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키 방학 때 챙기자] [下] 또래보다 큰 아이, 되레 키 작은 어른 된다

입력 2011.08.03 09:07

[늘어나는 성조숙증] 男 9세·女 8세 이전 사춘기 시작되면 성조숙증
성장판 1년 이상 빨리 닫아… 키 크는 기간 줄어들어
혈액검사 등으로 조기 발견, 6세 되기 전 치료하면 평균 6~12㎝ 더 클 수 있어

경기 부천에 사는 A(11)양은 최근 4년간의 성조숙증 치료를 마치고 정상적인 사춘기를 기다리고 있다. A양은 일곱 살 생일이 지나면서 가슴이 나오고 한 달에 1㎝씩 키가 자라기 시작했다. 소아청소년과 진단 결과 성조숙증이었다. 주치의는 "A양은 치료하지 않았으면 키가 성인이 돼 150㎝ 미만에 그쳤겠지만, 이젠 적어도 155㎝ 이상으로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성조숙증 4년간 4.4배 늘어

성조숙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아동은 2006년 6400명에서 지난해 2만8000명으로 4.4배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사춘기는 정상적으로 여아 8~13세, 남아 9~15세에 시작되는데, 성조숙증은 남아 9세, 여아 8세 이전에 사춘기가 시작되는 현상이다. 유전적 소인 등 가족력이 큰 영향을 미친다. 가족력이 없어도 소아비만, 환경호르몬 접촉, 반복적인 성인물 노출에 의한 성적(性的) 자극 등이 호르몬 변화를 일으켜 성조숙증을 일으킨다. 최근 성조숙증이 늘어나는 이유는 이런 환경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성조숙증이면 어릴 때는 또래 아이보다 키가 크지만 어른이 돼서 저신장이 되므로, 조기에 발견해 정상적으로 키 클 수 있는 시기를 늘려줘야 한다. 여아 8세, 남아 9세 이전에 가슴몽우리가 생기거나 고환이 성인 엄지손가락 한 마디보다 커지면 성장클리닉에서 진료를 받아본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성조숙증 아동은 어릴 때는 키가 또래보다 크지만 성인이 되면 저신장이 된다.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황진순 교수는 "사춘기 전에는 성장호르몬이 키 성장을 주도해 매년 4~6㎝ 크고, 사춘기에 들어서면 성호르몬이 나와 성장호르몬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매년 7~8㎝ 이상 자란다"며 "성호르몬은 반짝 키를 키워주지만 성장판을 일찍 닫히게 하므로 키가 크는 기간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성조숙증은 성장판이 원래 나이보다 1년 이상 빨리 닫힌다.

◆성조숙증과 조기사춘기는 나이로 구별

성조숙증은 키가 자라는 속도와 초기 사춘기 징후로 쉽게 가려낼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유한욱 교수는 "남아 9세, 여아 8세 이전에 키가 사춘기 시기만큼 빨리 자라면서 고환이 성인 엄지손가락 끝마디보다 커지거나 가슴이 나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아 9~10세, 남아 10~11세에 사춘기가 시작되면 이를 '조기 사춘기'라 한다. 이때도 사춘기 진행 속도가 빠르면 키 성장에 문제가 생긴다. 유한욱 교수는 "사춘기 후반이 되면 성장판이 90% 이상 닫혀 거의 자라지 않기 때문에 조기 사춘기도 저신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조숙증이나 조기사춘기 모두 일찍 발견해 치료할수록 키가 클 수 있는 시기가 더 늘어난다. 성장클리닉에 가면 혈액검사와 엑스레이 촬영으로 성호르몬 농도와 뼈 나이 등을 확인해 간단하게 진단한다. 이때 다른 이상이 의심되면 성호르몬 분비 촉진제를 투여하고 4~5회 피검사를 실시해 성조숙의 진행 속도와 다른 질환이 있는지 확인한다.

황진순 교수는 "성호르몬을 비정상적으로 분비시키는 원인 질환을 가진 아동도 적지 않다"며 "성조숙증 증상을 보이는 여자 어린이의 10%, 남자 어린이의 30% 정도는 뇌나 난소·고환·부신 등의 종양이나 질환이 원인이다"고 말했다.

◆2~4년간 뼈 나이 진행 속도 늦추는 치료

성조숙증으로 확진되면 4주 간격으로 성호르몬 억제 주사를 맞아 너무 빨리 시작된 사춘기를 지연시킨다.

유한욱 교수는 "6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하면 평균 6~12㎝, 6~8세에는 평균 3~7㎝ 더 클 수 있다"며 "그러나 8세 이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는 의사에 따라 치료 효과가 있다는 주장과 없다는 주장이 엇갈리는 등 논란이 많다"고 말했다.

황진순 교수는 "성조숙증 아동 중 키가 자라는 속도는 빠르지만 키 자체가 또래 평균보다 작으면 성호르몬 억제 주사와 성장호르몬 주사를 함께 맞는 게 도움된다"고 말했다. 치료는 보통 2~4년 한다. 실제 나이보다 앞서 가던 뼈 나이가 정상과 가까워지면 치료를 마친다.

☞성조숙증 일찍 발견하려면…

여아는 사춘기가 되면 가슴이 커지고 가슴 통증이 흔해 발견이 쉽지만, 남아는 옷에 가려져 있어 고환의 성숙도를 미리 확인하기 어렵다.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여아는 치료 적기인 5~9세에 72%가 병원을 찾았으나 남아는 치료 적기를 벗어난 10~14세에 69%가 병원에 왔다. 황진순 교수는 "남아는 초등학교 입학 전후로 아버지가 함께 목욕하면서 고환의 크기를 살피라"고 말했다. 한편 뚱뚱한 여자 아이도 성조숙증 발견이 늦다. 유한욱 교수는 "지방세포에서 여성호르몬을 분비해 비만인 여아는 사춘기가 빨리 오지만, 두꺼워진 피하지방 탓에 가슴 망울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성적 성숙이 이뤄지면 유두를 만졌을 때 통증이 생기거나 모양이 봉긋해지는 등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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