▲시간 경과에 따른 백신 효과 감소 ▲방역 피로감에 따른 외부 활동 증가 등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델타 변이가 유행의 원인이 됐다면, 이 같은 요인들이 기폭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김우주 교수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거리두기 지침, 섣부른 ‘위드코로나’ 또한 원인이 됐다”며 “7월에는 델타 변이가 있음에도 방역을 완화했고, 11월에는 중환자 병상 등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드코로나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위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 증가의 경우 특수 사례를 제외한 모든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재택치료 지침이 원인이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천은미 교수는 “50세 미만,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 등과 같이 특정 대상에 한해 재택치료를 실시하지 않고 기준 없이 재택 치료를 하면서 사망자와 중증 환자가 급격히 늘었다”며 “실제 재택치료 중 상태가 악화된 환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치료가 아닌 방치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함께 치명률이 줄었다고 해도, 돌파감염, 백신 효능 감소 등으로 인해 여전히 위험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한다./사진=연합뉴스DB

◇치명률 1% 미만으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위험한 상황”
지난해보다 전반적인 지표들이 나빠진 가운데 유일하게 개선된 지표도 있었다. 바로 ‘치명률’이다. 지난해의 경우 2월 20일 국내 첫 사망자 발생한 뒤 3월 들어 치명률이 1%대에 진입했으며, 4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는 2%대, 최대 2.38%의 치명률을 기록했다. 이후 1.3~1.7%대를 오갔다. 반면 올해는 2월 초 1.82%대를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치명률이 감소했고, 8월 중순 들어 처음 1% 미만으로 떨어졌다. 31일 기준 코로나19 치명률은 0.88%다.

지난해에 비해 사망자 수가 크게 늘었으나, 확진자 수에 비해서는 증가 속도가 빠르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국내외 치료제 개발·도입, 백신 접종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김신우 교수는 “처음에는 아무런 무기가 없었다면, 지금은 항체치료제, 항바이러스제 등과 같은 무기가 생겼다”며 “백신 접종에 의해 중증도가 완화되는 것 역시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의 치명률을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연일 수천명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치명률이 줄었지만, 위중증 환자 수, 사망자 수는 현재도 지속적으로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천은미 교수는 “초기 병상 치료와 백신 접종 등의 영향으로 사망까지 이르지 않으면서 치명률이 줄긴 했으나, 완벽히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금도 계속해서 많은 중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신우 교수 또한 “대응하는 무기(치료제)가 좋아지고 백신이 부분적으로 효과를 보고는 있으나, 돌파감염이 많이 발생하고 백신 효능이 적게 유지되면서 기저질환자, 고령자 등이 중환자가 되거나 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사진=연합뉴스DB

◇“오미크론 변이·치료제 변수 될 것”
이제 시선은 2022년으로 향한다. 전문가는 내년 도입되는 치료제와 ‘오미크론 변이’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우주 교수는 “내년 전반기까지도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미크론 변이 이후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내년 겨울에 희망을 가질 수 있지만, 바이러스 특성상 끊임없이 변이가 나타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이어 “다행인 점은 팍스로비드와 같은 항바이러스제가 사용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라며 “항바이러스제만으로 종식은 어렵지만, 입원 환자, 사망자, 중증 환자를 줄여주는 것은 가능한 만큼, 백신과 함께 잘 사용한다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보다 유행 규모를 축소시키기 위해서는 방역, 의료체계 등에 전반적인 고민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천은미 교수는 “우선 치료제를 충분히 구매하고, 전문가와 함께 어떤 치료제를 어떤 시기에, 어떤 환자에게 사용할지 정해야 한다”며 “거리두기의 경우, 효과와 파급력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완화하는 동시에, 국민에게 기본적인 방역 수칙 외에도 ‘KF-94 마스크’ 사용의 중요성, 감염 시 항체 치료제 투여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들을 구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김봉영 교수 또한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다. 지금처럼 접촉자 발생 시 무조건 격리하기보다, 중증환자 이송 속도를 높이고 빠르게 치료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필요에 따라서는 역학조사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