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사의 90%, 부정맥 때문… 다른 심장병보다 쉽게 봐선 안 돼"

입력 2016.03.23 05:30

[임호준 기자의 名醫 인터뷰] '부정맥 전문가' 김영훈 고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부정맥, 심장세포 노화가 주 원인
심장박동 빠른 '빈맥', 급사 유발
심장기능 30% 미만, 제세동기 써야
과음·수면무호흡증·불같은 성격
심장건강에 치명적… 개선 노력을
자기 맥박 알고, 수시로 체크해야?

부정맥이란 심장박동이 정상보다 지나치게 빠르거나(빈맥), 늦거나(서맥), 불규칙한 것(심방세동 등)으로 돌연사 원인의 90%, 뇌졸중 원인의 20~30%를 차지한다. 빈맥은 가슴이 막 뛰다가 괜찮아지거나, 앞이 깜깜해지면서 식은 땀이 나거나, 숨 쉬기 힘든 증상이 반복된다. 서맥은 어지럽고 힘이 없어 빈혈로 착각하기도 한다. 부정맥은 심근경색증이나 심장판막증, 심근증 등 심장질환이 원인이 돼 생기는 경우(2차성 부정맥)가 많지만 아무런 원인 질환 없는 부정맥(1차성 부정맥)도 드물지 않다.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김영훈 교수를 만났다.

김영훈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최근 부정맥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다. 가장 흔한 심방세동의 국내 유병률이 2004년 0.4%에서 2013년 1.2%로 급증했다. 실제 병이 늘어난 것인가, 아니면 병의 진단율이 높아진 것인가?

"둘다다. 부정맥은 심장세포 노화가 원인인데 65세 이후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부정맥 유병률은 65세 이상 5%, 70세 이상 8%, 80세 이상 12% 정도다. 최근 부정맥 환자의 급증은 인구의 고령화 현상과 건강검진의 확산 때문이다."

―고령화로 심장병 발병 양상도 바뀌고 있는 것인가?

"미국에서는 허혈성 심장질환과 이로 인한 심장마비는 이미 감소세다. 우리나라도 증가세가 꺾였다. 현재 허혈성 심장질환 발병률을 1로 봤을 때 부정맥은 0.8정도인데 머지 않아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장질환이 더 치명적이지 않나?

"그렇지 않다. 심근경색 환자는 심장근육이 약해져 절반은 부정맥으로 급사하고 절반은 심부전으로 사망하는데 전자를 어디에 넣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이런 사람을 포함하면 부정맥 사망률이 심근경색증보다 높다. 사망에 이르는 부정맥은 대부분 빈맥이다. 부정맥 환자 중 빈맥 비율은 10%지만, 전체 부정맥 사망자의 90%가 빈맥이다. 심방세동은 부정맥의 80%나 차지하지만 사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서맥은 서맥으로 쓰러지는 과정에서 뇌출혈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많이 사망한다."

―심장에 이상이 없는데 갑자기 부정맥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얼마나 되나?

"심장이 건강한 사람에게 생기는 '1차성 부정맥'은 대부분 생명에 지장이 없는 '양성부정맥'이지만 100% 안심할 수는 없다. 심장에 이상이 없는데 갑자기 부정맥으로 사망하는 것은 유전적 이유인데 이를 '부르가다증후군'이라고 한다. 서양인보다 동양인, 그 중에서도 필리핀·캄보디아·태국 같은 남아시아 쪽에 많다. 국내에선 전체 심전도 검사자의 0.9%에게서 부르가다증후군을 의심할만한 결과가 나왔는데 그중 약 10%인 0.09%만 부정맥을 일으킨다. 따라서 가계에 급사한 사람이 있으며, 심장병이 없는데 부정맥이 있다면 유전자 검사를 해봐야 한다. 특히 이유없이 졸도한 경험이 있다면 정밀검사와 철저한 치료를 해야 한다."

―심장이 가끔씩 정상 박동 주기를 벗어나 한 박자씩 먼저 뛰거나 심장이 '쿵'하고 멎거나 덜컥거리는 듯한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이 많다.

"'기외수축'이라고 하는데 심장이 정상인 사람도 90% 이상 경험한다. 급성 알코올 중독, 카페인의 과다 섭취, 과식 등이 원인이다. 일종의 '심장 딸꾹질'로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기외수축과 같은 양성부정맥이 1분에 5회 이상 나타나면 치료를 해야 한다."

