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노인의 절반이 불면증을 겪지만,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1%에 불과하다. 불면증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누구나 겪는 가벼운 증상'으로 여겨도 된다. 노인 불면증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걱정하면 오히려 증상이 심해져 진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잠을 못 자는 것에 압박감을 느끼거나 숙면에 집착을 하는 부정적인 감정 자체가 불면증 악화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헬스조선의 '불면증을 이기는 제주 힐링캠프'를 진행했던 연세대 의대 이홍식 명예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나이가 들면 식사 습관·성격·주변 환경이 변하는 것처럼 수면 습관도 변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하루에 3~4시간 밖에 못 자고, 자주 깨거나 잠들기 어렵다고 해서 모두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면 습관이 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주기 리듬(하루를 주기로 변하는 생체리듬)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일주기 리듬이 빨라지면 한밤중에 나와야 할 멜라토닌이 초저녁부터 나와 일찍 잠들게 되고, 그만큼 빨리 사라져서 새벽잠이 없어진다.
노인은 불면증을 겪는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마음을 편히 먹고 신체 활동량을 조금만 늘리면 쉽게 해결된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노인의 수면 습관 변화는 활동량이 줄어드는 탓도 있다. 노인은 젊은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동량이 적어 밤에 수면 요구량도 줄어든다. 몸을 많이 안 쓴 만큼 오랫동안 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총 수면량이 줄고, 한 번 잠에서 깨면 다시 잠들기 어려워진다.
영국 워릭대 연구팀이 87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0~64세 성인은 6시간 미만으로 자면 뇌 기능이 떨어진 반면, 65세 이상 노인은 뇌기능에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8시간 이상 잤을 때 뇌 기능이 떨어졌다.
이홍식 교수는 "달라진 수면 습관에 적응하기 힘들거나 수면의 질을 높이고 싶다면 생활 패턴을 조금만 바꿔보라"고 말했다. 명상이나 가벼운 신체 활동만 해도 잠을 잘 잘 수 있다. 불면증을 겪는 사람끼리 고민을 공유하면서 마음을 편히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