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정신과 의사 ⑦] 신재현 원장의 '강박증' 이야기

입력 2020.06.25 10:46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의원 신재현 원장 인터뷰

지하철 손잡이 잡는 게 진절머리 나게 싫거나, 외출 한참 뒤에도 가스 밸브를 잠갔는지 수십 번 걱정한다면 '강박증' 환자일 수 있다. 사람들은 무언가에 집착하는 경향만 보이면 "강박증 같다"고 쉽게 얘기하지만, 진짜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의 고통은 상상 이상이다. 강박증은 일종의 불안 증상을 동반하는데, 강박증, 불안장애 등 다양한 불안증을 앓는 사람을 헤아리기 위해 '대한불안의학회 불안장애 심층치료과정'까지 마친 젊은 정신과 의사가 있다.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의원 신재현 원장이다.
원장사진
신재현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신재현 원장은 국립정신병원 과장을 역임하고 지역 정신과 전문병원에서 환자를 보다가 지난 2018년 12월 직접 자신의 병원을 열었다. 과거에는 조현병, 치매 등 중증질환을 주로 봤지만, 보다 많은 사람이 흔히 겪는 정신질환을 고쳐주고자 개원했다. 그는 병원이 삭막한 강남 빌딩들 속에서 '숲과 같은 휴식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병원 이름에 '푸른'을 넣었다. 병원 로고도 '나무'다. 실제 병원 안에는 열 가지가 넘는 화초, 나무 등 '푸른' 식물이 자리한다.  

신 원장의 진료 철학은 '환자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들어주자'는 것이다. 충분한 상담 시간 확보를 위해 진료는 예약제로만 본다.

책

그는 최근에 책도 냈다. 《나를 살피는 기술》. 신 원장은 공중보건의 시절부터 정신질환, 심리 관련 글을 써왔고 그간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게재했던 것이 책을 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했다.  ​

"건강한 정신은 자기 마음속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아차리는 데서 비롯돼요. 사람들은 자기 습관대로 행동하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성적인 패턴을 멈추고 더 나은 패턴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 것이죠. 그러면 내가 별것 아닌 일을 과도하게 해석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반응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고칠 수 있어요"

내 마음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는 건 다들 알 것이다. 다만, 실천이 어렵다. 책에서는 이를 어떻게 실천하는지 알기 쉽게 알려준다. 몇 가지를 직접 물어보니, 신 원장은 '일기 쓰기'를 추천한다고 했다. 매일 일어났던 일과 그에 대한 감정을 직접 써보면 감정보다 이성의 힘이 강해지고, 나를 객관적으로 살필 수 있다. 더불어 특별한 정신질환이 의심되지 않더라도 한 번쯤 심리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내가 바라보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는 확실히 달라요. 우울증, 불안증 등 질환이 의심될 때만이 아니라, 자신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 심리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합니다"

심리상담은 심리상담센터가 아닌 병원에서도 받을 수 있다. 단, 모든 병원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고 병원에 따라 의사가 아닌 심리상담사가 상담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미리 확인한 후 방문하는 게 좋다. 신재현 원장은 직접 환자의 심리상담을 진행한다.

원장사진
신재현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어떤 정신과를 방문할지 고민될 때 알아두면 좋은 팁도 알려줬다. 자신이 어떤 문제로 도움받고 싶고, 어떤 치료를 원하는지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특히 정신분석치료, 인지행동치료 중 어떤 치료를 더 원하는지 고민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신분석치료는 환자 무의식의 작동 기제를 알아차리고 통찰하게 해 실제 생활에 적용케 하는 것이다. 환자의 삶의 성격과 방향을 전체적으로 바꾼다. 비교적 긴 시간이 소요된다. 인지행동치료는 정신분석과 정반대 성격의 치료다. 환자가 가진 구체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그 문제에 수반되는 행동, 생각들을 교정해 치료한다. 정신분석보다 치료 기간이 짧다.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는 정신분석치료에 기반해 환자를 보기 때문에, 인지행동치료를 원한다면 이를 미리 확인하고 병원을 택하는 게 도움이 된다.

병원사진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강박증 해결? 직면하는 게 가장 좋은 치료

강박증에 대해서도 물었다. 강박증은 특정 행동이나 생각을 떨쳐버리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 흔한 것은 '청결'에 대한 강박이다.