―가장 흔한 심방세동은 왜 생기나?

"가장 큰 원인은 심장근육의 노화다. 심장근육의 노화를 촉진하는 요인은 고혈압, 동맥경화증, 심장의 염증성 질환, 심장판막질환, 갑상선기능항진증, 수면무호흡증 등이 있다."

―심방세동은 뇌졸중 원인의 20~30%를 차지하므로 와파린 치료가 절실한데, 식사 제한이 많아 제대로 하는 사람이 10~20%에 불과하다고 한다.

"와파린은 혈액을 묽게 만들어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약인데, 비타민K가 든 양파·콩·마늘 같은 식품과 상호작용을 하므로 이런 식품을 가려야 한다. 또 약 용량이 잘못되면 뇌출혈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약 복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으며, 의사도 적극적으로 약을 권하지 않는 편이다. 최근 이런 단점을 보완한 '노악(NOAC)'이란 약이 개발됐는데 와파린을 먼저 썼을 때 출혈이 생기는 환자에게만 보험적용이 된다. 그렇지 않은 환자는 와파린을 쓰면서 음식을 가려 먹든지, 자기 부담으로 노악을 써야 한다."

―치명적인 빈맥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돌연사의 약 90%는 부정맥 때문이고, 그 90%의 90%는 빈맥, 그 중에서도 심실빈맥이 원인이다. 심실빈맥은 심근경색증·협심증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이 원인이지만 건강한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특히 심장기능이 30% 미만이면 연간 급사 확률이 5% 이상이다. 이런 사람도 무리하지 않으면 별 증상이 없어 안심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드시 제세동기(심장박동을 정상화시키는 심장 전기충격기)를 심장에 삽입해야 한다. 의사 중에도 제세동기 이식을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외국같으면 의료소송감이다."

―제세동기나 서맥 환자용 페이스메이커 이식 전 시행하는 전극도자절제술(심장근육에 비정상적 전기신호를 보내는 부위를 고주파로 파괴하는 시술)은 재발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5~10년 전만 해도 재발률이 약 50%였는데 지금은 30% 정도로 줄었다. 발병 초기에 시술할수록 재발률이 떨어지고 늦어질수록 높아진다. 부정맥이 생긴 지 2년 이하인 사람은 이 시술로 95% 정도 완치된다."

―맥박이 느려 걱정인 사람이 많다.

"안정 시 맥박이 60회 미만이면 서맥인데 운동 시 맥박이 빨라지면 정상적 서맥이다. 오히려 이런 사람은 심장이 튼튼해 장수할 가능성이 크다. 병적 서맥은 운동 시에도 맥박이 60~70회 이상 올라가지 않는 경우다. 이 때는 정밀 검사를 거쳐 필요하면 페이스메이커를 이식해야 한다."

―심전도 검사가 정상이면 안심해도 되나?

"부정맥의 약 80%는 보통의 심전도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타나므로 안심하면 안된다. 맥박 재는 법을 익힌 뒤 수시로 자기 맥박을 체크해야 한다. 호주에서는 맥박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맥박 알기(know your pulse)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였는데 우리도 그런 캠페인이 필요하다.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심장병 등이 있으면 24시간 심전도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

―심장건강을 위해서 충고할 점은?

"과음, 과로, 과식을 피해야 하는데 특히 과음이 문제다. 40세 이하 심방세동 환자는 유전 아니면 술 때문이다. 수면무호흡증이나 코골이는 심장건강에 치명적이다. 이런 사람은 부정맥 시술을 해도 재발이 잘되므로 양압기 사용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화를 잘내고 잘 못참는 성격의 사람에게 부정맥이 많으므로 성격을 고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김영훈 교수는

1998년 뚜렷한 부정맥 치료법이 없었던 시기에 국내 최초로 부정맥 시술인 전극도자절제술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재발률을 줄이기 위해 심장 안쪽과 바깥쪽을 모두 고주파로 지지는 ‘심내막·심외막 혼합법’ 등 신치료법을 개발했다. 부정맥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심장학회와 미국심장협회의 ‘젊은 연구자상’을 연달아 수상했다. 국외 저명 학술지에 15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2013~2015년 아시아태평양부정맥학회(APHRS) 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