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당뇨병 신장질환 팩트 시트에 의하면,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의 25.4%가 신장질환을 앓고 있으며 65세 이상은 34%에 달합니다. 당뇨병 신장질환은 말기신장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이며, 심혈관질환 및 사망 위험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초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로 말기 신부전으로 가는 속도를 늦추거나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대한당뇨병학회 차기 이사장인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차봉수 교수를 만나 당뇨병 신장질환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차봉수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당뇨병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던데.
“당뇨병은 충분히 조절 가능한 질환입니다. ‘당뇨병은 낫지 않는 병’, ‘관리를 잘해도 합병증 위험을 피할 수 없는 병’이라는 선입견이 많은데, 이제는 그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약과 치료 옵션이 증가했습니다. 이전과 달리 단순히 혈당만 낮추는 것이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 체중 등 당뇨병의 여러 가지 요인들도 조절 가능합니다.
당뇨병 초기부터 치료를 시작하고, 생활습관을 비롯한 모든 건강관리의 지표를 골고루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대다수의 환자들이 진단 초기부터 약물 치료를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약을 먹더라도 약만 믿고 생활습관을 철저히 관리하지 않습니다. 당뇨병이 진행될수록 인슐린 기능이 저하되는데, 기능이 떨어진 뒤에는 다시 복구가 안 돼 초기관리가 무척 중요합니다. 생활습관을 꾸준히 관리하면서 약도 최대한 이용해야 효과가 좋습니다.”
-이제는 ‘미세혈관 합병증’에 관심 가져야 할 때라고요?
“당뇨병을 잘 치료하면서 여러 가지 동반질환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특히 미세혈관 합병증에 주목해야 하는데요. 고혈당이 지속되면 미세혈관이 손상돼 망막병증, 신경병증, 신장병증을 초래합니다.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들은 미세혈관 합병증이 많이 진단됩니다. 의료 시스템이 잘 구축돼,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지기 전에 미세혈관 합병증이 먼저 진단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심혈관질환이 당뇨병의 주된 합병증으로 여겨졌습니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미국을 많이 따라가는데, 미국 당뇨병 환자 사망원인의 3분의2가 심혈관질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심혈관질환이 당뇨병 환자의 첫 번째 사망원인이 아니며, 미국과 인종, 체형, 생활습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차이가 납니다. 심혈관질환도 여전히 유의해야할 합병증인 건 맞지만, 이제는 미세혈관 합병증을 더 중요하게 봐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신장 합병증에 주목하는 이유는?
“당뇨병 신장질환은 다방면으로 상당한 부담이 되는 질환입니다. 2022년 미국신장환자등록시스템 데이터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당뇨병에 의한 말기신부전 증가 속도가 가장 빨랐습니다. 실제로 국내 말기 신부전 환자의 50%가량이 원인질환으로 당뇨병을 앓고 있습니다. 당뇨병은 신장 기능을 가장 빠른 속도로 악화시키는데, 당뇨병 신장질환 환자의 경우 신장 10년 생존율이 40%에 불과합니다. 당뇨병 신장질환은 초기에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다가 신장 기능이 30% 미만으로 떨어지면 하지 부종, 혈압 조절 어려움, 단백뇨, 미세알부민뇨 등이 생깁니다. 신장 기능이 떨어질수록 체내 노폐물 배설이 안 돼 몸속에 찌꺼기가 쌓이고, 결국 말기 신부전으로 이어져 투석, 이식 등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이 크고, 삶의 질 또한 저하되는데요. 당뇨병 신장질환 환자는 다른 신장질환 환자보다 신체기능, 신체역할, 통증, 정신건강, 사회기능 등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의 신장질환은 어떻게 관리되나요?
“혈당 관리가 우선입니다. 원인 질환인 당뇨병을 먼저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신장 기능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여러 위험 요소를 고려해 약을 잘 조절해야 합니다. 당화혈색소가 떨어질수록 신장 건강에 더 좋지만 환자의 상태에 맞게 목표를 달리합니다. 지금까지는 당뇨병, 고혈압 치료 약제 중 신장 보호 효과가 있는 약을 사용해 치료됐습니다. SGLT-2 억제제 계열 약물이 대표적인데요. 최근, 신장의 염증과 섬유화를 막는 새로운 치료제가 허가를 받아 당뇨병성 신장질환을 약물로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전망입니다.”
-기존 치료제와의 차이점과 향후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신약은 피네레논 성분의 약입니다. 기존에 당뇨병 신장질환 치료에 쓰이던 약물들과 기전 차이가 두드러집니다. 그동안 혈당 및 혈압 조절 등 혈역학적 변화나 대사적 이상을 교정하는 치료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와 달리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과활성화를 막아 직접 신장의 염증과 섬유화를 억제합니다.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는 신장의 나트륨, 칼륨 등 조절에 영향을 미치며 장기에서 발생하는 염증에 작용합니다. 염증은 체내 모든 기관에 장애를 일으키는데, 당뇨병이 있고 당뇨병에 의해 신장이 나빠지면 염증이 더 많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염증과 관련된 부분을 차단하는 것이 신장 기능 보호와 신장질환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줄입니다. 임상연구 결과, 알부민뇨, 신장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 심혈관질환 발생률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확인됐습니다.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도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세 개의 임상 결과 피네레논의 가치가 증명됐습니다. 임상 연구에서는 정해진 조건의 환자에게 약을 쓰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약이 더 필요한 사람에게 쓰기 때문에 효과가 증폭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추후 좀 더 폭넓은 사용이 가능한 치료제로 쓰이리라 예상합니다.”
-어떤 환자에게 우선 적용되는지?
“피네레논이 국내 허가를 받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보험급여 전이라 현장 처방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처방이 가능해진다면 주로 만성 신장질환 2~3기 환자들에게 많이 쓰일 것 같습니다. 신장의 염증이 더 많아질 수 있는 소견이 보이는 환자들, 기존 치료제로 치료되지 못한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도 2023 진료지침을 통해 ‘알부민뇨가 있고 추정사구체여과율이 감소돼 있으며 혈중 칼륨이 정상인 2형 당뇨병 환자에서 당뇨병 신장질환 진행 억제를 위해 심혈관질환 및 신장 이익이 입증된 비스테로이드성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 억제제(피네레논)를 고려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료지침에서 이미 권고한 만큼 현장에서도 최신 치료 전략을 빨리 적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당뇨병 환자가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환자들이 ‘당뇨병을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는 병’이라 인지하고 치료 의지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개인마다 당장의 혈당 목표가 다를 수 있지만, 초기부터 생활습관을 비롯한 모든 건강 관리 지표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훗날 좋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적극적인 관리는 단순히 혈당 수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체중, 혈압, 당화혈색소, 콜레스테롤 등을 전체적으로 개선해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실제로 제 환자들을 보면 처음부터 관리에 신경 쓰신 분들은 지금까지도 건강하게 오래 살고 계십니다. 요즘은 ‘일(1)병 장수하십시오’라는 말도 있다고 합니다. 하나의 병, 즉 당뇨병이 있더라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약물 치료를 충실히 받으며 잘 관리하면 이를 이뤄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