"지하철 손잡이가 깨끗하지 않다는 걸 다들 알지만, 그냥 잡는 게 보통이고, 많이 흔들릴 때 어쩔 수 없이 잡거나, 찝찝하면 이후에 손을 씻는 정도죠. 강박증이 있으면 지하철 손잡이에 손이 닿자마자 화장실로 뛰어가 준비해뒀던 자신의 손세정제를 바로 꺼내 절반, 많게는 한 통을 모두 쓸 때까지 손을 씻습니다. 피부염으로 피부가 다 벗겨질 정도예요"

확인 강박도 비교적 흔한 편이다.

"집 문을 제대로 잠갔는지, 가스 밸브를 제대로 껐는지 여부에 집착하는 식인데, 재확인을 위해 30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이 걸려 약속 시간을 한 번도 못 지킨 사람들이 있어요. 집을 1km 이상 벗어난 상태에서도 문이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돌아가기도 하죠. 일상생활에 지장이 큽니다"

저장 강박이 심한 사람은 집에 물건을 산더미처럼 쌓아놓는다. 심하면 사람이 다닐 길이 없을 정도다.

강박 성향과 강박증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신재현 원장은 "강박 증상으로 인해 대인관계, 일상생활, 직장생활에 심각하게 지장을 받으면 치료가 필요한 '강박증'으로 본다"고 했다.

강박증이 의심될 때 스스로 실천해볼 수 있는 것은 내가 어떤 불안으로 인해 강박 증상을 보이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합리성을 따져보는 것이다.

"청결 강박이 있는 사람에게 뭐가 두렵냐고 물어보면 보통 '손이 더러워지는 게 싫다고 답해요. 하지만 손이 더러워지는 게 왜 싫은지 따져보면 손에 병균이 묻어 자신에게 끔찍한 병을 일으키거나, 아이에게 묻어 병이 발생하는 것 등이 이유이거든요. 따져 보면 실제 일어날 일은 거의 없어요. 이것을 스스로 인지하는 게 중요해요"

자신이 두려워하는 행동을 1위부터 5위까지 나열하고, 5위부터 하나씩 직접 실천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문고리 만지기, 버스 손잡이 잡기, 땅에 손 짚기 등을 쓰고 쉬운 것부터 실천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죠.  실제로 불안해하는 대상을 '직면'하는 것이 치료에 가장 효과입니다. 두려워하는 행동 5가지 중 하나도 도저히 실천하지 못하겠다면 바로 치료가 필요합니다"

강박증 치료에는 우울증에도 쓰이는 SSRI(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라는 약물을 쓴다. 강박증 유발에 관여하는 뇌 회로를 고치는 효과가 크다는 연구가 보고됐다. 불안을 줄여주는 신경안정제를 쓰거나, 불면이 동반되는 사람에게는 수면제 처방이 필요할 수도 있다. 치료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심각한 불편함이 덜어지는 데까지는 최소 1~2개월이 걸린다.

원장사진
신재현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강박에 함께 동반되는 불안. 불안 극복을 위해 평소에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불안을 '기차'라고 생각하세요. 기차는 내가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역에 머물렀다가 시간이 지나면 떠나요. 우리 마음에도 불안이라는 기차가 들어와 정차한다고 생각하세요. 불안이 느껴질 때, 불안이 내게 찾아왔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한편으로 내 할 일에 집중하면서 불안을 흘려보내는 것이죠. 아 '기차 같은 불안이 내게 잠시 들어왔구나'라고 인식하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엄청납니다"

더불어 '생각은 생각일 뿐이며, 생각에는 힘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라고 했다.

"특히 강박증 환자는 생각 자체에 엄청난 의미부여를 합니다. 그래서 현실적이지 않은 생각을 진실로 믿고 중요하게 받아들이죠. 하지만 생각 자체는 힘이 없어요.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에요. 생각을 나에게서 분리된 개체로 떨어뜨려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전반적인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조기에 인지하고 해소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신 원장은 강조했다.

"현대인들이 많이 겪는 우울증, 강박증, 공황장애 모두 스트레스랑 연관이 깊고, 강박증도 스트레스가 많을 때 증상이 잘 나타나요. 스트레스를 방치해 '번아웃'이 오지 않게 내가 스트레스받는 다는 걸 빨리 알아차려야 돼요. 그때마다 적절한 휴식을 취하고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실천해야 하는 것이죠"

신 원장은 스트레스받을 때, 시원한 방에 누워 책을 읽거나 공상하고, 멍하니 있기를 즐긴다고 했다. 그러면 스트레스가 잘 해소된다고. 그의 해맑은 미소 속에서 혼자 여유롭게 공상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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